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639화

Author: 유진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2-08 18:00:00
임유진은 얼른 입을 헹구고는 잔뜩 붉어진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진짜야?"

"내가 거짓말하는 거 같아?"

강지혁이 되묻자 그녀는 열심히 어제의 기억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어제, 한창 술을 마시고 있을 때 어떤 여자가 다가왔고 강지혁에게 관심 있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다 임유진은 강지혁을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여자에게 화가 났고 그 뒤로는 또다시 생각이 안 났다. 하지만 정황상 강지혁이 거짓말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난 기뻤어."

강지혁이 말했다.

"난 누나가 어제처럼 다른 여자들 앞에서 내가 누나 거라고 선언하는 거 너무 좋았다고."

입꼬리를 말아 올린 채 예쁘게 웃는 강지혁에 임유진은 순간 민망함이 싹 가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씻고 나온 후 임유진은 숙취해소제와 뜨끈한 국물로 해장했다.

식사를 마치자 강지혁이 그녀를 향해 얘기했다.

"오늘 고이준이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리스트를 가지고 올 거야. 그러면 누나가 보고 어떤 디자이너가 제일 마음에 드는지 골라."

콜록콜록.

임유진은 침에 사레들릴 뻔했다.

다른 사람은 결혼하면 웨딩드레스를 고른다는데 그녀는 디자이너를 골라야 한다고?

오후가 되자 고이준이 디자이너 리스트를 가져왔고 임유진은 그제야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라는 걸 깨달았다.

일반 사람은 그들에게 옷 한 벌 부탁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인데 웨딩드레스는 감히 꿈도 못 꿀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지금 디자이너 한 명도 아닌 여러 명 중에서 고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옆에는 디자이너들이 지금까지 제작한 웨딩드레스와 이브닝드레스 사진이 있었는데 하나하나가 다 걸작이 아닐 수 없었다.

"유진 씨, 이것들은 절대 급하지 않으니 천천히 보시고 저한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혹 디자이너분과 소통하고 싶으시면 마찬가지로 저한테 말씀해주세요. 바로 안배하겠습니다."

고이준은 비서답게 평온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지만 속은 이미 난리가 났다. 강지혁이 드디어 결혼을 결심했으니까!

심지어 결혼 상대는 바로 임유진! 물론 고이준도 강지혁이 임유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640화

    어릴 적 강지혁은 행여나 이 노인의 눈 밖에 날까 봐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그러다 지금 드디어 한때는 자신의 운명을 쥐고 있던 노인이 나이가 들었다.할아버지와 손자 사이라고는 하지만 피가 섞인 외에 가족 간의 정은 아마 얼마 없을 것이다."저 임유진과 결혼해요."청량한 목소리가 정적을 깨웠고 강지혁은 마치 통보하듯 말을 내뱉었다."결혼?"강문철이 피식 웃었다."그 여자는 우리 강씨 집안과 어울리지 않아.""그건 내가 정해요."강지혁은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고 강문철은 우습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네가 지금 그 여자 사건까지 뒤집고 있다지?"강문철은 병상에 계속 누워있지만 그렇다고 소식까지 느린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보다 알고 있는 것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그 여자는 아니? 그 사건에 사실 너도 엮여 있었다는 거."강문철은 여유롭게 물었고 강지혁의 얼굴은 금세 어두워졌다."전에도 말씀드린 것 같은데요. 난 그 일을 절대 유진이가 모르게 할 예정이라고.""그럼 내가 대신 말해줄까? 그 여자가 그걸 알고도 너와 결혼하겠다고 하는지 궁금하구나. 만약 돈이 목적인 여자라면 그 사실을 알고도 저와 결혼할 테지. 강씨 가문의 며느리가 되면 앞으로 막대한 재산을 손에 쥐고 휘두를 수 있을 거니까. 다만 지혁아, 너는 네 어미처럼 돈만 밝히는 그런 여자를 원하는 거냐?"지금의 강문철은 마치 악마처럼 두 개의 막다른 길을 강지혁이 앞에 내어주었다. 만약 임유진이 사실을 알고 그를 포기한다면 당연히 결혼은 못 하게 될 것이고 만약 그를 포기하지 않고 결혼을 원한다면 임유진은 강씨 일가의 돈 때문에, 돈을 보고 결혼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꼴이 된다.그리고 강지혁은 돈만 보고 아버지와 결혼한 어머니를 극도로 경멸하고 미워했다.그래서 이 사실을 임유진이 알게 되는 순간 결혼은 물 건너가게 되는 것이다.강지혁은 얼굴을 굳히더니 천천히 병상 옆으로 다가왔다.강문철의 옆을 지키던 비서가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도련님, 뒤로...

