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강지혁이 떠난 것이 다른 사람과 말다툼하고 화가 나서 그런거다라고 추측하는 사람도 있었고 오늘 현장에 적지 않은 유명 인사들이 그를 둘러싸 너무 귀찮아서 미리 자리를 떠났다는 사람도 있었다. 아무튼,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난무했다. 임유진은 가십거리를 보는 것처럼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고 그녀도 도대체 강지혁이 왜 떠났는지에 대해 추측하고 있었다. 이때 임유진이 갑자기 들리는 문 두드리는 소리에 일어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뜻밖에 문 앞에 서 있는 강지혁의 모습을 봤다. 그 순간 임유진은 사레가 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콜록, 콜록.” 임유진은 참지 못하고 기침을 했고 순간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한참 동안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하던 사람이 지금 그녀의 앞에 나타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강지혁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더니 손으로 임유진의 등을 두드려주며 말했다. “웬일이야? 사레를 이렇게 심하게 다 하고 뭐 감기라도 걸렸어?” 임유진은 콜록대면서 고개를 저었는데 그녀는 감기에 걸린 게 아니라 강지혁이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란 것이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임유진은 가까스로 숨을 돌렸고 그제야 강지혁을 바라보았다. “너, 너 왜 왔어?” “왜? 나 오면 안 돼?” 강지혁이 되물었다. 임유진은 입술을 오므렸다. 강지혁이 여기를 오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강지혁은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좁은 방에 그가 들어오자 방은 더욱 좁아 보였다. 강지혁의 시선은 눈에 띄게 빨갛게 부어오른 왼손으로 향했다. “이 손은 왜 다친 거야? 엑스트라 할 때 다친 거야?” 강지혁은 말하면서 그녀의 손목을 당겨 왼손을 잡았다. 강지혁의 손가락이 임유진의 부어오른 손등에 닿자 그녀는 소리쳤다. “손대지 마. 연고 발랐어!” 강지혁은 자신의 손가락을 살짝 치웠지만 시선은 여전히 그녀의 부은 손등을 주시하고 있었다. 강지혁은 전에 이한에게서 임유진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아가며 절을 했다는 말만 들었
임유진이 오늘 촬영장에서 억울하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걸 알게 되자 강지혁의 마음에 화가 나 당장이라도 그녀를 보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보고 나니 오히려 기분이 더욱 안 좋아졌다! 강지혁은 손끝으로 그녀의 멍든 이마를 쳤다. “아파!” 임유진은 참지 못하고 아프다고 소리쳤다. 그러자 강지혁은 냉랭하게 말했다. “너도 아픈 건 아네?” 당연했다! 그녀의 머리는 돌로 만든 것도 아닌데 맞으면 당연히 아팠다. 심지어 강지혁이 다친 곳을 때렸으니 말이다. 임유진은 눈을 부릅뜨고 강지혁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강지혁은 오히려 화를 내며 말했다. “임유진, 너 아주 잘하는 짓이야. 내 곁에 있기를 거절하고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러 갔나 했더니, 고작 엑스트라를 하러 가서 동생한테 당해 머리나 땅에 박고, 넌 이게 재밌어?” 임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이때 임유진은 왠지 강지혁이 조금 두렵게 느껴졌다.그러나 임유진이 한 걸음 물러서자 강지혁은 한 걸음 다가섰다. 그녀는 줄곧 벽 쪽으로 물러섰고 등은 이미 벽에 닿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강지혁은 그녀의 앞으로 다가와 두 손을 벽 쪽에 얹더니 그녀를 거의 품 안에 가둬 버렸다. “재밌냐고 물어봤잖아?” 강지혁은 뚫어지게 임유진을 쳐다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낮았는데 분노를 억누르는 것 같았다. 오늘 다치고 괴롭힘당한 사람은 그녀인데 도대체 왜 강지혁이 더 화가 났는지 알 수 없었다! “나, 나도 재밌지 않아.” 한참 후에야 임유진은 나지막이 대답했다. “그래? 그럼 왜 촬영장에 갔는데? 엑스트라 하러? 아님 스타라도 되고 싶었던 거야? 그럼 진작에 말하지. 나에게 부탁하면 내가 도와 줄 수도 있었잖아. 그럼 남한테 가서 머리 박아가며 무릎 꿇어 절하고 손도 이렇게 다칠 필요 없었잖아?” 강지혁은 냉담하게 말했다. 만약 강지혁의 이성이 그를 억누르고 있지만 않았다면 그는 당장이라도 그녀를 아무 데도 못 가게 자신의 곁에 묶어두고
