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은 박상철에게 "박 집사님,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공손히 물었다.박상철은 한숨을 내쉬며 "도련님이 이미 알고 계시니.. 하아.. 더 이상 보육원에 계속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앞으로 그룹으로 돌아가세요, 제가 남은 일들은 다 잘 처리하겠습니다. 여러 해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라고 말했다.그러자 원장은 몸을 굽혀 "예 집사님.. 그런데 은 상무님께서는 생전에 저 역시 은혜롭게 대해 주셨습니다..”라고 말했다.박상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요 당신들 모두가 은서준 상무님께서 오랫동안 애써 키워주신 엘리트들이니까요.. 10여 년 동안 작은 보육원에서 고생한다고 억울했을 텐데.. 그럼 푹 쉬고 재충전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시후 도련님이 언젠가 그룹을 계승하면, 당신들은 모두 도련님의 직원이 될 것이니 그때 가서 도련님을 위해 충성을 다하세요! 도련님은 당신들이 보고 기른 사람입니다. 그러니 잘 알겠죠? 그는 천성이 착하고 품행이 단정하며 정직합니다. 만약 언젠가 그가 그룹을 경영할 수 있다면, 도련님 역시 결코 당신들을 푸대접하지 않을 것입니다."그러자 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마도 도련님이 어려서부터 많은 시련을 겪었기 때문에 이런 성품이 길러진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성격은 평범한 재벌 2세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요..”박상철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도련님을 보육원에서 고생시킨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 보니 이건 저의 노파심이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도련님은 결국 은 상무님의 외아들이시니.. 난 도련님이 앞으로 은 상무님의 실력에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자 박상철은 손을 흔들며 기분 좋게 말했다. "됐어요. 그럼 난 그룹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며칠 동안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이 보육원을 이 지역 관련 부서에 인계해 줘요. 내일 돈을 좀 줄 테니 먼저 돌아가서 가족들을 만나고 편안한 휴양지를 찾아 푹 쉬시고요.”원장은 다시 인사를 하며 말했다. "집사님 감사합니다!"
시후는 아내의 작업실에 도착했고 사무실 내로 들어섰다. 유나는 시후를 보고 "여보, 왜 눈이 빨개졌어요?"라고 물었다."그래요?" 시후는 두 손을 뻗어 눈을 살짝 비비며 "조금 전에 당신 데리러 오는 길에 미세 먼지가 심해서.. 그래서 눈이 좀 시리더라고요..”라고 말했다.유나는 "당신, 혹시 오늘 스쿠터 탄 건 아니죠? 집에 차가 두 대나 있는데 당신은 왜 오토바이를 타려고 하는 거예요? 그럼 내가 너무 미안하잖아요~”라고 말했다."에이~ 난 괜찮아요." 시후는 웃으며 "난 스쿠터 타는 게 좋은데? 편하고, 빠르고, 사이 사이 얼마나 잘 다니는 줄 알아요? 하하하!”"휴우.. 당신은 무슨 일이든지 말할 때는 모든 일이 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 막 엠그란드 그룹에서 맡긴 일이 완성되었어요. 이태리 부회장님이 이 소식을 듣고 흔쾌히 돈을 지불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당신에게 차를 한 대 뽑아 줄까요? 그럼 당신도 당신의 차가 생기는 거잖아요.”“아니에요~ 난 그냥 당신 차나 아버님 차를 대신 운전해서 다니는 게 좋아요.”유나는 시후가 진담으로 말하는 걸 보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알겠어요.. 그럼 차가 필요할 때 나에게 말해요 알겠죠?”시후는 "여보~ 그런데 우리 빨리 가야 해요! 저녁에 식사 약속도 잡아 놨단 말이에요!”라고 말했다."에?? 오늘 밤에 대체 누구와 저녁 약속을 잡았어요?? 누구랑 식사를 하는지 물어도 말도 안 해주고.. 뭘까?”"하하하.. 귀한 손님을 모셨으니 도착해서 보면 알 거예요~”“귀한 손님이요? 또 풍수 봐주기로 했어요?""그건, 잠시 동안 비밀로 할 거고.. 나랑 같이 가보면 알게 될 걸요?”"알겠어요. 그럼 맛있는 저녁 먹으러 출발해볼까나~?”부부는 사무실을 떠나 주차장으로 향했다. 시후는 유나의 BMW를 몰고 버킹엄 호텔로 향했다.지금 이학수 대표는 혜리와 매니저를 데리고 버
