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임유라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녀는 연예계에 오랜 기간 몸을 담고 있었기에 호텔로 오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길이 그녀의 유일한 기회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헤어졌다고는 하나 임유라는 강현수의 여자 친구 자리까지 올라갔던 여자이기에 그녀의 몸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해당 감독은 연예계에서 꽤 입지가 굵은 감독이고 임유라가 지금은 여기저기에서 거절당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예 기회가 없는 건 아니었다.임유라는 방금 전화를 건 감독에게 촬영장 뒷일이나 클럽 공연 같은 일자리를 받게 되면 다시 강현수와 얘기해본 후 연예계에 발을 들일 생각이다.그러기 위해서 그녀는 오늘 이 기회를 잘 잡아야 했다. 전화를 건 감독은 40대이고 부인도 있다. 그러니 만약 그가 정말 그 목적으로 부른 것이 맞다면 임유라 역시 상대의 약점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잠자리를 가지기 전 그녀는 몰래 촬영해 증거를 얻을 예정이고 그것으로 상대에게 돈을 뜯어내든 다시 스타의 자리로 자신을 올려놓게 하든 협박할 예정이다.일이 순조롭게 흘러가면 지금 그녀를 하찮게 보는 사람들을 다시 한번 발아래에 둘 수 있다.임유라는 무슨 수를 써서든 다시 인기 여배우 자리에 올라갈 것이다.생각을 마친 그녀는 몸을 일으켜 옷장에서 강현수와 데이트 했을 때 입었던 옷을 고른 후 정성스럽게 화장까지 하고 약속한 호텔에 도착했다.얘기했던 호텔 방 앞으로 가 노크하니 감독이 문을 열어주며 임유라에게 안으로 들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자 임유라는 씩 웃고는 방 안으로 들어가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벗었다.자리에 앉은 후 감독이 그녀의 근황을 묻자 임유라는 잔뜩 불쌍한 얼굴로 요즘 많이 힘들어 S 시를 벗어날 생각까지 한다며 감독에게 도움을 청했다.감독은 당연하게도 고개를 끄덕이며 임유라에게 새로운 배역을 줘 그녀를 일약 스타덤에 오를 수 있게 만들어 주겠다며 약속했다."유라 씨, 사실 나 전부터 유라 씨가 마음에 들었어."감독은 말을
"찍지 마, 찍지 말라고!"임유라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다 또다시 몸을 가리는 등 야단법석을 떨었다. 그러다 문득 의자 위에 놓인 가방이 떠올라 그거로라도 몸을 가리려고 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가방은 사람들 손에 의해 바닥에 내쳐졌고 그 탓에 안에 숨겨두었던 카메라가 밖으로 튀어나와 버렸다.그러자 감독 부인이 코웃음을 쳤다."이거 재밌네. 나만 찍었던 게 아니었잖아?"침대 위에 있던 감독도 그제야 임유라의 속셈을 눈치채고는 분에 못 이겨 발가벗을 몸뚱이로 임유라를 정신없이 내려쳤다."이런 미친년이! 불쌍해서 좀 봐주려고 했더니 감히 몰래 촬영을 해?!"임유라는 아까 여성에게 맞은 데다가 지금은 남자에게까지 맞게 되자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장면은 모두 카메라에 담겼다.다음 날, 해당 영상은 금세 인터넷에 퍼졌다. 물론 적나라하게 드러난 더러운 몸뚱어리들은 다 모자이크 처리가 됐지만 다들 어떻게 된 상황인지는 금방 알아챘다."임유라, 진짜 미친 거 아니야?""그러니까 임유라는 지금, 저 상황에 남자 쪽을 협박하려고 했다는 거지? 정말 대단하다!""이런 여자인 걸 아니까 강현수도 진작에 버렸겠지. 그래도 전에는 임유라가 조금 불쌍하기도 했는데 지금 보니 오히려 강현수가 더 불쌍했네. 저런 더러운 걸 한동안 데리고 다녔으니."임유라는 전과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욕을 먹었고 심지어 어떤 네티즌들은 그녀가 했던 짓들을 일일이 나열하며 조롱하고 비난하기 시작했다.물론 영상에 담긴 그 남자 감독도 똑같이 거센 질책을 받았다. 연예계에서 알아주는 인물이라고 해도 이런 영상까지 퍼진 마당에 이제 다시는 이 바닥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같은 시각, 어제 불륜 현장을 급습한 감독 부인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고 비서님, 정보 감사해요. 덕분에 지금까지의 울분을 모두 털어놓을 수 있었고 이제 속 시원하게 이혼할 수 있을 것 같아요.""별말씀을요. 이번 일로 혹시 또 도움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만약 나도 언젠가 혁이가 곁에 없으면...’임유진은 자기가 생각하고도 웃긴지 실소를 터트렸다. 