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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진작에 치워버려야 했어. 여론을 이렇게나 좋아하는데 나도 그렇게 해줘야겠지?"

강지혁이 차갑게 말했다.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고이준은 자신의 대표가 엄청나게 화나 있음을 바로 눈치챘다. 그러고는 인터넷에 떠다니는 임유라의 사진을 보며 혀를 찼다. 강현수와 헤어진 마당에 그녀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이제 S 시에는 더는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고이준은 벌써 임유라의 처참한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

한편, 강현수는 현재 별장 화실에서 뚫어지게 한 그림을 보고 있다. 그가 보고 있는 그림은 다름 아닌 어린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를 업고 하산하는 그림이다.

그는 매년 이 그림을 반복적으로 그렸다. 똑같은 구도의 똑같은 인물, 아마 그의 머릿속에 가장 인상 깊은 것이 바로 이 장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그림 실력은 나날이 좋아졌고 그 덕에 똑같은 그림이라도 매년 그림 속 소녀의 모습은 점점 더 기억 속의 그 아이와 닮아갔다.

전에 그의 엄마가 매번 똑같은 그림을 그리는 강현수를 향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하기도 했다.

"왜 이렇게 매번 똑같은 그림만 그려? 한 장이면 충분하잖아."

아니, 전혀 충분하지 않다. 만약 이대로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그는 기억이 점점 더 모호해져 갈 것이고 그러면 언젠가는 소녀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게 돼 영영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이 소녀는 임유진이 맞다.

사실 강현수는 임유진을 처음 본 순간부터 어릴 적 그녀와 닮았다고 생각했었다. 그 소녀가 크면 그녀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 후 여러 가지 요소가 그의 판단에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오늘, 임유진이 그 소녀와 비슷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었을 때 그는 확신했다. 임유진이 바로 어릴 적 그 소녀라고!

강현수의 마음을 이렇게까지 흔들어 놓은 여자는 임유진이 처음이고 품에 꽉 안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사람도 임유진밖에 없었으며 강지혁에게 아무것도 안 하고 보낸 것이 이렇게나 후회스럽다는 생각이 들게 한 것도 임유진뿐이다.

"네가 내 거라는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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