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 경매가가 무려 200억을 뛰어넘었고 임유진은 대체 누가 이렇게 비싼 다이아를 살지 궁금하다며 장난을 쳤었는데 지금 이 다이아몬드가 그녀의 눈앞에 떡하니 나타났다.“이거 오로라잖아!”그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본 적 있나 봐.”강지혁도 살짝 의외였다.“응.”임유진은 머리를 끄덕였다.“이거로 누나 결혼반지 맞춰주려고. 나중에 누나가 원하는 디자인을 선택해. 디자이너에게 똑같이 만들어달라고 하면 돼.”강지혁이 말했다.결혼반지?! 임유진은 충격에 휩싸여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지금 200억 가까이 되는 다이아로 그녀의 결혼반지를 만들어주겠다는 건가?! 임유진은 이 모든 게 꿈만 같았다.“왜? 마음에 안 들어?”강지혁이 미간을 살짝 구겼다.“마음에 안 들면 나중에 다른 다이아로 골라볼게. 혹시 누나가 좋아하는 다이아 종류가 따로 있어?”“아니 그게 아니라!”그녀는 재빨리 그의 말을 부정했다.“이 다이아 엄청 비싸잖아. 너 정말 이걸로 결혼반지 만들게?”“아니면?”강지혁이 가볍게 웃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의 표정이 사뭇 귀여울 따름이었다.“목걸이로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돼. 가격이 비싼 거라면...”그가 잠시 뜸 들이더니 그녀의 오른손을 들고 약손가락에 가볍게 키스했다. 이제 곧 이 손가락에 결혼반지를 끼워줄 예정이다.“얼마나 비싼 반지든 누난 낄 자격 있어. 누난 내 여자니까!”그가 키스한 곳에서부터 따뜻한 전류가 퍼지더니 순식간에 그녀의 온몸을 녹여주었다.임유진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게 바로 그녀가 결혼할 사람이다. 보석처럼 손에 고이 받들고 소중히 다뤄주는 바로 그런 남자!이런 남자의 프러포즈를 받은 것은 아마도 그녀 인생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인 듯싶다.임유진은 다이아 반지의 디자인을 쭉 둘러본 후 디자이너와 잠시 더 토론하고 초보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했다.드디어 첫 번째 소통을 마쳤다. 디자인에 관한 일은 몇 번 더 소통해야 하고 게다가 결혼반지에 관한 일이니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배고파?”강
전에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모든 것들이 강지혁으로 인해 가능하게 변하는 걸까?“누나 계속 사건 뒤집고 싶댔잖아. 왜 지금은 아무 말 없어?”그녀의 침묵에 강지혁이 물었다.“그 증거들로... 정말 내 사건을 뒤집을 수 있어? 내가 정말 진실을 보상받을 수 있어?”임유진이 나지막이 물었다.진실이라... 강지혁의 눈동자가 아주 잠깐 흔들렸다.“문제없을 거야. 나만 믿어!”임유진은 그 순간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그녀는 흐느끼며 강지혁에게 말했다.“고마워, 혁아!”그녀의 눈물에 강지혁은 어쩔 바를 몰랐다. 얼른 티슈를 뽑아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위로하는 그였다.“울지 마. 내가 증거 수집하고 사건 뒤집으려고 노력하는 건 누나 울리기 위해서가 아니잖아.”그녀가 눈물을 보일 때마다 강지혁은 심장을 콕콕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하지만 임유진이 되레 더 크게 울었다. 마치 이 몇 해 동안 억울하게 뒤집어썼던 누명이, 꾹 짓눌렀던 고통이 한순간에 왈칵 쏟아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임유진은 그를 꼭 끌어안고 대성통곡했다.“으엉... 흐엉...”드디어 해탈한 듯한 울음소리에 얼마나 많은 서러움과 고통이 담겨 있을까!한편 강지혁의 마음도 갈기갈기 찢어졌다.그녀를 위해 결백을 찾아줄 순 있지만 제아무리 반쪽 하늘을 가리는 강지혁이라 해도, 엄청난 부자라 해도 그녀가 잃었던 지난 세월을 되돌려줄 순 없다.그녀를 사랑할 줄 진작 알았더라면, 이렇게 깊이 사랑할 줄 진작 알았더라면 그해 절대 그녀에게 그런 시련과 고통과 서러움을 안겨주지 않을 텐데.아쉽게도 세상에 후회 약은 없다.그해의 횡포가 오늘날 죄책감으로 돌아왔다. 임유진 때문에 강지혁은 지금 이토록 무거운 죄악감에 시달리고 있다.다른 그 어떤 이의 감정도 무시할 수 있지만 오직 임유진만 안 된다.그는 뻣뻣한 손을 들어 가볍게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다.“울지 마, 유진아. 그만 울어, 응?”지칠 줄 모르는 듯 그렇게 몇 번이고 위로했다.임유진도 자신이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정신을
