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범은 박학기가 묻자 말문이 막혔다. 이곳에서 사실 도망가려고 머리를 쓴 것이었기에.. 여기서 탈출하기는커녕.. 오히려 심한 타격을 입다니..! 그는 괴로워하며 박학기를 바라보다가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무.. 무슨 소리야? 내가 도망치기는 뭘 도망쳐?! 난 은시후를 그냥 죽이려고 했을 뿐이야!”하지만 박학기는 그렇게 어리숙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화가 나서 임원범에게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팀장님.. 제가 바보라고 생각하십니까? 팔도 못 쓰는데.. 은시후를 어떻게 죽이겠다고 하시는 겁니까?”"어이..! 학기야, 지금 팀장에게 말을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하냐? 지금 나에게 대드는 거야?”그러자 박학기가 그에게 달려들어 욕을 퍼부었다. "팀장님.. 우리가 왜 팀장님을 위해 우리 목숨을 바쳐야 합니까? 우리도 여기서 살아나가고 싶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전 이제 팀장님을 못 따르겠어요! 이제 손절하려고요!”임원범은 분노하여 소리를 질렀다! 사실 박학기의 말이 맞다. 지금 그가 무슨 무술 고수인가? 양손은 못 쓰게 되었고, 이제 하반신까지 마비가 되었다. 그래서 그는 박학기가 자신에게 달려들었지만 아무런 방어도, 아무런 손도 쓸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소리만 지를 수밖에 없었다. "박학기 야 임마!! 정신 차려!! 나에게 이러는 건 아무런 도움이 안 돼!!”하지만 박학기는 "뭐가 도움이 안 된다고 하는 거예요? 그냥 형님 죽고 나도 죽겠습니다! 싸워 봅시다!!”라며 임원범의 귀를 물어 뜯었다.임원범은 소리를 지르며 "야!! 미쳤냐!! 으악!!! 아아아아!! 아파!! 이거 놔!!! 이 미친 놈아!!! 그런다고 네가 여기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라고 그를 무시했다.“제가 못 나갈 것 같습니까?!! 제가 도망치면 어떻게 할 건데요?!!”두 사람이 개싸움을 하고 있을 때, 시후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팀장의 말을 들어야지.. 그런데.. 당신 팀장의 말이 맞아.. 넌 절대 도망갈 수 없을 거거든..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여기서
그러더니 시후는 여덟 사람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너희들의 팀장은 이미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팀장과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다면 얼싸안고 하나가 되어 죽음을 맞이해도 좋고, 같이 죽고 싶지 않다면 흩어져도 돼. 마지막을 맞이할 기회를 주겠다.”인간 사냥꾼은 이 말을 듣고 절망스러워하면서도 속으로는 황천길을 혼자 걷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부상을 당한 최유건이 허우적대며 일어나 천천히 바닥을 기어 임원범의 옆에 앉았다! 그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팀장님.. 팀장님과 우리는 모두 형제처럼 자라왔습니다.. 그러니, 마지막도 함께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나머지 팀원들도 힘겹게 일어나 그들을 둘러 쌌다. 8명은 서로의 몸을 가까이 맞대고 앉았다. 그리고 팀원들은 이미 임원범이 혼자 도망치려던 것을 용서한 듯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팀장이 자신들을 잘 보살펴 주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 중요한 것은, 오늘.. 팀원들 모두가 이곳에서 죽게 생겼는데.. 어찌 마지막 순간까지 선입견을 가지고 있을 수 있겠는가?8명이 서로 껴안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크큭.. 오늘 너희들 8명이 지금까지 만나지 못한 기이하고 엄청난 일을 겪게 해주마!” 시후가 뻗은 손 위로 하늘에서 번개가 내리 꽂혔다! 그의 온몸은 옅은 푸른 빛을 띠었고, 이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통제건곤(統制乾坤) 전정술(電霆術)!!!”시후가 주문을 외운 후 천둥소리와 함께 달과 별이 빛나던 밤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한여름에나 있을 법한 천둥소리가 겨울밤에 울려대기 시작했다.임원범과 팀원들은 놀라서 온몸을 덜덜 떨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인가? 천둥을 치게 만들어?? 곧이어 하늘에서 번개가 치고, 천둥이 치며 낙뢰가 ‘우지직’ 하고 바닥으로 내리치기 시작했다.임원범은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 "이 사람은 낙뢰를 부를 수 있다! 이 사람은 신이
안세진과 이화룡, 이학수 세 사람은 황금빛 햇살을 받고 있는 시후를 바라보며 하나같이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오늘 본 시후는 그들이 이전에 시후에 대해 가졌던 모든 생각들을 뒤엎는 것이었다! 오늘 시후는 그들의 눈에 이미 신처럼 보였다! 그들은 시후가 혼자서 이렇게 쉽게 인간 사냥꾼을 쓸어버릴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그는 하나도 다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낙뢰를 불러 눈사태를 일으킨 뒤 인간 사냥꾼을 매장시켜 버렸다. 게다가 이렇게 강한 힘의 눈사태에도 그 속에서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시후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이학수는 참지 못하고 눈밭에 무릎을 꿇었다. “선.. 은.. 은 선생님!! 선생님을 이렇게 모시게 되어 정말.. 영광.. 아니.. 정말.. 감격스럽습니다!!”이화룡도 무릎을 꿇기는 마찬가지였다. "은.. 선생.. 도련님!! 저 이화룡은 평생 당신을 존경할 것입니다!"