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고 있던 지석훈과 소년도 입을 다물고 고한빈을 바라보았다.고한빈은 지금 고개를 떨구고 눈꺼풀을 내리깔고 있어 그 어떠한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그는 한참 동안 침묵하더니 마침내 얇은 입술을 벌리기 시작했다.모든 것을 받아들인 듯한 모습으로 천천히 대답했다.“네, 제가 먼저 손을 썼습니다. 하지만 저 또한 핍박으로 어쩔 수 없었습니다.”도씨 가문 가주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누가 널 핍박했다는 말이냐?”“가주께서 강유리를 가장 아끼시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우린 강유리를 이길 수도 없고 감히 겨뤄볼 수도 없습니다. 제멋대로 행동하고 어르신과 가주께서 그런 강유리의 뒤를 지켜주고 계신다는 것도 잘 압니다.”고한빈은 멈칫거리더니 이어 말했다.“근데 이번 신입생들은 모두 제가 심사를 거쳐 골라낸 것입니다. 여기에 있는 모든 신입생도 저와 선배들이 함께 정성껏 훈련한 겁니다. 근데 왜 강유리가 제멋대로 돌아와서 우리가 힘들게 이뤄낸 성과를 앗아가는 겁니까? 가주께서 말리기는커녕 왜 가만히 보고만 있으신 겁니까? 저희한테 너무 불공평하지 않습니까?”말하다가 그는 갑자기 고개를 들며 질의하는 눈빛으로 가주와 강유리 쪽을 바라보았다.가주가 강유리를 아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다.다들 마음속으로 똑똑히 알고 있으며 받아들인 일이기도 하다.그러나 도가네 무술관으로 들어온 이들은 모두 좋은 운명을 타고 태어난 사람들이다.그 누구도 편애하는 행위를 받아들일 수 없고 편애를 받는 이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한빈의 말에 어느새 다들 공감이 가기 시작했다.하여 그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없어졌고 일부 선배들은 잠시 침묵하더니 그만 참지 못하고 그를 위해 소리를 내주었다.“한빈 후배가 잠시 어떻게 돼서 이런 실수를 저지른 것 같습니다. 다행히 다친 사람도 없고 스스로 교훈도 얻었으니 가주께서 너그럽게 봐주시기 바랍니다.”누군가가 나서면 잇따라 나서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맞습니다. 한빈 후배 손이 적어도 3개월
육시준은 한 번 비웃고 나서 계속 덧붙였다.“당신은 자사자리할 뿐만 아니라 책임까지 외면하는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동문을 해치고 신입생한테 덮어씌우기까지 하고서는 한마디 말로 그냥 넘겨 흘릴 생각입니까? 이는 핍박으로 공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니라 자업자득입니다.”“만약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강유리가 직면하게 될 결과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처지 바꿔 놓고 생각해 보시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줄 수 있을 것 같습니까?”말하면서 육시준은 차가운 시선으로 고한빈을 위해 소리를 내어주던 그들을 바라보았다.그러자 그 선배들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였다.육시준은 고개를 돌려 도씨 가문 가주를 보며 말했다.“사부님께서 그전까지 강유리를 감싸주었을 수도 있지만, 오늘 이 일에 있어서 강유리가 아니라 고한빈을 감싸주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건 고한빈이고 스스로 마땅히 받아야 할 체벌까지 앞서 똑똑히 말했었습니다. 아직도 뭘 망설이고 계시는 겁니까?”육시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도씨 가문 가주를 응시하고 있었다.이는 일깨워주는 눈빛으로 조금의 협박도 스며들어 있었다.눈빛에 담겨 있는 메시지는 아주 정확한데, 이는 바로 그들을 가볍게 처리할 시에 절대 가만히 있지 않으리라는 것이다.도씨 가문 가주도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몇 초 동안 멍해 있었으나 곧 불쾌한 듯 째려보았다.‘미친 놈! 네가 말하지 않아도 내가 알아서 한다.’‘내 제자를 건드린 자들을 가만히 둘 리가 있겠느냐?’‘그리고 뭐? 내가 고한빈을 감싸? 난 절대 그런 적이 없다.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대해 물은 것도 구제 불능인지 아닌지 보기 위함이었다.’‘그래야 내가 어떻게 저 놈을 처리할 것인지 알게 아니겠느냐......’“시합 규칙을 어긴 고한빈으로부터 자격을 박탈하는 바이다.”도씨 가문 가주는 고한빈을 차갑게 흘겨보며 덧붙였다.“시합 과정에서 넌 사사로이 암기를 사용하여 동문을 해치려고 했다. 하여 너에게 회초리 50대와 감금 30일로 벌을 내리는 바이
