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그녀의 손을 꽉 잡았어야 했다!“왜 혼자 술 마시고 있어?”문득 이한의 목소리가 강현수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오늘 어쩌다 나왔는데 재미없게 왜 혼자 여기서 마셔?”재미가 없다고?강현수는 술잔을 어루만지며 주변 사람들을 쭉 둘러봤다.오늘 이한의 초대로 이 파티에 참석한 이유는 요즘 너무 답답해서 숨 트일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정작 와보니 달라질 건 없었다.머릿속엔 온통 임유진뿐이고 그녀의 실루엣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아 참, 너 얼마 전에 지혁이랑 마찰이 있었다며? 어떻게 된 거야?”이한이 물었다.강현수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옛친구를 쳐다봤다.“소식 참 빠르네.”이한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진짜네?”그도 단지 전해 들은 소문일 뿐 진짜일 줄은 몰랐다.“왜 그런 건데? 무슨 일이야 대체?”다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 이들 모임에서 가장 얼굴 붉힐 리 없는 자가 바로 강현수와 강지혁 두 사람이다.둘은 지나칠 정도로 이성적이고 매사에 이익 지상주의이다. 강지혁은 또 모든 일에 관심 없는 편인데 임유진을 알게 된 이후로 180도 달라졌다. 저번 연회에서 강지혁이 그녀를 얼마나 신경 쓰는지 이한은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다.한편 강현수는 늘 차갑고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편이다. 유일한 관심사는 바로 팔찌 주인에 관한 일이다.오죽하면 친구들끼리 모일 때 강현수가 대체 언제 팔찌 주인을 찾을지 내기하고 있을까.“궁금해?”강현수가 되물었다.“양가 집안의 사업 때문에 갈등을 빚었어?”이한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물었다.강현수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설마 여자 문제는 아닐 거잖아.”그가 혼잣말로 구시렁댔다.“맞다면?”강현수가 말했다.이한은 충격에 휩싸인 표정으로 말까지 더듬거렸다.“너... 너랑 지혁이가 어떻게...”진짜 여자 문제라면 설마... 임유진?!이한은 머리가 띵했다.임유진이 얼마나 매력적인 것도 아니고 심지어 감방까지 다녀왔는데 친구 두 놈이 다...“팔찌 주인 찾
‘뭐지? 강현수가 여자 때문에 이토록 초조해하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방금 뛰쳐나간 것 좀 봐! 임유진이 대체 어떤 여자길래!’처음엔 여자 문제로 둘이 가볍게 실랑이를 벌인 줄 알았는데... 이한은 문득 걱정에 휩싸였다. 두 사람이 만약 진짜 한 여자를 놓고 다툰다면 S 시가 발칵 뒤집힐 수도 있다!하지만, 아니지! 아니야! 강현수는 줄곧 팔찌 주인만 찾아 헤맸다!그렇다면 설마... 이한은 감히 더는 생각해나갈 수 없었다.말도 안 되는 가설로 어떤 후과를 초래할지 그는 감히 상상할 수 없다. 그건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공포였으니!...강현수는 차를 몰고 곧게 식당으로 질주했다.결혼? 그녀가 정말 지혁이와 결혼하는 걸까?진실을 알아내기 전까진 절대 두 사람의 결혼을 용납할 수가 없다!