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웁…….”임유진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그를 밀치려 했다. 하지만 오른손이 그에게 저지를 당했고 별생각 없이 또 왼손을 들었다.그의 손이 그녀의 왼손을 눌렀을 때, 그녀는 가쁜 숨을 들이마시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벌려 아프다고 외쳤다. 이 외침에 그는 오히려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그녀는 그의 갑작스러 키스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얼마나 지났을까, 그는 마침내 이 키스를 끝냈고 그와 함께 잡고 있던 그녀의 두 손을 놓았다.그의 한 손은 그녀의 허리를 받쳤고, 다른 한 손은 그녀의 왼손을 가볍게 받쳤다.“방금 누나를 아프게 했지.”임유진은 입술을 깨물고 강지혁을 노려보았다.“너 방금 왜 그랬어?”“누나가 내가 듣기 싫은 말을 하는 게 싫어서.”강지혁이 살며시 웃으면서 그녀에게 말하는 모습은 정말 부드러워 보였다.“누나가 또 말하려고 한다면 내가 다시 키스 할거야.”“…….”그녀는 숨이 턱 막혔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정말 말한 대로 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강지혁은 고개를 숙이고 임유진의 손등에 아직 가라않지 않고 부어있는 부위를 자세히 살펴보았다.“누나 손에 있는 이 상처는 며칠 동안 치료해야 할 것 같아. 누나 여기서 상처를 치료하는 건 불편할 것 같은데 내가 있는 곳에 가서 상처를 치료하는 게 어때?”“뭐?”그녀는 깜짝 놀랐다.“네가 있는 곳?”“그래, 강 씨 저택으로 가. 그쪽엔 방이 많아. 누나가 원하는 방을 골라도 돼. 그리고 평소에는 하인도 있고.”그가 말했다.“아니야!”그녀가 재빨리 거절했다.“나는 여기에 사는 게 편해. 그리고, 이 상처는 심한 것도 아니야. 심하게 다친 게 아니라서 스스로 처리할 수 못 할 정도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시중을 들어야 할 정도는 더더욱 아니야.”그의 표정은 점점 차가워졌다. 그의 멋진 눈동자에 먹구름이 낀 것만 같았다.“누나 싫어?”그녀는 목이 조여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확실히 싫었다.그곳에서 산다면 그와 점점 더 엮일 수밖에 없을
사실 이 몇 벌의 갈아입은 옷도 그는 그녀가 안 가지고 갔으면 했다. 그러나 그녀가 말했다.“이 옷들은 내가 평소에 자주 입는 편한 옷들이야.”그러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에게 가지고 가라고 했다.짐을 다 싸고 난 임유진이 짐가방을 들려고 하자 강지혁이 먼저 들며 말했다.“내가 할게.”두 사람은 오피스텔을 나왔고 임유진은 강지혁의 뒤를 따랐다.때로 그녀는 그가 종잡을 수 없다고 느껴졌다. 어떨 땐 너무 온유해서 자신한테 정말 뭐든 걸 다 해 줄 수 있 것만 같았고 또 어떨 땐 자신을 지옥에 넣을 것만 같았다.이번에 강 씨 저택으로 가면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더욱더 불분명해질 것이다.도대체 언제쯤 진정으로 그와 아무런 사이도 아닌 상태가 될 수 있을까? 그가 그녀에게 질릴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걸까? 그녀는 물끄러미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의 목에 걸쳐진 목도리에 시선이 향했다.그녀가 짠 목도리는 모두 낡은 털실을 사용했는데 그가 이런 유명 인사들이 모두 참가한 연회에서 그녀가 짠 목도리와 장갑을 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재밌는 것은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어떤 유명 디자이너의 솜씨인 건지, 수공형 복고형인지 등등을 추측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건 그냥 평범한 사람이 털실로 짠 목도리와 장갑일 뿐이라는 걸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가 전에 말한 바와 같이, 이 목도리와 장갑이 그에게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는 그가 알아서 결정할 것이다.아파트 단지 밖에 도착했을 때, 임유진은 익숙한 검은색 승용차가 이미 앞에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다. 고이준은 차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강지혁의 곁으로 가서 강지혁의 손에 있는 짐가방을 받았다.강지혁은 몸을 돌려 아직 그의 뒤에 몇 발자국 떨어진 임유진을 보고 입을 열었다.“왜 그래, 가자.”말하면서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머뭇거리며 발걸음을 옮겼지만 그의 손을 잡지는 않았다.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가 몸을 구부