안세진 또한 몸을 떨며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도련님! 오늘부터 도련님은 저의 유일한 신입니다!!” 시후는 세 사람에게 다가가 살짝 미소 지었다. "하하.. 이제부터 전 다시 예전의 은시후.. 데릴사위가 될 겁니다. 그러니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어떻게 대할지, 모든 건 마음속에 담아두고 오늘 본 일은 절.대. 결.코. 아무에게도 누설하지 마세요.”세 사람은 다 듣고 연거푸 머리를 조아렸다. 그리고 시후는 안세진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특히 조금 전 일어난 사실은 절대로 LCS 그룹의 그 누구에게도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아셨죠?”안세진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도련님 안심하십시오. 만약 그룹에서 누군가 이 사실에 대해 물으면, 모두 눈사태로 죽었다고 전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하면 되겠네요. 좋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조금 저 길이 바로 마을로 들어가는 유일한 길이었는데.. 지금 눈사태로 막혔으니, 방법을 강구해보죠. 빨리 이 도로를 수리해야 할 것 같지 않으세요? 그리고 그전에 먼저 헬리콥
그래서 최 회장과 최우식 대표는 자신들이 계속해서 연락을 하면 그들이 신경 쓰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감히 방해하지 못했다. 한 시간 정도 지난 후.. 최 회장은 그들의 실력이 강하니, 이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면 이미 은시후를 죽이고 이장명과 이재하를 구출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그는 아들에게 말했다. “우식아, 임 팀장한테 전화해서 일이 어떻게 됐는지 물어봐.”"네 알겠어요 아버지!" 최 대표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휴대전화를 꺼내 임원범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한참 동안 연결음이 울렸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아버지, 안 받는데요..?” 최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어, 그럼 좀 더 참을성 있게 기다려 보자."10분 뒤, 최 회장은 다시 한 번 임 팀장에게 전화 한 통을 해보라고 했다. 최우식 대표는 즉시 전화를 해보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여전히 불통이었다.최 회장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거 좀 이상한데.. 그 정도 실력이면.. 이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텐데.. B급 팀원들이라면 모를까.. 임 팀장이라면 이 정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거야.. 내가 기억하기로는 임 팀장이 내 일을 도와서 적을 소탕하려고 한 번 간 적이 있었는데.. 20여 명을 혼자 다 처치했단 말이야.. 그러니 이건 보통 사람은 할 수가 없는 일이라고..! 이건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었다..”“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임 팀장이 지금 산에 있고 날씨도 추우니 아마도 연결이 끊어질 수도 있죠. 우리 엘리베이터를 타도 가끔 휴대폰이 안 터지잖아요~ 별 일 없을 거예요.”"그래.. 그냥 내 노파심이었으면 좋겠구나.. 그럼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하자.”10분이 더 지나고..최 회장은 다시 전화를 걸어보라고 재촉했다.최우식은 다시 전화를 했지만, 여전히 변한 건 없었다. 최 회장은 점점 더 마음이 급해졌고,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아들에게 임원범과 통화를 하도록 계속 푸시했다. 전화가 연결되지
시후가 이미 지리산에서 서울로 돌아왔을 무렵.. 오송 그룹의 두 사람은 초조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이재하 부자를 구하러 간 팀원들이 아무런 소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우식 대표는 몇 번이고 계속 전화를 걸어 대느라 휴대폰 배터리가 거의 다 닳을 지경이었다. 여전히 팀원 그 누구도 연결이 안 되던 그 때, 갑자기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그에게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바로 어젯밤 지리산에서 도망쳐 살아남았던 B급 경호팀의 팀원이었다. 그는 계속 지리산에 숨어 있었는데, 원래 계획은 A급 팀이 작전을 성공하면 그들과 함께 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래서 그는 인간 사냥꾼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 비보일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조금 전 지역의 긴급 속보로 방송된 뉴스가 있었는데, 지리산에서 눈사태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차량 2대와 8명의 인원이 묻혔다고 알렸다. 그리고 구조대원들이 장비를 동원해 시신 8구를 발굴했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듣자마자 그는 즉시 인간 사냥꾼을 떠올렸다. 오늘 분명 인간 사냥꾼이 지프차를 몰고 산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은 주민들도 별로 없고, 관광지도 아니기에 차를 타고 다니지 않았기에 기본적으로 차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그는 눈사태로 죽은 그 여덟 사람이 아마도 인간 사냥꾼이라고 단정했고, 이 소식을 최우식 대표에게 즉시 알렸다.최우식 대표는 이 소식을 접한 뒤 벼락을 맞은 듯 충격에 빠졌다. 그는 정신을 차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뒤이어 병상에서 초조한 얼굴을 하고 있는 아버지를 보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버지.. 조금 전에.. 지리산에 눈사태가 발생했다고 하는데요.. 눈사태로 두 대의 차와 여덟 명의 사람들이 쓸려 나갔답니다.. 여덟 명은 이미 다 죽었다는데.. 아마도 우리 팀원일 가능성이 큽니다.."최 회장은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 그리고 몇 차례 기침을 하더니 소리쳤다. "이건..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임 팀장이 어떻게 눈사태로 죽어?! 그들
