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어미 새가 아기 새에게 음식을 넣어주듯 그는 꽤 진지하게 이 동작을 반복했다.강지혁을 아는 사람이 이 광경을 봤으면 아마 놀란 나머지 현실부정을 할 것이다. 강지혁이 누군가의 식사 수발을 들어준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일 테니까.한편, 이 광경은 직접 눈앞에서 보게 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술집 손님들이다. 그들은 마치 영화 한 장면을 보듯 넋을 놓고 쳐다봤다.날은 벌써 어두워졌고 술집에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졌다. 기존에 있던 손님들은 물론이고 새롭게 들어온 손님들마저 시선을 강지혁과 임유진 쪽으로 돌렸다.강지혁은 원체 잘생긴 얼굴이고 특히 술집에서는 여성들이 대시하기 가장 좋은 인물일 테니까.그런 그가 정성스럽게 한 여자에게 이것저것 먹여주고 있으니 거기에 심장이 두근거리지 않을 여자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누구라도 임유진 자리에 자신이 들어가고 싶을 것이다.하여 몇몇 여성들은 강지혁의 옆에 임유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시도해보고 싶었다.술집은 불가능도 가능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런 곳이니까.몇 분 후, 꽤 예쁜 얼굴에 몸매가 가감 없이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은 여성 한 명이 강지혁 쪽으로 다가가 예쁘게 웃었다."나 여기 앉아도 돼요? 오늘 혼자 왔는데."그러고는 강지혁에게 유혹의 눈길을 보냈다. 가까이에서 보니 남자는 여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이런 남자라면 하룻밤 관계라도 선뜻 수락할 수 있다.다만 강지혁은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리더니 차갑게 경고했다."꺼져."그 말에 여자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버렸다. 객관적으로 봐도 자신이 남자 옆에 앉아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닌 여자보다 훨씬 예뻤으니까.여자는 혹시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한 건 아닌가 싶어 더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옆에 있는 그 여자 혹시 그쪽 친구예요? 이미 취해서 재미없을 것 같은데, 나는 그쪽 엄청 재밌게 해줄 수 있어요. 그리고 날 마음대로 해도 뭐라 안 할 건데."여자의 말은 명백한 섹스어필이었
여자는 남자가 너무 무서워 얼른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헌팅에는 실패했지만,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게 남자이니까."저... 저는 그럼 이만..."여자가 어색하게 웃으며 몸을 돌렸다."잠깐..."그때 임유진이 여자를 불러세웠다. 그러고는 뭔가 엄청나게 불만인 듯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여자는 당장이라도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기에 임유진의 말을 들었음에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그때 강지혁의 차가운 음성이 흘러나왔다."기다리라잖아."‘네?’여자는 그 말에 육성으로 반응하기도 전에 갑자기 나타난 건장한 남성들에게 잡혀버렸고 그대로 다시 강지혁의 테이블로 끌려갔다.여자는 지금까지 살면서 이토록 후회한 적이 또 있을까 싶었다. 남자 한 명 꼬시려다가 팔자가 꼬이게 생겼다."저기... 우리 일단 말로 하는 게 어떨까요? 혹시 내가 아까 말을 잘못한 게 있다면 당장 사과할게요. 네?"여자는 거의 울먹거리며 사정했지만, 강지혁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임유진을 향해 말했다."자, 봐봐. 네가 부른 사람 왔어."애정가득한 그의 얼굴은 그에게 사랑받으면 정말 행복하고 어떤 고난도 이 남자가 대신 해결해 줄 것 같은 그런 착각이 들게 한다.여자는 임유진이 그녀에게 뭐라고 할까 봐 잔뜩 긴장하며 얼어있었다. 술에 취한 이 여자가 혹 자신을 죽이겠다고 하면 옆에 앉은 남자가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배에 칼을 꽂을 것 같았다."너..."임유진은 비틀거리는 몸으로 술에 잔뜩 취해 말을 이었다."너 아직 우리 혁이 넘보지 않을 거란 말 안 했잖아!"여자는 그 순간 마음이 놓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런데 잠깐만... 잔뜩 겁주며 나를 데려온 게 고작 그 얘기를 안 해서?’"너... 끅... 우리 혁이 넘보면 안 돼!"임유진은 이제 트림까지 하며 이 말을 벌써 몇 번이나 내뱉었다. 아마 그녀에게 있어 이 말이 상당히 중요한 듯싶었다."저는 절대 혀, 혁이 씨를 넘보지 않을 겁니다!"여자는 선서만 안 했지 거의 맹세한 것과 다름없었다.임유진은 그제야
