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70화

신유리는 바에 도착하자마자 서준혁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늘 같은 자리에 앉았다.

신유리는 어르신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서준혁은 혹여나 다른 자리에 앉으면 찾지 못하기라도 할 듯 같은 자리만 고집했다.

신유리는 자신도 왜 여기까지 왔는지 몰랐다. 그냥 서준혁이 바에서 취했다는 말에 정신을 차리고 나니 이미 와 있었다.

신유리는 그날 어르신을 만난 이후로 서준혁에 관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곤 했다.

특히 서준혁이 이번 사건 때문에 화인 그룹과의 협력을 잃은 데다가 그 틈을 타 이사회 사람들이 압박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였다.

그가 받은 영향은 이미 자신과 이 사건과의 관계를 넘었다.

재판이 끝난 이후, 잡담을 즐기는 사람들이 물어보는 것 외에 신유리에게는 다른 영향이 없었다.

하정숙조차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모든 악의는 서준혁에게 향했다. 신유리는 서준혁이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사실 그럴 필요는 없었다.

신유리의 기억 속 서준혁은 결코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이 일로 그는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했다.

신유리는 어두운 그림자 속에 완전히 잠겨 있는 서준혁을 보며 잠시 멍해졌다.

그녀는 야맹증 때문에 어두운 환경에서 핸드폰 조명을 사용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단번에 서준혁을 찾았다.

아마 습관이 되었다.

신유리는 예전에 서준혁을 데리러 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녀는 서준혁의 체형과 습관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아무리 어두워도 첫눈에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예전에도 신유리는 여러 번 경고했었다. 어두운 곳에 있으면 못 볼 수도 있다고.

서준혁은 한 번도 해명한 적 없었고 그렇다고 자리를 바꾼 적도 없었다.

이제야 신유리는 아마도 본능적으로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꿈속에서 봤던 어린 서준혁에게 생긴 상처와 고집스러움에 신유리의 눈에 깊은 감정이 담겼다.

신유리는 천천히 서준혁의 옆으로 다가갔다.

우서진이 먼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