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범은 박학기가 묻자 말문이 막혔다. 이곳에서 사실 도망가려고 머리를 쓴 것이었기에.. 여기서 탈출하기는커녕.. 오히려 심한 타격을 입다니..! 그는 괴로워하며 박학기를 바라보다가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무.. 무슨 소리야? 내가 도망치기는 뭘 도망쳐?! 난 은시후를 그냥 죽이려고 했을 뿐이야!”하지만 박학기는 그렇게 어리숙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화가 나서 임원범에게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팀장님.. 제가 바보라고 생각하십니까? 팔도 못 쓰는데.. 은시후를 어떻게 죽이겠다고 하시는 겁니까?”"어이..! 학기야, 지금 팀장에게 말을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하냐? 지금 나에게 대드는 거야?”그러자 박학기가 그에게 달려들어 욕을 퍼부었다. "팀장님.. 우리가 왜 팀장님을 위해 우리 목숨을 바쳐야 합니까? 우리도 여기서 살아나가고 싶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전 이제 팀장님을 못 따르겠어요! 이제 손절하려고요!”임원범은 분노하여 소리를 질렀다! 사실 박학기의 말이 맞다. 지금 그가 무슨 무술 고수인가? 양손은 못 쓰게 되었고, 이제 하반신까지 마비가 되었다. 그래서 그는 박학기가 자신에게 달려들었지만 아무런 방어도, 아무런 손도 쓸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소리만 지를 수밖에 없었다. "박학기 야 임마!! 정신 차려!! 나에게 이러는 건 아무런 도움이 안 돼!!”하지만 박학기는 "뭐가 도움이 안 된다고 하는 거예요? 그냥 형님 죽고 나도 죽겠습니다! 싸워 봅시다!!”라며 임원범의 귀를 물어 뜯었다.임원범은 소리를 지르며 "야!! 미쳤냐!! 으악!!! 아아아아!! 아파!! 이거 놔!!! 이 미친 놈아!!! 그런다고 네가 여기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라고 그를 무시했다.“제가 못 나갈 것 같습니까?!! 제가 도망치면 어떻게 할 건데요?!!”두 사람이 개싸움을 하고 있을 때, 시후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팀장의 말을 들어야지.. 그런데.. 당신 팀장의 말이 맞아.. 넌 절대 도망갈 수 없을 거거든..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여기서
그러더니 시후는 여덟 사람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너희들의 팀장은 이미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팀장과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다면 얼싸안고 하나가 되어 죽음을 맞이해도 좋고, 같이 죽고 싶지 않다면 흩어져도 돼. 마지막을 맞이할 기회를 주겠다.”인간 사냥꾼은 이 말을 듣고 절망스러워하면서도 속으로는 황천길을 혼자 걷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부상을 당한 최유건이 허우적대며 일어나 천천히 바닥을 기어 임원범의 옆에 앉았다! 그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팀장님.. 팀장님과 우리는 모두 형제처럼 자라왔습니다.. 그러니, 마지막도 함께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나머지 팀원들도 힘겹게 일어나 그들을 둘러 쌌다. 8명은 서로의 몸을 가까이 맞대고 앉았다. 그리고 팀원들은 이미 임원범이 혼자 도망치려던 것을 용서한 듯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팀장이 자신들을 잘 보살펴 주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 중요한 것은, 오늘.. 팀원들 모두가 이곳에서 죽게 생겼는데.. 어찌 마지막 순간까지 선입견을 가지고 있을 수 있겠는가?8명이 서로 껴안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크큭.. 오늘 너희들 8명이 지금까지 만나지 못한 기이하고 엄청난 일을 겪게 해주마!” 시후가 뻗은 손 위로 하늘에서 번개가 내리 꽂혔다! 그의 온몸은 옅은 푸른 빛을 띠었고, 이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통제건곤(統制乾坤) 전정술(電霆術)!!!”시후가 주문을 외운 후 천둥소리와 함께 달과 별이 빛나던 밤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한여름에나 있을 법한 천둥소리가 겨울밤에 울려대기 시작했다.임원범과 팀원들은 놀라서 온몸을 덜덜 떨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인가? 천둥을 치게 만들어?? 곧이어 하늘에서 번개가 치고, 천둥이 치며 낙뢰가 ‘우지직’ 하고 바닥으로 내리치기 시작했다.임원범은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 "이 사람은 낙뢰를 부를 수 있다! 이 사람은 신이