“이건 네 일도 아닌데 오직 날 위해 사건 뒤집어주려는 거잖아. 고마워. 방금 운 건 이 사건이 마음속에 너무 오랫동안 묵혀 있다가 드디어 희망이 보이자 멘탈이 무너진 것 같아.”그녀가 말했다.강지혁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품에 꼭 껴안았다.‘유진아, 방금 내가 말한 미안해 석 자가 무슨 뜻인지 넌 영원히 모를 거야. 미안해... 그땐 내가 너무 일방적으로 횡포하게 굴었어. 나 때문에 그 고통을 겪게 했고 만신창이가 돼버렸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네게 결백을 돌려주는 거야.’다만 그녀가 원하는 진실은 영원히 얻지 못할 듯싶다!강지혁은 그녀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다음날 임유진은 탁유미에게 휴가 내고 강지혁과 함께 로펌으로 향했다. 그녀에 관한 사건이다 보니 유난히 긴장되는 하루였다.그리고 더 뜻밖의 일이 발생했다. 강지혁이 선택한 로펌은 그녀가 전에 일했던 바로 그 로펌이었다!임유진은 놀란 눈빛으로 강지혁을 바라봤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알아, 누나 전에 여기서 일한 거. 그 사건이 있은 뒤로 전에 일했던 동료들이 계속 누나 비꼬잖아. 그래서 여기로 택했어. 누나가 당한 굴욕들 전부 보상해줄 거야. 전에 누나 무시하고 경멸한 사람들 아무도 감히 함부로 나오지 못하게 해줄 거야. 누나는 가해자가 아니야. 이 사건의 피해자가 바로 누나란 걸 로펌 사람들에게 떳떳하게 알릴 거야.”강지혁이 말했다.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들 앞에서 그녀가 여느 때보다 당당해지길 바랐다.임유진의 눈가가 또다시 뜨거워졌다. 사실 어떤 일들은 많은 시련을 겪고 난 이후로 서서히 무뎌져 갔다.하지만 강지혁은 그녀가 경멸을 당하는 걸 원치 않는다. 이 점은 임유진도 잘 알고 있다.그녀는 강지혁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펌이 있는 층에 도착했다.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그녀는 손에 식은땀이 쫙 나는 걸 알아챘다.여전히 긴장한 그녀였다! 증거를 수집하고 검찰 측에 재신청할 수 있어도, 거의 승산이 있다 해도 그녀는 여전히...어쩌면 사건을 뒤집는
임유진이 손을 다 씻고 휴지로 닦으려 할 때 누군가가 불쑥 나타났고 상대도 그녀를 보더니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유진 씨가 여긴 웬일이에요?”임유진도 여기서 정한나를 볼 줄은 몰랐다. 그녀는 전처럼 오피스룩을 입지 않았고 되레 빌딩 청소 아줌마 같은 옷차림이었다.“왜요?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돼요?”임유진이 싸늘하게 되물었다.저번에 정한나가 그녀 사건을 로펌 신입사원들에게 실습용 사례 삼아 입을 나불거린 이후로 임유진은 그녀가 극도로 혐오스러웠다.소인인 걸 알았으나 그녀의 ‘악’이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극심할 줄은 몰랐다.정한나도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정한나는 이젠 로펌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명색이 변호사인데 화장실 청소나 책임져야 했으니 이 모든 게 임유진 때문이다!강현수가 임유진을 지켜줄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하지만 바로 다음 날 로펌 사장이 그녀를 사무실로 불러들이더니 두 가지 선택지를 주었다. 로펌에서 사직하거나 전근으로 화장실 청소를 당분간 책임지고 그 후의 일은 상황을 봐서 결정하겠다고 했다.정한나는 반나절 머리를 쥐어짜고 갈등하다가 결국 두 번째 방안을 선택했다. 이대로 잘리면 그녀를 받아줄 곳이 없으니까. 실업자 신세에 친척들과 남자친구를 무슨 면목으로 마주하겠는가.지금 비록 화장실 청소나 하고 있지만 회사 직원들 말고는 남자친구와 가족들은 아무도 이 사실을 모른다. 나중에 새 로펌을 찾거든 자연스럽게 여길 떠나면 그만이다.그런데 아쉽게도 임유진에게 들켜버렸다.항상 그녀만 임유진을 비웃었는데 어느덧 이런 꼴로 임유진을 마주해야 하니 분노만 더 짙어졌다.임유진이 등 돌려 화장실을 나서려 할 때 정한나가 문득 기발한 꾀가 떠올라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고 몰래 녹음 버튼을 누르더니 등 뒤로 숨겼다.“잠깐만요 유진 씨! 대체 강현수 씨랑은 무슨 사이에요? 그날 왜 그렇게 유진 씨를 지켜준 거죠? 외투까지 걸쳐줬잖아요! 두 사람 진작 알고 지냈죠? 보통 사이 같지 않던데, 내 말 틀려요?”정한나는 그녀를 쫓
