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는 안색도 변하지 않고 능글맞게 대답했다. "고위층의 분부라 저희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고객님께서 허락 없이 매장을 대표해 장담을...""상사가 누군데요. 불러오세요."릴리는 그와 쓸데없는 말을 하기 귀찮아 턱을 살짝 치켜들고는 분부했다. 매니저는 릴리의 오만한 태도에 잠시 멍해졌지만, 요 며칠 동안 이미 몇 명의 까다로운 당첨 고객을 상대했던 것을 생각하고는 계속 말했다. 어린 계집이 무서울 게 뭐가 있다고. "고객님, 제 상사도 본부의 지시에 따를 뿐입니다. 즉 LK그룹 고위층의 지시라는 뜻입니다. 누구를 찾으셔도 소용없습니다.""그런가요?"릴리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위층의 뜻이 확실한가요?"매니저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저희의 행동 하나하나가 LK그룹의 이미지고 행사의 진행은 그룹의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당연히 고위층의 결정에 따라야지요. 하지만 고객님께서는 사사로이 장담하시는 바람에 지금 저희만 곤란한 게 아니라, LK그룹의 신용성에도 문제가 생기겠어요...""어머나, 신용이라는 말도 아시네요!"릴리는 비꼬면서 휴대폰을 집어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매니저가 아까보다 더 강하게 나왔다. "지금 소란을 피우신다면 저희도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입니다."릴리는 그를 향해 진정하라는 손짓을 했다. "소란 피우지 않을 거예요. 그냥 좋게 좋게 가자고요. 오늘 기분이 별로 안 좋아서 당신과 쓸데없는 말을 할 겨를이 없네요."매니저는 릴리를 쳐다보았다. 그가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전화가 연결되었다."뭐 하고 있어요?"저쪽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릴리가 계속 말했다. "지금 상품을 교환하러 왔는데 문제가 좀 생겼어요. 혹시 괜찮으시면 지금 오면 않 돼요? 아, 제부도 같이요. 제부가 정 바쁘시면 비서가 와도 되고요.""5분이요? 설마 지금 근처에 있어요?""네, 알겠어요.""..."전화를 끊고 릴리는 여유롭게 기대어 앉았다. "기다리세요, 곧 당신이 말한 고위층이
그는 머릿속에 자연스레 한 사람이 떠올랐다.하지만 '행사의 주인공'이라는 말이 그를 철저히 좌절시켰다.그는 무서운 추측이 떠올랐다. 매니저가 릴리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놀라움이 드러났다. "당신, 당신 언니가 혹시...!"릴리는 순수하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로비 중앙에서 틀고 있는 동영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 바로 저분이에요!"이곳은 결혼식 상품 교환 센터답게 로비 중앙의 대형 스크린에는 강유리와 육시준의 결혼식 영상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매니저가 고개를 돌리자 마침 강유리가 우아하게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옅은 화장을 한 강유리의 얼굴은 도도하고 우아하며 기품이 있었다. 강유리는 이쪽으로 쳐다보았다. 아무런 감정도, 초점도 없이 단순히 쳐다봤을 뿐이다.하지만 매니저는 괜히 어깨를 움칠했다."이럴 수가! 사모님과 그의 여동생은 지금 모두 병원에 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여기에..."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시장 입구에 누군가가 들어왔다.이 여인은 연두색 원피스를 입었고 몸매가 늘씬했다. 복장은 내추럴하면서도 우아했다. 강유리는 매장 안으로 들어오면서 선글라스를 벗고 내부를 한 번 훑었다.잔잔한 눈빛은 영상 속과 완벽히 일치했다.매니저는 마치 날벼락에 맞은 것처럼 제자리에서 멍하니 넋을 잃고 있었다.하필이면 릴리가 옆에서 약을 올렸다. "아직 안 믿기나요? 지금 왔잖아요. 언니, 이쪽이에요!"릴리는 목소리를 조금 높여서 강유리를 불렀다. 강유리는 이쪽을 쳐다보고는 다가왔다."왜, 무슨 일 생겼어?""..."이 말이 나오자, 가장 먼저 반응한 사람은 매니저였다. 아부하는 웃음으로 재빨리 강유리를 맞이했다. "사모님! 직접 이런 작은 매장에 와주셨는데 마중 나가지도 못했네요..."과하게 열정적인 태도에 강유리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강유리는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했다. 그러고는 다시 릴리를 보았다.릴리는 이런 매니저가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릴리는 강유리의 뒤를 보며 물
