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07화

작가: 노혜아
“제 뜻은, 저한테 아무것도 숨기지 않아 줘서 고맙다고요.”

육시준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는 그녀의 얼음장같이 차가운 손을 잡았다.

“그거라면 더더욱 고마워할 필요가 없고요. 제가 뭐라고 했는지 까먹었어요?”

강유리는 기억하고 있다.

“부부 사이에 제일 중요한 것은 숨김이 없는 것이라고요.”

그녀가 생각지 못했던 것은 그가 정말 이 말을 지켰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당신도 무슨 대책이 생기면 저랑 같이 논의해요. 제멋대로 하지 말고요.”

육시준은 무게를 잡고 말했다. 이 말에는 의심의 여지도 없다는 말투가 띠였다.

강유리는 주저없이 대답했다.

“좋아요.”

차에 시동을 걸고 천천히 도가네 무술관에서 빠져나왔다.

긴 정적 속에서 강유리는 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가 알던 육시준은 모든 것을 손바닥 위에 두고 통제하는 것이 습관된 사람이다.

이렇게 확인되지 않고 아직 결과를 모르는 일을 쉽게 알려줄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알고 있다고 해도 이해득실을 따지고 나서야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오늘은 왜 이렇게 평소랑 다르지?

게다가 그가 오늘 일찍 온 이유는 근처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나한테 숨길 생각이었나?

그 후에 그가 신신당부한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는 어떤 대비책이 있든지 그와 상의하고 마음대로 결정해선 안 된다. 강유리는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

그녀가 쳐다보는 시선이 따가웠는지 육시준이 고개를 돌려 물어봤다.

“왜 그래요?”

강유리는 차갑게 말했다.

“방금 고맙다고 했던 말은 거두겠습니다.”

“???”

강유리는 약간의 불만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별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육시준의 걱정이 뭔지 잘 알고 있다.

지금 작은이모 쪽에서 난 사고는 도씨 집안과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지금 강유리의 모든 행동은 분명히 사람들의 눈총을 받을 것이다.

그녀는 가만히 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릴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자칫 잘못 움직이면 상황이 완전히 변할 수도 있다.

"그럼 도가에 갈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808화

    그날 밤강유리는 애타게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성그룹 역시 조용하지는 못했다.고한빈이 뺑소니 사건을 저지르고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서 경찰에 연행당했다. 그런 데다가 경찰 쪽에서 피해자와 연락이 되지 않는 탓에 피해자의 상황을 파악할 수 없어 합의조차 할 수 없었다……고정철이 직접 경찰서에 출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그룹에 돌아간 후 릴리에게 모든 화풀이를 했다.“뭐라고요?”릴리가 책상을 ‘탁’ 치며 말했다. 그의 표정은 고정철보다도 화가 나 있었다. 고정철이 멈칫하더니 어두운 표정으로 명령했다.“지금 당장 네 언니한테 연락해서 신고를 취소하도록 해! 보상으로 뭘 원하든 상관없어, 하지만 굳이 일을 크게 벌인다면 결과가 어떨지는 각오하도록 해……” “펑!”릴리가 난폭하게 책상에 있던 컵을 들어 고정철을 향해 세게 던졌다.“각오해야 할 사람은 당신이겠지!”고정철이 잽싸게 피한 탓에 컵은 얼굴을 빗나갔다.고개를 돌리자 책상 뒤에 서있는 계집이 말해왔다.“사람을 치어놓고 피해자의 가족을 협박하려 들다니, 당신같이 파렴치한 사람이 어디 있나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상대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역력했다. ‘맞았으면 좋았을 걸’ 이라는 기색이 훤히 보였다.고정철의 얼굴은 삽시에 사나워졌다.“이 망할 계집년이, 죽으려고 작정했냐!”이 말이 끝나자마자 두 명의 경호원이 문밖에서 살벌하게 들어와 릴리를 제압하려 했다.바로 그때,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 두 줄이 따라 들어와 그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았다.기세와 스케일 앞에서 릴리는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다.고성그룹에 들어온 후로부터 육시준이 그녀에게 붙인 경호원 두 명이 쭉 그녀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오늘 오후, 그녀는 갑자기 고정남에게 경호원을 몇 명 더 붙여달라고 부탁했다.첫 번째, 그녀는 아가씨로서 스케일이 작아서는 안 된다.두 번째, 그녀의 신분으로는 다른 사람의 눈엣가시가 되기가 아주 쉽다…… 고정남은 요 며칠 사이에 그녀에게 시달려 몇 년은 늙은 것 같았다.그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809화