    Last Updated : 2024-02-08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641화

    강문철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직접 키운 아이기는 하지만 도저히 입맛대로 다룰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는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고 있고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고 있다."너 이렇게 보니 정말... 네 아버지를 많이 닮았구나."강문철은 조금 복잡한 눈으로 자기 손주를 바라보았다. 그때 당시 강선우도 강문철의 앞에서 강지혁의 엄마와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그녀를 위해서라면 강씨 집안 도련님 신분 따위 포기해도 상관없다고 했었다.마치 강문철이 일궈놓은 것이 전혀 값어치가 없다는 것처럼 말이다.강지혁은 그의 말에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하지만 언젠간 후회할 거다. 네 아버지처럼 후회할 거야..."강문철은 강선우를 떠올리며 입을 열었고 강지혁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확고하게 답했다."난 후회 안 해요. 유진이를 사랑하고 유진이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은 건 아마 제일 잘한 일일 거예요.""그러냐? 하하하..."강문철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후회를 안 한다라... 말은 쉽지. 그런데 네가 후회하는 꼴을 내가 볼 수 있겠는지 모르겠구나.""그럼 더 오래 사시던가요."강지혁은 강문철을 빤히 바라보며 말해다."백 세까지 사셔서 내가 얼마나 후회 안 하고 잘살고 있는지 한번 보세요. 그때가 되면 아마 나와 유진이 사이에서 나온 아이도 볼 수 있을지 모르죠. 그리고 그게 더 재밌지 않겠어요?"강지혁은 말을 마친 후 발에 힘을 풀었고 바닥에 깔려있던 비서는 얼른 일어나 옷매무새를 정리하고는 강문철을 향해 물었다."회장님, 괜찮으세요?"강문철은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손주를 바라보았다."내가 정말 백 세까지 살았으면 좋겠냐?""네."강지혁이 옅게 웃었다. 아까까지만 까만 눈동자에 서려 있던 살기는 어느샌가 사라지고 없고 그 대신 부드러움이 자리 잡았다."할아버지, 백 세까지 사시라고 한 말 진심이에요. 제가 아버지와 달라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지 할아버지도 드디어 깨달으시는 날이 오겠죠."그 말을 끝으로 강지혁은 병실을 나갔다.강문철의 눈에

    Last Updated : 2024-02-09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642화

    "다만, 뭐?"강지혁이 물었다."내 몸에 흉터가 좀 많아서 웨딩드레스는 전신을 감싸는 듯한 디자인 밖에 할 수 없을 거야. 노출이 많으면 흉터가 드러나잖아."임유진은 조금 민망해 하며 말했다.하지만 그 모습에 강지혁은 또다시 마음이 찌릿하게 아파왔다."보수적인 디자인도 좋아. 난 내 신부가 노출이 많은 옷을 입는 거 싫어."강지혁은 입꼬리를 씩 올리고는 임유진을 꼭 끌어안았다."솔직히 말하면 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노출이 하나도 없었으면 좋겠어. 누나도 알지? 나 소유욕 엄청나게 강한 거.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 여자를 아예 보지 말았으면 좋겠어."임유진은 그의 말로 민망했던 마음이 싹 가셨다."혁아, 고마워."임유진이 중얼거렸다."나, 누나 기분 생각해서 이런 말 하는 거 아니야. 진심이야."강지혁은 입술로 임유진의 얼굴을 이리저리 비비적거리며 말했다."나는 누나 몸에 흉터가 있다고 해도 상관없어. 그 흉터마저 소유하고 싶으니까. 가능하면 어디 무인도에다 누나를 가둬두고 나만 보고 싶은 기분이야. 그러면 누가 뺏어갈 일도 없을 테니까."임유진이 피식 웃었다."누가 날 뺏어가."강지혁은 대답 대신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임유진은 모를 것이다. 그녀가 강지혁을 얼마나 떨리게 하고 미치게 하는지. 그리고 그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또 얼마나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지.그건 마치 어떻게 할 수 없는 임유진만의 마력과도 같았다. 그리고 강현수도 그걸 똑같이 느꼈을 것이다.그 증거로 강현수는 임유진이 자신이 찾는 여자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결국 끌려버리고 말았다.임유진은 고심 끝에 디자이너를 골랐다. 해당 디자이너의 작품을 보면 클래식하고 보수적인 스타일이 많았고 그것이 그녀의 요구에도 꼭 들어맞았다.강지혁도 물론 그녀가 좋다고 하면 다 좋았다."참, 우리 결혼하는 거 너희 할아버지가 허락하실까? 반대하시면 어떡해?"임유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허락은 안 하시겠지만 이건 우리 결혼이야. 난 할아버지 의견 필요 없어."강

    Last Updated : 2024-02-09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643화