은서는 안세진을 보고 갑자기 어두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응? 안세진 대표님 아니세요?! 시후 오빠가 서울에 있다는 걸.. 대표님은 진작 알고 있었죠??""어? 어... 그게..." 안세진은 어떻게 대꾸를 해야 할 줄 몰라 우물쭈물하며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했다.고은서는 이를 악물고 뾰로통하게 말했다. "아니,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제가 대표님을 찾아와서 혹시라도 시후 오빠의 행방을 알고 계시냐고 여러 번 알아봤는데.. 진실은 한 마디도 말하지 않으신 거네요?!”안세진은 난처한 표정으로 "은서 아가씨, 정말 오해입니다. 저도 얼마 전에 도련님이 서울에 계시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니 제가 그룹을 걸고 말씀드리는데.. 도련님께서 서울에 이렇게 오래 계셨다는 것을 저도 지금껏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그러자 매니저는 “그 은시후 선생님이 네가 줄곧 찾던 시후 오빠라고?”라고 놀라워했다.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맞아, 바로 그 사람이야! 이 나쁜 놈!! 내가 찾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어머 어머! 그거 정말 잘 됐다! 마침내 찾았으니, 그럼 곧 결혼할 수 있지 않겠어? 너 맨날 입만 열면 시후 오빠를 찾으면 바로 연예계에서 은퇴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겠다고 했잖아~”매니저의 말에 은서는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다. “아니.. 그렇게 하고 싶긴 한데.. 그런데.. 그 나쁜 놈이 지금 결혼을 했더라고..!”"어머 미친?!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설마.. 너랑 정략결혼 한 것을 몰랐다는 거야?? 이렇게 아름다운 대상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그런 놈을 넌 지금껏 애타게 찾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 감히 다른 여자와 결혼하다니.. 그 인간 오면 내가 욕을 한 바가지 해줄게!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이학수 대표와 안세진은 서로를 쳐다보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이학수 대표도 고은서와 은 선생님과의 관계를 이제야 알았고, 마음속으로 당연히 놀라게 되었다.그러자 고은서는 "언니, 이따가 시후 오빠의 아내가
유나는 자신의 앞에 있는 이 미녀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 혜리라는 것이 꿈에도 믿기지 않았다.혜리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핫한 여성 스타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연예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혜리로 말하자면, 많은 스타들 조차도 그녀의 팬이며, 인스타그램 및 유튜브에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즉 연예인들의 연예인으로 불리는 그런 레벨이랄까..? 이는 혜리가 아름다운 외모뿐만 아니라 실감나는 연기와, 카메라 앞에서 드러나는 자신감과 관련되어 있었다. 특히 MZ 세대 팬들 사이에서 더욱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그녀의 츤데레 같은 성격은 연예계의 루머에 휩싸일 수 없게 만들었고 매 분기마다 하는 그녀의 봉사활동 및 기부 활동은 그녀의 호감도를 끌어 올리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가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녀의 집안이 돈이 많고 오래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고 있다 보니 한국 연예계 전체에 그녀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이나 회사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녀가 연예계에 들어왔을 때 옛날 시기 궁궐에서 출궁한 공주와 같이 신분, 지위, 실력 모두 뛰어나 아무도 손을 댈 수 없는 것처럼 은서는 자신의 존재 자체가 이미 연예계 위에 군림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를 어떻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이 때문에 그녀는 자연스럽게 연예계에서 자신을 조금도 오염시키지 않고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막 룸에 들어선 유나를 보고 혜리는 속으로 충격을 받았다. 시후 오빠의 아내가 이렇게 예쁠 줄은 몰랐네.. 물론 시후를 오랫동안 그리워한 것은 바로 시후가 매우 멋있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물론 저 정도의 외모를 가진 여성과 만나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시후처럼 완벽한 남자를 남편으로 맞이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을 텐데.. 보아하니 경쟁자가 꽤 만만치 않은 것 같아 보인다..!유나는 이때 살짝 긴장하여 작은 목소리로 시후에게 물었다. "여보!! 정말 저녁에 혜리와 함께 식사하는
