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정은 은서준을 깊이 사랑했다.은서준과 시후의 어머니는 유학 중에 만났고, 시후의 어머니와 달리 박혜정은 은서준의 어린 시절을 함께한 친구였다. 박혜정과 은서준은 둘 다 재벌가의 자녀였으며, 어릴 때부터 같은 학교에서 공부를 했었다. 그들은 최고의 유치원, 최고의 사립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래서 은서준과 박혜정은 늘 같은 졸업 사진에 얼굴이 있었다.은서준은 어렸을 때부터 뛰어난 재능으로 사람들에게 유명했고, 박혜정은 초등학교 때부터 그와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중학교 때 박혜정은 이미 자신이 은서준에게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로도 그녀는 은서준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었고, 은서준에 대한 사랑을 한 번도 숨기지 않았다.은서준이 농구 코트에서 뛰고 있을 때, 그녀는 늘 옆에서 그를 응원했고, 은서준이 동아리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때도 그녀는 늘 무대 아래에서 그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그래서 머지않아 많은 재벌가들 모두가 박혜정이 은서준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그녀의 가족과 LCS 그룹은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녀의 가족의 어른들과 LCS 그룹의 은 회장은 친한 친구 사이였다..! 당시 두 회장은 박혜정이 은서준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굉장히 기뻐했다. 따라서 두 가족의 부모들은 두 사람이 결혼을 할 수 있도록 이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박혜정은 자신이 은서준과 결혼하고 그의 아내가 되기를 바랐다.그러나, 은서준은 박혜정의 바람을 거부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항상 박혜정을 마치 자신의 여동생처럼 여겼는데, 어떻게 그녀를 사랑할 수 있느냐고 사람들에게 물었다. 은 회장은 아들을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래서 뺨을 때리고 아들을 나쁜 놈이라고 욕하기까지 했다. 은서준은 이 때문에 아버지와 크게 다투고는, 해외로 나가버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박혜정은 한 치의 고민 없이 가방을 싸서 미국으로 은서준을 쫓아갔다.하지
소수도와 박혜정은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어떤 가수가 우승을 할 것 같은 지 예상하며 누가 더 노래를 잘하고 감동을 주는 목소리를 가졌는지 이야기를 나누었고, 두 사람은 즐겁게 시청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유명한 여가수 박정현이 2000년 대에 소냐라는 여성 가수가 부른 를 선곡하여 커버해서 불렀다.박혜정은 이 노래를 듣고, 다시 감정이 격해져 혼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TV 앞에서 통곡하며 울었다.노래의 가사는 지금도 소수도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박정현의 목소리는 원곡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었고, 노래는 클라이맥스 부분에 이르자 듣는 사람의 가슴이 쓰라리며 아프게 만들었다.당시 소수도는 박혜정이 통제 불능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기에, 손을 뻗어 그녀를 안아 주려고 했으나 박혜정이 그의 포옹을 거부할 줄은 몰랐다. 박혜정은 혼자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끝까지 듣고는, 침실에 틀어 박혀 한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소수도는 이 일을 겪을 당시 기분이 굉장히 언짢았다. 박혜정이 이 노래 때문에 그렇게 우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죽은 지 십 년이 넘은 은서준 때문일 것이었다.이 노래의 가사는 은서준에 대한 박혜정의 감정과 너무나도 비슷했다. 박혜정에게는 은서준이 그녀의 삶에서 가장 소중했던 사람이었고, 세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은서준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늘 사진첩을 열어
