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머릿속에 자연스레 한 사람이 떠올랐다.하지만 '행사의 주인공'이라는 말이 그를 철저히 좌절시켰다.그는 무서운 추측이 떠올랐다. 매니저가 릴리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놀라움이 드러났다. "당신, 당신 언니가 혹시...!"릴리는 순수하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로비 중앙에서 틀고 있는 동영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 바로 저분이에요!"이곳은 결혼식 상품 교환 센터답게 로비 중앙의 대형 스크린에는 강유리와 육시준의 결혼식 영상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매니저가 고개를 돌리자 마침 강유리가 우아하게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옅은 화장을 한 강유리의 얼굴은 도도하고 우아하며 기품이 있었다. 강유리는 이쪽으로 쳐다보았다. 아무런 감정도, 초점도 없이 단순히 쳐다봤을 뿐이다.하지만 매니저는 괜히 어깨를 움칠했다."이럴 수가! 사모님과 그의 여동생은 지금 모두 병원에 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여기에..."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시장 입구에 누군가가 들어왔다.이 여인은 연두색 원피스를 입었고 몸매가 늘씬했다. 복장은 내추럴하면서도 우아했다. 강유리는 매장 안으로 들어오면서 선글라스를 벗고 내부를 한 번 훑었다.잔잔한 눈빛은 영상 속과 완벽히 일치했다.매니저는 마치 날벼락에 맞은 것처럼 제자리에서 멍하니 넋을 잃고 있었다.하필이면 릴리가 옆에서 약을 올렸다. "아직 안 믿기나요? 지금 왔잖아요. 언니, 이쪽이에요!"릴리는 목소리를 조금 높여서 강유리를 불렀다. 강유리는 이쪽을 쳐다보고는 다가왔다."왜, 무슨 일 생겼어?""..."이 말이 나오자, 가장 먼저 반응한 사람은 매니저였다. 아부하는 웃음으로 재빨리 강유리를 맞이했다. "사모님! 직접 이런 작은 매장에 와주셨는데 마중 나가지도 못했네요..."과하게 열정적인 태도에 강유리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강유리는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했다. 그러고는 다시 릴리를 보았다.릴리는 이런 매니저가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릴리는 강유리의 뒤를 보며 물
그러고 보니 정말이다.신하균과 함께일 때면 릴리는 늘 수동적인 상태였다.릴리가 무엇을 하든 신하균은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 릴리가 의기소침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그래서 신하균의 집에 머무는 하룻밤이 릴리는 왠지 자기가 민폐를 끼친 것으로 느껴졌다. 왠지 자기가 신하균의 사적인 영역을 침범하여 그의 생활을 어지럽힌 것 같았다.하지만 사실은 그가 마음대로 릴리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간 것이다. 책임을 물어야할 사람이 신하균이라는 것을 릴리는 방금까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머릿속에 방금 신주리가 차 안에서 한 말이 떠올랐다. 신주리는 자기 오빠의 행동에 놀랐고 믿기지 않아 하며 그를 지적했다.릴리는 심지어 그 당시에 지적받아야 할 사람은 자기라고 생각했다.신주리는 릴리가 자기 오빠와 가까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자기 오빠에게 릴리에게 속지 말라고 주의까지 주었으니 말이다.하지만 정작 일이 생겼을 때 신주리는 뜻밖에도 릴리의 편이었다...릴리는 큰 눈을 깜빡이며 강유리를 쳐다보더니 입을 삐죽 내밀고 말했다. "힝... 역시 언니들밖에 없어요! 남자고 뭐고, 다 필요 없어요! 역시 언니들이 최고예요!""굳이 따지자면 신하균이 미덥지 않은 거지. 내 남편은 괜찮아.""..."릴리는 방금의 감동을 1초 만에 거두었다.언니는 사랑을 하더니 변했다.그래도 둘은 여전히 아주 좋은 자매다. 다만 강유리가 사랑에 빠져서 그렇지. 솔로인 릴리는 그 둘에게서 벽을 느꼈다. 릴리는 몇 초 동안 침묵하고는 말했다. "제부한테 믿을 만한 친구 혹시 더 없나요? 소개 좀 해주세요!"강유리는 눈썹을 찡긋하며 물었다. "진심이야?"마음껏 좋아하고 안되면 통쾌하게 내려놓는 게 이제야 릴리답다.하지만 흐름이 왠지 이상한데.어젯밤에 썸타는 상대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는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는데 오늘 바로 마음을 접는다고?"진심이에요! 연애 공백기가 너무 길었어요. 계속 솔로일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빨리 안목 있는 사람을 찾아서 제 매력을 증명해야겠
