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혁은... 상체를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너...!”그녀의 얼굴은 부끄러워서 붉게 물들었고 두 눈을 꼭 감은 채 뜨려고 하지 않았다. 눈을 떴다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게 될까 봐 무서웠다.“누나, 눈 안 뜰 거야?”그는 여유롭게 얘기했다. 그 느긋한 말투는 마치 유혹처럼 들리기도 했다.임유진은 여전히 눈을 꼭 감은 채 얼굴을 붉히며 재촉했다.“너, 너 얼른 옷부터 입어!”“하지만 난 누나가 나를 봐줬으면 하는걸?”강지혁이 대답했다.“게다가 난 오늘 누나의 일도 도와줬는데, 누나는 날 보기도 싫은 거야?”그 말에 임유진의 몸이 굳었다. 그리고 입술을 잘근 씹었는데 전에 그가 깨문 상처 부위를 다치게 되자 저도 모르게 낮은 신음을 흘렸다.그러자 귓가에 강지혁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임유진은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입술을 만지는 것을 느꼈다.“그거 알아? 아까 모습 꽤 귀여웠어.”귀엽다고?임유진이 제대로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입술 위로 무언가가 닿았다. 바로 그의 입술이었다. 강지혁이 갑자기 임유진에게 키스했다.놀란 임유진이 두 눈을 뜨고 가까이 다가온 얼굴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임유진은 그의 얼굴을 보기도 전에 그녀를 잡아먹을 듯한 검은 눈동자를 마주하고 말았다. 마치 금방 피어난 꽃같이, 예쁜 모습으로 모든 사람의 영혼을 끌어당기고 있었다.“읍...”그녀가 입을 열고 뭐라고 얘기하려고 하자 키스가 더욱 격렬해졌다.임유진은 그 키스를 받아들이며 손을 그의 가슴 위에 올려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키스가 끝났고 임유진은 숨이 차서 얼굴이 빨갛게 된 채 숨을 몰아쉬었다.강지혁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여유롭게 웃으며 얘기했다.“이렇게 해야 누나가 날 보는구나?”그녀는 놀라서 사레가 들렸다. 이 말에는 엄중한 착오가 있다. 하지만 임유진은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 마침 눈을 다시 감으려는데, 강지혁이 얘기했다.“왜, 내가 도와줬는데 날 보는 것도 싫은 거야?”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얘기했다.“옷을 제대로 입으
하지만 그는 듣지 못한 것처럼 임유진만 쳐다보면서 얘기했다.“누나, 누나는 나한테 상처 줄 거야?”그 질문에 임유진은 몸을 흠칫 떨었다. 무슨 말이 나오려다가 성대에 걸려서 나오지 않는 듯했다.강지혁의 두 눈은 그대로 임유진을 바라보며 그녀의 속까지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이 질문이 어려워?”그녀가 긴 시간 동안 침묵하고 있자 강지혁이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누나가 대답하기 싫다면 됐어. 괜찮아. 그저 얘기해 줄 게 있어.”허리를 숙인 그가 입술을 임유진의 귓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영원히 나한테 상처 주지 마. 알겠어?”상처를 주지 않는다면 그는 임유진을 보물처럼 여기며 평생을 사랑하고 지켜줄 것이다. 그녀가 그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면 말이다....커다란 방안에서 임유진은 가만히 앉아있지 못했다. 핸드폰의 시간을 계속 유심히 지켜보며 언제쯤이면 한지영의 소식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강지혁은 이미 간편한 홈웨어로 갈아입고 소파에서 전업적인 보고들을 보고 있었다.우아한 자세로 앉은 강지혁을 보며 임유진은 아까 그가 한 말이 떠올랐다.그녀한테 영원히 강지혁에게 상처 주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임유진은 전혀 그녀에게 상처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강지혁이 한 말은 사실 쓸모없는 말이라고 볼 수 있었다.강지혁 같은 사람을, S시에서 누가 감히 그를 상처 줄 수 있는가. 그녀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강지혁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내 생각해? 아니면 한지영 씨?”당연히 한지영 생각을 한 것이다. 아까는 그저 우연히 그가 한 말이 떠올랐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강지혁이 그녀를 보고 있으니 거짓말을 못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순진하고 온화하며 부드러울 것 같은 강지혁이지만 그를 건드리거나 심기를 거스른다면...그 후과를 상상하기도 싫었다. 지금의 그녀는 절대로 강지혁을 건드리거나 그의 심기를 거슬러서는 안 된다. 아직 한지영을 찾기 위해 그의 도움이 필요하다.이때 강
