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일찍, 시후는 장을 보러 나가려고 하는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진설아였다.진설아는 "은 선생님, 혹시 지금 집에 계세요?"시후는 “네, 지금 집에 있습니다만.. 저에게 볼일이 있나요?"라고 물었다.진설아는 "아, 다름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한약재를 좀 전해 달라고 하셨거든요.. 얼마 전에 송 대표님께서 주문하신 약재라고.. 언제 여유가 되실 지 몰라서 제가 이렇게 먼저 확인하려 연락드렸어요."유나는 지금 작업실 일 때문에 외출을 했고, 장인 어른은 장모와 함께 별장의 리모델링과 인테리어가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하러 나갔기 때문에 시후는 지금 혼자 집에 있었기에 괜찮았다."지금 괜찮습니다. 집으로 오시겠어요?"진설아는 다급하게 "아! 그럼 은 선생님, 곧 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얼마 뒤 시후는 벨이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그가 문을 열자, 길게 늘어뜨린 웨이브 헤어 스타일에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아리따운 외모의 진설아가 서 있었다. 그녀는 현관문 앞에 커다란 트렁크를 둔 채 수줍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 은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죠? 진설아예요, 절 기억하고 계실지는 잘 모르겠지만..."설아는 지금 시후의 앞에서 매우 긴장한 채 서 있었다.어제 아버지와의 대화 중에 아버지가 자신에게 은 선생을 사위로 맞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말한 후부터, 그녀는 밤새 뒤척이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머릿속은 온통 시후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녀도 이성에 많은 관심이 생길 나이였기에 그녀의 마음은 더욱 불타올랐다.어느 누가 잘생기고, 재력 있고, 능력도 좋은 남자를 남친이나 남편으로 삼고 싶지 않겠는가?그녀가 주위를 보아도 시후와 수준이 비슷한 남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그러니 그는 정말 차원이 다른 사람이었다.사실 그녀의 아버지는 시후와 썸이 있기를 바라셨지만, 그런 압박이 아니더라도 설아는 그에게 반할 수밖에 없었다.시후는 설아가 왜 이
설아가 트렁크를 열자, 최고급 한약재들이 시후의 눈을 사로잡았다.심지어 시후 조차도 연줄이 없으면 절대 구할 수 없는 약재들이었다!시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아니.. 어떻게 진 선생님께서 이렇게 좋은 약재를 많이 구해주신 겁니까?"설아는 재빨리 대답했다. "아, 저희 천진 그룹이 여러 가지 사업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걸 아직 모르셨죠? 그 사업 중 하나가 바로 한약재 유통업입니다.. 저희 집안이 통일 신라시대부터 대대로 약재상이었거든요.. 제가 알기로는 저희 조상님들이 8세기? 정도부터 일본으로 신라 인삼을 수출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고려인삼 아시죠? 그 신라시대의 인삼이 나중에 고려시대에 가서 유명한 고려인삼이 되었던 거래요.. 그래서 저희 집안은 그 때부터 약재를 수출하고, 수입하는 일을 하게 되었죠.. 그러니 국가를 따지지 않고 최고의 약재들을 구할 수 있도록 수없이 많은 유통망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설아는 또 다시 다급하게 말했다. "아 참!! 저희 아버지가 은 선생님께서 앞으로 필요하신 어떤 약재라도 말씀만 하시면 전해주겠다고 하셨어요! 만약 말만 하시면 저희 천진 그룹은 최선을 다해 은 선생님의 요구 사항을 만족시켜 드리겠다고요!”시후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그는 우연히 《구현보감》을 얻어 읽어본 이후로 그 책의 신비함에 매료되었다. 그 책에는 약을 정제하는 기술과 처방은 매우 많았지만, 약재들은 기재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계속해서 이 재료들과 관련된 것 때문에 많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진원호의 집안이 그렇게 오래 된 약재상이었다니!그러자 그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좋아요, 좋아! 앞으로 협조를 해주시면 제가 환약을 만드는 일이 훨씬 수월해질 것 같네요!!”설아는 시후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동안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땅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시후는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했다. "어.. 왜 이러는 거예요?? 얼른 일어나요!!"설아는