매니저는 부정하고 싶었지만, 할 말이 없었다.어쨌든 그가 한 말이 맞다."정말인가요?" 강유리가 웃으며 물었다. "어떻게 해결할 거라고 하셨는데?""지점에서 차를 가져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내일 오라고 하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그들이 내일 다시 오면 그때 행사는 오늘 이미...""아가씨!"매니저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릴리가 사실을 진술하는 것을 중단시켰다.릴리는 그의 말에 깜짝 놀라 눈썹을 약간 찡그렸다. "왜 이렇게 큰 소리로 떠드십니까? 당신이 회사를 위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당신을 위해 덕담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그것 참 감사하네요.이렇게 덕담을 계속하다가는 밥그릇도 지킬 수 없게 될 것이다.강유리는 이 말을 듣고 상황을 대충 짐작했다. 그래서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물었다. "언제부터 행사에 마감일을 정했나요? 누가 당신들에게 이렇게 하라고 했죠?"'모든 고객에게 행사가 종료되었다고 하다니, 대체 언제부터 교환을 멈춘 거야?'이런 태도로 일을 처리한다면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폭탄을 남긴 것이다.이 일이 폭로된다면 가장 심각한 문제는 LK그룹의 평판이 나빠지는 것이 아니다. 강유리의 결혼식이 사람들의 비난을 받을 것이라는 거다..."결혼식 다음 날부터 교환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육사장님이 LK그룹의 자원이 부족하다고, 자기 처형이 경주용 스포츠카를 급히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상품은 아낄 수 있는 대로 아끼라고 하셨습니다."'육경원?'강유리는 눈썹을 찡그리고 말했다. "자기 처형이 차가 필요하다고 했다고요? 그래서 LK그룹에서 가져가겠다고?"매니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육사장님이 말씀하신 후 고성그룹 도련님이 직접 오셔서 계약금까지 내셨어요. 그래서 저희는 먼저 그들 쪽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강유리는 이 말을 듣고 아무 말이 없었고, 릴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LK 그룹은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외부인의 주문 때문에 사장님의 지시를 거
매니저는 어리둥절했다. 무엇이 좋다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물어보려던 참에 VIP실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왜요, 또 재고가 없습니까? 당신들이 오늘은 반드시 교환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죄송합니다, 아까 그 아가씨는 저희 직원이 아니어서 상황을 모릅니다. 기다리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직원들이 공식화된 사과를 하였다."정말 교환해 주기는 하나요? 아니면 정말 그들의 말처럼 상품은 속임수일 뿐이고 줄 생각이 전혀 없는 거예요?"남자 고객은 어두운 얼굴로 화를 내며 말했다. "제가 아는 사람 중 진짜로 차를 교환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얼버무리며 말했다. "그건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내일 다시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이 말은 왠지 '당신은 교환을 못해. 못 믿겠으면 내일 다시 와보던가'로 들렸다.그 젊은 부부만이 아니라 듣고 있던 강유리까지 안색이 나빠졌다. 더 이상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내일 마감이라고요? 우리한테는 어제가 행사 마지막 날이라고 하지 않았나요?""..."이 말은 그들의 관심을 쉽게 끌었다.젊은 부부가 이쪽을 쳐다보았다.분노에 찬 두 눈동자는 강유리의 얼굴을 보는 순간 놀람으로 변했다.매니저도 상당히 놀랐다. 그는 강유리의 체면을 지켜주고, 강유리도 차를 가지고 떠나기로 정리된 줄 알았다. 지금 사람들 앞에서 이러는 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강유리는 그의 반응은 쳐다보지도 않고 천천히 부부 앞으로 다가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지점 관리에 차질이 생겨 나쁜 경험을 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상품은 이미 준비되었습니다. 제가 바로 사람을 시켜서 관련 절차를 밟게 하겠습니다."여자 고객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다. "행사 날짜가 끝났다고 하지 않았나요?"강유리가 덤덤하게 말했다. "이들의 개인적인 행동입니다. 행사 측도, LK그룹의 지시도 아닙니다.""..."강유리는 이 말을 하고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여자 고객이 가지고 있던 교환권을 받아
전시장에서는 결혼식 영상을 상영하고 있었는데 강유리의 얼굴이 간판이었다. 가게 안의 직원들은 그녀의 지시를 어기지 않는다. 그녀와 정면충돌을 하면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 . 고준상은 재빨리 이 상황을 파악하고 얼굴에 다시 웃음을 띠며 허리를 굽히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 제가 즉시 처리하고 전달하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그 젊은 부부도 옆으로 가서 전화했다.애써 목소리를 낮췄지만, 강유리는 그의 감격스러운 목소리를 희미하게 들을 수 있었다."대박! 내부 문제인 것 같은데 강유리가 직접 와서 처리할 수 있어. 오늘 환전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얼른 와. 대박 사건을 현장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몰라!”“...”