그녀의 혁이는 강현수가 아니고 임유진도 임유라가 아니다.「유진아, 너 임유라 소식 봤어?」한지영이 문자를 보내왔다.「응, 봤어.」그러자 임유진이 곧장 대답했다.「난 임유라가 조만간 이렇게 될 줄 알았어.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꼴좋네. 아주 제대로 당해버렸잖아.」한지영은 신이 나서 문자를 썼다.임유라는 이제 재기 불가한 상태가 되었고 체면을 중히 여기는 남자라면 더는 그녀와 엮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그리고 이건 내가 들은 건데, 강현수가 임유라에게 가족들 데리고 S 시를 떠나라고 경고까지 했대.」한지영은 백연신에게서 들은 정보들을 임유진에게 들려주었다. 이 일은 몇몇을 제외하고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기에 한지영은 이걸 전해 들은 후 백연신의 정보력을 칭찬하기도 했다.물로 그 칭찬에 백연신은 혀를 차며 썩 좋아하지는 않았다.임유진은 강현수가 설마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는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때 아버지가 집을 내놓은 것이 이 이유일 수도 있었겠네...’하지만 지금은 그 일가가 S 시를 떠나든 말든 임유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감옥살이했을 때부터 그녀는 그들을 더는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으니까.한지영은 임유진과 조금 더 대화를 나눈 후 드디어 핸드폰을 내려놓았다."기분 좋나 봐?"그때 백연신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 한지영은 그제야 눈앞에 백연신이 있다는 걸 떠올렸다.그리고 지금 두 사람은 데이트 중이다."당연하죠!"한지영은 디저트를 먹으면서 예쁘게 웃었다. 임유라가 이 꼴이 됐는데 어떻게 기분이 안 좋을 수 있을까!"임유라 그 여자 일 때문에?"백연신이 물었다."네. 임유라는 정말 처음 본 순간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 이 꼴이 나니 아주 속이 다 시원해요. 하늘도 다 보는 눈이 있는 거죠."한지영은 임유라를 비난하는 댓글들을 보며 기분이 좋아졌고 식욕마저 돌았다."하늘?
한지영은 백연신의 분석을 들으면 들을수록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감독 부인 멍청한 사람 아니야. 오히려 지나치게 똑똑한 여자지. 그런데 그런 여자가 자기한테 득 될 거 하나 없는 짓을 한다고?"백연신의 말에 한지영도 그제야 뭔가를 깨달은 듯 읊조렸다."그러니까 누군가가 뒤에서 일부러 임유라를 매장해 버리려고 한다는 거죠?"임유라를 싫어하던 라이벌 배우일까? 아니면 강현수? 그것도 아니면... 한지영은 자기도 모르게 머릿속에 강지혁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뭐, 그런 거지."백연신이 담담하게 말했다."연신 씨는 그 누군가가 누구라고 생각해요?"한지영이 두 손을 꼭 맞잡은 채 물었다."강지혁."백연신이 답했다."왜요?""이 일을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어. 그리고 웬만한 사람은 그 감독 부인에게 이러한 제안을 할 수도 없었을 거야. 강현수라는 선택지도 있긴 한데 이런 일을 벌이면 강현수의 체면도 말이 아닐 거야. 임유라는 대외적으로 그의 전 여자친구이기도 하니까. 이러한 구설에 휘말리면 자기 이름이 나올 게 뻔한데 그런 멍청한 짓을 강현수가 했을 리가 없잖아."한지영은 백연신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점점 강지혁이 한 일이 맞다는 결론에 다다랐다."강지혁도 자기가 한 일이라는 걸 감추려는 생각 없어 보이던데? 임유라를 이 세상에서 소리소문없이 처리할 방도는 많았을 테니까."백연신의 보기에는 강지혁이 정상적인 사고가 박혀 있는 사람들에게 경고를 내리려고 이런 일을 벌인 것 같았다. 임유진을 건드리면 임유라 꼴 난다고 말이다."유진이가 강지혁 씨 옆에 있게 된 게 정말 잘된 일일까요?"줄곧 입을 다물고 있던 한지영이 갑자기 이 한마디를 던졌다.백연신은 시선을 돌려 그제야 창백해진 얼굴로 손을 덜덜 떨고 있는 한지영을 발견했다."왜 그래?"그는 얼른 그녀의 손을 잡아 주며 물었다."어디 아파?"따뜻한 백연신의 체온이 전해지자 한지영도 서서히 떨림이 멈췄다."그냥... 강지