엘에이치 그룹의 맏며느리인 박혜정은 이 알람을 본 후 빠르게 내용을 터치하여 기사를 읽어 보았다. 그녀는 남편과 엘에이치 그룹의 일에 대해서는 거의 묻지 않았지만, 자신도 엘에이치 그룹의 일원이라고 생각했기에 엘에이치 그룹에 대해 많은 것을 듣고 있었다. 게다가 이전에 그녀의 아들과 딸이 일본에서 납치되어 죽을 뻔한 사건이 발생한 뒤로, 그녀는 일본의 상황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그녀는 소이연이 마츠모토 그룹 일가를 몰살시킨 것에 대해 알고 있었고, 이러한 문제 해결 방식이 너무 지나쳤다고 생각했지만 당시 소수도는 굉장히 분노한 상태였고, 그가 이런 명령을 내렸을 때 그의 태도는 매우 단호했고 협상의 여지가 없을 정도였다.이 일로 인해 소이연과 엘에이치 그룹의 많은 경호원들은 모두 일본 자위대에 포로로 잡혔고, 박혜정 역시도 이 사건이 엘에이치 그룹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룹의 전반적인 힘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그 날 이후로 소수도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박혜정은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을 모두 목격했다. 그러나 그녀는 소이연을 구하려는 소수도의 계획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래서 그녀는 이 기사의 제목을 보고 무척이나 내용이 궁금했다. 기사를 터치한 후, 그녀는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이 발표한 발표문의 일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엘에이치 그룹이 경호원들로 일컬어지는 무술 고수들에게 마츠모토 그룹 구성원 수십 명을 살해하도록 지시한 후, 경호원들은 일본 자위대에 체포되었다. 그 중에서 주범인 소이연도 함께 체포되었으나 엘에이치 그룹이 자위대의 고위 간부들과 결탁해 소이연을 중간에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왔고, 이 문제의 책임을 도쿄 경찰청으로 떠넘기려고 했으나 결국 소이연이 행방불명되는 바람에 속셈이 드러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은 엘에이치 그룹에 대해 항의를 제기하며, 엘에이치 그룹이 가능한 한 빨리 소이연을 도쿄 경찰청으로 돌려보낼 것을 촉구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엘에이치 그룹은 일본
더욱 가증스러운 사실은 바로 지난 몇 년 동안, 소수도의 사생아가 엘에이치 그룹의 경호원으로 그녀의 주변에서 지내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박혜정은 완전한 배신감과,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떨리는 손을 통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기사를 계속 읽었다. 그녀는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오히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보다 엘에이치 그룹 사람들이 짐승보다 못한 인간들이라고 느꼈다..! 이익을 위해서 자신의 딸, 그리고 손녀라는 아이의 생명을 팔아 넘기려고 하다니.. 이건 너무나도 사악한 속내가 아닌가..? 박혜정은 이 글을 읽으면서 머리가 마비되는 것 같았다. 그녀는 방 한 쪽 벽에 걸려있는 자신과 소수도의 결혼 사진을 흘끗 바라보았다. 이런 짓을 일삼는 소수도와 이렇게 몇 년 동안이나 결혼 생활을 이어 오다니.. 이를 생각하자 박혜정은 속이 쓰리어왔다. 그러나, 순간 그녀는 또 다른 안도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녀는 말없이 침대에서 일어나 휴대품 보관소에서 여행가방을 꺼내 옷 몇 벌을 챙겨 넣었다. 묵묵히 짐을 싸고,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박혜정은 망설임 없이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이때 욕실의 문이 막 열렸다. 타월에 싸인 채 밖으로 나온 소수도는 갑자기 박혜정이 여행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가려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 "여보, 이렇게 늦게 어디 가는 거예요?"박혜정은 남편을 바라보며 침착하고 무표정하게 말했다. “소수도, 우리 이혼해."순식간에 벼락이라도 맞은 듯 소수도는 깜짝 놀라 초조하게 물었다. "여보, 무슨 일이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왜 그래? 말해 봐, 내가 뭐 잘못했어? 얼른 말해 봐~ 내가 고칠 수 있지 않겠어?”박혜정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가볍게 물었다. "소수도.. 그럼 내가 오랫동안 당신과 함께 살아온 아내로서 하나 물어볼게.. 한 치의 거짓 없이 사실대로 대답할 수 있어?”소수도는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지만, 매우 단호하게 답했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비통하게 눈물 흘리고 있는 소수도를 본 박혜정은,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나 그의 손에서 몸을 빼내고는 진지하게 말했다. “소수도, 당신 내 성격 알지? 내가 당신과 결혼하기로 약속했을 때.. 당신과 세 가지 약속했던 것.. 기억해?”소수도는 붉어진 눈으로 약간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하지... 다 기억해! 그대로 기억하지~! 여보, 나 정말 한동안 정말 혼란스러워서 그런 것 뿐이야.. 그러니 너그럽게 용서해줘.. 이번 한 번만, 어때요..!?”박혜정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소수도, 그럼 그 세 가지 계약이 무엇인지 먼저 말해 봐.”소수도의 마음은 갑자기 아파왔고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언제나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도 그저.. 오직..”박혜정은 다시 한 번 물었다. "오직..?”