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수는 싸늘한 눈빛으로 임유라를 쳐다봤다. 공평? 이 세상에 언제 공평이 존재했었나? 강현수는 수년간 그 소녀를 찾아 헤맸는데 만약 노력과 성과가 비례한다면 그의 수년간 노력으로 진작 결실을 얻어야 했다.하지만... 전혀 아니다!마치 이 세상엔 그런 사람이 아예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다만 그 사람은 분명 존재하잖아!“공평을 논하고 싶다면 임유라 씨 어머니가 유진 씨 뺨을 때렸으니 공평하게 유라 씨도 한 대 맞아요.”강현수가 담담하게 말했다.순간 임유라, 방미령, 임정호 세 사람은 멍하니 넋 놓고 말았다.방미령은 의자에서 벌떡 뛰어오르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내가 왜 내 딸을 때려야 하죠?! 당신이 아무리 돈 많고 힘이 세도 이건 좀 지나치네요!”“본인 딸은 못 때리겠어요?”강현수는 한심한 농담이라도 들은 것처럼 실소를 터트렸다.“그러면서 정작 본인과 아무 혈연관계도 없는 의붓딸은 함부로 때려요? 그래요?”방미령은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지만 곧이어 강하게 반박했다.“왜... 그게 왜 함부로예요. 유진이가 파렴치하게 일부러 유라랑 그쪽 사이를 망가뜨렸잖아요...”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현수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이어서 옆에 있던 경호원이 방미령의 뺨을 힘껏 내리쳤다.가여운 그녀는 며칠 전에 강지혁에게 맞아서 이빨 한 대가 부러졌는데 아직 그 이빨을 치료하지도 못한 채 또 한 대 얻어맞았다. 그녀는 순간 억울했던지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한 번만 더 유진 씨 험담하면 그땐 당신들 입을 확 찢어버릴 거예요.”말을 마친 강현수는 더는 여기 남아있을 생각이 없어 바로 자리를 뜨려 했다.이때 임유라가 소리쳤다.“현수 씨 나한테 이러면 안 돼!”강현수는 차분한 눈빛으로 그녀를 힐긋 쳐다봤다.“네 입술 모양이 ‘그 여자’를 닮은 걸 다행으로 여겨. 안 그러면 너도 진작 내 손에 아작났어!”강현수는 몇몇 부하들과 함께 곧게 자리를 떠났다.면회실에는 임가네 가족 세 명만 덩그러니 남았다.방미령은 째질 듯이 아픈 입
심지어 일부 기자들은 임유라가 부동산과 액세서리를 끊임없이 팔고 있고, 그녀의 부모님이 살던 집까지 인터넷에 올려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무래도 위약금을 물어내기 위한 마지막 발악이 아닐까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또 어떤 기자들은 어디서 구했는지 임유라가 미 완료한 모든 계약에 대해 배상해야 할 금액이 총 140억 원이라고 추산했다.이는 임유라 같은 보통 가정에, 강현수의 여자친구가 되기 전 삼류배우였던 그녀에게 엄청난 금액이고 모든 가산을 팔아도 갚지 못할 금액이다.임유진은 휴대폰으로 기사를 확인했는데 본인 집이 부동산 중개업소에 걸린 사진을 한 장 발견했다.그 기사에는 집 내부 사진이 퍼즐처럼 되어 있었고 그 인간들이 인터넷에 올린 판매가격은 11억6천이었다.애초에 임유진과 엄마의 추억이 담긴 집을 11억 6천이란 가격에 덜컥 내놓을 줄이야, 임유진은 살짝 감개무량해졌다.사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 그 집에는 엄마의 기억이 거의 없었다. 집안엔 온통 임유라와 방미령이 지냈던 흔적만 꽉 차 있다.“뭐 보고 있어?”