    임유진은 그 어린 강지혁이 그 저택에서 혼자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고 무서웠을지 너무나도 상상이 갔다. 하나밖에 없는 핏줄에게서는 가족의 정을 느끼지 못하고 심지어는 언제든지 대체 당할 걱정까지 해야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강지혁은 그래서 부단히 강해질 수밖에 없었고 나약해질 기회조차 허락받지 못했다. 나약함을 보이는 순간 바로 버려질 게 뻔했으니까."어릴 때 많이 힘들었어...?"임유진은 눈앞에 있는 남자가 안쓰러워 미칠 것 같았다.그를 알기 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강지혁을 알았을 때 그녀는 위에서 고고하게 내려다보는 남자는 걱정 없이 편히 인생을 즐길 것만 같았다.하지만 지금 보니 걱정 없이 편히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강지혁이 현재 누리는 모든 것들은 어린 그가 힘들게 얻은 것이다.어린 나이에 다른 아이들은 상상조차 못 할 것들을 짊어지고 있었다."괜찮아."강지혁은 기다란 손가락으로 그녀의 볼을 어루만졌다. 지금 이 순간, 임유진의 눈동자에는 온통 강지혁밖에 없었다."모두 지난 일이고 적어도 지금은 내 걱정 안 해도 돼. 이제는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체할 수 없을 테니까."강지혁의 운명은 이제 오로지 그의 손에 쥐고 있으니까."응, 모두 지난 일이야."임유진은 그의 손을 잡고는 볼을 그의 손바닥에 비볐다."나한테 있어 너는 절대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없어."강지혁의 그녀는 꼭 이렇게 듣고 싶은 말만 해준다."그 말 영원히 잊어버리지 마."강지혁은 낮게 속삭이더니 허리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키스가 끝나고 임유진은 또다시 조금 전 문제로 돌아갔다."그럼 할아버지 쪽은 정말 이대로 내버려 둘 거야? 아니면 내가... 내가 만나볼까?"이 말을 하는 그녀의 몸이 살짝 떨렸다. 강문철을 향한 두려움을 어떻게 금방 떨쳐낼 수 있을까."아니야."강지혁이 말했다."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할아버지가 허락하든 안 하든 누나와 결혼 할 거야. 만약 할아버지가 누나한테 허락 안 한다고 하면 누나는 나와

    Last Updated : 2024-02-09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644화

    임유진은 탈의실로 들어가 웨딩드레스를 갈아입었고 한지영도 들어가 도왔다.한편, 탈의실 밖 대기 공간에는 강지혁과 백연신 두 남자가 앉아 있었다.백연신은 솔직히 강지혁이 이렇게까지 빨리 임유진과 결혼식을 올리게 될 줄은 몰랐다."임유진 씨 사건 곧 뒤집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요?"백연신이 먼저 화제를 찾아 말을 걸었다."소식이 빠르시네요."강지혁은 고개를 들어 백연신을 쳐다보았다."지영이가 임유진 씨 사건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어서요. 그래서 나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게 많아요."백연신이 말을 이었다."그런데 듣기론 강지혁 씨는 이번 사건의 원흉이 허재명이라고 하셨다면서요?"강지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백연신을 뚫어지게 바라보기만 했다."임유진 씨 사건, 나도 조사한 적 있어요. 허재명은 정말로 책임을 회피하려고 모든 걸 임유진 씨에게 덮어씌우려고 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때 당시 허재명은 사건이 종결된 후 바로 사직서를 내고 해외로 나갔어요. 그런데 누가 봐도 수상쩍은 행동을 한 그를 진씨 가문은 가만히 내버려 뒀죠."백연신의 질문에 강지혁이 차갑게 물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겁니까?""그저 진씨 일가도 수상하다고 생각됐을 뿐이에요."백연신이 웃으면서 말했다."그 당시 파일을 보면 진씨 일가는 마치 뭔가에 쫓기듯 서둘러 임유진 씨의 죄를 단정 지으려고 그뿐만 아니라 당시 언론매체나 여론도 재판부에 빨리 사건을 종결시키라는 이상한 부담을 줬더라고요. 그리고 비슷한 다른 사건과 비교해 봤을 때 이 사건은 유독 빨리 끝났기도 했고요."강지혁은 입을 꾹 다문 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고 그에 반해 백연신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물론 사회적 관심이 많이 쏠린 사건이니만큼 빨리 종결한 것도 있었겠죠. 하지만 지금 임유진 씨가 무죄라는 게 증명이 되면 진씨 가문이 당시 정말 숨기는 게 없는 건 맞는지 다시 한번 의심해 볼 필요가 있죠."강지혁은 묵묵히 듣고 있다가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백연신 씨가 이렇게나

    Last Updated : 2024-02-09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645화

    정말 천사가 아닐까...?강지혁은 마치 진짜 천사를 만난 사람처럼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아마 그에게는 임유진이 천사가 맞을 것이다. 메마른 그의 삶을 구제해주고 의미를 부여해줬으니 말이다.만약 임유진이 없었다면 강지혁은 아마 계속 그렇게 무의미한 채로 살았을 것이다."혁아, 어때?"임유진이 물었다.아까 문이 열리기 전 거울을 보는데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 그녀는 마치 딴 사람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드레스로 결정한 건 아니지만, 정말 너무 예뻐서 소리를 지를 만큼 마음에 들었다.아마 여자들의 마음속에는 모두 웨딩드레스를 향한 로망이 있는 듯싶다.어릴 적 임유진은 예쁜 웨딩드레스를 입고 입장하는 신부를 보며 언젠가는 자신도 저런 드레스를 입고 동화 속 왕자님과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그리고 지금... 임유진은 드디어 그녀만의 왕자님을 만난 것 같았다.그녀는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강지혁을 바라봤다. 그는 마치 모델처럼 정장을 너무 잘 소화했고 아마 기본 티에 츄리닝을 입혀도 강지혁은 여전히 멋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신이 내린듯한 정교한 이목구비는 그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해주었다."예뻐."섹시한 입술에서 간단명료한 두 글자가 튀어나왔다."나도 이 드레스 너무 예쁜 것 같아."임유진이 웃으며 대답했다."아니, 옷 말고 너."강지혁의 말에 그녀는 금세 얼굴이 핑크빛으로 달아올랐다.다른 남자들이 이런 말을 하면 느끼해 보이기만 하던데 왜 강지혁이 하면 이렇게나 설렐까?임유진은 아까부터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너 지금 순백의 천사 같아."강지혁은 허리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가까이 갖다 대고 임유진만 들을 수 있게 속삭였다."그래서 널 이대로 납치해 내 곁에만 두고 싶어."만약 정말 천사라면 강지혁은 임유진이 어디에도 못 가게 그녀의 양 날개를 부러트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임유진은 얼핏 들으면 조금 무서운 고백도 강지혁의 입에서 나와서 그런지 설레고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