진원호도 진설아도, 그저 환약은 오직 한 알 만을 바라고 있었을 뿐이다.그들이 보기에, 그렇게 뛰어난 효과의 약을 하나만 얻어 오더라도 이미 대단한 일이었기 때문이다.이런 신비한 약을 손에 넣었으니, 앞으로 그들은 만약 숨이 꼴딱 넘어가는 사람이라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위기의 상황에서 사람을 구해낸다는 것은, 그들에게 매우 큰 의미가 있다.하지만 어느 누구도 시후가 두 알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설아는 시후의 말을 듣고 벼락을 맞은 듯 놀라 잠시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그녀는 아름다운 눈으로 시후를 바라보다가 커다란 눈에서 뚝뚝 눈물 방울을 떨어뜨렸다.설아는 눈물을 흘리며 "선생님... 정말이에요?""왜요? 제가 설아 씨를 속이는 게 두려워서 그러세요?"“아니요! 아니에요오!!!” 설아는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었고, 그 눈물 방울을 모두 흩날려 버렸다. 시후는 그런 설아가 귀여워 보였다.설아는 흐르던 눈물을 닦으며, "그저 믿을 수가 없어서요...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해요!!"라고 말했다.말을 마치자 설아는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그녀는 아마 자신의 아버지가 여기에 있었더라도 시후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반드시 이렇게 인사를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시후는 흥분한 그녀의 모습에 빙긋 웃으며 "그럼 설아 씨 돌아가서 아버지께 말씀드려요, 저는 한 입으로 두 말하지는 않는 사람이라고.. 약을 만든 후에 두 알을 드리겠지만, 앞으로 제가 그룹에 원하는 재료가 있다면, 절대로 날 속이지 말고 정확하게 전달해 주실 것을 바란다고요..”설아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네 선생님, 잘 알아들었어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그러자 설아는 얼굴이 방그레 붉은 사과처럼 변했다. 그리고는 수줍게 말했다. "음.. 선생님.. 앞으로는 그냥 설아라고 불러 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말도 편하게 해주세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설아야. 그럼 이제 일어나는 게 좋겠어.”
설아는 비할 바 없는 설렘을 안고 기쁨에 날뛰며 집으로 돌아왔다.진원호는 애타게 딸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딸이 이번에 약을 구하러 가는데, 시후가 과연 동의할 것인지 확신이 없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사실 목숨을 다 바쳐 시후의 명에 따를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시후가 혹시나 자신의 기업을 얕볼까 봐 두렵기도 했다.천진 그룹은 로이드 그룹보다는 그 유통망과 영향이 조금 더 큰 편이었지만, 이룸 그룹에는 훨씬 못 미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최근 시후가 이룸 그룹과 관계가 좋아 보였기에 감히 자신들의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있기라도 하겠는가?안절부절 못하고 있을 때 설아가 집으로 돌아왔다.설아의 차가 별장의 뜰에 멈추자 진원호는 쏜살같이 달려 나왔다.마침 설아가 차를 세우고 문을 밀고 차에서 내리자 진원호는 다급하게 "설아야, 어때? 선생님께서 허락하셨니?!"설아는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 은 선생님이 허락하셨어요!! 주시겠대요!!”"잘 됐다."진원호는 흥분해서 한바탕 크게 웃었다. 이렇게 마음이 흥분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이때 설아는 "아빠, 그리고 그거 아세요? 은 선생님이 우리에게 환약을 만들면 두 알이나 주겠다고 하셨다고요!!"라고 말했다."뭐??!" 진원호는 갑자기 어안이 벙벙해졌다."두 개?! 은 선생님은 우리에게 그 대단한 약을 두 알씩 준다고 하셨다고? 잘못 들은 거 아니야?!” 진원호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설아는 이때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진짜 두 개나 준다고 하셨다니까요?? 잘못 들은 게 아니에요!!""세상에!" 진원호는 왈칵 눈물을 흘리며 "은 선생님, 우리를 인정해주시는 겁니까?"라고 하늘에 대고 물었다.설아는 바삐 "은 선생님이 앞으로 약재의 수요가 있을 것이니, 우리에게 잘 전해 달라고 하셨어요. 잘 부탁드린다면서.."라고 말했다.진원호는 "설아야 정말 좋다. 이렇게 되다니 정말 잘 됐어! 은 선생님이 우리 천진 그