수년간 그녀만 찾아 헤맸고 그녀의 목소리, 외모까지 머릿속에, 뼛속에, 혈액 속에 깊이 침투됐는데 결과가 고작 이런 거라니?!강현수는 두 손으로 핸들을 꽉 잡고 미친 듯이 질주했다.그 시각 윤이 식당에서 임유진은 조금 미안한 얼굴로 탁유미에게 사직 얘기를 꺼냈다.결혼하려면 준비해야 할 것들도 많고 강씨 일가 사모님이 된 이후엔 더이상 본인만 고려해선 안 된다. 그녀가 대표하는 건 강씨 일가의 체면이니 여기서 계속 일할 수가 없다.“유미 언니, 죄송해요. 나도 이렇게 빨리 그만둘 줄은 몰랐어요. 하지만 금방 내 자리를 메꿀 사람을 찾아올게요. 그러고 나서 사직할게요.”임유진이 말했다.탁유미는 이 상황을 진작 예상한 듯싶었다. 임유진의 남자친구가 강지혁이란 걸 안 순간부터 그녀가 이곳에 오래 머물 거란 생각을 접었다.다만 이렇게 빨리 결혼할 줄은 몰랐다. 그게 조금 의외일 뿐이다.“나중에 시간 될 때 자주 놀러와요. 윤이가 유진 씨 엄청 좋아하잖아요. 유진 씨 대타는 내가 알아서 찾을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나랑 얘기해요. 금방 보내줄 테니. 결혼이야말로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잖아요.”탁유미가 감개무량하게 말했다.애초
탁유미는 한치의 리스크도 용납할 수 없다. 윤이는 그녀의 생명, 삶의 동력이라 절대 아이만은 잃을 수 없다!임유진도 그녀의 일에 끼어들 자격이 없다는 걸 안다.“내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요.”“고마워요!”탁유미가 웃으며 말했다.“사실 유진 씨는 이미 너무 많은 걸 도와줬어요. 유진 씨 아니면 윤이는 지금도 아마...”이때 강현수가 식당으로 쳐들어오며 탁유미의 말을 가로챘다.그는 숨을 헐떡이며 뛰어 들어와 두 여자의 의아한 표정을 보더니 임유진의 팔을 덥석 잡고 다그치는 말투로 쏘아붙였다.“지혁이랑 결혼해요?”임유진은 화들짝 놀랐다. 한지영과 탁유미 말곤 알려준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네.”다만 그녀는 확고하게 대답했다.“왜요?”“서로 사랑하니까 당연히 결혼하는 거 아닐까요?”그녀가 담담한 눈빛으로 강현수를 쳐다봤다.“강현수 씨, 이 손 놓죠!”다행히 지금 저녁이고 곧 마감 타임이라 가게에 손님이 별로 없다. 안 그러면 또 무슨 소란이 일지 모른다.“지혁이 사랑해요?”강현수는 날카로운 칼날로 심장을 마구 후벼 파듯이 괴로웠다. 이제 곧 질식할 것만 같았다.“그때 분명 영원히 나랑 함께하겠다고 했잖아!”임유진은 미간을 찌푸리고 어이없다는 듯이 그에게 쏘아붙였다.“난 그런 말 한 적이 없어요.”“했어! 그때 넌 너 자신이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존재라고 했고 난 아니라고 했어. 내게 넌 소중한 존재라고 말했지. 그리고 네가 그랬어. 가능한 한 나랑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고!”강현수는 그해 둘 사이의 대화를 곱씹었다.그때 강현수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내뱉었다. 그전까지 부모를 포함한 그 누구도 소중한 존재라고 느껴지지 않았다.하지만 공허한 그녀의 눈빛을 본 순간 저도 모르게 그런 말이 입 밖에 새어 나왔다.그리고 그녀가 웃었다. 그토록 달콤한 미소는 평생 단 한 번뿐이다. 그는 수년간 그 미소를 가슴 깊이 새겼다.그녀가 영원히 그와 함께하고 싶다고 했을 때 강현수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바로 이거였다.
