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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한 번 빌려줘

정아현이 불쌍한 말투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애원했다.

“먼 친척 아주머니인데 어렸을 때 저한테 정말 잘해주셨어요. 멀리서 찾아오셔서 애타게 사정하시는데 제가 어떻게 모른 척해요.”

“정아현, 나는 네 돈주머니가 아니야.”

설영준이 한 자 한 자 차갑게 내뱉었다.

정아현은 지금 정말 돈이 필요했다.

비록 먼 친척 아주머니라는 핑계를 댔지만, 사실 최근 새로 사귄 남자 친구 때문에 필요한 것이었다.

사귀고 나서야 상대방이 도박에 나쁜 취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밖에서는 빚까지 져 빚 독촉이 집 앞까지 찾아왔다.

금방 연애를 시작한 정아현은 사랑에 눈이 멀어 남자 친구의 눈물 어린 애원을 쉽사리 거부할 수 없었다.

한 바퀴 생각해 봐도 돈을 마련할 만한 사람은 설영준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설 대표님, 누가 감히 대표님을 돈주머니라고 생각하겠어요. 저는 빌리는 거예요. 정말이에요.”

정아현의 마음을 꿰뚫어 본 설영준이 차갑게 웃었다.

잠시 후,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좋아, 조금 있다 송금해 줄게.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어.”

말을 마친 설영준이 고개를 돌려 문 하나 사이에 두고 자신을 애타게 쳐다보는 송재이를 봤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송재이는 정아현과 통화하면서 자신에게 웃어주는 설영준이 이해되지 않았다.

‘양다리라니.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노네!’

설영준이 송재이를 보고 웃어주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정아현에게 말했다.

“조건은 간단해. 널 한 번 빌려줘.”

“빌려달라고요? 저를요? 어떻게요?”

정아현이 궁금하다는 듯이 질문했다.

하지만 돈을 빌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설영준은 정아현에게 뭘 하라고 하는 대신 질문을 바꿨다.

“송재이라는 여자 알아?”

정아현이 멈칫하다 이내 반응했다.

정아현은 가십 뉴스에서 송재이와 설영준의 사진을 본 적 있었고 남도에서 송재이를 레스토랑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청순하고 아름다운 외모는 한 번 봐도 잊기 어려웠다.

“알죠. 정말 예쁜 피아노 선생님이시잖아요.”

정아현이 기억을 되짚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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