강지혁이 그녀 옆으로 다가오며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보더니 미간을 살짝 구겼다.“누나 예전에 살던 집을 파는 거야?”“응, 임가네 식구들이 내놨어.”임유진이 머리를 끄덕였다.“누나 사고 싶어?”강지혁의 물음에 그녀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가 살 마음이 있다면 강지혁이 당장 사줄 기세였으니까.“아니, 이 집은 내게 좋았던 추억보다 안 좋은 기억이 더 많아.”엄마는 고작 저 안에서 3년만 지냈고 계모와 임유라가 20여 년을 살았다.“아 참, 너 강현수 씨랑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지? 현수 씨는 정말 누군가를 찾고 있는 거야?”임유진이 물었다.강지혁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겉으론 전혀 티 나지 않았다.“그건 왜 갑자기 물어?”“방금 기사 하나 봤는데 강현수 씨가 만났던 여자들은 사실 한 여자의 대체품이라는 거야. 그 댓글 보고 문득 궁금해지데.”임유진이 말했다. 그녀는 그날 밤 술에 취한 강현수가 그녀를 안고
강지혁이 대답했다.“기왕 물은 거 다 말해줄게.”그가 지금 안 알려줘도 날이 지나면 임유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이 일은 S 시 상류층에서 더이상 비밀이 아니니까.남들에게 전해 듣는 것보단 그래도 강지혁이 직접 알려주는 게 낫다.“강현수가 사람 한 명 찾고 있는 거 맞아. 어릴 때 알고 지낸 여자아이인데 줄곧 못 찾았어. 여태껏 만난 여자친구들도 어쩌면 그 아이의 대체품일지도 몰라. 주인을 못 찾으니 무언가로 대체하고 싶었나 보지.”강지혁은 말하면서 임유진의 반응을 살폈다.그녀는 미간을 살짝 구겼다.“그러니까 강현수 씨가 한 여자아이의 대타를 찾는다고?”“강현수가 만난 여자친구들은 그 아이랑 은근 닮은 점이 많아.”“하지만 결국 현수 씨가 찾는 사람이 아니잖아. 이렇게 끊임없이 대체품을 찾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그녀가 물었다.“집념이 너무 깊어서 혹은 인제 절망의 수준에 다다라서? 강현수도 이젠 그해 그 소녀를 찾을 거란 희망을 잃은 것 같아.”강지혁이 문득 화제를 돌렸다.“누나가 만약 그 소녀였다면, 줄곧 누나를 찾아 헤매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임유진은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도 이런 가설을 해봤으니까.“감동 받고 그 사람 곁으로 돌아갈 거야?”강지혁이 물었다. 그는 평소보다 더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마치 최면하는 것처럼 그녀의 진실한 답변을 유도했다.“아닐걸.”임유진이 말했다.“네 말처럼 단지 집념 때문이지 진짜 그 소녀를 깊이 사랑해서 그런 게 아닐 수 있잖아. 게다가 두 사람은 아주 어릴 때 만났다며? 어릴 때 감정이 깊으면 얼마나 깊겠어?”“정말?”강지혁이 되물었다.“무조건 누나여야만 한다면?”임유진은 실소를 터트렸다.“그렇다고 나도 무조건 그 사람한테 가야 해? 더욱이 난 이미 네가 있어. 내가 원한다 해도 네가 안 놓아주겠지.”“맞아. 누나 곁엔 이미 내가 있어...”강지혁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나야 당연히 누나 안 놓아주지. 아무한테도 누나 안