안세진과 이화룡, 이학수 세 사람은 황금빛 햇살을 받고 있는 시후를 바라보며 하나같이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오늘 본 시후는 그들이 이전에 시후에 대해 가졌던 모든 생각들을 뒤엎는 것이었다! 오늘 시후는 그들의 눈에 이미 신처럼 보였다! 그들은 시후가 혼자서 이렇게 쉽게 인간 사냥꾼을 쓸어버릴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그는 하나도 다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낙뢰를 불러 눈사태를 일으킨 뒤 인간 사냥꾼을 매장시켜 버렸다. 게다가 이렇게 강한 힘의 눈사태에도 그 속에서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시후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이학수는 참지 못하고 눈밭에 무릎을 꿇었다. “선.. 은.. 은 선생님!! 선생님을 이렇게 모시게 되어 정말.. 영광.. 아니.. 정말.. 감격스럽습니다!!”이화룡도 무릎을 꿇기는 마찬가지였다. "은.. 선생.. 도련님!! 저 이화룡은 평생 당신을 존경할 것입니다!"안세진 또한 몸을 떨며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도련님! 오늘부터 도련님은 저의 유일한 신입니다!!” 시후는 세 사람에게 다가가 살짝 미소 지었다. "하하.. 이제부터 전 다시 예전의 은시후.. 데릴사위가 될 겁니다. 그러니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어떻게 대할지, 모든 건 마음속에 담아두고 오늘 본 일은 절.대. 결.코. 아무에게도 누설하지 마세요.”세 사람은 다 듣고 연거푸 머리를 조아렸다. 그리고 시후는 안세진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특히 조금 전 일어난 사실은 절대로 LCS 그룹의 그 누구에게도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아셨죠?”안세진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도련님 안심하십시오. 만약 그룹에서 누군가 이 사실에 대해 물으면, 모두 눈사태로 죽었다고 전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하면 되겠네요. 좋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조금 저 길이 바로 마을로 들어가는 유일한 길이었는데.. 지금 눈사태로 막혔으니, 방법을 강구해보죠. 빨리 이 도로를 수리해야 할 것 같지 않으세요? 그리고 그전에 먼저 헬리콥
그래서 최 회장과 최우식 대표는 자신들이 계속해서 연락을 하면 그들이 신경 쓰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감히 방해하지 못했다. 한 시간 정도 지난 후.. 최 회장은 그들의 실력이 강하니, 이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면 이미 은시후를 죽이고 이장명과 이재하를 구출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그는 아들에게 말했다. “우식아, 임 팀장한테 전화해서 일이 어떻게 됐는지 물어봐.”"네 알겠어요 아버지!" 최 대표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휴대전화를 꺼내 임원범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한참 동안 연결음이 울렸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아버지, 안 받는데요..?” 최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어, 그럼 좀 더 참을성 있게 기다려 보자."10분 뒤, 최 회장은 다시 한 번 임 팀장에게 전화 한 통을 해보라고 했다. 최우식 대표는 즉시 전화를 해보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여전히 불통이었다.최 회장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거 좀 이상한데.. 그 정도 실력이면.. 이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텐데.. B급 팀원들이라면 모를까.. 임 팀장이라면 이 정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거야.. 내가 기억하기로는 임 팀장이 내 일을 도와서 적을 소탕하려고 한 번 간 적이 있었는데.. 20여 명을 혼자 다 처치했단 말이야.. 그러니 이건 보통 사람은 할 수가 없는 일이라고..! 이건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었다..”“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임 팀장이 지금 산에 있고 날씨도 추우니 아마도 연결이 끊어질 수도 있죠. 우리 엘리베이터를 타도 가끔 휴대폰이 안 터지잖아요~ 별 일 없을 거예요.”"그래.. 그냥 내 노파심이었으면 좋겠구나.. 그럼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하자.”10분이 더 지나고..최 회장은 다시 전화를 걸어보라고 재촉했다.최우식은 다시 전화를 했지만, 여전히 변한 건 없었다. 최 회장은 점점 더 마음이 급해졌고,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아들에게 임원범과 통화를 하도록 계속 푸시했다. 전화가 연결되지