릴리가 천천히 걸어와 고준상의 뒷모습과 그쪽에서 전화하는 고객을 보고는 눈꼬리를 씰룩거렸다.그녀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저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그의 직속 상사한테 연락해서 와 보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형부한테 얘기 그만하고 와서 좀 도와달라고 할까요?”만약 진짜 육경원이 와서 강유리와 마주한다면 오늘의 상품을 가져갈 수 없을 수도 있다.그리고 괜히 창피해져서 남들의 웃음거리도 될 것이다."네 언니 내가 손해 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강유리는 곁눈질로 그녀를 흘겨보았다. 릴리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그건 아니지만 음험하고 간사한 놈에게는 한 수 더 두는 것이 좋아요.”강유리는 그녀의 말에 찬성했지만, 강유리는 육씨 가문의 상황을 더 잘 알고 있었다.뒤에서만 몰래 나쁜 짓을 할 줄 아는 육경원. 그녀가 공개적으로 사건을 끄집어내면 마주할 용기조차 없는 사람이다. 도덕적인 면에서 사상 납치만 할 줄 아는 실권 상위자 육청수. 그녀가 도덕과 양심이 없는 사람이 되면 그에게 당하지 않을 것이다.이 두 사람을 합치면 그야말로 위선의 짝이 따로 없다.구우신이 나서게 하다니. . . "참, 그동안 못 물어봤는데 고씨 가문에 가서 지내는 건 어땠어? 친해진 사람 있어? 고우신이라든지?"강유리가 말을 돌리
"그래요?”강유리는 의아한 척하며 말했다."그럼 메모해두세요, 며칠 전에 직원이 실수한 거예요. 지금은 언제든지 와서 받을 수 있어요.”그 소녀는 승낙을 받고 기뻐했다. "고마워요, 유리 언니! 제가 확실히 설명할게요!”옆에 서 있는 고준상은 수시로 문 방향으로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이 요구를 듣고 그는 무의식적으로 거절하려고 했다.그러나 강유리의 대답이 빨라서 그도 멋쩍은 듯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 시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따라 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장비를 챙겨온 블로거들이 앞다퉈 장비를 꺼내 들더니 재빨리 카메라를 보며 소개를 시작했다.고준상은 이 장면을 보고 또 담담한 강유리를 힐끗 쳐다보았는데 눈 안에는 몇 가닥의 비아냥거림이 스쳤다. 이다음으로 벌어질 상황도 차분히 마주하길 바라며 말이다.곧 입구에서 몇 대의 승용차가 천천히 들어왔다.오랜 경험이 있는 고준성은 이 차들을 멀리서만 보아도 값이 있는 차들인 것을 눈치챘다. 그는 바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다들 그만 찍으세요, 육 회장님이 오셨습니다. 누구도 함부로 찍으면 안 됩니다!”현장의 어수선한 소리가 몇 초 동안 조용해지고 모두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다들 고준상을 힐끗 쳐다보고는 의아한 눈빛으로 강유리를 보았다."계속 찍으세요, 무슨 문제가 있으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강유리의 목소리는 담담했다.고준상은 경고의 뜻이 들어있는 말투로 말했다. "사모님, 육 회장님은 공인이 아닙니다. 사모님 회사의 그 어린 배우들과는 다르게 함부로 얼굴이 알려지면 안 됩니다!”"무슨 소리예요, 우리 남편이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강유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았다.고준상은 다시 말했다."제가 말한 육 회장님은 육경원 실장님이에요!”강유리는 웃음을 조금 거두고 차가운 눈빛을 흘리며 말했다."육경원을 불러와요? 뭐 하려고요?”고준상은 당당하게 말했다. "저는 단지 사모님께서 아직
그들은 며칠 전에 거절을 당해서 이제 겨우 희망을 얻는가 싶을 찰나에 또 그들을 실망하게 했으니 이제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다들 해명하라고 난리 쳤고 육 실장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사람을 괴롭히면 안 된다고 말했다.귓가에선 모두 육 실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꾸짖음이었다. 심지어 강유리가 육경원과 짜서 상품을 떼먹으려 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 . 일이 걷잡을 수 없이 돼가고 육 실장이 영문도 모른 채 꾸지람을 받게 되자 고준상은 마음이 급해 나며 당황하였다.차가 들어섰다.그는 다른 건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경비, 신호 차단하고 질서 유지하세요!”그리고 그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가 공손히 맞이했다.차가 멈춰 섰다. 먼저 내린 것은 경호원이었다.경호원은 차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뒷좌석으로 가서 공손히 문을 당겨 손으로 차 지붕을 막았다.번쩍번쩍하게 윤기가 흐르는 검은 구두가 사람들 눈에 띄었다. 키가 크고 다리가 긴 남자가 허리를 굽혀 차에서 내린다. 고준상은 알랑거리는 얼굴로 비위를 맞추며 입을 열었다."육 실장. . .”그 차가우면서 잘생긴 얼굴을 똑똑히 보고 난 고준상은 표정이 굳어졌다. "육, 육 회장님, 어떻게 오셨어요?”육시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현장을 훑어보다가 강유리에게 시선이 떨어지자 눈 안의 차가움이 녹은 듯이 사라지고 부드러움으로 물들었다.그는 입가를 살짝 올리고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누구인 줄 알았는데?”“...”고준상은 입을 딱 벌리고 할 말을 잃었다.신호를 끊을까 말까 망설이던 경비도 꼼짝도 할 수 없었다.육시준은 긴 다리를 내디디며 그를 돌아서 곧장 강유리 앞으로 걸어갔다.그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괜찮아?”강유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괜찮아, 이쯤이야 껌이지."그리고 그녀는 육시준 뒤에 말없이 서 있는 고준상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제 남편이 성이 육 씨인데, 제 남편은 당신이 방금 말한 그 권리라는 게 있겠죠?”고준