"이 남자 정말 내 거야?"임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떠오르는 생각 그대로를 입 밖으로 내뱉어버렸다.그러자 그녀의 말을 들은 남자는 예쁘게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에게 답했다."응, 나 네 거야."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임유진의 입술은 자연스럽게 그의 입술 위로 떨어졌다.‘강지혁은 내거니까 내가 어떻게 키스하든지 상관없을 거야.’...여자는 방금까지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또다시 마음이 설렜다.그 남자는 대체 누굴까? 경호원을 대동한 거 보면 범상치 않은 사람 같은데. 그리고 그 남자가 술 취한 여자를 안아 들고 술집을 나갔을 때 언뜻 보였던 그 시계, 그건 여자가 전에 인터넷에서 우연히 봤던 한정판 시계였고 아마 전 세계에 3개밖에 없다고 했었다.그리고 그 구매가는 백억이 족히 넘었다!여자는 자신이 잘못 봤거나 혹은 그 남자가 착용하고 있던 것이 가짜이거나 이 두 가지 가능성밖에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아주 만약에 그 남자가 착용한 게 진짜가 맞다면?여자는 순간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만약 정말 그 시계가 진짜가 맞다면 남자의 정체는 대체 뭘까...?한편, 강지혁은 임유진을 안아 든 채 그대로 차에 탔다. 그녀의 볼은 지금 빨갛게 달아올랐고 촉촉한 눈망울에는 여전히 취기가 감돌고 있었지만, 지금은 마치 별을 그대로 수놓은 듯 반짝거렸다.그녀의 손은 차에 올라타서도 아직 강지혁의 볼을 쓰다듬고 있었다."혁아..."그녀가 입을 벌리자 술 냄새가 확 풍겨왔다.다른 사람이었으면 불쾌함에 눈살을 찌푸렸을 테지만 강지혁은 이런 냄새마저도 향기로 느껴졌다."응? 왜? 아직 덜 마셨어?"그는 임유진의 볼에 붙은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애정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아니, 술은 이제 됐어. 나 먹고 싶어...""뭐가 먹고 싶어? 당장 사 오라고 할게."강지혁이 묻자 임유진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너..."그 말에 그는 잠깐 멈칫하더니 검은 눈동자가 사정없이 일렁였다.이 여자는 지금 자신이
그때 강지혁이 덥석 그녀의 양손을 잡고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유진아, 그만... 이제 충분해..."하지만 임유진의 눈동자는 마치 어린 악동처럼 반짝였다.충분하다고? 하지만 왜 그녀는 계속 부족하다고... 이대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임유진은 강지혁이 너무 갖고 싶었다. 이대로 계속 자신의 곁에만 있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곁에 있으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혁아..."임유진의 두 손이 또다시 그의 볼로 향했고 취기에 가득 찬 눈은 한참이 지나서야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너... 끄윽... 너무 예뻐."그녀는 트림하면서 중얼거렸다.마치 신이 빚은 듯한 남자의 얼굴은 만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인물처럼 현실성이 없어 보였다.‘이 남자가 정말 내 남자야? 그리고 나는 이 남자와 얼마 안 가 곧 결혼할 거고...?’"나 진애령 씨 사진 봤어... 너무, 너무 예쁘고 너랑도... 잘 어울렸어... 그때 뉴스에는 온통... 정말 온통 너희 얘기뿐이었어."임유진이 힘겹게 말을 이었다."너... 진애령 씨 사랑했니...? 왜... 왜... 진애령 씨가 죽었을 때 제대로 진실을 밝히지 않았던 거야...?"그녀의 말에 강지혁의 몸이 굳어버렸다.아마 이 말은 임유진이 맨정신일 때 마음속 깊은 곳에 꾹꾹 눌러 담았던 말일 것이다.강지혁은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는 조용히 읊조렸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뿐이야."강지혁은 진애령을 사랑한 적 없고 그때 그녀를 약혼녀로 선택한 것은 진애령이 그를 사랑했고 그녀의 집안이 강씨 일가에 도움이 돼줄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좋은 혈통의 후계자를 낳아줄 것 같아서였다.그때의 그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없어도 되는 것이라고 여겼고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일도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임유진은 마치 그의 말을 알아들은 듯 또다시 입을 열었다."사랑하지 않아도... 네 약혼녀였잖아... 너... 너는... 조사했었어야지... 왜... 왜 안 했어... 네가 그
