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65화

작가: 유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5-26 18:00:00
“좋아. 다음에 윤이랑 셋이 만나.”

만남을 기약한 후 한지영은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바로 주변 지인들과 회사 직원들에게 유치원에 관해서 물었다. 그러다 친척 동생이 유치원 선생님이라는 직장 동료의 말에 얼른 그 유치원 원장과 연락을 해봤지만 아이가 청각장애가 있다는 것을 듣더니 조심스럽게 거절을 했다.

도저히 납득이 안 돼 이유를 물으니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일반 유치원을 다니면 선생님들이 케어하기 힘든 부분이 있고 정상적인 아이들과 소통상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한지영은 장애가 있는 아이가 아무리 똑똑해도 일반 유치원에 들어가는 건 생각보다 힘들다는 사실을 이제야 실감할 수 있었다.

퇴근 후 한지영은 백연신과의 식사 자리에서 부지런히 그에게 물을 따라주고 음식도 집어주는 등 이상한 행동을 했다. 이에 수상함을 느낀 백연신은 식사를 멈추고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왜, 왜 그렇게 봐요?”

한지영은 뭔가 찔리는 게 있는 사람처럼 말을 더듬었다.

“너 또 뭐 잘못한 일이라도 있어?”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그의 질문에 한지영은 하마터면 마시고 있던 물을 그대로 뿜을 뻔했다.

“내가 무슨 맨날 사고만 치는 사람이에요?”

그녀는 씩씩거리며 불을 부풀렸다.

“진짜 없어?”

백연신은 여전히 그녀를 의심했다.

“혹시 또 나 몰래 다른 남자 옷 뺏으러 간 거야? 아니면 남자들 몸 잔뜩 그려진 만화책이라도 샀어? 그것도 아니면 남자 아이돌 콘서트 티켓을 사서 나 몰래 콘서트 갈 생각이라던가?”

숨도 쉬지 않고 말을 내뱉은 그에 한지영은 땀이 절로 났다.

모두 그녀가 할 법한 행동들이고 실제로 그렇게 한 적도 많기 때문이다.

“나한테 믿음을 좀 줘봐요! 그리고 연신 씨가 말한 그런 것들은 전부 다 단순히 감상하기 위한 거라고요. 감상...”

한지영은 그와 눈을 마주치더니 점점 더 목소리가 작아졌다.

“크흠, 아무튼 연신 씨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럼 오늘 왜 이래?”

“남자친구한테 잘해주려고 그래요. 뭐 잘못됐어요?”

“흐음, 진짜야?”

백연신이 얼굴을 바짝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966화

    “뭐 얼마나 귀엽길래 이래?”백연신이 미간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내가 20년만 더 젊었어도 당장 침 발라 놓는 건데. 장담하는데 얘 유치원 들어가잖아요? 여자애들 난리가 날 거예요. 귀여운 외모에 잘생기기까지 한 애는 흔치 않거든요.”한지영은 자신의 눈은 틀림없다며 주책을 떨었다.백연신은 마치 팬을 덕질하는 듯한 그녀의 말에 괜스레 기분이 언짢았다.“잘생기기까지 했어?”“네! 아, 맞다. 다음에 유진이랑 셋이 만나기로 했는데 그때 연신 씨도 갈래요? 유진이가 그러는데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더 귀여...”한지영은 신이 나서 떠들어대다가 그제야 백연신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하고는 서둘러 말을 바꿨다.“귀엽다고는 하는데 아무리 귀엽고 예뻐 봤자 연신 씨보다는 못하죠!”그녀는 억지로 말을 돌리며 속으로 외쳤다.‘휴, 이 남자가 질투 대마왕인 거 까먹을 뻔했네.’“정말 내가 더 낫다고 생각해?”백연신이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그럼요! 왜 어릴 때 예쁘고 잘생긴 건 쓸모가 없다고들 하잖아요. 예뻤던 애들이 커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반대로 어릴 때 못난이 소리 듣던 애들이 예쁘게 역변하는 경우도 있고요.”한지영은 그의 심기를 되돌려 놓으려고 아주 열과 성을 다했다.“그럼 나는 어릴 때 별로였다는 뜻이야?”“...”한지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가 황급히 다시 입을 열었다.“그럴 리가요. 연신 씨는 어렸을 때도 분명히 예쁘고 잘생겼을 거예요. 아무튼, 나한테는 연신 씨가 제일 멋있고 잘생겼어요. 내가 괜히 첫눈에 설렜겠어요? 귀국하고 나서도 내가 얼마나 연신 씨 얼굴을 떨치려고 노력했는지 모르죠? 내가 그때 아주...”한지영은 입이 마를 때까지 계속해서 그를 칭찬해댔다. 무릇 이런 입에 발린 소리는 여자들이 더 좋아하는 법인데 이상하게도 두 사람 관계에서는 백연신이 더 좋아했다.가끔은 자기 입으로 내뱉고도 손발이 오그라들 지경이었지만 백연신이 이런 식으로 달래주는 것을 좋아하니 멈출 수도 없었다.게다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최신 업데이트 : 2024-05-26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967화

