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42화

“필요 없어. 병원 갈 정도는 아니야.”

임유진이 그를 잡으며 말했다.

“출발해.”

강지혁의 명령에 기사는 천천히 차에 시동을 걸어 병원으로 향했다.

임유진은 이 상태의 강지혁은 누구도 말릴 방법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어 말리려는 시도를 접은 채 시트에 기대 앉았다.

근 몇 년간 의도치 않게 배운 게 있다면 그건 인내하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이다.

임유진이 아무런 저항도 없자 강지혁은 시선을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적막 가득한 차 안에서 그저 가만히 앉아있었다. 얼굴은 창백기가 조금 도는 듯했고 시선은 아래로 떨구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두 손은 무릎 통증을 완화하려는 듯 다리를 두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는 건지 미간을 찌푸리며 고통을 참는 듯 보였다.

“계속 아파?”

강지혁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별로, 너무 아픈 건 아니야.”

며칠 전 장시간 서 있었을 때 느꼈던 통증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치료받으러 안 갔어?”

“내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병원이 아니야.”

서심 병원은 VVIP들이 자주 찾는 병원이라 월급 140만 원짜리 변호사 비서가 쉽게 다닐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게다가 관절염은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하기에 지금의 그녀에겐 부담만 될 뿐이다.

“예약은 이제부터 내가 매주 잡아 줄 테니까 꾸준히 치료받아.”

그 말에 임유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강지혁은 지금, 마치 두 사람이 아직 연인인 것처럼 그녀를 걱정했다.

“나 이제 네 여자친구 아니야. 그러니까 네가 내 예약을 대신 잡아줄 이유 없어.”

강지혁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그게 뭐? 우리가 헤어진 건 맞는데 내가 네 진료 예약을 잡는 거는 별개야. 우리가 헤어졌어도 네가 원하는 거, 너한테 필요한 거, 나는 아무런 명분 없이도 너한테 해줄 수 있어. 로펌도 네가 원한다면 차려줄 수 있어.”

그러자 임유진이 쓰게 웃었다.

이건 뭐 이별 선물인 건가?

그녀의 두 눈이 예쁜 그의 두 눈을 마주 보며 말했다.

“필요 없어.”

그가 주는 걸 그대로 받아버리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