    Last Updated : 2024-02-10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646화

    “파였어요? 난 모르겠는데.”한지영은 몸에 걸친 드레스를 훑어봤다. 그녀는 어깨가 드러난 이브닝드레스를 입었다. 치마 길이는 뒷면이 앞면보다 긴데 앞면은 무릎 위까지 내려오고 뒷면은 발목까지 내려온다.드레스 핏이 워낙 예뻐 그녀의 몸매를 한 층 업그레이드해주고 허리라인도 맞춤하게 잡아줬다.이건 여자들이 꿈에 그리던 완벽한 효과였다!한지영이 백연신에게 말했다.“나 이렇게 입으면 뭔가 좀 있어 보이고 섹시한 것 같지 않아요? 몸매도 훨씬 예뻐 보이고요.”백연신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한지영 얘는 여자 맞아? 내 앞에서 뭐가 있어 보인다느니, 섹시하다느니, 뭘 이렇게 거침없이 묻고 있어. 날 아예 남자로 안 보는 거야?’두 사람은 현재 명의상 애인 사이가 맞지만 한지영은 마음속으로 단 한 번도 그를 남자친구로 생각한 적이 없는 듯싶다!그녀에게 백연신은 그저 복수하고 빚이나 돌려받으려는 사람일 뿐이다.“너 진짜 이 옷 입고 신부 들러리를 할 생각이면 미리 말하는데 결혼식 날 예식장도 못 갈 줄 알아!”백연신이 싸늘하게 말을 내뱉었다!“연신 씨...”한지영이 그를 째려봤다.“왜 이래요 진짜. 고작 드레스일 뿐이잖아요!”“그럼 어디 해보시던가. 내가 보내줄 것 같아?”백연신이 말을 이었다.“세상 어떤 남자가 제 여자친구에게 노출이 심한 옷을 입히는 걸 좋아하겠어?”그녀의 몸매는 확실히 눈 호강할 만큼 날씬하고 예쁘다. 다만... 백연신만 보면 됐지 딴 남자들에겐 절대 보여줄 수 없다.게다가 강지혁의 결혼식에 수많은 하객이 참석하겠는데 그중에서 한지영에게 흑심을 품을 남자가 없을 거란 보장은 못 한다.한지영은 한심해서 말문이 막혔다. 왠지 백연신이라면 정말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그렇지만 그녀가 전에 백연신을 따라 연회에 참석했을 때 지금 한지영이 입은 드레스보다 훨씬 노출이 심한 드레스를 입고 온 여자들을 봐도 백연신은 노골적이란 말 한마디 없었다!요즘 드레스 중에 어깨를 가린 드레스가 몇 개나 된다고!백연신은

    Last Updated : 2024-02-10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647화

    외할머니는 얼마 전에 퇴원하시고 집에 돌아가 편히 휴식을 취하셔서 병이 차츰차츰 나아질 거로 알았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방금 병원 간호사에게 전화가 걸려 왔는데 그 간호사는 외할머니의 부탁을 받고 임유진에게 전화했다. 할머니가 지금 병원에 계시는데 상태가 매우 위독하시고 간헐적 혼수상태에 빠져있다고 했다. 한편 외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은 죽기 전에 임유진을 한 번 보는 거라고 하셨다!간호사는 외할머니가 이미 입원하신 지 3일이 되었다고 하는데 큰 삼촌, 둘째 삼촌, 그리고 셋째 이모까지 왜 아무도 그녀에게 전화해서 알리지 않았을까?오늘 간호사의 전화가 없었더라면... 그랬다면 임유진은 외할머니의 마지막 모습도 못 지켜봤을 것이다!‘아니, 아니야. 마지막 모습이라니, 그럴 리 없어.’임유진은 속으로 끝없이 되뇌었지만 휴대폰을 쥔 두 손은 점점 더 세게 떨렸다.이때 강지혁이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떨리는 두 손을 잡고 다정하게 말했다.“걱정 마. 무슨 일 있어도 내가 항상 옆에 있어.”임유진은 고개 들어 옆에 앉은 강지혁을 쳐다봤다.“혁아, 할머니가 만약 진짜...”‘죽음’이란 두 글자는 목에 걸린 듯 도저히 내뱉을 수 없었다.“나 어떡해? 할머니 잃고 싶지 않단 말이야!”가족 중에 외할머니만이 그녀를 진심으로 대했다. 나중에 제대로 효도해드리며 할머니를 모시고 여기저기 구경시킬 생각인데 이젠 그 희망들이 회색빛으로 변해버린 것만 같았다.잃고 싶지 않다고... 강지혁이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도 한때 엄마를 잃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엄마는 떠나갔다. 나중에 아빠도 잃고 싶지 않았지만 또 끝내 그의 곁을 떠났다.지금 강지혁이 지키고 싶은 사람은 임유진 한 명뿐이다!“유진아, 네겐 아직 내가 있어.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항상 옆에 있어 줄게!”강지혁이 부드럽게 말했다.그는 신이 아니다. 아무리 권력과 재력을 지녀도 생명 앞에선 가끔 무기력해질 따름이다.병실에서 노쇠한 어르신은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간신히 숨을 쉬며 버텨가는 중이었고