만약 누군가가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 먹잇감을 뺏으려 든다면 아마 피를 보게 될 것이다.무슨 위로를 이렇게 해! 한지영은 도끼눈을 뜨며 그를 쳐다봤다."그럼 만약에 유진이가 어쩌다 강지혁 씨의 심기를 건드려버리면요? 그때 강지혁 씨는 어떻게 할 것 같아요?"진지하게 물어보는 한지영에 백연신이 손을 들어 그녀의 이마를 아프지 않게 톡 건드렸다."너 말이야. 네 친구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거 아니야? 내가 보기에 두 사람 중 전전긍긍하고 있는 쪽은 강지혁이야."그러자 한지영의 입이 떡 벌어졌다. 전전긍긍이라니. 이게 과연 강지혁과 어울리는 단어인가?"장난하는 거죠?"한지영이 어색하게 웃으며 물었다."장난 같아?"백연신이 진지하게 얘기했다."그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는 쪽은 지금도 앞으로도 네 친구일 거야. 그러니까 너무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연인 사이에 더 많이 좋아하는 쪽은 항상 주도권을 뺏기게 되고 그 관계에서 을이 된다. 그리고 강지혁과 임유진 사이는 누가 봐도 강지혁이 더 사랑하고 있다.마치 지금 이 두 사람처럼 말이다.백연신은 턱을 괴고 한지영을 빤히 바라보았다. 눈앞에 이 여자는 아직도 자신이 복수하려고 이러는 줄 알고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건 그저 한지영의 사랑일 뿐이다.이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은 사람은 한지영이다. 처음에는 못마땅했지만 어느샌가 그도 이 여자에게 지배당하는 걸 바라고 있다.지금도 그녀의 한마디에 하루에도 수십 번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는 게 바로 그였으니까.이유는 그저 백연신이 한지영을 많이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토요일, 임유진의 퇴근 시간에 맞춰 강지혁이 그녀를 데리러 왔다."같이 갈 곳이 있어."강지혁이 말했다."어디?""가보면 알아."임유진은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강지혁이 데려간 곳은 임유진이 전에 살던 아파트, 즉 그의 아버지가 팔려고 내놨던 바로 그 집이었다.그는 집주인처럼 열쇠를 꽂고 들어간 후 그녀를 안으로 들였다."설마 이 아파트, 네가 산 거야?"
방 안으로 들어와 보니 이상하게도 잡동사니들만 사라지고 그녀의 물건은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마치 감옥에 들어가기 전 살았던 곳처럼 말이다.만약 그녀의 어머니에 관한 물건이 있다면 그건 아마 침대 밑 상자 안일 것이다. 어머니의 유품들은 모두 그곳에 보관해 두었으니까.임유진은 침대 쪽으로 가 상자를 꺼내려고 했다."내가 할게."그때 강지혁이 무릎을 꿇더니 임유진을 도와 상자를 꺼내주었다. 바닥에는 먼지가 가득했기에 그의 옷은 금세 더러워졌다."미안해."임유진은 그가 깔끔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다. 월세방에 살았을 때를 제외하고 강지혁은 밖에 나가면 최대한 먼지투성인 것들과 멀리했었으니까."뭐가 미안해. 내 여자 도와주는 거 당연한 거 아니야?"내 여자라는 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은 잠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가 얼른 시선을 상자 쪽으로 돌렸다.여기에는 임유진이 아끼던 헤어핀, 어머니와 같이 그렸던 그림 그리고 어머니가 사줬던 인형들까지 전부 들어있었다.한 가지 아쉬운 건 그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임유진은 아직 어렸기에 유품들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고 다 커서 보니 이것밖에 남지 않았다.임유진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천천히 상자를 열었다. 그러고는 익숙한 물건들에 자기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녀가 간직해왔던 것들이 그대로 들어있었다.출소 후 이것들을 가지고 가려고 했지만, 그녀의 아버지가 반대했다. 어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앨범도 다 태운 다음에야 손에 넣지 않았던가.그래서 이 물건들이 아직도 남아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버려지지 않았고 고스란히 다시 그녀의 품에 들어왔다.닭똥 같은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쉴 틈 없이 흘러내렸고 강지혁은 그 모습에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천천히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울리려고 한 건 아닌데."그는 임유진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만큼은 도무지 적응되지 않았고 매번 심장이 쿡쿡 질린 듯 아팠다."기뻐서 그래. 여기 있는 물건들을 다시 볼 수 있게 돼서."