    그는 손쉽게 고정철의 손을 등 뒤로 제압했다. 그다음 그의 무릎을 차 그를  무릎 꿇게 했다.릴리는 잠시 멈칫하고 눈앞의 '경호원'을 쳐다보았다.그의 이목구비는 아주 뚜렷하고 분위기는 차가웠다. 좀 멋있는데?형부가 보낸 경호원은 아는 이들이다. 고정남이 보낸 여섯 명의 경호원도 대충은 안면이 익는 자들이다. 외모는 평범하고 표정은 무뚝뚝한 것이 이 정도로 눈에 띄는 존재는 없었다!고정철이 적절한 타이밍에 욕설을 퍼부어 그녀의 생각을 다시 현실로 끌어들였다.잘생겼든 말든 내 편이면 됐어."이 자를 패라!"이 명령이 나오자 경호원들은 어찌할지 몰라 서로 바라보기만 했다.고정남이 보낸 경호원들은 당연히 고성그룹 사람들이다. 그러니 고정철을 모를 리가 없었다."아가씨, 그것은..."마땅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라는 말이 나가기도 전에 경호원 두 명이 손찌검을 했다.몸무림 통에 사무실 안은 비명소리로 가득 찼다.그 잘생긴 '경호원'은 이 광경을 보고 넋이 나갔다.진짜 때린다고?이쪽 소란이 너무 컸는지 밖에 있던 누군가가 이를 주의하고 고정남에게 보고하였다. 고정남은 이 사실을 듣고 부리 낫게 달려왔다.문이 바깥쪽에서 과격하게 열렸다.바로 이때, 릴리가 털썩 주저앉았다.“다들 그만해요, 그만 때려요! 셋째 삼촌은 그저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혼낸 것 뿐이예요. 제가 죽지 않는 한 아버지 얼굴에 먹칠하는 일은 없어야 해요. 사고 치면 안 된다고요! 제 언니와 형부한테도 알려주지마세요...”육시준이 보낸 경호원“...”그녀는 그저 시늉만 한 거지 진짜 멈추라는 뜻은 아니였다. 몇 대만 더 때리면 더 좋을것이라고 생각했다.그 잘생긴 ‘경호원’은 어리둥절했다.“???”이럴 수도 있다고.“당장 멈춰라!”고정남은 이들이 멈추지 않은 것을 보고 화를 내며 말했다.그제야 두 경호원은 손을 멈췄다. 그리고 경계하면서 릴리의 뒤로 물러났다.“고 회장님, 육 회장님께서 고성그룹이 아가씨를 홀대하시면 언제든지 모시고 돌아가라고 명하셨습니다.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810화

    “말도 안 되는 소리! 지금 회장 자리에 앉아있는 건 난데 대리 회장이 무서울 게 뭐가 있느냐?”고정남은 목소리를 깔고 지적했다. 그는 릴리의 말을 명백히 부인했다.이 말은 대답뿐만이 아니라 고정철이 들으라고 하는 말이기도 했다.땅에 고꾸라져 있는 남자는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의 얼굴에는 시뻘건 손바닥 자국이 아직도 남아있었다.그는 온몸의 통증을 참으며 그리 초라해 보이지 않기 위해 힘겹게 일어섰다.“형님, 이 계집은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입니까. 저한테 설명은 하셔야 하지 않으시겠습니까?”고정남이 눈썹을 찡그렸다. 방금의 말에 영향을 받았는지 고정철에 대한 태도가 아주 나빴다.“내가 하는 일을 너한테 일일이 설명까지 해야겠냐?”고정철은 한참 동안 말문이 막혔다. 그러고는 릴리에게 삿대질하며 말했다.“이 미친 계집이 그룹에 제멋대로 들어온 것도 모자라 지금은 후계자 자리까지 탐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 년의 신분과 배경은 그룹 내부 사람들에게 공개해야 하지 않으시겠습니까?”“제가 누군지 모르십니까? 제가 보기에는 잘 알고 계신 것 같은데 왜 모르는 척하세요?”릴리가 땅에 앉은 채로 경호원들 사이에서 고개를 내밀었다.고정철이 고개를 돌려 야단을 쳤다.“너는 닥치고 있거라!”릴리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ㅠㅠㅠ. 아버지, 이 자가 너무 무섭습니다. 어서 나가라고 내쫓아 주세요 …”한쪽은 알면서도 모른 척 물어보고 한 쪽은 과장되게 눈물연기를 하고 있었다.고정남은 귀가 울리고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되었다! 둘 다 그만해라! 네가 말해보거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그는 자기가 릴리에게 배치한 경호원에게 물었다. 경호원은 어리둥절 상황만 지켜보고 있다가 이 말을 듣고 얼른 자초지종을 설명했다.릴리는 잘 알고 있었다. 이 자는 자기 편이 아니니 자기한테 유리한 말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그래서 더는 연기하지 않고 치마를 정리하고 옆에 있던 제일 잘생긴 남자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너, 날 좀 일으켜 세워라.”"…”고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811화

