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강민은 여전히 바닥에 엎드려서 개처럼 짖고 있었다. 수치스러움과 호흡 곤란 때문에 그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기에 죽고 싶은 마음까지 드는 배강민이었다.우은찬이 손을 내젓자 배강민은 갑자기 온몸이 나른 해졌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수치스러움으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허허.. 어떻습니까, 배 사부님? 패배를 인정하십니까?” 임 대표는 너털웃음을 지었다.배강민은 이를 악물었다. 어찌나 세게 물었는지 이빨 사이로 피가 배어 나올 정도였다. 그는 씁쓸하게 웅얼댔다. “인..인정하오..”배강민이 고개를 숙이고 패배를 인정하자,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조용해졌다.그러자 우은찬은 고개를 돌려 은시후를 바라보았다. “그 날, 네가 나에게서 대왕조개를 빼앗았지? 오늘 나의 도술 실력을 보고도 네가 감히 나에게 반기를 들 수 있느냐?”은시후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냥.. 한두 번 한 것 가지고.. 그걸 술법이라고 합니까??”송민정은 재빨리 은시후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은 선생님.. 자극하지 마시고 어서 그의 말을 따르겠다고 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상대는 우은찬 대표예요. 괜히 자존심을 앞세워 목숨을 잃지 않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우은찬은 은시후의 말을 차갑게 비웃었다. “만약 네가 진다면 대왕조개를 돌려주고, 나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은시후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도술을 겨루자고? 당신이 대체 뭔데 내가 당신과 겨뤄야 하지?”여러 사람의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 저놈은 대체 무슨 배짱으로 우은찬 앞에서 저런 미친 소리를 지껄이는 것인가? 정말 목숨이 아깝지 않은 건가?주위는 아무런 소리도 없이 적막하기만 했다.송민정도 은시후의 도발에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은시후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절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우은찬은 더욱 분노하여 은시후에게로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 “내 평생 정말 많은 인간들을 보았지만
은시후가 끝까지 자신에게 굴하지 않자 우은찬은 냉소를 지으며 임 대표에게 말했다. “정말 살기 싫은 모양입니다.. 그럼 대표님께서는 향나무 가지 3개, 작은 향로 하나, 그리고 복숭아나무로 만든 목검 한 자루를 준비해 주시겠습니까? 그럼 제가 나머지는 알아서 하지요..”임 대표는 그의 말을 듣고 곧바로 재료들을 준비해 왔다.이윽고 우은찬이 향로에 향나무를 꽂자 맑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뒤이어 우은찬은 목검을 든 채로 중얼거렸다.그러자 옆에 있던 진원호는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마치 총탄 몇 개가 머리를 뚫고 지나가는 듯 고통스러웠는데, 그의 관자놀이는 끊임없이 널뛰기를 하는 중이었다.그는 참다 못해 “우 대표님!!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고통스러워야 하는 겁니까?”라며 신음했다.“선생님 댁의 음기는 굉장히 강합니다. 이것은 그저 시작일 뿐입니다.. 그러니 조금만 참아 보시지요!”우 대표가 그렇게 말하자 진원호는 어쩔 수 없이 엄청난 고통을 억지로 참아야만 했다. 그러나 참으면 참을수록 온몸이 불편했고, 이제는 속이 메스꺼워 구토를 하고 싶을 정도로 머리가 욱신거렸다.그러나 그의 가슴 한곳에서 순간적으로 강하고 따뜻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그의 심장을 감싸주었기에 진원호는 그 자리에서 쓰러지지 않았다.진원호는 ‘이..이것은 은 선생님께서 써주신 부적이 아닌가?’라며 속으로 놀랐다.우은찬은 진원호의 속마음을 알지 못한 채 물을 한 모금 머금은 채 ‘푸!!’ 하고 복숭아 목검에다 뿌렸다. 그리고는 목검을 휘둘러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를 베었다.우은찬의 목검이 연기를 베자, 진원호는 머리에 큰 타격을 맞은 듯했고 갑자기 ‘우욱!’하는 소리와 함께 목구멍에서 피를 토했다.“작은 아버님!!!!”진동오는 깜짝 놀라 후다닥 달려 나와 진원호를 부축했다.그의 얼굴은 잿빛으로 변했고, 말할 기운조차 없었다.“우 대표님!! 저희 작은 아버님께 무슨 일을 하신 겁니까?!!” 진동오는 다급한 목소리로 우은찬에게 소
