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시후가 끝까지 자신에게 굴하지 않자 우은찬은 냉소를 지으며 임 대표에게 말했다. “정말 살기 싫은 모양입니다.. 그럼 대표님께서는 향나무 가지 3개, 작은 향로 하나, 그리고 복숭아나무로 만든 목검 한 자루를 준비해 주시겠습니까? 그럼 제가 나머지는 알아서 하지요..”임 대표는 그의 말을 듣고 곧바로 재료들을 준비해 왔다.이윽고 우은찬이 향로에 향나무를 꽂자 맑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뒤이어 우은찬은 목검을 든 채로 중얼거렸다.그러자 옆에 있던 진원호는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마치 총탄 몇 개가 머리를 뚫고 지나가는 듯 고통스러웠는데, 그의 관자놀이는 끊임없이 널뛰기를 하는 중이었다.그는 참다 못해 “우 대표님!!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고통스러워야 하는 겁니까?”라며 신음했다.“선생님 댁의 음기는 굉장히 강합니다. 이것은 그저 시작일 뿐입니다.. 그러니 조금만 참아 보시지요!”우 대표가 그렇게 말하자 진원호는 어쩔 수 없이 엄청난 고통을 억지로 참아야만 했다. 그러나 참으면 참을수록 온몸이 불편했고, 이제는 속이 메스꺼워 구토를 하고 싶을 정도로 머리가 욱신거렸다.그러나 그의 가슴 한곳에서 순간적으로 강하고 따뜻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그의 심장을 감싸주었기에 진원호는 그 자리에서 쓰러지지 않았다.진원호는 ‘이..이것은 은 선생님께서 써주신 부적이 아닌가?’라며 속으로 놀랐다.우은찬은 진원호의 속마음을 알지 못한 채 물을 한 모금 머금은 채 ‘푸!!’ 하고 복숭아 목검에다 뿌렸다. 그리고는 목검을 휘둘러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를 베었다.우은찬의 목검이 연기를 베자, 진원호는 머리에 큰 타격을 맞은 듯했고 갑자기 ‘우욱!’하는 소리와 함께 목구멍에서 피를 토했다.“작은 아버님!!!!”진동오는 깜짝 놀라 후다닥 달려 나와 진원호를 부축했다.그의 얼굴은 잿빛으로 변했고, 말할 기운조차 없었다.“우 대표님!! 저희 작은 아버님께 무슨 일을 하신 겁니까?!!” 진동오는 다급한 목소리로 우은찬에게 소
은시후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은 어르신의 생명선입니다. 어르신 댁의 살기는 하늘을 찌를 듯 강했지요. 그런데 조금 전 우은찬이 쓴 도술은 어르신의 목숨을 사용해 그 살기를 없애는 방법입니다. 만약 이 빨간 줄이 어르신의 팔꿈치까지 뻗어 올라간다면, 그 때 어르신은 죽게 될 것입니다! 평생 선행을 하며 쌓아온 덕행으로 어르신 집안의 생명을 연장시키게 된 셈이지요.”진원호는 이 말을 듣자마자 깜짝 놀라 한 순간에 멍해졌다.진동오도 당황한 눈빛으로 주변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이 모습을 본 여러 선생 및 사부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진동오는 무릎을 털썩 꿇은 뒤 우은찬을 향해 외쳤다. “우 대사님!!! 제발 작은 아버님을 살려주십시오!!!”우은찬은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비웃었다. “이미 도술을 부렸는데, 어떻게 거둬들일 수 있겠나? 어리석기는.. 진원호의 강인한 생명줄로 자네 일가족이 모두 목숨을 구할 수만 있다면 나에게 감사해야 할 일 아니겠는가?”진설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한참 동안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고 있다가 은시후의 앞에 털썩 꿇어앉으며 절규했다. “은 선생님!!! 제발.. 제바..알.... 저희 아버지를 살려주세요!! 제가 부탁드립니다.. 흐윽..!”은시후는 그녀를 힐끗 바라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당신들이 날 믿지 않고, 우은찬의 이야기를 믿기로 했으니.. 이제 나와는 상관없는 일 아닌가? 왜 내가 당신들을 도와줘야 하는 거지?”진설아는 눈시울을 붉히며 이를 악물었다. “만약 당신이 우리 아버지를 구할 수 있다면, 어떤 요구라도 들어드리겠어요...!”은시후는 허허 웃으며 “난 너에게 별 관심이 없는데....?”라고 말했다.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진원호도 은시후 앞에 달려와 무릎을 꿇고 말했다. “선생님.. 제가 잠시 눈이 멀어 이렇게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이게 모두 진동오 저 죽일 놈이 절 현혹시키는 바람에 이렇게 된 것입니다!!!”라고 울부짖었다.말을 하면서 진원호는 단숨에 진동오