그러고 보니 정말이다.신하균과 함께일 때면 릴리는 늘 수동적인 상태였다.릴리가 무엇을 하든 신하균은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 릴리가 의기소침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그래서 신하균의 집에 머무는 하룻밤이 릴리는 왠지 자기가 민폐를 끼친 것으로 느껴졌다. 왠지 자기가 신하균의 사적인 영역을 침범하여 그의 생활을 어지럽힌 것 같았다.하지만 사실은 그가 마음대로 릴리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간 것이다. 책임을 물어야할 사람이 신하균이라는 것을 릴리는 방금까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머릿속에 방금 신주리가 차 안에서 한 말이 떠올랐다. 신주리는 자기 오빠의 행동에 놀랐고 믿기지 않아 하며 그를 지적했다.릴리는 심지어 그 당시에 지적받아야 할 사람은 자기라고 생각했다.신주리는 릴리가 자기 오빠와 가까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자기 오빠에게 릴리에게 속지 말라고 주의까지 주었으니 말이다.하지만 정작 일이 생겼을 때 신주리는 뜻밖에도 릴리의 편이었다...릴리는 큰 눈을 깜빡이며 강유리를 쳐다보더니 입을 삐죽 내밀고 말했다. "힝... 역시 언니들밖에 없어요! 남자고 뭐고, 다 필요 없어요! 역시 언니들이 최고예요!""굳이 따지자면 신하균이 미덥지 않은 거지. 내 남편은 괜찮아.""..."릴리는 방금의 감동을 1초 만에 거두었다.언니는 사랑을 하더니 변했다.그래도 둘은 여전히 아주 좋은 자매다. 다만 강유리가 사랑에 빠져서 그렇지. 솔로인 릴리는 그 둘에게서 벽을 느꼈다. 릴리는 몇 초 동안 침묵하고는 말했다. "제부한테 믿을 만한 친구 혹시 더 없나요? 소개 좀 해주세요!"강유리는 눈썹을 찡긋하며 물었다. "진심이야?"마음껏 좋아하고 안되면 통쾌하게 내려놓는 게 이제야 릴리답다.하지만 흐름이 왠지 이상한데.어젯밤에 썸타는 상대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는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는데 오늘 바로 마음을 접는다고?"진심이에요! 연애 공백기가 너무 길었어요. 계속 솔로일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빨리 안목 있는 사람을 찾아서 제 매력을 증명해야겠
매니저는 부정하고 싶었지만, 할 말이 없었다.어쨌든 그가 한 말이 맞다."정말인가요?" 강유리가 웃으며 물었다. "어떻게 해결할 거라고 하셨는데?""지점에서 차를 가져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내일 오라고 하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그들이 내일 다시 오면 그때 행사는 오늘 이미...""아가씨!"매니저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릴리가 사실을 진술하는 것을 중단시켰다.릴리는 그의 말에 깜짝 놀라 눈썹을 약간 찡그렸다. "왜 이렇게 큰 소리로 떠드십니까? 당신이 회사를 위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당신을 위해 덕담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그것 참 감사하네요.이렇게 덕담을 계속하다가는 밥그릇도 지킬 수 없게 될 것이다.강유리는 이 말을 듣고 상황을 대충 짐작했다. 그래서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물었다. "언제부터 행사에 마감일을 정했나요? 누가 당신들에게 이렇게 하라고 했죠?"'모든 고객에게 행사가 종료되었다고 하다니, 대체 언제부터 교환을 멈춘 거야?'이런 태도로 일을 처리한다면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폭탄을 남긴 것이다.이 일이 폭로된다면 가장 심각한 문제는 LK그룹의 평판이 나빠지는 것이 아니다. 강유리의 결혼식이 사람들의 비난을 받을 것이라는 거다..."결혼식 다음 날부터 교환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육사장님이 LK그룹의 자원이 부족하다고, 자기 처형이 경주용 스포츠카를 급히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상품은 아낄 수 있는 대로 아끼라고 하셨습니다."'육경원?'강유리는 눈썹을 찡그리고 말했다. "자기 처형이 차가 필요하다고 했다고요? 그래서 LK그룹에서 가져가겠다고?"매니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육사장님이 말씀하신 후 고성그룹 도련님이 직접 오셔서 계약금까지 내셨어요. 그래서 저희는 먼저 그들 쪽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강유리는 이 말을 듣고 아무 말이 없었고, 릴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LK 그룹은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외부인의 주문 때문에 사장님의 지시를 거