시후가 이미 지리산에서 서울로 돌아왔을 무렵.. 오송 그룹의 두 사람은 초조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이재하 부자를 구하러 간 팀원들이 아무런 소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우식 대표는 몇 번이고 계속 전화를 걸어 대느라 휴대폰 배터리가 거의 다 닳을 지경이었다. 여전히 팀원 그 누구도 연결이 안 되던 그 때, 갑자기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그에게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바로 어젯밤 지리산에서 도망쳐 살아남았던 B급 경호팀의 팀원이었다. 그는 계속 지리산에 숨어 있었는데, 원래 계획은 A급 팀이 작전을 성공하면 그들과 함께 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래서 그는 인간 사냥꾼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 비보일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조금 전 지역의 긴급 속보로 방송된 뉴스가 있었는데, 지리산에서 눈사태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차량 2대와 8명의 인원이 묻혔다고 알렸다. 그리고 구조대원들이 장비를 동원해 시신 8구를 발굴했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듣자마자 그는 즉시 인간 사냥꾼을 떠올렸다. 오늘 분명 인간 사냥꾼이 지프차를 몰고 산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은 주민들도 별로 없고, 관광지도 아니기에 차를 타고 다니지 않았기에 기본적으로 차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그는 눈사태로 죽은 그 여덟 사람이 아마도 인간 사냥꾼이라고 단정했고, 이 소식을 최우식 대표에게 즉시 알렸다.최우식 대표는 이 소식을 접한 뒤 벼락을 맞은 듯 충격에 빠졌다. 그는 정신을 차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뒤이어 병상에서 초조한 얼굴을 하고 있는 아버지를 보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버지.. 조금 전에.. 지리산에 눈사태가 발생했다고 하는데요.. 눈사태로 두 대의 차와 여덟 명의 사람들이 쓸려 나갔답니다.. 여덟 명은 이미 다 죽었다는데.. 아마도 우리 팀원일 가능성이 큽니다.."최 회장은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 그리고 몇 차례 기침을 하더니 소리쳤다. "이건..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임 팀장이 어떻게 눈사태로 죽어?! 그들
초조하게 10시까지 기다렸지만 시후의 전화는 여전히 연결되지 않았고, 유나는 속으로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시후가 최근에 많은 거물들과 친하게 지냈고, 풍수를 봐주고 많은 돈을 챙겼으며 심지어 별장까지 얻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생각하면 할수록 그녀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전부터 유나는 시후가 언젠가 사실을 들켜 협박을 당하거나 납치를 당해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게 될까 봐 두려워했다. 혹시라도 주식 상품처럼 갑자기 신용이 무너지게 될까 봐.. 만약 신용이 무너진다면, 거물들은 틀림없이 그를 쉽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유나가 아침 내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때, 시후가 전화를 걸어왔다! 유나는 서둘러 전화를 받자마자 "여보세요??? 시후 씨!!! 어디예요??!"라고 물었다."아~~ 여보! 오늘 지인에게 풍수를 봐주기로 해서요. 풍수가 너무 특이해서 전화를 받을 수 없어서 폰을 꺼뒀어요..!”"또 풍수를 보러 갔다고요." 유나는 머리가 다시 지끈 거리는 것 같았다. "시후 씨 우리 약속했잖아요..! 앞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풍수를 봐주지 않겠다고요!”시후는 급히 말했다. "유나 씨!! 이번에는 거물들을 위해 풍수를 본 게 아니라, 옛날 복지관 친구를 도와주러 갔어요! 요즘에 도통 일이 안 풀린다고 걱정해서.. 그래서 돈도 안 받았어요!”유나는 그의 말을 듣고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요. 그럼 언제 집에 돌아와요?”"한 20분 정도면 도착할 것 같아요.”"그래요. 기다릴게요."안세진의 헬기는 즉시 시후와 이화룡, 이학수를 태우고 별장으로 향했다.별장에 거의 다 와가자, 시후는 이학수에게 말했다. "대표님 내일 시간이 있으면 변호사를 데리고 화신 제약에 방문하겠습니다. 계약을 체결한 후에 좋은 약재들과 조합법을 넘겨드리죠.”"아아.. 은 선생님.. 저는 이미 평생 당신을 모시기로 맹세했습니다.. 