소수도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오직 은서준이 당신과 결혼하겠다고 한다면.. 나는 당신과 무조건 이혼해야 할 것이고 결코 당신을 붙잡지 않는다..”박혜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두 번째는..?”"둘째, 결혼 후 은서준을 친구 사이로 만나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했었지.”"그럼, 세 번째는?”"세 번째는..." 소수도는 중얼거렸다. "세 번째는 바로 당신이 나와 결혼하는 것이 사랑 때문이 아니라, 그저 안정적인 가정을 갖기 위한 것이므로 우리 둘 다 도덕성을 지켜야 한다는 것.. 혼인 중에는 다른 이성과 모호한 관계를 가지지 않을 것이며 심지어 실제적인 바람을 피워서는 안되며, 마음이 바뀌면 미리 상대방에게 알리고 원만하게 이혼할 것..”박혜정은 짧게 응한 뒤 말했다. “그럼.. 이렇게 세 가지 항목을 다 기억하고 있으니? 내가 굳이 반복해서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되겠네..? 난 그럼 오늘 친정으로 돌아 갈게. 내일 오전에 이혼 절차를 밟을 테니, 오늘 밤 이혼 관련 서류를 준비해줘. 우리 애들은 둘 다 성인이니 양육권 문제는 없을 거야. 그리고 난 그룹의 재산은 한 푼도 원하지 않으
박혜정은 그에게 물었다. "소수도, 내가 왜 은서준 상무를 그렇게 사랑했는지 알아?"소수도는 잠시 당황했다. 그는 박혜정을 보고 쉰 목소리로 "왜..?"라고 물었다.박혜정은 쓰라린 미소를 지으며 연민과 고통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당시.. 서준 씨가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하영수가 당신에게 고백 한 것처럼 나도 그에게 내 마음을 고백하기 위해 달려갔어.. 그에게 내 몸을 줄 생각까지 했고, 내 이유도 하영수와 똑같았지.. 당시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어. 그리고 난 또 이렇게 말했지.. ” 이 말을 하던 박혜정도 목이 메어 오는 것 같았다.. 그녀는 소수도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은서준 상무와 당신의 가장 큰 차이점이 뭔 지 알아?! 은서준 상무는 그 당시 나를 주저없이 거부했다는 거야..!! 그는 절대!!! 결코, 내 미래를 망칠 수 없다고 말했어..!! 그러니 이 한 마디 만으로도 당신은.. 영원히 그 사람보다 나은 사람이 될 수 없는 거야..!” 소수도는 이 말을 듣고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그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박혜정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소수도.. 우리 두 사람.. 깔끔하게 그냥 이혼하자고.. 알아 들었어?”소수도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용서를 빌기 위해 몇 마디 더 하고 싶었고, 박혜정에게 자신을 용서해줄 것을 구걸하며 두 사람의 관계를 유지할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박혜정이 단 한 번도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단호하게 등을 돌리는 것을 본 소수도는 너무 가슴이 아파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는 사실 오래 전부터 박혜정이 실제로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박혜정이 늘 마음 속으로 사랑했던 사람은 바로 은서준이었다는 것을 오래 전에 알고 있었다. 그리고 박혜정은 소수도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다. 겉으로는 박혜정의 사생활을 간섭한 적은 없지만, 그는 비밀리에 박혜정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휴대폰에 Wi Fi 기능이 탑재되기 시작한 이후, 소수도는 내로라하는 해커에게 자신의 Wi Fi 네트워크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도록 요청했다. 따라서 박혜정의 휴대폰이 와이파이에 연결되어 있을 때는 그녀가 쓰는 어플과 웹사이트 모두, 해커가 전면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없을 때, 박혜정은 거의 매일 온라인 앨범 사이트를 몰래 방문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소수도는 박혜정이 온라인 앨범에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는지 알기 위해, 주변 회사를 이용해 해당 온라인 앨범 운영사를 인수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 회사를 인수하면 자연스럽게 모든 사용자 데이터를 갖게 될 것이고, 사용들이 업로드하고 검색한 내용을 데이터베이스에서 명확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그는 결국 박혜정이 앨범에서 그녀와 은서준의 사진, 은서준만 찍은 사진들을 보기 위해 매일 온라인 앨범에 들어 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늘 소수도에게 큰 고문이었다. 사랑하는 아내는 늘 자신을 진정한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늘 다른 남자를 생각했다. 그 사내가 이미 세상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자신의 모든 노력과 헌신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늘 죽은 그 사내보다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는 늘 은서준을 뼛속까지 미워했다. 은서준은 수년 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소수도는 은서준을 극도로 미워했으며, 수년 동안 조금도 그 생각이 줄어들지 않았다.그러나 소