시후가 약을 갈아야 하는 일은 몇몇 상위층 대기업과 관련해서 일어나고 있었다.로이드 그룹의 대표 임 대표, 그리고 여러 재벌가에서도 이 소식을 들었다.그들 대표는 모두 참지 못하고 시후에게 약을 구하려 했지만, 막상 입을 열 낯이 없었고 그저 입을 한 번 열어 볼 사람은 임 대표 한 사람뿐이었다. 임 대표는 자신감이 있었다. 왜냐하면 자신은 이미 시후에게 충심을 표했고, 심지어는 엄청난 금액의 별장도 시후에게 선물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그는 오후에 시후네 집으로 달려가 집에 있는 틈을 타 무릎을 꿇고 환약을 구할 생각이었다. 분명 시후는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아무튼 지금은 아무래도 자신이 쓰기 좋은 사람이니까.. 자신의 아들은 어리석은 짓을 했지만 이미 계산할 것들은 다 해버렸기에 지금 그는 고분고분하게 시중을 들고 있으니 시후가 그렇게 인색하지는 않을 것이다.그런데 임 대표는 시후에게 확답을 받았다. 그는 감격하여 시후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부자인 사람일수록, 가진 것이 많을 수록 죽음을 두려워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환약은 그들에게 있어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이었기에 누구나 맹신할 수밖에 없었다.임 대표에게 승낙하고 그를 보낸 후, 시후는 집에 있던 일부 약재를 꺼내서 환약 한 무더기를 제련하였다.이번에, 그는 약재의 10분의 1만 써서, 30알을 만들어냈다.게다가, 이번 약은 지난 번 보다 재료들이 많이 좋아져서 약효가 아마 10배 정도는 더 높을 것이다.그전 같으면 거의 대부분 중간 정도의 내상을 치료할 수 있었을 텐데. 이번 약은 아무리 치명적인 내상이라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최 선생처럼 오랜 고질병을 앓은 사람이라도 반 알만 씹어 삼키면 그 병을 완쾌할 수 있을 것이다.만약 살인자에게 쫓기 더라도, 이 약을 먹으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것이고..약을 다 정련한 후에, 시후는 20알을 남기고, 10을 각각 포장해서 송민정, 최 선생, 진원호, 임 대표에게 전화로 알려주었다. 그리고 오늘 밤 헤븐 스프링스
시후가 참지 못하고, 민정을 몇 번 더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민정은 오늘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아름다웠다.그녀를 유나와 비교하면, 두 사람은 생김새와 체격이 거의 비슷하지만 민정의 풍격과 아우라는 자신의 아내보다 훨씬 나았다. 민정은 이룸 그룹의 자제라 그런지 그녀가 내뿜는 아우라는 결코 범상치 않아 보통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설아는 이때도 얼굴을 붉히고 시후에게 다가가 예를 표했다.민정처럼 성숙하고 지적인 아름다움과 달리 설아의 자태는 색다른 느낌이었다.설아는 옅은 화장을 했는데, 그녀는 무술을 익혀 본래 빙산의 눈꽃과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러나 마음속에 시후가 들어 앉은 그녀는, 봄 햇살 속에 피어나는 꽃송이 같았고 조금씩 여리여리함과 섬세함을 함께 뽐냈다.그녀가 시후를 바라보니, 두 뺨에 절로 새빨간 빛이 떠올랐다.그러자 민정의 눈동자에 어른거리는 뭔가가 있었다. 그녀는 육감적으로 설아를 경계해야겠다는 걸 느꼈다.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천진 그룹의 이 진설아라는 아이.. 설마 은 선생님을 마음에 두고 있는 건가? 할아버지께서도 은 선생님을 이룸 그룹의 사위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설마 저 설아라는 아이도 내 마음과 같은 거야?!’시후는 민정과 설아의 속마음을 모르고 그저 미소를 건네며 말했다. “앞으로 기억하세요.. 저와 함께 지내면 허례허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가볍게 여기니, 그냥 잘 지내기만 하면 그게 제일 좋지 않겠어요?”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듣자 얼른 손사래를 쳤다."은 선생님은 어떤 분이신데요.. 저희가 공손하게 모셔야지요!!"임 대표도 "은 선생님은 거의 탑급 아니십니까? 또 기다리면 이런 일이 있을 테니 군소리 않고 그냥 기다리고만 있겠습니다!”최 선생은 참지 못하고 "은 선생님은 의술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으신데..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미 선생님의 실력에 감탄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존경할 수 밖에 없지요..”그러자 시후
이렇게 많은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였으니, 이화룡은 감히 큰소리로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설령 그가 가지고 있는 헤븐 스프링스라고 할지라도, 그는 그저 시후 앞에서 꼬리를 흔들며 자신을 한 번 더 쳐다보길 바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시후는 이화룡이 안절부절 못하며 마음을 쓰는 것처럼 보이자 빙긋 웃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혹시 함께 하실래요?"이화룡은 시후의 말에 "아, 감사합니다!! 하지만 전 그저 선생님과 함께 일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영광입니다!”시후는 고개를 약간 끄덕인 뒤 주인공 자리에 앉았다.이화룡은 그제서야 깍듯하게 "선생님 혹시 다른 분부가 있으십니까? 