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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1화

강문철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직접 키운 아이기는 하지만 도저히 입맛대로 다룰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는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고 있고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고 있다.

"너 이렇게 보니 정말... 네 아버지를 많이 닮았구나."

강문철은 조금 복잡한 눈으로 자기 손주를 바라보았다. 그때 당시 강선우도 강문철의 앞에서 강지혁의 엄마와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그녀를 위해서라면 강씨 집안 도련님 신분 따위 포기해도 상관없다고 했었다.

마치 강문철이 일궈놓은 것이 전혀 값어치가 없다는 것처럼 말이다.

강지혁은 그의 말에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

"하지만 언젠간 후회할 거다. 네 아버지처럼 후회할 거야..."

강문철은 강선우를 떠올리며 입을 열었고 강지혁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확고하게 답했다.

"난 후회 안 해요. 유진이를 사랑하고 유진이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은 건 아마 제일 잘한 일일 거예요."

"그러냐? 하하하..."

강문철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후회를 안 한다라... 말은 쉽지. 그런데 네가 후회하는 꼴을 내가 볼 수 있겠는지 모르겠구나."

"그럼 더 오래 사시던가요."

강지혁은 강문철을 빤히 바라보며 말해다.

"백 세까지 사셔서 내가 얼마나 후회 안 하고 잘살고 있는지 한번 보세요. 그때가 되면 아마 나와 유진이 사이에서 나온 아이도 볼 수 있을지 모르죠. 그리고 그게 더 재밌지 않겠어요?"

강지혁은 말을 마친 후 발에 힘을 풀었고 바닥에 깔려있던 비서는 얼른 일어나 옷매무새를 정리하고는 강문철을 향해 물었다.

"회장님, 괜찮으세요?"

강문철은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손주를 바라보았다.

"내가 정말 백 세까지 살았으면 좋겠냐?"

"네."

강지혁이 옅게 웃었다. 아까까지만 까만 눈동자에 서려 있던 살기는 어느샌가 사라지고 없고 그 대신 부드러움이 자리 잡았다.

"할아버지, 백 세까지 사시라고 한 말 진심이에요. 제가 아버지와 달라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지 할아버지도 드디어 깨달으시는 날이 오겠죠."

그 말을 끝으로 강지혁은 병실을 나갔다.

강문철의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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