초조하게 10시까지 기다렸지만 시후의 전화는 여전히 연결되지 않았고, 유나는 속으로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시후가 최근에 많은 거물들과 친하게 지냈고, 풍수를 봐주고 많은 돈을 챙겼으며 심지어 별장까지 얻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생각하면 할수록 그녀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전부터 유나는 시후가 언젠가 사실을 들켜 협박을 당하거나 납치를 당해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게 될까 봐 두려워했다. 혹시라도 주식 상품처럼 갑자기 신용이 무너지게 될까 봐.. 만약 신용이 무너진다면, 거물들은 틀림없이 그를 쉽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유나가 아침 내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때, 시후가 전화를 걸어왔다! 유나는 서둘러 전화를 받자마자 "여보세요??? 시후 씨!!! 어디예요??!"라고 물었다."아~~ 여보! 오늘 지인에게 풍수를 봐주기로 해서요. 풍수가 너무 특이해서 전화를 받을 수 없어서 폰을 꺼뒀어요..!”"또 풍수를 보러 갔다고요." 유나는 머리가 다시 지끈 거리는 것 같았다. "시후 씨 우리 약속했잖아요..! 앞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풍수를 봐주지 않겠다고요!”시후는 급히 말했다. "유나 씨!! 이번에는 거물들을 위해 풍수를 본 게 아니라, 옛날 복지관 친구를 도와주러 갔어요! 요즘에 도통 일이 안 풀린다고 걱정해서.. 그래서 돈도 안 받았어요!”유나는 그의 말을 듣고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요. 그럼 언제 집에 돌아와요?”"한 20분 정도면 도착할 것 같아요.”"그래요. 기다릴게요."안세진의 헬기는 즉시 시후와 이화룡, 이학수를 태우고 별장으로 향했다.별장에 거의 다 와가자, 시후는 이학수에게 말했다. "대표님 내일 시간이 있으면 변호사를 데리고 화신 제약에 방문하겠습니다. 계약을 체결한 후에 좋은 약재들과 조합법을 넘겨드리죠.”"아아.. 은 선생님.. 저는 이미 평생 당신을 모시기로 맹세했습니다.. 그러니 화신 제약은 선생님께서 되찾아준 것이니 모든 주식을 넘기겠습니다!”시후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윤우선은 목발을 짚고 정원으로 나왔는데, 커다란 숄더백을 메고 있었다. 가방은 뭔가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매우 불룩했다.시후는 장모님이 분명 뭔가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유나는 그녀를 보고 놀라며 물었다. "엄마? 아침 일찍 어디 갔다 오신 거예요? 계속 못 봤는데..?”“호호호!! 다이소에서 뭘 좀 사왔어~”"엄마, 아직 목발도 쓰고 있는데 뭘 그렇게 바쁘게 다니시는 거예요?" 유나는 윤우선을 나무랐다."어휴~ 괜찮아, 괜찮아!! 목발이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너?! 지금은 익숙하고 다리도 안 아파. 목발을 짚으면 조금 피곤하기는 하지만 괜찮아!”"엄마, 그리고 그렇게 큰 가방을 왜 들고 다녀요? 힘들지 않아요? 제가 들어 드릴게요!""아냐 아냐~ 별로 무겁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아! 이거 안에 파티 용품 같은 게 들어 있어~”"에?? 파티 용품이요? 엄마, 무슨 즐거운 일이 있다고 이런 걸..?”“오호호호~~ 아~~ 이거?!!” 윤우선은 웃으며 가방을 열어 보여주었다.유나와 시후는 가방 안을 보았고, 가방 안에는 형형 색색의 파티 모자, 가랜드, 그리고 색도화지들이 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윤우선은 이때 손을 뻗어 안쪽에서 여러 개의 각양각색의 도화지들을 꺼내 보여주었다. 유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엄마.. 이것들을 다 어디에 쓰시려고요?”"호홋!! 이거.. 그냥 우리가 쓰려고 그러는 건 아니고.. 베란다에 걸려고~ 호호호호!! 네 할머니네 가족이 병원에 있는 동영상을 보니까 그 빌어먹을 김창곤이 홍라연이 몰래 바람 핀 걸 알았잖아~ 이렇게 웃긴 일을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 있겠어? 마침 내 침실 테라스가 네 할머니 집에서 보이니까~~~ 이따가 내가 다 테라스에다가 바람 피운 걸 축하한다고 써서 붙일 생각이야~ 어휴!! 생각만해도 너~~무 즐겁다~~”"엄마, 왜 이렇게 큰 아버지한테 못되게 굴어요? 가뜩이나 속이 상하실 텐데.."“어휴!! 진짜 뭘 모른다 너는 정말!!!” 윤우선은 화를 냈다.