    릴리가 자연스레 그를 대신해 대답했다.“???”그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녀는 방금 갓 그의 신분을 알았을 텐데?벌써 마음을 놓는다는 말까지 나온다고?이 어린 계집애는 연기를 잘하는 것도 모자라 반응까지 빠르군...당연한 일이다. 고정남이 신하균의 신분을 확인할 때 릴리도 신속하게 상황 파악을 완료했다. 신씨고 경찰이라면 누군지는 뻔하지 않은가?게다가 자기를 도와주러 온 사람인데 그녀는 누가 뭐라 해도 그의 편을 들어줄 것이다!고정남은 릴리의 건방진 태도에 인내심이 없어졌다.“강릴리! 너 진짜 내가 너한테 속수무책인 줄 알아?”릴리는 피식하고는 비꼬며 말했다.“당연히 아니시겠죠, 저 같은 딸, 말 한마디면 모른 척 하실 수 있으시잖아요?” 고정남의 끓어오른 화는 릴리의 덤덤한 말 한마디에 절반은 식어 버렸다.“너...”“제가 일전에 말하지 않았나 보네요. 저는 조상님들을 모시러 온 거예요. 어머니는 아직 전혀 모르시죠?”릴리가 갑자기 말했다.고정남은 침착하게 말했다.“네가 말하면 찬성해 주실 거다.”릴리가 웃었다.“이 말을 믿으십니까? 그럼 제가 딸이라는 말은 왜 믿지 않으십니까?”고정남이 한숨을 내쉬었다.“릴리야, 나는 너를 믿는다. 하지만 고성그룹의 상황을 너도 보지 않았느냐.”“네, 봤습니다. 후계자가 되면 누군가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뜻이잖아요.”이 말을 하며 릴리는 고정철을 힐끔 쳐다봤다.“그런데요, 정말 이 이유 뿐이십니까?”“나는...”“제가 이렇게 긴 시간을 드렸는데도 여전히 거절하시는 것을 보니 저도 더 이상 고성그룹에 있을 이유가 없을 것 같네요.”이 덤덤한 말 한마디에 고정남은 더이상 차분할 수가 없었다.“내가 널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그럼 내가 더 어떻게 해야겠느냐! 집에 있을 때는 모든 사람들이 너를 우선시하고, 네가 그룹에 들어오겠다 하여 그것도 들어주지 않았느냐! 네가 바라는 건 모두 들어줬는데...”“기자회견을 열어서 제 신분을 공개해 주세요.”릴리는 진지한 눈을 하고 그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812화

    고정철이 말하려 했지만 릴리는 그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리고 당신은 눈 똑바로 뜨고 잘 봐. 당신 아들이 사업에서의 걸림돌은 나 강릴리야! 그러니 무슨 더러운 짓이든 나한테 하라고. 다시는 내 언니 건드리지 마!”이 말만 남기고 그녀는 몸을 돌려 문밖으로 걸어갔다.문 앞에서 그녀는 발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오묘한 눈빛으로 고정남을 쳐다봤다.“당신이 내 어머니한테 정이란게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고성그룹 사람들 간수 잘하세요. 더 이상 어머니한테 골칫거리 만들지 마시고요! 제가 당신을 찾아온 것은 진심으로 당신에 대해 알고 싶어서예요. 고성그룹의 후계자 자리 따위엔 별 흥미 없다고요.”“…”사무실 문이 닫혔다.사무실에는 고성그룹의 두 형제와 경호원들만 덩그러니 남겨졌다.고정남은 한참이나 어리둥절해 있었다. 그리고는 옆의 고정철에게 물었다.“저게 무슨 뜻이냐? 너 무슨 짓을 한 거야?”고정철은 콧방귀를 뀌고는 말했다.“그리 애지중지 하시는 딸인데 뒤조사는 잘 안 하셨나 보네요?”“…”그도 당연히 뒷조사를 했다.하지만 별다른 내용은 알아내지 못했었다.어머니는 강학도의 작은 딸이고, 수년간 외국에서 지내며 국내에는 별로 돌아오지 않는다는…“흥, 저 계집의 말도 맞는 말이지. 캐번디시가는 그들이 외국에서의 방어막이야. 하지만 이 방어막도 이제 곧 제 코가 석자이게 될걸!”“…”릴리는 사무실에서 나온 후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못 나올까 걱정했네!”그는 엘리베이터로 가며 옆에 있는 사람에게 웃으며 말했다.“오늘은 고마웠어요! 다음에 제가 같이 게임 놀아줄게요. 많이 봐준다고 장담할게요!”“…”역시 나를 알아봤구나.이 아이의 판단력과 반응속도에 그는 그저 감탄만 했다.엘리베이터가 아래층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신하균은 화제를 바꿨다.“저들에게 신분을 공개해도 상관없나요?”릴리가 핸드폰을 보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어차피 비밀로는 못해요, 고정철이 이미 알고 있었거든요. 아참, 고한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813화