그가 기꺼이 지배당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녀뿐이다!그녀 앞에 무릎을 꿇으라고 해도 달갑게 꿇을 것이다.한편 그가 바라는 건 단 하나, 그녀가 떠나지 않는 것...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그의 곁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그해 아버지도 이토록 어머니를 사랑하셨겠지. 다만 어머니는 결국 아버지를 떠나셨고 아버지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임유진은 그의 엄마와 다르다. 유진이라면 절대 그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키스를 마친 후 임유진은 빨간 두 볼에 숨을 헐떡이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지만 강지혁이 그녀의 허리를 사로잡고 품에 꼭 껴안았다.“왜 그래?”임유진이 의아한 듯 물었다.“나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해.”그는 고개 숙여 짙은 눈빛으로 그녀를 지그시 바라봤다.임유진은 눈을 깜빡이더니 웃으며 대답했다.“당연히 안 떠나지. 왜 갑자기 그런 생각 해?”“아마도...”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솔직하게 털어놨다.“방금 아버지랑 어머니가 생각나서. 한 사람을 사랑할수록 잃을까 봐 두려운 것 같아. 잃게 되면 남는 건 절망뿐이잖아.”임유진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강지혁은 부모님에 관한 말을 거의 한 적이 없다. 그의 어머니는 그의 아버지가 제일 가난하고 힘들 때 곁을 떠났고 그 때문에 아버지도 한겨울에 눈밭에서 얼어 죽었다. 임유진이 아는 건 이것뿐이다.이 일은 강지혁에게 평생의 고통으로 남았다!그때 그는 한낱 어린아이에 불과했다!임유진의 머릿속에 문득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장면이 떠올랐다. 그때 강지혁은 아버지의 낡은 옷을 입고 눈밭에 앉아 한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여기까지 생각하니 임유진은 심장을 콕콕 찌르듯 아팠다.그녀가 말했다.“혁아, 허리 좀 숙여봐.”강지혁은 두 눈을 반짝이며 고분고분 허리를 숙였다.임유진은 양손으로 그의 머리를 감싸 안고 그의 얼굴을 품에 쏙 껴안았다. 얼굴이 그녀의 가슴에 닿는 순간 귓가엔 쿵쾅대는 그녀의 심장 소리로 가득 찼다.“혁아, 너만 날 사랑해주면 나 어디도 안 가. 절대
다만 운명의 장난처럼 둘은 지금 함께하고 있다.“혁아, 난 출소하고 난 뒤로 사랑 같은 건 사치라고 생각했어.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거라곤 아예 생각지도 않았어. 그랬던 내가 널 만나고 너를 사랑할 수 있게 돼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가끔은 네가 하늘이 내게 준 구원 같은 존재인 것 같아. 그런 생각이 종종 들어.”그녀는 제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하늘이 봐도 그녀가 너무 비참해 절망 속에서 구원할 수 있도록 흑기사를 보내준 것 같았다. 임유진도 그때부터 삶에 대한 희망을 되찾았다.강지혁이 몸을 움찔거렸다. 구원? 그 언젠가 모든 진실을 알게 돼도 이렇게 생각할까?아니! 그는 영원히 그녀에게 알리지 않을 것이다.‘그 언젠가’라는 날도 없다!사실 그녀야말로 강지혁에게 선물 같은 존재이다. 임유진을 못 만났더라면 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어떤 건지 그는 아마 평생 모를 테니까.이젠 그녀를 제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 매일 안고 있어도, 다정하게 스킨쉽을 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는 항상 메마른 상태이다!“유진아, 우리... 결혼하자!”강지혁은 갈망에 축축이 젖은 눈빛으로 이 말을 내뱉었다.“나랑 결혼해줘. 내 아내가 되어줘!”...결혼?!임유진은 멍하니 넋을 놓았다. 이럴 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지?“왜? 싫어?”그가 미간을 구기고 대답 없는 그녀를 바라보며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지금... 프러포즈하는 거야?”한참 후에야 겨우 말을 내뱉는 임유진이다.“응.”그가 확고하게 대답했다.임유진은 두 눈을 깜빡였다. 프러포즈라... 두 사람이 벌써 결혼을 상의할 때가 되었나? 그와 알고 지낸 지 1년도 채 안 됐는데?!하지만 그녀는 강지혁을 사랑하고 강지혁도 그녀를 사랑한다. 결혼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청혼이 너무 성의 없어 보여? 아니면 내가 장난치는 거라고 생각해?”그의 목소리가 또다시 방 안에 울려 퍼졌다.강지혁은 허리 숙여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화들짝 놀란 임유진은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그를 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