불과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테이블 위에 마련되어 있던 요리들이 다 썩어 변질되고, 빽빽하게 모기로 뒤덮였다.정원의 풀밭에는 수탉 한 마리가 있었는데, 이 닭은 오랫동안 로이드 그룹에서 길렀던 것이었다.그런데, 모기 몇 마리가 빠른 속도로 수탉에게 날아와 붙자 불과 십여 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수탉이 꼬꼬댁하며 날개를 퍼덕이더니 땅에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다 죽어버렸다.죽은 닭의 깃털을 뚫고 나온 검은 모기 떼들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하늘은 온통 모기들로 빽빽하게 들어찼고, 모기 떼는 회오리처럼 빙빙 돌며 인파를 덮쳤다.연회장은 갑자기 발칵 뒤집히며 아수라장이 되었고, 모두가 필사적으로 모기에게서 살기 위해 몸을 피했다.이 모기는 더할 나위 없이 독해서 사람을 물면 상처로부터 피부 속까지 파고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모기는 모래알만큼 작았지만, 단 한 마리에게만 물려도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물린 사람은 온몸이 퉁퉁 붓고 괴로웠다.여러 사부들은 잇달아 부적을 던지며 주문을 외웠다.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책상 밑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연못에 첨벙 뛰어들어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이게 대체 뭐야?!!” 송민정은 너무 놀랍고 징그러워 눈 밑의 피부가 떨려올 지경이었다.“이게 뭐야 대체?!!” 센터 팀장은 화가 나서 소리쳤다. “내가 알기로 이런 생물은 갓난 아기의 시체로 만든다고 하던데.. 우은찬 대표!! 왜 당신이 이런 징그러운 걸 키우고 있는 거야?”우은찬은 웃으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하하!! 이것은 태아의 시체로 만든 제일 독한 도술이다!! 그러니 이곳에 있는 모두가 나를 존경하며 받들지 않는다면 그 아무도 살아서 나갈 수 없어!!!”검은 모기들이 몸에 많이 달라붙은 한 노인은 온몸이 부어 올라서는 검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공중은 시커먼 모기 떼로 가득 찼고, 두피까지 간지럽게 만들자 송민정은 너무나 당황했다.그러나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피던 그녀는 은시후의 주위에만 모기가 한 마리도 없다는
“와.. 씨!! 저..저 놈은 인간이 아니야! 신이다!”“제발 날 찢어버리지 말게! 은 사부!! 내가 이렇게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잘못을 인정하네..!” “그만해!! 나 무서워!!! 내가 잘못 했어! 이러다 다~ 죽어!!!”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은시후에게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진원호도 깜짝 놀라 테이블 아래로 숨었는데, 그의 마음 속은 극도의 두려움과 경외로움이 교차했다.그런데 여러 차례 친 수많은 천둥번개는 모기 떼만 잿더미로 만들었을 뿐, 사람들은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우은찬은 잔뜩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그는 은시후가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가 가진 힘이 이 정도로 무섭다니?!자신은 그와 비하면, 발톱에 낀 때와 같은 수준이었다. 만약 저 하늘의 천둥번개가 자신의 머리로 내리 꽂힌다면 아마 뼈도 남지 않고 그 자리에서 다 사라져 버릴 것이 분명했다.그는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이리저리 기어 정원 밖으로 도망가버렸다. 그는 도망가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었다. “지금 도망갈 생각을 하는 건가?”은시후는 싸늘하게 웃으며 손가락을 내밀었다. “하재불멸(何災不滅) 통제전술(統制電術)!”“쿠구궁!!”번개 한 줄기가 정면으로 내리 꽂혔고 우은찬은 땅바닥에 나자빠지며, 손에 들려 있던 옹기 항아리도 산산조각 났다.그는 손이 몹시 아팠고, 이미 간담이 서늘해졌기에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비명을 질러댔다.“은..은 선생님.... 날 살..살려 주시오!!”하지만 은시후는 들은 척도 않고 그저 냉랭한 표정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그를 향해 걸어갔다.“태아의 시체를 가지고 만드는 도술이라니! 이건 정말 천리에 어긋나고, 더럽기 짝이 없군!”“네 놈처럼 사악한 놈은 하늘이 알아서 벌할 것이다! 나는 오늘 너에게 벼락을 내릴 것이다! 승복할 건가?”우은찬은 입을 크게 벌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먹구름