정한나는 그녀가 여기서 배달 일을 하는 걸 알게 된 이후로 일부러 윤이 식당에 배달을 시켰다. 임유진도 그런 그녀의 속셈을 훤히 알고 있다.“왜요? 주문에 무슨 문제 있어요?”카운터에 있던 탁유미가 물었다.“아니요.”임유진은 가볍게 웃으며 배달 음식을 들고 스쿠터로 걸어갔다. 그녀는 음식을 스쿠터에 싣고 로펌 방향으로 출발했다.임유진이 배달 음식을 들고 로펌으로 걸어오자 정한나는 활짝 웃으며 반겨주었다.“어머, 유진 씨, 이거 죄송해서 어쩌죠. 또 유진 씨 번거롭게 굴었네요.”“번거로울 거 없어요. 제 일인데요 뭘.”임유진이 담담하게 말하며 음식을 그녀에게 건넸다.다만 정한나는 음식을 받은 게 아니라 갑자기 그녀를 이끌고 로펌으로 들어오더니 모든 직원들을 향해 말했다.“자, 여러분, 이분이 바로 방금 제가 말씀드린 사례의 당사자이자 우리 로펌의 옛 동료 임유진 씨입니다.”순간 모든 이의 시선이 임유진에게 쏠렸다.임유진은 불쑥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정한나는 가식적인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다름이 아니라 요즘 제가 신인들에게 업무를 가르치는 중이거든요. 유진 씨도 알다시피 가장 좋은 방법은 전에 논란이 됐던 사건들을 꺼내서 다 함께 토론하는 거잖아요. 지금 막 유진 씨 그해 사건을 얘기하고 있었는데 재판 기록이나 사건 진술을 보는 것보다 당사자인 유진 씨가 직접 말씀드리는 게 훨씬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정한나는 다정하게 임유진의 손까지 잡았다.“유진 씨 설마 거절하려는 건 아니죠? 그해 재판에서 그토록 억울하다고 하더니 지금 다시 말해보세요. 혹시 알아요. 다 같이 뜻을 모으면 어디에 허점이 있었는지, 어떤 단서를 놓쳤는지 찾아낼 수도 있잖아요. 우리가 유진 씨 사건을 뒤집을 수 있다고요.”임유진은 손발이 차갑게 식었다. 정한나의 매 한마디가 날카로운 칼이 되어 그녀의 아픈 상처를 모질게 찔렀다!뜻을 모아? 허점과 단서? 사건을 뒤집어?마냥 가소로울 따름이다!그해 임유진이 사고 났을 때, 진짜 도움이 필요했을 때 정한나는
“누가 누굴 도와요? 대체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내뱉어요? 역겨워서 정말!”임유진이 말했다.한편 주변 사람들도 전부 변호사 전공이지 바보가 아닌지라 그녀의 말 속에 담긴 뜻을 금방 알아챘다. 저마다 의아한 눈길로 정한나를 쳐다봤는데 이것 하나만은 명확히 할 수 있다. 그건 바로 정한나가 전에 쌓아온 이미지가 지금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져내렸다는 것이다.그녀는 원래 오늘 임유진에게 꼽줄 생각이었다. 지난번 병원에서 건강검진 받을 때 임유진 앞에서 망신 당한 게 내내 마음에 걸려 오늘 제대로 분풀이할 참이었는데 결국 또다시 본인만 우스갯거리로 전락했다.정한나는 방금 마신 차 한 잔 들고 오더니 서슴없이 임유진에게 뿌렸다.임유진도 미리 경계하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지만 얼굴 대신 상의에 정곡으로 맞았다.날씨가 점점 무더워지다 보니 그녀는 위에 흰 셔츠 한 장만 걸치고 왔는데 찻물이 튀어 셔츠가 흠뻑 젖었다.주변 동료들도 정한나가 이렇게 나올 줄 몰랐고 누군가는 비명을 질렀다.임유진이 본능적으로 가슴을 가리려고 할 때 얇은 정장 외투가 그녀 몸을 뒤덮었다.“입어요!”한 남자의 목소리가 그녀 귓가에 울려 퍼졌다.임유진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이 목소리는... 고개 돌려 보니 잘생긴 얼굴에 차가운 표정을 지은 강현수가 뒤에 서 있었다!미간을 찌푸리고 분노가 어린 그의 두 눈을 본 순간 임유진은 살짝 의외였다. 그는 원래 주위에서 일어난 모든 일에 무관심한 태도인데 지금 그녀에게 외투를 걸쳐주며 초라한 모습을 커버해주고 있으니 말이다.