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혁 일행이 회의실로 들어가자 누군가가 정한나에게로 다가와 말했다."정한나 씨, 휴대폰 주시죠.""내가 왜!"정한나는 자신의 핸드폰을 꽉 쥐었다. 바보도 아니고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이대로 남의 손에 넘겨줄 리가 없었다.하지만 상대방은 마치 정말 바보를 보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강지혁 씨를 상대로 녹음 파일만 넘기면 되는 걸 다행으로 여기세요. 앞으로 허튼소리만 안 하면 임유진 씨도 당신을 가만히 내버려 둘 겁니다. 하지만 이 경고를 무시할 시에는..."사람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정한나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잠깐만, 당신 방금 뭐라고 했어? 강지혁?""네, 오늘 강지혁 씨가 임유진 씨를 데리고 이쪽으로 온 건 임유진 씨 사건을 뒤집기 위해서입니다."그 말에 정한나는 입이 떡 벌어졌다.강지혁... 임유진 남자친구가 강지혁이라고? 말도 안 돼! 그때 임유진이 차로 치어 죽인 사람이 바로 강지혁의 약혼녀잖아...그런데 이제는 사건까지 뒤집겠다고?! 그 말은 임유진이 살인자가 아니란 뜻이야?!그 순간, 정한나는 머리가 새하얗게 돼버려서는 아까 맞은 뺨이 욱신거리더니 이제는 살이 에일 것처럼 아팠다....임유진과 강지혁은 회의실로 들어왔고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전부 임유진이 아는 사람들이었다. 로펌 대표도 있었고 그녀가 막 로펌으로 들어왔을 때 동경했었던 선배 변호사들도 있었다.그런 사람들이 지금은 그녀에게 매우 조심스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다. 물론 그게 강지혁 때문이라는 걸 임유진은 잘 알고 있었다.임유진은 그들과 딱히 옛 추억을 회상하러 온 게 아니므로 그녀가 할 일은 그저 로펌에서 정리해준 자료들을 보는 것뿐이었다.자료 중에는 전에는 없던 새로 나온 증거들이 들어있었는데 그건 바로 그때 당시 목격자들의 진술이었다.강지혁이 그 몇 명의 목격자들을 다 찾아내 그들 입에서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거짓 증언을 했다는 진술까지 다 받아낸 것이다.물증에 관해서는 누군가가 경찰서 사람을 매수가 거짓 증거를 만들었다고 적
임유진은 곧 그 말의 뜻을 알아차렸다.진애령은 진씨 가문 아가씨로서 당시에는 진화그룹 대표이기도 했다. 진씨 일가에서 자식은 총 두 명이었지만 진세령은 연예계로 진출했기에 당연하게도 진애령이 가문을 이을 후계자가 됐다. 게다가 진애령은 강지혁의 약혼자였고 이 모든 사실을 종합했을 때 허재명은 충분히 두려울 만했다. 법은 그를 심판하지 않았을 테지만 진씨 일가와 강씨 일가는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다.생각을 정리하고 나서야 비로소 임유진은 왜 허재명이 이런 짓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됐다.눈앞에 놓인 증거들로 만약 재심이 열린다면 사건을 뒤집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그건 바로 허재명이 아직 해외에 있다는 것이다.성공적으로 사건을 뒤집는다고 해도 허재명이 해외에 있는 한 범죄자를 국내로 데려오기는 쉽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그때, 마치 임유진의 고민을 읽은 것처럼 강지혁이 입을 열었다."걱정하지마. 해외에 있다고 해도 내가 반드시 국내로 데려와 죄를 인정하게 할 테니까."강지혁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임유진은 믿음이 갔다.모든 자료가 문제없음을 확인한 임유진은 봉투에 사인했고 그렇게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된 후 임유진의 선배 변호사였던 사람이 다가와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유진아, 몇 년간 고생 많았어. 아마 너는 곧 명예를 회복하고 다시 변호사가 되겠지. 그러면 그때 나한테로 와."임유진은 그 말에 그저 옅게 웃어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상대방이 뭔가 더 얘기하려고 입을 열려고 하자 임유진은 고개를 돌려 강지혁을 향해 말했다."혁아, 나 조금 피곤해.""그럼 이만 가자."강지혁은 임유진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떠났고 회의실에 남겨진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차에 올라탄 후 강지혁은 임유진을 보며 말했다."많이 피곤하면 차에서 누워 자도 돼.""아니야."임유진은 고개를 젓다가 의외의 말을 꺼냈다."나 술 마시고 싶어.""술?"강지혁이 눈썹을 치켜