“백연신은 백선 그룹의 회장이야. 백씨 가문의 가주이기도 하지.”강지혁이 말했다. 그리고 이상한 표정으로 임유진을 쳐다보았다.“백연신이 누군지 정말 몰라? 전에 한지영 씨가 얘기한 적도 없어?”임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친구의 입에서 백연신이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백선 그룹은 알고 있었다. 이곳의 기업은 아니지만 S시에서 합작 프로젝트가 많은 유명한 해운회사다. 하지만 한지영이 왜 백연신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까 전화에서 얘기한, 백연신이 직접 나서서 손을 썼다는 것이었다.그럼 오늘 본 그 마이바흐에 백연신도 있었다는 것인가?친구가 그저 단순히 납치된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그럼... 내가 가서 찾아볼게!”임유진이 갑자기 몸을 돌려 아까 들은 주소로 가서 한지영을 구해주려고 했다.“그곳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강지혁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임유진의 발이 그대로 멈춰 섰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럼... 경찰이랑 얘기해서 나를 데리고 들어가라고 할게.”“그렇다면 내가 장담하는데 100% 못 들어가.”강지혁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임유진 앞으로 다가왔다.마치 아직 철들지 않은 아이에게 얘기하듯 말했다.“백연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 그 사람에게는 누나가 한지영 씨를 만나지 못하게 할 방법이 백 가지는 넘을걸.”임유진은 당연히 백연신이 어떤 사람인지 몰랐기에 그저 간절하게 눈앞의 강지혁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강지혁은 설명하며 얘기했다. “백연신은 원래 백씨 가문의 사생아였어. 그래서 해외로 내쳐졌지.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수두룩했을 뿐만 아니라 적자도 두 명이나 있었어. 그러니 사생아가 얼마나 많은지는 얘기 안 해도 알 거야. 그런 사생아 중 하나였던 백연신이 어떻게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된 것 같아?”임유진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강지혁이 몇 마디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백연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았다.사생아
돈도 없는 임유진에게 자본이라곤 더 없었다.임유진이 몇 해간 배운 것들이 강지혁에겐 더 아무런 쓸모가 없을 것이다. GH 그룹 변호사팀에 그녀보다 경력이 많은 사람은 많고도 많을 것이다.그녀에게 남은 건 그녀 자신뿐이었다.아무 이름이 없는 자신이 그녀가 가진 전부였다.임유진은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자세를 낮추더니 그대로 강지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제발 부탁이야. 나 백연신 좀 만나게 해줘. 내 눈으로 직접 지영이 만나보고 싶어.”강지혁은 까만 눈동자로 바닥에 무릎을 꿇은 임유진을 노려봤다. 표정은 놀라움과 분노가 섞여있었다...“너 지금 네가 무슨 짓 하는지 알고 있어?”강지혁은 임유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마음속에서 파도가 일렁이는 것 같았다.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속에 늘 그녀만의 자존심이 있음을 말이다. 아무리 누가 그녀를 나무란다 해도 그녀는 늘 이미 짓밟힐 대로 짓밟힌 그녀만의 작은 자존심을 지키려고 했다.그렇지 않고서는 계속 강지혁을 그렇게 거절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임유진은 지금 한지영을 위해 그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렇다면... 그녀에게 한지영은 자신의 자존심보다 더 중요하다는 게 아닐까?“알아.”그녀는 머리를 수그린 채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지영이 만나게만 해준다면, 지영이 무탈하게 지켜준다고 약속하면 어떤 요구를 하든 받아줄게.”이게 그녀가 걸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었다.강지혁은 그녀를 계속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강지혁의 눈에는 자기 자신도 알아채지 못한 억울함이 보였다.“만약 내가 싫다고 하면?”강지혁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임유진은 몸을 바르르 떨더니 천천히 시선을 그에게로 돌렸다.강지혁은 입을 앙다문 채로 그녀를 쳐다볼 뿐이었다.그녀의 안색이 점점 하얘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크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래, 알았어.”이렇게 말하고는 바닥에서 일어났고 방에서 나가 집 밖으로 향했다.그녀가 유일하게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꾸려고 해도 안 되면 직접 해결할 수밖에 없