한 씨 아저씨는 생각에 잠긴 채 임유진을 바라보더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임유진이 먼저 인사를 했다.“한 씨 아저씨, 안녕하세요.”“임유진 씨, 필요한 게 있으면 무엇이든 말씀해 주세요.”한 씨 아저씨가 웃으며 말했다.“유진이라고 부르면 돼요.”그녀가 말했다. 임유진 씨라는 호칭은 그녀를 조금 불편하게 만들었다.“당신은 도련님의 손님이니 당연히 임유진 씨라고 불러야 합니다.”한 씨 어르신은 예의를 차린 모습으로 말했다.임유진도 호칭에 더 이상은 신경 쓸 수 없었다. 어차피 그녀가 여기서 사는 날도 그렇게 길지 않을 것이다.“한 씨 아저씨, 아저씨가 누나를 데리고 방을 좀 보고 고르게 해줘요.”강지혁이 분부했다.“아무 방이나 주시면 돼요.”임유진이 황급히 말했다.“그건…….”한 씨 어르신은 강지혁을 바라보았다.“그럼 3층 별실에 묵으면 되겠네.”강지혁은 담담하게 말했다.“알겠습니다.”한 씨 아저씨가 대답했다.임유진은 조금 의아했다.‘별실은 뭐지?’하지만 이미 한 씨 아저씨가 그녀를 데리고 3층으로 향했기에, 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3층에 도착하자 한 씨 아저씨는 방문을 열고 임유진을 향해 말했다.“임유진 씨, 들어오세요. 세면용품, 생활용품은 잠시 후에 사람을 보내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임유진 씨가 원하는 브랜드나 다른 필요한 있으면 저한테 말해 주세요.”“네, 필요한 거 없어요.”임유진이 말했다.한 씨 어르신이 떠나자 임유진은 커다란 방을 둘러보았다. 방은 전체적으로 여성스럽고 복고적인 느낌이었다. 가구들도 지금 유행 하는 유럽풍이 아닌 한국식으로 된 가구여서 사람들에게 더욱더 그윽한 느낌을 주었다.그리고 임유진은 사용된 목재를 대충 살펴보았는데, 이 가구들을 모두 자단목인 것 같았다.만약 모두 진짜 자단이라면 이 방의 가구만 해도 엄청 비쌀 것이다.이것이 바로 강씨 가문의 재력이란 말인가?임유진이 방의 자단목에 놀라 있을 때 하인이 세면용품과 침대 시트 등을 가져와 모두 새것으로 갈아주었고 임대주택
임유진은 생각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화장대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시선이 화장대 위의 액자로 향했을 때, 그녀의 몸은 갑자기 굳어졌고 놀라움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물끄러미 그 사진을 바라보았다.그녀의 사진이다!그런데 문제는 그녀가 이런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사진 속 그녀의 시선은 카메라를 향하지 않고 있었다.‘이 사진 누가 찍었을까? 이게 왜 여기 있는지, 그리고 이 방엔 대체 누가…….’“달칵.”누군가 방문을 열었고, 임유진이 고개를 들고 보니 그건 강지혁이었다.“내가 설명해 주기도 전에 누나는 이미 두 방이 서로 통한다는 것을 알았네.”강지혁은 웃으며 앞으로 걸어갔고 시선은 임유진이 손에 들고 있던 액자로 향했다. “이 사진, 어때?”“여기에 왜 내 사진이 있어?”그녀가 물었다.“내가 사람을 시켜서 찍은 거야.”그는 말하면서 그녀의 손에서 액자를 가져와 침대 머리맡에 다시 놓았다.“누나가 내 곁에 없을 때 나는 누나가 너무 보고 싶었어.”그가 이 한마디를 할 때의 말투는 무언가 애매한 느낌을 줬다.그녀는 갑자기 뭔가 떠올라 그에게 말했다.“여기가 네 방이야?”“내 방이야.”그가 고개를 끄덕였다.임유진은 입술을 깨물었다.“그럼……방 좀 바꿔줘.”“왜, 누나가 어느 방이든 괜찮다고 하지 않았어? 그리고 우리 예전 셋방에서 한 명은 침대에서, 한 명은 침대 아래에서 잠을 잤잖아. 심지어 거긴 문도 없었잖아. 그런데 지금 누나는 뭐 때문에 그렇게 신경 쓰는 거야?”강지혁이 말했다.임유진은 아랫입술을 깨물었고 얼굴은 자신도 모르게 약간 붉어졌다. 머릿속에는 예전에 같이 임대주택에서 생활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그녀가 고개를 숙이기만 해도 침대 아래에 누워 있는 그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를 볼 때면 적막하고 추웠던 방까지 따뜻해졌었다.그때의 그는 그녀에게 그렇게 거리낌 없이 다가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누나…….”그는 갑자기 허리를 숙였다. 눈빛에는 그의 무거운 마음이
