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회장이 박청운을 만나 모셔왔을 때, LCS 그룹의 대저택에 머물게 했고, 평소에도 매우 정성껏 대접했다. 하지만 구름산의 묘소가 만들어진 후 박청운은 그룹의 대저택에서 나와 이곳에서 살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송 회장은 LCS 그룹의 묘소에 어르신을 모시게 하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비록 구름산 주변에 시설이 잘 만들어져 있고, 직원들을 위한 사무실과 거주 구역이 따로 있다고 해도, 송 회장은 박청운과 같이 나이 많은 노인이 이곳에 머무르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가 만류해도 박청운은 기어코 이곳으로 짐들을 옮겨왔다. 왜냐하면 그는 여기서 줄곧 자신의 인연을 기다리며 점괘에 나온 그 생명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시후가 나타나서 그에게 10년의 명을 더 연장시킬 수 있는 회춘단을 선물 받았고 이제 4년 동안 열심히 이곳을 지킨 보답을 받았으니, 이제는 떠나야 할 것이다. 그래서 어르신은 경호 팀장에게 말했다. "그럼 회장님에게 내가 약속한 건 다 했다고 전해주게. 그리고 내가 가족들의 곁을 너무 오래 떠나서 향수병에 걸렸기에 작별인사는 따로 하지 않겠다고, 인연이 되면 다시 만나자고 말했다고도 전해주고..!?” 마지막으로 어르신은 모두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고, 시후의 앞에선 뒤에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흥분 가득한 눈빛으로 시후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껄껄 웃으며 허공에다 소리쳤다. "하하하!! 드디어 만났구나 만났어! 그럼 나는 고향으로 돌아 가련다~~” 이 한 마디만을 남긴 채, 그는 이미 자리를 떠나버렸다.고선우는 "아니.. 100세 노인에게도 이런 기운이 있을 수 있다니.. 정말 보통이 아닌 모양이야..?”라며 감탄했다.시후는 옆에서 웃으며 LCS 그룹 경호원들이 박청운의 뒤를 따라가는 틈을 타 고선우에게 말했다. "그럼, 아저씨~ 돌아가실까요?”"그래! 그러자~!” 고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에 또 오자고!”라고 말했다.시후는 기사 역할을 계속해야 했기
고선우의 말에 시후는 빙긋 웃으며 "아저씨, 제가 아직 처리할 일들이 많아서요..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고선우는 그 말을 듣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쉬었다. "후우.. 그렇구나.. 그럼 앞으로 자주 안성으로 와.. 나와 우리 집사람은 네가 꼭 안성에 와서 더 발전하기를 바라고만 있으니까.. 알겠지?”시후는 짧게 대답만 했을 뿐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그러자 고선우는 시후에게 물었다. "그럼 시후야, 내일 친구 할머니 생신 잔치에 간다고 했는데.. 선물은 준비했니?”"음.. 아직이요! 이따가 상점을 좀 둘러볼 생각입니다~” 시후는 비록 노인들에게 굉장한 의미가 있는 회춘단을 가지고 있었지만, 권여빈의 할머니를 만난 적도 없었고 생신을 축하한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비싼 선물을 줄 수는 없기 때문에 거리에 나가 10만 원 정도 되는 선물을 사서 마음을 표시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선우는 시후의 대답을 듣고 바로 웃으며 말했다. "우리 집에 부채가 하나 있는데.. 이 부채가 중국의 제백석이라는 화가가 그린 거야. 부채에는 복과 장수를 기원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단다. 부채살도 중국의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제로 만들었다고 하더라.. 그러니 아마 어르신에게 생신 선물로 드리기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수준일 거야.”"아니에요 아저씨, 제가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어떻게 아저씨의 물건을 지인에게 선물로 드릴 수 있나요. 제가 직접 가서 선물을 사드리면 되니, 괜찮습니다.”"에이, 시후야 사양할 게 뭐가 뭐가 있니? 부채 하나라면 그렇게 큰 가치는 없지만, 소재가 장수이니.. 아마도 어르신들에게는 선물로 딱일 것 같다. 집에 장식으로 두어도 되고, 여름에 사용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그럼 선물은 이걸로 결정하고 절대 나에게 사양하지 말어라. 그리고 더더욱 나를 남처럼 대하지 말고~ 안 그럼 다음에는 내가 화를 낼지도 몰라!”시후는 고선우의 태도가 단호하자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
