박상철 집사는 이미 앞차에서 내려 시후가 있는 문으로 재빨리 다가가 먼저 문을 열고 정중하게 말했다. "도련님, 도착했습니다.”시후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시후는 여전히 서둘러 차에서 내리지 않고, 옆에 탄 고은서에게 말했다. "은서야, 수고했어. 고마워. 나와 함께 와 줘서.”고은서는 상냥하게 미소를 지었다. "시후 오빠, 왜 나에게 그렇게 예의를 차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난 먼저 내릴 테니 저녁에는 데리러 오지 않아도 돼. 끝나면 박 집사님에게 데려다 달라고 할게.”"알겠어." 고은서가 서둘러 말했다. "그럼 난 집에서 기다릴게."시후는 답한 뒤 롤스로이스에서 내렸다.이때 은지환은 거의 분노하고 있었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고 옆에 있는 아버지 은정공에게 불평하고 있었다. "은시후 저 자식! 어디서 그렇게 큰 자신감을 얻은 건지 모르겠어요! 할아버지가 우리를 데리고 나가서 직접 인사를 드리고,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말이예요! 그리고 박 집사님이 문을 열어주라고 하고 말이지!”은정공은 그를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입 조심해라! 네 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모르는 거야?" 은지환은 화가 났지만 입을 다물었다. 그는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지만, 감히 불만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했다.시후는 차에서 내려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고 대신 차 밖에 서서 차에 탄 고은서에게 손을 흔들며 돌아섰다.LCS 그룹 대부분은 시후의 태도에 불만을 드러냈지만 은충환은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대신 그는 신이 나서 앞으로 나아가 시후의 손을 잡고 흐느껴 울었다. "시후야.. 집을 떠나 있었다가 마침내 돌아왔다..! 하늘이 우리 가족에게 축복을 주신 거야.. 이제 네가 우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나는 후회가 없다!"시후는 은 회장의 말이 별로 신빙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시후는 그의 체면을 깎아내리지 않고 정중하게 말했다. "네 할아버지, 제가 몇 년 동
시후의 말을 듣고 은정공은 극도로 우울해졌다. 그는 시후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했다. 이제부터 LCS 그룹에 거주하게 될 것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시후는 공식적으로 LCS 그룹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걸..은정공은 속으로 욕을 하고 있었다. ‘이 자식이 이런 짓을 하다니 좀 역겹군...’ 그러나 그는 아버지 앞에서는 감히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미소를 지으며 "그래 그래! 돌아오면 되는 거지!"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이어 은 회장은 셋째 삼촌 은정운, 넷째 삼촌 은정준, 고모 은소리, 은소원을 시후에게 소개했다.은소리를 시후에게 소개하자 은소리는 세심한 표정을 지으며 신이 났다. "시후야 이 고모가 몇 년 동안 기다렸는데, 드디어 돌아왔구나! 부모님이 정말 기뻐하실 거야!" 그녀는 말하면서 위선적인 말을 몇 마디 하려고 하다가 삼켰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리 짜내도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시후는 은소리의 행동에 익숙해진 지 오래였다. 은소리는 재벌가 출신이다. 그러니 이러한 성격의 은소리는 평생 오만하고 포악하여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현재 그녀는 눈물을 흘릴 만큼 감정적인 사람은 아닐 것이었다. 그러니 그녀는 이렇게 연기를 할 능력이 없을 것이다.시후는 은소리가 연기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녀의 눈물은 그녀의 통제를 거부했다. 이에 시후는 살짝 웃으며 정중하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고모님." 반면 옆에서 침묵을 지키던 은소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벌써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은 회장이 그녀를 시후에게 소개했을 때 그녀는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었고, 그녀는 울면서 시후의 손을 잡고 흐느껴 울었다. "시후야, 이번에 돌아온 거라면 다시는 떠나지 말아...”마흔 살쯤 된 작은 고모를 보며 시후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후의 작은 고모 은소원은 어렸을 때 나이차이가 났지만 그 당시 그녀가 방과 후에 매일 시후를 데리고 놀아 주었기 때문에 시후는 늘 그녀에
시후가 하나하나 가족들을 만나 인사하는 모습을 본 은충환은 시계를 보며 말했다. "시후야 네가 돌아와서 다행이다. 우리 들어가서 앉자꾸나. 같이 즐거운 시간 보내고 옛날을 추억하자.. 시간이 곧 지나면 친척들도 방문할 거다..” 은 회장의 지시에 따라 모두 함께 별장에 있는 본관으로 이동했다.헬레나는 은지환을 따라가며 시후와 단둘이 소통할 기회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상황상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여 일시적으로 포기해야 했다.그룹 별장 본관.거대한 본관 중앙에는 지시에 따라 여러 개의 고급 나무 의자가 부채꼴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었다. 부채꼴 모양의 중앙에는 은 회장의 좌석이 있었고, 좌석 양쪽에는 양쪽에 10개 이상의 의자가 놓여 있었다. 이것은 모두 직계 식구들의 자리였다. 부채꼴 모양을 중심으로 수백 개의 간소한 접이식 의자가 가지런히 놓여 있는데, 친척들을 위해 마련된 좌석이었다.