이렇게 생각해보면 아마도 유나에게 자신의 실제 신분을 계속 숨기는 것이 현명할 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유나가 위험해질 수도 있을 테니까..이때 시후를 바라보는 은서의 매니저 지우의 눈빛은 날카롭고 독살스러웠다. 지우의 눈에는 시후가 바로 은서의 믿음을 저버린 배신자였기 때문에 당연히 그녀의 눈에 시후는 눈엣가시 같았다. 그녀는 심지어 식탁에서 직접 진실을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혜리가 자신을 말렸던 것을 생각하면 충동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유나는 자신의 우상인 혜리 옆에 앉았고, 시후는 유나 옆에 앉았다.은서는 시후를 흘끗 한 번 쳐다보고는 일부러 웃으며 유나에게 말했다. "사모님, 은 선생님과 결혼한 지 몇 년 되셨나요?”"3년이 넘었으니 곧 4년이 될 거예요.”은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그럼.. 자녀분도 있겠네요..?”유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음.. 아직이요..?"은서는 일부러 놀란 척하며 "어머..? 결혼한 지 4년이 지났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아직 아이를 낳지 않으셨다니.. 뭐 요즘 아이를 잘 안 낳긴 하죠? 그럼 은 선생님과는 딩크족으로 사실 생각이세요??"라고 물었다.유나는 당황해하며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음.. 사실 딩크는 아니고.. 그러니까.. 음.. 어떻게 말해야 하지..? 음.. 그러니까 우리 두 사람은요.. 음..”시후는 유나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것을 보자 급히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우리 둘은 아직 아이를 가질 준비가 되지 않아서요..”은서는 천성적으로 총명했기에 유나의 수줍어하는 모습과 시후가 두 사람의 대화에 급히 끼어든 이유를 보면 분명 말 못할 속사정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뭐.. 요즘은 아이를 안 가져도 별 문제없잖아요? 조선시대처럼 아내가 소박 맞는 것도 아닌데.. 그렇지 않아요? 후훗..?”시후는 갑자기 은서의 말에 속에서 한바탕 열불이 났지만, 어쨌든 지금 상황은 자신이 은서에게 미안해야 하는
유나는 여신이 강림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에 옆에 있는 혜리를 전혀 경계하지 않았다. 유나의 눈에는 그저 혜리가 바로 최근 MZ 세대를 대표하는 연예인으로 보였고 이렇게 모든 면에서 완벽한 여성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나는 혜리가 감히 자신의 남편을 사이에 두고 잠재적인 라이벌이 될 존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시후는 이제서야 마음을 놓았다. 그는 설아가 결승전을 치른 후에 몰래 은서의 아버지 고선우를 만날 작정이었다. 사실 이 만남은 바로 은서를 다시 만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고선우의 췌장암을 치료하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의 절친이며, 오랫동안 묘소를 찾아 자신을 대신하여 부모님께 제사를 올려 주셨을 뿐만 아니라,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자신의 행방을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 은혜는 자신이 직접, 반드시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후였다. 게다가 이 시간동안 중간중간 박상철을 만나 지금껏 자신과 얽힌 미스터리들을 풀 힌트를 얻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집을 떠나면 적어도 3~5일은 걸릴 것이다. 이 정도 시간 동안 집을 떠나 있으려면 유나에게 의심을 품게 만들 수도 있으니 가장 좋은 핑계는 바로 은서의 초대를 받아 그녀의 본가를 방문하고, 일을 처리해주는 것이다. 특히 은서가 아내 앞에서 직접 초청을 하면 은서가 톱스타 혜리라고 믿고 있는 아내는 더 이상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은서는 유나가 시원하게 대답하는 것을 보고 기뻐하며 웃음 지었다. "후훗~ 이렇게 사모님께서 시원~하게 대답하실 줄은 몰랐는데.. 혹시라도 동의하지 않을까 걱정했어요~”"하하.. 혜리 씨, 제 남편의 능력을 인정해 주셔서 굉장히 기뻐요.. 그러니 제가 어떻게 동의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하지만 만약 제 남편이 무엇을 잘하지 못하더라도 넓은 아량으로 잘 이해해주시길 바라요..!”"어머~ 제가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후후훗!! 저는 은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은시후 씨의 능력을 매우 인정하거든요. 게다가 제 아버지와 우
은서는 싱긋 웃었다. "자, 그럼 제가 좀 앞에 있을게요. 그러면 사모님의 얼굴이 더 작고 예뻐 보일 거예요~”그리고 두 사람은 다정한 자매처럼 셀카를 한 장 찍었다. 촬영이 끝난 후 유나는 휴대폰을 들고 "혜리 씨.. 저.. 이 사진을 제 카톡 프로필 사진이나 인스타에 올려도 될까요?"라며 기뻐했다.유나는 허영심이 없는 여자였다. 시후가 처음에 BMW를 사줬는데도 그녀는 사진 한 장 올린 적이 없었고 스카이 가든에서 그녀의 결혼식을 한 번 더 해주었지만 결혼식 사진은 단 한 번도 SNS에 업로드 하지 않았다. 게다가 시후가 수십 억짜리 슈퍼카를 탈 수 있도록 해주었지만 여전히 친구들에게 사진 한 장 자랑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청년재와 같은 최고급 저택에 들어가서 살아도, 그녀는 친구들에게 자랑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유일하게 '자랑'이라고 한 번 업로드한 사진은 바로 얼마 전 남편 시후가 만들어준 채소밭이었다. 