그래서 김창곤은 홍라연을 1층에 있는 침실로 보내버렸다.홍라연은 이 일에 대해 크게 화가 나지 않았다. 속으로는 김창곤이 하는 행동들에 서운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자신이 만든 일에 대해 죄책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결혼한 몸으로 외간 남자와 잠자리를 가지고 뱃속에 아이까지 있기에 누구라도 창곤의 입장이라면 그렇게 분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한편, 다른 침실에 있던 김창곤은 침대에 누워있다가 이제서야 막 눈을 떴다. 병원에서 퇴원한 후부터 그는 줄곧 몸이 좋지 않았다. 그는 아무래도 식중독 후유증이라고 생각했는데, 주요 증상은 심신 허약과 너무나도 피곤하고 졸린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피곤한 상태로 충분히 잠을 못 잤는데 갑자기 가려움증까지 생기면서 중간 중간에 잠이 깨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그는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게다가 자신은 늘 개인 위생을 매우 중시하는 사람이라, 어떤 질병에도 쉽게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뭔가 머리가 멍하고 답답한 느낌이 들었기에 그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려고 테라스로 올라갔다. 별장에 살면 이런 것이 좋았다. 사생활 보호도 잘 되고, 주변 이웃들이 멀리 떨어져 있고 높은 건물들이 주변에 있는 것도 아니라 속옷 차림으로도 테라스에 올라가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테라스에 나와 기지개를 켰는데 아랫도리가 더욱 더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는 몇 번을 힘주어 아랫도리를 잡고 문질러 보았지만 가려움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아무래도 피부를 한 번 봐야겠다고 생각해서 화장실에 가려고 했는데, 몸을 돌리다가 맞은편 은시후의 별장 테라스에 뭔가가 걸려 있고, 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황급히 고개를 내밀어 맞은편을 바라본 그 순간, 그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죽을 뻔했다! 비록 거리가 조금 멀어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은시후의 별장 테라스에 걸려 있는 것 들은 각각 다른 스타일의 장식품들과 종이들이었다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
이들 작업자 중 그 누구도 지금 자신들이 이렇게 단순하고 거친 방식으로 제이크 한을 해동시켜야 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제이크 한은 섭씨 영하 200도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기에, 온수에 들어간 그 순간 수조 안의 물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작업자들은 다급히 순환 펌프를 가동시켜 가열 장치를 통해 물을 계속 데우며 수조 안의 온도를 섭씨 40도로 유지하려 애썼다.하지만 이처럼 무리한 해동 방식은 곧바로 큰 문제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제이크 한의 피부가 해동되기 시작하자마자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마치 갓 해동된 소고기 덩어리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 액체가 파열로 인해 흘러나오며 혈액과 체액, 세포액이 섞인 핏물이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책임자는 얼굴을 감싸며 놀라 외쳤다. “회장님... 이건... 이건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손상입니다...”배유현 역시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말했다. “됐어요,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할 일이 아닙니다. 다들 물러가 주세요.”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책임자가 앞장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회장님, 그럼 저희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는 작업자들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곧 시후를 부르러 가려 했지만, 뜻밖에도 시후는 이미 휴게실에서 나와 있었다. 배유현은 피 섞인 물속에 담긴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말했다. “은 선생님... 제이크 한 경감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입니다...”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뇌만 멀쩡하면 되거든요.” 시후가 이렇게 무리한 방식으로 따뜻한 물에 바로 담가 제이크 한을 해동하라고 한 이유는 바로 중대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바로 중소단의 무차별적인 회복 능력이었다. 중소단에 있어서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중에서 회복할 수 없는 것은 뇌와 뇌에 저장된 기억들 뿐이었다. 그러나 제이크
시후는 제이크 한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이크 한이 만약 다시 깨어나고, 예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후 사정을 끝까지 파헤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도대체 누가 페이셔스 그룹의 악질 사이코 배호영을 죽였는지, 또 누가 Samson 그룹 일가를 몰살시키려 했는지, 이 모든 진상을 기어이 밝혀내려 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제이크 한과 진심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생각을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배호영을 죽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며, 그는 물론 Samson 그룹 전체를 구한 사람도 자신임을 정확히 알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만약 제이크 한이 이 은혜를 알고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시후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이 은혜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제이크 한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그를 