매니저는 어리둥절했다. 무엇이 좋다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물어보려던 참에 VIP실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왜요, 또 재고가 없습니까? 당신들이 오늘은 반드시 교환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죄송합니다, 아까 그 아가씨는 저희 직원이 아니어서 상황을 모릅니다. 기다리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직원들이 공식화된 사과를 하였다."정말 교환해 주기는 하나요? 아니면 정말 그들의 말처럼 상품은 속임수일 뿐이고 줄 생각이 전혀 없는 거예요?"남자 고객은 어두운 얼굴로 화를 내며 말했다. "제가 아는 사람 중 진짜로 차를 교환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얼버무리며 말했다. "그건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내일 다시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이 말은 왠지 '당신은 교환을 못해. 못 믿겠으면 내일 다시 와보던가'로 들렸다.그 젊은 부부만이 아니라 듣고 있던 강유리까지 안색이 나빠졌다. 더 이상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내일 마감이라고요? 우리한테는 어제가 행사 마지막 날이라고 하지 않았나요?""..."이 말은 그들의 관심을 쉽게 끌었다.젊은 부부가 이쪽을 쳐다보았다.분노에 찬 두 눈동자는 강유리의 얼굴을 보는 순간 놀람으로 변했다.매니저도 상당히 놀랐다. 그는 강유리의 체면을 지켜주고, 강유리도 차를 가지고 떠나기로 정리된 줄 알았다. 지금 사람들 앞에서 이러는 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강유리는 그의 반응은 쳐다보지도 않고 천천히 부부 앞으로 다가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지점 관리에 차질이 생겨 나쁜 경험을 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상품은 이미 준비되었습니다. 제가 바로 사람을 시켜서 관련 절차를 밟게 하겠습니다."여자 고객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다. "행사 날짜가 끝났다고 하지 않았나요?"강유리가 덤덤하게 말했다. "이들의 개인적인 행동입니다. 행사 측도, LK그룹의 지시도 아닙니다.""..."강유리는 이 말을 하고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여자 고객이 가지고 있던 교환권을 받아
전시장에서는 결혼식 영상을 상영하고 있었는데 강유리의 얼굴이 간판이었다. 가게 안의 직원들은 그녀의 지시를 어기지 않는다. 그녀와 정면충돌을 하면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 . 고준상은 재빨리 이 상황을 파악하고 얼굴에 다시 웃음을 띠며 허리를 굽히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 제가 즉시 처리하고 전달하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그 젊은 부부도 옆으로 가서 전화했다.애써 목소리를 낮췄지만, 강유리는 그의 감격스러운 목소리를 희미하게 들을 수 있었다."대박! 내부 문제인 것 같은데 강유리가 직접 와서 처리할 수 있어. 오늘 환전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얼른 와. 대박 사건을 현장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몰라!”“...”릴리가 천천히 걸어와 고준상의 뒷모습과 그쪽에서 전화하는 고객을 보고는 눈꼬리를 씰룩거렸다.그녀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저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그의 직속 상사한테 연락해서 와 보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형부한테 얘기 그만하고 와서 좀 도와달라고 할까요?”만약 진짜 육경원이 와서 강유리와 마주한다면 오늘의 상품을 가져갈 수 없을 수도 있다.그리고 괜히 창피해져서 남들의 웃음거리도 될 것이다."네 언니 내가 손해 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강유리는 곁눈질로 그녀를 흘겨보았다. 릴리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그건 아니지만 음험하고 간사한 놈에게는 한 수 더 두는 것이 좋아요.”강유리는 그녀의 말에 찬성했지만, 강유리는 육씨 가문의 상황을 더 잘 알고 있었다.뒤에서만 몰래 나쁜 짓을 할 줄 아는 육경원. 그녀가 공개적으로 사건을 끄집어내면 마주할 용기조차 없는 사람이다. 도덕적인 면에서 사상 납치만 할 줄 아는 실권 상위자 육청수. 그녀가 도덕과 양심이 없는 사람이 되면 그에게 당하지 않을 것이다.이 두 사람을 합치면 그야말로 위선의 짝이 따로 없다.구우신이 나서게 하다니. . . "참, 그동안 못 물어봤는데 고씨 가문에 가서 지내는 건 어땠어? 친해진 사람 있어? 고우신이라든지?"강유리가 말을 돌리