    승소한다고 해도 배상금을 얻지 못하면 이재하의 상황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점심이 될 때쯤 곽동현이 전화를 걸어왔다.“유진 씨, 혹시 그 소지혜라는 여배우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요?”“그건 왜요?”“재하 일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생각을 바꾸고 자기가 운전한 거라고 인정할 수도 있잖아요. 인정하지 않더라도 일단 재하가 꾸준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돈을 먼저 주려고 할 수도 있고요.”곽동현은 재판 전에 마지막으로 딱 한 번 더 노력해보고 싶었다.물론 경제적인 여유가 된다면 자신의 돈으로 직원인 이재하에게 도움을 주고 싶지만 이제 막 창립한 회사라 도움에도 한계가 있었다.그리고 그는 이미 여러 번이나 이재하에게 자금적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아무리 도움을 줘도 턱없이 부족했다.하지만 여배우인 소지혜는 어느 정도 이름 있는 연예인이고 얼마 전에는 거액을 들여 건물도 사들였다고 하니 이재하의 병원비 정도는 충분히 대줄 수 있을 것이다.임유진은 그의 말에 잠시 고민에 빠졌다.소지혜가 가해자라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 판사를 설득할 방법은 없다. 그러니 지금은 어쩌면 소지혜의 양심과 동정심에 걸어보는 게 가치가 있는 일일 수도 있다.“알겠어요. 그럼 나도 같이 가요.”임유진은 줄곧 소지혜의 동태를 지켜보고 있었기에 지금쯤 그녀가 어느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중인지 다 꿰고 있었다.“고마워요. 그럼 이따 데리러 갈게요.”“알겠어요.”임유진을 전화를 끊고 서류들을 정리해 서랍에 넣었다. 그러고는 몇 분 뒤 곽동현이 도착하자 그와 함께 바로 A 스튜디오로 향했다.“그날... 아무 일도 없었어요?”곽동현이 먼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임유진은 그 말에 조금 어리둥절하다가 곧바로 그가 어느 날을 말하는 건지 눈치챘다.“네, 별일 없었어요.”“그 사람 대체 누구예요? 혹시 남자친구예요?”곽동현이 핸들을 꽉 잡으며 물었다.남자친구...임유진은 그 질문에 쓰게 웃었다.얼마 전까지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아니에요. 지금은 남자친구

    최신 업데이트 : 2024-05-27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968화

    “하지만...”“하지만이고 뭐고 뭔가 착각하는 건 같은데 나는 자선사업가가 아니에요. 그리고 사고 당시 조수석에 있었다는 이유로 이러는 거라면 앞으로 나는 만약 비슷한 교통사고가 또 벌어진다면 가해자도 아닌데 피해자 병원비를 다 대줘야겠네요?”소지혜가 화를 내며 떠나려 하자 곽동현이 그녀의 팔을 덥석 잡았다.“소지혜 씨...”“이거 놓으세요!”그녀가 큰소리를 내자 옆에 있던 매니저가 황급히 달려와 곽동현을 밀쳤다.곽동현은 힘을 못 이기고 뒤로 몇 걸음 뒤뚱거리다가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소지혜는 곽동현을 무섭게 노려보고는 밖에 있는 경비원을 불러와 호통쳤다.“앞으로 관계자 아닌 사람은 함부로 세트장 안으로 들이지 마세요!”“네, 네, 알겠습니다.”경비원은 그녀의 말에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임유진은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는 헛걸음했다는 생각에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그렇게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곽동현과 자리를 뜨려는데 곽동현이 소지혜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동현 씨?”“그날 밤에도 저 루비 반지 끼고 있었던 것 같은데...”곽동현이 던진 그 한마디에 임유진은 순간 머릿속으로 뭔가가 스쳐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게 뭔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그때 곽동현이 머리를 긁적이며 별거 아니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반지를 끼고 있든 말든 사건에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될 텐데, 나도 참. 이만 가죠.”두 사람은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여기서 기다려요. 금방 차 가지고 올게요.”“그래요.”임유진은 곽동현을 보낸 뒤 고개를 푹 숙이고 줄곧 머릿속에 맴도는 의문점을 되짚기 시작했다.일전 소지혜와 얘기 나누러 왔다가 돌아갈 때 스태프들이 소지혜의 반지에 대해 수군거리는 대화를 들은 적이 있다.상당히 고가의 반지라 소지혜는 다른 사람이 잠깐 맡아주는 것조차 싫다며 거절했다고 했었다. 그리고 이번 촬영에서도 드라마 소품팀에서 준비한 반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굳이 자신의 루비 반지를 끼고 촬영했다고도

