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네 일도 아닌데 오직 날 위해 사건 뒤집어주려는 거잖아. 고마워. 방금 운 건 이 사건이 마음속에 너무 오랫동안 묵혀 있다가 드디어 희망이 보이자 멘탈이 무너진 것 같아.”그녀가 말했다.강지혁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품에 꼭 껴안았다.‘유진아, 방금 내가 말한 미안해 석 자가 무슨 뜻인지 넌 영원히 모를 거야. 미안해... 그땐 내가 너무 일방적으로 횡포하게 굴었어. 나 때문에 그 고통을 겪게 했고 만신창이가 돼버렸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네게 결백을 돌려주는 거야.’다만 그녀가 원하는 진실은 영원히 얻지 못할 듯싶다!강지혁은 그녀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다음날 임유진은 탁유미에게 휴가 내고 강지혁과 함께 로펌으로 향했다. 그녀에 관한 사건이다 보니 유난히 긴장되는 하루였다.그리고 더 뜻밖의 일이 발생했다. 강지혁이 선택한 로펌은 그녀가 전에 일했던 바로 그 로펌이었다!임유진은 놀란 눈빛으로 강지혁을 바라봤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알아, 누나 전에 여기서 일한 거. 그 사건이 있은 뒤로 전에 일했던 동료들이 계속 누나 비꼬잖아. 그래서 여기로 택했어. 누나가 당한 굴욕들 전부 보상해줄 거야. 전에 누나 무시하고 경멸한 사람들 아무도 감히 함부로 나오지 못하게 해줄 거야. 누나는 가해자가 아니야. 이 사건의 피해자가 바로 누나란 걸 로펌 사람들에게 떳떳하게 알릴 거야.”강지혁이 말했다.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들 앞에서 그녀가 여느 때보다 당당해지길 바랐다.임유진의 눈가가 또다시 뜨거워졌다. 사실 어떤 일들은 많은 시련을 겪고 난 이후로 서서히 무뎌져 갔다.하지만 강지혁은 그녀가 경멸을 당하는 걸 원치 않는다. 이 점은 임유진도 잘 알고 있다.그녀는 강지혁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펌이 있는 층에 도착했다.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그녀는 손에 식은땀이 쫙 나는 걸 알아챘다.여전히 긴장한 그녀였다! 증거를 수집하고 검찰 측에 재신청할 수 있어도, 거의 승산이 있다 해도 그녀는 여전히...어쩌면 사건을 뒤집는
임유진이 손을 다 씻고 휴지로 닦으려 할 때 누군가가 불쑥 나타났고 상대도 그녀를 보더니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유진 씨가 여긴 웬일이에요?”임유진도 여기서 정한나를 볼 줄은 몰랐다. 그녀는 전처럼 오피스룩을 입지 않았고 되레 빌딩 청소 아줌마 같은 옷차림이었다.“왜요?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돼요?”임유진이 싸늘하게 되물었다.저번에 정한나가 그녀 사건을 로펌 신입사원들에게 실습용 사례 삼아 입을 나불거린 이후로 임유진은 그녀가 극도로 혐오스러웠다.소인인 걸 알았으나 그녀의 ‘악’이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극심할 줄은 몰랐다.정한나도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정한나는 이젠 로펌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명색이 변호사인데 화장실 청소나 책임져야 했으니 이 모든 게 임유진 때문이다!강현수가 임유진을 지켜줄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하지만 바로 다음 날 로펌 사장이 그녀를 사무실로 불러들이더니 두 가지 선택지를 주었다. 로펌에서 사직하거나 전근으로 화장실 청소를 당분간 책임지고 그 후의 일은 상황을 봐서 결정하겠다고 했다.정한나는 반나절 머리를 쥐어짜고 갈등하다가 결국 두 번째 방안을 선택했다. 이대로 잘리면 그녀를 받아줄 곳이 없으니까. 실업자 신세에 친척들과 남자친구를 무슨 면목으로 마주하겠는가.지금 비록 화장실 청소나 하고 있지만 회사 직원들 말고는 남자친구와 가족들은 아무도 이 사실을 모른다. 나중에 새 로펌을 찾거든 자연스럽게 여길 떠나면 그만이다.그런데 아쉽게도 임유진에게 들켜버렸다.항상 그녀만 임유진을 비웃었는데 어느덧 이런 꼴로 임유진을 마주해야 하니 분노만 더 짙어졌다.임유진이 등 돌려 화장실을 나서려 할 때 정한나가 문득 기발한 꾀가 떠올라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고 몰래 녹음 버튼을 누르더니 등 뒤로 숨겼다.“잠깐만요 유진 씨! 대체 강현수 씨랑은 무슨 사이에요? 그날 왜 그렇게 유진 씨를 지켜준 거죠? 외투까지 걸쳐줬잖아요! 두 사람 진작 알고 지냈죠? 보통 사이 같지 않던데, 내 말 틀려요?”정한나는 그녀를 쫓
