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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6화

그 눈빛은 말하자면 일종의 경고였다.

만약 이대로 한마디만 더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경고 말이다.

배여진은 이를 꽉 깨문채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너도 이만 집으로 돌아가. 간병인도 있어서 네가 날 보살펴줄 필요 없어.”

강현수가 말했다.

하지만 그 말에 쉽게 물러설 배여진이 아니었다.

“어차피 나는 할 것도 없어요. 그러니까 현수 씨 옆에 있을게요.”

배여진은 이번 기회에 강현수에게 여성스러운 모습을 한껏 어필하고 싶었다.

“아니, 필요 없으니까 돌아가.”

하지만 강현수는 그녀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배여진은 강현수에게 완전히 거절당했다. 하지만 아무리 분해도 그에게 화를 낼 수는 없었다.

“그... 그럼 나는 먼저 가볼게요.”

배여진은 결국 가방을 챙겨 병실을 나갔다.

그렇게 병실 안에는 강현수와 임유진, 이렇게 둘만 남았다.

“아까 어머니한테 그렇게 얘기할 필요까지는 없었어요. 현수 씨 어머니가 나 보기 싫어하는 건 당연한 거예요. 나는 충분히 이해해요.”

임유진의 말에 강현수가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우리 엄마 마음은 그렇게 잘 이해하면서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왜 이해 못 해줘요?”

이에 임유진이 흠칫했다.

임유진은 이해를 못 하는 게 아니다. 그저...

“나랑 현수 씨는 그런 사이가...”

임유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현수가 그녀의 말을 잘랐다.

“날 거절하려는 말을 꺼낼 거라면 그냥 얘기하지 말아줘요. 내가 죽을 만큼 싫고 미친 듯이 부담스러운 게 아니라면 그런 말은 앞으로 쉽게 꺼내지 말아줘요.”

누구한테도 고개를 숙여본 적 없는 강현수가 임유진의 앞에서는 지금 거의 애원하듯 빌고 있다.

임유진은 목구멍에 가시 같은 것이 박힌 것처럼 따끔해 났다.

강현수의 몸에 감긴 붕대들과 그 붕대를 뚫고 나온 미세한 핏자국들은 모두 그녀를 구하려다 생긴 것이다.

“사과... 사과 깎아줄게요.”

임유진은 결국 화제를 돌리며 가지고 온 과일 바구니에서 먹음직스러운 사과를 한 알 꺼냈다.

“네, 유진 씨가 깎아줘요.”

강현수가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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