VIP 라운지 안이다.강유리는 핸드폰을 들고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몇 번 터치하더니 방금 그 일에 관한 게시물을 보았다.많은 사람이 오늘, 이 에피소드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었다.강유리가 LK그룹 지점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할 뻔했고, 육경원은 이들의 결혼식 상품을 팔아 큰형님과 형수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싶어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다들 성신영이 이 사단의 주범이라고 한다.그녀 때문에 구씨 가문이 강유리를 괴롭히고 이 관계를 막 맺었는데 육경원도 강유리와 자기 형에게 덫을 놓았으니 말이다. . . "기사가 그렇게 많이 나가진 않은 거로 봐서는 누가 기사를 막고 있는 것 같아.”"집안 망신이니 소문내는 것도 좋지 않으니까. 배후를 잡아내어 어떻게 된 일인지 당첨자들한테 설명하면 될 것 같아요.”육시준은 잠시 생각하더니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육경원을 처리하는 데 여론을 이용할 필요는 없어.”이 일을 듣고 나서 그는 육경원의 의도를 짐작해냈다.육씨 가문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두 사람에게 먹칠하려는 것이라는 걸 말이다.그들이 완벽하게 막을 내린 결혼식에 폐를 끼치려는 것이었다.강유리도 당연히 이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육경원에게 충성하는 개를 이용해 그의 뒤통수를 친 것이었다. 잘 설명하고 조용히 마무리하는 것. 지금 이런 결과는 이미 최선이었다.그녀도 자기 집안일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릴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고, 얼굴에 불만이 가득해서 말했다. "그 사람을 처리했어야죠! 이 음험한 사람은 시도 때도 없이 잔꾀를 부리잖아요. 부리는 꾀가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정말 구역질이 날 것 같아요!”육시준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한 번 보았다. 그제야 그녀가 와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 같았다."왜 저를 그렇게 쳐다보세요? 제 말이 틀리나요?"릴리는 사고를 치고 들통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그런데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는 말이야. 내가 빨리 처리할 테니까
신주리는 고민하다가 말했다.“난 최근에 일이 많지 않아 괜찮지만 다음 달에 곧 새로운 촬영을 시작할 거야.”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음 달에 돌아가면 촬영 일정을 맞출 수 있어요.”육경서는 그들이 두어 마디 말로 일정안배를 끝내가 다급하게 입장을 밝혔다.“나도 있어! 주리가 돌아가지 않으면 나도 안 돌아갈래!”신주리는 흘겨보며 물었다.“넌 바쁘지 않아?”“마침 이 영화가 촬영을 마감할 예정이야. 기타 활동은 중요한 건 뒤로 미루고 중요하지 않은 건 매니저더러 거절하게 하면 돼.”육경서는 미처 깊게 생각하지도 않고 말했다.강유리는 반대하지 않고 귀띔했다.“강덕준 감독이 널 죽일 수도 있어.”육경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괜찮아. 한 달뿐이잖아. 설마 날 따라 여기까지 오겠어?”강덕준이 그를 죽일지는 둘째치고, 어쨌든 지금 바론 공작은 그를 죽여버리고 싶었다.그는 그저 예의상 딸아이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놀게 했을 뿐인데 결국 딸아이가 다음 달 귀국하는 일정을 안배하게 되다니?병원에서 육시준이 비아냥거리던 말을 그는 실행할 계획이었다. 단계마다 다른 이유로 딸을 만류하고 싶었고 시름 놓고 이곳에서 편히 안태하게 하고 싶었다.그러나 사위는...만약 자기 일을 다 처리했다면 남아있어도 괜찮았다. 부양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그러나 지금 덤으로 두 사람이 더 생겼고 또 이 두 사람은 시간 맞춰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지 않으면 재촉당할 것이 뻔하다.“두 분이 바쁘면 굳이 남지 않아도 돼. 유리는 지금 손님 접대하는 게 불편하거든.”그는 정색해서 다시 말했다.그러자 여러 가지 눈빛이 삽시에 바론 공작을 향했다......신주리와 강유리는 제작팀과 반나절만 휴가를 냈기 때문에 오후에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오전 시간만으로 두 친구가 얘기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해 강유리는 직접 감독에게 전화해 하루 연장했다.점심시간.신주리는 육시준의 자리에 앉아 강유리의 옆에 누워 계속 절친끼리 이야기를 했다.강유리는 이번에 단도직입적
