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리는 질문을 받고 나서야 그 일이 생각났다.“아, 종수께서 실수로 입 밖에 내신 말이에요. 어르신께서도 예전에는 재능이 꽤 있는 마지막 제자가 있으셨대요. 그분은 회장 자리를 두고 경쟁할 수 있을 만큼 능력이 있으셨대요. 하지만 성격이 무던하고 아무것도 가지려 경쟁하지 않아서...” 여기까지 말하자 그녀는 눈썹을 찌푸렸다.뭔가 이상한 착각이 든다. 설사숙님 역시 회장 자리를 경쟁할 만큼의 능력이 있으셨고 그 자리를 눈여겨 보고 계셨다.하지만 그는 경쟁하지 않을 만큼 무던한 사람 같지는 않았다.그녀가 꼬치꼬치 캐묻자, 종수는 말실수했다는 걸 알았는지 바로 입을 닫았다.“그 마지막 제자는 아마 장모님이실 거예요.”육시준은 덤덤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강유리는 동공 지진이 났다. 고개를 돌려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제 어머님이요?”차가 정원으로 들어갔다.강유리는 차에서 내렸다. 더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지만, 정원에 있는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한지철?“사숙님, 돌아오셨습니까?”그는 일어서서 공손하게 마중을 나왔다. 전의 건들건들하고 고집스럽던 모양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마치 두 사람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강유리는 그를 두어 번 훑어보고는 물었다.“나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어?”한지철은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바로 본론을 말했다.“사숙님도 아시다시피 지금의 상황으로는 아무도 저를 제자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있어요.”강유리는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그래서?”설마 나보고 책임지라는 건 아니겠지?“사숙님도 요즘에는 계속 이쪽에 머무르고 계시지 않습니까. 홍석천도 일이 생겨 못 와서 한가하신 참에 저한테 몇 수 가르쳐 주실 수 없으시겠습니까?”한지철의 부탁은 일리가 있다. 고한빈의 다른 한 제자는 부상이 낫자마자 와서는 오만한 태도로 강유리에게 자기의 사부가 되어달라고 했었다.강유리는 당연히 거절하였다.우선 그녀는 제자를 가르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 제자는 한 명이면 충분하다.
단칼에 대답하는 한지철을 보고 강유리는 웃었다.그 웃음에는 그를 얕보고 깔본다는 것이 훤히 드러났다.한지철은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왜 웃으세요? 아직도 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강유리는 느긋하고 차분한 말투로 대답했다.“너의 어리석음에 웃는 거야. 육미경같이 머리가 나쁜 여자애들한테는 이런 방법이 통할지 몰라도 나한텐 어림도 없어.”“당신...!”“고 사부님의 사부는 어르신의 마지막 제자가 아니야. 너는 그것조차도 잘 알아보지 않고 사람을 속이려 드는 거야?”“......”강유리는 성의 없이 몇 마디 대꾸하고는 방으로 곧장 들어갔다.한지철의 얼굴은 굳게 닫힌 대문을 보고 분노로 차올라 점점 구겨졌다. 강유리!나한테 이렇게 대하다니, 그럼 나도 더는 가만히 있지 않겠어!강유리는 이 에피소드를 전혀 개의치 않았다. 방에 들어오자 짐 정리를 하는 육시준이 보였다. 그녀는 그를 도와주며 어떻게 자기 어머니와 도씨 가문의 관계를 알게 된 것인지 캐물었다. 육시준은 캐리어를 트렁크 담고 그녀에게 조수석 차 문을 열어줬다.강유리는 고개를 숙이고 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시선은 쭉 그에게 머물러 있었다.육시준은 긴 다리로 운전석에 한 번에 올라탔다.그는 차에 시동을 바로 걸지 않고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말했다.“당신께 할말이 있어요. 듣고 놀라지 말아요.”“???” 그가 이렇게 진지한 표정을 짓게 할 정도의 일이라면 반드시 무슨 큰일이 생긴 게 분명하다.“아버님께 일이 좀 생겨서 결혼식에는 못 오실 수도 있어요.” 육시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강유리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무슨 일이요?”육시준은 얇은 입술을 살짝 짓씹었다.“잘 모르겠어요. 도희가 이미 가 있어요.” 강유리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머릿속이 복잡했다. 답을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왜인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유리씨”육시준이 걱정하듯 불렀다. 강유리가 고개를 들었다.“혹시 고성그룹과 연관이 있나요