정한나는 볼이 화끈거리고 반쪽 얼굴이 얼얼해졌다.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누가 때린 건지 되돌아봤는데 전에 봤던 임유진의 남자친구였다.“감히... 네가 감히 날 때려?”그녀가 말을 더듬거렸다.“왜? 내가 너 때리면 안 돼?”강지혁은 분노가 극에 달하자 되레 싸늘하게 웃으며 한없이 음침한 눈빛으로 그녀에게 쏘아붙였다.“내가 지금 당신 도와주고 있잖아. 임유진이 강현수와... 바람을 피웠다고, 두 사람...”정한나가 밀려오는 고통을 참으며 계속 입을 나불거렸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싸대기가 날아왔다.그녀의 양쪽 볼이 순식간에 벌겋게 달아올랐다.정한나 입안에서 피비린내까지 났으니 방금 두 싸대기가 얼마나 심했을지 충분히 예상 되었다!하지만 그녀를 두려움에 휩싸이게 한 건 상대의 음침한 눈빛이다. 그건 마치 살인을 저지를 것 같은 험악한 눈빛이었다! 눈앞의 이 남자는 언제든지 정한나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고작 임유진의 남자친구일 뿐인데, 뭐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라고. 정한나는 두려움을 극복하려고 애썼다. 경찰에 신고해서 두 사람에게 제대로 망신 줄 생각이었다!바로 이때 성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고 로펌 사장의 목소리도 들렸다.“강지혁 씨, 오셨어요? 유진 씨도 오셨네요. 오랜만이에요.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평소에 차갑기 그지없던 사장이 지금은 얼굴에 열정으로 차 넘쳤다!강지혁은 싸늘한 표정으로 제 자리에 서서 고개 숙여 임유진을 쳐다봤다.“얘가 바로 저번에 찻물 뿌린 그년이지? 오늘 또 이런 식으로 말하네? 네가 말해봐. 얘 어떻게 해줄까?”강지혁은 당연히 미리 조사했다.정한나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임유진 남친 너무 거만 떠는 거 아니야? 제가 뭐라도 된 줄 아나 봐? 날 어떻게 해주냐고? 내 운명이라도 쉽게 바꿀 기세인데?’옆에 있던 사장이 이 광경을 보았고 정한나의 시뻘건 얼굴도 흘겨보았다. 사장은 강지혁의 싸늘한 표정에 그 자리에서 호통쳤다.“정한나, 대체 어떻게 된 거야?”정한나가 감히 말할 엄두가
강지혁 일행이 회의실로 들어가자 누군가가 정한나에게로 다가와 말했다."정한나 씨, 휴대폰 주시죠.""내가 왜!"정한나는 자신의 핸드폰을 꽉 쥐었다. 바보도 아니고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이대로 남의 손에 넘겨줄 리가 없었다.하지만 상대방은 마치 정말 바보를 보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강지혁 씨를 상대로 녹음 파일만 넘기면 되는 걸 다행으로 여기세요. 앞으로 허튼소리만 안 하면 임유진 씨도 당신을 가만히 내버려 둘 겁니다. 하지만 이 경고를 무시할 시에는..."사람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정한나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잠깐만, 당신 방금 뭐라고 했어? 강지혁?""네, 오늘 강지혁 씨가 임유진 씨를 데리고 이쪽으로 온 건 임유진 씨 사건을 뒤집기 위해서입니다."그 말에 정한나는 입이 떡 벌어졌다.강지혁... 임유진 남자친구가 강지혁이라고? 말도 안 돼! 그때 임유진이 차로 치어 죽인 사람이 바로 강지혁의 약혼녀잖아...그런데 이제는 사건까지 뒤집겠다고?! 그 말은 임유진이 살인자가 아니란 뜻이야?!그 순간, 정한나는 머리가 새하얗게 돼버려서는 아까 맞은 뺨이 욱신거리더니 이제는 살이 에일 것처럼 아팠다....임유진과 강지혁은 회의실로 들어왔고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전부 임유진이 아는 사람들이었다. 로펌 대표도 있었고 그녀가 막 로펌으로 들어왔을 때 동경했었던 선배 변호사들도 있었다.그런 사람들이 지금은 그녀에게 매우 조심스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다. 물론 그게 강지혁 때문이라는 걸 임유진은 잘 알고 있었다.임유진은 그들과 딱히 옛 추억을 회상하러 온 게 아니므로 그녀가 할 일은 그저 로펌에서 정리해준 자료들을 보는 것뿐이었다.자료 중에는 전에는 없던 새로 나온 증거들이 들어있었는데 그건 바로 그때 당시 목격자들의 진술이었다.강지혁이 그 몇 명의 목격자들을 다 찾아내 그들 입에서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거짓 증언을 했다는 진술까지 다 받아낸 것이다.물증에 관해서는 누군가가 경찰서 사람을 매수가 거짓 증거를 만들었다고 적