하지만 유나는 이번만큼은 정말 자신의 욕구를 억누를 수 없었다. 왜냐하면 ‘혜리’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이자 그녀의 우상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이런 톱스타와 함께 식사를 하고, 심지어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이.. 이런 일이 과연 평생 몇 번이나 일어나겠는가..?정말 다행이도 유나는 혜리의 동의를 얻어냈다. "그럼요~ 물론이죠, 사모님 마음대로 하세요~"유나는 혜리의 동의를 얻어 기쁜 마음으로 감사를 표한 뒤, 자신의 인스타를 열어 사진을 업로드했다. 그녀는 인스타에 라고 게시물을 업로드 했다. 이 게시물을 업로드 되자 마자 수많은 사람들의 ‘좋아요’를 받았다... 유나가 지금껏 연을 맺고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대학교 친구들이었는데, 전국에서 모이는 친구들이다 보니 모두가 서울에 살고 있지는 않았다. 따라서 지방에 살고 있는 친구들은 이렇게 톱스타를 눈 앞에서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은서는 유나의 인스타 계정을 팔로우한 뒤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참, 은 선생님~ 그럼 우리 둘도 서로 팔로우 하죠? 후후훗?" 은서는 인스타 계정을 시후에게 보여주었다.시후는 휴대전화를 꺼내 그녀의 계정을 찾아 팔로우 할 수밖에 없었다.은서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그를 힐끗 쳐다보고 나서야 말했다. "은 선생님, 그럼 언제쯤 저희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가실 건가요? 계획을 알려주시면 저도 미리 준비해 두려고요~”시후는 살짝 당황하며 "음.. 다음 주 정도로 하시죠..? 하지만 구체적인 시간은 아직 정할 수 없어서요."라고 답했다.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후훗? 그럼 은 선생님, 그럼 저희 아버지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시후는 갑자기 은서가 조금 전 자신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과연 시후가 은서의 아버지를 만나면 시후를 가만히 둘 것이라고 생각하냐고.. 하아.. 아무래도 이 일을 생각하면 할 수록 은서의 아버지 고선우를 만날 면목이 없어지는 것 같다.시후가 은서와 그녀의 아버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가톨릭 대학병원의 병실에는 이토 나나코와 그의 보좌관 다나카 고이치, 고바야시 그룹의 고바야시 지로가 꼼짝 않고 이토 나나코의 코치 야마모토 가즈키의 병상 양쪽에 서 있었다.병상에 누워 있는 야마모토 가즈키는 초췌해 보였다.의사는 조금 전 가즈키의 세 번째 전신 검사를 실시했지만, 그의 신경계가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앞으로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가즈키의 이마에 피범벅으로 새겨진 글씨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선명하게 보였다.나나코는 의사가 자신의 선생님을 더 이상 자극하지 않도록 가즈키의 이마를 덮어두기를 바랐지만, 가즈키는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이화룡이 그의 이마에 남긴 이 추한 글자는 그의 생애 최대의 치욕이라 할 수 있었지만 한 편으로는 그의 생애에서 가장 깊은 교훈의 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은시후가 그를 때려눕히기 전까지 가즈키는 자신이 세계적인 무술 고수라고
유미경은 이 말을 듣고 나서 표정이 갑자기 어색해졌고, 우물쭈물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내가 왜 그 사람 정보를 알아봐야 해요..."유가휘는 유미경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 "미경아, 기억해라. 남녀 사이에 관계가 잘 발전하려면 절대 자존심 싸움을 하거나 삐지면 안 돼. 상대가 너에게 관심을 보이면, 너는 두 배로 반응해 줘야 하는 거야. 상대방이 너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 너는 뻔뻔하게 주도권을 잡아야 해. 절대 네 마음 속의 사소한 감정 때문에 쿨한 척 거리를 두면 안 된다고. 괜히 속으로 불평만 하면 안 된다 이 말이다!” 그리고 유가휘가 이어 말했다. “너를 찾지도 않는다고 너도 그를 찾지 않고, 심지어 널 찾으러 왔을 때도 네가 여전히 허세를 부리면 인연이 있다고 해도 다 사라지지 않겠어?!”그 말을 들은 유미경은 아버지의 말에 충격을 받았지만, 그녀의 강한 자존심 때문에 그녀는 겉으로 부정하며 말했다. "아빠, 난 은시후 씨한테 별 감정이 없어요. 게다가 나랑 그 사람은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요. 제가 어떻게 아버지를 무릎 꿇게 한 남자랑 사귈 수 있겠어요?"유가휘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이고! 네가 정말 은시후 씨와 사귈 수만 있다면, 이 아빠는 무릎 꿇는 게 대수겠어? 절이라도 할 수 있다!" 그는 이렇게 다시 덧붙였다. "더군다나 상황을 객관적으로 봐야 할 것 아니냐. 내가 은시후 씨에게 무릎을 꿇게 된 것은 내가 그를 화나게 만들었고 그에 따라 용서를 빌어야 했기 때문이야.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내가 잘못한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만약 네가 그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아무런 이유 없이 날 더러 무릎을 꿇으라고 하겠어?"유미경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빠가 그렇게 말하는 건 오로지 은시후 씨의 능력을 보고 그러는 거잖아요.""그래 맞다!" 유가휘는 아주 솔직하게 말했다. "미경아, 넌 맏이야. 처음으로 나에게 아버지가 된 기분을 느끼게 해 준 아이지. 그건 네 동생들이 절대 따라할 수 없