    릴리는 간만에 침묵을 유지하고 핸드폰만 봤다.차가 출발 하자마자 그녀는 인내심이 없어졌다. 그녀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전화벨 소리가 꽤 울린 후 누군가가 다정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아가, 무슨 일이야? 엄마가 보고 싶어?”“네, 갑자기 어머니랑 통화한 지가 오래된 것 같아서요! 아버지랑 다 별일 없으시죠? 저 보고 싶지는 않으세요?”릴리는 평소와 같이 애교 섞인 말투로 말했다.강미영이 웃었다.“엄마야 보고 싶지, 근데 너희 아버지는 어떤지 몰라.”릴리는 삐진 척 입을 삐죽 내밀었다.“아버지는 너무 편애하세요, 백퍼 언니는 보고 싶으셨을걸요!”강미연이 물었다.“지금 언니랑 같이 있어?”“아니요, 형부랑 둘이 그렇게 깨를 볶는데 제가 그 둘 사이에 왜 끼어 있어요? 저 새 친구를 사귀었어요, 오늘 밤 데이트할 거예요.”릴리는 강미연에게는 늘 숨기는 게 없었다.강미연이 재빨리 물었다.“남자 친구?”릴리가 부끄러워하며 대답했다.“엄마도 참, 남사친이에요!”강미연이 웃으며 말했다.“그래그래, 그럼 둘이 재밌게 놀고, 네 형부한테 스케줄 보고하는 거 잊지 말고. 너무 이리저리 쏘다니지 말고.”릴리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알겠어요.”전화를 끊은 후, 올라가 있던 그녀의 입꼬리는 다시 내려왔다.어머니와의 대화는 평소와 다를 게 없었지만, 그녀는 눈치챘다. 분명 무슨 일이 생겼다.릴리는 확실히 형부에게 뭐든지 말하는 것에 습관 됐다. 육시준은 그녀가 무얼 하든지 다 지지해 주고 그녀에게 도움과 자유를 주니까 말이다.하지만 어머니는 이 사실을 모른다.어머니가 갈 때까지만 해도 외할아버님과 언니의 말을 잘 들으라고 당부하셨다.그런데 갑자기 형부한테 스케줄을 보고하라고?형부도 이상하다. 신순경님이 온 것은 반드시 주아언니 때문이 아니라 형부 때문이다...“여사친님, 지금은 어디로 가고 싶으시죠?”옆에 있던 사람이 청량한 목소리로 차분히 말을 걸어왔다.그제야 현실로 돌아온 릴리는 눈이 반짝거렸다.“JL빌라요.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814화

    JL빌라로 가는 길에 두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다. 하지만 신하균은 그녀가 마지막으로 한 말에 오랫동안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이런 느낌이 든 건 너무 오랜만이었다. 반나절 동안 그는 이 젊은 여인에게 더 많은 호기심이 생겼다.릴리는 뒷일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에 거침이 없다. 그리고 안하무인으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또 자세히 생각해 보면 그녀의 충동적인 행동들은 사실 전부 그녀의 계획안에 있다. 방금 사무실에서 고정철에게 필통을 던질 때 말이다. 겉보기에는 건방져 보였지만 사실은 자기가 이길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고정남이 죄책감 때문에 자기를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차에 타서도 어머니에게 그저 평범한 안부 전화를 하는 것 같았지만 전화를 끊은 후에는 바로 웃음기를 거두었다. 온몸에서 풍겨 나오는 차가운 분위기가 일전과는 영 딴판이었다. 그래서 그가 간만에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그녀의 사생활에 대해 질문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 결론은 한 글자 한 글자 그의 마음을 때려 박았다. 그렇다. 그 역시도 이 자리에 계속 있으려면 남들보다는 더 예리한 촉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 오래 살 수가 있다...차가 JL빌라 정원으로 들어왔다. 릴리가 차에서 내려 운전석 앞에 섰다. 생글생글 웃는 귀여운 모습은 신하균이 그녀를 처음 봤을 때와 똑같았다.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저 때문에 많이 놀라셨나요? 저희 앞으로도 계속 연락할 수 있을까요? "신하균의 얼굴에는 의문이 보였다. "놀랐다고요? ""네! "릴리는 눈웃음을 지었다. "당신은 고성그룹 빼고 제 진짜 신분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당신은 형부친구니까, 저는 당신을 믿어요! 혹시 두려우신가요?"Y국이 멀기는 하지만 캐번디시가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녀와 연관있는 사람들도 안녕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 말에는 그녀의 작은 사심이 들어있었다.그냥 친구라면 당연히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보통 친구사이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815화