시후는 코를 글적이었다. "저기.. 저는 어쨌든 여빈 씨의 절친의 남편이라고요..!”여빈은 조금 형식적으로 말했다. 그래요 알고 있죠. 가짜 남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는 거요. 그 가짜 결혼도 4년 차.. 하지만, 그 소꿉놀이가 언제 끝날지 모르겠네요?”두 사람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마침 한정판 벤틀리 한 대가 다가와 두 사람 옆에 멈춰 섰고 뒷좌석의 창문이 내려졌다. 차 안에는 화려한 옷차림을 한 중년 여인이 여빈을 바라보며 "어머 여빈아, 너 왜 나와 있니?”라고 물었다.여빈은 이 여자를 보자 황급히 웃으며 "아앗, 둘째 고모! 안녕하세요? 고모부는요?"라고 물었다.차 안에 있던 중년 여인은 "아직 바쁘대, 점심에 하는 생일 잔치 전에 온다고 하더라~”라며 너스레를 떨었다.여빈은 "그럼 사촌 오빠는요?"하고 물었다.중년 여인은 마지못한 듯 말했다. "어제 밤에 못 봤는데..? 근데 말이야 내가 짜증이 나 죽겠어! 네 사촌 오빠가 말이야.. 기억력이 너무 안 좋아! 몸이 회복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밤중에 쏘다니는 거야!! 나중에 네 사촌 오빠 보면 한 소리 좀 해라!”여빈은 쓴웃음을 지었다. "둘째 고모, 사촌 오빠 성격 안 좋은 거 잘 알고 계시잖아요~ 아마 제가 말하면 난리도 아닐 걸요?”중년 여인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휴.. 대체 몇 살인데 점점 버릇이 없어지는 거야..?” 그러더니 그녀는 여빈 옆에 있던 시후를 보며 웃음지었다. "오모, 이 총각이 혹시 네 남자 친구니?”여빈은 시후를 한 번 보고 부끄러운 듯 웃음지었다. "헤헤.. 아직 아니에요.”"아.직..?!" 중년 여인은 그 '아직'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그럼 언제 '아직'에서 ‘네'가 되려나? 호호호!”여빈은 수줍게 말했다. "아휴..! 둘째 고모, 너무 팔불출이잖아요~ 어서 들어가셔요. 할머니가 기다리세요.”중년 여인은 웃으며 "그럼 두 사람 태워다 줄까?"라고 말했다.여빈은 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저희는
시후는 권여빈이 말한 사촌 오빠가 누구인지 몰랐다. 다만 이곳에는 부자도 많고, 부잣집 아들도 많았다. 사실 그런 돈 많은 집안의 아들들은 멋을 부리는 것이 예사일이기 때문에 딱히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시후와 권여빈이 하우스 입구에 도착했을 때, 입구에는 이미 각양각색의 외제차들로 가득 차 있었다.문밖에서는 두 중년 남자가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는데, 여빈은 급히 두 사람에게 다가가 시후를 소개했다. "아빠, 큰아버지! 여기는 바로 서울에서 주로 지내고 있는 제 친구 은시후라고 해요."두 사람은 시후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여빈의 큰아버지는 “음.. 내가 알기로는 이런 ‘은’씨 성을 가진 아들은 LCS 그룹에 없었는데..?”라고 답했다.그러자 여빈은 "아니요, 제 친구는 출신은 따로 없고요. 그냥 서울대를 다닌 제 절친의 동기예요.”라고 서둘러 해명했다. 그 해.. 시후는 WS 그룹 김 회장의 주선으로 서울대학교에 다닐 수 있었는데 당시 유나와 동창이었다. 그런 유나와 여빈은 절친이니, 생각해보면 자신과도 친한 친구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시후가 유나의 남편이라고 소개하지 않은 건 사실, 자신에게 여지를 남겨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만약 언젠가 자신과 시후가 발전할 기회가 생긴다면, 집으로 데려올 것이고 가족들은 유나의 남편이었던 시후를 당장 떠올릴 것이 아닌가? 그럼 여빈은 매우 난처해질 것이다.여빈의 친구라는 말에 큰아버지는 시후를 얕잡아 보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뭐.. 그럼 서울대 동기라고 하니.. 들여보내주마.”여빈의 아버지는 이때 낮은 목소리로 당부했다. "여빈아, 방금 네 사촌이 그러는데.. 이따가 Koreana 그룹의 첫째 도련님도 여기 방문하겠다고 하더라. 기회를 잘 포착해서 도련님과 친하게 지내."권여빈은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그 사람이랑 아는 사이도 아닌데 왜요? 그리고 Koreana 그룹에 그 아들들이요. 얼마나 더러운 소문이 많은 줄 아세요?”"이 녀석아! 네가 뭘 알고나
그러자 그녀는 냉담한 표정으로 "아빠, 저는 Koreana 그룹 도련님에게는 관심 없어요! 그러니 소개시킨다 그런 이야기하지도 마세요!! 아시겠죠?”라고 소리친 뒤 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시후씨, 그럼 우리 들어갈까요?”“저 저!!! 어째서 저렇게 시근머리가 없을까?! Koreana 그룹의 아들과 결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아? 서울에 가지 않아도 되고 말이야!”권여빈은 무의식적으로 시후를 다시 쳐다보더니 고집스럽게 그녀의 아빠에게 말했다. "난 서울이 좋아요!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아요? 그리고 요즘 서울에 핫플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서 난 나중에 남편을 찾을 땐 꼭 서울에서 찾을 거예요!!”"아니, 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서울에 가서 아무나 만날 생각이야?? 이 권강하의 딸이 감히 아무나 만나서 턱하고 결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그런데 아빠, 왜 이렇게 속물적으로 변했어요?" 여빈은 아버지의 강경한 태도에 실망했다."내가 속물이라고??? 이게 다 널 위해서 하는 것 아니냐!!”그러자 옆에 있던 권여빈의 큰아버지가 말했다. "강하야. 일단 이 일은 서두르지 말고 먼저 여빈이 친구랑 같이 들어가라고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권강하는 형이 일단 상황을 정리하려고 하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딸에게 말했다. "됐어, 일단 먼저 들어가 봐. 