    최신 업데이트 : 2024-05-27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969화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곽동현은 이상하게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아까 소지혜의 반지 얘기를 꺼냈을 때 임유진이 뭔가 생각하는 것 같은 모습이 떠올랐다.“설마 그 여자 찾으러 다시 들어간 건가?”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였기에 서둘러 다시 세트장 안으로 들어갔다.그 시각 소지혜는 한창 촬영하고 있었다. 그때 곽동현이 안으로 난입해 그녀를 향해 다급하게 물었다.“소지혜 씨, 혹시 유진 씨 못 봤어요? 임유진 씨, 방금 나랑 같이 온 여자요.”이쪽으로 오는 길 임유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그는 더 불안해졌다.하지만 아무런 양해도 없이 촬영장에 난입하는 바람에 곧바로 경비원들에게 잡혔다.제작팀 스태프들은 하나같이 도끼눈을 뜨며 그를 비난했고 소지혜는 큰소리로 화를 냈다.“그 여자가 어디 갔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화가 단단히 난 감독은 경비원에게 빨리 곽동현을 끌어내라며 소리쳤다.“소지혜 씨, 정말 유진 씨 여기 안 왔어요? 정말 유진 씨 어디 갔는지 몰라요? 여기로 온 게 아니면 갑자기 사라질 리가 없잖아요! 휴대폰도 안 받고.”곽동현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소지혜는 짜증 가득한 얼굴로 경비원에게 빨리 끌어내라고 손을 휘휘 저었다.경비원은 그녀의 지시대로 곽동현을 힘으로 밀어붙여 내보내려고 했다.하지만 그때 누군가의 손이 경비원을 넘어 곽동현의 어깨를 잡고 초조함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방금 임유진이 뭐가 어쨌다고요?”남자의 등장에 주위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지금 다급하게 묻고 있는 이 남자는 바로 연예의 황태자 강현수였다. 언제나 침착한 얼굴로 모든 것에 냉소적이던 남자가 지금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얼굴에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곽동현은 자신의 어깨를 잡은 남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강현수라면 평소 뉴스와 기사에 자주 이름이 도배되는 사람이라 모를 수가 없었다.“유진 씨를 아세요?”“임유진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그, 그게... 사라졌어요.”다급해 보이는 강현수의 모습에 곽동현도 덩달아 마음

    최신 업데이트 : 2024-05-28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970화

    강현수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바로 소지혜의 앞으로 걸어가 물었다.“임유진 지금 어디 있지?”“저는 정말 몰라요. 저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요...”소지혜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대체 왜 강현수가 임유진이라는 여자의 행방을 묻는지 그녀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작 변호사 비서일 뿐인 여자의 일에 대체 왜 이토록 초조해하는 거지?소지혜뿐만 아니라 주변 스태프들도 강현수가 지금 애타게 찾고 있는 임유진이라는 여자가 대체 누군지 궁금해했다.“현수 씨, 유진이가 잠깐 급한 일이라도 생겨서 사라졌나 보죠. 유진이가 어린 애도 아니고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요.”그때 줄곧 그의 옆에 있던 배여진이 한마디 얹었다.오늘 그녀는 촬영을 마치고 일부러 강현수를 데리고 이 세트장에 들렀다. 이곳 감독이 다음 작품을 준비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전해 듣고 강현수에게 부탁해 배역을 따내려 했던 것이었다.하지만 감독과 얘기하기도 전에 어떤 남자가 세트장에 난입해 임유진에 관해 묻더니 강현수마저 혈색을 바꾸고 덩달아 다급해졌다.배여진은 지금 후회가 돼 미칠 것 같았다.이럴 줄 알았다면 이곳으로 오는 것이 아니었다.왜 그녀가 있는 곳에 항상 임유진이 있는 걸까!이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시라도 빨리 강현수가 더 이상 임유진에게 신경쓰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현수 씨, 아마 조금만 더 기다리면...”배여진은 강현수의 팔을 잡으며 조금만 더 기다리면 임유진이 나타날지도 모르니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하려 했다.하지만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강현수가 그녀가 잡은 손을 들어 올리더니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소지혜의 목을 졸랐다.“임유진 어디 있어?”자신을 죽일 듯이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소지혜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눈앞에 이 남자가 정말 강현수가 맞나?평소 파파라치가 몰래 찍은 사진 속의 남자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진심으로 누구를 죽일 것 같은 표정 같은 거 사진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소지혜의 눈에 비친 강현수는 지금 저승사자와 다를 것 없었

    최신 업데이트 : 2024-05-28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971화

    강현수 옆에 서 있던 배여진의 몸이 티 나게 굳었다.강현수는 지금 모든 신경이 전부 임유진에게 가 있어 그녀의 말 같은 건 들리지도 않는 듯했다.섬뜩한 소리를 사람들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할 만큼 화가 난 것도 전부 임유진 때문이었다.배여진은 만약 소지혜가 이대로 말을 하지 않으면 강현수가 정말 임유진 때문에 살인을 저지를 것 같은 무서운 예감이 들었다.대체 왜!임유진이 뭐라고!그토록 찾던 어릴 적 소녀를 눈앞에 두고 대체 왜 자꾸 임유진에게 신경을 쓰는 거지? 자신에게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게 맞지 않나?!소지혜는 지금 죽음이라는 공포에 몸이 점점 더 세게 떨려왔다. 전에 악역을 맡았을 때 누군가에게 목을 졸리는 신을 찍어본 경험이 있지만 이러한 느낌은 아니었다. 남자배우가 연기에 몰입해 진짜 그녀의 목을 세게 졸랐을 때도 그저 호흡만 딸릴 뿐이었지 이런 공포를 느끼지는 않았다.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고 목을 조르는 손은 강철이라도 되는 건지 아무리 벗어나려고 노력해봐도 전혀 소용이 없었다.목 졸림 당하는 게 이토록 무서운 느낌일 줄은 정말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소지혜는 임유진의 뒤에 강현수가 있는 줄 알았더라면 목을 졸리기 전에 실토할 것 그랬다며 이제 와서 의미 없는 후회를 했다.그때, 목을 조르던 손에 힘이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귓가에 싸늘한 음성이 들려왔다.“마지막으로 말할 기회 줄 테니까 말해. 임유진 지금 어디 있지?”“저, 정말 모르겠어요. 아까 저 보러 온 팬한테 그 여자 얘기를 한 적은 있어요... 하, 하지만 그 뒤로는 정말 몰라요...”소지혜는 말을 더듬거리며 답했다.“마지막으로 그 팬을 본 게 어디지? 시간은? 그리고 그 팬 성별은?”“화, 화장실 쪽에서요. 아마... 15분 전이었을 거예요. 성별은 남자예요.”말을 마치자 강현수는 그녀의 목을 조르던 손을 갑자기 놔버렸다. 그 탓에 소지혜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쓰러지고 말았다.강현수는 서둘러 휴