소수도는 들어오자마자 서재 내에서 그를 기다리던 그의 아버지와 여섯 명의 동생들이 모두 패닉에 빠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그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그의 인상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는 늘 침착했으며 큰 일이 닥쳐와도 항상 침착한 편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아버지의 얼굴도 패닉에 빠진 것처럼 어두울까..? 게다가 주변의 형제자매들이 자신을 꽤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도 느껴졌다. 그들의 눈빛에는 긴장과 두려움, 걱정, 심지어 연민까지 담겨 있었다. 그래서 그는 초조하게 물었다. "아버지, 무슨 일이에요?"소성봉은 그를 올려다보며 죄책감을 느꼈다. "너.. 뉴스를 못 봤어?"소수도는 대충 차려 입은 자신의 옷을 내려다보며 어색하게 말했다. “뉴스요? 저는 샤워를 하다가 달려 나와서.. 아무것도 못 봤는데..”소성봉은 복잡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수도야.. 일이 좀 생겼다.. 그래도 나를 좀 이해해줬으면 해.. 내가 이 자리에 앉아서 전반적인 상황을 생각해야 하고, 아이들도 모두 신경 써야 하지 않겠냐..?”소수도는 조금 놀랐다. 그는 아버지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한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버지의 말투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 같았다. 알다시피, 그의 아버지는 항상 늘 자신의 자녀와 손자에게 극도로 엄격했다..! 이전에 가족 모임에서 소수신의 아들 소지원은 아버지 앞에서 말도 안 되는 말을 해서 그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에, 아버지는 계속해서 두 사람을 꾸짖었다. 이런 것으로 미루어 보아 아버지가 자신의 실수를 자녀와 손자들 앞에서 인정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오늘 왜 이런 말씀을 하셨을까..?!엘에이치 그룹의 회장 소성봉은 실제로 평생 동안 자녀와 손자에게 자신의 실수를 고백한 적이 없었다. 그의 권력은 늘 매우 강력했으며, 마치 황제와 같은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고대 황제의 눈에는 국가와 권력이 가장 중요하며, 자신의 자녀들은 결코 1순위가 될 수 없
침사추이는 홍콩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 중심지 중 하나로, 홍콩의 쇼핑 천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유미경의 설명에 따르면, 그녀와 친구들은 최근 며칠 동안 침사추이 상업가의 중심에서 자선 바자회를 열고 있었다. 원래 일정에 따르면 유미경은 내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점심에 유가휘가 학교에서 그녀를 불러냈고 오후에는 시후를 데리고 홍콩을 구경시켜 주라고 했기에 그녀는 바자회 물품을 가져와 전달하기로 했다.게다가 유미경은 지금 시후를 어디로 데려가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과 학교를 오가는 데만 쓰고, 평소에는 자선 활동 외에 특별히 여가 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후의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선 자신의 일을 처리하면서 시후를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기로 했다.시후는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홍콩에 몇 차례 온 적이 있었다. 홍콩은 면적이 작아서 사람과 차가 많고, 대부분의 도로가 좁고 답답하다는 인상을 받았기에, 시후는 딱히 큰 흥미가 없었다. 그래서 유미경과 함께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유미경은 차를 침사추이의 한 쇼핑몰 주차장에 주차하고 시후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시후는 신사적으로 차 뒤로 가서 트렁크를 열고 유미경의 물품을 꺼내 주었다.그때, 검은색 롤스로이스 컬리넌 한 대가 유미경의 테슬라 앞에 멈춰 섰다. 운전석 창문이 내려가고, 정장을 깔끔히 차려 입고 머리를 단정히 정리한 한 청년이 반가운 듯 말했다. "미경아, 내일 올 줄 알았는데, 오늘 왔네?"유미경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여긴 왜 왔어?"청년은 웃으며 말했다. "너희 홍콩대학교에서 자선 바자회를 연다고 해서, 나도 와서 한 몫 하려고 왔지. 네가 내일 온다고 해서 너무 티 나게 보이고 싶진 않아서, 오늘 먼저 왔는데. 이렇게 마주치다니 정말 인연이다!"유미경은 다시 물었다. "내일 온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장소운이라고 불리는 이 청년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점심에 우연히 여기 지나가다가
