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짤막한 답장은 진세령이 정말 매장당했다는 걸 의미한다!미리 심리준비를 했지만 임유진은 여전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쨌거나 진세령은 평범한 연예계 배우가 아니라 진씨 일가의 둘째 딸이니까!강지혁이 정말 그녀를 매장할 줄이야.휴대폰에 뜬 그의 답장을 바라보며 임유진은 잠시 넋을 놓았다.한참 후 그녀가 되물었다.[진씨 일가에서 너와 맞서진 않아?]그녀는 자신 때문에 강지혁의 사업에 영향받는 걸 원치 않는다.진씨 일가도 어쨌거나 S 시에서 재벌가에 속하니까.강지혁의 답장은 여전히 깔끔 그 자체였다.[그럴 배짱은 없어.]짤막한 한마디에 임유진은 마음이 놓였다.저녁 시간, 진세령은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가업을 물려받겠다고 부연 설명까지 했다.갑작스러운 뉴스에 연예계가 발칵 뒤집혔다!그녀는 지금 한창 인기가 급상승 중인 여배우니까. 올해 상영한 영화로 여우주연상까지 노리고 있는데 상을 받기는커녕 은퇴를 해?이 기사가 실검 1위에 오르자 수십만 개의 댓글이 달렸다.임유진은 휴대폰으로 기사를 확인하며 눈 앞에 펼쳐진 변화가 너무 빠르게 느껴졌다.전시회 날까지만 해도 진세령은 만인의 주목을 받던 여배우였는데 지금은 핍박에 못 이겨 연예계를 은퇴했다.“진세령 기사 봐?”강지혁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마침 보게 됐는데 실검 1위야.”임유진이 대답했다.“누나가 용서 안 하고 싶댔잖아. 걔 때문에 누나가 잃었던 모든 걸 내가 대신 되돌려놓을 거야.”강지혁은 말하면서 실검에 뜬 진세령의 은퇴 선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진세령, 위풍당당하게 은퇴하고 싶어? 절대 안 되지.”무슨 뜻이지?임유진이 멍하니 넋 놓고 있을 때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는데 한지영한테 걸려온 전화였다.통화버튼을 누르자 한지영의 초조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유진아, 기사 봤어? 진세령 은퇴한대!”“응, 봤어.”임유진이 대답했다.“근데 걔도 참 뻔뻔스럽다. 분명 누군가가 연예계에서 매장시키고 있는 건데 결론은 뭐? 부모님이 연세가 들어서 집에 돌
그 시각 강지혁은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갖다 댔다.“한지영 씨도 가끔 덕담 많이 하네?”“무슨 덕담?”임유진이 자연스럽게 물었다.“남편 잘 골랐다는 말.”강지혁이 대답했다.그녀는 숨을 깊게 몰아쉬며 얼굴이 더 빨개졌다.“혁아...”목소리까지 살짝 떨렸다.“1년 뒤에 우리 바로 결혼하자.”강지혁은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는 임유진을 1년 동안 기다려주기로 했다. 1년 뒤에 두 사람은 진짜 부부가 될 것이다.그런데 이 1년이 강지혁에게 왜 이토록 길게 느껴질까?자꾸 불안해지고 괜히 1년 안에 또 다른 변고가 생길 것 같고 그녀가 떠날 것만 같았다.사랑하면 할수록 두려운 감정도 강해지나 보다.여기까지 생각한 강지혁은 또다시 팔을 벌려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혁아, 이 손 좀 놔.”여긴 주방이라 딴 사람들이 볼까 봐 너무 부끄러웠다. 임유진은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도우미들이 들어오면...”“내 명령 없인 아무도 감히 못 들어와.”그는 살며시 속삭이며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 더없이 애틋하고 달콤한 키스였다!임유진은 순간 심장이 마구 쿵쾅댔다!요란스러운 심장 박동 소리가 다 들릴 지경이었다.“유진아.”그는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강제로 시선을 맞췄다.“너 그거 알아? 이 세상에서 아무도 나보다 널 더 사랑해주는 사람은 없어. 그러니까 얌전히 내 옆에만 있어. 그래 줄 수 있지”아무 데도 가지 마.딴 남자를 마음에 품지도 말고!이렇게 평생 그의 옆에서 그를 지켜주고 함께해주고 그에게 기댔으면 얼마나 좋을까!임유진은 가볍게 숨을 내쉬며 아련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주방의 불빛에 드리운 그녀의 눈망울은 순수하면서도 매혹적이고 아름다웠다.강지혁은 자꾸만 저도 몰래 그녀의 품에 얼굴을 파묻고 싶었다.이 모든 게 마치 아름다운 허상처럼 그를 현혹하고 있었다! 실로 당혹스러울 따름이다.“그래.”그녀의 빨간 입술 사이로 이 대답이 흘러나온 순간 강지혁은 또 한 번 제