그냥 부르시면 제가 바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말을 마치자, 그는 조심스럽게 룸에서 나가, 마치 웨이터처럼 다이아몬드 룸 입구를 지켰다.이화룡은, 서울에서 유명한 조폭 두목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겉으로 봐서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시후와 밥을 먹는 이 거물들은 저마다 대단한 인물들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신분으로는 아직 테이블에 합석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고, 그저 시후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이화룡에게는 행복한 일이었다.시후가 자리에 앉자마자, 민정이 뒤를 따르더니 바로 시후의 오른쪽 자리에 앉았다.두 사람은 바싹 붙어 있었기에, 시후는 민정의 은은한 체취를 가까이에서 맡게 되었다.원래 식사 예절에 따르면, 가장 VIP가 주좌석에 앉은 뒤 그 다음 귀빈이 VIP의 양쪽에 앉기 마련이다.이 중에서 이룸 그룹이 가장 권력이 강하니 이룸 그룹의 대표인 민정이 당연히 시후와 함께 앉아야 했다.그러니 이 때 누가 시후의 다른 편에 앉을 수 있을지.. 속으로 서로 싸우고 있었다.이때 진원호는 설아를 밀치고, 빙그레 웃으며 시후에게 말했다."선생님, 당신은 신통하신 분입니다. 그러니 우리 딸 설아가 당신을 우상처럼 여기니, 요 녀석까지 선생님 옆에 앉혀 대접하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십니까?"이 말이 나오자, 민정은 보기
자신이 물려받은 의술보다 더 뛰어난 시후의 의술을 익힐 수 있다면 소희도 배울 기회가 적지 않을 것이다.사실 이것도 그가 소희를 데리고 식사에 참석한 목적 중의 하나였다. 물론 다른 목적은 시후에서 약을 구하는 것이었지만..그는 반평생을 자신의 상처에 시달렸는데, 지금은 마침내 그것을 일거에 완치시킬 기회가 생겼다.이를 생각한 최 선생은 소희에게 깊은 눈빛을 보내며 시후와 친해질 기회를 엿보라고 했다.소희가 어찌 외할아버지의 생각을 모를 수 있으랴, 그녀의 두 뺨에는 새빨간 빛이 떠올랐고, 그녀는 곧 부끄럽고, 뜨거워졌다.소희는 고개를 숙였지만 이내 속에서는 파도가 일었고, 고개를 들어 시후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비비 꼬았다.시후는 그녀가 만나 본 가장 대단한 의사로, 인품이나 용모나 다 상급이며, 세상에 보기 드문..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다만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어찌 시후와 어울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소희 외에도 설아와 민정 역시 시후를 바라보는 눈빛이 반짝였고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시후는 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못한 채 사람들을 보며 웃더니 잔을 들어 보이며 소리쳤다. "여러분, 제가 이곳에서 여러분을 알게 된 것도 인연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함께 해야 할 일이 많아요!"그의 손이 막 움직이자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도 한 발 늦을까 봐 분분히 잔을 들었다.민정은 급히 시후에게 "은 선생님이 너무 겸손하셔요.. 그냥 무슨 일이 있으시면 알려주세요.."라고 말했다.최 선생 역시 "은 선생님은 의술이 천하에 달하셨고, 의술이 신통하여 저도 그저 놀랄 따름입니다.. 그러니 제가 감히 따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시후는 싱긋 웃으며, "됐어요... 하하. 그럼 모두 이 잔을 비우시지요!"라고 말했다.“건배!!”여러 사람들은 함께 술잔을 기울인 뒤 공손히 잔을 들었지만, 시후를 쳐다보았다.시후는 이때 잔을 내려놓은 뒤 품에서 상자를 꺼냈다.이내 사람들은 모든 동
이 시각, LCS 그룹의 콩코드 여객기는 공항 활주로의 끝에서 대기 중이었다. 가느다란 기체와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은, 이 비행기를 마치 유령처럼 보이게 만들었다.이 비행기는 시후가 미리 준비해 국내에서 멕시코까지 보낸 전용기로, 그를 귀국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민간 항공이나 일반 전세기는 환승이나 준비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이 콩코드기는 전체 비행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줄 수 있었다.시후가 탄 차량이 공항 활주로에 진입하자마자, 기체 내부에서 탑승문이 열렸고 두 사람이 빠르게 내려와 계단 아래 좌우에 나란히 서서 정중히 대기하고 있었다. 이 둘은 바로 시후의 왼팔,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인물들로 한 명은 바로 버킹엄 호텔의 책임자 안세진, 나머지 한 명은 뒷골목의 실세 이화룡이었다.두 사람 모두 시후의 지시로 이 전용기를 타고 국내에서 멕시코까지 날아왔지만, 정작 그들은 왜 시후가 자신들을 이렇게 먼 곳까지 불렀는지 아직 알지 못했다.