정한나는 볼이 화끈거리고 반쪽 얼굴이 얼얼해졌다.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누가 때린 건지 되돌아봤는데 전에 봤던 임유진의 남자친구였다.“감히... 네가 감히 날 때려?”그녀가 말을 더듬거렸다.“왜? 내가 너 때리면 안 돼?”강지혁은 분노가 극에 달하자 되레 싸늘하게 웃으며 한없이 음침한 눈빛으로 그녀에게 쏘아붙였다.“내가 지금 당신 도와주고 있잖아. 임유진이 강현수와... 바람을 피웠다고, 두 사람...”정한나가 밀려오는 고통을 참으며 계속 입을 나불거렸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싸대기가 날아왔다.그녀의 양쪽 볼이 순식간에 벌겋게 달아올랐다.정한나 입안에서 피비린내까지 났으니 방금 두 싸대기가 얼마나 심했을지 충분히 예상 되었다!하지만 그녀를 두려움에 휩싸이게 한 건 상대의 음침한 눈빛이다. 그건 마치 살인을 저지를 것 같은 험악한 눈빛이었다! 눈앞의 이 남자는 언제든지 정한나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고작 임유진의 남자친구일 뿐인데, 뭐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라고. 정한나는 두려움을 극복하려고 애썼다. 경찰에 신고해서 두 사람에게 제대로 망신 줄 생각이었다!바로 이때 성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고 로펌 사장의 목소리도 들렸다.“강지혁 씨, 오셨어요? 유진 씨도 오셨네요. 오랜만이에요.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평소에 차갑기 그지없던 사장이 지금은 얼굴에 열정으로 차 넘쳤다!강지혁은 싸늘한 표정으로 제 자리에 서서 고개 숙여 임유진을 쳐다봤다.“얘가 바로 저번에 찻물 뿌린 그년이지? 오늘 또 이런 식으로 말하네? 네가 말해봐. 얘 어떻게 해줄까?”강지혁은 당연히 미리 조사했다.정한나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임유진 남친 너무 거만 떠는 거 아니야? 제가 뭐라도 된 줄 아나 봐? 날 어떻게 해주냐고? 내 운명이라도 쉽게 바꿀 기세인데?’옆에 있던 사장이 이 광경을 보았고 정한나의 시뻘건 얼굴도 흘겨보았다. 사장은 강지혁의 싸늘한 표정에 그 자리에서 호통쳤다.“정한나, 대체 어떻게 된 거야?”정한나가 감히 말할 엄두가
강지혁 일행이 회의실로 들어가자 누군가가 정한나에게로 다가와 말했다."정한나 씨, 휴대폰 주시죠.""내가 왜!"정한나는 자신의 핸드폰을 꽉 쥐었다. 바보도 아니고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이대로 남의 손에 넘겨줄 리가 없었다.하지만 상대방은 마치 정말 바보를 보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강지혁 씨를 상대로 녹음 파일만 넘기면 되는 걸 다행으로 여기세요. 앞으로 허튼소리만 안 하면 임유진 씨도 당신을 가만히 내버려 둘 겁니다. 하지만 이 경고를 무시할 시에는..."사람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정한나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잠깐만, 당신 방금 뭐라고 했어? 강지혁?""네, 오늘 강지혁 씨가 임유진 씨를 데리고 이쪽으로 온 건 임유진 씨 사건을 뒤집기 위해서입니다."그 말에 정한나는 입이 떡 벌어졌다.강지혁... 임유진 남자친구가 강지혁이라고? 말도 안 돼! 그때 임유진이 차로 치어 죽인 사람이 바로 강지혁의 약혼녀잖아...그런데 이제는 사건까지 뒤집겠다고?! 그 말은 임유진이 살인자가 아니란 뜻이야?!그 순간, 정한나는 머리가 새하얗게 돼버려서는 아까 맞은 뺨이 욱신거리더니 이제는 살이 에일 것처럼 아팠다....임유진과 강지혁은 회의실로 들어왔고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전부 임유진이 아는 사람들이었다. 로펌 대표도 있었고 그녀가 막 로펌으로 들어왔을 때 동경했었던 선배 변호사들도 있었다.그런 사람들이 지금은 그녀에게 매우 조심스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다. 물론 그게 강지혁 때문이라는 걸 임유진은 잘 알고 있었다.임유진은 그들과 딱히 옛 추억을 회상하러 온 게 아니므로 그녀가 할 일은 그저 로펌에서 정리해준 자료들을 보는 것뿐이었다.자료 중에는 전에는 없던 새로 나온 증거들이 들어있었는데 그건 바로 그때 당시 목격자들의 진술이었다.강지혁이 그 몇 명의 목격자들을 다 찾아내 그들 입에서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거짓 증언을 했다는 진술까지 다 받아낸 것이다.물증에 관해서는 누군가가 경찰서 사람을 매수가 거짓 증거를 만들었다고 적