과거의 그는 모든 여성들을 대할 때 항상 거만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여성들이 자신의 사랑을 받는 사람들이고 자신의 사랑을 받는 건 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이와 같은 초월적인 자부심 덕분에, 그는 수십 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여색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물론, 방가흔은 그가 만난 모든 여성들 중 가장 사랑한 상대였다. 그러나 그는 속으로 방가흔을 늘 존중한 적이 없었다. 과거에 방가흔이 이중열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을 때, 유가휘의 입장에서 이 일은 마치 가장 아끼던 장난감을 빼앗긴 것과 같았다. 그렇기에 그녀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왔을 때도, 그는 단순히 잃어버린 장난감을 되찾아 영원히 곁에 두고 싶어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그에게 방가흔을 정말 사랑했냐고 묻는다면, 그의 대답은 분명 ‘아니오’였을 것이다. 물론, 젊은 시절 그는 방가흔을 매우 사랑했다. 하지만 그녀가 한 번 자신을 떠난 후, 그는 자신을 통제하고 다시는 그녀에게 너무 많은 투자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는 오랫동안 이 원칙을 철저히 지켜왔다.방가흔은 비록 유가휘의 아내이자 ‘사모님’이라는 공식적인 위치를 얻었지만, 그녀는 유가휘의 재산을 직접 관리하거나 결정할 권한이 전혀 없었다. 결국 그녀는 결혼 후에도 화려한 새장 속의 카나리아일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방가흔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던 그 한마디가, 유가휘의 마음 속 깊은 곳을 조용히 흔들어 놓았다. 그는 평생 자랑스럽게 수많은 여성들을 품어왔다. 그러나 오늘, 시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할 때, 그의 자존심은 완전히 무너졌다. 지금 그는 마치 전쟁에서 패배한 자존심을 버린 장군 같았다. 이제 그는 더 이상 과거의 오만함도, 자부심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그의 곁에 남은 여인이 끝까지 자신을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로 인해 그는 마음 속에 부드러운 감정을 느꼈다. 그러자 유가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정말 그를 완전히 놓아주었다
그 시각.유가휘의 가족들도 이미 차를 타고 시훈도에 있는 저택으로 돌아가고 있었다.돌아오는 길에 유가휘는 방가흔과 함께 차를 탔고, 유미경은 자신의 테슬라를 직접 몰고 집으로 향했다. 유가휘는 딸이 뭔가 멍하고,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듯한 모습을 보고는 함께 차를 타고 가자고 했지만, 유미경은 이를 거절했다. 유미경은 지금 온갖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차를 몰고 돌아가는 내내,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시후만이 떠올랐다. 그와의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순간이 자꾸만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바람에, 유미경은 그가 이미 자신의 마음 깊숙이 자리 잡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를 더욱 괴롭게 만드는 것은 시후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유미경은 시후를 원망하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많은 걱정들을 안고 운전을 했지만, 다행히 그녀는 오는 길에 아무 일 없이 안전하게 집에 돌아왔다.집 앞에 차를 세운 뒤 차에서 내린 유가휘는 마치 영혼이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마치 큰 병을 앓고 난 사람처럼 기운이 빠져 있었고, 걸음걸이조차 힘겨워 보였다.남편의 이런 모습을 본 방가흔은 급히 그의 팔을 붙잡으며 다급히 물었다. "여보, 괜찮아요?"유가휘는 깊은 한숨을 쉬며, 무력하게 손을 저었다. "집에 들어가서 이야기하자..."유미경도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반대편에서 그를 부축했다.세 사람이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 유가휘는 두 사람에게 자신을 소파까지 데려다 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소파에 앉는 순간, 그는 마치 큰 짐을 내려놓은 듯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가 50년 넘게 살아오면서, 오늘이 가장 두려운 날이었다..."옆에서 듣고 있던 방가흔은 눈물을 훔치며 흐느꼈다. "미안해요, 여보... 다 내 잘못이에요..."하지만 유가휘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냐, 당신 잘못이 아니야." 그는 씁쓸한 미소를