은시후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은 어르신의 생명선입니다. 어르신 댁의 살기는 하늘을 찌를 듯 강했지요. 그런데 조금 전 우은찬이 쓴 도술은 어르신의 목숨을 사용해 그 살기를 없애는 방법입니다. 만약 이 빨간 줄이 어르신의 팔꿈치까지 뻗어 올라간다면, 그 때 어르신은 죽게 될 것입니다! 평생 선행을 하며 쌓아온 덕행으로 어르신 집안의 생명을 연장시키게 된 셈이지요.”진원호는 이 말을 듣자마자 깜짝 놀라 한 순간에 멍해졌다.진동오도 당황한 눈빛으로 주변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이 모습을 본 여러 선생 및 사부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진동오는 무릎을 털썩 꿇은 뒤 우은찬을 향해 외쳤다. “우 대사님!!! 제발 작은 아버님을 살려주십시오!!!”우은찬은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비웃었다. “이미 도술을 부렸는데, 어떻게 거둬들일 수 있겠나? 어리석기는.. 진원호의 강인한 생명줄로 자네 일가족이 모두 목숨을 구할 수만 있다면 나에게 감사해야 할 일 아니겠는가?”진설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한참 동안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고 있다가 은시후의 앞에 털썩 꿇어앉으며 절규했다. “은 선생님!!! 제발.. 제바..알.... 저희 아버지를 살려주세요!! 제가 부탁드립니다.. 흐윽..!”은시후는 그녀를 힐끗 바라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당신들이 날 믿지 않고, 우은찬의 이야기를 믿기로 했으니.. 이제 나와는 상관없는 일 아닌가? 왜 내가 당신들을 도와줘야 하는 거지?”진설아는 눈시울을 붉히며 이를 악물었다. “만약 당신이 우리 아버지를 구할 수 있다면, 어떤 요구라도 들어드리겠어요...!”은시후는 허허 웃으며 “난 너에게 별 관심이 없는데....?”라고 말했다.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진원호도 은시후 앞에 달려와 무릎을 꿇고 말했다. “선생님.. 제가 잠시 눈이 멀어 이렇게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이게 모두 진동오 저 죽일 놈이 절 현혹시키는 바람에 이렇게 된 것입니다!!!”라고 울부짖었다.말을 하면서 진원호는 단숨에 진동오
불과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테이블 위에 마련되어 있던 요리들이 다 썩어 변질되고, 빽빽하게 모기로 뒤덮였다.정원의 풀밭에는 수탉 한 마리가 있었는데, 이 닭은 오랫동안 로이드 그룹에서 길렀던 것이었다.그런데, 모기 몇 마리가 빠른 속도로 수탉에게 날아와 붙자 불과 십여 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수탉이 꼬꼬댁하며 날개를 퍼덕이더니 땅에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다 죽어버렸다.죽은 닭의 깃털을 뚫고 나온 검은 모기 떼들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하늘은 온통 모기들로 빽빽하게 들어찼고, 모기 떼는 회오리처럼 빙빙 돌며 인파를 덮쳤다.연회장은 갑자기 발칵 뒤집히며 아수라장이 되었고, 모두가 필사적으로 모기에게서 살기 위해 몸을 피했다.이 모기는 더할 나위 없이 독해서 사람을 물면 상처로부터 피부 속까지 파고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모기는 모래알만큼 작았지만, 단 한 마리에게만 물려도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물린 사람은 온몸이 퉁퉁 붓고 괴로웠다.여러 사부들은 잇달아 부적을 던지며 주문을 외웠다.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책상 밑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연못에 첨벙 뛰어들어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이게 대체 뭐야?!!” 송민정은 너무 놀랍고 징그러워 눈 밑의 피부가 떨려올 지경이었다.“이게 뭐야 대체?!!” 센터 팀장은 화가 나서 소리쳤다. “내가 알기로 이런 생물은 갓난 아기의 시체로 만든다고 하던데.. 우은찬 대표!! 왜 당신이 이런 징그러운 걸 키우고 있는 거야?”우은찬은 웃으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하하!! 이것은 태아의 시체로 만든 제일 독한 도술이다!! 그러니 이곳에 있는 모두가 나를 존경하며 받들지 않는다면 그 아무도 살아서 나갈 수 없어!!!”검은 모기들이 몸에 많이 달라붙은 한 노인은 온몸이 부어 올라서는 검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공중은 시커먼 모기 떼로 가득 찼고, 두피까지 간지럽게 만들자 송민정은 너무나 당황했다.그러나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피던 그녀는 은시후의 주위에만 모기가 한 마리도 없다는
