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를 따라, 세 사람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스포츠용 반바지와 반팔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중년 남성이 그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시후는 이 중년 남성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이 키는 거의 180 정도 되어 보였고, 균형 잡힌 몸매와 온몸에 근육이 있어서, 40대 초반처럼 보였다. 더욱이 상대방은 추운 날씨임에도 옷을 거의 입지 않았고, 몸 상태가 매우 좋은 것 같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사내가 매우 미남이고, 짧고 굵은 헤어 스타일을 했음에도 굉장히 스타일리쉬 하게 보였다는 것이다.김상곤은 이 사내를 보자마자 즉시 경계했고, 그를 위아래로 바라보면서 열등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이 사내에 비하면 김상곤은 평범한 50대의 중년 남성으로, 건강한 몸매는커녕 운동도 하지 않았고, 체계적인 식단을 하지도 않았기에 에너지와 활력이 훨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한미정도 깜짝 놀랐다. “어머나?! 변 교수님?! 왜 여기 계세요..?”변 교수라는 중년 남성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운동하러 나왔죠. 그런데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네?”김상곤은 상대방을 보면 볼수록 질투심이 더 커져서 물었다. “미정아, 이 분은 누구셔?”한미정은 서둘러 소개했다. "아~ 상곤아 이 분은 동료인 변 교수님, 변태섭 씨야... 교수님께서는 MIT 공대에서 경제 및 경영학 교수로 재직하셨다가, 최근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계셔.. 그리고 얼마 전에 세연대학교 경제경영학부 부학장이자, 학과장이 되셨고 그 덕분에 노인대학의 객원 교수로 일하고 계시고.”시후는 세연대학교에 대해 듣자, ‘음.. 그곳은 설아가 다니던 대학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다.한미정은 변태섭을 소개한 뒤 그에게 물었다. "변 교수님, 여기는 제 대학 동창 김상곤이라고 하고, 그 옆에는 사위 은시후라고 합니다.”김상곤은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MIT? 내가 아는 그 대학교인가..?”그러자 변태섭은 김상곤에게 설명했다. "예 맞습니다. M
그리고 변태섭은 농담 반 진담 반인 듯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김상곤 씨는 50대 정도 되셨습니까..?”"예, 50대 맞습니다." 김상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변태섭은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제가 5살 정도 더 나이가 많을지도 모르겠네요. 올해 벌써 50대 후반이라..”"뭐라고요?!" 김상곤은 어이가 없어 물었다. "올해 50대 후반이라는 말씀이십니까..?”"그렇습니다." 변태섭은 웃으며 말했다. "올해 1월에 이미 생일을 맞이했으니 벌써 60대가 다 되어 가네요..”김상곤의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는 화가 난 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열등감을 느꼈을 뿐이다. 그는 변태섭이 45세쯤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사람이 자신보다 5살 더 많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변태섭은 이때 한미정을 보고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한미정 씨, 이 분은 할 일이 있어서 먼저 떠나야 한다고 하는데.. 한미정 씨는 어때요? 빨리 돌아가셔야 합니까? 아니면 같이 운동 좀 하다가 돌아 갈까요?”한미정은 아직 충분히 달리지 못했고, 체력과 활력이 아직 충분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변태섭의 제안을 듣고 주저하지 않고 동의하며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아직은 체력이 충분하니 같이 좀 달릴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한 후 김상곤과 시후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상곤아, 시후 씨 그럼 저는 운동을 좀 하고 돌아 갈게요~ 시후 씨, 조심해서 운전해 돌아가요~”김상곤은 극도로 우울해졌고, 그녀를 말리고 싶었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 지 몰라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시후는 동의하고 한미정에게 인사했다. “네 알겠습니다. 운동하시고 돌아가십시오.” 그렇게 말한 후 시후는 김상곤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아버님, 가시죠.”김상곤은 매우 화가 났고, 시후를 따라 차로 돌아갔다. 그가 차에 올라탔을 때 한미정은 이미 변태섭과 함께 계속해서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그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화를 냈다. “은 서방!! 저 자식이 자신이 6
김상곤은 자신이 미국에 가지 못했다는 것을 떠올렸을 때 무의식적으로 윤우선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그는 조수석에 앉아 신세를 한탄했다. "하아.. 내 인생은 윤우선 이 년 때문에 다 망가졌어!! 이 인간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 미국에서 최고의 대학에서 공부하고 졸업한 학생이 되었을 텐데..!! 아마 나도 MIT 공대 졸업장이 있을 지도 모르지..!! 아니면 미국 하버드의 강사라도 되었을 수도 있고 말이야!!" 그는 또한 화를 내며 불평했다. "하지만 지금 현실은 어떠냐고!!!? 나는 대학을 졸업한 직후에 윤우선 때문에 지금도 그 인간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어!!!”"장인 어른, 너무 모든 일에 낙관적인 면만 생각하시면 안 돼요. 지금 결혼 생활이 별로 행복하지 않지만, 아버님께서는 적어도 건강하시잖아요~ 그러니 다른 각도에서 얘기하실 수 있죠. 