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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화 교통사고

설도영이 설영준의 집에 며칠 더 머물러 있겠다고 해서 송재이는 문제 될 게 없었다.

정작 집주인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설도영은 형의 짜증 따위 모르는 듯싶었다.

저녁이 되자 송재이는 널찍한 주방 입구에 서서 능숙하게 웍질하는 설영준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거실을 가득 메운 맛있는 냄새 때문이지 평소에 무뚝뚝하기만 하던 남자에게서 인정미가 느껴졌다.

이러한 장면을 목격하자 머릿속으로 저도 모르게 경주에서 동거했을 때 겪었던 시시콜콜한 일상이 떠올랐다.

이때, 설도영이 정적을 깨뜨리며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농담을 건넸다.

“형이 웬일이래? 요리까지 하고.”

비록 말투는 비아냥거렸지만, 형에 대한 존경심이 기본으로 깔려 있었다.

설영준이 고개를 돌리더니 설도영을 흘겨보았다.

“닥치고 저리 꺼져.”

설도영은 푼수처럼 웃으면서 가까이 다가가 의혹이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형, 지금 선생님을 위해 요리하는 거예요? 진짜 애지중지하네요.”

여태껏 형이 누군가를 이렇게 챙겨주는 건 처음 본다.

설영준이 멈칫하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언뜻 스쳐 지나간 다정한 눈빛만큼은 무시할 수 없었다.

설도영은 속으로 몰래 감탄했다.

‘역시 선생님은 형의 마음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군.’

이내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오서희에게 카톡을 보냈다.

[엄마, 그거 알아요? 형이 오늘 직접 요리까지 했어요! 송 선생님이 형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나 봐요.]

문자를 확인한 오서희는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안 그래도 송재이에 대한 경멸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지극히 평범한 여자는 설영준의 관심 따위 받을 생각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요리까지 해준다는 소리를 들으니 어찌 화가 나지 않겠는가?

“이 년이 점점 도를 넘고 있네?”

오서희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직접 찾아가서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쨌거나 아들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한번 결정한 일은 되돌리기 힘들었다.

저녁 식사가 준비되고 셋은 식탁에 둘러앉았다.

예상외로 훌륭한 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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