시후는 상자를 받아 들고 유미경과 함께 별장을 나섰다. 마당에 도착하자 유미경은 곧장 테슬라 모델 3 기본 차량 쪽으로 걸어갔다. 이 차량은 테슬라 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입문형 전기차로, 롤스로이스와 마이바흐가 가득한 이 마당 사이에서 상당히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시후는 유미경이 이 정도 금액대의 전기차를 탈 줄은 몰랐기에 조금 놀랐다. 이를 눈치챈 유미경은 시후의 눈에서 놀라움을 알아차리고는 말했다. "은 비서님, 제 차가 좀 초라하지만 양해 부탁드려요."“아니요.” 시후는 손을 내저으며 웃음지었다. "괜찮습니다. 저는 차에 대해 별로 신경을 안 쓰는 편이라서요. 바퀴 4개인 전기차는 물론이고, 바퀴 2개인 전기차라도 상관없습니다."유미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약간은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번거로우시겠지만, 상자를 트렁크에 넣어주시겠어요?""네 그러죠." 시후는 흔쾌히 대답하며 상자를 트렁크에 넣은 뒤 조수석 문을 열고 탑승했다.유미경은 이미 운전석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고, 시후가 타자마자 곧바로 테슬라를 몰고 별장을 나섰다. 그녀는 시훈도를 따라 산을 내려가며 시후에게 물었다. "은 비서님, 따로 가고 싶은 곳이 있으신가요?""저는 다 괜찮습니다."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손님이 따라가야죠. 미경 아가씨가 편하신 곳으로 정해 주세요."유미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후를 흘깃 보더니 말했다. "은 비서님, 사실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괜찮을까요?"시후는 웃으며 물었다. "혹시 제가 지금 솔로인지 묻고 싶으신 건가요?""아니요." 유미경은 약간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는 단지 은 비서님이 조금 전 식사 자리에서 계속 ‘삼겹살’을 언급하시길래, 혹시 그 단어의 의미를 아시는 건지 궁금해서요."시후는 유미경이 무언가 눈치챈 듯한 느낌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입니다. 그 단어에 무슨 의미가 담겼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설명해 주시겠습니까?"유미경
유가휘는 시후가 딸에게 이미 호감을 느끼고 있는 듯한 모습에 한결 마음이 놓였다. 이제 물고기가 입을 벌렸으니, 언제 낚싯바늘을 물지만 기다리기면 되는 상황이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유가휘는 입을 열었다. "은 비서님, 저는 오후에 그룹에서 처리할 일이 있어서 동행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미경이가 홍콩을 잘 구경시켜 드릴 겁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태연히 말했다. "회장님께서 바쁘시다면 안심하고 가십시오. 미경 아가씨와 함께면 충분합니다."유가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딸에게 당부했다. "미경아, 은 비서님을 잘 모셔야 한다."그러자 유미경은 거리낌 없이 물었다. "아빠, 저에게 약속하신 5천만 홍콩달러의 기부금은 언제 보내 주실 거예요?"유가휘는 태연히 대답했다. "네가 내 말을 잘 듣기만 하면, 3일 안에 재단 계좌로 송금하도록 재무팀에 지시하겠다."유미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 비서님이 증인이시니까, 꼭 약속 지키세요."유가휘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네 아빠가 언제 약속을 어긴 적 있냐?"시후는 이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마음에 불쾌감이 스쳤다. 유가휘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약속을 어겼는지 시후는 잘 모르지만, 그가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와의 약속을 어겼다는 사실만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유미경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기에, 아버지의 말을 믿고 안심한 듯했다. "그럼 됐어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안도했다.시후는 유가휘를 바라보며 아직 은서준 상무를 기억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와 한 약속도 기억하고 있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이 순간에 이런 질문을 던지면 유가휘가 자신이 홍콩에 온 이유가 이중열 때문이라는 사실을 눈치챌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그는 유가휘가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고, 자신의 성이 '은'이라는 점과 아버지와 닮은 외모를 통해 자신의 정체를 추측해 낼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한 시후는 충동을 억누르기로 했다. 이렇게 멀