저쪽에서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상대방도 자신만큼 놀란 모습을 상상하며 육경서는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었다.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송미연은 놀랐지만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유리 찾으러 갔어? 프로그램을 녹화한다며 왜 그들을 찾으러 갔어? 거기는 시간이 아직 이르지 않아? 이맘때면 유리는 잠을 잘 자지도 못했을 건데...”송미연은 육경서가 철이 없이 강유리가 잘 쉬지 못하게 방해한다고 한바탕 야단을 쳤다.그러나 그녀의 말은 한 가지 중요한 소식을 알렸다.“진작 알고 있었어요?”“물론이지!”송미연은 자랑스럽게 말했다.“며느리가 임신했는데 이렇게 큰 소식을 어떻게 바로 나에게 알려주지 않을 수 있겠어? 경고하는데 너무 떠들지 마. 네 형수님을 화나게 하면 안 돼! 그냥 녹화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 주리가 널 용서했어? 왜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의 가십거리를 알아내려고 해! 이번에 돌아와서 주리의 용서를 받지 못한다면 넌 아예 돌아오지도 마!”...화제가 자신을 욕하는 방향으로 변해버리자 육경서의 열정은 순식간에 식어버렸고 목소리도 누그러들어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알았어요. 알았어요. 제가 원한 줄 아세요? 이것도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잖아요...”“뭐가 어쩔 수 없다는 거야? 모두 네가 자초한 거잖아! 쌤통이야!”“...”“섬에서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넌 주리를 잘 돌봐야 해. 난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을 살펴보고 있을 테니 넌 주리 괴롭히지 마.”송미연이 또 당부했다.육경서는 머뭇거리다가 정색해서 대답했다.“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송미연은 또 몇 마디 더 당부한 후 전화를 끊었다.육경서는 어두워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잘됐어. 아빠 엄마가 다 주리를 좋아하니 나중에 언제든지 주리는 억울함 당하는 일이 없을 거야. 적어도 내가 있는 한 억울함 당하지 않을 거야...”...점심은 빌라의 셰프가 만든 영양식이다. 맛은 좋지만 오래 먹으면 질릴 수 있어 강유리는 이 음식을 보며 저도 모르게 한숨
그러나 앉은 자리가 아직 따뜻해지기도 전에 육경서는 흥분된 듯 바로 일어나 소리쳤다. “뭐? 임신했다고?” 바론 공작은 짜증 섞인 눈길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목소리 좀 낮춰. 뭘 그렇게 놀라!” 그는 지금까지는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사실 소식을 들었을 땐 당황하고 흥분했던 걸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육경서는 입을 막으며 어색하게 다시 앉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반짝이며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드러났다. ‘나 이제 삼촌 된다! 삼촌 된다!’ “의사가 말하기를 첫 3개월은 불안정하니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도 이 소식을 공개하지 말고 태아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자고 하셨다.” 바론 공작은 드물게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 그는 그 말을 끝내며 신주리를 한번 훑어봤다. “그래서 나는 유리를 위해 사람들을 안배해 가까이서 돌보게 한 거다.” 그의 시선을 느낀 신주리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공작을 한 번 보고 다시 눈을 내리깔며 강유리의 아랫배를 바라봤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마치 한번 만져보고 싶은 듯했지만 참았다. 그녀의 눈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고 육경서와 같이 흥분과 기쁨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강유리의 아랫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이 안에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는 거야?” “맞아.” 강유리가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신주리는 표정은 진지했지만 눈 속에 담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만져봐도 돼?” 육경서도 순간 정신을 차리며 손을 내밀었다. “나도...” “안 돼!” “안 돼!” 두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차갑게 외쳤다. 그들의 무리한 요구를 바로 거절했다. 강유리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두 남자를 쳐다봤다. 그녀는 그들에게 체면을 차리지 않았고 대신 신주리에게만 속삭였다. “조금 있다가 방에 들어가면 만져도 돼.” 육시준과 바론 공작은 동시에 얼어붙었다. ‘우리가 안 들릴 거라고 생각하나?’ 육경서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강유리를