“와.. 씨!! 저..저 놈은 인간이 아니야! 신이다!”“제발 날 찢어버리지 말게! 은 사부!! 내가 이렇게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잘못을 인정하네..!” “그만해!! 나 무서워!!! 내가 잘못 했어! 이러다 다~ 죽어!!!”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은시후에게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진원호도 깜짝 놀라 테이블 아래로 숨었는데, 그의 마음 속은 극도의 두려움과 경외로움이 교차했다.그런데 여러 차례 친 수많은 천둥번개는 모기 떼만 잿더미로 만들었을 뿐, 사람들은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우은찬은 잔뜩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그는 은시후가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가 가진 힘이 이 정도로 무섭다니?!자신은 그와 비하면, 발톱에 낀 때와 같은 수준이었다. 만약 저 하늘의 천둥번개가 자신의 머리로 내리 꽂힌다면 아마 뼈도 남지 않고 그 자리에서 다 사라져 버릴 것이 분명했다.그는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이리저리 기어 정원 밖으로 도망가버렸다. 그는 도망가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었다. “지금 도망갈 생각을 하는 건가?”은시후는 싸늘하게 웃으며 손가락을 내밀었다. “하재불멸(何災不滅) 통제전술(統制電術)!”“쿠구궁!!”번개 한 줄기가 정면으로 내리 꽂혔고 우은찬은 땅바닥에 나자빠지며, 손에 들려 있던 옹기 항아리도 산산조각 났다.그는 손이 몹시 아팠고, 이미 간담이 서늘해졌기에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비명을 질러댔다.“은..은 선생님.... 날 살..살려 주시오!!”하지만 은시후는 들은 척도 않고 그저 냉랭한 표정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그를 향해 걸어갔다.“태아의 시체를 가지고 만드는 도술이라니! 이건 정말 천리에 어긋나고, 더럽기 짝이 없군!”“네 놈처럼 사악한 놈은 하늘이 알아서 벌할 것이다! 나는 오늘 너에게 벼락을 내릴 것이다! 승복할 건가?”우은찬은 입을 크게 벌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먹구름
그들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은시후처럼 주문 한 번에 이렇게 큰 규모의 천둥을 불러오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그들의 눈에 이 사람은 분명 도술계의 영역에서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것이었다!더군다나 벼락을 맞아 새카맣게 탄 우은찬을 보면, 은시후의 실력은 이미 자신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듯싶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탄복하며 어떻게 하면 그런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되는지 조언을 얻고 싶어했다.하지만 이런 것들에 관심이 없는 은시후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저는 이 바닥에서 유명하거나, 오랫동안 수련을 한 것도 아닙니다. 저는 이런 쪽에는 관심도 없으니, 앞으로 이쪽 일은 아트센터 팀장님과 상의하십시오.”라고 말했다.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람들은 모두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조금 전의 천둥번개는 이미 여러 사람들의 가슴을 뒤흔들 정도로 엄청났는데, 지금 풍수와 도술에 관심이 없다고 하다니.. 게다가.. 도술을 익힌 사람이 아니라고?그렇다면 그냥 가볍게 익힌 지식으로 이런 천둥을 불러일으켰단 말인가?사람들은 서로 눈빛만을 교환할 뿐 연회장에는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정적을 먼저 깬 것은 아트센터 팀장이었다. 그는 머뭇거리며 은시후를 바라보다가 “제가 은 선생님을 위해 걱정을 조금 나눌 수 있어 영광입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의 많은 보살핌을 부탁드리며, 작은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하고 큰일은 다시 은 선생님에게 조언을 구한 뒤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무거웠던 분위기가 팀장으로 인해 한결 가벼워졌다. 그러자 이태형은 “저는 은 선생님의 도움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에 100억 수표를 통해 감사함을 표하고 싶습니다.”라며 공손히 말했다.이어 배강민도 은시후를 향해 다가와서는 “선생께서 우은찬을 제거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앞으로 우리 배가는 선생의 어떤 부름에도 응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사람들은 이태형과 배강민 두 사람