"그래요?”강유리는 의아한 척하며 말했다."그럼 메모해두세요, 며칠 전에 직원이 실수한 거예요. 지금은 언제든지 와서 받을 수 있어요.”그 소녀는 승낙을 받고 기뻐했다. "고마워요, 유리 언니! 제가 확실히 설명할게요!”옆에 서 있는 고준상은 수시로 문 방향으로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이 요구를 듣고 그는 무의식적으로 거절하려고 했다.그러나 강유리의 대답이 빨라서 그도 멋쩍은 듯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 시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따라 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장비를 챙겨온 블로거들이 앞다퉈 장비를 꺼내 들더니 재빨리 카메라를 보며 소개를 시작했다.고준상은 이 장면을 보고 또 담담한 강유리를 힐끗 쳐다보았는데 눈 안에는 몇 가닥의 비아냥거림이 스쳤다. 이다음으로 벌어질 상황도 차분히 마주하길 바라며 말이다.곧 입구에서 몇 대의 승용차가 천천히 들어왔다.오랜 경험이 있는 고준성은 이 차들을 멀리서만 보아도 값이 있는 차들인 것을 눈치챘다. 그는 바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다들 그만 찍으세요, 육 회장님이 오셨습니다. 누구도 함부로 찍으면 안 됩니다!”현장의 어수선한 소리가 몇 초 동안 조용해지고 모두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다들 고준상을 힐끗 쳐다보고는 의아한 눈빛으로 강유리를 보았다."계속 찍으세요, 무슨 문제가 있으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강유리의 목소리는 담담했다.고준상은 경고의 뜻이 들어있는 말투로 말했다. "사모님, 육 회장님은 공인이 아닙니다. 사모님 회사의 그 어린 배우들과는 다르게 함부로 얼굴이 알려지면 안 됩니다!”"무슨 소리예요, 우리 남편이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강유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았다.고준상은 다시 말했다."제가 말한 육 회장님은 육경원 실장님이에요!”강유리는 웃음을 조금 거두고 차가운 눈빛을 흘리며 말했다."육경원을 불러와요? 뭐 하려고요?”고준상은 당당하게 말했다. "저는 단지 사모님께서 아직
그들은 며칠 전에 거절을 당해서 이제 겨우 희망을 얻는가 싶을 찰나에 또 그들을 실망하게 했으니 이제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다들 해명하라고 난리 쳤고 육 실장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사람을 괴롭히면 안 된다고 말했다.귓가에선 모두 육 실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꾸짖음이었다. 심지어 강유리가 육경원과 짜서 상품을 떼먹으려 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 . 일이 걷잡을 수 없이 돼가고 육 실장이 영문도 모른 채 꾸지람을 받게 되자 고준상은 마음이 급해 나며 당황하였다.차가 들어섰다.그는 다른 건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경비, 신호 차단하고 질서 유지하세요!”그리고 그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가 공손히 맞이했다.차가 멈춰 섰다. 먼저 내린 것은 경호원이었다.경호원은 차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뒷좌석으로 가서 공손히 문을 당겨 손으로 차 지붕을 막았다.번쩍번쩍하게 윤기가 흐르는 검은 구두가 사람들 눈에 띄었다. 키가 크고 다리가 긴 남자가 허리를 굽혀 차에서 내린다. 고준상은 알랑거리는 얼굴로 비위를 맞추며 입을 열었다."육 실장. . .”그 차가우면서 잘생긴 얼굴을 똑똑히 보고 난 고준상은 표정이 굳어졌다. "육, 육 회장님, 어떻게 오셨어요?”육시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현장을 훑어보다가 강유리에게 시선이 떨어지자 눈 안의 차가움이 녹은 듯이 사라지고 부드러움으로 물들었다.그는 입가를 살짝 올리고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누구인 줄 알았는데?”“...”고준상은 입을 딱 벌리고 할 말을 잃었다.신호를 끊을까 말까 망설이던 경비도 꼼짝도 할 수 없었다.육시준은 긴 다리를 내디디며 그를 돌아서 곧장 강유리 앞으로 걸어갔다.그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괜찮아?”강유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괜찮아, 이쯤이야 껌이지."그리고 그녀는 육시준 뒤에 말없이 서 있는 고준상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제 남편이 성이 육 씨인데, 제 남편은 당신이 방금 말한 그 권리라는 게 있겠죠?”고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