이화룡은 시후가 탄 차량이 다가오는 것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안세진에게 물었다. “부장님, 도련님께서 우릴 멕시코까지 부른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안세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모르지... 나도 그냥 도련님이 오라고 하셔서 비행기를 타고 같이 온 거야. 이후 일정은 나도 모르지.”이화룡은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제 생각엔 도련님께서는 이번에 당장 떠날 준비를 하시는 것 같은데요. 아 참... 난 무슨 일 시킬 줄 알고 기대했잖아… 게다가 온 김에 정통 멕시코 타코를 좀 먹어볼까 했는데 말입니다...? 제가 타코를 꽤나 좋아하잖아요. 국내에서도 파는 데가 있긴 한데, 뭔가 제대로 된 맛이 아닌 것 같아서 말이죠. 원래 음식은 그 나라에서 먹어야 진짜 맛이 나는 거 아니겠습니까.”그러자 안세진은 웃으며 말했다. “타코를 먹는 건 급한 일이 아니니까, 나중에 도련님이 시키시는 일이 끝나고 내가 제대로 자리를 마련해주도록 하지!” 그리고는 곧이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여기 멕시코에서는
시후는 장모 윤우선이 감옥 안에서 그런 별명을 스스로 붙였을 줄은 몰랐다. 베드포드 힐의 귀신도 벌벌 떠는 수감자라니... 솔직히 말해, 이 별명은 들으면 들을 수록 묘하게 인상적인 것 같았다. 하지만 시후는 놀라지 않았다. 그게 바로 장모 윤우선의 전형적인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윤우선은 바로 뒷배만 믿고 날뛰는 약자라고 하기에는 뭔가 애매하지만, 뒷배가 있다면 남을 괴롭히는 스타일이라면 딱 들어맞는 인물이었다.예상치 못하게 불과 이틀, 사흘 사이에 교도소 내에서 그런 존재가 됐다니 윤우선은 정말 감탄할 만한 적응력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그럼 그냥 두지 뭐. 본인이 즐거우면 된 거지... 내가 뉴욕에서 볼일을 다 보고 돌아오면, 장모님께서 베드포드 힐의 귀신도 벌벌 떠는 수감자든, 미친 듯 날뛰는 멧돼지가 됐든 간에, 어쨌든 그때는 무조건 나오셔야죠.”성도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럼 은 선생님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그렇게 하죠.” 시후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럼 가서 볼일을 처리하고, 나는 버스 쪽으로 가서 아직 정리 안 된 일이 있는지 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네, 은 선생님.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성도민은 공손히 인사를 한 뒤 자리를 떴다.시후는 대형 버스에 올라탔다. 그는 구조된 사람들 한 명 한 명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고, 동시에 아주 미세한 영기를 그들의 몸속으로 전해주었다. 물론, 사람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마지막으로 시후가 악수한 사람은, 예전에 자신에게 봉골등을 건넨 할머니였다. 시후는 그 할머니의 손을 잡으며 진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어르신, 제 부하들이 어르신과 아드님을 먼저 귀국시킨 뒤 생활상의 문제들도 도와드릴 겁니다. 주소도 기록할 거고요. 제가 귀국한 후에 직접 어르신 댁으로 찾아 뵙겠습니다.”할머니는 감격스러우면서도 당황한 듯 말했다. “은... 은 선생님... 그게 어찌 가능하겠습니까. 저희는 은인 덕분에 살아난 사람들이니,
“예 알겠습니다! 이해했습니다!” 성도민은 그 때 다소 흥분한 상태였다. 비록 그는 오랫동안 블랙 드래곤을 이끌어왔지만, 블랙 드래곤이 자체 위성 통신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 이건 단순히 조직의 업그레이드를 넘어, 질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나훈구가 시리아로 가는 것을 승낙했기에, 시후는 그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버스에 태우지 않고, 성도민에게 지시하여 그를 다른 대원들과 함께 따로 차량으로 이동하게 하도록 지시했다.이때 성도민이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저희 쪽 사람들이 구지화의 행방을 찾아냈습니다. 그녀와 그녀의 정부는 현재 라스베이거스에 숨어 있으며, 구지화를 뉴욕으로 데려오기만 하면 장모님 쪽의 혐의는 완전히 벗을 수 있을 겁니다. 언제쯤 행동을 개시할까요?”“구지화?” 시후는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뉴욕 공항에서 우리 장모님과 접선했던 그 여자 말인가?”“예 맞습니다.” 성도민이 대답했다. “그 여자의 본명은 황수향이라고 하고, 김미화와 비슷한 부류의 인간입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히 말했다. “우선은 계속 감시만 하도록 합시다. 나도 아직 뉴욕에서 처리할 일이 남아 있으니, 지금은 성급하게 움직이지 말고 내가 필요하다고 할 때 그때 데려오도록 하죠.”“예 알겠습니다.” 성도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대원들에게 24시간 밀착 감시를 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언제든지 행동할 수 있도록 대비시켜 두겠습니다.”