임 대표는 크게 기뻐하며 은시후의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께서 저의 제안을 받아들여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꼭! 반드시! 진지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네.” 은시후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공포에 질려 있는 진원호를 바라보았다.“어르신, 이 은시후가 당신들의 돈을 훔쳐 쓴 것으로 착각하셨지요?”라고 물었다.진원호는 갑자기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 자리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제가 감히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전 잠시 어리석었을 뿐입니다.. 사실 당신에게 약간 의심이 있었지만, 이제 완벽하게 믿고 있습니다.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사부이니, 저는 죄를 물어 달라고 감히 청합니다..” 그리고는 진동오를 덥석 잡아서는 화를 냈다. “이 멍청한 놈아! 무릎을 꿇어라!”진동오는 이미 몸을 덜덜 떨고 있었지만, 진원호의 분노한 목소리에 순간 중심을 잃고 바닥에 엎어졌다. “저..저를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사실 우은찬에게 속아서 그렇지, 당신을 의심하려고 했던 건.. 그런 건.. 아닙니다!”진원호는 손을 들어 진동호의 뺨을 한 대 때리고, 남은 손으로는 그의 뒤통수를 후려 갈겼다. 이렇게 여러 차례 그를 후려갈겼더니 진동오의 얼굴은 붉게 부어올랐다.진동오는 꼼짝도 하지 못하고, 엎어진 채 엉엉 울고 있었다. 이렇게 자신의 작은 아버지에게 얻어맞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은시후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 보다는 나았기 때문이다. 우은찬을 그렇게 쉽게 이겨버린 것을 보면 자기를 죽여버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 아니겠는가..?옆에 있던 진설아의 작고 하얀 얼굴도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은시후가 이런 숨은 고수였다니..처음 그와 만났던 날.. 그녀는 마음속으로 기회가 있다면 자신을 수치스럽게 만들었던 것에 대한 복수를 계획했지만, 지금 보니 상대방은 넘사벽으로 강해졌다!그녀는 은시후가 동생 진동오에게 분노를 할까 봐 황급히 무릎을 꿇고 “제 동생이 아직 어려 철이
많은 사람들의 존경스러운 눈빛을 뒤로하고 은시후는 덤덤히 떠나갔다.송민정은 그를 집에 바래다 주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를 훑어볼 수 밖에 없었다.은시후는, 이미 이전처럼 평범한 사내로 돌아가버렸다. 이제는 그에게서 강력한 힘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그녀는 마음속으로 놀라면서도, 이런 상황을 이상하게 여겼다.조금 전 까지만 해도 은시후는, 온몸에서 냉랭한 기운을 내뿜으며 사람들의 간담이 서늘하게 만들었다.그런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는 하나도 없고 언뜻 보기에는 길을 걸어 가는 행인과 다를 바 없었다.그가 의도적으로 이렇게 자신의 분위기를 바꾼 것인지 대체 알 수 없었다.송민정은 참다못해 은시후에게 물었다. “조금 전의 천둥 번개.. 정말 당신이 부른 것이 맞나요?”은시후는 그녀를 보고 빙긋이 웃었다.“맞혀 보시죠? 만약 제가 그것이 운이 좋아 일어난 일이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믿으시겠어요?”송민정의 머릿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또 다시 천둥 번개를 부르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번쩍이는 번갯불 사이에서 그는 당당하게 서 있었다.정말 이런 남자라면 어떤 여자라도 그에게 홀딱 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송민정은 은시후를 향해 설렘이 느껴지자 얼른 고개를 휙휙 저었다. ‘무슨 소리야?!’세계 최고의 물리학자조차도, 사실 천둥과 번개를 치게 만들 수 없다.만약 은시후가 정말 천둥을 부를 수 있다면, 그는 이렇게 데릴사위로 살 필요가 있겠는가?그렇다면 설마.. 조금 전의 천둥은 정말 타이밍이 잘 맞아서 생긴 것이란 말인가?......은시후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장모 윤우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난 일찍부터 능력 있는 남편을 찾으라고 했어!! 그런데 너는 내 말도 듣지 않고 응?! 내 친구 딸내미의 사위가 얼마나 잘 나가는 줄 알아? 걔는 사위가 잘 살아서 어제 100평짜리 집을 계약했대!!! 100평!! 그런데 우리 집은 고작 몇 평이야? 네 명이서 사는데 30평이야..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해?!!