    최신 업데이트 : 2024-05-29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972화

    연예계란 원래 가십이 넘쳐나는 곳이라 사람들은 저마다 제 멋대로 추측을 했다.한편 곽동현은 아직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건지 어벙벙한 표정이었다.강현수와 임유진은 대체 무슨 사이인 걸까?강현수의 방금 그 모습은 마치 사랑하는 사람이 위험에 처한 듯한 그런 모습이었다...사랑하는 사람?!곽동현은 무의식 속에 떠오른 단어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사랑하는 사람이라니. 허구한 날 여자친구를 바꾸는 강현수가, 눈앞에서 사람 하나 죽어도 눈 한번 깜빡하지 않을 것처럼 냉정한 남자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강현수이 보안실에 도착했을 때 그가 원하는 CCTV 영상이 벌써 준비되어 있었다.영상을 보니 소지혜는 화장실앞에서 확실히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남자와 30초가량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소지혜가 세트장으로 들어간 다음 검은색 티셔츠 남자는 곧바로 화장실로 들어갔다.그때 임유진의 모습이 보이고 남자는 화장실에서 나와 임유진과 곽동현의 뒤를 따라갔다.정황상 이남자가 뭔짓을 한 게 틀림없어 보였다.강현수가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행적을 따라가려는데 임유진과 곽동현 그리고 그 검은색 티셔츠 남자가 카메라 앵글에서 벗어나 버렸다.“이 앞에는 CCTV가 없어 그 다음의 상황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시간으로부터 3분 뒤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입구에 멈췄다가 다시 금방 떠나버렸습니다.”보안실 팀장은 시간을 3분 앞으로 감아 차량이 보이는 장면을 띄웠다.강현수는 차량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옆에 있는 보안실 팀장에게 말했다.“경찰 쪽에 연락해서 먼저 신고하고 이 차량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와.”이 차량 안에 임유진이 있는 걸까?강현수는 지금 이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그녀가 불한당에게 납치당해 차에서 해코지라도 당할까봐 불안해 미칠 것 같았다.임유진이 다치는 상상같은 건 감히 할 수가 없었다.“어떡해... 설마 유진이가 납치라도 당한 걸까요?”강현수를 따라와 줄곧 화면을 보고 있던 배여진이 걱정하는 척 물었다.

    최신 업데이트 : 2024-05-29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973화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배여진이 아니었다. 그녀는 물컵을 억지로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강현수의 손으로 넘어간 물컵은 거세게 흔들리더니 곧 물이 절반이나 바닥에 쏟아져버렸다.강현수는 물컵을 제대로 쥐려고 노력했지만 그럴수록 컵은 더 세게 떨렸다.컵이 떨리는 것이 아닌 그의 손이 떨리는 것이었다.강현수는 컵을 쥔 자신의 손을 가만히 바라보았다.그는 여태껏 이토록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했던 적이 없었다. 지금은 그의 몸뚱어리가 그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임유진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는듯했다....곽동현은 뜻밖에도 경찰서에서 임유진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어디 다친 건 아닌가 걱정했었지만 그녀는 다행히 다친 곳 하나 없이 멀쩡했다.“미안해요. 걱정했죠.”임유진은 그를 보고 제일 먼저 사과부터 했다.“휴대폰이 고장 나서 전화를 할 수가 없었어요. 동현 씨 번호를 모르니까 유심을 꺼내 다른 휴대폰에 꽂고 전화해야 해서 시간이 조금 걸렸네요.”곽동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뭐가 어떻게 된 거예요?”“동현 씨 기다리다가 결정적인 단서가 생각났거든요. 그때 갑자기 이 남자가 뒤에서 나타나 나한테 스프레이를 뿌리려고 했어요. 마침... 길을 지나가던 시민 두 명이 금방 제압해줘서 그대로 경찰서로 데려왔어요.”임유진은 도움을 받은 시민에 대해 얘기할 때 조금 뜸을 들였다.사실 그녀도 아까 기습 공격을 받을 때 두 명의 남자가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 단숨에 범인을 제압해줄 줄은 몰랐다. 그때 화들짝 놀라 손에 든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뒷걸음치다가 발로 밟아버렸다.범인을 제압한 후 두 명의 남자는 그녀에게 자신들은 강지혁이 붙여준 경호원이라고 얘기해주었다.강지혁이 자신에게 사람을 붙였다는 사실은 그녀도 어느 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렇게도 자세히 알 수 없었을 테니까.그리고 오늘 이렇게 눈앞에서 마주하니 확실해졌다.임유진은 경호원들이 범인을 차에 태우고 경찰서로 가겠다고 하자 같이 따라나섰