그들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은시후처럼 주문 한 번에 이렇게 큰 규모의 천둥을 불러오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그들의 눈에 이 사람은 분명 도술계의 영역에서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것이었다!더군다나 벼락을 맞아 새카맣게 탄 우은찬을 보면, 은시후의 실력은 이미 자신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듯싶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탄복하며 어떻게 하면 그런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되는지 조언을 얻고 싶어했다.하지만 이런 것들에 관심이 없는 은시후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저는 이 바닥에서 유명하거나, 오랫동안 수련을 한 것도 아닙니다. 저는 이런 쪽에는 관심도 없으니, 앞으로 이쪽 일은 아트센터 팀장님과 상의하십시오.”라고 말했다.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람들은 모두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조금 전의 천둥번개는 이미 여러 사람들의 가슴을 뒤흔들 정도로 엄청났는데, 지금 풍수와 도술에 관심이 없다고 하다니.. 게다가.. 도술을 익힌 사람이 아니라고?그렇다면 그냥 가볍게 익힌 지식으로 이런 천둥을 불러일으켰단 말인가?사람들은 서로 눈빛만을 교환할 뿐 연회장에는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정적을 먼저 깬 것은 아트센터 팀장이었다. 그는 머뭇거리며 은시후를 바라보다가 “제가 은 선생님을 위해 걱정을 조금 나눌 수 있어 영광입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의 많은 보살핌을 부탁드리며, 작은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하고 큰일은 다시 은 선생님에게 조언을 구한 뒤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무거웠던 분위기가 팀장으로 인해 한결 가벼워졌다. 그러자 이태형은 “저는 은 선생님의 도움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에 100억 수표를 통해 감사함을 표하고 싶습니다.”라며 공손히 말했다.이어 배강민도 은시후를 향해 다가와서는 “선생께서 우은찬을 제거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앞으로 우리 배가는 선생의 어떤 부름에도 응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사람들은 이태형과 배강민 두 사람
임 대표는 크게 기뻐하며 은시후의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께서 저의 제안을 받아들여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꼭! 반드시! 진지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네.” 은시후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공포에 질려 있는 진원호를 바라보았다.“어르신, 이 은시후가 당신들의 돈을 훔쳐 쓴 것으로 착각하셨지요?”라고 물었다.진원호는 갑자기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 자리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제가 감히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전 잠시 어리석었을 뿐입니다.. 사실 당신에게 약간 의심이 있었지만, 이제 완벽하게 믿고 있습니다.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사부이니, 저는 죄를 물어 달라고 감히 청합니다..” 그리고는 진동오를 덥석 잡아서는 화를 냈다. “이 멍청한 놈아! 무릎을 꿇어라!”진동오는 이미 몸을 덜덜 떨고 있었지만, 진원호의 분노한 목소리에 순간 중심을 잃고 바닥에 엎어졌다. “저..저를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사실 우은찬에게 속아서 그렇지, 당신을 의심하려고 했던 건.. 그런 건.. 아닙니다!”진원호는 손을 들어 진동호의 뺨을 한 대 때리고, 남은 손으로는 그의 뒤통수를 후려 갈겼다. 이렇게 여러 차례 그를 후려갈겼더니 진동오의 얼굴은 붉게 부어올랐다.진동오는 꼼짝도 하지 못하고, 엎어진 채 엉엉 울고 있었다. 이렇게 자신의 작은 아버지에게 얻어맞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은시후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 보다는 나았기 때문이다. 우은찬을 그렇게 쉽게 이겨버린 것을 보면 자기를 죽여버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 아니겠는가..?옆에 있던 진설아의 작고 하얀 얼굴도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은시후가 이런 숨은 고수였다니..처음 그와 만났던 날.. 그녀는 마음속으로 기회가 있다면 자신을 수치스럽게 만들었던 것에 대한 복수를 계획했지만, 지금 보니 상대방은 넘사벽으로 강해졌다!그녀는 은시후가 동생 진동오에게 분노를 할까 봐 황급히 무릎을 꿇고 “제 동생이 아직 어려 철이