육경서는 얼굴에 기쁨이 가득한 채 입을 열려던 순간 정원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그 사람은 유창한 한국어로 두 사람에게 따뜻하게 인사했다. “이쪽이 둘째 도련님이랑 신주리 씨 맞으시죠? 강유리 아가씨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 부탁드려요.” 신주리가 부드럽고 예의 있게 대답했다. 육경서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 왜 이렇게 때맞춰 나타나는 거지? 다른 때는 왜 안 오고, 바로 이때 오냐고!’ “잠깐만요. 저희 형수 말고 일단 먼저 빌라를 둘러보고 싶어요!” 그가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안내하는 집사를 붙잡았다. 집사는 그의 눈을 한 번 쳐다본 뒤 다소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멈췄다. 신주리는 미소를 띤 채 침착하게 말했다. “미안해요. 낯을 가려서 그래요.” 육경서는 혼란스러웠다. ‘이게 무슨 말이야? 내가 낯을 가린다고? 왜 그렇게 갑자기...’ 집사는 이해한 듯 웃으며 공작님도 그들의 방문을 매우 기쁘게 생각해 오늘 특별히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육경서는 그 한마디도 제대로 듣지 않았고 눈앞의 신주리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주리는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야? 너무 쉽게 대답해서 다시 부정하려는 건가?’ 그들이 정원으로 들어섰고 이곳은 여전히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였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쪽에서 차와 다과가 준비된 작은 테이블이 보였다. 강유리는 햇볕을 가린 파라솔 아래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육시준이 전화를 끊고 있었다. 바론 공작이 불만을 표하며 입을 열었다. “하루 종일 그 전화기 들고 있으면 안 돼! 그렇게 바빠? 전자기기 방사선이 얼마나 해로운지 알지? 의사 선생님이 말했잖아. 첫 세 달은 불안정하다고, 푹 쉬어야 한다고!” 육시준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지난달에 돌아갔으면 이미 처리했을 일인데요.” 바론 공작은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스쳤다. “일이라는 게 끝날 수 있나? 돌아가면 내 딸과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 있을까 몰라!” 육시준이 말하려던 순간 강유
감독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강하게 반박하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규정에 따르면 녹화 중에는 제작진 팀을 이탈하면 안 됩니다.” 역시나 신주리는 가볍게 되물었다. “녹화 시작할 때 그런 규정은 없었잖아요? 갑자기 추가된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이...” “그럼 우리를 일부러 견제하려는 건가요? 그럼 그냥 프로그램 안 하면 되죠?” 감독은 말문이 막혔다. 사실 첫 번째 시즌에서 육경서가 사고를 당한 이후로 그는 이미 이 두 사람에게 꼼짝 못 하고 있었다. 조건을 협상하든 규칙을 정하든 이 둘이 하겠다고 하면 다행이고 안 하겠다고 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판이었다. 결국 이를 악물고 그는 포기했다. “알겠어요, 알겠어! 두 분 다 제가 졌습니다! 하지만 어디 가든 꼭 행선지를 알려주시고 제작진 팀에서 두 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걱정 마세요. 너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점심 먹고 바로 돌아올게요!” 신주리가 대범하게 말했다. ‘점심도 먹고 온다고?’ 하지만 그가 불만을 표현하기도 전에 두 사람은 이미 유유히 그의 앞을 지나쳐 나가버렸다.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감독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강 대표님, 경서 씨랑 주리 씨가 지금 강 대표님을 만나러 갑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효과를 위해서 행선지에 대한 건 절대 발설하시면 안 됩니다!” 감독이 진지하게 말했다. 강유리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만약 제가 발설하면요?” 감독은 순간 당황했다. 그는 이런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이건 우리 회사의 프로그램 아니었나? 이렇게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는 거야? 시청률이 안 오르면 강 대표님에게도 손해 아닌가?’ 감독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든 이 대형 회사를 설득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강유리는 그의 말을 끊으며 다시 말했다. “농담이에요. 발설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감독은 긴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