은충환은 시후를 주 좌석으로 끌고 가서 오른쪽에 놓인 의자를 직접 가리키며 시후에게 말했다. "시후야, 만약 네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내 오른쪽 위치는 그의 자리였을 거다.. 이제 네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으니 네가 그룹으로 돌아왔으니, 자연스럽게 이 자리에 앉게 될 것이다!” 은충환은 시후에게 자신의 오른쪽에 앉으라고 직접 요청했다. 이 행동은 너무나 갑작스러웠기 때문에 모두를 놀라게 했다.규칙에 따르면 친척들이 방문할 때, 은 회장은 앞자리에 앉고 큰 아들이 왼쪽 자리에 앉고 둘째 아들은 오른쪽 자리에 앉기 때문이다. 옆에는 손자들의 차례이다. 손자들이 다 앉은 후, 딸과 손녀들은 바깥쪽에 나란히 앉는다. 손주, 손녀 들 중에서 다른 성을 가진 친척들은 앉을 수 없기 때문에 은소리, 은소원 부부와 자녀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둘째 아들 은서준 상무가 세상을 떠났으므로, 원래 규정에 따르면 은서준 상무의 자리는 셋째 아들 은정운이 이어받아야 했다. 12년 전 마지막 제사에서는 은정운이 실제로 은서준 상무의 자리를 대신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은충환이 은정운에게
누구도 시후가 그렇게 차분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마치 그 자리가 자신의 자리였던 듯 앉아버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자리를 빼앗긴 은정운은 분노로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원래 시후가 처음 도착했을 때 자신의 본성을 조금은 조절할 줄 알았다. 아버지가 시후에게 원래 형 은서준의 자리에 앉으라고 해도, 시후는 솔선하여 거절하고 자리를 스스로 돌려주어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 뻔뻔하게 그 자리에 앉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로 인해 은정운은 속으로 시후를 저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젠장! 은시후 저 녀석이 아직 우리 집안의 규율을 잘 모르나 본데? 이 자식은 장유유서도 모르나? 어린 놈이 감히 조금 전에 그룹으로 돌아와서는 저 자리를 차지하려 들어? 내 머리를 밟고 우위에 서고 싶나 본데..?’은정공도 기분이 나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원래 시후가 LCS 그룹으로 돌아오면 은 회장과 많은 가족들 앞에서 더 절제하고 겸손하게 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을 무시할 것은 기대하지 않았다. 은정공 역시도 속으로 시후를 저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은시후 저 녀석이 정운이의 위치를 차지하려 들다니.. 표면적으로는 사실 정운이의 뺨을 내려 친 것이나 다름 없지만, 사실 우리 지환이를 짓밟아 버린 거나 다름 없다..! 결국 은시후는 손자이고, 서열, 지위, 나이를 막론하고 그는 내 두 남동생 다음이며 내 아들 지환이 다음이어야 해! 그런데 지금 아버지는 지환이를 지나 내 남동생들까지 넘어섰고, 아버지 바로 옆에 앉으라고 하는게.. 아버지께서 이 정도로 시후 저 녀석을 좋아한다면 이건 매우 위험한 징조다..! 지환이를 능가한다면 앞으로 LCS 그룹이 시후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지 않겠어?!’은지환 역시도 분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떠한 재벌가에서도 장남과 그의 손자가 가장 중요하며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기에, 은지환의 눈에는 그의 남동생이 앞으로 모두 자신의 밑에 있을 것이므로 당연히 자신보다 뒤처져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동생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러자 박상철 집사가 다시 물었다. "회장님, 9시 30분까지 3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미 백 명이 넘는 일가 친척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차례로 들여보낼까요?”은충환은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었다. "그래 좋아, 시작하자!" 그는 말을 하다가 뒤를 돌아 옆에 서 있던 시후에게 말했다. "시후야, 곧 가장 먼저 들어올 분들은 네 둘째 할아버지 가족일 텐데.. 기억이 나니?"시후는 "아니요.. 기억이 없습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은충환은 웃으며 말했다. "어렸을 때 한 두 번 만났을 텐데.. 네가 너무 오랫동안 떠나 있었고, 둘째 할아버지도 모두 캐나다에 있었으니. 한국에 들어 올 기회가 별로 없었다.." 이에 대해 은충환은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 집안이 이렇게 친척들이 많기는 하지만, 네 둘째 할아버지가 우리와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내 남동생이니까.”다른 사람들은 은 회장이 계속 시후와 이야기하고 웃고 있는 것을 보고 속으로 질투심을 느꼈다.곧 사람들은 박상철 집사가 정문에서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은충탁 사장이 그의 장남 은명장과 그의 손자 은범석과 함께 방문했습니다!”말을 마치자마자 백발의 노인이 미소를 지으며 중년 남성, 청년과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이 노인은 은충환의 남동생 은충탁이었다. 은충탁은 큰 아들과 손자를 데리고 중앙 좌석에 앉아 있는 은충환을 향해 곧장 걸어갔다. 그는 신이 나서 "형님! 오랜만입니다!"라고 말했다.은충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2~3년 동안 돌아오지 않았지? 이 형을 만나러 돌아오지도 않고!”은충탁은 미안해하면서 말했다. "형님, 내 몸이 더 이상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어서 말이야.. 몇 년 전에 심각한 병을 앓아 위의 절반 이상을 제거했다고.. 형님도 이것을 알고 있잖아.. 의사가 나에게 너무 과로하지 말라고 하던데.. 그래서 장거리 여행은 거의 안 다녀..” 은충탁은 다시 한숨을 쉬었다. "하아.. 아이들은 내가 이번 제사에 참석하는 것을 원하지