만약에 미국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미국에 도착해서 총격으로 죽게 되었을 운명이었지만 장모님께서 아버님을 붙잡고 계시는 건 장인 어른의 생명을 구해주신 것이나 다름없지 않겠습니까?”그러자 김상곤은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아.. 그런 말로는 나를 위로할 수는 없지..! 윤우선은 내 인생을 망친 인간이라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니까?!!”시후는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아버님, 그런데.. 혹시 변태섭 교수와 얘기를 나누어 보시는 건 어떠실까요?”라고 물었다.김상곤은 팔짱을 끼고 화를 내며 물었다. "아니 내가 그 놈과 무슨 대화를 할 수 있겠어? 단지 나보다 좀 더 명문대에서 교육을 받았다는 것 외에 뭐가 그렇게 대단해?? 사실 나보다 좀 더 잘생긴 것은 그렇다 치고, 몸매도 좀 더 좋은 것 같고.. 키도 좀 크고, 나보다 좀 어려 보이는 것 말고 그 외에 나보다 나은 게 또 뭐야?"시후는 당황하며 말했다. "음.. 그렇다면 다 나은 것 아닙니까 장인 어른..?”김상곤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하아... 정말 머리가 아프군... 은 서방, 혹시 저 변 교수가 결혼은 했을까..?”시후는
당시, 그와 어머니는 함께 스탠포드 대학을 방문했는데 현재는 실리콘 밸리에서 유명한 기업가들이 많지만, 두 사람이 방문한 당시에 그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유명한 기업가들은 국제적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유명하다. 아마도 부모님의 사고가 아니었다면, 시후는 먼저 미국에서 유학을 한 뒤, 아이비리그 중 하나에서 MBA 과정을 거친 후 실리콘 밸리에서 사업을 시작하거나 그의 아버지를 돕기 위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을 지도 모른다. 불행하게도, 시후는 여덟 살 때 부모님께서 교통사고를 당하시는 바람에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어 버렸다. 이를 생각하면 시후는 우울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옆에 있던 김상곤은 무슨 일인지 모르고 시후의 우울한 표정만을 보고 물었다. "은 서방, 무슨 일 있어? 갑자기 걱정이 되는 건가?"라고 물었다.시후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그냥 저도 아이비리그와 같은 대학에서 한 번쯤 공부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서요..”그러자 김상곤은 잠시 멍하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큭큭.. 은 서방, 지금까
다음 날 아침.청량리 역에 기차 한 대가 천천히 멈춰섰다. 멈춘 기차의 특실에서는 노인과 청년 두 사람이 내렸다. 이 두 사람은 풍수 대가 마성홍과 그의 증손자 마크였다.마크는 기차에서 먼저 내린 뒤 마성홍을 돕기 위해 손을 내밀고는 물었다. "할아버지, 이제 서울 시내에 가까워졌어요. 혹시 이번에 우리의 방문이 성공적일지, 아닐지 점을 쳐보셨어요..?마크는 할아버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크는 마성홍이 장거리 여행을 갈 때마다 외출하기 전 반드시 점을 치는 습관을 가지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마성홍은 중얼거렸다. "오늘 새벽 3시에 내가 점괘를 확인했는데.. 꽤나 혼란스럽고 무질서하고 장단점이 반반으로 나왔어..”"반반이요..?" 마크는 결과를 듣고 놀랐다. 어렸을 때부터 마크 역시 풍수에 관심이 많아 운세도 연구해 왔는데, 실제로 운세를 점칠 때는 행운과 불운이 절반씩 나올 때가 가장 두렵다. 이것은 결과가 없는 것과 거의 동일하며 참조할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사실, 사람들에게 풍수나 운세가 인기 있는 이유는 앞으로 일어날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향후 전개 상황을 조금이나마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의 대부분의 것들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반반으로 이루어 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행운과 불행 사이에는 분명 격차가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격차는 크고 어떤 이에게는 격차가 작다. 예를 들어, 한 사업가가 내년에 부동산에 투자하기를 원하여 유능한 풍수 전문가에게 현장을 점검하도록 요청한다면, 풍수가는 그를 위해 운세를 점쳐 줄 것이다. 그 때 점괘에서 성공률이 높다고 한다면, 자신 있게 업무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점괘에서 성공률이 낮다고 나온다면 조심스럽게 일을 진행하며 큰 위험을 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가 점괘를 물으러 왔을 때 행운과 불운이 반반이라고 말한다면..? 점을 치러 부탁한 사람 역시도 당황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행운과 불운이 절반씩 나오는 점괘를 읽는 풍수가
택시 운전사는 얼굴을 붉히며 서둘러 말했다. “그럼.. 30만 원은 어떻습니까??”마크는 여전히 뭔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마성홍이 손을 뻗어 그를 말리고는 침착하게 말했다. "마크, 달라고 하시는 대로 드려라.”마크는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할아버지, 30만 원인데요..? 그건 좀..”마성홍은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말한 것을 잊었니? 어서 드려.”마크는 갑자기 뭔가를 깨달은 듯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갑에서 지폐를 세어 건네 주었다. 사실 마크는 평소에 인색하지도 않았고 30만 원이라도 별로 큰 돈은 아니었지만, 그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러나, 조금 전 기차역에서 나오며 다른 사람과 다투지 말라고 하신 할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리자, 그는 즉시 정신을 차리고 기꺼이 돈을 지불했다.택시 기사는 기쁜 마음으로 돈을 받아 들고 세어 본 후 서둘러 말했다. “그럼 두 분, 어서 타십시오~!”마크는 마성홍이 차에 타는 것을 도왔고, 반대편으로 돌아가서 뒷좌석에 올라탔다.기사는 역 출구를 향해 차를 몰고 가면서 "두 분 다 해외에서 오셨습니까?"라고 물었다.