강현수 옆에는 로펌 대표님과 두 변호사까지 서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은 이전에 임유진이 로펌에 있을 때 그녀를 책임지고 가르쳤던 변호사였다.서로 눈이 마주친 순간, 상대의 눈빛에 복잡한 기운이 스쳤다.“어떻게 된 일이죠?”로펌 대표가 싸늘하게 물었다. 로펌을 찾아온 중요한 바이어 앞에서 이런 소란을 피우다니, 참으로 불미스러운 일이었다.정한나는 좀 전까지 씩씩거리더니 금세 겁에 질린 듯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는데 차오르는 분노를 애써 짓누르고 있는 모습이었다.강현수는 그녀에 관한 자료를 찾아봐서 그해 교통사고 때문에 진애령이 죽고 임유진이 감방에 들어간 사실을 알고 있다.하지만 상세한 내용은 더 깊게 파고들지 않았는데 오늘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임유진이 재판에서 줄곧 죄를 인정하지 않고 본인은 억울하다 주장했다고 한다.정말 누명을 뒤집어쓴 걸까? 진애령의 죽음이 실은 그녀와 무관한 걸까?이 동료는 간단하게 상황만 설명할 뿐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았지만 로펌 대표는 그 속에 담긴 수상한 낌새를 바로 알아챘다. 로펌 대표는 더 싸늘해진 눈길로 정한나를 째려보고는 고개 돌려 임유진을 쳐다봤다.“유진 씨, 불미스러운 일을 겪게 해서 미안해요. 이렇게 하시죠. 유진 씨가 손해 본 거 있으면 로펌에서 배상할게요. 나중에 리스트로 작성해주세요.”대표의 말에 임유진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괜찮습니다. 저는 이만 일이 밀려서 나가보겠습니다!”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옆에 있는 강현수에게 정장 외투도 돌려주었다.“고마워요.”흰 셔츠가 아직도 축축해서 반투명한 상태지만 그녀의 머릿속엔 오직 이곳을 떠날 생각밖에 없었다.“입고 가도 돼요. 나 돌려줄 필요 없어요.”강현수가 말했다.옆에 있던 로펌 대표는 의아한 눈길로 강현수를 쳐다봤다. 그와 알고 지낸 몇 년 동안 연예계 황태자로 불리는 강현수는 차갑기 그지없고 남을 도와주는 건 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누군가가 코앞에서 토막 살인을 당해도 꿈쩍하지 않을 사람인데 지금 임유진에게 이토록 신경 써주다니... 실로 경이로운 장면이었다.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들도 이런 대우는 못 받아봤을 텐데...“괜찮습니다.”임유진은 끝까지 고집을 피우며 외투를 돌려줬다. 셔츠가 반투명 상태라 남들이 보면 아주 뻘쭘하겠지만 수영복이라 생각하면 그만이다. 속살이 비치는 셔츠보다 강현수와 자꾸만 엮이는 게 그녀는 더 싫었다.“방금 고마웠어요.”임유진은 깍듯이 인사하고 외투를 그의 손에 건
정한나는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확 들었다.바로 이때 정한나와 상극이던 한 동료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누구는 꼴 좋네요. 이전 동료를 꼽주려다가 되레 본인만 개망신당했잖아요. 혹시 알아요. 내일이면 그 전 동료처럼 변호사도 못 하게 될지. 꽤 재미있는 사례가 되겠어요. 나중에 신입사원들에게 잘 설명해줘야겠어요!”정한나는 순간 사색이 되었다. 평상시 톡 쏘는 말주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두 눈에 당혹감만 가득 차 있었다.정말 그렇게 된다면 그녀는 변호사계의 우스갯거리로 남을 테니까!...로비를 나선 임유진이 스쿠터 쪽으로 걸어갈 때 강현수가 쫓아와서 그녀의 팔을 덥석 잡았다.