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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0화

어릴 적 강지혁은 행여나 이 노인의 눈 밖에 날까 봐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그러다 지금 드디어 한때는 자신의 운명을 쥐고 있던 노인이 나이가 들었다.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라고는 하지만 피가 섞인 외에 가족 간의 정은 아마 얼마 없을 것이다.

"저 임유진과 결혼해요."

청량한 목소리가 정적을 깨웠고 강지혁은 마치 통보하듯 말을 내뱉었다.

"결혼?"

강문철이 피식 웃었다.

"그 여자는 우리 강씨 집안과 어울리지 않아."

"그건 내가 정해요."

강지혁은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고 강문철은 우습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네가 지금 그 여자 사건까지 뒤집고 있다지?"

강문철은 병상에 계속 누워있지만 그렇다고 소식까지 느린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보다 알고 있는 것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 여자는 아니? 그 사건에 사실 너도 엮여 있었다는 거."

강문철은 여유롭게 물었고 강지혁의 얼굴은 금세 어두워졌다.

"전에도 말씀드린 것 같은데요. 난 그 일을 절대 유진이가 모르게 할 예정이라고."

"그럼 내가 대신 말해줄까? 그 여자가 그걸 알고도 너와 결혼하겠다고 하는지 궁금하구나. 만약 돈이 목적인 여자라면 그 사실을 알고도 저와 결혼할 테지. 강씨 가문의 며느리가 되면 앞으로 막대한 재산을 손에 쥐고 휘두를 수 있을 거니까. 다만 지혁아, 너는 네 어미처럼 돈만 밝히는 그런 여자를 원하는 거냐?"

지금의 강문철은 마치 악마처럼 두 개의 막다른 길을 강지혁이 앞에 내어주었다. 만약 임유진이 사실을 알고 그를 포기한다면 당연히 결혼은 못 하게 될 것이고 만약 그를 포기하지 않고 결혼을 원한다면 임유진은 강씨 일가의 돈 때문에, 돈을 보고 결혼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꼴이 된다.

그리고 강지혁은 돈만 보고 아버지와 결혼한 어머니를 극도로 경멸하고 미워했다.

그래서 이 사실을 임유진이 알게 되는 순간 결혼은 물 건너가게 되는 것이다.

강지혁은 얼굴을 굳히더니 천천히 병상 옆으로 다가왔다.

강문철의 옆을 지키던 비서가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도련님, 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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