임유진은 강지혁을 무서워해야 되지 않을까? 그는 그녀에게 고통을 아주 쉽게 줄 수 있는 남자이니까. 그는 말 한마디로 그녀를 쉽게 지옥에 떨어뜨릴 수 있다.하지만 왜 그가 그녀에게 다가갈 때마다, 그녀의 귓가에 숨을 내쉬었을 때마다, 그녀는 마치 통제력을 잃은 듯한 느낌을 받았을까.이 남자는 절대 그녀가 쉽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물론 그는 말끝마다 그녀를 누나라고 부르고 있지만, 결국 그녀는 단지 그의 손에 놀아나고 있는 바둑돌일 뿐이다. 그는 그저 심심할 때마다 그 바둑돌로 바둑을 두며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이때 강지혁은 고개를 숙이고 침대 옆 테이블에 있는 액자를 들고 사진 속의 사람을 살구 같은 눈동자로 지그시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그의 얼굴에는 보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고요함과 아늑함이 있다.그녀는 그가 이렇게 웃는 얼굴로 자신을 계속 바라본다면 그가 원하던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누나.”강지혁은 가볍게 부르며 손가락으로 액자 속 사람의 입술을 만지작거렸고 그 사진 속 입술에 키스하고 싶은 생각을 더는 참을 수 없었다.방금 그녀의 몸이 너무 경직되지 않았더라면, 그녀의 두려운 얼굴을 보지 않았다면 그는 정말로 그녀에게 키스했을 것이다.그러나 그는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는 것을 선택했다.‘왜? 그녀가 놀랄까 봐?’오늘 월세방에 있을 때 그는 이미 그녀를 한 번 놀라게 했기에 그녀를 다시 한번 놀라게 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그는 가볍게 눈을 감더니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임유진은 강 씨 저택에서 지내는 첫날 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그녀는 정말 잘 잤다. 만약 핸드폰 알람 소리가 울리지 않았다면 그녀는 계속 잠에 들어 있었을 것이다.아마도 많은 일이 일어난 날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이미 기진맥진해 다른 일을 생각할 힘조차 없었으니까.일어난 임유진이 핸드폰을 보니 시간은 새벽 5시였다.그녀는 환경위생과에 6시 전에는 꼭 도착해야 했다.임유진
”이제야 겨우 5시가 넘었는데,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이렇게 일찍 아침 식사를 준비하지 않을 것이다.“앞으로 아침 식사는 누나의 출근 시간에 따라 정해질 거야. 누나는 반드시 출근하기 전에 아침을 먹어야 해.”강지혁은 임유진을 식탁 옆으로 데려가더니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누르고 그녀를 앉혔다.임유진은 순순히 그의 말을 들었다. 식탁 위의 아침 식사는 종류가 다양했고 한식, 서양식이 모두 있었다. 결국 그녀는 우유 한 잔, 죽 한 그릇, 그리고 떡 몇 조각을 먹었다.이런 아침 식사는 그녀가 평소 간단하게 먹는 500원짜리 붕어빵보다 훨씬 풍성했다.동시에 그녀는 그 작은 월세방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강 씨 저택으로 들어온 것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잠시 후에 기사가 누나를 환경위생과로 데려다줄 거야.”강지혁이 말했다.“아니야, 나 혼자 버스 타고 가면 돼.” 임유진이 재빨리 말했다.“여기는 환경위생과와 가깝지 않아. 버스를 타면 두 번이나 갈아타야 해. 누나, 늦을까 봐 걱정되지 않아?”그는 마치 이미 모든 것을 다 정해놓은 것 처럼 말하곤 그녀를 바라보았다.임유진은 할 말이 없었다.그리하여 아침 식사를 마친 후 강 씨 저택의 기사가 은색의 마이바흐를 운전하여 임유진을 환경위생과로 데려다주었다.차에 타자 임유진은 이 상황이 조금 웃기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보잘것없는 일을 하는데 이렇게 비싼 차로 그녀를 데려다주는 것이 마치 더 자신을 비참하게 만드는 거 같았다.임유진은 기사에게 환경위생과와 500미터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게 한 후 차에서 내려 걸어서 환경위생과로 향했다. 기사가 만약 환경위생과 앞까지 그녀를 데려다준 것을 누가 보기라도 하면 또 구설에 오를 것이다.그녀는 탈의실로 들어가서 옷을 작업복으로 갈아입었다. 왼손의 손등엔 연고를 이미 발랐지만 여전히 아팠다. 평소에 쉽게 하던 동작도 지금은 어렵기만 했다.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공구를 수령한 임유진은 평소대로 서미옥과 같이 맡은 구역의 길을 쓸었다. 그때 서미옥은 임유진의 동작이