“이봐요, 강현수 씨, 사람 잘못 봤다고요.”임유진이 말했다.“그리고 있잖아요. 설사 내가 맞다고 해도 지금이랑 달라질 건 없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지혁이고 결혼할 사람도 지혁이에요. 강현수 씨한테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요.”그녀의 말은 피투성이가 된 강현수의 심장을 그대로 얼어붙게 했다.임유진은 그 틈을 타서 팔을 빼냈다.“앞으론 이런 일로 더이상 찾아오지 마세요. 내가 옳든 아니든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어요. 내 말 꼭 기억해요.”말을 마친 임유진은 고개 돌려 탁유미에게도 인사했다.“언니, 그럼 난 이만 가볼게요.”“네.”탁유미가 대답했다.임유진은 가게를 나갔지만 강현수는 돌처럼 굳은 채 제자리에 서서 꿈쩍도 안 했다. 그저 넋 놓은 채로 텅 빈 손만 바라봤다.그랬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고 양손이 텅 비었다!그녀가 옳든 아니든 결과는 달라질 것 없다고?왜? 대체 왜 그런 건데?! 강현수는 천천히 손을 거둬들이고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아주 세게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갈 만큼, 그의 손바닥을 아프게 찔렀다.옆에서 탁유미가 살짝 놀란 눈빛으로 강현수를 바라봤다.연예계 황태자로 불리는 그가 이토록 비통한 표정으로 서 있다니, 절망에 휩싸인 채 고독하게 제자리에 서서 가장 소중한 보물을 잃은 것처럼 아픔에 젖어 있다니!...“그거 알아? 난 사실 항상 내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존재인 것 같아. 그 언젠가 이 세상에 내가 없어져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아.”“아니야...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네가 없으면 나도 구원받지 못했어. 넌 내게 아주 아주 중요한 사람이야. 앞으로도 쭉 널 가장 소중한 존재로 여길 거야.”“엄마 말고 날 소중하다고 말해준 사람이 너뿐이네. 참 좋다. 그럴 수만 있다면 평생 너랑 함께하고 싶어.”“그래, 내가 평생 너랑 함께해줄게.”누구야? 대체 누가 이런 말을 하는 거야?! 겹겹이 쌓인 안개가 그녀의 머릿속을 뒤덮어 아무것도 안 보이는 느낌이다!그녀 앞에 보이는 건 오
어떻게 된 거지? 꿈속에서 들었던 앳된 목소리가 오늘 밤 윤이 식당에서 강현수가 했던 말과 너무 흡사했다.설마 그런 말을 들어서 이런 꿈을 꾼 걸까?여기까지 생각한 임유진은 미간을 찌푸리고 머리가 또다시 아파 났다.“왜? 어디 불편해?”강지혁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아니, 그냥 머리가 좀 아프네.”그는 따뜻한 손길로 그녀의 이마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마사지해주었다.손의 힘이 적당해서 부드럽게 문지르니 한결 편해졌다.“좀 괜찮아?”“응, 많이 나아졌어.”임유진은 머리를 끄덕였다.“내일 병원 가서 검사받자. 두통이 무슨 원인인지 알아내야겠어.”강지혁이 말했다.“아니야. 아까 저녁에 강현수 씨가 했던 말 때문에 그런 것 같아. 꿈에서도 똑같은 상황을 겪었거든.”임유진의 말에 강지혁은 순간 동작을 멈췄다.“뭐라고? 강현수가 무슨 말을 했는데?”“오늘 윤이 식당으로 찾아와서 또 나를 제가 찾던 사람으로 여긴 건지 이상한 말을 하더라고. 그리고 방금 꿈을 꿨는데 꿈속에서 두 아이가 나눈 대화가 글쎄 강현수 씨가 했던 말과 똑같은 거 있지.”임유진이 해명했고 강지혁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어떤 꿈인데? 상세하게 말해봐.”임유진은 꿈속의 광경을 다 말하고는 한마디 덧붙였다.“강현수 씨 말 때문에 영향받아서 그런 꿈을 꾼 것 같아. 