비행기에 오를 때 각자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고 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이미 다음 날 새벽이었다. 제작진 팀은 미리 준비한 차를 타고 그들을 예약된 호텔로 보냈다. 해변가에 위치한 경치가 아름다운 5성급 호텔이었다. 모두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제작진 팀 정말 큰돈 쓴 거네! 이게 진짜 여행 같아!” “그렇지. 갑작스러운 느낌도 있지만 일정은 꽤 합리적이네!” “응, 또 감사한 건 처음에 우리 주리랑 경서에게 그 사건이 터진 후로 대우가 점점 더 좋아졌다는 거야. 그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얻은 거라니까!” 모두가 웃으며 체크인 절차를 마쳤다. 그때 감독 팀에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밤은 여기서 쉬고 내일은 섬으로 갑니다.” 모두들 당황했다. ‘그래서 목적지는 여기가 아닌가?’ “목적지는 반대편에 있는 작은 관광 섬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관광업이 급성장했습니다. 얼마 전 이 섬의 소유자가 바뀌어서 다시 한번 큰 화제를 일으켰죠.” 감독이 그렇게 말하자 신주리는 점점 더 익숙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바론 공작이 유리에게 선물한 섬이죠?”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육경서는 감탄하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우리 형수를 설득했어요?” 감독 팀은 미소를 지으며 답하지 않았다. 실시간 채팅창에서는 감탄이 이어졌다. [유리 언니가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진짜 대규모로 투자한 거네!] [하하하, 유리 언니가 투자한 건 아니야. 그냥 완전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 덕분에 도련님과 미래의 동서가 혜택을 보는 거고!” “나도 섬 주인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유리 언니 우정 출연할지 궁금하다!” 아침 식사 후 모두 방으로 돌아가 시차를 맞추기 위해 잠을 청했다. 카메라는 잠시 쉬어갔다. 신주리는 비행기에서 잠깐 눈을 붙였기에 이제는 전혀 졸리지 않았다. 그녀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호텔 방을 몰래 빠져나
심지어 원피스까지 캐리어 하나에 다 준비해 놨다. “안 믿을지 몰라도 내가 쇼핑 리스트까지 작성했어. 엄마한테도 참고를 부탁했거든! 원피스는 엄마가 골랐어. 안심해, 눈썰미는 진짜 좋아!” 말을 하면서 그는 정말로 쇼핑 리스트를 꺼내서 신주리에게 보여줬다. 신주리는 그 리스트를 보지 않아도 이미 믿고 있었다. 심지어 조금 놀랐다. “너 그럼 네 짐은 어쩌고? 얼마나 챙겨왔어?” “짐 하나야. 나중에 필요하면 제작진 팀에 부탁할 거야!” 육경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신주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너무 오랫동안 육경서를 바라보고 있었던 탓인지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그를 쳐다보던 신주리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육경서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왜?” 신주리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돌려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많아?” 육경서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많은 건 아니야. Y 국에 있는 우리 회사 지사에서 몇 가지 더 준비해 줬거든...” 그가 말을 하다 갑자기 멈칫했다. 불필요한 말을 했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신주리는 그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 목적지는 네가 제작진 팀에 요청한 거 아니야?” “무슨 말이야?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아?” 육경서는 당황한 듯 대답했다. “네가 그런 사람 아닌가?” 육경서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고백했다. “맞아, 그런 사람일 수도 있어.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아니야! 사실 내가 쓴 목적지는 원래 해변이었어. 이런 건 결국 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잖아.” 신주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제는 아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서진태와 소지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진태는 진지하게 소지석에게 도씨 가문의 그 양성 계획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 계획은 너무나도 비상식적이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다. 완전히 그들