많은 사람들의 존경스러운 눈빛을 뒤로하고 은시후는 덤덤히 떠나갔다.송민정은 그를 집에 바래다 주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를 훑어볼 수 밖에 없었다.은시후는, 이미 이전처럼 평범한 사내로 돌아가버렸다. 이제는 그에게서 강력한 힘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그녀는 마음속으로 놀라면서도, 이런 상황을 이상하게 여겼다.조금 전 까지만 해도 은시후는, 온몸에서 냉랭한 기운을 내뿜으며 사람들의 간담이 서늘하게 만들었다.그런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는 하나도 없고 언뜻 보기에는 길을 걸어 가는 행인과 다를 바 없었다.그가 의도적으로 이렇게 자신의 분위기를 바꾼 것인지 대체 알 수 없었다.송민정은 참다못해 은시후에게 물었다. “조금 전의 천둥 번개.. 정말 당신이 부른 것이 맞나요?”은시후는 그녀를 보고 빙긋이 웃었다.“맞혀 보시죠? 만약 제가 그것이 운이 좋아 일어난 일이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믿으시겠어요?”송민정의 머릿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또 다시 천둥 번개를 부르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번쩍이는 번갯불 사이에서 그는 당당하게 서 있었다.정말 이런 남자라면 어떤 여자라도 그에게 홀딱 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송민정은 은시후를 향해 설렘이 느껴지자 얼른 고개를 휙휙 저었다. ‘무슨 소리야?!’세계 최고의 물리학자조차도, 사실 천둥과 번개를 치게 만들 수 없다.만약 은시후가 정말 천둥을 부를 수 있다면, 그는 이렇게 데릴사위로 살 필요가 있겠는가?그렇다면 설마.. 조금 전의 천둥은 정말 타이밍이 잘 맞아서 생긴 것이란 말인가?......은시후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장모 윤우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난 일찍부터 능력 있는 남편을 찾으라고 했어!! 그런데 너는 내 말도 듣지 않고 응?! 내 친구 딸내미의 사위가 얼마나 잘 나가는 줄 알아? 걔는 사위가 잘 살아서 어제 100평짜리 집을 계약했대!!! 100평!! 그런데 우리 집은 고작 몇 평이야? 네 명이서 사는데 30평이야..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해?!!
분명 그 소식을 들은 장모의 반응은 뻔했기에 그는 당분간 이 사실에 대해 말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시후가 부엌에서 한창 바쁘게 식사 준비를 하는 사이.. 유나가 그에게 다가와 나지막하게 말했다. “시후 씨! 혹시 오늘 집에 들어오다 엄마가 이야기하는 말 들었어요? 혹시 들었다면.. 마음에 두지 마요. 우리 엄마는 너무 사치스러운 사람이라...”은시후는 “왜요? 어머님께서 뭐라고 하셨어요? 난 한 자도 못 들었는데..?”라고 대답했다.“거짓말하지 말고요! 못 들은 게 이상해~ 흥!” 유나는 손가락으로 은시후의 이마를 콕 찔렀다.시후는 갑자기 유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유나는 얼굴을 붉히더니 얼른 다른 곳을 쳐다보고는 손을 움츠린 뒤 빼내려고 했다.하지만 은시후는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의 손목에서는 반짝이는 팔찌가 보였다. 시후는 뿌듯한 듯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이 팔찌, 효과가 있죠?”“에?” 유나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너무 신기한 게, 요즘에 팔찌를 하고 다녔는데 몸이 가벼워지고 편해졌어요. 이 팔찌는 도대체 뭐로 만든 거예요? 정말 신기해!”시후는 “그냥 진주로 만든 것 뿐인데..?”라며 웃었다.흰 진주 구슬은 유나의 하얀 손목을 더욱 희고 보드라운 것 같은 효과를 주었다.시후의 손이 매끈하고 따스한 유나의 손을 감싸 쥐었다. 시후는 그녀의 손을 놓고 싶지 않았다.은시후는 갑자기 유나에게 물었다. “여보, 당신도 새 집으로 가고 싶죠?”라며..“그럼요~ 누가 새 집에 살고 싶지 않겠어요..? 엄마가 조금 전에 이 집이 너무 작다고 계속 투덜대셨어요...”유나는 한숨을 쉬다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하지만 요즘 집값이 너무 비싸서 말이죠.. 우리는 새 집으로 이사 갈 만한 돈이 없으니 그만둬요..” 그러다 갑자기 유나는 “아!! 그러고 보니 새 집으로 이사 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일단 매물을 좀 보고 갭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따져보고, 얼마 나지 않으면 갈아타도 되잖아요?