    강유리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띠리릭-”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아담한 사람이 걸어 들어왔다.“좋은 저녁이에요!”릴리는 평소와 같이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강유리를 보고 조금은 놀란 것 같았다.“언니가 웬일로 이렇게 일찍 돌아오셨어요? 요즘 늘 늦게 돌아오셨잖아요?”“오늘은 무술관에 별로 할 일이 없어서 일찍 돌아왔어.”강유리가 대답했다.릴리가 말하며 그녀의 상태를 체크했다.별일이 없는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으로 한숨 놓았다.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강유리가 바보도 아니고 진짜로 다쳤다면 교통경찰에게 연행당하는 정도로 쉽게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자식도 언니를 치지 않았다고 말했으니까...릴리는 맞은편 소파에 털썩 앉았다.“힘들어 죽겠어요! 저 내일부터는 고성그룹에 안 갈래요!”강유리는 의아했다. 아직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릴리가 먼저 말하다니.“왜 그래? 누가 너한테 시비라도 걸었어?”릴리는 동공이 살짝 흔들리고 잠시 말이 없었다.고정철이 한 짓 때문에 머리가 복잡했다. 솔직히 말할까 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숨기고 싶었다. 망설이던 참에 육시준이 갑자기 물어봤다.“고정철이 널 불렀어?”“...”릴리는 당황해서 ‘어떻게 알았어요’ 라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강유리를 힐끔 쳐다보니 그녀는 이미 예상했다는 표정이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오후에 형부가 고정철을 조심하라고 귀띔했었다. 그러니 당연히 언니와도 이 일을 얘기했었나 보다. 릴리는 몇 초간 말이 없었다.“그자가 제 신분을 알아냈어요.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어머니한테 전화했었는데 반응이 뭔가 이상했었어요.”그녀는 숨김없이 예측까지 전부 말했다.강유리는 표정이 무거워졌다.“역시 그 자랑 상관이 있었어!”릴리가 물었다.“누구요?”강유리는 이 말에 답하지 않고 오히려 릴리에게 물었다.“고정철이 네 신분을 알아내고 그걸로 협박했어? 그래서 둘이 다퉜고?”릴리가 머리를 저었다. 그리고 오후에 벌어

최신 챕터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9화

    신주리는 고민하다가 말했다.“난 최근에 일이 많지 않아 괜찮지만 다음 달에 곧 새로운 촬영을 시작할 거야.”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음 달에 돌아가면 촬영 일정을 맞출 수 있어요.”육경서는 그들이 두어 마디 말로 일정안배를 끝내가 다급하게 입장을 밝혔다.“나도 있어! 주리가 돌아가지 않으면 나도 안 돌아갈래!”신주리는 흘겨보며 물었다.“넌 바쁘지 않아?”“마침 이 영화가 촬영을 마감할 예정이야. 기타 활동은 중요한 건 뒤로 미루고 중요하지 않은 건 매니저더러 거절하게 하면 돼.”육경서는 미처 깊게 생각하지도 않고 말했다.강유리는 반대하지 않고 귀띔했다.“강덕준 감독이 널 죽일 수도 있어.”육경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괜찮아. 한 달뿐이잖아. 설마 날 따라 여기까지 오겠어?”강덕준이 그를 죽일지는 둘째치고, 어쨌든 지금 바론 공작은 그를 죽여버리고 싶었다.그는 그저 예의상 딸아이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놀게 했을 뿐인데 결국 딸아이가 다음 달 귀국하는 일정을 안배하게 되다니?병원에서 육시준이 비아냥거리던 말을 그는 실행할 계획이었다. 단계마다 다른 이유로 딸을 만류하고 싶었고 시름 놓고 이곳에서 편히 안태하게 하고 싶었다.그러나 사위는...만약 자기 일을 다 처리했다면 남아있어도 괜찮았다. 부양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그러나 지금 덤으로 두 사람이 더 생겼고 또 이 두 사람은 시간 맞춰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지 않으면 재촉당할 것이 뻔하다.“두 분이 바쁘면 굳이 남지 않아도 돼. 유리는 지금 손님 접대하는 게 불편하거든.”그는 정색해서 다시 말했다.그러자 여러 가지 눈빛이 삽시에 바론 공작을 향했다......신주리와 강유리는 제작팀과 반나절만 휴가를 냈기 때문에 오후에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오전 시간만으로 두 친구가 얘기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해 강유리는 직접 감독에게 전화해 하루 연장했다.점심시간.신주리는 육시준의 자리에 앉아 강유리의 옆에 누워 계속 절친끼리 이야기를 했다.강유리는 이번에 단도직입적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8화