이따가 네 엄마랑 잘 말해보고!”여빈은 "이 일은 누가 말해도 소용없다고요!! 흥!!"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녀는 곧장 시후를 붙잡고 "시후 씨 우리 들어가요!"라고 말했다.시후는 남의 집안일에 끼어들기 어려웠기에 서둘러 안쪽으로 따라 들어갔다.권강하는 화를 내며 발을 동동 굴렀고, 옆에 있던 형이 입을 열었다. “강하야.. 너 점점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것 같다..?”"응???" 권강하는 의아한 듯 "형, 그게 무슨 말이야?"라고 물었다.권강하의 형은 웃으며 말했다. "조금 전에 여빈이 옆에 있는 남자 아이 못 봤냐? 여빈이 계속 쳐다보던 거 못 봤어? 특히
시후는 여빈을 따라 타운 하우스로 들어갔다. 안성에 있는 대저택들은 대형 평수에다 전자제품 모두 풀 옵션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이곳 역시도 내부에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거실만 해도 작은 연회장 정도 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또한 자연 친화적으로 지어진 건물이라 그런지 곳곳에 정원 등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게다가 별관을 포함하여 대형 평수로 지어진 이 거실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고, 유명한 대기업 대표들이 모두 이곳에 모여 삼삼오오 모여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여빈의 할머니는 연세가 비슷해 보이는 몇몇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여빈은 할머니를 발견한 뒤, 급히 시후에게 길을 안내하며 말했다. "할머니가 저쪽에 계셔요. 그럼 여기로 오세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내가 준비한 선물이 있어서.. 할머니께 드려야겠네요.”두 사람이 노인 무리에 다가가자, 여빈은 싱글벙글 웃으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소개할 게요! 이쪽은 제 친구이고, 이름은 은시후라고 합니다!"할머니는 황급히 빙그레 웃으며 "아이고, 여빈의 친구이구나! 어서와요~” 그러자 할머니는 "참, 여빈아~ 네 친구 중에 너와 아주 친한 아가씨가 있었던 것 같은데.. 서울대 다니던 그 친구!! 유나..던가..?”라고 유나의 이야기를 꺼냈다.그러자 시후는 이때다 싶어 "안녕하세요? 저는 그 유나라는 친구의 남편 은시후라고 합니다. 사실 유나씨가 직접 와서 할머님의 생신을 축하 드리고 싶다고 했는데.. 요즘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제가 대신 오게 되었습니다. 양해해 주십시오."라고 인사를 건넸다."아이고~~ 그 아가씨가 벌써 결혼을 했구나~~!"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나서 할머니는 다시 여빈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여빈아, 이것 봐라! 네 친구들이 이제 속속들이 결혼을 하고 있어~ 그런데 너는 지금까지 남자 친구도 없잖니! 차라리 할머니 말대로 여기 안성에서 남자 친구를
바로 그때 여빈이 공은찬에게 말했다. "오빠, 내가 데려온 친구 소개시켜줄게!”여빈의 말이 끝나자마자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고, 공은찬은 그를 본 순간 마치 귀신을 본 것 같이 놀랐다. 그는 놀라서 한참만 에야 정신을 차린 뒤 이를 갈기 시작했다. "야! 은시후!!!! 이 새끼야!! 내가 널 찾지 못할까 봐 걱정하고 있었어. 네가 감히 우리 외할머니 집에 와?!! 내가 오늘 널 죽여 버릴 거야!”권여빈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오빠, 이게 무슨 말이야? 시후 씨는 손님인데 왜 이렇게 말하는 거야?”공은찬은 "내가 왜 수술을 했는지 알아?"라며 이를 악물었다."목걸이를 삼켰다며?”"맞아! 그런데 내가 왜 목걸이를 삼킨 건 줄 아냐고! 다 이 개자식 때문이야!!"시후는 코웃음 쳤다. "흠.. 말은 제대로 해야지.. 그 목걸이는 내가 억지로 삼키게 만들었던 건가? 그렇다면 내가 당신 입을 벌려서 당신 뱃속에 목걸이를 쑤셔 넣기라도 했나?”공은찬은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말하겠는가? 시후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은시후는 목걸이를 삼키도록 강요한 게 아니라, 그저 자신이 내기에서 지는 바람에 궁지에 몰려서 이를 악물고 삼킨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일을 만들어 낸 건, 이 자식이 아닌가?! 그러자 공은찬은 "은시후! 너 그딴 소리는 집어 치워! 나는 그냥 그 때 빚을 갚고 싶을 뿐이야!”시후는 그를 무시하고 여빈의 할머니를 돌아보며 자신이 가져온 선물 상자를 건넸다. "저.. 할머니, 이건 저와 유나씨가 준비한 생일 선물입니다, 받아주세요.”할머니는 시후가 자신의 외손자와 무슨 갈등이 있는지 알지 못했지만, 집안의 큰 어른이기 때문에 손을 뻗어 선물을 받았다. "그래요.. 유나에게도 고맙다고 전해줘요.”