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정의 확신에 가득 찬 이야기가 끝나자, 회의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안도감과 함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졌고, 몇몇 사람들은 심지어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치기까지 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박수를 치는 것이 아닌가? 주주들은 사실 Koreana 그룹의 항해에 함께하기로 결정한 것은 결국 개인적으로 돈을 벌기 위한 것이지, 어떠한 음모나 파벌싸움에 발을 들이려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이 돈을 가장 잘 벌 수 있도록 이끌 사람을 따르고 싶을 뿐이었다. 게다가 고선우 회장에게는 기적이 일어났고, 중병까지 완쾌되었다고 하는데.. 왜 계속 그를 지지하지 않겠는가? 자신에게 돈을 벌어다 준다는데??고우정과 고예강의 표정은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이렇게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해왔던 계획이.. 이렇게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전에 물거품이 된다고..? 이건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이건 바로 수십 년 동안 산 속에서 도를 닦고 무술을 연마하다가 이제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하여 하산한 뒤에, 무술 고수를 만났는데 한 방에 KO패를 당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두 사람이 받은 타격은 그야말로 엄청났다.하지만 고우정은 여전히 패배를 인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단호한 목소리로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형님! 지금 여기에 힘들게 모인 사람들을 놀리는 겁니까? 말기 췌장암이 어떻게 치료가 된다는 겁니까?? 아무리 회장이라도 그렇지.. 우리가 무슨 세 살짜리 어린애라고 생각하는 거요?!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이 병으로 목숨을 잃었어요! 그런데 형님은 이렇게 고약한 병에서 완쾌가 되었다니..! 누가 믿겠습니까? 만약 형님이 모두를 속인다면, 결국에는 투자자들이 다 알게 된다고요! 그럼 우리 그룹의 주가는 신뢰를 완전히 잃게 될 것이고, 폭락할 거예요!!!”고선우는 화를 내지 않고 의자를 빙글 돌리며 자리에서 일어서서 미소 지었다. "고우정 대표님, 두 눈으로 좀 봐요.. 지금 내 상태가 안 좋아 보입니까?”고우정은 막무가내로 입을 삐죽거리며 불
고우정은 맏형이 이렇게 쉽게 자신의 요구에 응하자, 더 이상 시비를 걸 이유를 찾기도 어려워 이를 악물었다. "좋아! 그럼 형의 건강검진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거야! 형이 아직 완쾌되지 않았다면, 나는 형이 회장직을 계속 수행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러니 형은 회장직을 건강한 사람에게 넘겨야 한다고!”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던 시후는 이때 비웃으며 입을 뗐다. "만약 회장 자리에 건강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면.. 당신과 당신의 막내 동생 모두 그 요구에 부합하지 않을 것 같은데..?”고우정은 짜증난다는 듯 소리쳤다. “어이! 너는 제발 그만 좀 나대! 내 몸은 굉장히 건강하니까!”"그래요? 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당신은 이제 더 이상 아이를 못 만들 텐데..??? 불임이지 않아요? 출산 능력도 없는 사람이.. 과연 건강하다고 말할 자격이 있을까요? 그럼 당신에게는 더 이상 성기능이 중요하지 않다는 거네요..?”고우정은 성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인해 잔뜩 분노했는데, 아마 이 회의가 아니었다면 이미 시후와 진작에 한 판 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시후에게 말을 걸지 않은 건, 지금 차기 회장으로 선출되는 일을 최우선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자신이 은시후를 불러 내기도 전에, 이 건방진 자식이 알아서 자신에게 시비를 걸어 대는 바람에 그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소리쳤다. "어이 은시후! 나는 이미 네 뒷조사를 다 했어! 네 놈이 누구인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 어디 건방지게 내 앞에서 뭐라도 되는 척하는 거야?! 너, 작은 회사의 데릴 사위라며?!”고우정이 폭발하자 고예강도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그래 은시후!! 이 개 같은 자식!!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만약 네가 우리를 정상으로 돌려놓지 않는다면, 우리가 너에게 복수하더라도 뭐라고 지껄이지 마! 알겠어?! 그리고 우리 형이 널 보호한다고 해도 소용없을 거다!!”회의실에서 가장 끝에 앉아 있던 고수빈, 고은광은 은시후에 대한 분