마크는 호기심을 갖고 물었다. "어떻게 아셨죠?"기사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요즘에는 현금으로 많이 결제하지는 않으니까요. 혹시나 해서 물어봤어요. 요즘 다들 휴대폰으로 돈을 내니까..”마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전자결제가 정말 많이 발전했더라고요~”기사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맞아요~ 요즘에는 다들 현금 없는 사회라고 하지 않습니까? 전자 결제를 구현한 후에 현금 털이 범이 좀 줄었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이렇게 물었다. “그럼 두 분 첫 번째 목적지로 어디를 가실 예정입니까?"마크는 "세연대학교로 가 주세요."라고 말했다.…….시후는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해상 운송 사업에 대해 고민했다. 그는 이것이 좋은 기회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누가 이 사업을 맡아야 할
유나의 말은 시후의 마음을 순식간에 따뜻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의 결혼 생활 동안, 유나는 시후에게 많은 관용을 베풀어 왔다. 그 동안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았을 때에도, 유나는 이혼할 생각은커녕 그에 대해 불평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다시 한 번 진심 어린 말을 하여 시후를 감동시켰다. 그러나 그는 유나가 자신의 원래 신분, 순자산, 계획하고 있는 해상 무역 사업 프로젝트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시후는 유나가 사업을 시작하여 소규모 스튜디오를 바탕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 시후를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아마도 유나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사업이 수십 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프로젝트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 시후는 아내가 너무 걱정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요, 당신 말을 듣고, 집에서 조금 편하게 지내도록 할게요.”그러자 유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난 이제 경력이 많으니까 분명히 앞으로는 가족을 부양할 정도로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예요~”시후는 진지하게 말했다. "하지만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 엠그란드 그룹의 프로젝트는 꽤 커요. 그러니 혼자서 감당할 수 없다면 일을 조금 줄이거나 다른 회사에 하청을 맡기도록 해요.""그건 불가능해요.." 유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이태리 부회장님은 나를 신뢰했기 때문에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맡겼을 거예요. 그러니 내가 어떻게 부회장님을 실망시킬 수 있겠어요? 나는 이 프로젝트를 스스로 완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예요..!" 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시간을 보다가 말했다. "어머! 난 빨리 나가야 할 것 같아요~ 당신은 좀 더 쉬도록 해요! 조금 더 자거나요?”시후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켠 채 말했다. "나도 이제 일어날 거예요.”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이제 가서 씻어요. 난 옷을 갈아입고 회사로 가야 해서..”시후는 서둘러 말했다. "가기 전에 아
시후는 "그럴 필요는 없어요. 그냥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전화했거든요.”라고 말했다.이태리는 재빨리 답했다. "회장님, 그럼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물어보시죠. 제가 최선을 다해 답변해 드리겠습니다.""그게.. 최근에 저는 해상 무역 산업에 관심이 생겨서요.. 우연히 일본의 이토 그룹이 많은 자원과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해서요. 그리고 제 손에도 충분한 자금이 있으므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이 되네요. 그런데 지금 제가 맞닥뜨린 문제는 바로 이 프로젝트를 맡을 적합한 인재를 찾을 수 없다는 겁니다.. 혹시 좋은 생각이 있을까요..? 아니면 당분간 이태리 부회장님이 이 사업을 맡아 진행해주실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연봉에 있어서는 절대 걱정할 필요 없을 겁니다. 만족스러울 정도로 드릴 수 있으니까요.”이태리는 시후의 말을 들은 후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 "회장님, 제가 필요하시면 제가 무엇이든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태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하지만 해상 무역 같은 큰 규모의 사업은 그냥 시작하게 된다면 자본금이 수십에서 수백억은 될 겁니다. 이런 건 사업을 할 때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엠그란드 그룹에서 상업용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고, 능력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상 무역 산업에는 조예가 깊지 못하며 국제 무역의 조항들을 잘 모릅니다.. 더불어 해외의 수출입 무역 규정, 세금 관련 정책 역시도 잘 이해하지 못하기에 만약 저에게 이 프로젝트를 의뢰하실 경우 이러한 모든 상황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사전 준비에만 해도 몇 년이 걸릴 지도요.."시후는 이 말을 듣고는 이미 이태리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고 물었다. "그럼,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알고 있는 인재를 제안할 생각인가요..?”"그렇습니다." 이태리는 "해운은 세계의 주류 무역 국가와 연결되어야 하는 산업입니다."라고 설명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