내가 그렇게 말했다는 거야. 근데 난 아무것도 기억 안 나거든.”그녀가 기억을 잃었으니까! 그 당시 고열로 실종된 그 하루의 기억을 싹 다 잊었으니까. 이건 강지혁이 알고 있다.전에 강현수가 찾는 사람이 임유진일 거란 예감이 들어 강지혁도 사람을 시켜 조사해봤는데 한참 후에야 병원 입원 기록에서 그녀가 입원한 걸 조사해냈다.입원 차트를 본 강지혁은 그녀가 그날의 기억을 잊었다는 걸 알아챘다.하루의 기억은 그 누구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녀도 그땐 왜 실종되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고 결론적으로 무사했으니 어른들도 더 따져 묻지 않았다.하지만 누군가는 그 하루의 기억 때문에 20년을 헤매고 있
“응.”임유진은 눈을 지그시 감고 그의 부드러운 마사지를 즐겼다.“근데 혁아... 강현수 씨 말이야. 그 사람을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는 것 같아.”임유진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전에는 그가 플레이보이라고만 생각됐지만 한 사람을 찾아 헤매는 그의 태도를 보니 실로 놀라울 따름이다.그는 어릴 때 만났던 여자아이를 찾는 것 같은데 그럼 대체 얼마 동안 찾은 걸까? 10년? 20년?그 긴 시간 동안 오직 한 사람만 찾아 헤맸다고? 대부분 사람들은 진작 포기했을 텐데.“그렇게 오랫동안 찾아 헤맸는데 과연 찾을 수 있을까?”임유진이 물었다.“넌 어떻게 생각해? 찾았으면 좋겠어 말았으면 좋겠어?”강지혁이 되물었다.“찾았으면 좋겠어. 그래야 날 그 사람으로 착각하지 않잖아.”대답을 마친 그녀는 눈을 감고 있어 강지혁의 음침한 눈빛을 보지 못했다.‘착각? 아니야, 강현수는 제대로 찾았어! 하지만 내가 착각으로 만들어줄 거야. 유진이는 내 사람이어야만 해. 절대 아무한테도 안 줘.’“사실 생각해보면 계속 못 찾고 대체품만 옆에 두는 것도 너무 슬픈 일이잖아.”임유진이 비스듬히 눈을 뜨고 강지혁을 바라봤다.“대타가 아무리 많아도 강현수 씨가 원하는 사람을 못 찾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강지혁이 가볍게 웃었다.“확실히 슬프네. 강현수가 하루빨리 그 사람 찾길 바라야지.”...그 뒤로 며칠 동안 임유진은 계속 윤이 식당에서 배달했고 탁유미는 새로운 직원을 구하는 일에 착수했다.신인에게 한 주 동안 수습 기간이 있어 임유진의 배달 업무량도 훨씬 줄어들었다.윤이는 그녀가 떠나는 걸 안 이후로 그녀가 가게에만 있으면 꼭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그녀가 떠나는 게 많이 아쉽나 보다.“이모 나중에 윤이 보러 자주 놀러 올 거야. 윤이도 이모 생각나면 엄마한테 말해서 이모 집으로 와. 이모한테 전화해도 되고. 이모 번호 다 외웠잖아!”임유진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하지만 난 매일 이모 보고 싶다고요.”윤이가 말했다.한동안 재활 치료를
그 당시 경매가가 무려 200억을 뛰어넘었고 임유진은 대체 누가 이렇게 비싼 다이아를 살지 궁금하다며 장난을 쳤었는데 지금 이 다이아몬드가 그녀의 눈앞에 떡하니 나타났다.“이거 오로라잖아!”그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본 적 있나 봐.”강지혁도 살짝 의외였다.“응.”임유진은 머리를 끄덕였다.“이거로 누나 결혼반지 맞춰주려고. 나중에 누나가 원하는 디자인을 선택해. 디자이너에게 똑같이 만들어달라고 하면 돼.”강지혁이 말했다.결혼반지?! 임유진은 충격에 휩싸여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지금 200억 가까이 되는 다이아로 그녀의 결혼반지를 만들어주겠다는 건가?! 임유진은 이 모든 게 꿈만 같았다.“왜? 마음에 안 들어?”강지혁이 미간을 살짝 구겼다.“마음에 안 들면 나중에 다른 다이아로 골라볼게. 혹시 누나가 좋아하는 다이아 종류가 따로 있어?”“아니 그게 아니라!”