“그래서 내가 널 무섭게 했어?”지혁이 묻자 유진은 잠시 머뭇거렸다.“난 네가 나를 단지 장난 대상으로만 생각한다는 거 잘 알아. 지금의 너는 그저 재미있으니까 나에 대한 흥미가 있는 거겠지. 하지만 그 흥미가 사라진다면 난 아무런 가치가 없어질 거고 만약 내가 실수로라도 널 화나게 한다면 난 예전에 감옥에 있었던 그 꼴이 나게 될 거라는 것도 잘 알아.”그녀는 더 이상 그런 암울하고 참혹한 날들을 다시 보내고 싶지 않았다.“그럼 지금 네가 하는 이런 말들이 나를 화나게 할까 두렵진 않아?”그녀의 몸이 갑자기 뻣뻣해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두려웠지만 그냥 말하는 걸 선택을 했을 뿐이었고 현재의 모습이 이미 모든 걸 설명하고 있었다.주위는 조용하다 못해 무서울 정도로 고요했다. 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지금 들리는 것은 오직 자신의 호흡과 심장 박동 소리뿐이다. 비록 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의 시선이 줄곧 그녀의 몸에 머물고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그가 갑작스럽게 뱉은 목소리를 들었다.“만약 내가 장난치는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내 곁에 계속 머물러 줄 거야?”그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지 그녀는 고개를 번쩍 들고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그럴 거야?” 그는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쳐다보았고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네 곁에서 뭘 할 수 있는데? 계속 너의 누나로 있을까? 아니면 네 장난의 상대? 그게 뭐가 됐든 그 어느 쪽도 난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지혁이 입술을 오므렸고 눈빛은 점점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아내라는 두 글자가 그의 목구멍에서 걸렸다. 만약 유진이 입을 열었다면, 그녀를 아내로 만들려고 했을 것이다. 그동안 지혁은 누군가에게 아내가 되어달라 청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갑자기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허리를 굽히고는 그녀의 뺨을 살짝 스쳤다.“누나가 이리 말하니 그럼 계속 이렇게 지내면서 누가 더 인내심이 강한지 겨뤄봐요. 내가 먼저 누나를 내 곁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앉아 다치지 않은 오른손으로 젓가락을 들고선 밥을 먹었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곁에 앉아 한 손으로 턱을 괴고 그녀를 바라보았다.불빛 아래 그녀의 속눈썹은 자연스럽게 올라가 있었고 눈을 감으면 눈꺼풀이 내려오면서 더 두드러져 보였다. 손바닥만큼 작은 얼굴은 그의 한 손으로도 완전히 감쌀 수 있어 보였다.작고 귀여운 코와 음식을 씹어 먹을 때 움직이는 두 볼은 마치 조그만 동물이 먹이를 먹는 것처럼 보였고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귀여웠다. 과거에 그였다면 여자가 음식을 먹는 것에 이렇게 빠져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그녀를 볼 때면 그녀를 숨기고 싶은 욕망이 더욱 커져 누구도 볼 수 없는 그런 곳에 그녀를 숨겨두고 오직 자신만이 그녀를 보거나 다가갈 수 있게 만들고 싶어졌다.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며 밥을 먹고 있었지만 지혁이 계속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공기 중에는 어색함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얼굴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고 음식을 삼키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이상하게 예전에는 그가 밥을 같이 먹어주었을 때는 그가 따뜻하게 느껴졌을 뿐 그 어떤 불편함도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은 이상했다. 유진은 무의식적으로 먹는 속도를 높여 빨리 밥을 다 먹으려고 했고 바로 이때, 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누나 강현수 좋아해요?”풋!그녀의 입에서 미처 삼키지 못한 음식이 뿜어져 나왔고 그녀는 한바탕 기침을 하며 앞의 탁자와 그의 몸에 튄 밥알을 보았다.“미, 미안해.”그녀는 얼른 휴지를 뽑고는 그의 옷에 튄 밥알들을 급하게 닦았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조금도 개의치 않다는 듯 그녀의 손을 잡고 물었다.