"네 놈이 누구인지 내가 알아야 하나?!" 고우정은 시후의 싸움 실력을 보고는 주눅이 들었지만, 시후가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에는 별 다른 반응 없이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래..? 내가 네 놈이 누구인지 궁금은 하더라고? 얼마나 별 것 아닌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니야? 그래서 네 놈의 내막을 진작에 조사 했어~~ 듣자 하니.. WS 그룹인가 W.C인가 뭔가 하는 곳의 데릴 사위라며?! 그런 별 것도 아닌 집안에 얹혀사는 놈 주제에 어~디 감히 건방지게 굴어?!”"맞아 맞아!!" 고예강도 옆에서 냉랭한 표정으로 거들었다. "사실, 잘 나간다는 대기업들 몇 개 합쳐 놓아도 우리 Koreana 그룹의 절반도 안 된다는 거.. 알고 있지..?” 고예강의 이 말은 다소 오만하고, 과장된 측면이 있었지만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경기도는 많은 대기업들이 공장을 지었고, 서울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물자 조달, 해외 교류 측면에서 다른 지방에 비해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경기도 토박이 기업 중 최근 많은 돈을 벌어 점점 규모가 커지는 대기업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는 추세였다. Koreana 그룹도 이와 같았다. 시후가 교류하는 이룸 그룹은 서울에서 잘 나가는 대기업이기는 하지만, 최근 Koreana 그룹의 실적에 비교한다면 쉽게 자신들이 더 뛰어나다고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고예강은 이런 이유로 자신 있게 건방진 말을 내뱉은 것이다.시후는 그러자 싱긋 웃음지었다. "음.. 그런가요? 내가 그런 보잘것없는 회사의 데릴 사위일 뿐이라면.. 대체 어떻게 고선우 회장님을 만날 수 있었을까요?”고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두 동생과 두 조카를 보며 말없이 미소 지었다.그러자 고우정은 콧방귀를 뀌었다. “네가 풍수로 사람들을 속이는 사기꾼 놈이니까 그렇지~! 네가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 우리가 다~~ 알아봤다고!” 고우정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시후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네가 말이야..! 서울에서 돈 좀 있다는 대표들을
형의 마지막 질문을 듣고, 그는 무의식적으로 답했다. "기억하지. 은서준이었던 것 같은데..? 그 이름.. 당시에 LCS 그룹에서 제일 유명했지!" 이렇게 말한 뒤, 그는 순식간에 온 몸이 감전된 듯 충격을 받았고, 두 눈이 극도로 커지면서 시후를 계속해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20살 정도 차이나는 두 인물의 모습이 겹쳐졌다..! 그는 그제서야, 눈앞에 서 있는 이 기세 등등한 젊은이가, 당시 은서준이라는 이름의 젊은 청년과 너무나도 닮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저 은시후라는 녀석도 성이 은씨인데다, 형님과 굉장히 가까운 사이였던 것이 떠오르자 그는 벼락에 맞은 듯 몸을 부르르 떨며 시후를 가리켰다. "형님, 그.. 그.. 그! 설마!!! LCS 그룹의 둘째, 준이 형님의 아들이 저 녀석이라고?!!”LCS 그룹 둘째 형님은 바로 시후의 아버지, 은서준을 말하는 것이었다. ‘서준(㥠駿)’이라는 이름은 지혜롭고 뛰어나다는 뜻으로, LCS 그룹에 아들이 생긴다면 용을 타고 날 정도로 뛰어날 것이라는 철학관의 이야기에 따라 심사숙고해서 지은 이름이었다..! 고우정이 기억하는 은서준은 LCS 그룹의 아들 중 둘째로, 비록 장남은 아니지만 능력은 LCS 그룹 내에서 가장 뛰어났다. 젊은 나이임에도 미래를 내다보는 완벽한 사업 전략을 짜서 그의 아버지 은 회장에게 제출한 전설적인 인물이 바로 둘째 아들 은서준이었던 것이다! 은서준은 리더십을 발휘해 그룹에서 대규모 마트 인수 사업에 뛰어들었고,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인 로스차일드 가문의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러 다니며 마트 인수 사업을 큰 문제없이 마무리 지었다.그 일 후에, 수많은 재벌 2세들은 은서준을 인생의 우상으로 삼았고, 자식이 있는 재벌들은, 자신들의 아이들이 은서준과 같은 능력을 가지기를 간절하게 바랐다. 게다가 딸이 있는 재벌들은 은서준을 일찌감치 사윗감으로 점 찍어 두기도 했다! 라는 말은 당시 혼기가 찬 재벌가 딸들에게 가장 유명하고 인기
은서준의 이름을 언급하면, 그를 알고 있는 많은 재벌가 대표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수많은 재산보다, 강력한 능력으로 그룹을 이끌 수 있는 후계자가 있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업이라는 것은 바로 전쟁터와 같은데, 때때로 사소한 실수가 부대를 전멸시키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부대가 전멸하면 다시 복구하기에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것은 많은 재벌가들이 생겼다 사라지게 되는 이유이기도 했다. 한 집안이 영원히 자손 대대로 번영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돈이 수중에 있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룹에서 얼마나 능력 있는 후계자를 얻을 수 있는 지였다!