"유진아, 나 용서해줘. 무슨 일이 있어도 나 용서해줘..."이 말을 강지혁은 항상 그녀가 잠들고 나서야 뱉을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을 보며 용서를 빌 용기가 없었으니까.임유진의 옷을 다 갈아 입힌 강지혁은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옷을 잡아당기더니 몽롱한 눈을 힘겹게 뜨고 입을 열었다."혁아, 용서할게..."강지혁은 온몸에 전율이 흐르더니 의문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뭘 알고 이러는 걸까?임유진은 빨갛게 변해버린 눈가를 하고는 천천히 입꼬리를 말아 올리더니 예쁜 웃음을 지었다. "난... 네가 왜 나한테 용서를 구하는지 모르겠지만 용서할게, 그게 뭐든 용서해줄 거야... 너는... 혁이니까..."그녀는 말을 마친 후 다시 눈을 감았고 재차 잠이 들었다.강지혁은 멍하니 임유진을 바라보다 허리를 숙이고는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그래, 나는 혁이야. 누나의 혁이야..."강지혁은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혹 임유진이 자신을 용서해주지 않아도 절대 놓아주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이제 임유진이 없는 강지혁은 강지혁이 아니니까....다음 날, 잠에서 깬 임유진은 두통에 시달렸다. 항상 과음한 다음 날은 이렇게 되어버렸고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이마를 주물렀다."머리 많이 아파?"그때 부드러운 남자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간지럽혔다.임유진은 그제야 강지혁도 이 방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조금, 많이 아픈 건 아니야."그 말인즉 이 정도의 고통은 아직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숙취해소제 준비하라고 얘기해 뒀으니까 일단 먼저 씻자."그 말에 임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막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강지혁이 한발 빨랐고 그는 그녀를 번쩍 안아들었다."아!"임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걸, 걸어가는 것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는데.""머리가 아프다는 사람이 걷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그래."강지혁은 단호하게 말하더니 그녀
임유진은 얼른 입을 헹구고는 잔뜩 붉어진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진짜야?""내가 거짓말하는 거 같아?"강지혁이 되묻자 그녀는 열심히 어제의 기억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어제, 한창 술을 마시고 있을 때 어떤 여자가 다가왔고 강지혁에게 관심 있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다 임유진은 강지혁을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여자에게 화가 났고 그 뒤로는 또다시 생각이 안 났다. 하지만 정황상 강지혁이 거짓말한 것 같지는 않았다."그래도 난 기뻤어."강지혁이 말했다."난 누나가 어제처럼 다른 여자들 앞에서 내가 누나 거라고 선언하는 거 너무 좋았다고."입꼬리를 말아 올린 채 예쁘게 웃는 강지혁에 임유진은 순간 민망함이 싹 가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씻고 나온 후 임유진은 숙취해소제와 뜨끈한 국물로 해장했다.식사를 마치자 강지혁이 그녀를 향해 얘기했다."오늘 고이준이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리스트를 가지고 올 거야. 그러면 누나가 보고 어떤 디자이너가 제일 마음에 드는지 골라."콜록콜록.임유진은 침에 사레들릴 뻔했다.다른 사람은 결혼하면 웨딩드레스를 고른다는데 그녀는 디자이너를 골라야 한다고?오후가 되자 고이준이 디자이너 리스트를 가져왔고 임유진은 그제야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라는 걸 깨달았다.일반 사람은 그들에게 옷 한 벌 부탁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인데 웨딩드레스는 감히 꿈도 못 꿀 것이다.그런데 그녀는 지금 디자이너 한 명도 아닌 여러 명 중에서 고를 수 있게 된 것이다.옆에는 디자이너들이 지금까지 제작한 웨딩드레스와 이브닝드레스 사진이 있었는데 하나하나가 다 걸작이 아닐 수 없었다."유진 씨, 이것들은 절대 급하지 않으니 천천히 보시고 저한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혹 디자이너분과 소통하고 싶으시면 마찬가지로 저한테 말씀해주세요. 바로 안배하겠습니다."고이준은 비서답게 평온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지만 속은 이미 난리가 났다. 강지혁이 드디어 결혼을 결심했으니까!심지어 결혼 상대는 바로 임유진! 물론 고이준도 강지혁이 임유