“제 뜻은, 저한테 아무것도 숨기지 않아 줘서 고맙다고요.” 육시준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는 그녀의 얼음장같이 차가운 손을 잡았다.“그거라면 더더욱 고마워할 필요가 없고요. 제가 뭐라고 했는지 까먹었어요?” 강유리는 기억하고 있다.“부부 사이에 제일 중요한 것은 숨김이 없는 것이라고요.”그녀가 생각지 못했던 것은 그가 정말 이 말을 지켰다는 것이다.“그러니까, 앞으로 당신도 무슨 대책이 생기면 저랑 같이 논의해요. 제멋대로 하지 말고요.”육시준은 무게를 잡고 말했다. 이 말에는 의심의 여지도 없다는 말투가 띠였다.강유리는 주저없이 대답했다.“좋아요.”차에 시동을 걸고 천천히 도가네 무술관에서 빠져나왔다.긴 정적 속에서 강유리는 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녀가 알던 육시준은 모든 것을 손바닥 위에 두고 통제하는 것이 습관된 사람이다. 이렇게 확인되지 않고 아직 결과를 모르는 일을 쉽게 알려줄 사람이 아니다.그리고 알고 있다고 해도 이해득실을 따지고 나서야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사람이다.그런데 오늘은 왜 이렇게 평소랑 다르지?게다가 그가 오늘 일찍 온 이유는 근처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했다...그러니까 처음에는 나한테 숨길 생각이었나?그 후에 그가 신신당부한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는 어떤 대비책이 있든지 그와 상의하고 마음대로 결정해선 안 된다. 강유리는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그녀가 쳐다보는 시선이 따가웠는지 육시준이 고개를 돌려 물어봤다. “왜 그래요?”강유리는 차갑게 말했다.“방금 고맙다고 했던 말은 거두겠습니다.”“???”강유리는 약간의 불만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별말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육시준의 걱정이 뭔지 잘 알고 있다.지금 작은이모 쪽에서 난 사고는 도씨 집안과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지금 강유리의 모든 행동은 분명히 사람들의 눈총을 받을 것이다.그녀는 가만히 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릴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자칫 잘못 움직이면 상황이 완전히 변할 수도 있다."그럼 도가에 갈
그날 밤강유리는 애타게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성그룹 역시 조용하지는 못했다.고한빈이 뺑소니 사건을 저지르고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서 경찰에 연행당했다. 그런 데다가 경찰 쪽에서 피해자와 연락이 되지 않는 탓에 피해자의 상황을 파악할 수 없어 합의조차 할 수 없었다……고정철이 직접 경찰서에 출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그룹에 돌아간 후 릴리에게 모든 화풀이를 했다.“뭐라고요?”릴리가 책상을 ‘탁’ 치며 말했다. 그의 표정은 고정철보다도 화가 나 있었다. 고정철이 멈칫하더니 어두운 표정으로 명령했다.“지금 당장 네 언니한테 연락해서 신고를 취소하도록 해! 보상으로 뭘 원하든 상관없어, 하지만 굳이 일을 크게 벌인다면 결과가 어떨지는 각오하도록 해……” “펑!”릴리가 난폭하게 책상에 있던 컵을 들어 고정철을 향해 세게 던졌다.“각오해야 할 사람은 당신이겠지!”고정철이 잽싸게 피한 탓에 컵은 얼굴을 빗나갔다.고개를 돌리자 책상 뒤에 서있는 계집이 말해왔다.“사람을 치어놓고 피해자의 가족을 협박하려 들다니, 당신같이 파렴치한 사람이 어디 있나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상대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역력했다. ‘맞았으면 좋았을 걸’ 이라는 기색이 훤히 보였다.고정철의 얼굴은 삽시에 사나워졌다.“이 망할 계집년이, 죽으려고 작정했냐!”이 말이 끝나자마자 두 명의 경호원이 문밖에서 살벌하게 들어와 릴리를 제압하려 했다.바로 그때,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 두 줄이 따라 들어와 그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았다.기세와 스케일 앞에서 릴리는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다.고성그룹에 들어온 후로부터 육시준이 그녀에게 붙인 경호원 두 명이 쭉 그녀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오늘 오후, 그녀는 갑자기 고정남에게 경호원을 몇 명 더 붙여달라고 부탁했다.첫 번째, 그녀는 아가씨로서 스케일이 작아서는 안 된다.두 번째, 그녀의 신분으로는 다른 사람의 눈엣가시가 되기가 아주 쉽다…… 고정남은 요 며칠 사이에 그녀에게 시달려 몇 년은 늙은 것 같았다.그