오늘날 LCS 그룹의 번영은 바로 20년 전 은서준이 다져 놓은 견고한 토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은서준을 기억하고, 마음 속의 우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시후는 고우정과 고예강 형제가 아버지의 이름을 듣고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을 줄 몰랐고, 두 사람의 공손한 모습이 가식적인 것이 아님을 보고 분노도 조금씩 누그러졌다.그 때, 고우정이 고개를 돌려 아들 고수빈과 조카 고은광을 보며 외쳤다. "너희 둘! 빨리 무릎을 꿇고 잘못을 인정하지 못해?!”고수빈은 이미 알아차렸다. 그는 은서준의 소문을 많이 듣지 못했지만, 은시후가 LCS 그룹의 후손이라는 것은 짐작했다. Koreana 그룹과 LCS 그룹은 모두 한국의 재벌가 중 하나지만, 그 차이는 굉장히 크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런 우스갯소리도 돌고 있었는데, 그건 바로 “Koreana 그룹은 사실 LCS 그룹과 LH그룹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 불과하다.”라는 말이었다. 그러니 결국 아무리 고선우, 고우정, 고예강 형제 세 사람이 힘을 합친다고 해도, LCS 그룹 앞에서는 그저 하룻강아지일 뿐이었다.게다가 그룹의 맏이인 고선우 회장은 이미 은시후와 같은 편에 서 있었다. 그러니 고수빈은 자신의 아버지 고우정과 작은 아버지 고예강 형제가 맏형에게 등을
그러자 고예강 역시도 재빨리 잘못을 인정했다. "형님!! 저도 둘째 형님처럼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어떤 분부가 있으시면, 앞뒤 안 가리고 무조건 형님 말을 들을 겁니다!!”고선우의 표정에는 실망과 망설임이 함께 했다. 사실, 고선우는 둘째, 셋째 동생이 이렇게 빨리 저항을 포기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들이 끝까지 완강히 저항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 시후와 그의 아버지 은서준의 신분이 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모양이었다. 그래서 고선우는 단숨에 승리를 거두었고, 두 동생 모두에게 잘못을 인정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고민하지 않았기에 망설여졌다.그 때, 시후가 적막을 깨뜨리고 입을 열었다. "잘못을 인정하고 싶다면 적어도 성의 표현은 하셔야 하지 않겠어요? 제가 비록 남이기는 하지만.. 여기서 작은 제안을 할 테니 한 번 들어보시죠?”고선우는 황급히 말했다. “시후야 좋은 계획이 있니? 한 번 말해볼래?”시후는 미소를 지었다. "아저씨, 네 사람 모두 같은 피가 섞인 혈육 아닙니까? 제가 보기에 잘못을 알고 고치려고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고우정과 고예강은 이 말을 듣자마자 기뻐하며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형님! 우리 모두 피 섞인 친형제 아니겠습니까? 핏줄의 정과 우리 모두 진심으로 뉘우친 것을 생각해서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시후는 "일단 조급해하지 마세요 다들. 지금 용서를 빌기는 했지만, 이건 조건부입니다.”라며 모두를 진정시켰다.고우정은 당연히 시후가 이렇게 쉽게 자신들을 용서할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여기에는 반드시 다른 조건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도련님, 말씀하세요!"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둘 다 Koreana 그룹의 주주이기에 그룹의 주식을 가지고 있죠. 그러니 회장님을 따르고 싶다면 더욱 더 강하게 결속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 의견은 바로 두 분의 손에 있는 모든 주식에 해당하는 투표권을 영구적으로 회장님께 양도하는 겁니다.” 사실
지금 고우정은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다. 은시후의 말은 형님을 돕기 위해서 자신이 지금껏 모아왔던 무기들을 모두 버리고 무장 해제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사실 기업은 직원이 몇 명이고 부서가 몇 개로 나눠져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바로 자신의 회사에서 얼마나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지분에 상응하는 투표권은 사내 권력과 이익을 얻기 위한 무기와 다름없다. 그러니 고우정에게 지금 투표권을 다 내놓으라는 것은 무기를 바닥에 다 내려 놓으라는 것으로 저항 가능성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솔직히 말해서, 고우정은 이렇게 남에게 통제 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그는 어쩔 수가 없었다. 동의하지 않는다면..? 동의하지 않더라도 어쩔 수는 없다. 형이 지금 건강이 회복되고 있으며 옆에서는 은시후가 보조하고 있으니.. 자신은 전혀 상대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 은시후는 아직 손 위에서 자신을 가지고 놀고 있으니, 만약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는 아마 다른 방법으로 음모를 꾸며 자신을 제거하려 들겠지.. 