이 순간, 유가휘는 더 이상 이 문제로 시후와 논쟁을 벌이는 것을 피하기로 했다. 결국 그는 아직 TS Shipping이라는 큰 물고기를 낚아야 하기 때문에, 시후와의 관계를 망치지 않으려 애썼다. 따라서 시후가 대놓고 자신을 조롱하지 않는 한, 자신도 모르는 척 넘어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곧 표정을 바꾸며 미소를 지었다. "아, 그렇군요. 은 비서님, 제가 오해했나 봅니다. 제가 술 한 잔 들고 사과하지요!" 그는 곧바로 술잔을 들어 고량주를 단숨에 비웠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정말 몰랐습니다. 고작 삼겹살이 회장님을 이렇게 불쾌하게 만들 줄은요. 그렇다면 오늘 저녁 식사에서 삼겹살은 빼도록 하죠."유가휘는 시후가 여전히 "삼겹살"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것을 보며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좋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오늘 저녁엔 양식으로 준비하겠습니다."시후는 손을 내저으며 유미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미경 아가씨, 오후에 홍콩 시내를 구경시켜 주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괜찮으시다면 저녁엔 밖에서 간단히 식사하는 게 어떨까요?"시후의 말에 유미경은 순간 당황했다. 그녀는 시후가 분명 삼겹살에 얽힌 사연을 알고 있으며 일부러 아버지가 인정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후는 아버지를 한바탕 조롱한 뒤 교묘하게 상황을 수습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바로 그 순간, 유미경은 눈앞의 은시후라는 청년이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닐 것 같다고 느꼈다. 심지어 그녀는 그는 시후가 홍콩에 온 진짜 목적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만약 그가 정말 협상을 위해 온 것이라면, 왜 아버지의 약점을 이렇게 집요하게 건드리겠는가? 마치 아버지를 일부러 불편하게 만들려는 듯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든 그녀는 시후의 진짜 의도를 알고 싶어 졌고, 그래서 즉각 밝은 태도로 대답했다. "은 비서님이 원하신다면, 제가 저녁에 홍콩 현지 맛집을 알려 드리겠습니다.""좋습니다!"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약속하신 겁
시후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자, 유가휘와 방가흔은 충격과 동시에 분노를 느꼈다. 그제야 두 사람은 시후가 삼겹살과 관련된 이야기를 계속 꺼낸 이유가, 단순히 그 맛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자신들을 조롱하기 위해 일부러 그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하지만 유미경은 전혀 놀라지 않았고, 오히려 시후의 갑작스러운 전환에 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마주 앉아 있던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두 사람의 웃음소리에 유가휘의 표정이 점점 더 굳어져 갔다. 잠시 후, 그는 탁자를 세게 내리치며 시후를 향해 소리쳤다. "은 비서! 우리가 처음 만난 순간부터 나는 당신을 예우하며 손님으로 모셨는데, 왜 이렇게까지 날 일부러 모욕하는 겁니까?!"시후는 전혀 긴장하지 않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모욕이라뇨? 회장님,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여기가 당신 집이라 해도, 제가 웃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유가휘는 얼굴이 붉어지며 말했다. "내가 당신을 집으로 초대한 건,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서지, 당신이 나를 조롱하라고 한 게 아닙니다! 이건 너무 무례한 행동 아닙니까?"시후는 무척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회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웃은 건 아가씨가 계속 나를 웃기려고 하셔서 그런 겁니다. 원래 사람들이 있으면, 맞은 편 사람이 웃으면 함께 웃고 싶어 지는 게 자연스러운 일 아닙니까?”유가휘는 화를 내며 말했다. "하지만 당신은 분명히 삼겹살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잖아요! 그리고 당신이 조금 전 한 말로 봐서는,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을 텐데요?"시후는 순진한 얼굴로 대답했다. "삼겹살은 그냥 삼겹살일 뿐인데.. 먹는 것 외에 다른 의미가 있습니까? 그리고 방금 제가 한 말은, 미경 아가씨가 저를 일부러 웃기려고 해서, 제가 웃음을 참을 수 있는지 없는지 시험하려고 그런 줄 알고 장난처럼 받아들인 겁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나요?"