그러니 화신 제약은 선생님께서 되찾아준 것이니 모든 주식을 넘기겠습니다!”시후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윤우선은 목발을 짚고 정원으로 나왔는데, 커다란 숄더백을 메고 있었다. 가방은 뭔가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매우 불룩했다.시후는 장모님이 분명 뭔가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유나는 그녀를 보고 놀라며 물었다. "엄마? 아침 일찍 어디 갔다 오신 거예요? 계속 못 봤는데..?”“호호호!! 다이소에서 뭘 좀 사왔어~”"엄마, 아직 목발도 쓰고 있는데 뭘 그렇게 바쁘게 다니시는 거예요?" 유나는 윤우선을 나무랐다."어휴~ 괜찮아, 괜찮아!! 목발이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너?! 지금은 익숙하고 다리도 안 아파. 목발을 짚으면 조금 피곤하기는 하지만 괜찮아!”"엄마, 그리고 그렇게 큰 가방을 왜 들고 다녀요? 힘들지 않아요? 제가 들어 드릴게요!""아냐 아냐~ 별로 무겁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아! 이거 안에 파티 용품 같은 게 들어 있어~”"에?? 파티 용품이요? 엄마, 무슨 즐거운 일이 있다고 이런 걸..?”“오호호호~~ 아~~ 이거?!!” 윤우선은 웃으며 가방을 열어 보여주었다.유나와 시후는 가방 안을 보았고, 가방 안에는 형형 색색의 파티 모자, 가랜드, 그리고 색도화지들이 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윤우선은 이때 손을 뻗어 안쪽에서 여러 개의 각양각색의 도화지들을 꺼내 보여주었다. 유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엄마.. 이것들을 다 어디에 쓰시려고요?”"호홋!! 이거.. 그냥 우리가 쓰려고 그러는 건 아니고.. 베란다에 걸려고~ 호호호호!! 네 할머니네 가족이 병원에 있는 동영상을 보니까 그 빌어먹을 김창곤이 홍라연이 몰래 바람 핀 걸 알았잖아~ 이렇게 웃긴 일을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 있겠어? 마침 내 침실 테라스가 네 할머니 집에서 보이니까~~~ 이따가 내가 다 테라스에다가 바람 피운 걸 축하한다고 써서 붙일 생각이야~ 어휴!! 생각만해도 너~~무 즐겁다~~”"엄마, 왜 이렇게 큰 아버지한테 못되게 굴어요? 가뜩이나 속이 상하실 텐데.."“어휴!! 진짜 뭘 모른다 너는 정말!!!” 윤우선은 화를 냈다.
그래서 김창곤은 홍라연을 1층에 있는 침실로 보내버렸다.홍라연은 이 일에 대해 크게 화가 나지 않았다. 속으로는 김창곤이 하는 행동들에 서운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자신이 만든 일에 대해 죄책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결혼한 몸으로 외간 남자와 잠자리를 가지고 뱃속에 아이까지 있기에 누구라도 창곤의 입장이라면 그렇게 분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한편, 다른 침실에 있던 김창곤은 침대에 누워있다가 이제서야 막 눈을 떴다. 병원에서 퇴원한 후부터 그는 줄곧 몸이 좋지 않았다. 그는 아무래도 식중독 후유증이라고 생각했는데, 주요 증상은 심신 허약과 너무나도 피곤하고 졸린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피곤한 상태로 충분히 잠을 못 잤는데 갑자기 가려움증까지 생기면서 중간 중간에 잠이 깨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그는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게다가 자신은 늘 개인 위생을 매우 중시하는 사람이라, 어떤 질병에도 쉽게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뭔가 머리가 멍하고 답답한 느낌이 들었기에 그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려고 테라스로 올라갔다. 별장에 살면 이런 것이 좋았다. 사생활 보호도 잘 되고, 주변 이웃들이 멀리 떨어져 있고 높은 건물들이 주변에 있는 것도 아니라 속옷 차림으로도 테라스에 올라가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테라스에 나와 기지개를 켰는데 아랫도리가 더욱 더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는 몇 번을 힘주어 아랫도리를 잡고 문질러 보았지만 가려움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아무래도 피부를 한 번 봐야겠다고 생각해서 화장실에 가려고 했는데, 몸을 돌리다가 맞은편 은시후의 별장 테라스에 뭔가가 걸려 있고, 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황급히 고개를 내밀어 맞은편을 바라본 그 순간, 그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죽을 뻔했다! 비록 거리가 조금 멀어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은시후의 별장 테라스에 걸려 있는 것 들은 각각 다른 스타일의 장식품들과 종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