한지영은 연관 기사를 싹 다 주변 지인, 친구들에게 보내며 다 함께 계정에 올리자고 부추겼다. 백연신에게도 카톡으로 기사를 보내며 문자까지 남겼다.[인스타 계정에 올려줘요. 댓글도 남겨주고요. 댓글은 15자 이상으로요.]커다란 회의실에서 그룹 임원 층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이상한 표정을 짓는 대표님을 물끄러미 쳐다봤다.백연신은 아주 많은 첫 경험을 한지영 덕분에 해보는 듯싶다.예를 들어 처음 그리 쉽게 한 여자에게 모든 경계를 풀고 먼저 다가가서 친해지는 것, 심지어 그녀의 한마디 말에 이 진심도 쉽게 바칠 수 있는 것.그리고 지금도 처음으로 카톡으로 이렇게 이상한 가십거리 기사를 받았고 인스타 계정에까지 올리라고 한다.그의 인스타에 과연 어떤 사람들이 팔로우하는지 한지영은 생각이나 해봤을까?다만 그는 평소에 한지영에게 수없이 들어왔다. 진세령과 임유진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고 한지영은 진세령을 어느 정도로 미워하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진씨 일가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도 별로 두렵진 않아. 백연신이 지금 이 자리에 앉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렸는데 그까짓 진씨 일가가 뭐라고.그런데 정작... 실눈을 뜨고 카톡으로 한지영에게 이런 식으로 질문했다.[내가 왜 널 도와줘야 하는데?]잠시 후 그녀의 답장이 도착했다.[연신 씨는 내 남자친구니까요!]부탁한다는 이모티콘까지 첨부했다.백연신은 순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이 여자는 가끔 그를 화나서 발을 동동 구르게 하다가도 또 가끔은 이토록 귀엽게 애교를 부린다니까.그녀와 함께 있을 때만이 진짜 긴장이 풀리고 심신이 안정되며 더는 속고 속이는 무언의 경쟁을 신경 쓸 필요도 없고 음모에 가득 찬 이 속세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다.바로 이 때문에 백연신은 줄곧 그녀를 잊지 못했고 사처에 수소문하며 드디어 찾아냈다. 전에 분명 복수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좀처럼 그녀에게 앙심을 품을 수가 없었다.심지어 연인이라는 명의로 그녀를 옆에 꼭 묶어두고 싶었다.그런데 그녀는 아직도 그가 언제 복
퇴근 후 백연신이 한지영을 픽업하러 왔다. 차 안에서 그녀는 여전히 가십거리 기사와 댓글로 분주히 보내며 기필코 그 기사를 실검에 올릴 작정이었다.한편으로 ‘전투’를 시행하면서 그에게 말했다.“진씨 일가 진짜 너무 비겁해요. 끈질기게 실검 기사 내리는 거 봐요. 그냥 뒀더라면 지금쯤 아마 실검 1위에 올랐을 거라고요.”“1위 했으면 좋겠어?”백연신이 물었다.“당연하죠. 내가 지금 뭣 때문에 바삐 돌아치는데.”그녀는 구시렁댔지만 손동작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기사 하나 실검에 올리는 것뿐인데 뭐가 그렇게 바빠?”백연신이 말했다.“이렇게라도 안 하면 아예 가망이 없다고요.”한지영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실검을 돈 주고 살 수 있다는 거 너 설마 모르는 건 아니지?”그의 말을 들은 순간 한지영은 큰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몸을 움찔거리더니 머리를 번쩍 쳐들고 고양이처럼 두 눈을 반짝였다.왜 그걸 깜빡했지? 이 남자는 딴 건 몰라도 돈은 끝내주게 많잖아! 실검 하나 사는 건 식은 죽 먹기일 텐데!돈을 위해, 실검을 위해, 계속 진세령을 짓밟기 위해 한지영은 불쑥 요염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연신 씨가 날 위해 실검 사주실래요?”“내가 왜? 오늘 낮에 이미 네 부탁 받고 인스타에 기사도 올렸는데.”백연신이 넌지시 말했다.한지영은 잠시 고민하더니 동의한다는 듯이 더 물었다.“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실검 사주실래요?”그녀는 겸허하게 그의 뜻을 물었다.“지금 네가 뭘 해야 내가 실검을 살만한 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그가 되물었다.“나 두들겨 패게요?”곰곰이 생각해봤는데 그는 복수하기 위해 그녀를 만나주는 거니까 이참에 화끈하게 얻어맞는 것도 좋을 듯싶었다.백연신은 두 눈을 희번덕거렸다. 이 녀석의 머리엔 대체 뭐가 들어있는 걸까? 옆에 남겨두고 연애도 하고 있는데 정말 전혀 눈치 못 챘다고?백연신은 핸들을 돌리고 길옆에 급정거했다.“탁.”그는 문득 안전펠트를 풀고 몸을 기울여 그녀의 입술에 터프하게 키스했다.한지영은