기절시켜 뉴욕 길바닥 어딘가에 버려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의 목숨은 살려준 셈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결정한 시후는 배유현에게 지시했다. “배유현 씨, 7번 냉동 캡슐에서 액체질소를 모두 빼고, 제이크 한을 따뜻한 물에 담가서 해동시키도록 하십시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배유현은 시후가 어떤 방법으로 그를 살리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존경이 있었기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보안을 위해, 먼저 함께 온 분들과 옆방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해동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신이 제이크 한을 되살린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후의 동행인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지만, 작업에 투입되는 일반 직원들은 아무래도 보안상 신뢰성을 보장하기
시후는 배유현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온 뒤, 1층의 센터를 지나 특수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지하 5층의 냉동센터로 향했다.이 냉동센터는 본래 배원중이 자신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장소로, 사용 연한은 무려 300년으로 설계되었으며, 그 보안 수준은 마치 대통령이 세계 종말 대비 계획에 포함된 방어 시설에 버금갈 정도였다. 비록 지하 5층이라 하지만, 실제 깊이는 거의 지하 100미터에 달했고, 전략적 물자도 완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령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더라도 무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이 냉동센터는 설계상 최대 100구의 시신을 보관할 수 있었지만, 현재 이곳에 진짜로 냉동된 인물은 실험용 시신들을 제외하면 단 한 명, 바로 제이크 한 뿐이었다.시후는 냉동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광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이 공간 전체는 곳곳에 각종 장비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공기·산소·액체질소 등을 전달하는 굵은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가득히 얽혀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들이라고 할 것이다. 이 탱크는 하나하나가 최소 4~5미터는 되어 보였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인간이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거대한 탱크들은 바로 인간을 냉동 보존하기 위한 냉동 캡슐이었다.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배유현은 이미 이곳의 모든 연구원과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태였기에, 지금 이 공간에는 시후와 시후의 동행자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지극히 한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곳이 본래 초저온 시체 보관소이기에 더욱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이때, 배유현은 시후의 곁에서 설명했다. “은 선생님, 현재 인체 냉동 기술 기준으로는 사람이 사망한 뒤 약 50시간에 걸쳐 서서히 온도를 낮추며 냉각을 진행하고, 그 후에 냉동 캡슐에 넣어야 세포가 급속 냉각 중 얼음 결정이 생겨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후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미국 FDA의 수장이며, 미국 사회에서도 명실상부한 상류층이자 최고 수준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시후는 너무나도 가볍게 현재 직책을 버리고 어렵게 이룬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스미스에게 있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그가 한동안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조언일 뿐입니다.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뒤 그는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갑시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손짓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스미스는 눈앞에서 시후와 배유현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곁에 있던 동료가 다가와 스미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즉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미국 행정부 구조상, FDA는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이며 FDA의 인사권은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었다.전화를 받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어이, 스미스? 무슨 일인가?”그러자 스미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관님, 제가 정중하게 사직 의사를 전하려 연락 드렸습니다. 앞으로 저는 FDA의 어떤 업무도 맡지 않겠습니다.”장관은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스미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대학 시절부터 자네는 FDA를 이끄는 게 꿈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막 2년 정도 일했는데 벌써 그만두겠다고?”스미스는 단호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FDA 직책을 내려놓고, 지미를 데리고 한국으로 갈 겁니다.”“한국으로?” 장관이 급히 물었다. “혹시 지미를 데리고 구현제약을 찾아가려는 건가?”스미스는 잠시 망설이