임유진은 급하게 안전벨트를 하고는 믿기지 않는 듯한 눈빛으로 강지혁이 차를 운전해 강 씨 저택을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봤다. 게다가 그의 차가 달리는 방향은 전에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말한 백연신이 한지영을 데리고 간 곳임이 틀림없었다.그러니까... 지금 그녀를 데리고 그쪽으로 가겠다는 건가?하지만 지금 그의 표정은 구겨질 대로 구겨져 있었다. 작은 입술은 앙다물고 있었고 눈빛은 어둡기 그지없었는데 이는 그의 언짢은 기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임유진은 입을 열어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지만 잘못 말했다가 그를 더 자극할까 봐서 걱정이었다.결국 임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제일 중요한 건 지영이를 만나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내야 해. 그러다 강지혁의 기분이 조금 괜찮아지면... 고맙다고 해야지.’임유진이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차가 홍월동에 도착하자 경비가 막아섰다.“백연신 씨한테 전하세요. 강지혁이 만나자고 하는데 만날지 말지.”강지혁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몇몇 경비들이 듣더니 경악스러운 눈빛이었다. 강지혁이라는 이름 석 자가 S시에서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하지만 아무리 경비들이 강지혁을 모른다 해도 강지혁이 갖고 온 차는 벤틀리였다. 차를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알아볼 수 있는 외제 차였다. 20억을 호가하는 차인데 일반인이 타고 다닐 차는 아니었다.경비 중 한 명이 그들의 팀장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한편, 홍월동 별장에서 한지영은 조급한 얼굴로 눈앞의 남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벌건 대낮에 자신을 차로 납치한 것도 모자라 이렇게... 핸드폰을 뺏고 전원을 끌 줄은 몰랐다.말하지 않아도 한지영은 임유진이 얼마나 걱정할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전화를 걸려고 해도 방법이 없었다.지금으로서는 핸드폰을 다시 손에 넣을 방법이 없었다.임유진뿐만 아니라 한지영의 부모님도 이렇게 늦게까지 집에 돌아가지 않았으니, 전화할 수도 있는데 핸드폰이 꺼졌다고 나오면 부모님도 엄청나게 걱정하실 것이다.한지영은
‘그걸 말이라고.’한지영은 지금 아주 조급한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은 이 사람이 도대체 언제 자신을 놓아줄지 알 수 없었다.“친구랑 부모님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한지영이 대답했다.이 말은 마치 백연신의 금기라도 건드린 듯 눈빛이 확 차가워지더니 입가에 냉소가 걸렸다.“걱정할까 봐 두렵다고? 그럼, 그때 내가 걱정할 거라고는 생각 못 한 거야?”한지영이 멈칫하더니 켕기는 게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나는... 나는 급한 일이 있어서...”“급한 일?”백연신이 콧방귀를 끼었다.“급한 일이라는 게 귀국해서 친구 재판 도와주는 건가? 귀국하는 건 그렇다 쳐도 나한테 아무 얘기도 없이 그렇게 가는 게 어딨어? 아니면... 처음부터 어쩔 수 없이 나랑 쇼한 거야?”한지영도 자신이 잘못한 걸 알고 있었다. 그때 해외로 여행을 갔다가 곧 다니게 될 학교를 참관하는데 백연신을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그때는 둘 사이가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그저 자연스럽게 동행자가 된 타지에서 만난 동포라고만 생각했다.백연신은 한지영을 데리고 그 지역의 관광명소를 돌아다녔고 그 지역 특유의 먹거리를 먹으러 다녔다.그 며칠간 한지영은 꽤 즐겁게 보냈다. 귀국해서 유학 수속만 끝나면 다시 백연신을 찾으러 오려고 했다. 그때가 되면 그녀는 외국에서 4년간 머물 수 있게 된다.하지만 한지영은 백연신을 그저 친구라고만 정의했다. 돌이켜보면 설렌 적도 있었다. 생긴 게 너무 그녀 스타일이긴 했다. 예쁜 얼굴에 약간은 이상하고 부드러운 미감, 정교한 이목구비와 하얀 피부 그리고 까만 눈썹, 그저 이렇게 차갑게 쳐다보기만 해도 사람을 설레게 했다.‘이런 남자는 여자한테 직방인데!’한지영이 속으로 이렇게 구시렁댔다. 그해의 한지영도 하마터면 백연신에게 넘어갈 뻔했다. 하지만 다행히 뒤에 정신을 차렸고 설렘에서 그쳤을 뿐 다음 액션을 하지 않았다.