    저쪽에서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상대방도 자신만큼 놀란 모습을 상상하며 육경서는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었다.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송미연은 놀랐지만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유리 찾으러 갔어? 프로그램을 녹화한다며 왜 그들을 찾으러 갔어? 거기는 시간이 아직 이르지 않아? 이맘때면 유리는 잠을 잘 자지도 못했을 건데...”송미연은 육경서가 철이 없이 강유리가 잘 쉬지 못하게 방해한다고 한바탕 야단을 쳤다.그러나 그녀의 말은 한 가지 중요한 소식을 알렸다.“진작 알고 있었어요?”“물론이지!”송미연은 자랑스럽게 말했다.“며느리가 임신했는데 이렇게 큰 소식을 어떻게 바로 나에게 알려주지 않을 수 있겠어? 경고하는데 너무 떠들지 마. 네 형수님을 화나게 하면 안 돼! 그냥 녹화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 주리가 널 용서했어? 왜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의 가십거리를 알아내려고 해! 이번에 돌아와서 주리의 용서를 받지 못한다면 넌 아예 돌아오지도 마!”...화제가 자신을 욕하는 방향으로 변해버리자 육경서의 열정은 순식간에 식어버렸고 목소리도 누그러들어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알았어요. 알았어요. 제가 원한 줄 아세요? 이것도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잖아요...”“뭐가 어쩔 수 없다는 거야? 모두 네가 자초한 거잖아! 쌤통이야!”“...”“섬에서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넌 주리를 잘 돌봐야 해. 난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을 살펴보고 있을 테니 넌 주리 괴롭히지 마.”송미연이 또 당부했다.육경서는 머뭇거리다가 정색해서 대답했다.“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송미연은 또 몇 마디 더 당부한 후 전화를 끊었다.육경서는 어두워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잘됐어. 아빠 엄마가 다 주리를 좋아하니 나중에 언제든지 주리는 억울함 당하는 일이 없을 거야. 적어도 내가 있는 한 억울함 당하지 않을 거야...”...점심은 빌라의 셰프가 만든 영양식이다. 맛은 좋지만 오래 먹으면 질릴 수 있어 강유리는 이 음식을 보며 저도 모르게 한숨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7화

    그러나 앉은 자리가 아직 따뜻해지기도 전에 육경서는 흥분된 듯 바로 일어나 소리쳤다. “뭐? 임신했다고?” 바론 공작은 짜증 섞인 눈길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목소리 좀 낮춰. 뭘 그렇게 놀라!” 그는 지금까지는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사실 소식을 들었을 땐 당황하고 흥분했던 걸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육경서는 입을 막으며 어색하게 다시 앉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반짝이며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드러났다. ‘나 이제 삼촌 된다! 삼촌 된다!’ “의사가 말하기를 첫 3개월은 불안정하니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도 이 소식을 공개하지 말고 태아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자고 하셨다.” 바론 공작은 드물게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 그는 그 말을 끝내며 신주리를 한번 훑어봤다. “그래서 나는 유리를 위해 사람들을 안배해 가까이서 돌보게 한 거다.” 그의 시선을 느낀 신주리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공작을 한 번 보고 다시 눈을 내리깔며 강유리의 아랫배를 바라봤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마치 한번 만져보고 싶은 듯했지만 참았다. 그녀의 눈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고 육경서와 같이 흥분과 기쁨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강유리의 아랫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이 안에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는 거야?” “맞아.” 강유리가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신주리는 표정은 진지했지만 눈 속에 담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만져봐도 돼?” 육경서도 순간 정신을 차리며 손을 내밀었다. “나도...” “안 돼!” “안 돼!” 두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차갑게 외쳤다. 그들의 무리한 요구를 바로 거절했다. 강유리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두 남자를 쳐다봤다. 그녀는 그들에게 체면을 차리지 않았고 대신 신주리에게만 속삭였다. “조금 있다가 방에 들어가면 만져도 돼.” 육시준과 바론 공작은 동시에 얼어붙었다. ‘우리가 안 들릴 거라고 생각하나?’ 육경서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강유리를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6화

    육경서는 얼굴에 기쁨이 가득한 채 입을 열려던 순간 정원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그 사람은 유창한 한국어로 두 사람에게 따뜻하게 인사했다. “이쪽이 둘째 도련님이랑 신주리 씨 맞으시죠? 강유리 아가씨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 부탁드려요.” 신주리가 부드럽고 예의 있게 대답했다. 육경서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 왜 이렇게 때맞춰 나타나는 거지? 다른 때는 왜 안 오고, 바로 이때 오냐고!’ “잠깐만요. 저희 형수 말고 일단 먼저 빌라를 둘러보고 싶어요!” 그가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안내하는 집사를 붙잡았다. 집사는 그의 눈을 한 번 쳐다본 뒤 다소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멈췄다. 신주리는 미소를 띤 채 침착하게 말했다. “미안해요. 낯을 가려서 그래요.” 육경서는 혼란스러웠다. ‘이게 무슨 말이야? 내가 낯을 가린다고? 왜 그렇게 갑자기...’ 집사는 이해한 듯 웃으며 공작님도 그들의 방문을 매우 기쁘게 생각해 오늘 특별히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육경서는 그 한마디도 제대로 듣지 않았고 눈앞의 신주리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주리는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야? 너무 쉽게 대답해서 다시 부정하려는 건가?’ 그들이 정원으로 들어섰고 이곳은 여전히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였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쪽에서 차와 다과가 준비된 작은 테이블이 보였다. 강유리는 햇볕을 가린 파라솔 아래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육시준이 전화를 끊고 있었다. 바론 공작이 불만을 표하며 입을 열었다. “하루 종일 그 전화기 들고 있으면 안 돼! 그렇게 바빠? 전자기기 방사선이 얼마나 해로운지 알지? 의사 선생님이 말했잖아. 첫 세 달은 불안정하다고, 푹 쉬어야 한다고!” 육시준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지난달에 돌아갔으면 이미 처리했을 일인데요.” 바론 공작은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스쳤다. “일이라는 게 끝날 수 있나? 돌아가면 내 딸과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 있을까 몰라!” 육시준이 말하려던 순간 강유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5화