한바탕 소란이 지나갔을 무렵 어느새 밤은 깊어 있었다.도씨가문 회장이 자리를 뜨자 육시준도 더욱 지체하지 않고 강유리를 데리고 그를 따라 자리를 떴다.도씨가문 정원 문 앞에서 육시준이 고개를 돌려 강유리에게 말했다.“당신이 이곳에 남겠다는 것은 좋은 선택이에요. 그래서 사부님도 더 말리지 않는 것이고요. 앞으로는 당신이 이곳에 자주 들락날락해야 해서 수고가 많겠어요.”강유리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힘들지 않아요! 마침 선배님들과도 만난 지가 오래돼서 이번 기회에 더 친해지고 싶은걸요!” 도 회장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원으로 들어갔다......돌아가는 길에 강유리는 이번 일이 참 술술 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한빈이 꼬투리를 잡은 것 빼고는 사부님과 어르신 모두 별말이 없으셨지 않은가?“혹시 내가 오해를 한 걸까요? 어르신과 사부님은 그저 제가 너무 바쁠까 봐 걱정하신 것일 수도 있잖아요.”강유리는 생각이 거듭될수록 회의감이 들었다.육시준이 말했다.“그런 가능성도 있죠.”강유리가 다시 말했다.“하지만 그분들의 반응이 너무 이상했잖아요! 저에게 숨기는 게 있는 게 아니라면 왜 저와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을까요? 예를 들어 도씨가문 외성의 제자 말이에요. 그분은 도대체 누구시길래 그런 일을 벌인 걸까요? 지금 그 사람은 찾았나요?”육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 말에도 일리가 있군요.”강유리,“...”그녀는 원념에 찬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남편이 자기의 말에 집중 하지 않고 있다고느꼈기 때문이다.육시준이 피식 웃으며 강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위로하듯 말했다.“이해가 안 되는 일은 잠시 접어두도록 해요. 시간이 모두 해결해 줄 거예요.”그의 말이 맞았다.시간이 지나니 진실이 차츰 모습을 드러냈다.강유리는 확신했다. 그들은 반드시 자기에게 숨기는 것이 있다는 것을.그녀가 무술관에 며칠 동안이나 있었지만 첫날에 홍석천에게 몇 마디 지적을 해준 것빼고는 제자의 그림자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홍씨가문에 일이
피하긴 했지만 차가 지나가며 일으킨 강한 바람 탓에 그녀의 코트 자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피하지 않았더라면 그 결과는 상상하기조차 아찔하다.“회장님과 몇몇 무술관 선배님들은 긴급상황에 차를 내부 도로까지 운전할 수 있다고 알고 있어요. 방금 저 차는 고 사부님의 차 같은걸요.”옆에 있던 조교가 말했다. 강유리는 의아했다.“고한빈? 그자는 이미 통행이 금지되지 않았나요?”조교가 설명했다.“사숙님께서 도가의 징벌에 대해 아직 잘 모르시나 보네요. 통행금지란 도씨가문이 그들에게 대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훈련장에 오지 못하는 것 빼고 다른 곳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어요.”도씨가문이 엄하기는 하지만 제자들의 인신 자유를 통제할 만큼은 아니다.지금은 법을 따지는 시대니까 말이다.게다가 이곳에 오는 자들은 모두 이름값을 좀 날리는 자들이니 그들의 행보를 진짜로 통제하는 것 또한 현실적이지 않다...“어젯밤 고성그룹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들었어요. 고 사부님도 이곳에서 별로 할 일이 없으니 급하게 돌아간 것이 아닐까요.”조교가 계속 설명했다.“...”강유리는 눈동자가 흔들렸지만, 고개를 끄덕였다.뭐라고 더 말하려던 찰나 전화기 너머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당신 지금 어디 있어요?”강유리는 멈칫했다. 잠깐 그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저야 당연히 무술관 이죠.”육시준이 다시 말했다.“구체적인 위치요.”강유리가 대답했다.“훈련장 문 앞이요. 당신 혹시 여기에 오셨나요?”전화를 끊은 지 5분이 채 되지 안되어 익숙한 롤스로이스 한대가 그녀를 향해 왔다.강유리는 입을 살짝 벌리고 차에서 내려오는 사람을 쳐다보았다.입을 열기도 전에 조교가 친절하게 설명했다.“서열과 경력으로 친다면 사숙님도 차를 몰고 들어오실 수 있으세요.”강유리,”...”내가 너무 오래 돌아오지 않았나 보군!이런 숨겨진 혜택이 있을 줄이야!육시준이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그녀의 어깨를 잡고 차가운 눈으로 위아래 훑어보았다.“괜