임유진은 곧 그 말의 뜻을 알아차렸다.진애령은 진씨 가문 아가씨로서 당시에는 진화그룹 대표이기도 했다. 진씨 일가에서 자식은 총 두 명이었지만 진세령은 연예계로 진출했기에 당연하게도 진애령이 가문을 이을 후계자가 됐다. 게다가 진애령은 강지혁의 약혼자였고 이 모든 사실을 종합했을 때 허재명은 충분히 두려울 만했다. 법은 그를 심판하지 않았을 테지만 진씨 일가와 강씨 일가는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다.생각을 정리하고 나서야 비로소 임유진은 왜 허재명이 이런 짓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됐다.눈앞에 놓인 증거들로 만약 재심이 열린다면 사건을 뒤집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그건 바로 허재명이 아직 해외에 있다는 것이다.성공적으로 사건을 뒤집는다고 해도 허재명이 해외에 있는 한 범죄자를 국내로 데려오기는 쉽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그때, 마치 임유진의 고민을 읽은 것처럼 강지혁이 입을 열었다."걱정하지마. 해외에 있다고 해도 내가 반드시 국내로 데려와 죄를 인정하게 할 테니까."강지혁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임유진은 믿음이 갔다.모든 자료가 문제없음을 확인한 임유진은 봉투에 사인했고 그렇게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된 후 임유진의 선배 변호사였던 사람이 다가와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유진아, 몇 년간 고생 많았어. 아마 너는 곧 명예를 회복하고 다시 변호사가 되겠지. 그러면 그때 나한테로 와."임유진은 그 말에 그저 옅게 웃어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상대방이 뭔가 더 얘기하려고 입을 열려고 하자 임유진은 고개를 돌려 강지혁을 향해 말했다."혁아, 나 조금 피곤해.""그럼 이만 가자."강지혁은 임유진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떠났고 회의실에 남겨진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차에 올라탄 후 강지혁은 임유진을 보며 말했다."많이 피곤하면 차에서 누워 자도 돼.""아니야."임유진은 고개를 젓다가 의외의 말을 꺼냈다."나 술 마시고 싶어.""술?"강지혁이 눈썹을 치켜
임유진은 그렇게 한잔 두잔 마시며 취기가 온몸을 감싸올 때까지 자신을 내버려 두었다.한편, 강지혁은 그런 그녀의 옆에서 그저 말없이 술을 따라줄 뿐이었다."혁아, 난 가끔 운명이라는 게 너무 웃긴 것 같다는 생각을 해."임유진은 손에 든 와인잔을 이리저리 흔들며 중얼거렸다."왜 그렇게 생각해?"강지혁이 부드럽게 물었다."내 사건만 해도 그렇잖아. 그때는 모든 증인과 물증들이 다 나를 가리키는 바람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그래서 감옥에 있는 3년 동안 매일같이 생각했지. 이 사건의 진실은 대체 뭘까, 대체 누가 이 모든 증거들이 나를 가리키게 판을 짠 걸까..."임유진은 말을 하다가 실소를 터트렸다."나 말이야. 그때 내 주변 지인 하나하나 다 의심했었다?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가 나한테 큰 원한을 품은 건 아닐까 하고."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강지혁의 귀를 타고 들어와 망치로 변해 그의 심장을 거세게 내리쳤다.임유진은 고개를 살짝 들더니 웃었다."혁아, 그거 알아? 난 정말 몰랐어. 나한테 죄를 뒤집어씌운 그 사람이 나와 어떤 원한이 있는 게 아니었고, 그렇다고 진애령 씨와 어떤 원한이 있었던 게 아니라 그저 무서워서, 형을 살까 봐, 진씨 일가에게 보복당할까 봐 두려워서 내 인생을 망쳐버렸을 줄은..."감옥에 있었던 3년은 지금도 임유진 마음속 깊은 곳에 악몽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녀는 그 3년 때문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았고 커리어도 잃었고 미래도 잃었으며 영원히 아이까지 잃을 뻔했다.하지만 이 모든 게 그저 한 사람의 두려움 때문이었다니!이런 간단하고도 우습기까지 한 이유를 그녀는 4년이나 찾아 헤맸다.강지혁은 그녀를 그대로 내버려 둔 거, 진실을 밝힐 능력이 있었음에도 그녀가 감옥에 가도록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거에 미치도록 후회하고 있다.그때는 그도 그 언젠가 임유진을 이렇게 사랑하게 되고 이 여자가 겪은 고통이 고스란히 자신의 고통이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그는 할 수만 있다면 그녀가 겪은