임유진은 그렇게 한잔 두잔 마시며 취기가 온몸을 감싸올 때까지 자신을 내버려 두었다.한편, 강지혁은 그런 그녀의 옆에서 그저 말없이 술을 따라줄 뿐이었다."혁아, 난 가끔 운명이라는 게 너무 웃긴 것 같다는 생각을 해."임유진은 손에 든 와인잔을 이리저리 흔들며 중얼거렸다."왜 그렇게 생각해?"강지혁이 부드럽게 물었다."내 사건만 해도 그렇잖아. 그때는 모든 증인과 물증들이 다 나를 가리키는 바람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그래서 감옥에 있는 3년 동안 매일같이 생각했지. 이 사건의 진실은 대체 뭘까, 대체 누가 이 모든 증거들이 나를 가리키게 판을 짠 걸까..."임유진은 말을 하다가 실소를 터트렸다."나 말이야. 그때 내 주변 지인 하나하나 다 의심했었다?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가 나한테 큰 원한을 품은 건 아닐까 하고."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강지혁의 귀를 타고 들어와 망치로 변해 그의 심장을 거세게 내리쳤다.임유진은 고개를 살짝 들더니 웃었다."혁아, 그거 알아? 난 정말 몰랐어. 나한테 죄를 뒤집어씌운 그 사람이 나와 어떤 원한이 있는 게 아니었고, 그렇다고 진애령 씨와 어떤 원한이 있었던 게 아니라 그저 무서워서, 형을 살까 봐, 진씨 일가에게 보복당할까 봐 두려워서 내 인생을 망쳐버렸을 줄은..."감옥에 있었던 3년은 지금도 임유진 마음속 깊은 곳에 악몽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녀는 그 3년 때문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았고 커리어도 잃었고 미래도 잃었으며 영원히 아이까지 잃을 뻔했다.하지만 이 모든 게 그저 한 사람의 두려움 때문이었다니!이런 간단하고도 우습기까지 한 이유를 그녀는 4년이나 찾아 헤맸다.강지혁은 그녀를 그대로 내버려 둔 거, 진실을 밝힐 능력이 있었음에도 그녀가 감옥에 가도록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거에 미치도록 후회하고 있다.그때는 그도 그 언젠가 임유진을 이렇게 사랑하게 되고 이 여자가 겪은 고통이 고스란히 자신의 고통이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그는 할 수만 있다면 그녀가 겪은
마치 어미 새가 아기 새에게 음식을 넣어주듯 그는 꽤 진지하게 이 동작을 반복했다.강지혁을 아는 사람이 이 광경을 봤으면 아마 놀란 나머지 현실부정을 할 것이다. 강지혁이 누군가의 식사 수발을 들어준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일 테니까.한편, 이 광경은 직접 눈앞에서 보게 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술집 손님들이다. 그들은 마치 영화 한 장면을 보듯 넋을 놓고 쳐다봤다.날은 벌써 어두워졌고 술집에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졌다. 기존에 있던 손님들은 물론이고 새롭게 들어온 손님들마저 시선을 강지혁과 임유진 쪽으로 돌렸다.강지혁은 원체 잘생긴 얼굴이고 특히 술집에서는 여성들이 대시하기 가장 좋은 인물일 테니까.그런 그가 정성스럽게 한 여자에게 이것저것 먹여주고 있으니 거기에 심장이 두근거리지 않을 여자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누구라도 임유진 자리에 자신이 들어가고 싶을 것이다.하여 몇몇 여성들은 강지혁의 옆에 임유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시도해보고 싶었다.술집은 불가능도 가능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런 곳이니까.몇 분 후, 꽤 예쁜 얼굴에 몸매가 가감 없이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은 여성 한 명이 강지혁 쪽으로 다가가 예쁘게 웃었다."나 여기 앉아도 돼요? 오늘 혼자 왔는데."그러고는 강지혁에게 유혹의 눈길을 보냈다. 가까이에서 보니 남자는 여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이런 남자라면 하룻밤 관계라도 선뜻 수락할 수 있다.다만 강지혁은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리더니 차갑게 경고했다."꺼져."그 말에 여자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버렸다. 객관적으로 봐도 자신이 남자 옆에 앉아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닌 여자보다 훨씬 예뻤으니까.여자는 혹시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한 건 아닌가 싶어 더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옆에 있는 그 여자 혹시 그쪽 친구예요? 이미 취해서 재미없을 것 같은데, 나는 그쪽 엄청 재밌게 해줄 수 있어요. 그리고 날 마음대로 해도 뭐라 안 할 건데."여자의 말은 명백한 섹스어필이었