그녀는 재빨리 그의 말을 부정했다.“이 다이아 엄청 비싸잖아. 너 정말 이걸로 결혼반지 만들게?”“아니면?”강지혁이 가볍게 웃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의 표정이 사뭇 귀여울 따름이었다.“목걸이로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돼. 가격이 비싼 거라면...”그가 잠시 뜸 들이더니 그녀의 오른손을 들고 약손가락에 가볍게 키스했다. 이제 곧 이 손가락에 결혼반지를 끼워줄 예정이다.“얼마나 비싼 반지든 누난 낄 자격 있어. 누난 내 여자니까!”그가 키스한 곳에서부터 따뜻한 전류가 퍼지더니 순식간에 그녀의 온몸을 녹여주었다.임유진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게 바로 그녀가 결혼할 사람이다. 보석처럼 손에 고이 받들고 소중히 다뤄주는 바로 그런 남자!이런 남자의 프러포즈를 받은 것은 아마도 그녀 인생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인 듯싶다.임유진은 다이아 반지의 디자인을 쭉 둘러본 후 디자이너와 잠시 더 토론하고 초보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했다.드디어 첫 번째 소통을 마쳤다. 디자인에 관한 일은 몇 번 더 소통해야 하고 게다가 결혼반지에 관한 일이니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배고파?”강
전에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모든 것들이 강지혁으로 인해 가능하게 변하는 걸까?“누나 계속 사건 뒤집고 싶댔잖아. 왜 지금은 아무 말 없어?”그녀의 침묵에 강지혁이 물었다.“그 증거들로... 정말 내 사건을 뒤집을 수 있어? 내가 정말 진실을 보상받을 수 있어?”임유진이 나지막이 물었다.진실이라... 강지혁의 눈동자가 아주 잠깐 흔들렸다.“문제없을 거야. 나만 믿어!”임유진은 그 순간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그녀는 흐느끼며 강지혁에게 말했다.“고마워, 혁아!”그녀의 눈물에 강지혁은 어쩔 바를 몰랐다. 얼른 티슈를 뽑아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위로하는 그였다.“울지 마. 내가 증거 수집하고 사건 뒤집으려고 노력하는 건 누나 울리기 위해서가 아니잖아.”그녀가 눈물을 보일 때마다 강지혁은 심장을 콕콕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하지만 임유진이 되레 더 크게 울었다. 마치 이 몇 해 동안 억울하게 뒤집어썼던 누명이, 꾹 짓눌렀던 고통이 한순간에 왈칵 쏟아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임유진은 그를 꼭 끌어안고 대성통곡했다.“으엉... 흐엉...”드디어 해탈한 듯한 울음소리에 얼마나 많은 서러움과 고통이 담겨 있을까!한편 강지혁의 마음도 갈기갈기 찢어졌다.그녀를 위해 결백을 찾아줄 순 있지만 제아무리 반쪽 하늘을 가리는 강지혁이라 해도, 엄청난 부자라 해도 그녀가 잃었던 지난 세월을 되돌려줄 순 없다.그녀를 사랑할 줄 진작 알았더라면, 이렇게 깊이 사랑할 줄 진작 알았더라면 그해 절대 그녀에게 그런 시련과 고통과 서러움을 안겨주지 않을 텐데.아쉽게도 세상에 후회 약은 없다.그해의 횡포가 오늘날 죄책감으로 돌아왔다. 임유진 때문에 강지혁은 지금 이토록 무거운 죄악감에 시달리고 있다.다른 그 어떤 이의 감정도 무시할 수 있지만 오직 임유진만 안 된다.그는 뻣뻣한 손을 들어 가볍게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다.“울지 마, 유진아. 그만 울어, 응?”지칠 줄 모르는 듯 그렇게 몇 번이고 위로했다.임유진도 자신이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정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