공은찬은 은시후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을 보고 머리 끝까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외할머니의 손에서 그 선물 상자를 빼앗아 바로 바닥에 내동댕이친 뒤에 시후에게 손가락질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시후는 공은찬이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것을 보고 냉소를 금치 못했다. “내가 말했지 공은찬 씨.. 당신이 지난 번에 목걸이를 삼키게 된 이유를 벌써 잊었나 본데..?”공은찬이 목걸이를 삼켰던 것은 바로 시후와의 내기에서 졌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6억이나 하는 비싼 목걸이를 선물로 가지고 와서는 자신이 굉장히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시후가 송민정에게 준 회춘단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평가절하 했었다..! 하지만 그는 회춘단 한 알이 송민정의 생일 파티에서 엄청난 금액으로 낙찰될 줄은 몰랐다.하지만 공은찬은 집으로 돌아온 뒤 이 일에 대해 궁리하면 할수록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그는 어떤 멍청이가 그런 비싼 돈을 주고 가짜 알약을 살 것인지 계속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공은찬은 이태형이라는 사장이 분명 은시후와 둘이서 힘을 합쳐 자신을 속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태형은 꽤 많은 돈을 썼지만, 사실 이후에 시후가 그 돈을 다시 돌려주면 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공은찬은 시후가 너무나도 미웠다.사실, 설날이 끝나면 다시 은시후라는 놈을 찾아 가서 결판을 지으려고 했는데.. 이 자식이 뜻밖에도 자발적으로 자신의 눈 앞에 오다니...?! 할머니의 생신 잔치가 아니었다면, 그는 벌써 사람을 불러 은시후를 반쯤 때려죽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즉시 시후에게 소리쳤다. "은시후!! 지난번에 일도 그렇고 아직 너와 제대로 계산하지 않은 게 많지? 그런데 지금 감히 네가 이곳까지 와서 나에게 또 쪽팔림을 선사해?!” 그러더니 공은찬은 분노에 찬 얼굴로 소리쳤다. "야! 나한테 솔직히 말해, 저번에 이태형이 네 편이었지?!?"시후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하하.. 사내가 말이지.. 패배에 대해서도 인정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렇게 부끄럽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다니..”공은찬은 갑자기 화를 내며 이를 악물었다. “이 빌어먹을 자식아! 내가 뭐! 대체 뭘 잘못했는데? 그리고 내가 뭘 패배했다는 거야!! 그냥 네 속임수에 넘어간 것뿐이지!”시
유미경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시후가 가볍게 건넨 생일 선물이 이렇게까지 엄청난 가치가 있을 줄은. 그 가치는 심지어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조차 시후에게 겨우 반쪽을 얻어낼 정도라니!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녀는 마음 속으로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것을 느꼈다. 소녀의 마음 같은 기쁨과, 아무런 대가 없이 거대한 보상을 받은 것에 대한 불안감도 밀려왔다. 그러나 그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은, 배유현의 다음 말이었다.배유현은 잠시 망설이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진지한 얼굴로 유미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미경 씨, 혹시 이 거풍환을 팔 생각이 있나요? 만약 그렇다면, 제가 10억 달러를 드릴게요!" 지금 세상에서 배유현보다 회춘단과 거풍환의 가치를 잘 아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었다. 현재 회춘단은 한 알에 16억 달러를 호가하는 기적의 영약이었다. 하지만 거풍환 역시도 백 가지가 넘는 병을 치료할 수 있으며, 중상을 입은 사람도 회복시킬 수 있는 최상급 약이었다. 심지어 죽음에 가까운 사람조차 이 약을 먹으면 3~5년은 더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절박한 상황에 몰린 사람들은 심지어 5년을 더 살기 위해서 얼마라도 내놓으려 할 수도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물품을 위해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일도 하지만,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 즉 세계 최고의 부자들과 같은 이들은 단 1년이라도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10억 달러, 아니 수십 억 달러라도 심지어 수천억 달러를 쓸 의향이 있을 것이다.따라서 배유현 역시 이 약을 손에 넣고 싶었다. 만약 훗날 할아버지의 건강이 더 나빠졌을 때 이 약이 있으면 그 위기를 충분히 넘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10억 달러는 전혀 아깝지 않은 돈이었다. 오히려, 그 가격에 이 약을 살 수 있다면 엄청난 이득이라고 생각했다.유미경은 이 말을 듣고 머리가 띵했다. 하지만 유미경은 그저 시후가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며 건넨 작은 약 한 알이, 배유현의 눈에는 10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물건으로 보인다는