아마도 그때는 총을 반납하라는 말 없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릴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그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도련님, 당신의 제안에 동의하며.. 모든 투표권을 내놓겠습니다.”고예강은 둘째 형님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고예강은 나약하고 줏대도 없는 편이었다. 그는 딱히 이 상황에 대해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어쨌든 이 일은 둘째 형님과 함께 시작한 것이니, 당연히 둘째 형님과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고예강 역시도 급히 "도련님, 저도 문제없습니다!"라고 말했다.시후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고선우에게 "아저씨, 그렇다면 변호사를 불러 양도 합의서를 작성하게 하시죠. 합의서에 서명한 뒤에 마침 기자회견이 있으니, 이 일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을 거예요. 음.. 지금 11시가 넘었으니, 빨리 움직이시면 12시 반 정도
그럼 다들 이런 내시 노릇을 계속 할 수밖에 없다고??! 이런 날이 언제까지 계속된다는 거야!!? 하지만 시후가 이렇게 말했으니, 다들 감히 그의 뜻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기분을 건드려서 건강을 바로 회복하지도 못하고 평생 이렇게 살게 될 것이고, 그럼 완전히 망하는 게 아닌가? 그러자 고우정은 "도련님 걱정 마세요~ 제가 꼭 기분 나쁘지 않게 잘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다들 일어나시죠. 법무팀 분들이 지금 이 상황을 보면 꽤나 당황할 겁니다.”네 사람은 그 말을 듣고서야 자리에서 일어섰다.이어 시후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 참, 제가 먼저 제 신분을 외부에 알리기 전까지는 네 사람 모두 제 이야기를 하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만약.. 제 이야기가 밖으로 새어 나간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겠습니다.”고우정은 자신이 시후를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LCS 그룹의 도련님일 뿐만 아니라, 맏형도 옆에서 버티고 있었고, 더 중요한 것은 네 사람의 생식능력을 시후가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을 때려죽인다고 하더라도 결코 시후에게 미움 살 짓을 쉽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어휴~ 안심하셔도 됩니다. 절대로 외부에 단 한 마디도 누설하지 않을 테니까요!"나머지 세 명도 고개를 끄덕이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시후는 그들의 태도가 진심이라는 걸 느끼고 그제서야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는 고선우에게 부탁했다. "회장님, 이따가 기자회견에서 저는 기자석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요.”고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따가 비서에게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해둘게."조금 뒤, 법무팀 직원 10여 명이 한꺼번에 회의실로 도착했다. 이들은 모두 국내 최고의 변호사이자 법조인이며, 그들은 자신의 전문 능력을 사용하여 Koreana 그룹 전체의 법적 권익을 보호하는 최고의 엘
유미경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시후가 가볍게 건넨 생일 선물이 이렇게까지 엄청난 가치가 있을 줄은. 그 가치는 심지어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조차 시후에게 겨우 반쪽을 얻어낼 정도라니!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녀는 마음 속으로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것을 느꼈다. 소녀의 마음 같은 기쁨과, 아무런 대가 없이 거대한 보상을 받은 것에 대한 불안감도 밀려왔다. 그러나 그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은, 배유현의 다음 말이었다.배유현은 잠시 망설이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진지한 얼굴로 유미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미경 씨, 혹시 이 거풍환을 팔 생각이 있나요? 만약 그렇다면, 제가 10억 달러를 드릴게요!" 지금 세상에서 배유현보다 회춘단과 거풍환의 가치를 잘 아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었다. 현재 회춘단은 한 알에 16억 달러를 호가하는 기적의 영약이었다. 하지만 거풍환 역시도 백 가지가 넘는 병을 치료할 수 있으며, 중상을 입은 사람도 회복시킬 수 있는 최상급 약이었다. 심지어 죽음에 가까운 사람조차 이 약을 먹으면 3~5년은 더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절박한 상황에 몰린 사람들은 심지어 5년을 더 살기 위해서 얼마라도 내놓으려 할 수도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물품을 위해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일도 하지만,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 즉 세계 최고의 부자들과 같은 이들은 단 1년이라도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10억 달러, 아니 수십 억 달러라도 심지어 수천억 달러를 쓸 의향이 있을 것이다.