은충환이 시후의 이름을 말하는 순간, 은정공은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의 마음 속 분노는 이미 그를 무감각하게 만들었다. ‘오늘 아버지께서 온 가족들에게 시후를 인사 시키려는 그 순간부터 은시후 저 녀석과 관련된 모든 것이 정상 기준을 초과했다..! 아버지께서 시후를 최고 위치로 승격시키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게 보이는데... 나와 지환이에게 이것은 매우 위험한 신호야..! 이대로 계속된다면 시후가 나를 대신해 그룹의 후계자가 될 수도 있다..!’이때 은충탁의 아들과 손자는 시후가 은서준의 아들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은충탁은 시후를 위아래로 바라보며 크게 감동 받은 듯 말했다. "정말 서준이와 많이 닮았네!!"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은충환을 바라보며 물었다. "형님, 시후가 꽤 오랫동안 실종되지 않았소? 언제 찾았지? 왜 이렇게 큰 일을 미리 말해 주지 않았어? 우리도 굉장히 기뻐했을 텐데..!”은충환은 웃으며 말했다. "시후를 찾은 지는 꽤 됐는데 이 녀석이 성격이 좀 소극적이라.. 그동안 그룹에 온 적이 없었어..! 오늘이 처음으로 돌아온 날이야! 그 오랜 세월만에 처음!”"그랬군!" 은충탁은 시후를 바라보며 주름진 손을 내밀고 시후를 세게 흔들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 시후야! 네 아버지는 LCS 그룹의 자부심이었다..! 지금도 북미 그룹들 중에 네 아버지의 이름을 언급하면 여전히 표정이 변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네가 이제 그룹으로 돌아 왔으니 아버지를 따라 LCS 그룹을 이어 가야 한다..!”시후는 이 둘째 할아버지에 대해 전혀 기억이 없었지만, 그가 자신에게 진심으로 말하는 것을 듣고 공손하게 말했다. "둘째 할아버지, 걱정 마세요. 제가 꼭 해내겠습니다..!""좋아! 훌륭해!" 은충탁은 기뻐하며 말했다. "서준이의 아들이 LCS 그룹에게 돌아오니 정말 기쁘다.. 조상님들이 내일 제사에서 매우 기뻐할 거야!"은명장은 한숨을 쉬지 않을 수 없었다. "서준이 살아있을 때.. 그는 LCS 그룹의 한 줄기 빛이었
호송대의 선두에는 20대 이상의 검정색 롤스로이스 차량이 있었고, 그 뒤를 이어 랜드로버 오프로드 차량 몇 대가 뒤따르고 있었다. 가장 충격적인 점은 오프로드 차량 뒤에는 20~30대의 운송 트럭이 있었는데, 운송 트럭에는 싸구려 관들이 여러 개 수평으로 놓여 있었다는 점이다! 평상형 트럭에 놓인 이 관들은 모두 밝은 빨간색 밧줄로 트럭에 고정되어 있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관이 밝은 빨간색 밧줄로 고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각 관의 윗부분에는 빨간색의 거대한 붉은 꽃들이 걸려 있었다는 것이다..!한국의 장례 풍습에서는 흑백을 기본색으로 하고, 밝은 붉은색은 금기시된다. 그런데 붉은 밧줄과 붉은 꽃을 붙인 이 싸구려 관들은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보였다.LCS 그룹의 경호원들은 이 차량들을 보고 경계하기 시작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즉시 호송대 앞에 서서 저택의 문을 굳게 잠갔다. 뒤이어 경호 관리자가 일어서서 호송대를 향해 소리쳤다. “여기는 LCS 그룹 별장이다! 관계자 외에는 그 누구도 가까이 갈 수 없다! 돌아가지 않으면 우리 탓은 하지 말라고!”이때, 가장 선두에 있는 롤스로이스가 천천히 멈춰 섰다.즉시 차 문이 열리더니 흰 정장 차림의 블랙 드래곤 첸이 내렸다. LCS 그룹의 경호 대장이 나서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무슨 짓입니까?"첸은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내가 누구냐고? 감히 안뜰을 지키는 개가 내가 누군지 알고 싶어 하다니! 당장 가서 그룹 사람들에게 우리 장로님이 준비한 관이 배달되었다고 전해. 당장 확인하라고!”LCS 그룹의 경호 대장은 즉시 화를 내며 소리쳤다. “무슨 헛소리야? 미친 거 아니야? 당장 나가지 않으면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탓하지 말라고!”LCS 그룹의 경호원들은 기본적으로 경호와 무술을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들이며, 그의 힘은 엘에이치 그룹에 있는 진주 하씨 집안 무사들과 맞먹었다. 하지만 그는 하성홍보다는 힘이 약했기에, 그는 강력한 힘을 가진 첸의 힘을 알아차릴
그들 앞에 펼쳐진 피비린내 나는 상황은 LCS 그룹의 경호원들이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었다..! 가장 강력한 경호 대장을 만나자마자 그를 때려 죽일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이 얼마나 무서운 힘인가?!순식간에 LCS 그룹의 경호원 100여 명은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들 모두가 속으로 겁에 질려 있었다..! 첸은 경호 대장을 주먹 한 방으로 때려 죽였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그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손등을 살짝 닦은 뒤 주위를 둘러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도 내 앞에서 반항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당장 나와!”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LCS 그룹 경호원 수백 명이 차례로 10미터 뒤로 물러섰다. 조금 전 대장이 상대에게 살해 당했을 때, 그들은 모든 투지를 잃었다.그들이 후퇴하는 것을 본 첸은 즉시 입에 시가를 꺼내 불을 붙이고 연기를 한 모금 마시고는 비웃었다. "자, 잘 들어.. 