"아니요." 배유현이 말했다. "우리는 알게 된 지 얼마 안 돼요. 한두 달 정도밖에 안 됐죠."유미경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은시후 씨를 안 지 한두 달 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잘 아는 거예요?!"배유현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괜히 똑똑한 척해서, 은 선생님에 대해 끝까지 파헤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파고들수록 더 깊이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배유현은 웃으며 말했다. "가끔은 너무 똑똑한 것도 좋은 일이 아닌 것 같아요. 나도 은 선생님이 이토 나나코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을 때, 당신처럼 하루 종일 힘들어했거든요."유미경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배 회장님,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배유현이 웃으며 말했다. "추리했죠." 그러면서 그녀는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내가 알기로 이토 나나코는 한국에서 경기를 치른 뒤 심각한 부상을 입었어요. 당시 언론에서는 그녀가 생명이 위독하다고 했고, 설령 살아남더라도 평생 침대 신세를 질 거라고 했죠. 이게 첫 번째 단서예요. 두 번째, 이토 나나코가 부상당한 후 일본으로 돌아가고 나서 얼마 안 돼서, 은 선생님도 일본으로 떠났어요. 겉으로는 일본의 고바야시 제약을 인수하러 간 것처럼 보였지만, 그 직후 도쿄에서는 심각한 암살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했어요. 일본의 여러 재벌가들이 혈투를 벌였고, 심지어 이토 나나코의 아버지, 이토 유키히코 전 회장도 그 싸움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했죠.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게 뭔지 알아요?"유미경이 궁금한 듯 물었다. "뭔데요?"배유현이 진지하게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의 몇몇 재벌가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어떤 가족은 아예 몰락했다는 거죠. 이토 유키히코 역시 심각한 부상을 입어 결국 두 다리를 잃게 되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중상을 입었던 이토 나나코는 기적적으로 회복했고, 결국 이토 그룹을 상속받게 되었어요. 당신 생각엔 왜 그런 걸까요?"유미경이 고개를 저었다. "잘
배유현의 한마디 농담에 유미경은 깜짝 놀라 허둥지둥하며 급히 손을 내저었다. "저... 저는 못 해요... 제 동생은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어요..."배유현이 웃으며 말했다. "공부한다고 연애를 못 하나요? 당신도 아직 박사 과정 중이잖아요? 아직 졸업도 안 했으면서?"유미경은 급히 말했다. "저...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배유현은 그녀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동생 이야기는 일단 넘어가고, 하나 더 물어볼게요. 혹시 혜리를 알고 있나요?""한국 연예인 혜리요?!" 유미경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그녀는 요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연예인이에요!" 그러면서 문득 뭔가를 떠올린 듯 깜짝 놀라며 물었다. "설마 혜리도... 은시후 씨를 좋아하나요?!"배유현이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미소 지었다. "혜리는 우리랑 다른 존재예요. 그녀는 은 선생님과 약혼을 했거든요. 어릴 적부터 두 집안이 이미 두 사람을 위해 약혼을 해두었다고 하더군요. 그녀는 은 선생님을 몇 년 동안 찾아다녔고 얼마 전에 겨우 재회했어요. 그런데도 감정은 예전과 전혀 다름이 없더군요." 그러면서 배유현은 유미경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당신은 혜리가 왜 연예계를 은퇴했는지 알고 있나요?"유미경은 계속해서 쏟아지는 충격적인 비밀들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리고 그녀는 절망적인 눈빛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설마 은시후 씨와 결혼하려고 그런 건가요?"배유현이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죠. 생각할 필요가 있겠어요?"유미경은 중얼거렸다. "하지만 은시후 씨는 이미 결혼했잖아요..."배유현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미 20년도 전에 약혼을 했잖아요. 그러니까 당신 생각엔, 은 선생님의 현재 아내와 혜리 중 누가 정말 '불륜녀'일까요?""그건..." 유미경은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녀의 뇌에서는 시후와 관련된 생각이 마치 컴퓨터 오류가 난 것처럼 응답 없음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고 묵묵히