이중열의 어머니는 눈앞의 시후를 바라보며, 그의 나이가 꽤나 어린 것을 보고 놀랐지만, 여전히 매우 공손하게 말했다. "도련님, 우리 가족들을 대표하여 당신의 큰 은혜에 감사드립니다!"이에 시후는 서둘러 대답했다. "어머님,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삼촌은 돌아가신 제 아버지의 절친이셨으니, 이건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지금 몸 상태는 어떠신지요? 혹시 어디 불편하신 곳은 없으세요?"이중열의 어머니는 순간 멈칫하더니, 놀란 듯이 말했다. "아이고, 말씀을 듣고 보니...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면서 직접 상반신을 일으켜 보았는데, 몸이 마치 깃털처럼 가벼워진 것 같았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뇌졸중으로 생명이 위태로웠지만, 지금은 전혀 그런 증상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몸 상태가 전반적으로 좋아진 것 같았다.그러자 자녀들도 충격을 받은 나머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알다시피 어머니가 뇌졸중에 걸린 이후로 건강 상태는 급격히 악화되었고, 담당 의사조차 ‘며칠 안에 세상을 떠날 것’이라고 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맏이인 이중열이 어머니에게 이름 모를 한 알의 약을 먹이자, 그녀가 단 몇 초 만에 완전히 회복되었고 뇌졸중 증상이 사라졌으며 안색이 매우 좋아졌다. 이것은 도저히 쉽게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이에 이중열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시후에게 물었다. "도련님, 그럼 어머니께서 바로 퇴원하셔도 될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더 이상 입원할 필요가 없으실 겁니다."이중열은 감격한 나머지 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니, 그럼 집으로 돌아가요!"그러나 이중열의 어머니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급히 돌아갈 필요 없어. 이렇게 오랜만에 홍콩에 왔으니, 먼저 아버지께서 계신 샌디 리지로 가자. 네가 그동안 오지 못했으니, 돌아온 김에 먼저 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리는 게 좋지 않겠어?!""샌디 리지요?" 이중열은 놀라며 물었다. "아버
이때, 이중열의 어머니는 이미 모든 지각능력을 완전히 잃은 상태였고, 기운조차 매우 미약해진 상태였다.이중열은 20년 동안 어머니를 만나지 못했다가 이제야 겨우 재회했지만, 어머니는 이미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었고, 심지어 그를 한 번 바라보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는 지난 20년간 부모님 곁에서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을 떠올리며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채 어머니의 손을 꼭 쥔 채 마치 아이처럼 흐느껴 울었다.그를 본 동생들도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어머니의 침상 곁에서 모두 함께 눈물을 흘렸다.이 광경을 지켜보던 시후는 조용히 품에서 한 알의 거풍환을 꺼내 이중열에게 내밀며 말했다. "삼촌, 이 약이면 어머님을 치료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 바로 드리세요."이중열은 그 말을 듣고 순간 무언가 떠오른 듯, 무의식적으로 주머니를 더듬었다. 그리고 작은 상자를 꺼내 들며 진지하게 물었다. "도련님, 예전에 제게 주신 이 약을 그동안 늘 지니고 다녔습니다. 혹시 이 약으로도 어머니를 살릴 수 있습니까?"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제 외할아버지께서도 병세가 위독하셨지만, 이 약 한 알로 되살아나셨습니다."그 말을 듣자, 이중열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말 다행입니다! 도련님, 감사합니다! 어머니께 이 약을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말한 뒤 그는 곧바로 상자를 열고 그 안에서 거풍환을 꺼냈다.시후도 더 이상 자신이 내민 약을 고집하지 않고, 조용히 그것을 거둬들였다.이중열은 어머니의 산소 마스크를 벗기며 동생에게 말했다. "한열아, 어머니를 일으켜 줘."그러자 이중열의 동생은 즉시 조심스럽게 이중열의 어머니의 상반신을 조심스럽게 부축하여 들어 올렸다.이중열은 시후가 준 약을 어머니의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간절한 마음으로 그녀를 지켜보며 기적이 일어나길 기다렸다.그리고 거풍환은 결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불과 몇 초 만에, 창백했던 어머니의 얼굴에 서서히 혈색이 돌기