“아직 아무도 그 목도리와 장갑이 어느 브랜드의 것인지 알아내지 못했어. 어떤 사람들은 아마 어떤 명품 브랜드가 특별제작한 것일 거라 하던데.”직장 동료들이 열심히 그 주제로 얘기를 하자, 임유진은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만약 동료들이 그녀가 직접 만든 것이라는 걸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한편 서미옥은 동료들이 얘기하던 강지혁의 목도리와 장갑을 본 뒤 말문을 열었다.“이 장갑 유진이가 만들었던 장갑이랑 비슷하네.”임유진이 장갑을 짤 때 서미옥은 옆에서 지켜봤었고 게다가 임유진이 모르는 부분은 가르쳐주기까지 했으니 서미옥은 자연스레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그녀의 말에 직장 동료들은 콧방귀를 뀌었다.“서미옥, 임유진이 장갑을 만든 게 비슷하다 해도 강지혁이 그걸 착용했을 리가 있어?”“강지혁이 핸드메이드를 착용했다 하더라도 정말 유명한 장인 같은 사람이 직접 만들었을 거야. 어떻게 우리 같은 환경미화원이 만든 걸 착용하겠어.”“휴, 미옥 언니가 그냥 농담하는 거예요!”서미옥은 그 말에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는 머리를 돌려 임유진에게 소곤소곤 말했다.“유진아, 강지혁이 착용한 장갑이 네가 만든 거랑 정말 비슷해. 쟤들은 명품 브랜드에서 특별제작한 거래. 하지만 내 눈에는 명품 브랜드가 만든 게 아닌 거 같고 네가 만든 거랑 진짜 비슷해 보여.”임유진은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의 말대로 그건 같은 장갑이기 때문이다!오후에 퇴근할 때 임유진은 또 강지혁 기사의 연락을 받았는데 강지혁이 그에게 그녀를 데려오라고 지시했다고 했다.임유진은 또 누구한테 들키는 걸 걱정해 기사를 환경위생과와 500미터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게 한 후 다른 사람을 피해 차에 올랐다.차에 오른 후에야 임유진은 긴 숨을 쉬었다. 만약 매일 이렇게 출퇴근한다면 이것도 그녀에게 큰 부담인 셈이다!강 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 강지혁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집사가 강지혁은 회사 쪽에 미팅이 남아 늦게 돌아올 것이기에 임유진에게 먼저 식사하라고 했다.엄청
“알았어요.”임유라는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고 어찌 됐든 임유진을 찾아가 제대로 한번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반드시 임유진과 강현수가 어떤 관계인지 알아내야 한다!…….임유진은 저녁에 세수하고 욕실을 나온 후 두 방 사이의 문으로 문 틈새로 새 나온 불빛을 보았다.‘강지혁이 돌아온 걸까?’임유진은 방문을 두드려 그와 기사가 픽업하는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려 했다.다만 그녀가 문을 두드리려는 순간 제대로 닫히지 않아 있던 문이 그대로 열렸다. 그리고 거대한 화면을 보았는데 딱 보아도 화상회의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중 적지 않은 외국인도 있었다.그리고 이때 화상 회의 중인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본 것인지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여자가 있네. 세상에, 이렇게 늦은 시간에 왜 여기에 여자가 있지?”누군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찰스, 당신의 애인인가요?”“소개 좀 해주실래요?”“이분이 저번 회의 때 전화 왔던 여자분인가요?”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방안을 메웠다. 강지혁은 곧바로 소리를 끊었다. 그러자 방안은 마침내 조용해졌다.그러나 스크린에서는 화상회의 중인 사람들이 여전히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의 화면을 보고 있었다.“무슨 일이야?”강지혁은 몸을 돌려 임유진을 바라보며 물었다.“그게…… 내가 회의하는 걸 방해했네.”그 말을 하고 그녀는 자리에 멍하니 섰다. 그녀는 그가 방에서 화상회의를 하고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괜찮아.”그가 말했다.“할 말이 있으면 그냥 말해.”“그게, 내일부터 기사에게 날 픽업할 필요가 없다고 얘기해줘. 난 버스 타고 가면 돼.”그녀가 말했다.“이유는? 버스를 타도 차를 타는 거고 기사가 데려다주는 것도 차를 타는 거잖아, 뭐가 달라?”그는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당연히 다르다!“너무 눈에 띄어서.”그녀가 머뭇거렸다.그러자 그는 조금 망설였다.“오늘 기사가 어느 차로 데리러 간 거야?”“은색 마이바흐.”그녀가 말했다.“알았어, 이따가 시간 나면 눈에 띄지 않는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