“떳떳하고 당당하게...” 유미경은 무의식적으로 이 네 글자를 가볍게 따라 중얼거렸다. 유미경은 그러다 문득 뭔가 깨달은 듯,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배 회장님, 당신 말이 맞아요...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건 잘못이 아니에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떳떳하고 당당한 태도가 중요하죠...”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어때요? 아직도 좀 억울한가요?”유미경은 입술을 앙다물고 조용히 말했다. “그래도... 여전히 억울해요... 하지만 조금 전 보다는 조금 나아졌어요...”배유현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어휴~ 만약 당신이 위축되고 은 선생님을 좋아하는 마음을 멈출 수 없다면, 일단 사고방식부터 확실히 바꿔야 한다고요. 왜냐하면, 당신의 경쟁자는 너무 많아요. 그것도, 각각 엄청난 능력과 배경을 가진 여자들이죠. 솔직히, 나도 순위권에 들기 어려울 정도라고요.” 그러면서, 배유현은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혹시 그거 알아요? TS Shipping이 겉으로 보기엔 일본의 이토 그룹과 한국의 엘에이치 그룹이 함께 합작한 기업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은 선생님이 최대 주주라는 사실을요?”유미경은 고개를 저으며 당황스럽다는 듯 되물었다. “왜죠?”배유현은 빙긋 웃으며 설명했다. “그건, 일본 이토 그룹의 이토 나나코가 TS Shipping 51%의 지분을 은 선생님을 대신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혹시 이토 나나코라는 사람을 알고 있나요?”“네 알고 있어요....” 유미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토 나나코는 과거 킥복싱 대회에 출전했을 때부터 이미 엄청난 유명세를 얻었잖아요. 전 일본이 인정하는 진정한 미녀라고 불릴 정도였으니....”배유현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바로 전 일본인들이 인정한 미녀가 사실은 우리와 같은 경쟁자 중 한 명이에요.”“뭐라고요?!” 유미경은 무의식적으로 놀라며 외쳤다. “그녀도 은시후 씨를 좋아한다고요?!”배유현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좋아하는 정도가
배유현의 말은 유미경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녀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배유현처럼 거대한 기업의 회장이, 유부남과 이렇게 사랑에 빠질 수 있다니. 그리고 그녀의 말 속에는 어딘가 모르게 자신을 낮추는 느낌까지 묻어 있었다. 유미경은 갑자기 배유현의 이 솔직함에 감탄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는 배유현과 비교하면 자신은 한참 부족한 것 같았다. 하지만 유미경은 여전히 의문이 남아 배유현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배 회장님, 은시후 씨는 이미 결혼했는데도 당신은 그를 그렇게 사랑하는데 혹시라도 나중에 아무런 결과도 얻을 수 없을까 봐 걱정되지 않나요?”배유현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감정이란 건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마치 어떤 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억지로 참을 수는 있어도, 그 음식을 먹고 싶다는 욕망까지 스스로 통제할 수는 없는 것과 같죠.” 이렇게 말한 뒤, 배유현은 유미경을 바라보며 장난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그나저나, 당신도 이제 그가 결혼했다는 걸 알았죠? 그럼 지금부터 완전히 감정을 접고 은 선생님을 좋아하는 감정조차 갖지 않을 자신 있어요? 그게 가능하다면, 제발 나에게도 좀 알려주세요.”유미경은 그 말을 듣고 순간 멍해졌다. 그리고는 고개를 푹 숙이며 후회스럽게 중얼거렸다. “난 못 할 것 같아요...”“그렇죠?” 배유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럴 수 없는데 굳이 스스로를 힘들게 만들 필요가 있나요? 좋아하면, 그냥 대범하게 좋아하면 되는 거예요. 보고 싶으면, 가능한 볼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만들어야겠죠. 다만, 당신이 다른 사람의 가정을 깨는 게 싫다면 영원히 당신이 그를 좋아한다는 것을 티 내지 않으면 되는 것이고요.” 그러다가, 배유현은 주제를 바꾸고 나서 눈빛이 조금 더 깊어지며 덧붙였다. “하지만 만약, 내 사랑이 도덕적 가치보다 더 크다면,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과감히 싸워야겠죠. 설령 다른 사람의 결혼 생활에 끼어드는 꼴이 된다고 해도 그게 그렇게 나쁜 일일까요? 우리는 모두 단 한 번 뿐