    Last Updated : 2024-02-10

Latest chapter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9화

    강현수는 강지혁에게는 시선 한번 주지 않고 임유진만 바라보았다.“만약 그 어느 날 강지혁이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더 이상 강지혁 곁에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 그때는... 내 곁으로 와줄래? 내가 널 돌 볼 수 있게 해줄래?”강현수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려 있었다.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기까지 상당히 많은 고민을 하고 또 용기를 낸 듯했다.어쩌면 지금이 그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강현수는 말을 마친 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아래로 내린 두 손도 덜덜 떨고 있었다.그의 얼굴에 어린 긴장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임유진은 그 얼굴에 잠깐 넋을 잃었다가 이내 자신의 손을 잡고 있던 강지혁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또 불안해하는 건가?임유진은 강지혁의 손을 꽉 맞잡고 강현수에게 말했다.“아니요.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지금이든 앞으로든 내가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혁이일 테니까요.”그녀의 단호한 말에 강현수의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어쩌면 흔들릴지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아주 손쉽게 저 먼 곳으로 내던져졌다.대체 뭘 기대한 걸까?강현수가 쓰게 웃었다.“혁아, 이만 가자.”이번에는 임유진이 강지혁의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갔다.그리고 곁에 있던 경호원들도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강현수는 제자리에 가만히 선 채 미동도 없었다. 임유진을 태운 차량이 서서히 멀어져 가는데도 그는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한편 임유진은 강지혁과 차에 올라탄 다음 곧바로 그의 볼을 매만졌다.“혁아, 너 얼굴이 왜 그래?”강지혁은 그녀의 손길에 움찔하더니 이제야 정신을 차린 듯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내 얼굴이 왜?”“안색이 안 좋아 보여. 꼭 무슨 일 있는 것처럼. 혹시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 때문에 회사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조금 얼이 빠진 듯하고 아까보다 확 어두워진 얼굴을 한 강지혁의 모습은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기에 임유진은 무척이나 걱정스러웠다.“아무것도 아니야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8화

    소민영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외쳤다.“고작 그때 손톱 좀 뜯기고 3년밖에 안 되는 감옥 생활한 거 가지고 우리 집안이 무너져야 해? 네가 뭔데? 네가 뭔데!”그녀는 줄곧 임유진을 무시했었다. 임유진이 강씨 가문의 안주인이 된 지금도 역시 그녀는 임유진을 당시 함부로 자신의 집안 며느리 자리를 탐냈던 주제넘은 여자로 보고 있다.소민영의 말에 임유진이 뭐라 하려는데 둔탁한 마찰음 소리와 함께 소민영의 머리가 힘껏 옆으로 돌아갔다.“임유진이 뭐냐고 했지. 임유진은 감히 너희 같은 인간들이 함부로 쳐다볼 수 없는 내 아내야.”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지혁은 모든 걸 다 얼려버릴 것 같은 눈으로 소씨 가문의 두 남매를 쳐다보았다.소민영은 그 눈빛에 손바닥으로 볼을 감싼 채로 그만 굳어버리고 말았다.그녀는 자신이 꼭 한낱 개미 같은 존재가 된 듯했다. 여기서 한마디만 더 하면 영원히 입을 열지 못하게 될 것만 같았다.소민영은 강지혁이라는 남자를 진심으로 두려워하고 있다. 아무리 사람을 홀릴 정도의 잘생긴 남자라고 해도 그녀에게는 그런 것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그래서 그녀는 입을 꾹 닫은 채 곧바로 소민준의 뒤로 숨었다.그리고 소민준은 이렇게 된 거 제대로 말은 해보려고 강지혁을 바라보았다.“강지혁 씨, 우리 집안은 늘 GH 그룹과 강씨 가문에 우호적이었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제발 봐주세요.”강지혁은 그런 그를 그저 담담하게 쳐다볼 뿐이었다.“진씨 가문과 소씨 가문 모두 그때 내 아내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가며 놓아주지 않았는데 나는 왜 당신들을 용서해야 하지?”그 말에 소민준의 얼굴이 당황으로 빨갛게 달아올랐다.“그... 그건 진씨 가문의 뜻이었어요. 저, 저희 집안은 그 일에 그 어떤 의견도 내지 않았어요.”“의견을 냈든 안 냈든 결과적으로 진씨 가문을 도와준 덕에 재미 좀 봤을 텐데?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은 그저 시키는 대로만 했다?”강지혁의 빈정거림에 소민준은 이를 꽉 깨물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7화

