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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남자의 나쁜 본성

설영준의 차가운 시선에 박윤찬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도 설영준이 전부터 자신과 송재이를 의심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었다.

그가 송재이에 대한 관심이 많을수록 설영준에게 덜미가 잡힐 것이다.

방 안의 공기는 삽시간에 쥐죽은 듯 고요했다.

둘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을 때쯤, 갑자기 누군가의 노크 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 조용한 분위기를 깨뜨렸다.

그것은 바로 사인을 받으러 온 설영준의 비서였다.

여진 비서는 설영준의 옆에 멀뚱히 서 있었다.

그는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분위기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수년간 설영준과 같이 일하면서 지낸지라 눈치를 살피는 건 그에게 있어 가장 기본적인 일이었다.

그 순간의 설영준과 박윤찬은 모두 표정이 좋지 않았었다.

사인을 받은 뒤 여비서가 나가려던 찰나, 박윤찬도 같이 일어섰다.

“일이 있는걸 까먹었네? 먼저 가볼게요.”

박윤찬은 더는 설영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설영준 또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박윤찬이 가는 모습만 바라보았다.

어떤 일들은 일단 어긋나기 시작하면, 아무리 친구 사이라도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몇 년 동안 서로 알고 지낸 사이라, 그 누구도 여자 한 명 때문에 우정을 잃고 싶지 않을 것이다.

박윤찬이 간 뒤 설영준은 혼자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그날 호텔에서 송재이와 그런 일이 발생한 뒤 현재까지 불과 며칠 되지 않았다.

설영준은 조금 전 박윤찬이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의 두 눈이 붉게 부었다는 말이 떠올랐다. 아마도 그날 밤에 그녀가 집에 가서 울었을 것이다.

그는 그녀가 여전히 자신에게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설영준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신이 충동적으로 행동했음을 인정했다.

그녀가 그를 대할 때, 심하게 반항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그녀가 거절하는 표정을 지을수록 더욱 화가 났다.

아마 이런 부분에서 그는 여전히 나쁜 본성을 가지고 있는듯했다.

설영준은 눈을 감고도 그의 곁에서 통곡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마음이 산산조각이 나는 것만 같았다.

한편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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