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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신유리의 말이 떨어지자 서준혁은 귀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이명까지 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엔 당황하고 막연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 나중에는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섞인 얼굴로 그 자리에 서서 신유리의 무감정한 눈빛을 보며 가슴에 총을 맞은 느낌이 들어 아파왔다.

아프고 시리고 고통스러웠다.

숨이 막혀오는 기분은 서서히 서준혁을 잠식시켰고 심장은 누군가의 거대한 손에 의해 꽉 잡힌 듯 점점 조여 오고 점점 아파와 제대로 서있기조차 바빴다.

또렷하게 보이던 눈앞이 점차 흐려져 갔고 신유리의 공허한 눈빛만이 병실 안을 가득 채웠다.

신유리의 목소리는 한번, 또 한 번 서준혁의 머릿속에서 맴돌았고 그는 견디기 힘들었다.

[서준혁 씨 아이 없어졌어요.]

[서준혁 씨 아이.]

서준혁의 냉랭하던 표정이 산산조각이라도 나는 것처럼 부서졌고 그는 신유리를 보며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방황했다.

“서준혁 씨.”

임아중의 목소리가 둘 사이의 침묵을 깨뜨렸고 그녀는 조롱 섞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

“지금 그 표정은 무슨 의미죠? 웃기지 않나요? 서 씨 가문에서 유리 뱃속 아이를 지우려고 검사결과도 조작하고 낙태까지 시키려고 끌고 가고... 이런 악독한 일들도 생각해낸 집안사람이 왜 지금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 거죠?”

“정말 토악질 나오네요, 우리 유리가 서준혁 씨를 만난건 인생에서 제일 재수 없고 잘못된 일이었어요!”

임아중은 굉장히 큰 목소리로 신유리의 침대 옆에 서서 그녀를 보호해주며 말을 했지만 서준혁은 임아중에게 시선을 옮기기는커녕 뒤에 있는 신유리만 바라보고 있었다.

신유리는 그냥 침대에 앉아있기만 했는데도 핏기 하나 없는 입술과 아무런 생기가 돌지 않는 눈빛 때문에 서준혁과는 아예 다른 세상의 사람 같았다.

그녀의 눈에서 흐른 모든 눈물들을 가시가 되어 서준혁의 가슴을 찔렀고 이석민이 서준혁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을 때에는 이미 한시간이나 지난 뒤였다.

서준혁은 병원 주위에 있는 크나큰 나무 밑에 서있었지만 이석민은 서준혁이 뭔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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