임유진은 곧 그 말의 뜻을 알아차렸다.진애령은 진씨 가문 아가씨로서 당시에는 진화그룹 대표이기도 했다. 진씨 일가에서 자식은 총 두 명이었지만 진세령은 연예계로 진출했기에 당연하게도 진애령이 가문을 이을 후계자가 됐다. 게다가 진애령은 강지혁의 약혼자였고 이 모든 사실을 종합했을 때 허재명은 충분히 두려울 만했다. 법은 그를 심판하지 않았을 테지만 진씨 일가와 강씨 일가는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다.생각을 정리하고 나서야 비로소 임유진은 왜 허재명이 이런 짓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됐다.눈앞에 놓인 증거들로 만약 재심이 열린다면 사건을 뒤집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그건 바로 허재명이 아직 해외에 있다는 것이다.성공적으로 사건을 뒤집는다고 해도 허재명이 해외에 있는 한 범죄자를 국내로 데려오기는 쉽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그때, 마치 임유진의 고민을 읽은 것처럼 강지혁이 입을 열었다."걱정하지마. 해외에 있다고 해도 내가 반드시 국내로 데려와 죄를 인정하게 할 테니까."강지혁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임유진은 믿음이 갔다.모든 자료가 문제없음을 확인한 임유진은 봉투에 사인했고 그렇게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된 후 임유진의 선배 변호사였던 사람이 다가와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유진아, 몇 년간 고생 많았어. 아마 너는 곧 명예를 회복하고 다시 변호사가 되겠지. 그러면 그때 나한테로 와."임유진은 그 말에 그저 옅게 웃어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상대방이 뭔가 더 얘기하려고 입을 열려고 하자 임유진은 고개를 돌려 강지혁을 향해 말했다."혁아, 나 조금 피곤해.""그럼 이만 가자."강지혁은 임유진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떠났고 회의실에 남겨진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차에 올라탄 후 강지혁은 임유진을 보며 말했다."많이 피곤하면 차에서 누워 자도 돼.""아니야."임유진은 고개를 젓다가 의외의 말을 꺼냈다."나 술 마시고 싶어.""술?"강지혁이 눈썹을 치켜
임유진은 그렇게 한잔 두잔 마시며 취기가 온몸을 감싸올 때까지 자신을 내버려 두었다.한편, 강지혁은 그런 그녀의 옆에서 그저 말없이 술을 따라줄 뿐이었다."혁아, 난 가끔 운명이라는 게 너무 웃긴 것 같다는 생각을 해."임유진은 손에 든 와인잔을 이리저리 흔들며 중얼거렸다."왜 그렇게 생각해?"강지혁이 부드럽게 물었다."내 사건만 해도 그렇잖아. 그때는 모든 증인과 물증들이 다 나를 가리키는 바람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그래서 감옥에 있는 3년 동안 매일같이 생각했지. 이 사건의 진실은 대체 뭘까, 대체 누가 이 모든 증거들이 나를 가리키게 판을 짠 걸까..."임유진은 말을 하다가 실소를 터트렸다."나 말이야. 그때 내 주변 지인 하나하나 다 의심했었다?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가 나한테 큰 원한을 품은 건 아닐까 하고."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강지혁의 귀를 타고 들어와 망치로 변해 그의 심장을 거세게 내리쳤다.임유진은 고개를 살짝 들더니 웃었다."혁아, 그거 알아? 난 정말 몰랐어. 나한테 죄를 뒤집어씌운 그 사람이 나와 어떤 원한이 있는 게 아니었고, 그렇다고 진애령 씨와 어떤 원한이 있었던 게 아니라 그저 무서워서, 형을 살까 봐, 진씨 일가에게 보복당할까 봐 두려워서 내 인생을 망쳐버렸을 줄은..."감옥에 있었던 3년은 지금도 임유진 마음속 깊은 곳에 악몽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녀는 그 3년 때문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았고 커리어도 잃었고 미래도 잃었으며 영원히 아이까지 잃을 뻔했다.하지만 이 모든 게 그저 한 사람의 두려움 때문이었다니!이런 간단하고도 우습기까지 한 이유를 그녀는 4년이나 찾아 헤맸다.강지혁은 그녀를 그대로 내버려 둔 거, 진실을 밝힐 능력이 있었음에도 그녀가 감옥에 가도록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거에 미치도록 후회하고 있다.그때는 그도 그 언젠가 임유진을 이렇게 사랑하게 되고 이 여자가 겪은 고통이 고스란히 자신의 고통이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그는 할 수만 있다면 그녀가 겪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