이중열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머님께서는 올해 여든이 넘으셨습니다. 이 나이에 뇌졸중이라니... 상황이 좋지 않을까 걱정됩니다."시후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아무 문제없을 겁니다."이중열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근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성도민은 이내 차를 급히 기독병원 입구까지 몰았다. 차가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이중열은 황급히 문을 열고 뛰어내려 곧장 병원 로비로 달려갔다. 그는 접수대에서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곳과 병실 정보를 문의했다.당직 간호사는 빠르게 정보를 조회한 뒤 이중열의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병동과 호실을 알려주었다.이중열은 안내를 받은 대로 급히 어머니가 있는 병실로 뛰어갔다. 병실 문 앞에 도착한 그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조심스레 병실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들어오세요."이중열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곳에는 단 한 개의 병상이 있었고 침대 위에는 산소 마스크를 낀 어머니가 몹시 쇠약한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녀 주변에는 세 명의 중년 남성과 두 명의 여성, 그리고 10대 아이들이 몇 명 있었다.병실에 있던 다섯 명의 중년들은 문 앞에 선 이중열을 보는 순간, 마치 벼락을 맞은 듯 충격에 빠져 자리에 얼어붙었다.그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여성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외쳤다. "오빠?! 정말 오빠야?!"이중열은 그녀를 바라보며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을 드러내며 말했다. "너... 너 소연이냐?!"그녀는 이중열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즉시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재빨리 달려와서 이중열을 꼭 껴안은 채 울먹이며 말했다. "오빠, 어떻게 홍콩으로 돌아온 거야?! 유가휘가 오빠를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잖아. 오빠가 돌아온 걸 알게 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텐데....!"그 때 다른 사람들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이중열을 꼭 껴안고 울면서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사람들은 바로 이중열의
"하하... 아가씨, 조금 전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좋아한다고 하셨습니까?!" 원서훈은 놀란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 이야기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배유현은 그의 반응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원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그래도 무술 고수신데, 제가 이렇게 분명히 말했는데도 못 들으신 건가요?"원서훈은 황급히 손을 저었다. "아, 아니, 그런 게 아닙니다... 그저 아가씨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전혀 예상 못 했기 때문에 놀랐을 뿐입니다...."배유현은 빙그레 웃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원 선생님께서 그렇게 놀라실 필요 없어요. 게다가, 은 선생님을 좋아하는 사람이 저 혼자 뿐이겠어요? 조금 전 그 유미경 씨를 보셨나요? 그분이 은 선생님을 바라보는 눈빛이 얼마나 애절하던지.. 여자의 눈빛이 그토록 애절하다는 건, 그만큼 마음속에서 상대방을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라고요."원서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아가씨께서 하시는 말씀이 맞긴 합니다...."배유현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휴, 은 선생님께서 홍콩에 오신 지 고작 이틀 밖에 안 됐는데.. 이틀 만에 유미경 씨가 은 선생님을 좋아하게 된 건 그렇다 쳐도 이틀 만에 은 선생님이 그녀를 안쓰러워 하시다니, 정말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어요."원서훈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은 선생님께서 유미경 씨를 안쓰러워하셨다고요? 저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배유현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건 원 선생님께서 세심하게 보지 않으셨기 때문 아닐까요?"원서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자조적으로 말했다. 그러고는 다시 배유현에게 물었다. "아가씨, 그런데 은 선생님을 좋아하신다면, 유미경 씨는 아가씨의 경쟁 상대가 되는 게 아닙니까? 그런데 왜 먼저 다가가 친구가 되려 하시는지요?"배유현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은 선생님께서 미혼이시라면, 당연히 유미경 씨는 제 경쟁 상대가 되겠죠. 하지만 은 선생님께서는