시후 은 웃으며 말했다. “형님,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하면, 미국에 있는 아내와 자식들은 어떻게 하시려고요?”“괜찮습니다...” 나훈구는 매우 단호하게 말했다. “사람은 은혜를 알면 반드시 갚아야지. 만약 은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아내와 자식들은 제가 실종된 줄 알고 평생 불안에 떨며 여기저기 정보를 찾아 헤맸을 겁니다. 결국 제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경찰로부터 자세한 내막까지 듣게 될 테고, 그땐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고 비통해 했겠죠...” 이 말을 하며, 나훈구는 시후를 바라보다가 목이 메어 말했다. “제 목숨을 구해주신 건 물론이고, 제 아내와 자식들이 그런 극도의 슬픔을 겪지 않게 해주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은 저뿐만 아니라 제 가족들도 구하신 겁니다. 제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최선의 결과가 될 테니까요. 생활고야 어찌 되든, 저는 가족들이 충분히 견뎌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다만 조금 힘들게 살 뿐이죠.”시후는 나훈구의 단단한 표정과 흔들림 없는 눈빛을 보고는, 마음속 깊이 감동을 느꼈다.잠시 후, 그는 성도민을 불러 곁으로 오게 하더니 말했다. “성도민 씨, 이 분은 IT 분야의 전문가, 나훈구 씨입니다. 나는 블랙 드래곤에 반드시 이런 인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그를 데리고 중동으로 돌아가도록 하세요.”성도민은 기쁘게 말했다. “그거 정말 잘 됐습니다! 지금 블랙 드래곤에서는 IT 분야 하드웨어 구축을 강화하려는 참이었는데, 바로 이런 인재가 필요했습니다. IT 인프라와 미래 로드맵을 같이 설계해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했거든요!”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내가 보기엔, 앞으로 블랙 드래곤은 IT 기업들과 협력해서 자체 위성을 제작하고, 상업 위성 발사 기업을 통해 발사하여 자체 위성 통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블랙 드래곤 내부의 통신은 보안 수준이 매우 높아야 하기 때문에, 외부 통신망이나 서비스 업체에 의존하면 100% 보안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시후의 질문을 들은 나훈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무슨 계획이 있겠습니까. 간신히 은 선생님의 은혜로 살아남았으니, 일단은 미국으로 돌아가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죠...”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형님, 이미 멕시코까지 와서 선원 일을 하려 하셨던 걸 보면, 미국으로 돌아가도 마땅한 일을 찾기는 힘들지 않을까요?”시후의 이 말을 들은 나훈구의 표정엔 다소 민망함과 무력감이 함께 떠올랐다. 그는 한숨을 깊게 내쉬며 말했다. “괜찮은 일을 못 찾으면, 그냥 허드렛일이라도 해야지 뭐... 우리 어머니도 식당에서 일하셨는데, 저라고 못할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형님, 제 생각엔 차라리 이렇게 하시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이제 밖으로 나오셨으니 굳이 그렇게 서둘러 돌아가실 필요는 없잖아요? 형님은 IT 쪽 일을 하셨다면서요. 그렇다면 이후엔 블랙 드래곤에서 일해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블랙 드래곤은 현재 중동을 거점으로 해서 해상과 항공 양쪽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분명 IT 분야의 수요는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지게 될 것이고, 수준도 높아질 겁니다. 형님 같은 인재가 절실히 필요해요.”시후가 이 말을 할 때,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었다. 만약 나훈구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최상의 결과일 것이었다. 그는 성도민에게 충분한 보상을 준비시키고, 곧바로 중동으로 데려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나훈구가 거절한다면, 여기서 벌어진 비밀들을 알고 있는 그를 미국으로 그냥 돌려보낼 순 없었다. 그렇기에 다른 구출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오늘 일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지워야 할 것이다.다만 시후는 가능하면 그 두 번째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과 인연이 닿은 사람이고, 이렇게 큰 사건을 겪은 이상 그에 걸맞은 기회도 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억을 지워버리면, 그에겐 이 피비린