배호영은 시후의 눈에 숨김없는 살의가 가득 찬 것을 보고,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극도의 공포를 느꼈다! 그는 퍽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은 선생님... 저는 그저 젊은 혈기로 잠시 이성을 잃었을 뿐입니다... 저희 페이셔스 그룹이 그래도 미국에서 꽤나 잘 나가는 집안인데, 제발 이번 한 번만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필요하신 돈이 얼마든 말씀만 하시면, 저희 아버지께서 반드시 만족시켜 드릴 겁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시후는 그의 연극이 지겨워 차갑게 말했다. “배호영, 정말 돈이면 모든 게 다 된다고 생각하나? 너희 증조할아버지께서도 돈이 그렇게 많았지만, 결국 그룹 내에서 자리를 지키지 못했지 않나? 내가 분명히 말해두는데, 너 하나의 목숨과 바꾼다고 해도, 나는 페이셔스 그룹의 모든 자산을 거부할 거다! 성인이라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지. 너 뿐만 아니라 네 아버지와 할아버지까지도 너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원래 자식의 잘못은 부모에게서 비롯된 것 아니겠어?”배호영은 본능적으로 반문했다. “넌 페이셔스 그룹의 복수가 두렵지도 않나?! 나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내가 죽은 걸 알면, 페이셔스 그룹 전부를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복수할 거다!” “네 아버지와 할아버지..?” 시후는 이를 듣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을 말해주지. 너희 증조할아버지 배원중과 너희 사촌 배유현은 지금 내 사람들의 보호를 받고 있다. 그래서 나는 너 뿐만 아니라 네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끝장을 낼 생각이야.. 만약 네 증조할아버지가 미국으로 돌아올 기회가 생긴다면, 그가 네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그냥 둘 것 같아? 그가 그들을 용서하겠다고 한다면, 난 그를 용서하지 않을 거다!” 배호영은 그 말을 듣고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토록 찾으려 했던 증조할아버지와 사촌이 시후의 손아귀에 있을 줄이야! 그 순간, 그는 비로소 시후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깨달았다.
바닥 위에는 두 개의 피 묻은 귀가 뚜렷하게 보였고, 배호영은 온 힘을 다해 두 귀를 감싸며 고통스러워 소리쳤다. 그의 손가락 사이로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이때 성도민은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며 말했다. “상처를 처리해 줘.” 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혈용 약병을 꺼내 배호영의 상처 부위에 소독약을 뿌렸다. 성도민은 핫토리 카즈오에게 다시 말했다. “바닥에 있는 걸 주워서 화장실로 가서 깨끗이 씻어. 아직 쓸 일이 있다.” 핫토리 카즈오는 거부하지 못하고 재빨리 바닥에 떨어진 두 귀를 주워 화장실로 가서 물로 씻어냈다. 이때, 한 대의 헬리콥터가 이곳 건물의 빈 공간에 착륙했다. 시후는 혼자 헬리콥터에서 내렸고, 곧 블랙 드래곤의 한 병사가 다가와 공손히 말했다. “은 선생님, 리더는 지하실에 있습니다. 함께 가시죠.”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병사의 안내를 따라 별장 지하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성도민이 방 중앙에 서 있었고, 배호영은 두 귀를 잘린 채 고통에 몸을 떨고 있었다. 성도민은 시후가 온 것을 보고 즉시 공손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배호영을 바라보고 냉소하며 말했다. “배호영 씨, 또 만났군요.” 배호영은 그제야 시후를 보고, 귀에서 밀려오는 고통을 잊은 채 경악하여 말했다. “당... 당신은 그 풍수사 아니야?!” 시후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왜? 날 보니 놀랍습니까?” 배호영은 혼란스러워하며 소리쳤다. “도대체 누구야?! 왜 블랙 드래곤에게 나를 여기로 끌고 오라고 했어?! 왜 내 귀를 잘라버렸지?!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유가 뭐 그리 많겠어? 네가 마음에 안 드니까. 그거면 되지 않나?” 배호영은 분노에 차서 외쳤다. “나랑 아무런 원한도 없잖아! 이런 짓을 하는 이유가 뭐야?! 우리 페이셔스 그룹이 복수할까 봐 두렵지도 않나?!” 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점점 차가운 눈빛으로