    최신 업데이트 : 2024-05-30

최신 챕터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3화

    별채로 가는 길에는 늘 조명이 켜져 있기에 어두운 저녁이라도 전혀 무섭지 않았다.임유진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강지혁이 방 한가운데 멀뚱히 서 있는 것이 보였다.강지혁은 불빛을 받으며 시선을 내린 채 바로 앞에 있는 냉동관을 그저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혁아.”임유진은 그를 부르며 천천히 옆으로 다가갔다.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강지혁은 상념에서 빠져나와 고개를 돌렸다.“오지 말라니까. 여기는 나 혼자 있으면 돼.”“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왔어.”임유진은 강지혁의 바로 앞에 서서 그의 볼을 매만졌다.지금은 1월이라 날씨가 무척이나 추웠다. 게다가 지금은 밤이고 별채 쪽에는 보일러도 없었기에 바깥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추웠다.“오늘 밤도 여기 있을 거야?”임유진이 물었다.“응. 그래도 날 키워주셨으니 할 도리는 다해야지. 내일 할아버지 장례식에 사람들 많이 올 거야. 너는 몸이 불편하니까 가지 말고 그냥 집에 있어.”“출산할 시기가 임박한 것도 아닌데 뭐. 내일 할아버지 장례식에 나도 참석할 거야. 만약 몸이 불편하거나 하면 바로 너한테 얘기할게.”강지혁은 그 말에 임유진의 손을 살짝 잡았다.“너한테는 좋은 기억 하나 없는 사람이잖아. 그런데 왜...”“네 할아버지잖아. 네 유일한 가족이잖아. 그러니까 아무리 나를 마음에 들지 않아 했어도, 아무리 끝까지 나를 손주며느리로 받아들이지 않았어도 나는 할아버지 가시는 길을 너와 같이 보내드려야 할 의무가 있어.”다른 건 없었다.그저 강지혁의 어린 시절을 곁에서 지켜줬다는 사실만으로도 임유진은 충분히 감사했다.강지혁은 그 말에 그녀의 손을 조금 세게 쥐었다.“할아버지가 마지막에 한 말은 신경 쓰지 마. 그 말은 그냥...”“알아. 네 할아버지는 그저 누군가를 깊게 사랑하는 것으로 행복한 결과를 낳을 거라는 걸 믿지 못하시는 분이었던 거지. 네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 일도 있고 네 아버지 일도 있어서 많이 무서우셨을 거야. 너도 나중에 불행하게 될까 봐.”임유진이 말했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2화

    강지혁은 마치 강문철에게 자신이 임유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주려는지 조금 격앙된 목소리로 얘기했다.강문철은 그 말에 눈동자를 돌려 자신의 유일한 손주를 노려보았다. 그러다 몇 초 후 이제는 모든 게 다 피곤한 듯 천천히 눈을 감으며 입을 열었다.“우리 집안에서... 여자한테 미친 인간 치고... 멀쩡한 사람을 못 봤다. 네가... 계속해서 이러면 너도 언젠가는...”강문철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는가 싶더니 이내 옆에 있던 종합모니터에서 삐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임유진은 그 소리에 강문철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누군가의 생명이 바로 눈앞에서 멎었다.조금은 무서웠던 노인이, 강지혁의 유일한 가족이었던 노인이 이렇게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모든 게 다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강지혁은 삐 소리가 들린 뒤로 임유진의 손을 꽉 잡았다. 그렇게 계속 힘을 주다가 임유진의 입에서 아프다는 소리가 들리고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리며 손을 놓아주었다.“미안. 아팠지?”강지혁은 어느새 빨개진 그녀의 손을 다시 잡으며 초조한 눈길로 물었다.“괜찮아. 그것보다 할아버지...”“응. 가셨어.”강지혁의 얼굴은 가족을 잃은 사람 같지 않게 무척이나 평온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게 아니라는 걸 임유진은 알고 있다.아무리 살가운 사이가 아니었어도 강문철은 강지혁의 할아버지고 유일한 가족이었다. 강선우가 죽은 뒤로 그의 곁을 지켜줬던 유일한 사람이었다.강지혁은 몸을 돌려 편히 잠든 강문철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그리고 임유진은 그런 강지혁의 옆에 서서 그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강문철의 장례식은 3일 뒤로 정했다.그 3일 동안 시신은 냉동관에 넣은 채 강씨 저택의 별채에 두기로 했다.그리고 그 3일 동안 강지혁은 그 어떤 외부인도 별채에 들이지 않았다.별채는 강씨 가문 사람 외에는 허락하지 않는 특별한 곳이었으니까.강선우가 죽었을 때도 그의 시신은 잠시 이 별채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의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1화