말을 마친 뒤, 시후가 대답하기도 전에, 제이크 한은 화를 내며 말했다. “그거야 당연히 내가 억울해서 그런 것 아니겠어?! 나는 그 때 내 딸이 임신했다는 걸 막 알게 되었다고! 이제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가족들을 보러 가려던 참이었어! 그런데 그곳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고! 네가 나라면, 억울하지 않겠어?”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당신의 몸이 벌집처럼 총알에 뚫렸지만, 다행히도 머리는 맞지 않았다는 거야. 만약 그때 당신의 정수리에 총알이 한 발이라도 박혀서 뇌가 터졌다면, 당신은 진짜 완전히 사망했을 테니까.”제이크 한은 의아한 얼굴로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시후는 옆에 서 있는 거대한 냉동 캡슐들을 가리키며 평온하게 말했다. “당신 옆에 있는 이 스테인리스 캡슐들 잘 봐. 이건 전부 인체 냉동 보관을 위한 특수 장비들이야. 특히 저기 있는 ‘7번 캡슐’을 잘 보도록 해. 당신이 깨어나기 전까지 당신은 계속 저 탱크의 안에 냉동되어 있었던 거든.”제이크 한은 눈앞에 늘어선 스테인리스 캡슐들에 압도되어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냉동?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야?”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우선 당신은 정말 운이 좋았어. 습격을 당할 때, 그렇게 많은 무장 대원들 중 아무도 당신의 머리를 총으로 겨누지 않았거든. 그래서 당신의 뇌는 살아남았지.” 그는 자기 뒤에 있는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배유현 회장에게 감사해야 할 거야. 그녀가 당신을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로 옮겨 냉동시키지 않았다면, 당신의 시체는 이미 썩어 문드러졌을 거거든.”제이크 한은 그제서야 시후의 뒤에 몇 명의 사람들이 서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 중의 한 명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 회장이었다!“허억......” 제이크 한은 갑자기 숨을 들이켰고, 입을 떡 벌린 채 시
“뭐라고?! 네가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그게...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야?!” 시후의 자기소개를 들은 제이크 한은 즉시 극도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얼마 전 나누었던 안충주와의 대화를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당시 Samson 그룹의 회장 안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안충주는 자신의 누이인 안예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생사불명 상태인 그의 외조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는 Samson 그룹 전체가 그 외조카를 찾기 위해 거의 전 세계를 뒤졌다고 했으며 어떤 방법을 써도 그의 행방에 대한 어떤 정보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그가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단지 시신을 못 찾았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Samson 그룹 사람들은 여전히 외조카가 분명히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믿었고, 단지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제이크 한은 자신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만나게 된 인물이,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자처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경찰 출신인 제이크 한은 첫 번째로 이 사실에 대해 의심부터 들었다. 그래서 그는 차분히 진정한 후에 이 일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가 분명히 이미 죽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당시 엘리베이터 문이 막 열렸고, 한 무리의 검은 옷을 입고 무장한 조직들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에게 총을 쐈어... 그 놈들의 화력은 엄청났고, 거의 망설임 없이 나를 향해 총을 쏴댔지. 내가 의식을 잃기 전에, 최소 20~30발 이상은 맞은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난 이미 완전히 죽은 거야... 아무리 대단한 신이라고 해도 날 살릴 순 없을 거야...!” 그래서 제이크 한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이런 젠장, 이거 혹시 사후 세계인 건가?!” 그는 생각하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원래 사람이 죽으면 이런 상태가 되는 거야... 계속 꿈을 꾸고, 온갖 이상한 곳을 떠도는 거지... 그 다음
바로 이렇게 무한히 늘어난 타임라인 때문에, 제이크 한 경감은 지금 이 순간 눈은 떠 있지만, 여전히 끝없는 꿈속에 있는 듯한 혼미한 경지에 다다랐다. 그러던 중, 제이크 한에게 갑자기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이크 한 경감, 지금 나를 볼 수 있겠습니까?”이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제이크 한의 마음속은 요동쳤다. 참으로 이상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오랜 꿈속에 있으면서, 단 한 번도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끔 아내와 딸을 보기도 하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기도 했지만, 그 장면들은 마치 초창기 무성 영화와 같이 소리 없이 흘러가는 영상 같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처음으로, 실제처럼 생생한 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런데 이 목소리는 제이크 한에게 매우 낯설었다. 