한편 다른 쪽고한빈은 차를 몰고 유유히 떠났다.코너를 돌고 멀어질 때, 백미러 속 점점 작아지는 모습을 보며 그는 입가에 냉소를 띠었다.어디 두고 보자!이 천한 계집, 절대로 봐주지 않을 것이다!그가 고성그룹에 돌아간 것은 확실히 그룹의 연락을 받아서였다. 그룹에 신인이 한 명 들어왔는데 콧대가 하늘을 찌른다는 소식이었다.겨우 15일 남짓한 시간 동안에 고한빈 쪽의 적지 않은 사람들을 손쉽게 처리해 버렸다. 비서를 통해 알아보니 그 계집은 고성그룹 진정한 막내딸로서 고정남의 허락을 받고 그룹에 들어온 것이라 했다. 고성그룹의 진정한 막내딸?웃기고 있네!그는 성신영이 가짜란 것을 안다. 그리고 강유리야말로 진정한 맞수란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고성그룹의 진정한 막내딸이라니?고성그룹을 뭐로 보고, 감히 누구라고 끼어들려고 하고 있어?그는 돌아가서 도대체 누가 강유리의 명분을 내세우며 자기구역에서 이렇게 막무가내인지 봐야겠다...때마침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낯선 번호다.그는 한번 흘겨보고는 손이 가는 대로 수신 버튼을 누르고 블루투스 이어폰을 연결했다. “여보세요? 혹시 차 번호 xxxxx 차량의 차주분이신가요?”“네, 그런데 누구시죠?”“여기는 서울시 파출소입니다. 저희가 방금 당신이 뺑소니범으로 의심된다는 신고를 받았습니다. 부디 파출소로 와주시기를 바랍니다.”“예?” 고한빈은 마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은 것처럼 눈썹을 찌푸렸다.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여전히 단호하게 아까의 말을 반복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저희가 CCTV를 돌려본 결과 선생님의 차는 도가네 무술관에서 나온 게 맞았습니다. 조사에 협조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지금 당장 와주시죠.” 고한빈은 도가네 무술관이라는 말을 듣고서야 상황 파악이 됐다.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 망할 여자가 이런 수를 쓸 줄이야. 그는 조금은 골치가 아팠다. “제가 사람을 보내 처리하겠습니다.”“...”이 말만 남기고 그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이
강유리는 질문을 받고 나서야 그 일이 생각났다.“아, 종수께서 실수로 입 밖에 내신 말이에요. 어르신께서도 예전에는 재능이 꽤 있는 마지막 제자가 있으셨대요. 그분은 회장 자리를 두고 경쟁할 수 있을 만큼 능력이 있으셨대요. 하지만 성격이 무던하고 아무것도 가지려 경쟁하지 않아서...” 여기까지 말하자 그녀는 눈썹을 찌푸렸다.뭔가 이상한 착각이 든다. 설사숙님 역시 회장 자리를 경쟁할 만큼의 능력이 있으셨고 그 자리를 눈여겨 보고 계셨다.하지만 그는 경쟁하지 않을 만큼 무던한 사람 같지는 않았다.그녀가 꼬치꼬치 캐묻자, 종수는 말실수했다는 걸 알았는지 바로 입을 닫았다.“그 마지막 제자는 아마 장모님이실 거예요.”육시준은 덤덤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강유리는 동공 지진이 났다. 고개를 돌려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제 어머님이요?”차가 정원으로 들어갔다.강유리는 차에서 내렸다. 더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지만, 정원에 있는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한지철?“사숙님, 돌아오셨습니까?”그는 일어서서 공손하게 마중을 나왔다. 전의 건들건들하고 고집스럽던 모양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마치 두 사람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강유리는 그를 두어 번 훑어보고는 물었다.“나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어?”한지철은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바로 본론을 말했다.“사숙님도 아시다시피 지금의 상황으로는 아무도 저를 제자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있어요.”강유리는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그래서?”설마 나보고 책임지라는 건 아니겠지?“사숙님도 요즘에는 계속 이쪽에 머무르고 계시지 않습니까. 홍석천도 일이 생겨 못 와서 한가하신 참에 저한테 몇 수 가르쳐 주실 수 없으시겠습니까?”한지철의 부탁은 일리가 있다. 고한빈의 다른 한 제자는 부상이 낫자마자 와서는 오만한 태도로 강유리에게 자기의 사부가 되어달라고 했었다.강유리는 당연히 거절하였다.우선 그녀는 제자를 가르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 제자는 한 명이면 충분하다.