그런데 왜? 지금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과 그 속에 담긴 감정은 이토록 그윽한 걸까?심지어 그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사랑한다고? 말도 안 돼!백연신은 마땅히 그녀를 죽을 만큼 증오해야 한다! 그해 그녀는 백연신과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예 잠수타버렸다!“난...”한지영은 입술을 꼭 깨물고 미처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백연신은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진세령 연예계에서 매장당한 기사 실검 1위로 올려... 아 참, 잠깐만.”그는 문득 고개 돌려 한지영에게 물었다.“실검에 며칠 동안 걸어둘까?”“네?”한지영은 두 눈을 깜빡거리며 미처 반응하지 못하다가 무심코 대답했다.“3일이요.”“3일 동안 걸어둬.”백연신은 전화기 너머의 상대에게 분부한 후 통화를 마치고 휴대폰을 다시 넣었다.“이제 소원 성취했지?”한지영은 다시 두 눈을 깜빡거렸다. 이렇게 해결됐다고?!그녀가 반나절이나 애써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한 번의 키스로, 한 통의 전화로 바로 오케이 됐다고?그녀는 문득 자신의 키스가 나름대로 값지게 느껴졌다. 다만 백연신이 실검 1위에 이 기사를 올리는 비용이 과연 얼마나 들었을까?...기사를 내릴 수가 없다! 진세령은 가족의 도움을 빌려도, 자신이 동용할 수 있는 모든 인맥을 끄집어내도 연예계에서 매장당한 기사를 실검 1위에서 내릴 수가 없다!누구야?! 대체 누구 짓이야?!강지혁?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가 있는 걸까? 연예계에 그녀를 질투하는 사람이 많으니 이 기회에 나락으로 떨어트리려는 사람도 많겠지.“아직도 누구 짓인지 조사해내지 못했어?”진세령이 전화에 대고 매니저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상대의 정체가 너무 신비로워 도저히 찾아낼 수가 없어.”매니저가 말했다.“네 기사를 세 날 동안 실검 1위에 올린다는 것밖에 몰라.”“뭐라고?!”진세령은 믿을 수가 없었다. 한 시간도 버틸 수 없는데 사흘이라니? 이게 말이 돼?!“돈은 얼마든지 상관
“언니가 말했어. 강지혁 같은 남자는 절대 한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강지혁은 여자를 믿지 않아. 이 세상에서 오직 저 자신만 믿을 거야. 강지혁은 바로 그런 사람이거든!”임유진이 그의 경계를 전부 내려놓는다면 모를까,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면... 진세령의 눈빛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강지혁은 미친놈이다. 애초에 진애령은 그에게 흠뻑 빠져있었다. 강지혁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기어코 그와 결혼하려고 애를 썼다.그런데 언니가 사망한 후 강지혁은 언니를 위해 눈물 한 방울도 안 흘렸다.이젠 임유진이 처참한 대가를 치를 때가 되었다.임유진 때문에 진세령은 이 신세가 되었으니. 그녀가 강지혁에게 버림받는 날까지 기다렸다가 또 한 번 그녀에게 죽음의 고통을 맛보여줄 것이다!...소씨 일가에서 많은 인맥을 동원하고 돈도 적잖게 썼지만 진세령의 연예계 매장 기사는 실검 1위에서 내려올 기미가 없었다. 족히 3일 동안 굳건히 1위를 차지했다.진씨 일가와 소씨 일가에서 얻은 정보에 의하면 이 기사를 실검 1위에 올려놓으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진세령은 이제 철저히 망신을 당했다.한지영은 매일 실검 1위를 보며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고 백연신에게도 칭찬을 남발했다. 심지어 실검 1위 기사를 캡처해 사진으로 인화하여 기념하기도 했다.그 모습에 백연신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아 참, 유진아. 모레면 네 생일인데 강지혁 씨 집에서 보내?”한지영이 전화해서 물었다.전에 임유진은 올해 생일이 마침 외할머니의 49재 다음날이라 성대하게 지내고 싶지 않다고 했다.“맞아. 그때 가서 연신 씨랑 같이 와. 물론, 연신 씨가 시간이 된다면.”임유진이 초대했다.“알았어. 잠깐만, 지금 바로 물어볼게.”한지영은 머리 들어 코앞에 서 있는 백연신에게 물었다.“유진이 모레 생일이에요. 나랑 함께 가줄 시간 돼요?”“응, 돼.”백연신이 대답했다. 임유진은 한지영의 베프이다. 그녀가 초대했으니 백연신