따라서 배유현 역시 이 약을 손에 넣고 싶었다. 만약 훗날 할아버지의 건강이 더 나빠졌을 때 이 약이 있으면 그 위기를 충분히 넘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10억 달러는 전혀 아깝지 않은 돈이었다. 오히려, 그 가격에 이 약을 살 수 있다면 엄청난 이득이라고 생각했다.유미경은 이 말을 듣고 머리가 띵했다. 하지만 유미경은 그저 시후가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며 건넨 작은 약 한 알이, 배유현의 눈에는 10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물건으로 보인다는
"아니요." 배유현이 말했다. "우리는 알게 된 지 얼마 안 돼요. 한두 달 정도밖에 안 됐죠."유미경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은시후 씨를 안 지 한두 달 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잘 아는 거예요?!"배유현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괜히 똑똑한 척해서, 은 선생님에 대해 끝까지 파헤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파고들수록 더 깊이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배유현은 웃으며 말했다. "가끔은 너무 똑똑한 것도 좋은 일이 아닌 것 같아요. 나도 은 선생님이 이토 나나코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을 때, 당신처럼 하루 종일 힘들어했거든요."유미경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배 회장님,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배유현이 웃으며 말했다. "추리했죠." 그러면서 그녀는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내가 알기로 이토 나나코는 한국에서 경기를 치른 뒤 심각한 부상을 입었어요. 당시 언론에서는 그녀가 생명이 위독하다고 했고, 설령 살아남더라도 평생 침대 신세를 질 거라고 했죠. 이게 첫 번째 단서예요. 두 번째, 이토 나나코가 부상당한 후 일본으로 돌아가고 나서 얼마 안 돼서, 은 선생님도 일본으로 떠났어요. 겉으로는 일본의 고바야시 제약을 인수하러 간 것처럼 보였지만, 그 직후 도쿄에서는 심각한 암살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했어요. 일본의 여러 재벌가들이 혈투를 벌였고, 심지어 이토 나나코의 아버지, 이토 유키히코 전 회장도 그 싸움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했죠.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게 뭔지 알아요?"유미경이 궁금한 듯 물었다. "뭔데요?"배유현이 진지하게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의 몇몇 재벌가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어떤 가족은 아예 몰락했다는 거죠. 이토 유키히코 역시 심각한 부상을 입어 결국 두 다리를 잃게 되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중상을 입었던 이토 나나코는 기적적으로 회복했고, 결국 이토 그룹을 상속받게 되었어요. 당신 생각엔 왜 그런 걸까요?"유미경이 고개를 저었다. "잘
배유현의 한마디 농담에 유미경은 깜짝 놀라 허둥지둥하며 급히 손을 내저었다. "저... 저는 못 해요... 제 동생은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어요..."배유현이 웃으며 말했다. "공부한다고 연애를 못 하나요? 당신도 아직 박사 과정 중이잖아요? 아직 졸업도 안 했으면서?"유미경은 급히 말했다. "저...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배유현은 그녀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동생 이야기는 일단 넘어가고, 하나 더 물어볼게요. 혹시 혜리를 알고 있나요?""한국 연예인 혜리요?!" 유미경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그녀는 요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연예인이에요!" 그러면서 문득 뭔가를 떠올린 듯 깜짝 놀라며 물었다. "설마 혜리도... 은시후 씨를 좋아하나요?!"배유현이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미소 지었다. "혜리는 우리랑 다른 존재예요. 그녀는 은 선생님과 약혼을 했거든요. 어릴 적부터 두 집안이 이미 두 사람을 위해 약혼을 해두었다고 하더군요. 그녀는 은 선생님을 몇 년 동안 찾아다녔고 얼마 전에 겨우 재회했어요. 그런데도 감정은 예전과 전혀 다름이 없더군요." 그러면서 배유현은 유미경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당신은 혜리가 왜 연예계를 은퇴했는지 알고 있나요?"유미경은 계속해서 쏟아지는 충격적인 비밀들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리고 그녀는 절망적인 눈빛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설마 은시후 씨와 결혼하려고 그런 건가요?"배유현이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죠. 생각할 필요가 있겠어요?"유미경은 중얼거렸다. "하지만 은시후 씨는 이미 결혼했잖아요..."배유현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미 20년도 전에 약혼을 했잖아요. 그러니까 당신 생각엔, 은 선생님의 현재 아내와 혜리 중 누가 정말 '불륜녀'일까요?""그건..." 유미경은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녀의 뇌에서는 시후와 관련된 생각이 마치 컴퓨터 오류가 난 것처럼 응답 없음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고 묵묵히