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그에게 물었다. “우리 장모님은 교도소 안에서는 잘 지내고 계시죠?”성도민은 머리를 긁적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은 선생님, 이걸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시후는 무심하게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하세요.”성도민은 두어 번 기침을 하더니 말했다. “크흠... 장모님께서... 지금 베드포드 힐 교도소에 계신데... 말 그대로 물 만난 고기처럼, 돌아갈 생각을 안 하시는 것 같
나훈구의 전공은 IT였고, 그 중에서도 위성 통신이 바로 그의 세부 전공이었다. 원래 그는 과학기술 연구와 개발 능력이 매우 뛰어난 전문가였다. 하지만 나이가 다소 많다는 이유와 대부분의 통신 업계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이 안정된 상태에서 이익만을 추구하며 신기술 개발에 큰 투자를 하지 않는 상황이 겹쳐 그동안은 만족할 만한 직장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사실 전문 기술자에게 가장 가슴 아픈 일은 바로 해고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야망을 펼칠 수 있는 진정한 환경을 만나지 못하는 데 있다. 그러나 시후의 말 한마디가, 나훈구에게는 엄청난 격려로 다가왔다. 시후는 그저 한 마디를 던진 것일 뿐이었지만, 블랙 드래곤을 위한 자체 위성 통신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결심을 내보였고 이와 같은 결단력은 보기 드문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나훈구는 자신의 능력과 포부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기에, 시후의 말을 듣고 몹시 흥분하고 들뜬 상태가 되었다. 그는 거의 아무런 망설임 없이 바로 소리쳤다. “은 선생님! 저를 믿고 이 일을 맡겨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반드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에 있던 성도민을 향해 말했다. “성도민 씨, 형님이 시리아에 도착하면 세후 연봉을 백만 달러로 지급하도록 하세요. 게다가 그쪽은 꽤나 멀기 때문에 매년 오십만 달러의 정착 지원금도 별도로 지급하고, 만약 프로젝트가 품질과 일정 모두 만족스럽게 진행되면 성과급도 따로 지급하는 걸로 하죠.”성도민은 즉시 공손하게 대답했다. “은 선생님, 안심하십시오! 시키신 대로 잘 준비하겠습니다!”옆에 있던 나훈구는 갑자기 긴장한 듯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안 됩니다, 안 됩니다... 은 선생님! 제 목숨을 구해주신 분께 제가 어떻게 돈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먹고 자는 것만 해결해 주신다면 나머지는 저는 한 푼도 필요 없습니다.”시후는 손을 내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형
시후 은 웃으며 말했다. “형님,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하면, 미국에 있는 아내와 자식들은 어떻게 하시려고요?”“괜찮습니다...” 나훈구는 매우 단호하게 말했다. “사람은 은혜를 알면 반드시 갚아야지. 만약 은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아내와 자식들은 제가 실종된 줄 알고 평생 불안에 떨며 여기저기 정보를 찾아 헤맸을 겁니다. 결국 제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경찰로부터 자세한 내막까지 듣게 될 테고, 그땐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고 비통해 했겠죠...” 이 말을 하며, 나훈구는 시후를 바라보다가 목이 메어 말했다. “제 목숨을 구해주신 건 물론이고, 제 아내와 자식들이 그런 극도의 슬픔을 겪지 않게 해주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은 저뿐만 아니라 제 가족들도 구하신 겁니다. 제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최선의 결과가 될 테니까요. 생활고야 어찌 되든, 저는 가족들이 충분히 견뎌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다만 조금 힘들게 살 뿐이죠.”시후는 나훈구의 단단한 표정과 흔들림 없는 눈빛을 보고는, 마음속 깊이 감동을 느꼈다.잠시 후, 그는 성도민을 불러 곁으로 오게 하더니 말했다. “성도민 씨, 이 분은 IT 분야의 전문가, 나훈구 씨입니다. 나는 블랙 드래곤에 반드시 이런 인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그를 데리고 중동으로 돌아가도록 하세요.”성도민은 기쁘게 말했다. “그거 정말 잘 됐습니다! 지금 블랙 드래곤에서는 IT 분야 하드웨어 구축을 강화하려는 참이었는데, 바로 이런 인재가 필요했습니다. IT 인프라와 미래 로드맵을 같이 설계해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했거든요!”