게다가 구현재조환은 이미 구현제약에 큰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구현재조환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된 셈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말을 듣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듣기로는 구현제약이 현재 한국 내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집중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발 제 아들에게도 그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제 아들 지미는 너무 불쌍한 아이입니다... 저는 그 아이가 더 이상 암의 고통을 견디는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그러자 시후는 엄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도 말했듯이, 구현제약의 무료 치료 프로그램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죠. 그런데 당신과 당신 아들은 그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활동은 엄밀히 말해 한국 내에 있는 국내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따라서 한국 내에도 이 혜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 외국인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미안하지만, 현재 저는 도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스미스는 울면서 말했다. “은 선생님... 하지만 도와주지 않으신다면, 제 아들은 곧 죽게 될 겁니다... 겨우 12살짜리 아이가 암에 목숨을 잃는 걸 그냥 지켜보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 논하자면, 매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 중에는 당신 아들과 비슷한 나이거나, 혹은 더 어린 아이들도 많죠. 하지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치료해줄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니 스미스 씨, 이런 감성팔이식 압박은 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호소를 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왜 미국에 있는 화이자나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에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
예를 들어, J.K. 롤링이 쓴 해리포터라는 소설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소설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들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에게는 전략적인 가치는 가져다 줄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백악관이나 중국 정부는 이러한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나 기업들이 전략적 가치가 있는 특허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들은 가장 먼저 그 기술을 손에 넣을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구현재조환의 놀라운 점은, 환자가 어떤 종류의 암을 앓고 있든, 어떤 병에 걸려 있는지도 상관없이 심지어 온몸에 질병이 전이가 되어 장기 기능이 망가지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암 말기 환자라 할지라도, 이 약을 먹기만 하면 즉각 눈에 띄는 호전을 보인다는 것이었다!그렇기 때문에 이 약을 단순히 돈벌이용으로 쓴다면, 전 세계에서 엄청난 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암에 걸리기만 하면 자신의 전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구현제약에 갖다 바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약을 전략 자산으로 본다면, 단지 돈을 벌 수 있는 차원을 넘어, 다른 나라를 상대로 협상 카드로 쓸 수도 있고,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협박 수단이 될 수도 있다.그래서 백악관이 처음 한 생각은 바로 이렇게 좋은 것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불쾌한 표정을 보고는,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이 일은 이미 제 능력 밖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FDA 책임자로서, 약물 승인과 감독만을 맡고 있지 군이나 CIA가 요원을 파견하는 것의 여부까지는 제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스미스는 애절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간청했다. “은 선생님, 저는 지금 단지 암에 걸린 제 아들의 아버지로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제발... 제 아들이 살 수 있도록 구현재조환을 조금만 더 팔아 주십시오...”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에게