“떳떳하고 당당하게...” 유미경은 무의식적으로 이 네 글자를 가볍게 따라 중얼거렸다. 유미경은 그러다 문득 뭔가 깨달은 듯,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배 회장님, 당신 말이 맞아요...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건 잘못이 아니에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떳떳하고 당당한 태도가 중요하죠...”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어때요? 아직도 좀 억울한가요?”유미경은 입술을 앙다물고 조용히 말했다. “그래도... 여전히 억울해요... 하지만 조금 전 보다는 조금 나아졌어요...”배유현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어휴~ 만약 당신이 위축되고 은 선생님을 좋아하는 마음을 멈출 수 없다면, 일단 사고방식부터 확실히 바꿔야 한다고요. 왜냐하면, 당신의 경쟁자는 너무 많아요. 그것도, 각각 엄청난 능력과 배경을 가진 여자들이죠. 솔직히, 나도 순위권에 들기 어려울 정도라고요.” 그러면서, 배유현은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혹시 그거 알아요? TS Shipping이 겉으로 보기엔 일본의 이토 그룹과 한국의 엘에이치 그룹이 함께 합작한 기업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은 선생님이 최대 주주라는 사실을요?”유미경은 고개를 저으며 당황스럽다는 듯 되물었다. “왜죠?”배유현은 빙긋 웃으며 설명했다. “그건, 일본 이토 그룹의 이토 나나코가 TS Shipping 51%의 지분을 은 선생님을 대신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혹시 이토 나나코라는 사람을 알고 있나요?”“네 알고 있어요....” 유미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토 나나코는 과거 킥복싱 대회에 출전했을 때부터 이미 엄청난 유명세를 얻었잖아요. 전 일본이 인정하는 진정한 미녀라고 불릴 정도였으니....”배유현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바로 전 일본인들이 인정한 미녀가 사실은 우리와 같은 경쟁자 중 한 명이에요.”“뭐라고요?!” 유미경은 무의식적으로 놀라며 외쳤다. “그녀도 은시후 씨를 좋아한다고요?!”배유현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좋아하는 정도가
배유현의 말은 유미경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녀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배유현처럼 거대한 기업의 회장이, 유부남과 이렇게 사랑에 빠질 수 있다니. 그리고 그녀의 말 속에는 어딘가 모르게 자신을 낮추는 느낌까지 묻어 있었다. 유미경은 갑자기 배유현의 이 솔직함에 감탄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는 배유현과 비교하면 자신은 한참 부족한 것 같았다. 하지만 유미경은 여전히 의문이 남아 배유현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배 회장님, 은시후 씨는 이미 결혼했는데도 당신은 그를 그렇게 사랑하는데 혹시라도 나중에 아무런 결과도 얻을 수 없을까 봐 걱정되지 않나요?”배유현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감정이란 건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마치 어떤 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억지로 참을 수는 있어도, 그 음식을 먹고 싶다는 욕망까지 스스로 통제할 수는 없는 것과 같죠.” 이렇게 말한 뒤, 배유현은 유미경을 바라보며 장난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그나저나, 당신도 이제 그가 결혼했다는 걸 알았죠? 그럼 지금부터 완전히 감정을 접고 은 선생님을 좋아하는 감정조차 갖지 않을 자신 있어요? 그게 가능하다면, 제발 나에게도 좀 알려주세요.”유미경은 그 말을 듣고 순간 멍해졌다. 그리고는 고개를 푹 숙이며 후회스럽게 중얼거렸다. “난 못 할 것 같아요...”“그렇죠?” 배유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럴 수 없는데 굳이 스스로를 힘들게 만들 필요가 있나요? 좋아하면, 그냥 대범하게 좋아하면 되는 거예요. 보고 싶으면, 가능한 볼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만들어야겠죠. 다만, 당신이 다른 사람의 가정을 깨는 게 싫다면 영원히 당신이 그를 좋아한다는 것을 티 내지 않으면 되는 것이고요.” 그러다가, 배유현은 주제를 바꾸고 나서 눈빛이 조금 더 깊어지며 덧붙였다. “하지만 만약, 내 사랑이 도덕적 가치보다 더 크다면,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과감히 싸워야겠죠. 설령 다른 사람의 결혼 생활에 끼어드는 꼴이 된다고 해도 그게 그렇게 나쁜 일일까요? 우리는 모두 단 한 번 뿐