“왜 다 젖은 셔츠를 입고 길거리를 누빌망정 내 호의를 거절하는 거죠? 내가 싫어요? 그래서 내 물건도 건드리기 싫은 거냐고요?”임유진은 팔을 빼내려 했지만 그가 너무 꽉 잡은 탓에 도저히 빼낼 수 없었다.“나중에 양복 돌려주기가 귀찮아서 그랬어요. 어차피 지금 날씨도 좋아서 셔츠 금방 말라요.”임유진이 대답했다.“그래서 지금 내가 이렇게 떡하니 쳐다봐도 괜찮은 거예요?”그는 말하면서 시선이 아래로 흘러내려 갔다.임유진은 돌연 몸이 얼어붙었다.“성인군자라면 안 쳐다보겠죠.”말은 그렇게 해도 속으론 끝없이 되뇌었다.‘수영복이야, 그냥 비키니 입었다고 생각해!’“난 성인군자가 아니에요.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거든요.”강현수는 말하면서 강제로 그녀에게 외투를 걸쳐주었다.“이 꼴로 돌아다니면 딴사람들의 범죄율만 더 높아진다고요!”“현수 씨 진짜!”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이 외투도 나 돌려줄 필요 없으니까 그냥 입어요. 나중에 버리든지 다른 사람 주든지 마음대로 해요.”그는 단지 임유진이 사람들 앞에서 몸을 훤히 비친 모습이 싫었을 뿐이다.강현수도 실은 의아했다. 딴 여자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텐데 임유진이 찻물에 흠뻑 젖은 걸 본 순간 가슴이 움찔거리고 저도 모르게 그녀를 지켜주고 싶었다. 품에 꼭 안아서라도 보호해주고
뜻밖에도 강현수는 그녀와 함께 가게 안으로 들어갔고 그녀가 새 옷을 고르기 시작하자 그제야 본인의 정장 외투를 거두어들였다.임유진은 가게에서 가장 저렴한 티셔츠 한 장 골라서 얼른 갈아입었다.그녀가 옷을 고르고 있을 때 GH 그룹 대표이사 사무실에서 강지혁은 한껏 어두운 표정으로 개인 비서 고이준의 보고를 들었다.“네, 전에 여러 언론사들과 미리 얘기해서 무릇 임유진 씨에 관련된 기사라면 일절 내보내지 못하게 조치해놨습니다. 이번에 세 언론사들도 감히 기사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고이준이 말했다.세 언론사에서 동시에 익명의 메일을 받았는데 임유진과 강현수가 함께 있는 애틋한 사진이 첨부 파일로 들어있었다.“누구 짓인지 조사해냈어?”강지혁이 물었다.“지금 조사 중인데 상대가 들킬 걸 알고 미리 전문적인 수단으로 손을 본 것 같아요.”고이준이 대답했다.“가장 빠른 속도로 조사해내. 배후의 조력자가 누구인지 반드시 알아야겠어.”강지혁이 차갑게 쏘아붙였다.“네!”고이준은 곧바로 대답했다.“이만 나가봐.”고이준이 사무실을 나선 후에야 강지혁은 컴퓨터로 메일함을 열어보았는데 고이준이 보낸 파일이 있었다.그중 하나를 클릭하니 임유진과 강현수의 사진들이었다.달빛 아래에서 남자는 여자를 꼭 끌어안고 있었고 여자의 어깨에 머리를 파묻기도 했으며 서로 마주 보는 사진도 있었다.마치... 한 쌍의 연인을 방불케 했다.강지혁의 눈빛이 점점 더 짙어졌고 마우스를 쥔 손등에 핏줄이 튀어 올랐다. 임유진과 강현수가 왜 포옹하고 있는 걸까? 둘은 또 무슨 얘기를 나눈 걸까?강지혁은 그중 사진 한 장을 보더니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사진 속에서 강현수의 얼굴에 무언가가 역반사 되었고 임유진은 살짝 놀란 듯이 그를 마주 봤다.강현수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니!강지혁은 예전에 어느 날 밤 그녀가 ‘눈물’에 대해 그와 이야기를 나눴던 게 생각났다.그때 이 화제를 꺼낸 이유가 혹시... 강현수 때문일까?강지혁은 문득 당혹감에 휩싸였다. 그녀와 강현수 사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