한지영은 롱디를 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백연신이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지내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 밤만 생각하면 한지영은 마음에 찔리기 시작했다. 잘못이라면 그날 너무 텐션이 좋아서 자신의 주량도 모른 채 과일주니까 괜찮겠지 하고 많이 마신 것이다. 술 먹고 일을 그르친다는 말이 진짜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이튿날 잠에서 깼을 때 하필이면 술에 취한 뒤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떻게 억지를 부렸는지, 어떻게 입에 발린 말로 그를 홀렸는지 다 기억이 났다.그 입에 발린 말들은 지금 생각해도 예전에 드라마에서 봤던, 남자가 여자한테 하는 그런 말들과 너무 닮아 있었다.특히 그중 몇 마디는 예전에 그녀가 좋아했던 드라마에서 그대로 베껴낸 것 같았다.지금 보니 멜로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었다. 술에 취하면 드라마에서 들은 그 달콤한 말들을 아낌없이 퍼주었다.결과는 진짜... 성공했다! 마음속으로만 감상할 수 있는 절세 미남을 손에 넣은 것이었다.한지영은 가끔 그때를 떠올리면 그 달콤한 말들 덕분에 이루어 낸 게 아닌가 싶었다.아마도 외국에 오래 살면서 국내의 달콤한 멘트 공세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녀한테 홀린 게 아닐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이튿날 아침, 잠에서 깬 그녀는 눈앞의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때 마침 임유진의 전화를 받고 황급히 방을 빼고 귀국했다. 그녀의 마음속에 그날 밤은 그저 낭만적인 만남이라고 생각했고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나 메모 남겼는데요.”한지영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그녀도 완전히 말도 없이 떠난 건 아니었다.한지영의 말은 들은 백연신의 눈빛은 비웃음으로 가득 차올랐다.“그래. 메모 한 장 남기긴 했지. 「미안해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라고 적혀있었는데. 그냥 그렇게 메모 한 장만 남겨준 거야?”그녀가 어깨를 움츠렸다.‘그래, 너무하긴 했지.’한지영도 자신이 잘못한 걸 알고 있었다.“그럼, 당신이 손해 본 걸로 할게요. 그럼 되죠?”백연신의 눈빛이 살짝 바뀌더니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 안 친한데요.”한지영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는 강지혁이 왜 그녀를 찾으러 왔는지 대개 추측이 가능했다. 임유진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안 친한데 이 밤에 이렇게 당신을 찾으러 온다고?”백연신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S시에서 강지혁이 이렇게 신경 쓸 여자가 어딨어. 아니면 지금까지 나 찾으러 오지 않은 게 이 사람 때문이야?”백연신의 목소리에서 은연중에 잘 티 나지 않는 질투가 느껴졌다.‘아니, 그러려고 해도 내가 강지혁 마음에 들어야 그럴수 있는 거지! 강지혁이 좋아하는 건 임유진이라고!’한지영은 어이가 없었다.“아무 사이 아니에요. 그냥 당신을 찾을 생각을 안 한 것뿐이지.”한지영이 대답했다. 귀국 후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닥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게다가 한지영은 이 모든 걸 타지에서의 우연한 만남이라고 생각했고 그날 밤은 우연히 일어난 사고라고 생각했기에 이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갈 심산이었다. 그래서 부모님과 임유진에게도 비밀로 했다.백연신의 표정을 보니 화가 더 심해진 것 같았다. 그는 입술을 앙다문 채 날카롭게 그녀를 쏘아보더니 한마디 내뱉었다.“진짜 사람 화병 나게 하는 재주가 있네.”어릴 때부터 그는 자신의 감정을 잘 컨트롤하는 데에 능했다. 숨겨둔 자식이기에 늘 참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상황이 충분히 파악되기 전까지는 자신의 기분을 잘 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한지영은 늘 그의 감정을 잘 끌어올렸다. 그는 그녀 앞에서만큼은 자신의 정서를 남김없이 보여줄 수 있었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었다.그해 그녀와 지낸 그 시간은 그에게 달콤함 뿐만 아니라 고통이기도 했다. 그 후 3년간 틈만 나면 그 시간이 떠올랐다. 그 시간이 행복했던 것만큼 그녀가 말도 없이 떠난게 아프게 다가왔다.누군가 방문을 두드리자, 백연신이 표정을 수습하더니 말했다.“들어와요.”밖을 지키던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 뒤로는 강지혁과 임유진이 따라서 들어왔다.한지영은 자기 친구를 보자마자 눈빛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