그는 손쉽게 고정철의 손을 등 뒤로 제압했다. 그다음 그의 무릎을 차 그를 무릎 꿇게 했다.릴리는 잠시 멈칫하고 눈앞의 '경호원'을 쳐다보았다.그의 이목구비는 아주 뚜렷하고 분위기는 차가웠다. 좀 멋있는데?형부가 보낸 경호원은 아는 이들이다. 고정남이 보낸 여섯 명의 경호원도 대충은 안면이 익는 자들이다. 외모는 평범하고 표정은 무뚝뚝한 것이 이 정도로 눈에 띄는 존재는 없었다!고정철이 적절한 타이밍에 욕설을 퍼부어 그녀의 생각을 다시 현실로 끌어들였다.잘생겼든 말든 내 편이면 됐어."이 자를 패라!"이 명령이 나오자 경호원들은 어찌할지 몰라 서로 바라보기만 했다.고정남이 보낸 경호원들은 당연히 고성그룹 사람들이다. 그러니 고정철을 모를 리가 없었다."아가씨, 그것은..."마땅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라는 말이 나가기도 전에 경호원 두 명이 손찌검을 했다.몸무림 통에 사무실 안은 비명소리로 가득 찼다.그 잘생긴 '경호원'은 이 광경을 보고 넋이 나갔다.진짜 때린다고?이쪽 소란이 너무 컸는지 밖에 있던 누군가가 이를 주의하고 고정남에게 보고하였다. 고정남은 이 사실을 듣고 부리 낫게 달려왔다.문이 바깥쪽에서 과격하게 열렸다.바로 이때, 릴리가 털썩 주저앉았다.“다들 그만해요, 그만 때려요! 셋째 삼촌은 그저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혼낸 것 뿐이예요. 제가 죽지 않는 한 아버지 얼굴에 먹칠하는 일은 없어야 해요. 사고 치면 안 된다고요! 제 언니와 형부한테도 알려주지마세요...”육시준이 보낸 경호원“...”그녀는 그저 시늉만 한 거지 진짜 멈추라는 뜻은 아니였다. 몇 대만 더 때리면 더 좋을것이라고 생각했다.그 잘생긴 ‘경호원’은 어리둥절했다.“???”이럴 수도 있다고.“당장 멈춰라!”고정남은 이들이 멈추지 않은 것을 보고 화를 내며 말했다.그제야 두 경호원은 손을 멈췄다. 그리고 경계하면서 릴리의 뒤로 물러났다.“고 회장님, 육 회장님께서 고성그룹이 아가씨를 홀대하시면 언제든지 모시고 돌아가라고 명하셨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지금 회장 자리에 앉아있는 건 난데 대리 회장이 무서울 게 뭐가 있느냐?”고정남은 목소리를 깔고 지적했다. 그는 릴리의 말을 명백히 부인했다.이 말은 대답뿐만이 아니라 고정철이 들으라고 하는 말이기도 했다.땅에 고꾸라져 있는 남자는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의 얼굴에는 시뻘건 손바닥 자국이 아직도 남아있었다.그는 온몸의 통증을 참으며 그리 초라해 보이지 않기 위해 힘겹게 일어섰다.“형님, 이 계집은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입니까. 저한테 설명은 하셔야 하지 않으시겠습니까?”고정남이 눈썹을 찡그렸다. 방금의 말에 영향을 받았는지 고정철에 대한 태도가 아주 나빴다.“내가 하는 일을 너한테 일일이 설명까지 해야겠냐?”고정철은 한참 동안 말문이 막혔다. 그러고는 릴리에게 삿대질하며 말했다.“이 미친 계집이 그룹에 제멋대로 들어온 것도 모자라 지금은 후계자 자리까지 탐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 년의 신분과 배경은 그룹 내부 사람들에게 공개해야 하지 않으시겠습니까?”“제가 누군지 모르십니까? 제가 보기에는 잘 알고 계신 것 같은데 왜 모르는 척하세요?”릴리가 땅에 앉은 채로 경호원들 사이에서 고개를 내밀었다.고정철이 고개를 돌려 야단을 쳤다.“너는 닥치고 있거라!”릴리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ㅠㅠㅠ. 아버지, 이 자가 너무 무섭습니다. 어서 나가라고 내쫓아 주세요 …”한쪽은 알면서도 모른 척 물어보고 한 쪽은 과장되게 눈물연기를 하고 있었다.고정남은 귀가 울리고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되었다! 둘 다 그만해라! 네가 말해보거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그는 자기가 릴리에게 배치한 경호원에게 물었다. 경호원은 어리둥절 상황만 지켜보고 있다가 이 말을 듣고 얼른 자초지종을 설명했다.릴리는 잘 알고 있었다. 이 자는 자기 편이 아니니 자기한테 유리한 말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그래서 더는 연기하지 않고 치마를 정리하고 옆에 있던 제일 잘생긴 남자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너, 날 좀 일으켜 세워라.”"…”고