배유현은 이 말을 듣자마자, 유미경이 분명 휴대폰이 깨지는 바람에 울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단번에 깨달았다. 그래서 배유현은 시후에게 말했다. “어휴, 은 선생님 혹시 T에요? 가끔 여성들은 남자들처럼 행동력이 강하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러니까 해결책만 제시할 게 아니라 감정적으로 공감 받고 싶어한다고요. 저기 길 건너편에 보면 노점에서 휴대폰 액세서리를 파는 곳이 있던데... 가서 미경 씨 휴대폰 모델에 맞는 케이스를 하나 사주세요.”시후는 이 말을 듣자, 별다른 의심 없이 곧바로 말했다. “좋아요! 미경 씨는 여기서 기다려요. 배유현 씨, 미경 씨와 같이 있어 주세요.” 그렇게 말한 뒤, 그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황급히 달려갔다.시후가 떠난 뒤, 배유현은 유미경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혹시 은 선생님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들은 건가요? 괜찮아요, 난 이미 오래전에 알고 있었어요.”유미경은 온몸이 순간적으로 떨리더니, 고개를 들어 배유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억울한 듯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어요...”배유현이 물었다. “그가 말해줬다면 뭐가 달라지나요? 그가 결혼한 사실을 말해줬다면, 당신은 그를 사랑하지 않았을까요?” 그러자 유미경은 울먹이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그가 미리 말해줬다면, 난 처음부터 그에게 거리를 두었을 거예요.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불륜이에요. 설령 내가 정말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해도, 절대 그에게 다가가지 않았을 거예요...”그러자 배유현은 웃으며 말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처럼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어떻게 불륜의 당사자가 될 수 있겠어요?”유미경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결혼했어요. 그런데도 내가 그와 가까이 지낸다면, 그건 분명 불륜녀가 되는 거잖아요? 그게...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거랑 무슨 관계가 있어요...”배유현은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시후는 연애 감정에 관해 잘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비록 유나와 결혼한 지 4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사실 시후는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 번도 유나와 심각한 갈등을 겪어본 적도 없었고, 크게 다퉈본 적도 없었다. 그들의 감정은 잔잔한 물결처럼 천천히 깊어 졌을 뿐, 격정적인 기복을 겪은 적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시후는 뜨겁고 격렬한 사랑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연애 고수들은 대부분 수많은 일들을 겪으며 사랑과 관련된 감정에 단련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연애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단 한 번 보더라도 상대방이 이미 자신에게 빠져들었는지 아닌지를 알아차린다. 그러나 시후처럼 연애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은, 상대가 바로 눈앞에서 눈물을 쏟으며 울고 있어도,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유미경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도, 시후는 단순히 이렇게 말했다. “아니, 겨우 휴대폰이 깨졌다고 이렇게 우는 거예요? 괜찮아요, 내가 새로 하나 사주면 되잖아요. 그렇게 눈물 흘릴 필요까지는 없어요...”유미경은 감정을 억누를 수 없어 울먹이며 말했다. “하지만... 하지만 새로 사줘도 이 휴대폰이 아니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건 이 폰이라고요!”시후는 다급히 말했다. “당신이 이 휴대폰에 애착을 갖고 있는 거군요… 하지만 걱정 말아요, 휴대폰이 깨져도 수리가 가능하니까. 뒷면 커버만 갈면 되겠네요.” 이렇게 말한 뒤 시후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덧붙였다. “지금은 좀 늦었으니까, 내일 아침에 바로 서비스센터에 가서 수리하면 돼요. 부품이 있으면 오전 중에 고칠 수 있을 것 같네요. 만약 부품이 없으면, 똑같은 기종을 하나 사서 부품을 빼서라도 고쳐줄게요. 이러면 괜찮죠?”유미경은 슬픔을 억누를 수 없었지만, 차마 자신의 마음을 밝힐 수도 없었다. 그래서 억울한 듯이 더욱 서럽게 울면서 말했다. “나는... 나는 그냥 이 폰이 좋아요... 완전히 똑같은 이 휴대폰이요... 뒷면을