제임스 스미스는 시후를 보자 몹시 놀랐지만, 동시에 절망 속에서 생명의 끈을 붙잡은 사람처럼 기뻐하며 감격했다.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스미스 씨, 당신이 여기에 왜 있는 겁니까?”스미스는 무의식적으로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저는 FDA에서 진행 중인 몇 가지 임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가 현재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기술센터와 협력하고 있어서 오늘 일부 정기 업무 차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스미스는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엎드렸고,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말했다.“은 선생님... 지금까지 정말 당신을 간절하게 다시 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없었어요. 한국에도 여러 번 찾아갔지만, 구현제약 쪽 사람들도, 저 뒤에 계신 이화룡 씨도 저를 은시후 씨와 연결해주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이화룡 씨는 몇 번이나 소개비를 받고도, 계속 차일피일 만남을 미루기만 하고 전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시후 뒤편에 서 있던 이화룡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으며 말했다. “이 양키야, 네놈이 은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한 건, 속셈이 뻔했잖아. 내가 모를 줄 아나? 네 놈들의 목적은 구현재조환을 사들여서 미국에 가져간 뒤 역설계 하려는 것이었잖아! 내가 분명히 말해두지만, 네놈들이 준 소개비? 난 한 푼도 안 돌려줄 거다! 할 수 있으면 고소해봐!”스미스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그제야 이화룡이 바로 시후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허둥지둥 시후에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은 선생님... 저는 절대 구현재조환을 역설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FDA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구현재조환을 미국 시장에 도입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 아들의 병도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겨우 상자를 얻었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백악관의 임원들에게 거의 다 빼앗기다시피 했습니다. 결국 정말 제 아들을 위해 쓸 수 있었던 구현재조환은 극히 소량이었어요. 그
“네 알겠습니다.” 시후가 말했다. “그럼 이따 뵙죠.”“네, 은 선생님. 이따 뵙겠습니다.”15분 후, 배유현이 탄 헬리콥터가 버킹엄 호텔 옥상에 착륙했다. 시후는 소이연, 안세진, 이화룡과 함께 헬기에 올랐다.30분 후, 헬리콥터는 뉴욕 교외의 외진 지역에 위치한 한 건물 상공에 도착했다. 이곳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 기술센터였다. 이 건물은 반경 2km 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건물로, 25층 규모에 보안도 매우 철저했다.헬기에서 내리자, 배유현이 앞장서며 길을 안내했고, 걸어가며 시후에게 설명했다. “은 선생님, 이곳은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자금을 투자해 만든 의료과학 기술센터입니다. 주요 목적은 고급 치료기술과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험이에요. 현재는 암 분야에서 가장 선진적인 양성자 치료 시스템, 세포 면역요법 등을 포함한 치료 기술들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전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은 선생님, 혹시 메이오 클리닉에 대해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세계 최고의 암 전문 병원으로 불리는 곳이죠.”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어봤죠. 메이오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으니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겁니다.”그러자 배유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곳의 암 진료팀의 구성원 중 60% 이상이 메이오에서 온 인재들이에요. 메이오의 최고 전문가들이 이곳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 최첨단 연구 분야에서는 우리가 메이오보다 앞서 있는 부분도 있어요. 왜냐하면 메이오는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이어 배유현은 이렇게 덧붙였다. “게다가 이곳에는 미국 내 최고의 장기 이식 센터, 최고의 암 진단 및 치료팀, 최정상 급의 심뇌혈관 및 노화방지 분야의 연구팀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의 냉동센터는 지하 5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최대 300년 동안 운영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었죠. 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세상을 떠나면 곧장 이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