릴리가 자연스레 그를 대신해 대답했다.“???”그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녀는 방금 갓 그의 신분을 알았을 텐데?벌써 마음을 놓는다는 말까지 나온다고?이 어린 계집애는 연기를 잘하는 것도 모자라 반응까지 빠르군...당연한 일이다. 고정남이 신하균의 신분을 확인할 때 릴리도 신속하게 상황 파악을 완료했다. 신씨고 경찰이라면 누군지는 뻔하지 않은가?게다가 자기를 도와주러 온 사람인데 그녀는 누가 뭐라 해도 그의 편을 들어줄 것이다!고정남은 릴리의 건방진 태도에 인내심이 없어졌다.“강릴리! 너 진짜 내가 너한테 속수무책인 줄 알아?”릴리는 피식하고는 비꼬며 말했다.“당연히 아니시겠죠, 저 같은 딸, 말 한마디면 모른 척 하실 수 있으시잖아요?” 고정남의 끓어오른 화는 릴리의 덤덤한 말 한마디에 절반은 식어 버렸다.“너...”“제가 일전에 말하지 않았나 보네요. 저는 조상님들을 모시러 온 거예요. 어머니는 아직 전혀 모르시죠?”릴리가 갑자기 말했다.고정남은 침착하게 말했다.“네가 말하면 찬성해 주실 거다.”릴리가 웃었다.“이 말을 믿으십니까? 그럼 제가 딸이라는 말은 왜 믿지 않으십니까?”고정남이 한숨을 내쉬었다.“릴리야, 나는 너를 믿는다. 하지만 고성그룹의 상황을 너도 보지 않았느냐.”“네, 봤습니다. 후계자가 되면 누군가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뜻이잖아요.”이 말을 하며 릴리는 고정철을 힐끔 쳐다봤다.“그런데요, 정말 이 이유 뿐이십니까?”“나는...”“제가 이렇게 긴 시간을 드렸는데도 여전히 거절하시는 것을 보니 저도 더 이상 고성그룹에 있을 이유가 없을 것 같네요.”이 덤덤한 말 한마디에 고정남은 더이상 차분할 수가 없었다.“내가 널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그럼 내가 더 어떻게 해야겠느냐! 집에 있을 때는 모든 사람들이 너를 우선시하고, 네가 그룹에 들어오겠다 하여 그것도 들어주지 않았느냐! 네가 바라는 건 모두 들어줬는데...”“기자회견을 열어서 제 신분을 공개해 주세요.”릴리는 진지한 눈을 하고 그
고정철이 말하려 했지만 릴리는 그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리고 당신은 눈 똑바로 뜨고 잘 봐. 당신 아들이 사업에서의 걸림돌은 나 강릴리야! 그러니 무슨 더러운 짓이든 나한테 하라고. 다시는 내 언니 건드리지 마!”이 말만 남기고 그녀는 몸을 돌려 문밖으로 걸어갔다.문 앞에서 그녀는 발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오묘한 눈빛으로 고정남을 쳐다봤다.“당신이 내 어머니한테 정이란게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고성그룹 사람들 간수 잘하세요. 더 이상 어머니한테 골칫거리 만들지 마시고요! 제가 당신을 찾아온 것은 진심으로 당신에 대해 알고 싶어서예요. 고성그룹의 후계자 자리 따위엔 별 흥미 없다고요.”“…”사무실 문이 닫혔다.사무실에는 고성그룹의 두 형제와 경호원들만 덩그러니 남겨졌다.고정남은 한참이나 어리둥절해 있었다. 그리고는 옆의 고정철에게 물었다.“저게 무슨 뜻이냐? 너 무슨 짓을 한 거야?”고정철은 콧방귀를 뀌고는 말했다.“그리 애지중지 하시는 딸인데 뒤조사는 잘 안 하셨나 보네요?”“…”그도 당연히 뒷조사를 했다.하지만 별다른 내용은 알아내지 못했었다.어머니는 강학도의 작은 딸이고, 수년간 외국에서 지내며 국내에는 별로 돌아오지 않는다는…“흥, 저 계집의 말도 맞는 말이지. 캐번디시가는 그들이 외국에서의 방어막이야. 하지만 이 방어막도 이제 곧 제 코가 석자이게 될걸!”“…”릴리는 사무실에서 나온 후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못 나올까 걱정했네!”그는 엘리베이터로 가며 옆에 있는 사람에게 웃으며 말했다.“오늘은 고마웠어요! 다음에 제가 같이 게임 놀아줄게요. 많이 봐준다고 장담할게요!”“…”역시 나를 알아봤구나.이 아이의 판단력과 반응속도에 그는 그저 감탄만 했다.엘리베이터가 아래층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신하균은 화제를 바꿨다.“저들에게 신분을 공개해도 상관없나요?”릴리가 핸드폰을 보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어차피 비밀로는 못해요, 고정철이 이미 알고 있었거든요. 아참, 고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