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내가 보기엔, 앞으로 블랙 드래곤은 IT 기업들과 협력해서 자체 위성을 제작하고, 상업 위성 발사 기업을 통해 발사하여 자체 위성 통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블랙 드래곤 내부의 통신은 보안 수준이 매우 높아야 하기 때문에, 외부 통신망이나 서비스 업체에 의존하면 100% 보안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시후의 질문을 들은 나훈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무슨 계획이 있겠습니까. 간신히 은 선생님의 은혜로 살아남았으니, 일단은 미국으로 돌아가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죠...”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형님, 이미 멕시코까지 와서 선원 일을 하려 하셨던 걸 보면, 미국으로 돌아가도 마땅한 일을 찾기는 힘들지 않을까요?”시후의 이 말을 들은 나훈구의 표정엔 다소 민망함과 무력감이 함께 떠올랐다. 그는 한숨을 깊게 내쉬며 말했다. “괜찮은 일을 못 찾으면, 그냥 허드렛일이라도 해야지 뭐... 우리 어머니도 식당에서 일하셨는데, 저라고 못할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형님, 제 생각엔 차라리 이렇게 하시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이제 밖으로 나오셨으니 굳이 그렇게 서둘러 돌아가실 필요는 없잖아요? 형님은 IT 쪽 일을 하셨다면서요. 그렇다면 이후엔 블랙 드래곤에서 일해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블랙 드래곤은 현재 중동을 거점으로 해서 해상과 항공 양쪽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분명 IT 분야의 수요는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지게 될 것이고, 수준도 높아질 겁니다. 형님 같은 인재가 절실히 필요해요.”시후가 이 말을 할 때,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었다. 만약 나훈구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최상의 결과일 것이었다. 그는 성도민에게 충분한 보상을 준비시키고, 곧바로 중동으로 데려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나훈구가 거절한다면, 여기서 벌어진 비밀들을 알고 있는 그를 미국으로 그냥 돌려보낼 순 없었다. 그렇기에 다른 구출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오늘 일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지워야 할 것이다.다만 시후는 가능하면 그 두 번째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과 인연이 닿은 사람이고, 이렇게 큰 사건을 겪은 이상 그에 걸맞은 기회도 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억을 지워버리면, 그에겐 이 피비린
때로는, 평생을 바쳐도 이성 무인에서 삼성 무인으로의 도약조차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성 무인이란, 사실 대부분의 무인들이 평생 머무는 한계점과도 같았다. 하물며, 삼성에서 사성, 사성에서 오성, 오성에서 육성으로의 도약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그런데 이번에 시후가 건넨 이 한 잔의 술이, 백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단숨에 수련 경계를 뛰어넘게 해주었다는 건, 그들에겐 말 그대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블랙 드래곤에서 가장 강한 실력을 가진 성도민은 자신과 함께한 대원들을 돌아보았다. 그들 대부분이 수련 능력이 상승한 것을 발견하고는, 성도민은 가슴 속 깊은 감격을 억누르지 못했다. 그러자 그는 시후를 다시 바라보며, 감격과 동시에 경외심 가득한 눈빛으로 무릎을 꿇은 뒤 공손히 말했다. “저 성도민은 은 선생님의 하늘과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은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다른 블랙 드래곤의 구성원들도 즉시 정신을 차리고, 성도민을 따라 시후 앞에 모두 한쪽 무릎을 꿇고 소리 높여 외쳤다. “저희들은, 은 선생님의 하늘과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희들 역시도 은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그 모든 것들을 하겠습니다!”시후는 눈앞에 있는 100여 명의 블랙 드래곤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시후는 그들의 눈에 맺힌 눈물과 결연한 표정을 보고는 이들이 자신의 확고한 동료가 되어줄 것임을 느꼈다. 만족스러운 마음에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 은시후는, 앞으로 결코 여러분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블랙 드래곤이든 여러분 각자든, 앞으로 반드시 날개를 펼쳐, 저 넓은 하늘을 훨훨 날게 될 겁니다!”이 말을 들은 대원들은 곧바로 가슴이 뜨거워지며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이때, 지하 수술실을 불태우고 있던 화염은 이미 지상까지 뜨겁게 달궈 놓았고, 불꽃은 땅 위의 건물까지 번지고 있었다. 이에 시후는 성도민에게 말했다. “성도민 씨, 이제 시간이 됐습니다다. 모두 질서 있게 철수하도