    강지혁은 임유진의 고집에 결국 알겠다며 그녀와 함께 집에서 나와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한 후 강지혁은 뒤따라온 경호원에게 임유진의 곁을 맡기고 혼자 병실로 들어갔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빼빼 마른 강문철이 흰색 병상 위에 가만히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남자도 병마와 세월 앞에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강문철은 강지혁이 안으로 들어온 것을 보더니 마지막 힘을 쥐어짜 입을 움직였다.“왔... 니...”“네, 저 왔어요.”강지혁이 곁으로 다가오며 대답했다.사실 강지혁은 강문철에게 대단한 가족 간의 정은 느끼지 못했다.실제로 강문철은 강지혁이 할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느낄만한 행동을 보여주지 않았으니까.강문철은 언제나 강지혁을 자신의 뒤를 이어 강씨 가문의 모든 것을 물려받을 하나의 장기 말로 여겨왔다. 물론 그 장기 말도 쓸모가 없었다면 진작 버렸을 것이다.“이제는... 강씨 가문의 모든 게 네 손에... 달렸다. 만약... 네가 가문을 망하게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강문철이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할 말은 그게 끝이에요?”강지혁이 강문철을 빤히 바라보았다.이에 강문철은 탁한 눈동자를 옆으로 굴려 병실 문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임유진... 그 아가씨... 밖에 있지? 들어오라고 해...”그 말에 강지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유진이 건드릴 생각하지 마세요.”“이 꼴로... 내가 뭘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어차피... 그 아가씨 옆에는... 네 사람 천지일 텐데.”강지혁은 그가 두 손으로 직접 키운 손주이자 가문의 후계자이기에 강지혁의 생각 같은 건 이미 훤히 꿰고 있었다.강지혁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자 강문철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저... 마지막으로 해줄 얘기가... 있어서 그러는 것뿐이다...”호흡이 점점 가빠지고 안색도 창백해진 것이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듯했다.강지혁은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발걸음을 옮겨 병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곧바로 임유진의 손을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0화

    “그래? 그럼 만약... 내가 너한테 상처를 줘도 너도 똑같이 나 안 볼 거야? 내가 아무리 용서해달라고 빌어도 나 용서 안 해줄 거야?”강지혁은 목구멍을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한마디 한마디 힘겹게 내뱉었다.이에 임유진은 몸을 돌려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강지혁을 바라보았다.“혁아, 너 대체 왜 그래? 요즘 따라 너무 불안해 보여. 무슨 일 있는 거야?”강지혁은 자신의 불안해 보인다는 말에 고개를 푹 숙였다.확실히 그는 요 며칠 줄곧 불안해하고 있었다.탁유미와 이경빈의 일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자신과 임유진의 결말도 그들과 똑같을까 봐 불안해하고 있었다.“혹시 방금 내가 한 말이 널 불안하게 만들었어? 혁아, 내가 언니를 이해한다고 했던 건 소민준과의 일이 생각나서 그랬던 거야. 네가 괜한 생각을 할 게 아니라고. 네가 나한테 상처 줄 리가 없잖아. 그리고...”임유진은 손을 들어 조금 우울해 보이는 강지혁의 눈가를 부드럽게 매만졌다.“전에 내가 말했잖아. 네가 정말 나한테 미안해야 할 일을 했다고 해도 울면 봐주겠다고.”그녀는 강지혁의 눈에 담긴 우울함이 사라질 수 있게 일부러 환히 웃으며 얘기했다.그러자 그 말을 들은 강지혁의 눈에 조금씩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유진아, 너를 향한 내 감정은 언제나 그대로일 거야.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든 절대 변하지 않을 거야.”강지혁은 임유진의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심장에 가져갔다.“그러니까 너도 약속해. 날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약속해.”임유진은 그 말에 눈을 깜빡였다.탁유미와의 대화에서 사람의 감정은 언젠가는 변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했는데 눈앞에 있는 남자는 자신의 감정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하고 있다.소민준과의 관계에서 질릴 대로 질려 그에게 모든 감정이 사라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를 사랑하고 있고 그와 영원히 하고 싶은 것 또한 사실이다.“응, 영원히 너만 사랑할게. 절대 변하지 않을게. 약속해.”임유진은 진지한 얼굴로 그에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49화