단칼에 대답하는 한지철을 보고 강유리는 웃었다.그 웃음에는 그를 얕보고 깔본다는 것이 훤히 드러났다.한지철은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왜 웃으세요? 아직도 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강유리는 느긋하고 차분한 말투로 대답했다.“너의 어리석음에 웃는 거야. 육미경같이 머리가 나쁜 여자애들한테는 이런 방법이 통할지 몰라도 나한텐 어림도 없어.”“당신...!”“고 사부님의 사부는 어르신의 마지막 제자가 아니야. 너는 그것조차도 잘 알아보지 않고 사람을 속이려 드는 거야?”“......”강유리는 성의 없이 몇 마디 대꾸하고는 방으로 곧장 들어갔다.한지철의 얼굴은 굳게 닫힌 대문을 보고 분노로 차올라 점점 구겨졌다. 강유리!나한테 이렇게 대하다니, 그럼 나도 더는 가만히 있지 않겠어!강유리는 이 에피소드를 전혀 개의치 않았다. 방에 들어오자 짐 정리를 하는 육시준이 보였다. 그녀는 그를 도와주며 어떻게 자기 어머니와 도씨 가문의 관계를 알게 된 것인지 캐물었다. 육시준은 캐리어를 트렁크 담고 그녀에게 조수석 차 문을 열어줬다.강유리는 고개를 숙이고 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시선은 쭉 그에게 머물러 있었다.육시준은 긴 다리로 운전석에 한 번에 올라탔다.그는 차에 시동을 바로 걸지 않고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말했다.“당신께 할말이 있어요. 듣고 놀라지 말아요.”“???” 그가 이렇게 진지한 표정을 짓게 할 정도의 일이라면 반드시 무슨 큰일이 생긴 게 분명하다.“아버님께 일이 좀 생겨서 결혼식에는 못 오실 수도 있어요.” 육시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강유리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무슨 일이요?”육시준은 얇은 입술을 살짝 짓씹었다.“잘 모르겠어요. 도희가 이미 가 있어요.” 강유리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머릿속이 복잡했다. 답을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왜인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유리씨”육시준이 걱정하듯 불렀다. 강유리가 고개를 들었다.“혹시 고성그룹과 연관이 있나요
“제 뜻은, 저한테 아무것도 숨기지 않아 줘서 고맙다고요.” 육시준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는 그녀의 얼음장같이 차가운 손을 잡았다.“그거라면 더더욱 고마워할 필요가 없고요. 제가 뭐라고 했는지 까먹었어요?” 강유리는 기억하고 있다.“부부 사이에 제일 중요한 것은 숨김이 없는 것이라고요.”그녀가 생각지 못했던 것은 그가 정말 이 말을 지켰다는 것이다.“그러니까, 앞으로 당신도 무슨 대책이 생기면 저랑 같이 논의해요. 제멋대로 하지 말고요.”육시준은 무게를 잡고 말했다. 이 말에는 의심의 여지도 없다는 말투가 띠였다.강유리는 주저없이 대답했다.“좋아요.”차에 시동을 걸고 천천히 도가네 무술관에서 빠져나왔다.긴 정적 속에서 강유리는 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녀가 알던 육시준은 모든 것을 손바닥 위에 두고 통제하는 것이 습관된 사람이다. 이렇게 확인되지 않고 아직 결과를 모르는 일을 쉽게 알려줄 사람이 아니다.그리고 알고 있다고 해도 이해득실을 따지고 나서야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사람이다.그런데 오늘은 왜 이렇게 평소랑 다르지?게다가 그가 오늘 일찍 온 이유는 근처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했다...그러니까 처음에는 나한테 숨길 생각이었나?그 후에 그가 신신당부한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는 어떤 대비책이 있든지 그와 상의하고 마음대로 결정해선 안 된다. 강유리는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그녀가 쳐다보는 시선이 따가웠는지 육시준이 고개를 돌려 물어봤다. “왜 그래요?”강유리는 차갑게 말했다.“방금 고맙다고 했던 말은 거두겠습니다.”“???”강유리는 약간의 불만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별말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육시준의 걱정이 뭔지 잘 알고 있다.지금 작은이모 쪽에서 난 사고는 도씨 집안과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지금 강유리의 모든 행동은 분명히 사람들의 눈총을 받을 것이다.그녀는 가만히 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릴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자칫 잘못 움직이면 상황이 완전히 변할 수도 있다."그럼 도가에 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