시후의 구호가 떨어지자, 그와 함께 모든 대원들이 술잔을 들어 잔 속의 소주를 단숨에 들이켰다.시후에게 있어 이 술에 담긴 영기는 이미 아주 미미한 수준이었기에, 몸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블랙 드래곤 대원들이 느끼는 기운은 완전히 달랐다! 그들은 애초에 이 술에 이토록 강력한 에너지가 담겨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대원들이 술을 한 번에 들이켰을 때 온몸에 강렬한 온기가 복부에서 시작해 단전으로 몰려들었고, 곧이어 기운은 마치 산을 무너뜨리고 바위를 쪼개는 듯한 맹렬한 기세로 팔맥을 향해 폭발적으로 밀려들었다!무술가들에게 있어 자신의 실력 향상은 두 가지 핵심 요소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첫 번째는, 기경팔맥 중 몇 개의 경맥이 열려 있는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무술가들의 경지와 실력을 판단하는 가장 근본적인 기준이다. 경맥을 많이 열수록, 무술가의 등급과 전투력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이미 열린 경맥이 얼마나 잘 순환되고 있느냐이다. 대부분의 무술가들은 몇 개의 경맥 만을 겨우 열 수 있을 뿐, 모든 경맥을 완전히 순환시킬 수는 없다. 이것은 마치 사람의 코에 있는 양쪽 콧구멍과도 같아서, 누가 더 뚫려 있느냐에 따라 들숨의 양이 달라지듯 경맥도 얼마나 원활히 순환되느냐에 따라, 에너지 흡수량이 달라지게 된다. 지금 이 소주 안에 담긴 영기는 그들에게 단순히 경맥을 몇 개 더 열게 해준 것이 아니라, 기존에 뚫려 있던 경맥까지 더 넓고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즉, 두 가지 방향에서 동시에 무술가들의 실력을 향상시킨 것이다.그래서 이 순간 블랙 드래곤 대원들은 하나같이 깜짝 놀라며 자신의 몸속에서 터져 나오는 그 엄청난 기운이 자신이 오랫동안 뚫지 못했던 다음 단계의 경맥까지 열도록 밀어붙이고 있다는 사실에 크나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잠시 후 누군가 감격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나... 나 네 번째 경맥을 뚫었어! 진짜야! 네 번째 경맥이 열렸어!!”곧이어 또 다른 사람이 외쳤다. “나도!
조금 전 까지만 해도 꽤 오랜 시간 동안 시후는 지하 수술실에 있었고, 소이연은 다른 블랙 드래곤 대원들과 함께 들어오긴 했지만, 지상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시후는 이제서야 소이연도 멕시코에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이 순간, 소이연은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수줍게 말문을 열었다. “은 선생님... 리더가 선생님께서 업무가 있다고 삼성 이상 무인들만 참여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딱 맞는 위치라... 바로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어요.”시후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며 물었다. “이번엔 본래 신분을 사용하진 않았겠죠?”“아니에요.” 소이연은 다른 블랙 드래곤 대원들에게 등을 돌린 채, 시후를 향해 장난스럽게 혀를 살짝 내밀고는 말했다. “이번엔 완전히 새 신분으로 왔어요~”“좋습니다.” 시후는 미소 지으며 손에 든 소주를 그녀에게 건넸고, 조금 전 다른 대원들에게 했던 것처럼 공손히 말했다. “오늘 수고 많았어요.”소이연은 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은 선생님께 충성을 다할 수 있는 건, 제게는 큰 영광이에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됐어, 자리에 돌아가요. 돌아가는 길에 이야기 더 하는 걸로 하고. 오늘 밤엔 나랑 같이 미국으로 돌아가죠. 좀 도와줘야 할 일이 있어서요.”소이연은 약간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은 선생님, 탐정... 아직도 절 추적하고 있잖아요. 제가 미국에 가면 혹시 폐를 끼치게 되지 않을까요...?”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감회 어린 어조로 말했다. “제이크 한은 이제 이연 씨를 추적하지 못해요. 얼마 전 그 친구한테 사고가 있었거든. 그 이후로 그가 맡았던 사건들도 대부분 흐지부지 종결됐죠. 게다가 이연 씨는 이미 새로운 신분으로 바꿨잖아. 문제없을 겁니다.”“그럼 정말 다행이에요! 은 선생님께 폐만 안 된다면 저는 뭐든지 다 좋아요! 은 선생님 말씀만 따를게요!”그제야 소이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