[하하하, 이게 무슨 이상한 조합이야? 어쩐지 묘하게 어울리기도 하고 또 웃기기도 하네!] [처음부터 차 안에서 자리싸움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어색하지는 않았겠지.] [우리 지원 언니 한마디로 모든 흐름이 뒤집혔어!] [강미영은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우리 지석이를 일부러 피하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지석 팬들 너무 이기적이지 마! 누구든 미영 언니에게 다가갈 수 있고 미영 언니는 모두를 거절할 권리가 있어!] 좌석이 정리되고 비행기가 이륙을 준비하자 라이브 방송은 일시적으로 종료되었다. 이런 24시간 라이브 촬영 프로그램에서도 이렇게 잠깐 동안만은 각자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강미영은 라이브 방송이 종료된 뒤 의아한 표정으로 한지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왜 한지원이 굳이 자신과 함께 앉으려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누가 자신에게 같이 앉자고 했어도 마다하지는 않았겠지만... “미영 언니, 난 저 커플 팬이야.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그러니까 제발 내 최애 커플 깨지지 않게 도와줘!” 한지원은 진지한 얼굴로 이유를 털어놓았다. 강미영은 살짝 멍해지더니 결국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앞으로 네 최애 커플 잘 지켜주도록 할게.” 한지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밝게 웃었다. “정말 고마워! 덕분에 내 최애 커플이 마음 편히 연애할 수 있게 됐어!” 강미영은 눈가를 약간 찡그리며 물었다. “근데 언제부터 걔네 둘의 팬이 된 거야? 그리고 지금 걔네 둘 관계 꽤 안정적이던데 내가 굳이 뭐 하러 그걸 망치겠어?” 한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영 언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이런 카메라 밖에서의 달달한 순간들이지.” 강미영은 순간 뭔가를 깨달은 듯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혹시 영감이라도 떠오른 거야?” 한지원은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의 작은 호의 하나가 한 명의 유명 만화가를 탄생시킬 수도 있어!” 강
그는 단지 이런 행동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강미영에게 그를 좀 더 이해할 기회를 주고 소지석에게는 그가 혼자서만 밀어붙이지 않도록 눈에 띄게 하려 했다. 그러나 이 행동을 알아본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 팬들은 그를 오해하거나 비판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서진태는 너무 경계가 없지 않나요? 경쟁하고 싶다 해도 이렇게까지 급하게 해야 하나요? 왜 꼭 같이 앉아야만 하는 거죠?] [맞아요! 강미영 언니는 분명히 불편해 보였고 바로 피해서 조수석에 앉았잖아요!] [좋아한다고 해도 좀 경계를 두고 해야죠.] [근데 소지석 팬들 너무 이중잣대 아니에요? 오빠가 같이 앉고 싶으면 직설적으로 다가가도 ‘멋지다, 드디어 마음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서진태가 다가가면 ‘경계가 없다’고 비판하잖아요?] [맞아요. 서진태는 사실 강미영 언니와 앉고 싶은 것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댓글창은 점점 떠들썩해졌다. 신주리와 육경서의 강미영에 대한 이해도는 완벽했다. 감정상에서 경쟁이 시작되면 그녀는 주저 없이 피할 것이다. 강미영은 감정을 물건처럼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격의 프로그램에서는 남성들끼리의 경쟁이나 여성들끼리의 경쟁이 감정을 더 순수하지 않게 만들 수 있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런 외적인 압박이 감정을 더 강화시키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사실 그들이 정말 사랑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 단지 지는 걸 참지 못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와 고정남의 관계도 그랬다. 주위에서 반대할수록 더 진지하게 여겨졌던 그 감정이었지만 결국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엉망이 된 감정이었음을 깨달았다. “네가 졌으니까 내 선물 잊지 말고 사 와.” 신주리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육경서는 그 결과를 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돌아서서 그녀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번엔 네가 이겼어.” 신주리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이번? 그럼 다음에도 나랑 내기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