유가휘는 시후의 말을 듣고, 당장 자신을 때려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속으로 스스로를 욕하며 생각했다. ‘젠장, 이놈의 입이 문제야! 괜히 가게 이름을 물어봐서 스스로 화를 자초하다니....’방가흔의 표정은 당혹감으로 가득 차 있었고 약간의 불안함까지 엿보였다. 시후가 삼겹살을 언급한 것만으로도 난감했는데, 하필 진기 삼겹살까지 언급하다니, 이건 마치 그와 유가휘의 뺨을 직접 내리 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 아닌가?두 사람의 표정이 굳어 있는 모습을 본 유미경은 그 순간 도저히 참지 못하고 푸훗 웃음을 터뜨렸다. 유가휘는 즉시 고개를 돌려 유미경을 노려보며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 "뭐가 그렇게 웃긴 거냐?!"유미경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원래는 안 웃겼는데, 두 분 반응이 너무 웃겨서요. 다른 것도 아니고 그냥 삼겹살을 먹고 싶다는 얘기를 하시는 건데, 왜 이렇게 과민반응을 하세요?"유가휘는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은 비서님은 사정을 모르지만, 너는 알잖아?" "몰라요." 유미경은 태연하게 말했다. "저는 매일 밤 잠만 자러 집에 들어오는 정도라, 두 분과 얘기할 일도 없는데 삼겹살과 무슨 일이 있는지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유가휘는 너무 화가 나서 말문이 막혔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딸이 일부러 모르는 척한다는 걸 알았지만, 자신 역시 이 주제를 분명하게 말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시후 쪽으로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 "아 참, 은 비서님. 다른 음식들은 입에 맞으셨습니까?""아주 좋습니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젓가락을 내려놓고, 약간 아쉬운 듯 말했다. "삼겹살만 있었으면 완벽했을 텐데 말이죠."유미경은 이 말을 듣고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차가운 미모에 떠오른 웃음은 그녀의 얼굴에 두 개의 얕은 보조개를 남겼고, 그녀의 고전적인 미모와 어우러져, 그녀는 그야말로 절세미인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유가휘는 더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어져 얼굴이 붉어졌고,
시후가 삼겹살을 언급하자, 유가휘와 방가흔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유가휘는 홍콩 태생이지만, 삼겹살을 굉장히 좋아했다. 하지만 사업계의 인재로 유명했던 이중열이 미국 한인 타운에서 20년 동안 삼겹살을 팔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는 삼겹살을 극도로 증오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삼겹살을 생각할 때마다 이중열을 떠오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중열을 떠올릴 때마다 방가흔이 그와 함께 도망쳐 홍콩 전역에 스캔들을 일으킨 일이 함께 떠올랐다. 그리고 유가휘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 것은 방가흔처럼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았던 여자가 기꺼이 이중열을 따라가 한인 타운에서 몇 년 동안 삼겹살을 팔며 고생을 자처했다는 점은 유가휘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겉으로 아무리 강해 보여도 상처를 받은 사람은 마음속에 취약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유가휘는 홍콩에서 막강한 능력과 재력을 자랑하며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런 그일수록 바람을 피우는 문제에 대해서 더욱 의식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방가흔 또한 난감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방가흔은 오랫동안 유가휘에게 상당히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아들을 낳은 후로는 그에게 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과거의 이중열과 관련된 사건만큼은 여전히 그녀에게 불안감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방가흔은 그 사건이 늘 유가휘에게 시한 폭탄이나 다름없고, 유가휘가 가지고 있는 재산과 자신을 철저히 분리한 이유 또한 그 일 때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 사건이 없었더라면, 방가흔은 이미 유가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사람이자 가장 신뢰받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고, 그의 재산 중 절반이 당연히 자신의 몫이 되었을 것이다. 결국 그녀가 저지른 단 한 번의 실수가 모든 것을 그르치고 말았다.시후는 두 사람의 미묘한 표정을 보고 속으로 웃음을 삼켰지만, 겉으로는 의아한 듯 물었다. “두 분 왜 그러시는 겁니까? 혹시 삼겹살에 무슨 문제가 있나요?”유가휘는 당황하며 대답했다. “아니요,
