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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9화

임유진이 손을 다 씻고 휴지로 닦으려 할 때 누군가가 불쑥 나타났고 상대도 그녀를 보더니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유진 씨가 여긴 웬일이에요?”

임유진도 여기서 정한나를 볼 줄은 몰랐다. 그녀는 전처럼 오피스룩을 입지 않았고 되레 빌딩 청소 아줌마 같은 옷차림이었다.

“왜요?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돼요?”

임유진이 싸늘하게 되물었다.

저번에 정한나가 그녀 사건을 로펌 신입사원들에게 실습용 사례 삼아 입을 나불거린 이후로 임유진은 그녀가 극도로 혐오스러웠다.

소인인 걸 알았으나 그녀의 ‘악’이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극심할 줄은 몰랐다.

정한나도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정한나는 이젠 로펌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명색이 변호사인데 화장실 청소나 책임져야 했으니 이 모든 게 임유진 때문이다!

강현수가 임유진을 지켜줄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하지만 바로 다음 날 로펌 사장이 그녀를 사무실로 불러들이더니 두 가지 선택지를 주었다. 로펌에서 사직하거나 전근으로 화장실 청소를 당분간 책임지고 그 후의 일은 상황을 봐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정한나는 반나절 머리를 쥐어짜고 갈등하다가 결국 두 번째 방안을 선택했다. 이대로 잘리면 그녀를 받아줄 곳이 없으니까. 실업자 신세에 친척들과 남자친구를 무슨 면목으로 마주하겠는가.

지금 비록 화장실 청소나 하고 있지만 회사 직원들 말고는 남자친구와 가족들은 아무도 이 사실을 모른다. 나중에 새 로펌을 찾거든 자연스럽게 여길 떠나면 그만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임유진에게 들켜버렸다.

항상 그녀만 임유진을 비웃었는데 어느덧 이런 꼴로 임유진을 마주해야 하니 분노만 더 짙어졌다.

임유진이 등 돌려 화장실을 나서려 할 때 정한나가 문득 기발한 꾀가 떠올라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고 몰래 녹음 버튼을 누르더니 등 뒤로 숨겼다.

“잠깐만요 유진 씨! 대체 강현수 씨랑은 무슨 사이에요? 그날 왜 그렇게 유진 씨를 지켜준 거죠? 외투까지 걸쳐줬잖아요! 두 사람 진작 알고 지냈죠? 보통 사이 같지 않던데, 내 말 틀려요?”

정한나는 그녀를 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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