때로는, 평생을 바쳐도 이성 무인에서 삼성 무인으로의 도약조차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성 무인이란, 사실 대부분의 무인들이 평생 머무는 한계점과도 같았다. 하물며, 삼성에서 사성, 사성에서 오성, 오성에서 육성으로의 도약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그런데 이번에 시후가 건넨 이 한 잔의 술이, 백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단숨에 수련 경계를 뛰어넘게 해주었다는 건, 그들에겐 말 그대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블랙 드래곤에서 가장 강한 실력을 가진 성도민은 자신과 함께한 대원들을 돌아보았다. 그들 대부분이 수련 능력이 상승한 것을 발견하고는, 성도민은 가슴 속 깊은 감격을 억누르지 못했다. 그러자 그는 시후를 다시 바라보며, 감격과 동시에 경외심 가득한 눈빛으로 무릎을 꿇은 뒤 공손히 말했다. “저 성도민은 은 선생님의 하늘과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은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다른 블랙 드래곤의 구성원들도 즉시 정신을 차리고, 성도민을 따라 시후 앞에 모두 한쪽 무릎을 꿇고 소리 높여 외쳤다. “저희들은, 은 선생님의 하늘과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희들 역시도 은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그 모든 것들을 하겠습니다!”시후는 눈앞에 있는 100여 명의 블랙 드래곤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시후는 그들의 눈에 맺힌 눈물과 결연한 표정을 보고는 이들이 자신의 확고한 동료가 되어줄 것임을 느꼈다. 만족스러운 마음에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 은시후는, 앞으로 결코 여러분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블랙 드래곤이든 여러분 각자든, 앞으로 반드시 날개를 펼쳐, 저 넓은 하늘을 훨훨 날게 될 겁니다!”이 말을 들은 대원들은 곧바로 가슴이 뜨거워지며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이때, 지하 수술실을 불태우고 있던 화염은 이미 지상까지 뜨겁게 달궈 놓았고, 불꽃은 땅 위의 건물까지 번지고 있었다. 이에 시후는 성도민에게 말했다. “성도민 씨, 이제 시간이 됐습니다다. 모두 질서 있게 철수하도
시후의 구호가 떨어지자, 그와 함께 모든 대원들이 술잔을 들어 잔 속의 소주를 단숨에 들이켰다.시후에게 있어 이 술에 담긴 영기는 이미 아주 미미한 수준이었기에, 몸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블랙 드래곤 대원들이 느끼는 기운은 완전히 달랐다! 그들은 애초에 이 술에 이토록 강력한 에너지가 담겨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대원들이 술을 한 번에 들이켰을 때 온몸에 강렬한 온기가 복부에서 시작해 단전으로 몰려들었고, 곧이어 기운은 마치 산을 무너뜨리고 바위를 쪼개는 듯한 맹렬한 기세로 팔맥을 향해 폭발적으로 밀려들었다!무술가들에게 있어 자신의 실력 향상은 두 가지 핵심 요소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첫 번째는, 기경팔맥 중 몇 개의 경맥이 열려 있는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무술가들의 경지와 실력을 판단하는 가장 근본적인 기준이다. 경맥을 많이 열수록, 무술가의 등급과 전투력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이미 열린 경맥이 얼마나 잘 순환되고 있느냐이다. 대부분의 무술가들은 몇 개의 경맥 만을 겨우 열 수 있을 뿐, 모든 경맥을 완전히 순환시킬 수는 없다. 이것은 마치 사람의 코에 있는 양쪽 콧구멍과도 같아서, 누가 더 뚫려 있느냐에 따라 들숨의 양이 달라지듯 경맥도 얼마나 원활히 순환되느냐에 따라, 에너지 흡수량이 달라지게 된다. 지금 이 소주 안에 담긴 영기는 그들에게 단순히 경맥을 몇 개 더 열게 해준 것이 아니라, 기존에 뚫려 있던 경맥까지 더 넓고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즉, 두 가지 방향에서 동시에 무술가들의 실력을 향상시킨 것이다.그래서 이 순간 블랙 드래곤 대원들은 하나같이 깜짝 놀라며 자신의 몸속에서 터져 나오는 그 엄청난 기운이 자신이 오랫동안 뚫지 못했던 다음 단계의 경맥까지 열도록 밀어붙이고 있다는 사실에 크나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잠시 후 누군가 감격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나... 나 네 번째 경맥을 뚫었어! 진짜야! 네 번째 경맥이 열렸어!!”곧이어 또 다른 사람이 외쳤다. “나도!