내가 이곳에 온 것은 LCS 그룹 구성원들이고, 그 놈들을 지키는 마당에 있는 개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으니 문만 열어주고 길을 막지 않는 한 너희들의 목숨은 살려주겠다!" 첸의 표정은 갑자기 극도로 차가워졌다. 그는 멀리 있는 죽은 경호 대장을 가리키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나 아직도 이 죽은 자식과 같이 감히 내 앞에 서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면. 목숨을 잃어도 나를 탓하지 말라고!”이 말을 들은 경호원들은 모두 극도로 당황스러워졌다. 상대의 힘은 자신들이 대적할 수 있는 단계를 이미 앞섰다. 이때 감히 상대에게 달려 든다면, 결국 경호 대장보다 더 불행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경호원 일행은 재빨리 문을 열었고, 마치 항복한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재빨리 양쪽으로 물러 서 정문을 완전히 열어 주었다.첸은 이 무리의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경멸스럽게 코웃음을 쳤다. 사실 그는 오늘 관 배달 같은 건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는 블랙 드래곤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식스 스타 장군이라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
이들 작업자 중 그 누구도 지금 자신들이 이렇게 단순하고 거친 방식으로 제이크 한을 해동시켜야 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제이크 한은 섭씨 영하 200도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기에, 온수에 들어간 그 순간 수조 안의 물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작업자들은 다급히 순환 펌프를 가동시켜 가열 장치를 통해 물을 계속 데우며 수조 안의 온도를 섭씨 40도로 유지하려 애썼다.하지만 이처럼 무리한 해동 방식은 곧바로 큰 문제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제이크 한의 피부가 해동되기 시작하자마자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마치 갓 해동된 소고기 덩어리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 액체가 파열로 인해 흘러나오며 혈액과 체액, 세포액이 섞인 핏물이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책임자는 얼굴을 감싸며 놀라 외쳤다. “회장님... 이건... 이건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손상입니다...”배유현 역시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말했다. “됐어요,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할 일이 아닙니다. 다들 물러가 주세요.”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책임자가 앞장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회장님, 그럼 저희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는 작업자들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곧 시후를 부르러 가려 했지만, 뜻밖에도 시후는 이미 휴게실에서 나와 있었다. 배유현은 피 섞인 물속에 담긴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말했다. “은 선생님... 제이크 한 경감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입니다...”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뇌만 멀쩡하면 되거든요.” 시후가 이렇게 무리한 방식으로 따뜻한 물에 바로 담가 제이크 한을 해동하라고 한 이유는 바로 중대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바로 중소단의 무차별적인 회복 능력이었다. 중소단에 있어서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중에서 회복할 수 없는 것은 뇌와 뇌에 저장된 기억들 뿐이었다. 그러나 제이크
시후는 제이크 한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이크 한이 만약 다시 깨어나고, 예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후 사정을 끝까지 파헤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도대체 누가 페이셔스 그룹의 악질 사이코 배호영을 죽였는지, 또 누가 Samson 그룹 일가를 몰살시키려 했는지, 이 모든 진상을 기어이 밝혀내려 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제이크 한과 진심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생각을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배호영을 죽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며, 그는 물론 Samson 그룹 전체를 구한 사람도 자신임을 정확히 알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만약 제이크 한이 이 은혜를 알고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시후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이 은혜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제이크 한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그를 기절시켜 뉴욕 길바닥 어딘가에 버려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의 