핫토리 카즈오는 이 말을 듣고 몸이 벌벌 떨렸다. 그는 성도민이 한마디로 자신에게 배호영의 두 귀를 자르라고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배호영 역시 충격에 휩싸였다. 그는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기에 뉴욕에서 아무도 감히 자신을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눈앞의 이 남자가 가차 없이 자신의 두 귀를 자르라고 하다니! 공포에 질린 배호영은 큰 소리로 외쳤다. "너희들 내가 누군지 알아? 나는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 배호영이다! 페이셔스 그룹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는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알지? 너희가 나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내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너희를 가만두지 않을 거다!" 그러자 성도민은 배호영을 바라보며 무심하게 말했다. "내가 누구인지 말해두지. 나는 성도민, 블랙 드래곤의 전주다. 네가 페이셔스 그룹 손자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야. 네 아버지, 네 할아버지까지도 은 선생님의 명령이라면 다 없애 버릴 수 있다! 페이셔스 그룹을 송두리째 멸하는 것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처리할 자신도 있고." 배호영은 이 말을 듣고 감전된 듯한 충격을 느꼈다. "성도민?! 너... 네가 바로 성도민이라고?!" 그는 절망에 빠져 말했다. "성... 성도민 씨... 우리 페이셔스 그룹은 당신과 아무런 원한도 없고, 난 항상 당신을 존경했습니다. 그런데 왜 저에게 이런 잔혹한 짓을 하죠?!" 그러면서 그는 불안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그리고 은 선생님이라는 사람은 또 누구십니까? 난 그런 사람을 단 한 번도 건드린 적이 없습니다!" 성도민은 시간을 확인하고 냉소하며 말했다. "곧 알게 될 거다." 그리고 그는 핫토리 카즈오를 바라보며 바닥에 있는 칼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 "핫토리 카즈오, 이 명령은 은 선생님께서 직접 내리신 거다. 나는 그저 명령을 전달할 뿐이야. 은 선생님이 곧 이곳에 오실 거니까, 그가 오시기 전에 이 일을 끝내는 게 좋을 거다. 안 그러면 네 귀도 같이 잘릴 테니!" 핫토리 카즈오는 얼굴이 창백해졌
성도민은 남아 있는 두 명의 부하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이 쓰레기차를 몰고 가서 처리해." 그 중 금발의 백인 부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걱정 마십시오. 이미 폐차장을 찾아 뒀습니다. 한 시간 후면 차를 완전히 분해하여, 부품을 수십 대의 차량과 함께 쇳덩이로 압축할 것입니다. 그럼 아무도 차량의 행방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좋아!" 성도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서둘러 처리하고, 시내에서 다시 만나자." "예 알겠습니다!" ....한편 경찰과 페이셔스 그룹은 쓰레기차에 대한 단서를 파악했다. 비록 핫토리 카즈오 일행이 호텔 내에서는 CCTV 기록을 남기지 않았지만, 밖의 시내 감시카메라까지는 제어할 수 없었다. 그래서 호텔에서 나오는 모든 사람과 차량은 시내 감시카메라에 포착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쓰레기차가 경찰과 페이셔스 그룹 모두에게 동시에 발견되었다. 그들은 이 차량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경찰과 페이셔스 그룹뿐만 아니라, 뉴욕의 모든 조직원, 직업 킬러, 사설 탐정들이 상금을 위해 전부 나섰고, 뉴욕 거리는 순식간에 혼란의 장이 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성도민이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는 롱비치에 하루 렌트비만 무려 8만 달러에 달하는 럭셔리 빌라를 빌렸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이 럭셔리 빌라는 롱비치에서 최고의 고급 주택 중 하나로, 주로 부호들이 뉴욕에 왔을 때 휴가를 즐기거나 영화 촬영을 위해 대여되곤 했다. 성도민은 시후의 명령을 받고 해외에서 온 영화 촬영팀을 가장해 이 빌라를 빌렸으며, 가난한 주인공이 뉴욕에서 성공하는 이야기를 담은 전기 영화의 촬영 준비를 한다고 사람들을 속였다. 게다가 가장 의외인 점은 성도민이 빌린 이 빌라가 페이셔스 그룹의 저택과 불과 500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다는 점이었다. 성도민의 부하들은 뉴욕 시내를 돌고 돌아 핫토리 카즈오를 포함한 닌자들과 의식을 잃은 배호영을 이 빌라로 데려왔다. 이때 뉴욕 전역에서 찾고 있는
이중열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시후가 닌자 몇 명을 시켜 배호영을 납치한 것이 자칫 시후 자신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서야 그는 깨달았다. 시후의 눈에 페이셔스 그룹은 결코 대단한 존재가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그의 눈에 페이셔스 그룹은 그저 접시 위의 요리에 불과했다. 이제 그들을 어떻게 할지는 전적으로 시후의 기분에 달려 있었다. 배한빈이든 배해산이든, 시후에게는 어떠한 위협도 될 수 없었다. 시후에게는 블랙 드래곤이라는 강력한 세력이 있었고, 페이셔스 그룹과 정면 대결을 벌인다 해도 그들은 결코 상대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시후는 페이셔스 그룹의 실질적 영향력을 지닌 배원중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쥐고 있었다. 