    감독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강하게 반박하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규정에 따르면 녹화 중에는 제작진 팀을 이탈하면 안 됩니다.” 역시나 신주리는 가볍게 되물었다. “녹화 시작할 때 그런 규정은 없었잖아요? 갑자기 추가된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이...” “그럼 우리를 일부러 견제하려는 건가요? 그럼 그냥 프로그램 안 하면 되죠?” 감독은 말문이 막혔다. 사실 첫 번째 시즌에서 육경서가 사고를 당한 이후로 그는 이미 이 두 사람에게 꼼짝 못 하고 있었다. 조건을 협상하든 규칙을 정하든 이 둘이 하겠다고 하면 다행이고 안 하겠다고 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판이었다. 결국 이를 악물고 그는 포기했다. “알겠어요, 알겠어! 두 분 다 제가 졌습니다! 하지만 어디 가든 꼭 행선지를 알려주시고 제작진 팀에서 두 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걱정 마세요. 너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점심 먹고 바로 돌아올게요!” 신주리가 대범하게 말했다. ‘점심도 먹고 온다고?’ 하지만 그가 불만을 표현하기도 전에 두 사람은 이미 유유히 그의 앞을 지나쳐 나가버렸다.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감독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강 대표님, 경서 씨랑 주리 씨가 지금 강 대표님을 만나러 갑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효과를 위해서 행선지에 대한 건 절대 발설하시면 안 됩니다!” 감독이 진지하게 말했다. 강유리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만약 제가 발설하면요?” 감독은 순간 당황했다. 그는 이런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이건 우리 회사의 프로그램 아니었나? 이렇게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는 거야? 시청률이 안 오르면 강 대표님에게도 손해 아닌가?’ 감독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든 이 대형 회사를 설득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강유리는 그의 말을 끊으며 다시 말했다. “농담이에요. 발설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감독은 긴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4화

    비행기에 오를 때 각자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고 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이미 다음 날 새벽이었다. 제작진 팀은 미리 준비한 차를 타고 그들을 예약된 호텔로 보냈다. 해변가에 위치한 경치가 아름다운 5성급 호텔이었다. 모두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제작진 팀 정말 큰돈 쓴 거네! 이게 진짜 여행 같아!” “그렇지. 갑작스러운 느낌도 있지만 일정은 꽤 합리적이네!” “응, 또 감사한 건 처음에 우리 주리랑 경서에게 그 사건이 터진 후로 대우가 점점 더 좋아졌다는 거야. 그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얻은 거라니까!” 모두가 웃으며 체크인 절차를 마쳤다. 그때 감독 팀에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밤은 여기서 쉬고 내일은 섬으로 갑니다.” 모두들 당황했다. ‘그래서 목적지는 여기가 아닌가?’ “목적지는 반대편에 있는 작은 관광 섬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관광업이 급성장했습니다. 얼마 전 이 섬의 소유자가 바뀌어서 다시 한번 큰 화제를 일으켰죠.” 감독이 그렇게 말하자 신주리는 점점 더 익숙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바론 공작이 유리에게 선물한 섬이죠?”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육경서는 감탄하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우리 형수를 설득했어요?” 감독 팀은 미소를 지으며 답하지 않았다. 실시간 채팅창에서는 감탄이 이어졌다. [유리 언니가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진짜 대규모로 투자한 거네!] [하하하, 유리 언니가 투자한 건 아니야. 그냥 완전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 덕분에 도련님과 미래의 동서가 혜택을 보는 거고!” “나도 섬 주인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유리 언니 우정 출연할지 궁금하다!” 아침 식사 후 모두 방으로 돌아가 시차를 맞추기 위해 잠을 청했다. 카메라는 잠시 쉬어갔다. 신주리는 비행기에서 잠깐 눈을 붙였기에 이제는 전혀 졸리지 않았다. 그녀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호텔 방을 몰래 빠져나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3화