조금 전 까지만 해도 꽤 오랜 시간 동안 시후는 지하 수술실에 있었고, 소이연은 다른 블랙 드래곤 대원들과 함께 들어오긴 했지만, 지상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시후는 이제서야 소이연도 멕시코에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이 순간, 소이연은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수줍게 말문을 열었다. “은 선생님... 리더가 선생님께서 업무가 있다고 삼성 이상 무인들만 참여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딱 맞는 위치라... 바로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어요.”시후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며 물었다. “이번엔 본래 신분을 사용하진 않았겠죠?”“아니에요.” 소이연은 다른 블랙 드래곤 대원들에게 등을 돌린 채, 시후를 향해 장난스럽게 혀를 살짝 내밀고는 말했다. “이번엔 완전히 새 신분으로 왔어요~”“좋습니다.” 시후는 미소 지으며 손에 든 소주를 그녀에게 건넸고, 조금 전 다른 대원들에게 했던 것처럼 공손히 말했다. “오늘 수고 많았어요.”소이연은 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은 선생님께 충성을 다할 수 있는 건, 제게는 큰 영광이에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됐어, 자리에 돌아가요. 돌아가는 길에 이야기 더 하는 걸로 하고. 오늘 밤엔 나랑 같이 미국으로 돌아가죠. 좀 도와줘야 할 일이 있어서요.”소이연은 약간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은 선생님, 탐정... 아직도 절 추적하고 있잖아요. 제가 미국에 가면 혹시 폐를 끼치게 되지 않을까요...?”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감회 어린 어조로 말했다. “제이크 한은 이제 이연 씨를 추적하지 못해요. 얼마 전 그 친구한테 사고가 있었거든. 그 이후로 그가 맡았던 사건들도 대부분 흐지부지 종결됐죠. 게다가 이연 씨는 이미 새로운 신분으로 바꿨잖아. 문제없을 겁니다.”“그럼 정말 다행이에요! 은 선생님께 폐만 안 된다면 저는 뭐든지 다 좋아요! 은 선생님 말씀만 따를게요!”그제야 소이연은
미래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시후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는 동시에, 경계심과 신중함 또한 한껏 갖추고 있었다. 블랙 드래곤의 전체 전력은 분명 강력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재 알려진 세상 안에서만 통하는 이야기였다. 세상 어딘가,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더 강대한 존재들은 어쩌면 블랙 드래곤보다 훨씬 더 막강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그래서 시후는 생각했다. 앞으로는 자신 개인의 실력 향상은 물론, 블랙 드래곤 전체의 실력도 체계적으로, 꾸준히 끌어올려야 한다고... 만일 훗날, 그 미지의 강적들과 정면으로 맞설 날이 온다면 그때는 적어도, 승산을 조금이라도 더 만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성도민은 시후의 성격을 잘 알기에, 즉시 몸을 낮춰 공손하게 다짐했다. “은 선생님, 안심하십시오! 저는 절대 개인적인 실력이나, 블랙 드래곤의 전력이 강해졌다고 자만하지 않을 겁니다! 또한 그로 인해 방심하거나 적을 얕보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시후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나도 블랙 드래곤의 미래에 대해, 한층 더 기대하게 되는군.” 말을 마치고는 손을 크게 휘두르며 외쳤다. “자, 대원들이 줄을 서서 술을 받도록 하죠!”“예!” 성도민은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 흥분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곧장 밖으로 나가 마당에 모인 100여 명의 정예 부대원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대원들! 은 선생님께서 특별히 준비하신 이 세상에 둘도 없는 귀중한 술이 있다! 이번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대원들을 위해, 축하와 보상의 의미로 준비하신 것이다! 자 이 술은 천금의 가치가 있고, 너희 인생의 전환점이 될 기회다!” 그러면서 다시 힘주어 말했다. “전원 주목! 첫 번째 줄부터, 왼쪽에서 오른쪽 순서로 줄지어 입장해 술을 받아라! 단, 절대로 술을 흘리거나 쏟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단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평생 후회할 거다!”하지만 듣고 있던 대원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어떤 술이길래 천금의 가치가 있다는 건지,
시후가 막 첫 잔을 따르려던 순간, 지하실 쪽에서 갑자기 폭발음이 들려왔다.엄청난 충격과 함께, 땅 전체가 흔들렸다! 지하 수술실 입구가 숨겨진 방에서는 거대한 불길이 뿜어져 나왔는데, 폭발의 위력을 짐작케 하는 장면이었다.시후는 알고 있었다. 김미희를 포함한 악마들이 이 불꽃 속에서 재로 변해, 그 죄악의 생을 완전히 끝냈음을.그리고 그 순간, 시후는 손에 쥐고 있던 동작을 멈췄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는, 방금 막 따른 술잔을 들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무고한 이들이 억울하게 죽어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한 잔의 술을 그분들께 바칩니다. 부디 구천에서도 이 원한이 풀렸음을 알아주시길...”그 말과 함께, 그는 두 손으로 잔을 들어, 그 안의 술을 천천히 땅에 부었다. 이 한 잔의 술을 만약 정말 필요한 이에게 팔았다면, 아마 수천만 달러, 아니 그 이상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후에게 있어, 이 술은 무고한 희생자들을 위한 경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의 영혼이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이 술을 땅에 쏟는 이유였고, 결코 낭비라 할 수 없는 행위였다.