“누나 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잖아. 강현수 좋아해요?”그녀는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강현수를 좋아하냐고? 이걸 왜 물어보는 거지?’게다가 지혁이 유진이가 현수를 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는데 말이었다. 찰나의 순간에 그녀의 머릿속은 여러 가지 의문들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입술은 그녀의 입술과 더욱 가까워져 거의 입술과 입술이 맞닿았다.임유진의 얼굴은 자신도 모르게 상기되었다.“하지 마…….그녀는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했다.그는 잠시 멈추고 시선을 고정한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럼 누나 그와 어떻게 만났는지 얘기해 봐.”“한 번은 누군가 그의 팔찌를 훔쳤는데 도둑이 마침 나오면서 나랑 부딪혔고, 팔찌가 내 옷 주머니에 떨어졌어. 그에게 팔찌를 돌려주면서 알게 된 거야.”임유진이 황급히 설명했다.“그래?”그는 중얼거리며 말했다.“그러고 나서 두 사람 또 몇 번 만났어?”그녀가 그걸 어떻게 세어 본 적이 있겠는가! 그러나 강지혁의 다가오는 얼굴을 보고 임유진은 재빨리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네…… 네 번. 한 번은 그가 팔찌를 주워준 게 고마워서 밥이라도 사 주면서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했어. 또 한번은 마을에 있을 때 우리 외할머니가 입원한 병원에서 우연히 마주쳤고, 그리고 이번 엑스트라 촬영 때 다시 한번 또 만난 거야.”그의 눈동자가 번쩍였다. 현수에 대해 잘 아는 그는 현수가 만약 정말 그녀가 팔찌를 주워준 데 대해 감사를 표하고 싶다면 돈을 줬으면 됐을 텐데 왜 굳이 그녀에게 밥까지 샀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그러니까, 그때 이미 현수는 그녀에게 마음이 있었단 말인가?왜 임유진일까? 현수는 임유라와 사귄 지 얼마 안 되지 않았나? 예전 같았으면 현수는 여자를 사귀고 있는 상황에서는 다른 여자에게 흥미를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지금은…… 뭔가 예외인 것 같았다!“누나 그 사람을 좋아해?”그는 여전히 똑같은 질문을 했다.“말했잖아, 나는 그와 아무 사이도 아니야. 하물며 그는 연예계의 태자야, 나는 보잘것없는 환경미화원일 뿐이고.”분명 하나도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인데 그는 계속해서 그녀에게 강현수를 좋아하느냐고 묻고 있다. 그녀가 보기에 이건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다!“나도 누나한테 반했잖아?”강지혁은 가볍게 웃었다. 입술을 그녀의 입꼬
“웁…….”임유진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그를 밀치려 했다. 하지만 오른손이 그에게 저지를 당했고 별생각 없이 또 왼손을 들었다.그의 손이 그녀의 왼손을 눌렀을 때, 그녀는 가쁜 숨을 들이마시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벌려 아프다고 외쳤다. 이 외침에 그는 오히려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그녀는 그의 갑작스러 키스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얼마나 지났을까, 그는 마침내 이 키스를 끝냈고 그와 함께 잡고 있던 그녀의 두 손을 놓았다.그의 한 손은 그녀의 허리를 받쳤고, 다른 한 손은 그녀의 왼손을 가볍게 받쳤다.“방금 누나를 아프게 했지.”임유진은 입술을 깨물고 강지혁을 노려보았다.“너 방금 왜 그랬어?”“누나가 내가 듣기 싫은 말을 하는 게 싫어서.”강지혁이 살며시 웃으면서 그녀에게 말하는 모습은 정말 부드러워 보였다.“누나가 또 말하려고 한다면 내가 다시 키스 할거야.”“…….”그녀는 숨이 턱 막혔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정말 말한 대로 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강지혁은 고개를 숙이고 임유진의 손등에 아직 가라않지 않고 부어있는 부위를 자세히 살펴보았다.“누나 손에 있는 이 상처는 며칠 동안 치료해야 할 것 같아. 누나 여기서 상처를 치료하는 건 불편할 것 같은데 내가 있는 곳에 가서 상처를 치료하는 게 어때?”“뭐?”그녀는 깜짝 놀랐다.“네가 있는 곳?”“그래, 강 씨 저택으로 가. 그쪽엔 방이 많아. 누나가 원하는 방을 골라도 돼. 그리고 평소에는 하인도 있고.”그가 말했다.“아니야!”그녀가 재빨리 거절했다.“나는 여기에 사는 게 편해. 그리고, 이 상처는 심한 것도 아니야. 심하게 다친 게 아니라서 스스로 처리할 수 못 할 정도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시중을 들어야 할 정도는 더더욱 아니야.”그의 표정은 점점 차가워졌다. 그의 멋진 눈동자에 먹구름이 낀 것만 같았다.“누나 싫어?”그녀는 목이 조여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확실히 싫었다.그곳에서 산다면 그와 점점 더 엮일 수밖에 없을