유미경이 평생 가장 증오한 사람은 바로 방가흔이었다. 그녀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은 어머니가 매일 집에서 눈물로 하루를 보내는 모습이었고, 아버지는 거의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당시 어머니는 유미경에게 아버지가 여우 같은 여자에게 홀려서 자신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주곤 했다. 어머니가 말한 그 여우 같은 여자는 바로 유가휘의 저택의 숨은 여주인 방가흔이었다.그 시절, 유미경의 어머니는 유미경의 동생을 임신 중이었고, 임신 기간 내내 정기 검진을 소홀히 하다 보니 암 초기 단계를 발견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열 달 동안 동생을 품고 난 뒤 어머니는 반 년 동안 모유를 먹였는데, 모유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감기에 걸려도 약 한 알조차 먹지 않았다. 이로 인해 증상은 더욱 악화되고 말았다. 유미경의 어머니가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때, 이미 그녀는 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의사는 병이 이렇게까지 급속도로 진행된 데에는 마음의 스트레스와 큰 우울함이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이로 인해 유미경은 자신의 아버지인 유가휘를 절대 용서할 수 없었고, 눈앞에 있는 방가흔은 더더욱 용서할 수 없었다.방가흔은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유미경과 정면으로 부딪칠 생각이 없었다. 방가흔은 오히려 아들을 낳은 후, 아들의 지위를 통해 유가휘에게 입지를 넓히고자 했고, 그 지위를 이용하여 유미경을 집에서 내쫓으려는 방법을 찾았다. 하지만 여러 차례 시도 끝에, 그녀는 유가휘가 겉으로는 유미경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속으로는 늘 딸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유가휘는 유미경에게 늘 관대한 태도를 유지했고 늘 그녀를 용서했다. 이 때문에 방가흔은 유미경을 내쫓을 적절한 기회를 끝내 찾지 못했다.결국, 각자의 속셈을 가진 세 사람은 묘한 교착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이때 시후가 분위기를 풀기 위해 말했다. "회장님, 저는 외부인이니 가정사에 제가 끼어들
시후가 처음으로 유미경을 보았을 때, 시후는 그녀가 사진에서 본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시후가 자료에서 본 유미경의 모습은 모두 증명 사진에서였는데, 사진에서의 유미경은 안경을 쓰고 무표정한 얼굴이었고 단정하고 예쁘다는 인상을 주긴 했지만 놀랄 만큼 아름답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있는 유미경은 몸매가 좋고 키도 크며, 피부는 하얗고 혈색이 좋아 보였다. 화장을 하지 않은 이목구비는 전형적인 동양의 고전미를 지니고 있었고, 길게 묶어 올린 포니테일은 마치 천사가 옆집에 내려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녀는 마치 완벽한 이웃집 소녀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유미경의 옷차림은 매우 소박했다. 평범한 원피스, 심플한 검은 단화, 그리고 브랜드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숄더백 하나를 매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소박한 차림새는 오히려 그녀의 뛰어난 기품을 한층 더 돋보이게 했다.시후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비대하고 둥글 넙적한 얼굴의 유가휘가 이렇게 신비로운 기운을 가진 딸을 낳을 줄은. 유미경의 이목구비만 보아도 유가휘의 유전자는 그녀에게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은 것 같았다.이때 유미경은 다소 차가운 태도로 시후를 힐끔 보더니 무심하게 말했다. "은 비서님 맞으시죠? 안녕하세요." 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시후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유가휘에게 말했다. "아까 밥 먹으러 오라고 하셨죠? 서둘러 주세요. 오후에 일이 있어서 집에 오래 머물 수 없어서요."유가휘는 유미경의 태도에 화가 나서 버럭 소리쳤다. "이게 무슨 버릇없는 태도야? 은 비서님은 우리 집안의 귀한 손님이다. 홍콩에 처음 오셨고, 내가 너에게 손님을 잘 모시라고 했잖아! 오후에 비서님을 데리고 여기저기 구경 좀 시켜드려!" 유미경은 주저하지 않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안 돼요. 오후에 일이 있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아버지 손님인데 왜 직접 모시지 않으시려는 거예요?"유가휘는 화를 내며 말했다. "너랑 은 비서님은 나이대도 비슷하고 또래니까 네가 모시는 게 더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