유미경은 매우 놀라고 말았다. 시후가 올해 29살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그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아직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던 건가요?!”“맞아요.” 시후가 설명했다. “그리고 20대 초반에 내가 일하고 있던 공사팀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은 적이 있었어요. 그때 현장에서 우연히 대표님의 눈에 들었는데, 그분이 내가 대학에 가서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셨고, 나중에는 자신의 가장 사랑하는 손녀딸과 결혼까지 시키고 싶어하셨어요...”유미경은 깜짝 놀라며 크게 눈을 뜨고는 시후를 바라보았다. “지금 나에게 농담하는 거 아니죠? 그 대표님이 왜 그렇게 잘해주신 거예요? 게다가 자기 손녀까지 당신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했다니?”시후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우연이었어요. 그분의 집안이 우리 LCS 그룹에서 일했던 겁니다. 그래서 내 정체를 알아보고는, 내가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지만 진정한 가족을 만들어 주고 싶어 하셨던 거고요.”유미경은 시후의 흐뭇한 미소를 보며, 심장이 갑자기 쿵쿵 뛰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녀는 불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설마... 정말 그 결혼을 받아들인 건 아니죠?”“맞아요. 승낙했어요.” 시후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때의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어요. 그리고 끝없는 떠돌이 생활이 지겨웠고, 나도 가정을 갖고 싶었거든요.”순간, 유미경은 마치 천둥을 맞은 것처럼 온몸이 굳어버린 것 같았다. 그녀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참으며 물었다. “그래서... 이미 결혼한 거네요?”“그렇죠.” 시후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대표님이 내가 대학을 다닐 수 있게 해주신 것도 사실 아내와 함께 졸업하도록 하기 위해서였어요. 아내가 졸업한 후, 결혼식을 올렸죠.”유미경은 순간적으로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시야가 갑자기 흐려졌다. 그녀는 시후가 이미 결혼했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이렇게까지 가슴이
유미경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시후를 보는 순간 자신의 가슴속에 쌓여 있던 모든 원망과 불만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시후가 자신에게 사과하는 순간, 그녀는 오히려 조금 부끄러움을 느끼기까지 했다. 부끄러움을 느낀 이유는, 시후는 바로 이중열을 구하기 위해서 이렇게 멀리까지 왔지만, 반면에 자신의 아버지는 그의 체면 때문에 이중열이라는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으려 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옳고 그른지는 너무도 명확했다.시후 역시도 늘 누구에게 빚을 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으로, 서로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으니 안도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유미경에게 말했다. “미경, 이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이니 여기서 그냥 다 잊는 걸로 하죠.”“좋아요.” 유미경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오후에 시후가 자신의 아버지와 이야기하던 중 먹자골목 이야기를 꺼낸 것이 떠올라 궁금한 듯 물었다. “은시후 씨, 그런데 오후에 왜 갑자기 우리 아버지에게 먹자골목 이야기를 하신 거예요? 혹시 다른 계획이라도 있는 건가요?”“맞아요.” 시후가 대답했다. “유 회장님이 이곳을 재개발해 상업 중심지로 만들려고 했거든요.”유미경은 놀라며 물었다. “그걸 직접 당신에게 말했어요?”“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부분을 이야기할 때 굉장히 흥분하시던데요. 보아하니 이미 결심을 굳힌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 기회를 이용해 그가 이 먹자골목을 당신에게 모두 양도하게 만들었죠. 이후에 이곳을 떠날지 머물지는 당신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요.”유미경은 따뜻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왜 이렇게 배려해주신 거죠?”시후는 무심한 듯 말했다. “이 먹자골목은 당신에게 중요한 곳이잖아요. 그러니 이곳을 보존하는 건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죠. 그리고 당신의 아버지는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기에 이곳의 땅값이 올랐다고 해도, 굳이 허물고 재개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시후는 탄식하며 말했다. “하지만 부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