    임유진은 갑작스러운 소민준의 등장에 깜짝 놀랐다.오늘 장례식 참석 목록에 소씨 가문은 없었다. 그런데도 소민준이 이렇게 들어와 있다는 건 이곳 직원을 매수했던가 참석 인원에게 간절히 부탁한 게 틀림없다.소민준의 뒤로 소민영도 다리를 절룩거리며 다가왔다.“그런데 솔직히 우리 오빠한테 감사해야 하는 거 알죠? 오빠가 헤어져 주지 않았으면 강지혁 씨랑 결혼하지도 못했을 거 아니에요. 안 그래...”“소민영!”소민준은 소민영이 쓸데없는 소리로 임유진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크게 호통쳤다.“빨리 유진이한테 사과해!”그러고는 임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유진아, 미안해. 민영이가 철이 없는 거 너도 알잖아. 그리고 다시 한번 사과할게. 정말 미안해. 나나 우리 집안이나 너한테는 미안한 마음뿐이야. 한 번만 봐주라... 제발...”임유진은 그 말에 문득 일전 강지혁이 진씨 가문을 상대하려 했던 것이 떠올랐다.소민준이 장례식까지 찾아와 이렇게 비는 걸 보면 아마 진씨 가문을 건드리는 동시에 소씨 가문도 건드린 것 같다.“사실 나도 그때 너 그렇게 보내고 마음이 편치 않았어. 특히 네가 억울했다는 게 밝혀진 뒤로는 더더욱. 만약 내가 그때 널 위해서 진실을 밝히려고 했으면 네가 그런 고생은 하지 않아도 됐을 거야. 정말... 너를 볼 면목이 없어.”소민준의 얼굴에는 후회의 감정이 잔뜩 서려 있었다. 게다가 눈시울까지 붉어진 것이 아마 다른 여성들이 봤으면 그가 잘못한 게 무엇이든 바로 용서해주려고 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임유진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의 열연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그녀는 당시 진세령의 옆에 딱 붙어 서서 그녀의 손톱이 하나하나 뽑히는 걸 그저 지켜봤을 뿐만 아니라 피가 흥건한데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던 소민준의 모습이 여전히 눈앞에 선했다.심지어 그는 고통스러워하는 그녀를 보며 제일 후회되는 일이 바로 그녀와 함께했었던 일이라고까지 했다.그렇게도 차갑고 태도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남자인데 임유진이 지금 그의 아련한 얼굴을 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6화

    강현수의 시선이 너무 지독하게 한곳에 꽂혀있던 탓인지 조문객들이 하나둘 이쪽을 쳐다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강현수, 뭐 할 말 있어?”그때 강지혁이 임유진의 손을 잡으며 강현수를 노려보았다. 꼭 이 여자는 내 것이니 이만 꺼지라는 것 같았다.강현수는 잘 포개져 있는 두 사람의 손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결국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선을 떼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한은정은 그 광경에 그제야 안도한 듯 표정이 풀어졌다.물론 안도한 건 한은정뿐만이 아니었다. 임유진 역시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걱정하지 마. 아무 일도 없을 거야.”강지혁의 목소리가 귓가에 낮게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임유진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강지혁이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오늘은 할아버지 장례식이라 강현수도 뭔 짓을 하지는 않을 거야. 여기서 일을 벌이면 그건 집안 간의 대립으로 이어질 테니까.”강지혁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이내 임유진의 손을 더 꽉 잡았다.“강현수도 알 거야. 자기한테는 이제 그 어떤 기회도 없다는 걸.”그 뒤로 장례식은 순탄하게 진행됐다.임유진은 큰 배를 손으로 지탱하며 계속해서 강지혁의 곁을 지키다 조문객들이 조금 빠지고 나서야 밖에 있는 휴식 구역으로 가 휴식을 취했다.배 속의 아이들도 오늘은 분위기가 무거운 날인 걸 아는지 작은 태동만 있을 뿐 크게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았다.임유진은 의자에 앉아 습관적으로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아이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주었다.그때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 몇몇이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임유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멀지 않은 곳에 강현수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경호원은 그가 임유진의 곁으로 다가오지 못하게 적당히 거리를 두고 그를 제지했다.“나한테 뭐 할 말 있어요?”임유진이 먼저 물었다.강현수는 임유진의 얼굴을 보며 방금 그녀가 배 속의 아이들과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던 장면을 떠올렸다.무척이나 낯선 모습이었지만 그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5화