“어차피 금방 돌아올 거라서 너까지 번거로울 필요는 없는데, 거기까지 가는 거 귀찮지 않아?”임유진이 물었다.“안 귀찮아. 네 외할머니잖아.”강지혁의 단호한 목소리에 임유진은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 나며 동시에 코가 시큰거려 그대로 그를 꽉 껴안았다.사랑받는다는 건 아마 이런 기분일 듯싶었다.강지혁은 품에 안긴 임유진을 보며 예쁘게 웃더니 머리카락을 어루만져주었다.“생일 때 빌고 싶은 소원 같은 건 있어?”소원이라...출소하고 난 뒤 그녀가 가장 원했던 건 사건을 뒤집고 결백을 찾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소원을 이뤘으니 지금 그녀에게 가장 큰 소원이라고 하면 아마...“내 소원 들어주려고?”임유진이 고개를 들고 그의 눈을 마주친 채 물었다.“응, 네가 원하는 거면 내가 무슨 짓을 해서든 다 들어줄 거야.”“그럼 나 생일 때, 그때 말해줄게.”그녀의 소원은 그가 무리할 필요도 없고 엄청나게 큰 노력을 들일 필요도 없다. 임유진이 원하는 건 그저 강지혁이 그녀를 온전히 믿는 것이다. 그녀가 이토록 깊게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고 불안해하는 모습과 약해진 모습을 더는 보이지 않길 바라는 것이다.강지혁이 아파하면 그녀 역시 마음이 아프니까.“알았어. 그럼 생일 때 얘기해 줘. 뭐든 들어줄 테니.”같은 시각.이경빈은 지금 호텔 로열 스위트 룸 창문 앞에 서서 불빛이 반짝이는 거리를 바라보며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나 당분간 S 시에 머무르다 갈 거야.”“왜요? 협력 건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요?”공수진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으면서도 이경빈의 목소리가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다.“그런 건 아니고 다른 볼 일이 생겼어.”이경빈이 더는 캐묻지 말라는 듯이 말하자 공수진도 곧장 화제를 바꿨다.“참, 부모님이 우리 언제 결혼하냐고 계속 재촉해요. 아빠가 결혼 날짜는 10월로 정하는 게 좋다고 하던데 경빈 씨는 어때요?”결혼?이경빈은 이 화제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 미간을 찌푸렸다.공수진은 그가 선택한 사람이니 결혼을 하게 되
‘이곳 어딘가에 탁유미 그 여자가 있는 거겠지?’몇 년간 그녀는 마치 풀지 못한 저주처럼 이경빈의 마음을 헤집어 놓았다.이긴 건 분명 그일 텐데 왜 그는 하나도 행복하지 않은 걸까? 이경빈은 매번 그녀가 떠오를 때마다 누가 심장을 둔기로 때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이런 감정을 잠재우려면 탁유미를 찾아내는 방법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철저하게 그녀를 자신의 마음속에서 지워버려야 한다!...다음날, 강씨 저택 기사는 임유진을 태우고 마을로 향했다.얼마 후,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그녀가 차에서 내려 외할머니댁으로 들어갔다.오늘은 임유진 외할머니의 49재로 노씨 집안은 평소 안면이 있던 스님을 집에 모셨고 친척들과 이웃 주민들은 벌써 도착해 있었다.임유진은 앞으로 다가가 흑백사진 속 외할머니 얼굴을 바라보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다.어머니 다음으로 그녀를 보살펴주고 아껴주던 사람이 바로 외할머니였다.3살에서 9살이 되기까지 외할머니는 그녀에게 부모나 다름없었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외할머니, 제가 이제 크면 돈을 엄청 많이 벌어서 할머니 호강시켜 줄게요!”어릴 적 임유진은 항상 외할머니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하지만 호강시켜드리기도 전에 외할머니는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돼버렸고 그녀의 곁을 떠나버렸다.눈을 감기 전 그녀의 외할머니는 간호사에게 부탁해 임유진에게 전화를 넣어달라고 했다. 아마 자신이 떠난 후 혼자 남게 될 임유진이 눈에 밟혔을 것이다.‘할머니, 혹시라도 내 걱정은 하지 마세요.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혁이가 옆에서 날 지켜주고 사랑해줄 거예요.’임유진은 속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전한 후 예의를 갖춰 절을 올렸다.그녀의 첫째 삼촌과 둘째 삼촌은 임유진이 절을 올린 후 그녀의 손을 잡으며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자신들의 조카 남자친구가 강지혁이라고 안 뒤부터 그들은 더는 그녀를 건드릴 엄두가 안 났다.또한, 일전 자신들의 조카를 마을에 있는 바보에게 시집보내려고 했던 사실도 있었기에 행여 강지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