사실 이 몇 벌의 갈아입은 옷도 그는 그녀가 안 가지고 갔으면 했다. 그러나 그녀가 말했다.“이 옷들은 내가 평소에 자주 입는 편한 옷들이야.”그러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에게 가지고 가라고 했다.짐을 다 싸고 난 임유진이 짐가방을 들려고 하자 강지혁이 먼저 들며 말했다.“내가 할게.”두 사람은 오피스텔을 나왔고 임유진은 강지혁의 뒤를 따랐다.때로 그녀는 그가 종잡을 수 없다고 느껴졌다. 어떨 땐 너무 온유해서 자신한테 정말 뭐든 걸 다 해 줄 수 있 것만 같았고 또 어떨 땐 자신을 지옥에 넣을 것만 같았다.이번에 강 씨 저택으로 가면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더욱더 불분명해질 것이다.도대체 언제쯤 진정으로 그와 아무런 사이도 아닌 상태가 될 수 있을까? 그가 그녀에게 질릴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걸까? 그녀는 물끄러미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의 목에 걸쳐진 목도리에 시선이 향했다.그녀가 짠 목도리는 모두 낡은 털실을 사용했는데 그가 이런 유명 인사들이 모두 참가한 연회에서 그녀가 짠 목도리와 장갑을 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재밌는 것은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어떤 유명 디자이너의 솜씨인 건지, 수공형 복고형인지 등등을 추측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건 그냥 평범한 사람이 털실로 짠 목도리와 장갑일 뿐이라는 걸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가 전에 말한 바와 같이, 이 목도리와 장갑이 그에게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는 그가 알아서 결정할 것이다.아파트 단지 밖에 도착했을 때, 임유진은 익숙한 검은색 승용차가 이미 앞에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다. 고이준은 차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강지혁의 곁으로 가서 강지혁의 손에 있는 짐가방을 받았다.강지혁은 몸을 돌려 아직 그의 뒤에 몇 발자국 떨어진 임유진을 보고 입을 열었다.“왜 그래, 가자.”말하면서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머뭇거리며 발걸음을 옮겼지만 그의 손을 잡지는 않았다.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가 몸을 구부
한 씨 아저씨는 생각에 잠긴 채 임유진을 바라보더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임유진이 먼저 인사를 했다.“한 씨 아저씨, 안녕하세요.”“임유진 씨, 필요한 게 있으면 무엇이든 말씀해 주세요.”한 씨 아저씨가 웃으며 말했다.“유진이라고 부르면 돼요.”그녀가 말했다. 임유진 씨라는 호칭은 그녀를 조금 불편하게 만들었다.“당신은 도련님의 손님이니 당연히 임유진 씨라고 불러야 합니다.”한 씨 어르신은 예의를 차린 모습으로 말했다.임유진도 호칭에 더 이상은 신경 쓸 수 없었다. 어차피 그녀가 여기서 사는 날도 그렇게 길지 않을 것이다.“한 씨 아저씨, 아저씨가 누나를 데리고 방을 좀 보고 고르게 해줘요.”강지혁이 분부했다.“아무 방이나 주시면 돼요.”임유진이 황급히 말했다.“그건…….”한 씨 어르신은 강지혁을 바라보았다.“그럼 3층 별실에 묵으면 되겠네.”강지혁은 담담하게 말했다.“알겠습니다.”한 씨 아저씨가 대답했다.임유진은 조금 의아했다.‘별실은 뭐지?’하지만 이미 한 씨 아저씨가 그녀를 데리고 3층으로 향했기에, 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3층에 도착하자 한 씨 아저씨는 방문을 열고 임유진을 향해 말했다.“임유진 씨, 들어오세요. 세면용품, 생활용품은 잠시 후에 사람을 보내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임유진 씨가 원하는 브랜드나 다른 필요한 있으면 저한테 말해 주세요.”“네, 필요한 거 없어요.”임유진이 말했다.한 씨 어르신이 떠나자 임유진은 커다란 방을 둘러보았다. 방은 전체적으로 여성스럽고 복고적인 느낌이었다. 가구들도 지금 유행 하는 유럽풍이 아닌 한국식으로 된 가구여서 사람들에게 더욱더 그윽한 느낌을 주었다.그리고 임유진은 사용된 목재를 대충 살펴보았는데, 이 가구들을 모두 자단목인 것 같았다.만약 모두 진짜 자단이라면 이 방의 가구만 해도 엄청 비쌀 것이다.이것이 바로 강씨 가문의 재력이란 말인가?임유진이 방의 자단목에 놀라 있을 때 하인이 세면용품과 침대 시트 등을 가져와 모두 새것으로 갈아주었고 임대주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