어릴 적 강지혁은 행여나 이 노인의 눈 밖에 날까 봐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그러다 지금 드디어 한때는 자신의 운명을 쥐고 있던 노인이 나이가 들었다.할아버지와 손자 사이라고는 하지만 피가 섞인 외에 가족 간의 정은 아마 얼마 없을 것이다."저 임유진과 결혼해요."청량한 목소리가 정적을 깨웠고 강지혁은 마치 통보하듯 말을 내뱉었다."결혼?"강문철이 피식 웃었다."그 여자는 우리 강씨 집안과 어울리지 않아.""그건 내가 정해요."강지혁은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고 강문철은 우습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네가 지금 그 여자 사건까지 뒤집고 있다지?"강문철은 병상에 계속 누워있지만 그렇다고 소식까지 느린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보다 알고 있는 것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그 여자는 아니? 그 사건에 사실 너도 엮여 있었다는 거."강문철은 여유롭게 물었고 강지혁의 얼굴은 금세 어두워졌다."전에도 말씀드린 것 같은데요. 난 그 일을 절대 유진이가 모르게 할 예정이라고.""그럼 내가 대신 말해줄까? 그 여자가 그걸 알고도 너와 결혼하겠다고 하는지 궁금하구나. 만약 돈이 목적인 여자라면 그 사실을 알고도 저와 결혼할 테지. 강씨 가문의 며느리가 되면 앞으로 막대한 재산을 손에 쥐고 휘두를 수 있을 거니까. 다만 지혁아, 너는 네 어미처럼 돈만 밝히는 그런 여자를 원하는 거냐?"지금의 강문철은 마치 악마처럼 두 개의 막다른 길을 강지혁이 앞에 내어주었다. 만약 임유진이 사실을 알고 그를 포기한다면 당연히 결혼은 못 하게 될 것이고 만약 그를 포기하지 않고 결혼을 원한다면 임유진은 강씨 일가의 돈 때문에, 돈을 보고 결혼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꼴이 된다.그리고 강지혁은 돈만 보고 아버지와 결혼한 어머니를 극도로 경멸하고 미워했다.그래서 이 사실을 임유진이 알게 되는 순간 결혼은 물 건너가게 되는 것이다.강지혁은 얼굴을 굳히더니 천천히 병상 옆으로 다가왔다.강문철의 옆을 지키던 비서가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도련님, 뒤로...
강문철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직접 키운 아이기는 하지만 도저히 입맛대로 다룰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는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고 있고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고 있다."너 이렇게 보니 정말... 네 아버지를 많이 닮았구나."강문철은 조금 복잡한 눈으로 자기 손주를 바라보았다. 그때 당시 강선우도 강문철의 앞에서 강지혁의 엄마와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그녀를 위해서라면 강씨 집안 도련님 신분 따위 포기해도 상관없다고 했었다.마치 강문철이 일궈놓은 것이 전혀 값어치가 없다는 것처럼 말이다.강지혁은 그의 말에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하지만 언젠간 후회할 거다. 네 아버지처럼 후회할 거야..."강문철은 강선우를 떠올리며 입을 열었고 강지혁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확고하게 답했다."난 후회 안 해요. 유진이를 사랑하고 유진이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은 건 아마 제일 잘한 일일 거예요.""그러냐? 하하하..."강문철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후회를 안 한다라... 말은 쉽지. 그런데 네가 후회하는 꼴을 내가 볼 수 있겠는지 모르겠구나.""그럼 더 오래 사시던가요."강지혁은 강문철을 빤히 바라보며 말해다."백 세까지 사셔서 내가 얼마나 후회 안 하고 잘살고 있는지 한번 보세요. 그때가 되면 아마 나와 유진이 사이에서 나온 아이도 볼 수 있을지 모르죠. 그리고 그게 더 재밌지 않겠어요?"강지혁은 말을 마친 후 발에 힘을 풀었고 바닥에 깔려있던 비서는 얼른 일어나 옷매무새를 정리하고는 강문철을 향해 물었다."회장님, 괜찮으세요?"강문철은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손주를 바라보았다."내가 정말 백 세까지 살았으면 좋겠냐?""네."강지혁이 옅게 웃었다. 아까까지만 까만 눈동자에 서려 있던 살기는 어느샌가 사라지고 없고 그 대신 부드러움이 자리 잡았다."할아버지, 백 세까지 사시라고 한 말 진심이에요. 제가 아버지와 달라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지 할아버지도 드디어 깨달으시는 날이 오겠죠."그 말을 끝으로 강지혁은 병실을 나갔다.강문철의 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