유미경은 눈물을 머금은 큰 눈으로 시후를 노려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러자 옆에 있던 유가휘가 재빨리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경아! 은 선생님께서 너에게 말씀하시잖아! 멍하니 있지 말고 얼른 답해드려!"그러나 유미경은 고집스럽게 얼굴을 돌리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으로 훔쳤다.시후는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그냥 유가휘에게 말했다. "유 회장님, 유미경 씨가 저를 상대하기 싫다고 한다면 억지로 강요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유가휘는 난처한 표정으로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제 딸아이가 예의가 없어서.... 선생님께 실례를 범했습니다...."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이번에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이렇게 먼 길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급히 돌아가실 필요가 없으시다면, 저녁 식사라도 함께하시죠."배유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요. 저도 급한 일이 없어서요. 은 선생님께서 홍콩에 하루 이틀 더 머무르실 예정이라면, 저도 기다렸다가 일이 끝난 후 함께 돌아가겠습니다.""그러시죠." 시후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중열과 그의 가족들이 새 집으로 이사한 후 미국으로 돌아갈 계획이었기에, 배유현이 서두르지 않는다면 같은 비행기를 타고 돌아갈 수도 있었다.배유현이 다시 물었다. "은 선생님께서는 어느 호텔에서 머무르시나요?"시후는 유가휘와 유미경을 한 번 바라본 후 말했다. "아직 호텔은 정하지 않았습니다."배유현은 상황을 대충 파악한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제가 호텔을 골라서 은 선생님의 객실도 함께 예약해 드릴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배유현 씨."유미경은 그 때 또 다시 고개를 들어 시후를 바라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한편, 유가휘는 다소 실망한 듯 보였다. 비록 시후에게 한바탕 당하기는 했지만, 그는 아직도 시후와 배유현을 자신의
킬러가 추락한 후, 공항 출구 밖의 인파 속에 숨어 있던 몇 명의 킬러들도 변장한 블랙 드래곤 대원들에게 순식간에 제압되었다. 차 안에 숨어 기회를 노리던 킬러들 역시 반응하기도 전에, 블랙 드래곤 대원들이 앞뒤에서 차량으로 포위하며 문을 부수고 침입해 그대로 끌려 가고 말았다. 그 때가 되어서야 킬러들은 자신들이 이미 블랙 드래곤 대원들에게 철저히 감시당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현상금 철회 명령을 받은 즉시 현장을 떠난 킬러들은 블랙 드래곤 대원들도 가만두었지만, 끝까지 떠나지 않은 자들은 결국 블랙 드래곤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이때, 공항 VIP 대기실에서 유가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현상금 의뢰는 철회되었습니다. 킬러들도 분명 철회 소식을 접했을 테니, 이제 안심하셔도 됩니다...."하지만 시후는 유가휘의 말을 무시한 채, 성도민을 바라보며 물었다. "성도민 씨, 다 정리됐나요?"성도민은 공손하게 대답했다. "은 선생님, 현상금 의뢰는 확실히 철회되었습니다만 저희 측에서 감시하던 범위 내에 아직 떠나지 않은 킬러들이 몇 명 있었기에 직접 처리했습니다. 한 명은 사살했고, 일곱 명은 생포했습니다.""잘했군요." 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일곱 명도 시리아로 보내도록 해요. 홍콩에서 장기적인 평화로움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니까."성도민은 즉시 두 손을 모으며 답했다. "예 알겠습니다!"시후는 유가휘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유 회장님, 당신과 나, 그리고 중열 삼촌 간의 원한은 당신이 한국에 있는 구름산에서 돌아오면 완전히 끝날 겁니다. 더불어 TS Shipping과의 협력을 원한다면, 그때 전문 인력을 배정해 협상하도록 하죠. 앞으로 약속을 지키기만 하면, 나는 더 이상 당신을 곤란하게 하지 않을 겁니다."유가휘는 이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완전히 안심하며 공손히 말했다. "은 선생님의 너그러움에 감사드립니다!" 그런 뒤 그는 곧바로 이중열을 향해 말했다. "중열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