배유현은 이 말을 듣자마자, 유미경이 분명 휴대폰이 깨지는 바람에 울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단번에 깨달았다. 그래서 배유현은 시후에게 말했다. “어휴, 은 선생님 혹시 T에요? 가끔 여성들은 남자들처럼 행동력이 강하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러니까 해결책만 제시할 게 아니라 감정적으로 공감 받고 싶어한다고요. 저기 길 건너편에 보면 노점에서 휴대폰 액세서리를 파는 곳이 있던데... 가서 미경 씨 휴대폰 모델에 맞는 케이스를 하나 사주세요.”시후는 이 말을 듣자, 별다른 의심 없이 곧바로 말했다. “좋아요! 미경 씨는 여기서 기다려요. 배유현 씨, 미경 씨와 같이 있어 주세요.” 그렇게 말한 뒤, 그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황급히 달려갔다.시후가 떠난 뒤, 배유현은 유미경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혹시 은 선생님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들은 건가요? 괜찮아요, 난 이미 오래전에 알고 있었어요.”유미경은 온몸이 순간적으로 떨리더니, 고개를 들어 배유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억울한 듯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어요...”배유현이 물었다. “그가 말해줬다면 뭐가 달라지나요? 그가 결혼한 사실을 말해줬다면, 당신은 그를 사랑하지 않았을까요?” 그러자 유미경은 울먹이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그가 미리 말해줬다면, 난 처음부터 그에게 거리를 두었을 거예요.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불륜이에요. 설령 내가 정말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해도, 절대 그에게 다가가지 않았을 거예요...”그러자 배유현은 웃으며 말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처럼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어떻게 불륜의 당사자가 될 수 있겠어요?”유미경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결혼했어요. 그런데도 내가 그와 가까이 지낸다면, 그건 분명 불륜녀가 되는 거잖아요? 그게...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거랑 무슨 관계가 있어요...”배유현은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시후는 연애 감정에 관해 잘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비록 유나와 결혼한 지 4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사실 시후는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 번도 유나와 심각한 갈등을 겪어본 적도 없었고, 크게 다퉈본 적도 없었다. 그들의 감정은 잔잔한 물결처럼 천천히 깊어 졌을 뿐, 격정적인 기복을 겪은 적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시후는 뜨겁고 격렬한 사랑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연애 고수들은 대부분 수많은 일들을 겪으며 사랑과 관련된 감정에 단련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연애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단 한 번 보더라도 상대방이 이미 자신에게 빠져들었는지 아닌지를 알아차린다. 그러나 시후처럼 연애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은, 상대가 바로 눈앞에서 눈물을 쏟으며 울고 있어도,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유미경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도, 시후는 단순히 이렇게 말했다. “아니, 겨우 휴대폰이 깨졌다고 이렇게 우는 거예요? 괜찮아요, 내가 새로 하나 사주면 되잖아요. 그렇게 눈물 흘릴 필요까지는 없어요...”유미경은 감정을 억누를 수 없어 울먹이며 말했다. “하지만... 하지만 새로 사줘도 이 휴대폰이 아니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건 이 폰이라고요!”시후는 다급히 말했다. “당신이 이 휴대폰에 애착을 갖고 있는 거군요… 하지만 걱정 말아요, 휴대폰이 깨져도 수리가 가능하니까. 뒷면 커버만 갈면 되겠네요.” 이렇게 말한 뒤 시후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덧붙였다. “지금은 좀 늦었으니까, 내일 아침에 바로 서비스센터에 가서 수리하면 돼요. 부품이 있으면 오전 중에 고칠 수 있을 것 같네요. 만약 부품이 없으면, 똑같은 기종을 하나 사서 부품을 빼서라도 고쳐줄게요. 이러면 괜찮죠?”유미경은 슬픔을 억누를 수 없었지만, 차마 자신의 마음을 밝힐 수도 없었다. 그래서 억울한 듯이 더욱 서럽게 울면서 말했다. “나는... 나는 그냥 이 폰이 좋아요... 완전히 똑같은 이 휴대폰이요... 뒷면을