    임유진은 한지영이 정신을 차린 모습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다가도 그녀가 활기를 되찾아줘서 참으로 고마웠다.한지영은 백연신과 그렇게 헤어진 후 자포자기하는 것이 아닌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며 회복에 힘썼다. 심지어 며칠 전에는 미소를 지으며 이런 말까지 했다.“고작 남자랑 헤어진 것뿐인데 뭐. 연애가 다 이런 거 아니겠어? 사랑했다가 또 헤어졌다가. 그래서 결혼까지 가는 게 기적이라는 말도 있잖아. 열렬히 사랑했으니 그거로 난 됐어. 혹시 알아? 퇴원한 뒤에 진정한 내 운명이 나를 찾아올지.”“다행이네요.”탁유미는 한지영의 말을 전해 듣고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유진 씨랑 지영 씨는 나처럼 이러지 말고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어요.”그녀는 자신의 인생에서 더 이상의 사랑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대화를 나누던 임유진과 탁유미는 병실 밖의 누군가가 그들의 대화를 다 듣고 있는 것을 몰랐다....임유진은 탁유미에게 인사한 후 강지혁과 함께 강씨 저택으로 돌아왔다.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2층으로 올라가려는데 강지혁이 뒤에서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왜 그래?”갑작스러운 포옹에 임유진이 물었다.사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강지혁은 오늘따라 말수가 무척이나 적었고 시선은 거의 창밖에 고정하다시피 했다.그 모습에 임유진이 몇 번이나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지 물었지만 강지혁은 그때마다 아무것도 아니라며 대답을 피했다.“그냥... 갑자기 안고 싶어져서.”강지혁은 낮게 중얼거리며 아까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그는 이경빈을 따라 탁유미의 병실 앞으로 왔다가 비스듬히 열린 문틈 사이로 임유진과 탁유미의 대화 내용을 들었다.탁유미가 자신에게 상처 준 사람은 다시 받아줄 생각이 없다고 했을 때 이경빈은 휘청하며 그대로 주저앉았고 입을 틀어막으며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했다.그 순간만큼은 우는 것조차도 그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맨날 안으면서 아직도 부족해?”임유진이 실소하며 물었다.“응. 부족해.”강지혁에게는 어쩌면 평생 부족할지도 모른다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48화

    그리고 어쩌면 무의식 속에서 그 언젠가 임유진이 모든 진실을 알게 되고 그를 떠나면 그때 누군가가 이렇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줬으면 해서 일지도 모른다....탁유미는 이틀 정도 중환자실에 있다가 모든 수치가 안정된 후 바로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다만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앞으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만 했다.탁유미는 간호사가 들어와 약을 갈아줄 때마다 보이는 수술 자국을 보면서 조금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그녀가 아무리 원치 않았다고 해도 지금 그녀의 몸 안에 있는 간은 이경빈의 간이었다.어쩌면 하늘이 조금은 그녀를 가엽게 여겨준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살게 된 건지도 모른다.윤이와 김수영은 요 며칠 거의 탁유미 곁에서 떨어지지 않다시피 했고 임유진도 자주 탁유미를 보러 병원에 왔다.“유진 씨, 미안해요. 괜히 나 때문에 힘들게 왔다 갔다 하고...”탁유미는 미안한 얼굴로 임유진의 큰 배를 바라보았다.지금쯤 집에서 태교나 들으며 휴식을 취해도 모자란 데 괜히 자신 때문에 임유진이 고생하고 있는 것 같았다.“언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언니가 나였으면 안 이랬을까요? 그러니까 너무 그러지 않아도 돼요.”임유진은 말을 하며 의자에 앉았다.“나 윤이 데리고 나갈 테니까 둘이서 얘기하고 있어.”김수영이 꾸벅꾸벅 졸고 있는 윤이를 안아 들며 보호자가 쉴 수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임유진은 두 사람이 들어간 것을 확인한 후 탁유미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혁이가 그러는데 이경빈 씨도 며칠 전부터는 걸어 다닐 수 있게 됐대요. 그런데... 언니 병실까지 왔다가 매번 들어오지는 못하고 다시 돌아가나 봐요.”그 말에 탁유미는 담담하게 대꾸했다.“이경빈과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에요. 어차피 이경빈도 몸이 다 나아지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거고 나는 계속 여기서 살게 되겠죠. 물론 나랑은 끝이라도 윤이랑은 부자간의 정이 있으니까 둘이서는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이경빈 씨와는 정말 일말의 가능성도 없는 거예요?”임유진의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47화

    다시 눈을 뜬 이경빈이 보게 된 건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강지혁이었다.마취가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아서 그런지 통증 같은 건 없었다.“유미는... 어떻게 됐습니까?”이경빈이 힘겹게 입을 열며 물었다.“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탁유미 시는 지금 중환자실에 있어요. 이틀 정도 경과를 지켜봐야 한대요.”그의 말에 대답해준 건 강지혁이었다.이경빈은 그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수술이 무사히 끝났으니 된 거다.앞으로 두 번 다시 탁유미 곁에 모습을 드러낼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녀의 몸 안에 그의 일부가 살아 숨 쉬고 있으니까, 그녀가 죽을 때까지 줄곧 함께하게 될 거니까 그것으로 됐다.그리고 그녀가 준 골수도 평생 그와 함께 할 테니 그 역시 이것으로 그녀와 평생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이경빈은 탁유미의 상태 외에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다. 마치 자기 몸은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듯한 태도였다.의사가 수술 후 주의사항과 나타날 수 있는 증상들에 관해 설명해주는데도 그는 시큰둥한 얼굴로 침묵만 고수할 뿐이었다.강지혁은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의사와 간호사가 전부 다 나간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탁유미 씨 사건을 뒤엎으려고 한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되면 이강 그룹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겁니다. 어쩌면 판결 결과에 따라 이경빈 씨는 감방살이하게 될지도 모르고요.”“알고 있어요.”이경빈이 담담하게 말했다.자신의 결정으로 그룹에 어떤 파문이 일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 그가 받아야 할 벌이다.복수하겠다는 생각에 매몰돼 공수진의 말만 믿고 거짓 증언한 그의 업보다.탁유미가 형을 살게 된 것에 제일 큰 공헌을 한 건 바로 그의 증언이었다.그러니 그녀를 감옥으로 보낸 건 그나 다름없었다.“정말 앞으로는 탁유미 씨 앞에 나타나지 않을 생각입니까?”강지혁이 물었다.“내가 유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많지 않아요. 그런데 유미가 그걸 원한다고 하니 나로서는 들어줄 수밖에요.”그 소원을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46화