목숨은 살려준 셈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결정한 시후는 배유현에게 지시했다. “배유현 씨, 7번 냉동 캡슐에서 액체질소를 모두 빼고, 제이크 한을 따뜻한 물에 담가서 해동시키도록 하십시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배유현은 시후가 어떤 방법으로 그를 살리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존경이 있었기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보안을 위해, 먼저 함께 온 분들과 옆방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해동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신이 제이크 한을 되살린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후의 동행인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지만, 작업에 투입되는 일반 직원들은 아무래도 보안상 신뢰성을 보장하기
시후는 배유현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온 뒤, 1층의 센터를 지나 특수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지하 5층의 냉동센터로 향했다.이 냉동센터는 본래 배원중이 자신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장소로, 사용 연한은 무려 300년으로 설계되었으며, 그 보안 수준은 마치 대통령이 세계 종말 대비 계획에 포함된 방어 시설에 버금갈 정도였다. 비록 지하 5층이라 하지만, 실제 깊이는 거의 지하 100미터에 달했고, 전략적 물자도 완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령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더라도 무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이 냉동센터는 설계상 최대 100구의 시신을 보관할 수 있었지만, 현재 이곳에 진짜로 냉동된 인물은 실험용 시신들을 제외하면 단 한 명, 바로 제이크 한 뿐이었다.시후는 냉동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광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이 공간 전체는 곳곳에 각종 장비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공기·산소·액체질소 등을 전달하는 굵은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가득히 얽혀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들이라고 할 것이다. 이 탱크는 하나하나가 최소 4~5미터는 되어 보였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인간이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거대한 탱크들은 바로 인간을 냉동 보존하기 위한 냉동 캡슐이었다.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배유현은 이미 이곳의 모든 연구원과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태였기에, 지금 이 공간에는 시후와 시후의 동행자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지극히 한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곳이 본래 초저온 시체 보관소이기에 더욱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이때, 배유현은 시후의 곁에서 설명했다. “은 선생님, 현재 인체 냉동 기술 기준으로는 사람이 사망한 뒤 약 50시간에 걸쳐 서서히 온도를 낮추며 냉각을 진행하고, 그 후에 냉동 캡슐에 넣어야 세포가 급속 냉각 중 얼음 결정이 생겨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후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미국 FDA의 수장이며, 미국 사회에서도 명실상부한 상류층이자 최고 수준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시후는 너무나도 가볍게 현재 직책을 버리고 어렵게 이룬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스미스에게 있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그가 한동안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조언일 뿐입니다.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뒤 그는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갑시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손짓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스미스는 눈앞에서 시후와 배유현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곁에 있던 동료가 다가와 스미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즉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미국 행정부 구조상, FDA는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이며 FDA의 인사권은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었다.전화를 받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어이, 스미스? 무슨 일인가?”그러자 스미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관님, 제가 정중하게 사직 의사를 전하려 연락 드렸습니다. 앞으로 저는 FDA의 어떤 업무도 맡지 않겠습니다.”장관은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스미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대학 시절부터 자네는 FDA를 이끄는 게 꿈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막 2년 정도 일했는데 벌써 그만두겠다고?”스미스는 단호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FDA 직책을 내려놓고, 지미를 데리고 한국으로 갈 겁니다.”“한국으로?” 장관이 급히 물었다. “혹시 지미를 데리고 구현제약을 찾아가려는 건가?”스미스는 잠시 망설이