더 이상한 것은, 분명히 처음 듣는 목소리인데, 낯섦 속에 묘한 익숙함이 섞여 있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분명히... 어딘가에서... 이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다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지금 당장은 떠오르지 않아...’바로 그때, 그의 시각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제이크 한은 눈앞이 새하얗게 밝지만은 않았다. 이제 그의 시야로 주변에 우뚝 솟아 있는 스테인리스 강철 탱크들이 들어왔다. 이 풍경은 음산하고 기이하게 느껴졌다. 그 후로 시야는 점점 더 선명해졌고, 마치 김이 서린 욕실 유리창에 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이 불어 시야가 맑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문득 자신이 욕조보다 약간 큰 물탱크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리고 물탱크 옆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그 사람을 바라보다가, 너무 두려워 그 자리에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그의 기억은 마치 빛의 속도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가장 먼저 떠오른 기억은 바로 경기장을 나와 아내와 딸을 만나러 가려던 그 순간이었다. 그 때 자신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무장 괴한들에게 공격을 당했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
이들 작업자 중 그 누구도 지금 자신들이 이렇게 단순하고 거친 방식으로 제이크 한을 해동시켜야 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제이크 한은 섭씨 영하 200도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기에, 온수에 들어간 그 순간 수조 안의 물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작업자들은 다급히 순환 펌프를 가동시켜 가열 장치를 통해 물을 계속 데우며 수조 안의 온도를 섭씨 40도로 유지하려 애썼다.하지만 이처럼 무리한 해동 방식은 곧바로 큰 문제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제이크 한의 피부가 해동되기 시작하자마자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마치 갓 해동된 소고기 덩어리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 액체가 파열로 인해 흘러나오며 혈액과 체액, 세포액이 섞인 핏물이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책임자는 얼굴을 감싸며 놀라 외쳤다. “회장님... 이건... 이건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손상입니다...”배유현 역시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말했다. “됐어요,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할 일이 아닙니다. 다들 물러가 주세요.”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책임자가 앞장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회장님, 그럼 저희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는 작업자들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곧 시후를 부르러 가려 했지만, 뜻밖에도 시후는 이미 휴게실에서 나와 있었다. 배유현은 피 섞인 물속에 담긴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말했다. “은 선생님... 제이크 한 경감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입니다...”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뇌만 멀쩡하면 되거든요.” 시후가 이렇게 무리한 방식으로 따뜻한 물에 바로 담가 제이크 한을 해동하라고 한 이유는 바로 중대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바로 중소단의 무차별적인 회복 능력이었다. 중소단에 있어서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중에서 회복할 수 없는 것은 뇌와 뇌에 저장된 기억들 뿐이었다. 그러나 제이크
시후는 제이크 한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이크 한이 만약 다시 깨어나고, 예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후 사정을 끝까지 파헤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도대체 누가 페이셔스 그룹의 악질 사이코 배호영을 죽였는지, 또 누가 Samson 그룹 일가를 몰살시키려 했는지, 이 모든 진상을 기어이 밝혀내려 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제이크 한과 진심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생각을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배호영을 죽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며, 그는 물론 Samson 그룹 전체를 구한 사람도 자신임을 정확히 알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만약 제이크 한이 이 은혜를 알고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시후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이 은혜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제이크 한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그를 기절시켜 뉴욕 길바닥 어딘가에 버려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의 목숨은 살려준 셈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결정한 시후는 배유현에게 지시했다. “배유현 씨, 7번 냉동 캡슐에서 액체질소를 모두 빼고, 제이크 한을 따뜻한 물에 담가서 해동시키도록 하십시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배유현은 시후가 어떤 방법으로 그를 살리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존경이 있었기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보안을 위해, 먼저 함께 온 분들과 옆방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해동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신이 제이크 한을 되살린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후의 동행인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지만, 작업에 투입되는 일반 직원들은 아무래도 보안상 신뢰성을 보장하기