만약 시후가 배원중을 미국으로 데리고 온 뒤 블랙 드래곤의 힘으로 그의 안전을 보장한다면, 배산해는 그가 차지한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배산해가 기회를 틈타 아버지의 권력을 탈취하고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막았다는 사실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될 테니, 그야말로 모든 사람에게 비난 받는 존재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법적 조사까지 받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시후가 이 비장의 카드를 내놓기만 하면 배해산과 그의 아들에게는 커다란 타격이 될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시후가 배호영을 그들 앞에서 죽인다 해도 그들은 감히 큰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할 터였다.그러자 이중열은 시후에게 물었다. "도련님, 이 일을 다음엔 어떻게 진행하실 생각이십니까?" 시후는 냉랭하게 말했다. "제임스가 모습을 드러내면 그와 배호영을 한곳에 모아 두고, 이 인간 말종들을 제거해야겠죠?!" 이중열이 다시 물었다. "그들의 비열한 행각을 외부에 폭로하실 계획이십니까?" 시후는 말했다. "물론이죠! 배호영을 바로 처리하지 않은 이유는 그의 행동과 제임스의 소행을 모두 파헤쳐서 공개하고, 가능하다면 이 무리의 소행을 한 번에 폭로하면 좋을 것 같아서입니다." 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갑자기 좋은
이중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이 있고 나서야 전해 들었는데, LCS 그룹이 블랙 드래곤에 자산 절반을 넘긴 뒤 화를 피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오늘 도련님을 만나고도 그 얘기는 꺼내지 않았습니다.” 시후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건 제가 일부러 흘린 소문일 뿐입니다. 실제 상황은 정반대예요. LCS 그룹은 블랙 드래곤에 자산을 넘긴 적이 없고, 오히려 블랙 드래곤 전체가 제게 충성을 맹세했죠. 다만 LCS 그룹이 너무 주목받지 않게 하기 위해 그런 소문을 낸 겁니다.” 이중열은 이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후가 이전에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그야말로 믿기 힘든 충격을 받았다. 명성이 자자한 블랙 드래곤이 이제 시후의 휘하에 있다니, 이는 LCS 그룹의 힘에 엄청난 보탬이 될 일이었다. 아무리 페이셔스 그룹의 자산이 많다고 해도 블랙 드래곤 같은 세력을 가진 용병 조직을 가질 수는 없었다.시후가 덧붙였다. “오늘 그 일본 닌자들은 제 일본 친구 집안의 세력입니다. 구름산에서 저를 본 적이 있어서 두려워했던 거예요.” 이중열은 한참 동안 시후의 말을 곱씹은 뒤 감탄했다. “도련님, 지금 당신의 힘으로 LCS 그룹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도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겁니다!”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단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1위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우디 왕가는 글로벌 강자로 로스차일드 가문 다음 가는 수준이죠. LCS 그룹이 아시아에서 최고가 되려면 사우디 왕가를 넘어야 하고, 세계 1위가 되려면 로스차일드 가문을 넘어서야 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도련님의 실력이라면.. 아마도 LCS 그룹이 세계 정상에 서는 것은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일 것 같네요.” 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가능한 빨리 그 시간이 오면 좋겠군요.” 이중열은 시후를 새롭게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시후가 LCS 그룹을 세계 정상에 세우
제이크 한은 감시 기록이 조작된 부분이 호텔 내부에만 해당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크리스와 일본 닌자들이 호텔 외부에서 접촉한 것은 시내 감시망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크리스가 호텔 외부에서 닌자들과 만났던 시간과 장소를 제공하기만 하면, 제이크 한은 그들의 영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제이크 한이 경찰력을 모아 크리스의 진술을 바탕으로 영상 자료를 찾는 동안, 시후는 고은서, 김지우, 이중열과 함께 WF 호텔을 떠났다. 자선 행사가 망쳐지면서 저녁 식사가 무산되자 시후는 모두와 함께 식사할 장소를 찾기로 했다. 그는 이중열이 할 말이 더 있을 거라 생각했고, 이중열이 어떤 제안을 할지도 들어보고 싶었다.이중열 역시도 시후에게 묻고 싶은 질문들이 많았다. 특히 오늘 시후가 일본 닌자들에게 페이셔스 그룹의 아들을 납치하도록 한 일은 장난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자칫 잘못되면 큰 문제가 생길까 봐 염려했다. 그래서 그는 제안했다. "제 집으로 가는 건 어떻습니까? 음식은 화려하지 않지만, 대화하기엔 편할 텐데요." 시후는 흔쾌히 동의했고, 고은서를 바라보자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댁의 삼겹살 구이가 최고죠~ 질리지도 않고요!"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손짓했다. "좋아, 한인타운으로 가자!" 네 사람은 보디가드의 호위를 받으며 한인타운에 도착했다. 이중열의 가게는 이미 문을 닫았고, 직원들도 모두 퇴근한 상태였다. 이중열은 시후 일행을 2층으로 안내하고 직접 요리를 준비하러 갔다.그때 시후는 성도민으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핫토리 카즈오와 그의 일행, 그리고 페이셔스 그룹의 배호영 모두 성도민의 통제 하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시후는 그들에게 절대 외부와 연락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통제하라고 당부했다. 또한 시후는 성도민에게 페이셔스 그룹의 사업체 근처에 인력을 더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제임스가 지금 페이셔스 그룹에 숨어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다만 페이셔스 그룹은 넓고