게다가 구현재조환은 이미 구현제약에 큰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구현재조환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된 셈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말을 듣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듣기로는 구현제약이 현재 한국 내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집중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발 제 아들에게도 그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제 아들 지미는 너무 불쌍한 아이입니다... 저는 그 아이가 더 이상 암의 고통을 견디는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그러자 시후는 엄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도 말했듯이, 구현제약의 무료 치료 프로그램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죠. 그런데 당신과 당신 아들은 그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활동은 엄밀히 말해 한국 내에 있는 국내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따라서 한국 내에도 이 혜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 외국인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미안하지만, 현재 저는 도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스미스는 울면서 말했다. “은 선생님... 하지만 도와주지 않으신다면, 제 아들은 곧 죽게 될 겁니다... 겨우 12살짜리 아이가 암에 목숨을 잃는 걸 그냥 지켜보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 논하자면, 매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 중에는 당신 아들과 비슷한 나이거나, 혹은 더 어린 아이들도 많죠. 하지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치료해줄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니 스미스 씨, 이런 감성팔이식 압박은 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호소를 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왜 미국에 있는 화이자나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에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
예를 들어, J.K. 롤링이 쓴 해리포터라는 소설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소설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들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에게는 전략적인 가치는 가져다 줄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백악관이나 중국 정부는 이러한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나 기업들이 전략적 가치가 있는 특허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들은 가장 먼저 그 기술을 손에 넣을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구현재조환의 놀라운 점은, 환자가 어떤 종류의 암을 앓고 있든, 어떤 병에 걸려 있는지도 상관없이 심지어 온몸에 질병이 전이가 되어 장기 기능이 망가지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암 말기 환자라 할지라도, 이 약을 먹기만 하면 즉각 눈에 띄는 호전을 보인다는 것이었다!그렇기 때문에 이 약을 단순히 돈벌이용으로 쓴다면, 전 세계에서 엄청난 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암에 걸리기만 하면 자신의 전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구현제약에 갖다 바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약을 전략 자산으로 본다면, 단지 돈을 벌 수 있는 차원을 넘어, 다른 나라를 상대로 협상 카드로 쓸 수도 있고,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협박 수단이 될 수도 있다.그래서 백악관이 처음 한 생각은 바로 이렇게 좋은 것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불쾌한 표정을 보고는,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이 일은 이미 제 능력 밖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FDA 책임자로서, 약물 승인과 감독만을 맡고 있지 군이나 CIA가 요원을 파견하는 것의 여부까지는 제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스미스는 애절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간청했다. “은 선생님, 저는 지금 단지 암에 걸린 제 아들의 아버지로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제발... 제 아들이 살 수 있도록 구현재조환을 조금만 더 팔아 주십시오...”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에게