시후는 배유현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온 뒤, 1층의 센터를 지나 특수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지하 5층의 냉동센터로 향했다.이 냉동센터는 본래 배원중이 자신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장소로, 사용 연한은 무려 300년으로 설계되었으며, 그 보안 수준은 마치 대통령이 세계 종말 대비 계획에 포함된 방어 시설에 버금갈 정도였다. 비록 지하 5층이라 하지만, 실제 깊이는 거의 지하 100미터에 달했고, 전략적 물자도 완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령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더라도 무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이 냉동센터는 설계상 최대 100구의 시신을 보관할 수 있었지만, 현재 이곳에 진짜로 냉동된 인물은 실험용 시신들을 제외하면 단 한 명, 바로 제이크 한 뿐이었다.시후는 냉동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광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이 공간 전체는 곳곳에 각종 장비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공기·산소·액체질소 등을 전달하는 굵은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가득히 얽혀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들이라고 할 것이다. 이 탱크는 하나하나가 최소 4~5미터는 되어 보였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인간이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거대한 탱크들은 바로 인간을 냉동 보존하기 위한 냉동 캡슐이었다.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배유현은 이미 이곳의 모든 연구원과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태였기에, 지금 이 공간에는 시후와 시후의 동행자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지극히 한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곳이 본래 초저온 시체 보관소이기에 더욱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이때, 배유현은 시후의 곁에서 설명했다. “은 선생님, 현재 인체 냉동 기술 기준으로는 사람이 사망한 뒤 약 50시간에 걸쳐 서서히 온도를 낮추며 냉각을 진행하고, 그 후에 냉동 캡슐에 넣어야 세포가 급속 냉각 중 얼음 결정이 생겨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후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미국 FDA의 수장이며, 미국 사회에서도 명실상부한 상류층이자 최고 수준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시후는 너무나도 가볍게 현재 직책을 버리고 어렵게 이룬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스미스에게 있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그가 한동안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조언일 뿐입니다.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뒤 그는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갑시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손짓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스미스는 눈앞에서 시후와 배유현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곁에 있던 동료가 다가와 스미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즉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미국 행정부 구조상, FDA는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이며 FDA의 인사권은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었다.전화를 받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어이, 스미스? 무슨 일인가?”그러자 스미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관님, 제가 정중하게 사직 의사를 전하려 연락 드렸습니다. 앞으로 저는 FDA의 어떤 업무도 맡지 않겠습니다.”장관은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스미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대학 시절부터 자네는 FDA를 이끄는 게 꿈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막 2년 정도 일했는데 벌써 그만두겠다고?”스미스는 단호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FDA 직책을 내려놓고, 지미를 데리고 한국으로 갈 겁니다.”“한국으로?” 장관이 급히 물었다. “혹시 지미를 데리고 구현제약을 찾아가려는 건가?”스미스는 잠시 망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