크리스는 이 상황을 경찰이나 배한빈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용기가 없었다. 왜냐하면 일본인들이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의 생명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죽는 것은 상관없지만, 가족들을 구할 수 없다면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그가 불안에 떨고 있을 때, 한 경찰이 그의 앞에 다가와 말했다. "크리스 씨 입니까?"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당황한 듯 대답했다. "네... 네, 맞습니다..." 경찰은 그에게 손짓하며 차갑게 말했다. "함께 가시죠." 크리스는 더욱 불안해졌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경찰을 따라 제이크 한의 임시 사무실로 향했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크리스는 온몸이 덜덜 떨렸다. 그는 제이크 한의 명성을 오래전부터 들어왔기 때문에 그에게서 자신의 의도를 들킬까 봐 겁이 났다. 크리스는 몸을 한껏 움츠린 채로 제이크 한 앞에 다가가서 더듬거리며 말했다. "경.. 경.. 경감님... 안녕하십니까..." 제이크 한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갑자기 냉랭하게 몰아붙였다. "크리스! 하나 묻지, 왜 일본인 닌자들과 결탁해서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을 납치했지?" 제이크 한의 갑작스러운 질책에 크리스는 크게 놀라며 황급히 변명했다. "저... 저는... 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제이크 한은 차갑게 말했다. "어디서 거짓말을 해?! 그 일본인 닌자들은 당신이 데려왔잖아! 당신이 그저 그들을 고용하기만 한 것이라면 실수라고 믿어주겠지만, 그들을 사건 현장에 배치한 것은 명백한 계획적 행동이야! 그러니 당신은 그들의 내부 협력자라고!" 크리스는 계속해서 손사래 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는 일본 닌자 같은 건 전혀 모릅니다..." 제이크 한은 그의 이마와 뺨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보며 냉소를 지었다. "크리스.. 당신이 나에게 변명하는 건 상관없지만, 경고하나 할 까? 당신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내가 알아낸 정보를 배한빈에게 전달할 거야. 오늘
제이크 한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어, 곧바로 기리시 카나드를 보며 물었다. "일본인들이라니, 무슨 이야기죠?" 기리시 카나드는 지체하지 않고 서둘러 말했다. "저는 호텔에서 임시직으로 고용된 것이고, 같은 날 고용된 임시직이 열 몇 명이었는데, 그 중에 일본인이 여러 명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에는 그들이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제이크 한은 물었다. "당신이 말한 그 일본인들은 어떻게 생겼죠? 특별한 특징이 있습니까?" 기리시 카나드는 질문을 듣고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냥 평범하게 생긴 얼굴들이었어요. 특징이라면, 전부 표정이 진지하고 웃지도 않았죠. 말은 하지 않고 눈빛으로만 서로 의사소통을 했고, 뭔가 은밀한 느낌이 들어서 좋은 사람들 같지는 않았습니다." 제이크 한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들이 말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일본인인 걸 알았죠?" 기리시 카나드는 대답했다. "오가면서 우연히 그들 중 한 명의 휴대폰 화면을 봤는데, 일본어로 설정되어 있더라고요." 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호텔에 도착하고 나서 그들과 교류가 더 있었나요?" "없었습니다." 기리시 카나드가 답했다. "호텔에 도착하자 주방에서 일을 하도록 배정받았는데, 그들은 곧 다른 업무로 배치되더니 주방에서 나갔습니다." 제이크 한은 계속해서 물었다. "좋아. 그럼 당신이 고용된 담당자는 누구였죠? 업무를 배정해 준 사람은? 특히 그 일본인들에게 업무를 배정한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기리시 카나드는 서둘러 대답했다. "우리를 고용한 사람은 크리스 씨인데, 구체적인 이름은 잘 모릅니다.. 주방에서 일하도록 지시한 것도 그였고, 중간에 그 일본인들에게 다른 업무를 배정한 것도 그였습니다." 제이크 한은 호텔 직원 명단을 꺼내 크리스의 이름이 적힌 페이지를 찾아 기리시 카나드 앞에 내밀며 물었다. "이 사람이 맞나요?" 기리시 카나드는 명단의 사진을 보자마자 단호하게 말했다. "네, 맞아요. 이 사람입니다!" 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