제임스 스미스는 시후를 보자 몹시 놀랐지만, 동시에 절망 속에서 생명의 끈을 붙잡은 사람처럼 기뻐하며 감격했다.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스미스 씨, 당신이 여기에 왜 있는 겁니까?”스미스는 무의식적으로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저는 FDA에서 진행 중인 몇 가지 임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가 현재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기술센터와 협력하고 있어서 오늘 일부 정기 업무 차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스미스는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엎드렸고,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말했다.“은 선생님... 지금까지 정말 당신을 간절하게 다시 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없었어요. 한국에도 여러 번 찾아갔지만, 구현제약 쪽 사람들도, 저 뒤에 계신 이화룡 씨도 저를 은시후 씨와 연결해주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이화룡 씨는 몇 번이나 소개비를 받고도, 계속 차일피일 만남을 미루기만 하고 전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시후 뒤편에 서 있던 이화룡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으며 말했다. “이 양키야, 네놈이 은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한 건, 속셈이 뻔했잖아. 내가 모를 줄 아나? 네 놈들의 목적은 구현재조환을 사들여서 미국에 가져간 뒤 역설계 하려는 것이었잖아! 내가 분명히 말해두지만, 네놈들이 준 소개비? 난 한 푼도 안 돌려줄 거다! 할 수 있으면 고소해봐!”스미스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그제야 이화룡이 바로 시후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허둥지둥 시후에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은 선생님... 저는 절대 구현재조환을 역설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FDA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구현재조환을 미국 시장에 도입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 아들의 병도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겨우 상자를 얻었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백악관의 임원들에게 거의 다 빼앗기다시피 했습니다. 결국 정말 제 아들을 위해 쓸 수 있었던 구현재조환은 극히 소량이었어요. 그
“네 알겠습니다.” 시후가 말했다. “그럼 이따 뵙죠.”“네, 은 선생님. 이따 뵙겠습니다.”15분 후, 배유현이 탄 헬리콥터가 버킹엄 호텔 옥상에 착륙했다. 시후는 소이연, 안세진, 이화룡과 함께 헬기에 올랐다.30분 후, 헬리콥터는 뉴욕 교외의 외진 지역에 위치한 한 건물 상공에 도착했다. 이곳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 기술센터였다. 이 건물은 반경 2km 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건물로, 25층 규모에 보안도 매우 철저했다.헬기에서 내리자, 배유현이 앞장서며 길을 안내했고, 걸어가며 시후에게 설명했다. “은 선생님, 이곳은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자금을 투자해 만든 의료과학 기술센터입니다. 주요 목적은 고급 치료기술과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험이에요. 현재는 암 분야에서 가장 선진적인 양성자 치료 시스템, 세포 면역요법 등을 포함한 치료 기술들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전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은 선생님, 혹시 메이오 클리닉에 대해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세계 최고의 암 전문 병원으로 불리는 곳이죠.”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어봤죠. 메이오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으니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겁니다.”그러자 배유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곳의 암 진료팀의 구성원 중 60% 이상이 메이오에서 온 인재들이에요. 메이오의 최고 전문가들이 이곳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 최첨단 연구 분야에서는 우리가 메이오보다 앞서 있는 부분도 있어요. 왜냐하면 메이오는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이어 배유현은 이렇게 덧붙였다. “게다가 이곳에는 미국 내 최고의 장기 이식 센터, 최고의 암 진단 및 치료팀, 최정상 급의 심뇌혈관 및 노화방지 분야의 연구팀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의 냉동센터는 지하 5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최대 300년 동안 운영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었죠. 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세상을 떠나면 곧장 이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