이후, 시후는 한숨을 내쉬고, 다른 잔들에도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곧, 100여 개의 술잔이 모두 채워졌고, 두 병의 소주도 정확히 사람 수에 맞춰 딱 떨어졌다.그때, 10분이 흘러 성도민이 공손히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은 선생님, 모두 마당에 모였습니다.”시후는 가볍게 답하며 말했다. “안으로 들어오세요.”“예.” 성도민은 대답한 후 문을 열고 들어왔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는 강렬한 술 향기를 느꼈다. 소주는 본래 향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코를 찌르는 이 향은 평소에 느끼던 그 이상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성도민은 놀랍게도 술 향 속에서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마치 선선한 가을날, 아무 걱정 없이 꿀잠을 자고 난 후 온몸이 개운하고 상쾌해지는 듯한 형언할 수 없는 편안함이었다. 그
몇 분 전.지하 수술실에서 악행으로 가득한 살인범들이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을 때, 시후는 구출된 피해자들을 진정시킨 후, 성도민에게 물었다. “성도민 씨, 내가 미리 준비해달라고 했던 것들, 준비해 놨습니까?”성도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말씀하신 물건들은 모두 제 차량 트렁크에 준비해 두었습니다. 지금 필요하시면 바로 옮기겠습니다.”“좋아요.” 시후가 말했다. “그럼 가져와요.” 그러고는 가까운 빈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안으로 옮겨 놓도록 하죠.”“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성도민은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 곧이어 차 트렁크에서 커다란 종이박스 하나를 꺼내 안고 돌아왔다. 성도민은 두 손으로 종이박스를 안고 오면서, 한 손엔 묵직한 쇼핑백도 들고 있었다.박스에는 소주의 로고가 선명히 찍혀 있었고, 이는 시후가 특별히 부탁해 미리 준비하게 한 축하주였다.박스를 열어보니, 안에는 1.8리터짜리 소주가 두 병 들어 있었고, 또 다른 쇼핑백에는 소주잔이 가득 들어 있었다. 성도민이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요청하신 물건이 여기 있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10분 후에 모두 마당에 집합시켜요. 다 함께 축하주를 나눌 거니까.”성도민은 궁금해하며 물었다. “은 선생님, 축하주를 마신다 하셨는데, 술이 좀 부족하지 않습니까? 백 명이 넘는데, 고작 이 소주를 나눠 마시면 1인당 양이 얼마 안 될 텐데요...” 그러고는 덧붙였다. “우리 블랙 드래곤은 주량도 셉니다. 이 정도 술은 그냥 목만 축이는 정도 아닐까요...”시후는 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잠시 후 모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니, 과음은 좋지 않죠. 이 술은 형식일 뿐이고, 진짜로 실컷 마시고 싶다면 미국에 돌아가서 마음껏 마시면 되지 않겠어요.”성도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시후는 말했다. “좋아요. 성도민 씨, 그럼 이젠 가서 할 일 보고, 10분 후에 나를 찾아오도록
김미희는 뒤에 산처럼 쌓인 시체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 부하들이 다 죽었는데, 누가 널 구하러 온다는 거야?”후아레스는 반사적으로 외쳤다. “내 여자친구! 내가 계속 돌아가지 않으면 분명 나를 찾으러 올 거야! 그녀가 올 때까지 살아만 있다면, 구출될 수 있어!”김미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이해가 안 가네. 그런 머리로 어떻게 지금까지 보스를 해먹었는지.” 그러고는 위를 가리키며 냉정하게 말했다. “잊지 마. 밖에는 블랙 드래곤의 대원 백 명이 넘게 포진해 있어. 우리가 죽지 않는 이상, 그 자들은 절대 떠나지 않아. 네 여자친구가 오면, 그저 죽으러 오는 거라고!”후아레스는 한순간 절망에 빠졌다. 하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가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어! 불만 붙이지 않으면 시간을 벌 수 있을 거야! 하루만 더 버텨도 살 가능성이 생기는 거야! 기적은 절망 속에서 일어나는 거잖아? 어쩌면 은시후가 마음을 바꿀 수도 있고, 아니면 멕시코 경찰이 여길 찾아낼 수도 있고, 혹시 그 은시후에게 다른 원수가 있어서, 그 원수가 찾아와 그들을 처치해줄 수도 있잖아? 그러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어!”그는 말을 하면 할수록 점점 흥분해서, 모두를 설득하려 들었다. “원래 백만 분의 일 확률이라 해도,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어! 슈퍼 로또처럼 말이야. 백만 분의 일이어도 당첨자는 반드시 나오잖아? 그게 바로 우리가 될 수도 있어. 단 조건은 뭐다? 일단 로또를 사야 되는 거지! 살아 있어야 그 가능성이 생기는 거야!”그의 말에 김미희를 비롯한 이들이 조금씩 설득되는 듯했다. 살아 있는 한 기적은 있을 수 있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기회가 희박해도, 아예 끝내 버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김미희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좋아, 그렇다면 기다려 보자고. 하늘이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면, 어쩌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어!”옆에 있던 민영건도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기다리자! 나도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