    게다가 이제는 강문철도 없으니 임유진이 강씨 가문이 안주인이라는 건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또한 임유진은 임신까지 했으니 아이들이 무사히 태어나면 그때는 그 누구도 그 자리를 감히 탐낼 수 없게 된다.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에 강지혁을 대하는 것처럼 그녀를 대했다.임유진은 강지혁의 아내로서 줄곧 강지혁의 곁에 있었다.강씨 가문은 S 시에서 가장 뿌리가 깊고 또 유명한 가문이라 장례식장도 컸고 조문객들도 훨씬 많았다.강지혁은 임유진이 무리라도 할까 봐 몇 번이나 그녀에게 이만 쉬라고 했지만 임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계속해서 그의 곁을 지켰다.“나 아직 괜찮아. 진짜 힘들면 너한테 얘기할게. 나도 내 몸 귀한 줄 알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임유진도 자신이 아이셋을 가진 임산부라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그때 조문객들이 입구를 바라보며 강현수의 이름을 불렀다.이에 임유진은 살짝 움찔하더니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려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그러자 익숙한 남자의 실루엣이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강현수와 마지막으로 본 것도 이제는 몇 달 전이었다.한때는 생사를 함께 했던 친구였는데 결국에는 썩 유쾌하지 않은 방식으로 헤어지게 되었다.강현수는 오늘 부모님과 함께 장례식에 참석했다.임유진이 그를 바라봤을 때 그의 시선 역시 임유진에게 닿아있었다.강현수는 임유진을 보자마자 옆으로 늘어트린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그토록 오래 찾아 헤맸던 사람을, 오랜 기간 마치 습관처럼 떠올렸던 사람을 그는 번번이 놓쳐버렸다.임유진과 다른 방식으로 다시 시작할 수도 있었는데 그는 그 가능성마저도 자기 손으로 부숴버렸다.그 결과 그녀는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었고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으며 지금 그 남자의 곁에 서 있게 되었다.강현수는 이제 영원히 그녀 곁에는 있을 수 없게 되었다.강현수네 가족이 강지혁과 임유진의 앞으로 다가왔을 때 강현수는 위로의 말을 건네는 부모님과 달리 아무 말도 하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4화

    어쩌면 강지혁은 줄곧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돌아온 그에게 유일한 버팀목이라고는 강문철밖에 없었으니까.“나는 솔직히 네 할아버지가 고마워. 혁이 너를 이렇게 멋있게 키워줬잖아. 그리고 나랑 만나게 해줬고.”임유진은 계속해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혁아, 네가 원하는 가족 간의 사랑은 앞으로 내가 줄게.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줄 거야.”그 말에 강지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임유진은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그가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 이미 다 알고 있었다.“아까 네가 그랬지?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게 다 다르다고. 그럼 너는? 네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뭔데?”강지혁이 임유진의 체향을 들이마시며 물었다.그녀의 냄새를 맡고 있으면 늘 이렇게 마음이 진정되고 몸이 편안해졌다.“나?”임유진은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혁이 너랑 우리 아이들이야.”“유진아, 나는 욕심이 많아. 나는 너를 그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아. 그게 우리 아이들이라고 해도 나는 싫어. 나는 내가 네 마음속 1순위였으면 좋겠고 너한테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이 눈을 깜빡였다.설마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을 질투하는 건가?“혁아, 너는 내 마음속 1순위야. 물론 아이들도 너무 중요하고 소중하지만 너랑은 결이 조금 달라. 혁이 너는 나한테 유일무이한 존재잖아.”임유진은 두 손을 둘러 가볍게 강지혁을 끌어안았다.이미 배가 불러올 대로 불러와 완전히 꼭 끌어안지는 못했지만 싸늘한 방 공기를 녹이기에는 충분했다.“내가 너한테 유일무이한 존재라고?”“응. 널 대신할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어. 물론 아이들을 낳고 진정한 엄마가 되면 어쩔 수 없이 아이들에게 더 신경을 쓰고 더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야. 이건 장담해. 그리고 네가 원하면 네가 원하는 방식대로 더 많이 널 사랑해줄게. 혁아,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3화

    별채로 가는 길에는 늘 조명이 켜져 있기에 어두운 저녁이라도 전혀 무섭지 않았다.임유진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강지혁이 방 한가운데 멀뚱히 서 있는 것이 보였다.강지혁은 불빛을 받으며 시선을 내린 채 바로 앞에 있는 냉동관을 그저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혁아.”임유진은 그를 부르며 천천히 옆으로 다가갔다.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강지혁은 상념에서 빠져나와 고개를 돌렸다.“오지 말라니까. 여기는 나 혼자 있으면 돼.”“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왔어.”임유진은 강지혁의 바로 앞에 서서 그의 볼을 매만졌다.지금은 1월이라 날씨가 무척이나 추웠다. 게다가 지금은 밤이고 별채 쪽에는 보일러도 없었기에 바깥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추웠다.“오늘 밤도 여기 있을 거야?”임유진이 물었다.“응. 그래도 날 키워주셨으니 할 도리는 다해야지. 내일 할아버지 장례식에 사람들 많이 올 거야. 너는 몸이 불편하니까 가지 말고 그냥 집에 있어.”“출산할 시기가 임박한 것도 아닌데 뭐. 내일 할아버지 장례식에 나도 참석할 거야. 만약 몸이 불편하거나 하면 바로 너한테 얘기할게.”강지혁은 그 말에 임유진의 손을 살짝 잡았다.“너한테는 좋은 기억 하나 없는 사람이잖아. 그런데 왜...”“네 할아버지잖아. 네 유일한 가족이잖아. 그러니까 아무리 나를 마음에 들지 않아 했어도, 아무리 끝까지 나를 손주며느리로 받아들이지 않았어도 나는 할아버지 가시는 길을 너와 같이 보내드려야 할 의무가 있어.”다른 건 없었다.그저 강지혁의 어린 시절을 곁에서 지켜줬다는 사실만으로도 임유진은 충분히 감사했다.강지혁은 그 말에 그녀의 손을 조금 세게 쥐었다.“할아버지가 마지막에 한 말은 신경 쓰지 마. 그 말은 그냥...”“알아. 네 할아버지는 그저 누군가를 깊게 사랑하는 것으로 행복한 결과를 낳을 거라는 걸 믿지 못하시는 분이었던 거지. 네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 일도 있고 네 아버지 일도 있어서 많이 무서우셨을 거야. 너도 나중에 불행하게 될까 봐.”임유진이 말했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2화