유미경은 매우 놀라고 말았다. 시후가 올해 29살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그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아직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던 건가요?!”“맞아요.” 시후가 설명했다. “그리고 20대 초반에 내가 일하고 있던 공사팀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은 적이 있었어요. 그때 현장에서 우연히 대표님의 눈에 들었는데, 그분이 내가 대학에 가서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셨고, 나중에는 자신의 가장 사랑하는 손녀딸과 결혼까지 시키고 싶어하셨어요...”유미경은 깜짝 놀라며 크게 눈을 뜨고는 시후를 바라보았다. “지금 나에게 농담하는 거 아니죠? 그 대표님이 왜 그렇게 잘해주신 거예요? 게다가 자기 손녀까지 당신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했다니?”시후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우연이었어요. 그분의 집안이 우리 LCS 그룹에서 일했던 겁니다. 그래서 내 정체를 알아보고는, 내가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지만 진정한 가족을 만들어 주고 싶어 하셨던 거고요.”유미경은 시후의 흐뭇한 미소를 보며, 심장이 갑자기 쿵쿵 뛰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녀는 불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설마... 정말 그 결혼을 받아들인 건 아니죠?”“맞아요. 승낙했어요.” 시후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때의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어요. 그리고 끝없는 떠돌이 생활이 지겨웠고, 나도 가정을 갖고 싶었거든요.”순간, 유미경은 마치 천둥을 맞은 것처럼 온몸이 굳어버린 것 같았다. 그녀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참으며 물었다. “그래서... 이미 결혼한 거네요?”“그렇죠.” 시후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대표님이 내가 대학을 다닐 수 있게 해주신 것도 사실 아내와 함께 졸업하도록 하기 위해서였어요. 아내가 졸업한 후, 결혼식을 올렸죠.”유미경은 순간적으로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시야가 갑자기 흐려졌다. 그녀는 시후가 이미 결혼했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이렇게까지 가슴이
유미경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시후를 보는 순간 자신의 가슴속에 쌓여 있던 모든 원망과 불만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시후가 자신에게 사과하는 순간, 그녀는 오히려 조금 부끄러움을 느끼기까지 했다. 부끄러움을 느낀 이유는, 시후는 바로 이중열을 구하기 위해서 이렇게 멀리까지 왔지만, 반면에 자신의 아버지는 그의 체면 때문에 이중열이라는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으려 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옳고 그른지는 너무도 명확했다.시후 역시도 늘 누구에게 빚을 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으로, 서로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으니 안도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유미경에게 말했다. “미경, 이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이니 여기서 그냥 다 잊는 걸로 하죠.”“좋아요.” 유미경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오후에 시후가 자신의 아버지와 이야기하던 중 먹자골목 이야기를 꺼낸 것이 떠올라 궁금한 듯 물었다. “은시후 씨, 그런데 오후에 왜 갑자기 우리 아버지에게 먹자골목 이야기를 하신 거예요? 혹시 다른 계획이라도 있는 건가요?”“맞아요.” 시후가 대답했다. “유 회장님이 이곳을 재개발해 상업 중심지로 만들려고 했거든요.”유미경은 놀라며 물었다. “그걸 직접 당신에게 말했어요?”“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부분을 이야기할 때 굉장히 흥분하시던데요. 보아하니 이미 결심을 굳힌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 기회를 이용해 그가 이 먹자골목을 당신에게 모두 양도하게 만들었죠. 이후에 이곳을 떠날지 머물지는 당신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요.”유미경은 따뜻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왜 이렇게 배려해주신 거죠?”시후는 무심한 듯 말했다. “이 먹자골목은 당신에게 중요한 곳이잖아요. 그러니 이곳을 보존하는 건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죠. 그리고 당신의 아버지는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기에 이곳의 땅값이 올랐다고 해도, 굳이 허물고 재개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시후는 탄식하며 말했다. “하지만 부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