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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옷, 옷은 내가 알아서 입을게."

강지혁은 잠시 침묵하다 옷들을 그녀에게 건네주고는 뒤로 몸을 돌렸다.

임유진은 빨개진 얼굴로 얼른 옷을 갈아입었다. 그녀는 뒤돌아선 강지혁이 주먹을 꽉 쥐고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가 옷을 벗고 다시 입는 소리는 그에게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강지혁을 설레게 하는 여자는 임유진뿐이고 이 감정은 아마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욱더 강렬해질 것이다. 게다가 강현수의 일도 있어 그는 지금, 마치 맹수가 먹이를 지키듯 위험 감지 센서가 곤두서 있다.

다만 오늘 같은 일은 두 번 다시 없어야 했다. 강지혁은 자신을 보는 임유진의 눈에 두려움과 공포가 서리게 하고 싶지 않았고 또다시 이성을 잃은 채 그녀에게 상처 주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임유진이 옷을 다 갈아입고 나서야 강지혁은 몸을 돌렸다.

그녀는 노란색 긴 원피스로 갈아입었고 다 찢어진 꽃무늬 원피스는 바닥에 버려졌다.

강지혁은 그 원피스를 주운 후 그녀에게 말했다.

"내가 새로 사 줄게."

"아니야. 괜찮아."

그러자 임유진이 얼른 말을 이었다.

"어차피 그건 잠깐 입으려고 산 옷이라서. 그리고 네가 나한테 사 준 옷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새로 살 필요 없어."

"그럼 이건 버리라고 할게."

강지혁이 막 사용인을 부르려고 하자 임유진이 얼른 그의 손에서 옷을 빼앗았다.

"내... 내가 버릴게."

만약 이걸 사용인에게 넘겼다가는 저택에 이상한 소문이 돌 게 뻔했다.

"그래, 그럼."

강지혁은 대답 후 그녀의 손목을 쳐다보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빨갛게 부었던 것이 어느새 많이 옅어졌다.

"내가 마사지해줄게. 이러면 좀 더 빨리 괜찮아 질 거야."

그는 손가락으로 천천히 부어오른 살 주위를 마사지했다.

힘 조절이 적당해서 그런지 아프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시원하기까지 해 그의 말대로 빨리 나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좀 괜찮아?"

강지혁이 물었다.

"응, 괜찮아."

"그러면 일단 좀 쉬어."

강지혁은 잡고 있던 그녀의 팔을 내려놓으며 방을 나가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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