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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7화

임유진은 두 손으로 강지혁의 목을 감싼 채 눈앞에 있는 남자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건 혁이의 얼굴이다.

“혁아, 그거 알아? 나 오늘... 너무 즐거웠어...”

그녀의 말에 강지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즐거웠어?”

“응... 즐거웠어... 사람들이랑 같이 춤추며 놀다 보니까 전부 다 잊어버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

말은 이렇게 했지만 정작 잊고 싶었던 게 무엇이었던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만 지금 확실한 건 이렇게 혁이를 끌어안고 있으면 안심이 되고 오랜만에 다시 안정을 되찾은 듯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지영이가 그러는데... 아까 스테이지에서 춤췄던 남자들이 요즘 가장 핫하대... 지영이는 머리를 흰색으로 염색한 남자가 제일 멋있다고 하는데... 나는 흑발이 제일 좋았어... 그리고 나도 옷 뺏을 수 있었는데... 지영이만 뺏었어... 그런데 내가 그거 갖고 싶다고 하면 지영이가 주겠대 헤헤...”

임유진이 말을 뱉으면 뱉을수록 고이준은 차 안의 공기가 점점 더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지금은 차라리 술에 취해 기절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이 이상 더 얘기해버리면 강지혁이 정말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노릇이니까.

“그래? 너는 그 흑발이 제일 좋았어?”

강지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차 안에서 울려 퍼졌다.

고이준은 이 순간 아까 다섯 명 중 가장 중앙에 서 있던 흑발 남자가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응.”

임유진은 단호하게 고개까지 끄덕였다.

“하지만...”

하지만 임유진의 다음 말로 고이준은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나는 역시... 우리 혁이가 제일 좋아.”

강지혁의 차가웠던 눈이 그 말 한마디에 다시 부드럽게 변했다.

우리 혁이...

전에는 이런 식으로 마치 진짜 가족이라도 된 듯이 다정하게 불러줬었다.

그녀의 손은 강지혁의 목에서 서서히 위로 올라가더니 그의 머리를 이리저리 매만졌다.

“우리 혁이처럼 검은 머리가 좋아... 제일 예뻐...”

강지혁은 그녀의 손이 움직이는 대로 머리가 헝클어지든 말든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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