여자는 남자가 너무 무서워 얼른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헌팅에는 실패했지만,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게 남자이니까."저... 저는 그럼 이만..."여자가 어색하게 웃으며 몸을 돌렸다."잠깐..."그때 임유진이 여자를 불러세웠다. 그러고는 뭔가 엄청나게 불만인 듯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여자는 당장이라도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기에 임유진의 말을 들었음에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그때 강지혁의 차가운 음성이 흘러나왔다."기다리라잖아."‘네?’여자는 그 말에 육성으로 반응하기도 전에 갑자기 나타난 건장한 남성들에게 잡혀버렸고 그대로 다시 강지혁의 테이블로 끌려갔다.여자는 지금까지 살면서 이토록 후회한 적이 또 있을까 싶었다. 남자 한 명 꼬시려다가 팔자가 꼬이게 생겼다."저기... 우리 일단 말로 하는 게 어떨까요? 혹시 내가 아까 말을 잘못한 게 있다면 당장 사과할게요. 네?"여자는 거의 울먹거리며 사정했지만, 강지혁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임유진을 향해 말했다."자, 봐봐. 네가 부른 사람 왔어."애정가득한 그의 얼굴은 그에게 사랑받으면 정말 행복하고 어떤 고난도 이 남자가 대신 해결해 줄 것 같은 그런 착각이 들게 한다.여자는 임유진이 그녀에게 뭐라고 할까 봐 잔뜩 긴장하며 얼어있었다. 술에 취한 이 여자가 혹 자신을 죽이겠다고 하면 옆에 앉은 남자가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배에 칼을 꽂을 것 같았다."너..."임유진은 비틀거리는 몸으로 술에 잔뜩 취해 말을 이었다."너 아직 우리 혁이 넘보지 않을 거란 말 안 했잖아!"여자는 그 순간 마음이 놓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런데 잠깐만... 잔뜩 겁주며 나를 데려온 게 고작 그 얘기를 안 해서?’"너... 끅... 우리 혁이 넘보면 안 돼!"임유진은 이제 트림까지 하며 이 말을 벌써 몇 번이나 내뱉었다. 아마 그녀에게 있어 이 말이 상당히 중요한 듯싶었다."저는 절대 혀, 혁이 씨를 넘보지 않을 겁니다!"여자는 선서만 안 했지 거의 맹세한 것과 다름없었다.임유진은 그제야
"이 남자 정말 내 거야?"임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떠오르는 생각 그대로를 입 밖으로 내뱉어버렸다.그러자 그녀의 말을 들은 남자는 예쁘게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에게 답했다."응, 나 네 거야."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임유진의 입술은 자연스럽게 그의 입술 위로 떨어졌다.‘강지혁은 내거니까 내가 어떻게 키스하든지 상관없을 거야.’...여자는 방금까지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또다시 마음이 설렜다.그 남자는 대체 누굴까? 경호원을 대동한 거 보면 범상치 않은 사람 같은데. 그리고 그 남자가 술 취한 여자를 안아 들고 술집을 나갔을 때 언뜻 보였던 그 시계, 그건 여자가 전에 인터넷에서 우연히 봤던 한정판 시계였고 아마 전 세계에 3개밖에 없다고 했었다.그리고 그 구매가는 백억이 족히 넘었다!여자는 자신이 잘못 봤거나 혹은 그 남자가 착용하고 있던 것이 가짜이거나 이 두 가지 가능성밖에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아주 만약에 그 남자가 착용한 게 진짜가 맞다면?여자는 순간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만약 정말 그 시계가 진짜가 맞다면 남자의 정체는 대체 뭘까...?한편, 강지혁은 임유진을 안아 든 채 그대로 차에 탔다. 그녀의 볼은 지금 빨갛게 달아올랐고 촉촉한 눈망울에는 여전히 취기가 감돌고 있었지만, 지금은 마치 별을 그대로 수놓은 듯 반짝거렸다.그녀의 손은 차에 올라타서도 아직 강지혁의 볼을 쓰다듬고 있었다."혁아..."그녀가 입을 벌리자 술 냄새가 확 풍겨왔다.다른 사람이었으면 불쾌함에 눈살을 찌푸렸을 테지만 강지혁은 이런 냄새마저도 향기로 느껴졌다."응? 왜? 아직 덜 마셨어?"그는 임유진의 볼에 붙은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애정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아니, 술은 이제 됐어. 나 먹고 싶어...""뭐가 먹고 싶어? 당장 사 오라고 할게."강지혁이 묻자 임유진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너..."그 말에 그는 잠깐 멈칫하더니 검은 눈동자가 사정없이 일렁였다.이 여자는 지금 자신이