    심지어 원피스까지 캐리어 하나에 다 준비해 놨다. “안 믿을지 몰라도 내가 쇼핑 리스트까지 작성했어. 엄마한테도 참고를 부탁했거든! 원피스는 엄마가 골랐어. 안심해, 눈썰미는 진짜 좋아!” 말을 하면서 그는 정말로 쇼핑 리스트를 꺼내서 신주리에게 보여줬다. 신주리는 그 리스트를 보지 않아도 이미 믿고 있었다. 심지어 조금 놀랐다. “너 그럼 네 짐은 어쩌고? 얼마나 챙겨왔어?” “짐 하나야. 나중에 필요하면 제작진 팀에 부탁할 거야!” 육경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신주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너무 오랫동안 육경서를 바라보고 있었던 탓인지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그를 쳐다보던 신주리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육경서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왜?” 신주리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돌려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많아?” 육경서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많은 건 아니야. Y 국에 있는 우리 회사 지사에서 몇 가지 더 준비해 줬거든...” 그가 말을 하다 갑자기 멈칫했다. 불필요한 말을 했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신주리는 그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 목적지는 네가 제작진 팀에 요청한 거 아니야?” “무슨 말이야?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아?” 육경서는 당황한 듯 대답했다. “네가 그런 사람 아닌가?” 육경서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고백했다. “맞아, 그런 사람일 수도 있어.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아니야! 사실 내가 쓴 목적지는 원래 해변이었어. 이런 건 결국 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잖아.” 신주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제는 아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서진태와 소지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진태는 진지하게 소지석에게 도씨 가문의 그 양성 계획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 계획은 너무나도 비상식적이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다. 완전히 그들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2화

    [하하하, 이게 무슨 이상한 조합이야? 어쩐지 묘하게 어울리기도 하고 또 웃기기도 하네!] [처음부터 차 안에서 자리싸움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어색하지는 않았겠지.] [우리 지원 언니 한마디로 모든 흐름이 뒤집혔어!] [강미영은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우리 지석이를 일부러 피하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지석 팬들 너무 이기적이지 마! 누구든 미영 언니에게 다가갈 수 있고 미영 언니는 모두를 거절할 권리가 있어!] 좌석이 정리되고 비행기가 이륙을 준비하자 라이브 방송은 일시적으로 종료되었다. 이런 24시간 라이브 촬영 프로그램에서도 이렇게 잠깐 동안만은 각자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강미영은 라이브 방송이 종료된 뒤 의아한 표정으로 한지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왜 한지원이 굳이 자신과 함께 앉으려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누가 자신에게 같이 앉자고 했어도 마다하지는 않았겠지만... “미영 언니, 난 저 커플 팬이야.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그러니까 제발 내 최애 커플 깨지지 않게 도와줘!” 한지원은 진지한 얼굴로 이유를 털어놓았다. 강미영은 살짝 멍해지더니 결국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앞으로 네 최애 커플 잘 지켜주도록 할게.” 한지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밝게 웃었다. “정말 고마워! 덕분에 내 최애 커플이 마음 편히 연애할 수 있게 됐어!” 강미영은 눈가를 약간 찡그리며 물었다. “근데 언제부터 걔네 둘의 팬이 된 거야? 그리고 지금 걔네 둘 관계 꽤 안정적이던데 내가 굳이 뭐 하러 그걸 망치겠어?” 한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영 언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이런 카메라 밖에서의 달달한 순간들이지.” 강미영은 순간 뭔가를 깨달은 듯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혹시 영감이라도 떠오른 거야?” 한지원은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의 작은 호의 하나가 한 명의 유명 만화가를 탄생시킬 수도 있어!” 강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1화

    그는 단지 이런 행동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강미영에게 그를 좀 더 이해할 기회를 주고 소지석에게는 그가 혼자서만 밀어붙이지 않도록 눈에 띄게 하려 했다. 그러나 이 행동을 알아본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 팬들은 그를 오해하거나 비판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서진태는 너무 경계가 없지 않나요? 경쟁하고 싶다 해도 이렇게까지 급하게 해야 하나요? 왜 꼭 같이 앉아야만 하는 거죠?] [맞아요! 강미영 언니는 분명히 불편해 보였고 바로 피해서 조수석에 앉았잖아요!] [좋아한다고 해도 좀 경계를 두고 해야죠.] [근데 소지석 팬들 너무 이중잣대 아니에요? 오빠가 같이 앉고 싶으면 직설적으로 다가가도 ‘멋지다, 드디어 마음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서진태가 다가가면 ‘경계가 없다’고 비판하잖아요?] [맞아요. 서진태는 사실 강미영 언니와 앉고 싶은 것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댓글창은 점점 떠들썩해졌다. 신주리와 육경서의 강미영에 대한 이해도는 완벽했다. 감정상에서 경쟁이 시작되면 그녀는 주저 없이 피할 것이다. 강미영은 감정을 물건처럼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격의 프로그램에서는 남성들끼리의 경쟁이나 여성들끼리의 경쟁이 감정을 더 순수하지 않게 만들 수 있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런 외적인 압박이 감정을 더 강화시키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사실 그들이 정말 사랑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 단지 지는 걸 참지 못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와 고정남의 관계도 그랬다. 주위에서 반대할수록 더 진지하게 여겨졌던 그 감정이었지만 결국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엉망이 된 감정이었음을 깨달았다. “네가 졌으니까 내 선물 잊지 말고 사 와.” 신주리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육경서는 그 결과를 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돌아서서 그녀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번엔 네가 이겼어.” 신주리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이번? 그럼 다음에도 나랑 내기할 거야?”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