    “임유진 씨한테 맡기려고 했는데 너를 설득하지 못할까 봐... 그래서 너와 직접 얘기하려고 들어왔어. 내 얼굴 보고 싶지 않다는 거 알아. 내 간이 너한테는 달갑게 느껴지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아. 하지만...”이경빈은 주먹을 꽉 말아쥐더니 탁유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그래도 수술은 받아줘. 네가 수술을 받으면 그때는 두 번 다시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 네가 원하는 건 뭐든 다 해줄게.”이경빈은 지금 오직 그녀가 살기만을 바랐다.그녀만 살 수 있다면 뭐든 좋았다.탁유미는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만약 나한테 간을 기증해주면 수술 후에 후유증 같은 게 생길 수도 있어. 그래도 괜찮아?”평온한 그녀의 말투에 이경빈은 잠시 얼떨떨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수, 수술받으려고?!”“...응.”윤이와 김수영을 위해 그녀는 한번 희망을 걸어보고 싶었다.“간을 기증해주는 대신에 뭐 바라는 거 있으면 지금 여기서 확실하게 얘기해. 너한테 빚지는 건 싫으니까. 물론 내가 수술대 위에서 죽게 되면 그때는 네가 바라는 게 뭐든 간에 들어줄 수 없게 되겠지만.”“아니! 넌 죽지 않아!”이경빈이 흥분해서 외쳤다.“분명히 괜찮을 거야. 네 골수를 이식받았을 때 나는 아무런 거부반응도 없었어. 그러니까 내가 너한테 주는 것도 괜찮을 거야. 걱정하지 마!”이경빈은 확신에 찬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래서 조건은? 그것부터 말해.”탁유미의 말에 이경빈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조건이라니, 그녀에게 간을 기증해주는 대신 바라는 게 있다고 하면 그녀가 멀쩡히 살아 숨 쉬는 것밖에 없다.그녀가 살 수 있다면 간 따위 몇 번이고 더 기증해줄 수 있다.“바라는 거 없어. 그리고 나한테 빚진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돼. 오히려 지금은 내가 너한테 빚진 걸 갚는 거니까. 너도 그때 나한테 골수를 기증해줬잖아.”“그래? 그럼 서로 빚진 게 없는 거네? 알았어. 수술 무사히 끝나면... 우리 더는 보지 말자. 나는 더 이상 너랑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45화

    “유진 씨? 유진 씨가 여기는 어떻게 왔어요?”탁유미가 깜짝 놀라며 임유진에게 물었다.“이경빈 씨 전화를 받고 왔어요.”임유진은 탁유미의 곁으로 다가가며 말했다.“언니, 수술해요. 지금이 마지막 기회예요. 이 기회를 포기하면 그때는 정말 돌이킬 수 없어져요.”“유진 씨!”탁유미는 갑작스러운 임유진의 말에 당황해하며 그녀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그러고는 서둘러 윤이를 바라보았다.임유진은 윤이가 바로 그녀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라는 것을 알기에 태연한 표정이었다.“언니가 남은 시간을 편히 보내고 싶은 건 알겠어요. 그리고 수술 결과가 안 좋으면 그 남은 시간마저 사라지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것도 알겠고요. 하지만 언니... 만약 수술에 성공하면 그때는 윤이가 어른이 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어요.”임유진은 말을 하며 자신의 복부를 쓰다듬었다.“언니, 만약 그때 내가 배 속의 아이를 한 명 지우는 걸 택했으면 어쩌면 아이들이나 나나 조금 더 안전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랬으면 결코 지금 같은 행복감은 느끼지 못했을 거예요. 나는 그때 의사 선생님들의 권고에도, 혁이의 반대에도 결국 아이를 포기하지 않았어요. 아이들과 함께 이겨내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언니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으면 좋겠어요. 쉽게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윤이도 언니가 그러기를 바랄 거예요. 세상에 엄마를 일찍 보내고 싶어 하는 자식은 없으니까요. 윤이를 위해서라도 포기하지 말아줘요.”탁유미는 그 말에 몸을 움찔하더니 시선을 돌려 어리둥절한 표정의 아들을 바라보았다.윤이는 임유진의 말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만은 본능적으로 알아들었다.“엄마, 윤이는 엄마가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윤이랑 함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제 윤이가 키도 크고 힘도 세지면 그때는 윤이가 엄마를 지켜줄게요!”탁유미는 그 말에 결국 눈물을 보였다.윤이는 서둘러 침대 위로 올라가더니 앙증맞은 손으로 하염없이 흐르는 그녀의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그때 병실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