그때 강지혁이 덥석 그녀의 양손을 잡고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유진아, 그만... 이제 충분해..."하지만 임유진의 눈동자는 마치 어린 악동처럼 반짝였다.충분하다고? 하지만 왜 그녀는 계속 부족하다고... 이대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임유진은 강지혁이 너무 갖고 싶었다. 이대로 계속 자신의 곁에만 있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곁에 있으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혁아..."임유진의 두 손이 또다시 그의 볼로 향했고 취기에 가득 찬 눈은 한참이 지나서야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너... 끄윽... 너무 예뻐."그녀는 트림하면서 중얼거렸다.마치 신이 빚은 듯한 남자의 얼굴은 만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인물처럼 현실성이 없어 보였다.‘이 남자가 정말 내 남자야? 그리고 나는 이 남자와 얼마 안 가 곧 결혼할 거고...?’"나 진애령 씨 사진 봤어... 너무, 너무 예쁘고 너랑도... 잘 어울렸어... 그때 뉴스에는 온통... 정말 온통 너희 얘기뿐이었어."임유진이 힘겹게 말을 이었다."너... 진애령 씨 사랑했니...? 왜... 왜... 진애령 씨가 죽었을 때 제대로 진실을 밝히지 않았던 거야...?"그녀의 말에 강지혁의 몸이 굳어버렸다.아마 이 말은 임유진이 맨정신일 때 마음속 깊은 곳에 꾹꾹 눌러 담았던 말일 것이다.강지혁은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는 조용히 읊조렸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뿐이야."강지혁은 진애령을 사랑한 적 없고 그때 그녀를 약혼녀로 선택한 것은 진애령이 그를 사랑했고 그녀의 집안이 강씨 일가에 도움이 돼줄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좋은 혈통의 후계자를 낳아줄 것 같아서였다.그때의 그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없어도 되는 것이라고 여겼고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일도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임유진은 마치 그의 말을 알아들은 듯 또다시 입을 열었다."사랑하지 않아도... 네 약혼녀였잖아... 너... 너는... 조사했었어야지... 왜... 왜 안 했어... 네가 그
"유진아, 나 용서해줘. 무슨 일이 있어도 나 용서해줘..."이 말을 강지혁은 항상 그녀가 잠들고 나서야 뱉을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을 보며 용서를 빌 용기가 없었으니까.임유진의 옷을 다 갈아 입힌 강지혁은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옷을 잡아당기더니 몽롱한 눈을 힘겹게 뜨고 입을 열었다."혁아, 용서할게..."강지혁은 온몸에 전율이 흐르더니 의문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뭘 알고 이러는 걸까?임유진은 빨갛게 변해버린 눈가를 하고는 천천히 입꼬리를 말아 올리더니 예쁜 웃음을 지었다. "난... 네가 왜 나한테 용서를 구하는지 모르겠지만 용서할게, 그게 뭐든 용서해줄 거야... 너는... 혁이니까..."그녀는 말을 마친 후 다시 눈을 감았고 재차 잠이 들었다.강지혁은 멍하니 임유진을 바라보다 허리를 숙이고는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그래, 나는 혁이야. 누나의 혁이야..."강지혁은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혹 임유진이 자신을 용서해주지 않아도 절대 놓아주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이제 임유진이 없는 강지혁은 강지혁이 아니니까....다음 날, 잠에서 깬 임유진은 두통에 시달렸다. 항상 과음한 다음 날은 이렇게 되어버렸고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이마를 주물렀다."머리 많이 아파?"그때 부드러운 남자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간지럽혔다.임유진은 그제야 강지혁도 이 방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조금, 많이 아픈 건 아니야."그 말인즉 이 정도의 고통은 아직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숙취해소제 준비하라고 얘기해 뒀으니까 일단 먼저 씻자."그 말에 임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막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강지혁이 한발 빨랐고 그는 그녀를 번쩍 안아들었다."아!"임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걸, 걸어가는 것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는데.""머리가 아프다는 사람이 걷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그래."강지혁은 단호하게 말하더니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