    강지혁은 마치 강문철에게 자신이 임유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주려는지 조금 격앙된 목소리로 얘기했다.강문철은 그 말에 눈동자를 돌려 자신의 유일한 손주를 노려보았다. 그러다 몇 초 후 이제는 모든 게 다 피곤한 듯 천천히 눈을 감으며 입을 열었다.“우리 집안에서... 여자한테 미친 인간 치고... 멀쩡한 사람을 못 봤다. 네가... 계속해서 이러면 너도 언젠가는...”강문철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는가 싶더니 이내 옆에 있던 종합모니터에서 삐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임유진은 그 소리에 강문철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누군가의 생명이 바로 눈앞에서 멎었다.조금은 무서웠던 노인이, 강지혁의 유일한 가족이었던 노인이 이렇게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모든 게 다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강지혁은 삐 소리가 들린 뒤로 임유진의 손을 꽉 잡았다. 그렇게 계속 힘을 주다가 임유진의 입에서 아프다는 소리가 들리고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리며 손을 놓아주었다.“미안. 아팠지?”강지혁은 어느새 빨개진 그녀의 손을 다시 잡으며 초조한 눈길로 물었다.“괜찮아. 그것보다 할아버지...”“응. 가셨어.”강지혁의 얼굴은 가족을 잃은 사람 같지 않게 무척이나 평온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게 아니라는 걸 임유진은 알고 있다.아무리 살가운 사이가 아니었어도 강문철은 강지혁의 할아버지고 유일한 가족이었다. 강선우가 죽은 뒤로 그의 곁을 지켜줬던 유일한 사람이었다.강지혁은 몸을 돌려 편히 잠든 강문철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그리고 임유진은 그런 강지혁의 옆에 서서 그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강문철의 장례식은 3일 뒤로 정했다.그 3일 동안 시신은 냉동관에 넣은 채 강씨 저택의 별채에 두기로 했다.그리고 그 3일 동안 강지혁은 그 어떤 외부인도 별채에 들이지 않았다.별채는 강씨 가문 사람 외에는 허락하지 않는 특별한 곳이었으니까.강선우가 죽었을 때도 그의 시신은 잠시 이 별채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의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51화

    강지혁은 임유진의 고집에 결국 알겠다며 그녀와 함께 집에서 나와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한 후 강지혁은 뒤따라온 경호원에게 임유진의 곁을 맡기고 혼자 병실로 들어갔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빼빼 마른 강문철이 흰색 병상 위에 가만히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남자도 병마와 세월 앞에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강문철은 강지혁이 안으로 들어온 것을 보더니 마지막 힘을 쥐어짜 입을 움직였다.“왔... 니...”“네, 저 왔어요.”강지혁이 곁으로 다가오며 대답했다.사실 강지혁은 강문철에게 대단한 가족 간의 정은 느끼지 못했다.실제로 강문철은 강지혁이 할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느낄만한 행동을 보여주지 않았으니까.강문철은 언제나 강지혁을 자신의 뒤를 이어 강씨 가문의 모든 것을 물려받을 하나의 장기 말로 여겨왔다. 물론 그 장기 말도 쓸모가 없었다면 진작 버렸을 것이다.“이제는... 강씨 가문의 모든 게 네 손에... 달렸다. 만약... 네가 가문을 망하게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강문철이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할 말은 그게 끝이에요?”강지혁이 강문철을 빤히 바라보았다.이에 강문철은 탁한 눈동자를 옆으로 굴려 병실 문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임유진... 그 아가씨... 밖에 있지? 들어오라고 해...”그 말에 강지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유진이 건드릴 생각하지 마세요.”“이 꼴로... 내가 뭘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어차피... 그 아가씨 옆에는... 네 사람 천지일 텐데.”강지혁은 그가 두 손으로 직접 키운 손주이자 가문의 후계자이기에 강지혁의 생각 같은 건 이미 훤히 꿰고 있었다.강지혁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자 강문철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저... 마지막으로 해줄 얘기가... 있어서 그러는 것뿐이다...”호흡이 점점 가빠지고 안색도 창백해진 것이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듯했다.강지혁은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발걸음을 옮겨 병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곧바로 임유진의 손을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