마치 어미 새가 아기 새에게 음식을 넣어주듯 그는 꽤 진지하게 이 동작을 반복했다.강지혁을 아는 사람이 이 광경을 봤으면 아마 놀란 나머지 현실부정을 할 것이다. 강지혁이 누군가의 식사 수발을 들어준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일 테니까.한편, 이 광경은 직접 눈앞에서 보게 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술집 손님들이다. 그들은 마치 영화 한 장면을 보듯 넋을 놓고 쳐다봤다.날은 벌써 어두워졌고 술집에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졌다. 기존에 있던 손님들은 물론이고 새롭게 들어온 손님들마저 시선을 강지혁과 임유진 쪽으로 돌렸다.강지혁은 원체 잘생긴 얼굴이고 특히 술집에서는 여성들이 대시하기 가장 좋은 인물일 테니까.그런 그가 정성스럽게 한 여자에게 이것저것 먹여주고 있으니 거기에 심장이 두근거리지 않을 여자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누구라도 임유진 자리에 자신이 들어가고 싶을 것이다.하여 몇몇 여성들은 강지혁의 옆에 임유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시도해보고 싶었다.술집은 불가능도 가능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런 곳이니까.몇 분 후, 꽤 예쁜 얼굴에 몸매가 가감 없이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은 여성 한 명이 강지혁 쪽으로 다가가 예쁘게 웃었다."나 여기 앉아도 돼요? 오늘 혼자 왔는데."그러고는 강지혁에게 유혹의 눈길을 보냈다. 가까이에서 보니 남자는 여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이런 남자라면 하룻밤 관계라도 선뜻 수락할 수 있다.다만 강지혁은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리더니 차갑게 경고했다."꺼져."그 말에 여자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버렸다. 객관적으로 봐도 자신이 남자 옆에 앉아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닌 여자보다 훨씬 예뻤으니까.여자는 혹시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한 건 아닌가 싶어 더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옆에 있는 그 여자 혹시 그쪽 친구예요? 이미 취해서 재미없을 것 같은데, 나는 그쪽 엄청 재밌게 해줄 수 있어요. 그리고 날 마음대로 해도 뭐라 안 할 건데."여자의 말은 명백한 섹스어필이었
여자는 남자가 너무 무서워 얼른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헌팅에는 실패했지만,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게 남자이니까."저... 저는 그럼 이만..."여자가 어색하게 웃으며 몸을 돌렸다."잠깐..."그때 임유진이 여자를 불러세웠다. 그러고는 뭔가 엄청나게 불만인 듯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여자는 당장이라도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기에 임유진의 말을 들었음에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그때 강지혁의 차가운 음성이 흘러나왔다."기다리라잖아."‘네?’여자는 그 말에 육성으로 반응하기도 전에 갑자기 나타난 건장한 남성들에게 잡혀버렸고 그대로 다시 강지혁의 테이블로 끌려갔다.여자는 지금까지 살면서 이토록 후회한 적이 또 있을까 싶었다. 남자 한 명 꼬시려다가 팔자가 꼬이게 생겼다."저기... 우리 일단 말로 하는 게 어떨까요? 혹시 내가 아까 말을 잘못한 게 있다면 당장 사과할게요. 네?"여자는 거의 울먹거리며 사정했지만, 강지혁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임유진을 향해 말했다."자, 봐봐. 네가 부른 사람 왔어."애정가득한 그의 얼굴은 그에게 사랑받으면 정말 행복하고 어떤 고난도 이 남자가 대신 해결해 줄 것 같은 그런 착각이 들게 한다.여자는 임유진이 그녀에게 뭐라고 할까 봐 잔뜩 긴장하며 얼어있었다. 술에 취한 이 여자가 혹 자신을 죽이겠다고 하면 옆에 앉은 남자가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배에 칼을 꽂을 것 같았다."너..."임유진은 비틀거리는 몸으로 술에 잔뜩 취해 말을 이었다."너 아직 우리 혁이 넘보지 않을 거란 말 안 했잖아!"여자는 그 순간 마음이 놓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런데 잠깐만... 잔뜩 겁주며 나를 데려온 게 고작 그 얘기를 안 해서?’"너... 끅... 우리 혁이 넘보면 안 돼!"임유진은 이제 트림까지 하며 이 말을 벌써 몇 번이나 내뱉었다. 아마 그녀에게 있어 이 말이 상당히 중요한 듯싶었다."저는 절대 혀, 혁이 씨를 넘보지 않을 겁니다!"여자는 선서만 안 했지 거의 맹세한 것과 다름없었다.임유진은 그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