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시준은 강유리의 옆에 앉아 다시 손을 꼭 잡았다.“행복할 거야.”육시준은 고개를 돌려 강민영의 사진을 보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정중하게 승낙했다.“어머님께서 이렇게 이어 주신만큼 저를 마음에 드셨으리라 믿습니다. 앞으로 절대 어머님을 실망하게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강유리는 육시준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이어 주긴 뭘 이어 줘. 그냥 하는 소리였는데, 정말로 믿은 거야?”그러자 육시준을 고개를 돌려 강유리를 바라보았다.“모든 만남에는 운명이 뒤따르는 법이야. 너에 관한 것이라면 모든 걸 진지하게 사실로 받아들일 거야.”그러자 강유리는 웃음을 거두었다. 아마 육시준의 진심을 느꼈는지, 순간 밤바람이 그렇게 차갑지도 않았다.강민영을 보러 올 때마다 강유리는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있곤 했다.그럴 때마다 가장 깊게 남은 기억은 추위와 고독함 뿐이었다.한여름 밤의 바람이라고 하더라도 그리 따뜻하지 않았었다.음산한 온도에 수시로 자기는 외로운 사람임을 일깨워 주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두 사람은 묘비 앞에 앉아 한참 동안이나 이야기했다.그중 대부분은 강유리가 말한 것인데, 지난 3년 동안 외국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말했다.덤덤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말투는 마치 남 일을 말하고 있는 듯했다.듣고 있던 육시준은 그 말들 속에서 강유리가 그동안 겪었던 무력함과 간난신고를 느꼈다.강미영과 함께 있었기에 지난 3년 동안 비교적 편안한 생황을 보냈을 것으로 생각했었다.캐번디시 가문의 인맥과 자원으로 오늘의 강유리가 있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이 모든 것은 단지 육시준의 추측에 불과한 것이었다.강유리는 3년 동안 그들과 겉으로 가깝게 지내지 않았고 릴리 하고 만 사이가 그나마 좀 좋았던 것이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뜻밖의 재난에 당하게 되었었다.“지금 그거 무슨 눈빛이야?”강유리는 무심결에 고개를 돌렸는데, 마침 육시준이 안타까워하는 눈빛으로 자기를 보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육시준은 미처 시선
이에 강유리는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어렸을 때 성신영을 도와준답시고 도씨 가문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게 되게 눈에 찍히게 된 것이라고.그러다가 아주 우연의 기회로 도씨 가문 어르신은 강유리의 천부적인 재능이 마음에 들어 제자로 들이겠다고 했었다.“너도 말했듯이 성신영을 도와준 이유는 그 여자가 강씨 가문의 간판이라 그런 거라고 했잖아. 그리고 그 후로 성신영은 이 점을 이용하여 널 함정에 빠뜨린 거지? 3년 전 술집에서 있었던 그 일이 전형적인 사례로 될 수 있잖아. 그럼, 그전에는?”“잠깐, 그럼, 네 말은 도씨 가문 사람에게 미움을 당한 것도 성신영이 일부러 꾸민 일이라는 거야?”강유리는 의문이 들었다.그러자 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결론으로 그 과정을 추려 보자. 만약, 어머님의 사인도 중독이라고 확정할 수 있다면, 그 전부터 성씨 가문과 도씨 가문은 알고 있었을 거야. 그 후로 네가 도씨 가문 사람에게 미움을 사게 된 건 우연이 아닐지도 몰라.”더 앞서 나가서 만약 도씨 가문 어르신이 아니었다면 강유리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성홍주는 경찰차에 끌려 가면서도 강유리에게 이미 죽었어야 할 목숨이라고 끔찍한 저주를 남겼었다.이는 강유리를 죽일 생각이 있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강유리는 아주 똑똑한 사람이라 곧바로 육시준의 뜻을 알아차렸다.다만 두 눈에 냉랭한 빛이 스쳐 지나갔을 뿐이다.“그래서 도씨 가문과 강씨 가문은 예전부터 쭉 원한이 있었다는 말이네? 내가 도씨 가문 어르신을 알기 전부터? 그럼, 독을 탄 도씨 가문 사람은 성홍주를 먼저 찾아왔었던 거였어. 그리고 어르신께서 직접 나설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고.”“맞아.”“근데 우리 엄마는 왜 도씨 가문과 얽히게 된 걸까? 위로 아무리 따져봐도 도씨 가문과 얽힐 사람이 없어.”“……”육시준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실은 처음에 육시준도 이에 대해 영문을 알 수 없었다.게다가 강민영을 조사하기도 했었는데, 외국에서 정보 미상이라는 것 외에는 국내에서 별다른 복잡한 경
그 말에 육시준은 할 말을 잃었다.“……”그냥 있는 그대로 말했을 뿐인데, 왜 갑자기 도발적인 말로 바뀌게 되었는지 이해되지 않았다.강유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고 고양이처럼 문지르고 있다.어리숙하고 귀여운 모습은 평소에 차갑고 도도한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다.지금, 이 모습은 오로지 육시준에게만 한정되어 있다.여기까지 생각하게 되자 육시준은 마음이 간질간질하여 확 덮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도발한 사람은 육시준이 아니라 강유리이다.육시준은 팔을 도로 빼며 제자리로 돌려보내고 서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운전 중이야. 집에 가서 봐.”“……”이에 강유리는 또 말 문이 막혔다.‘집에 가서 뭘 봐?’무거웠던 화제가 이로써 뚝 잘리게 되자 한껏 홀가분해졌다.육시준은 더 이상 릴리와 강씨 가문에 대해서 묻지 않았고 어느 정도 속으로 짐작이 가는 일들도 있었다.하지만 강유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해 낼 수 없었다.단지 나쁜 짓을 했다면 반드시 실마리를 남기게 될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배후의 범인을 찾아내는 것도 언젠가는 이뤄질 것이다.돌아가는 길에 차가 별로 없어 한 시간 만에 도착했고 마침 0시에 맞춰 들어왔다.그러나 문에 들어서자마자 강유리는 예민하게 분위기 이상함을 감지했다.릴리는 지금 외할아버지와 연말 콘서트를 보고 있는데 그 분위기는 화목하면서도 따뜻하다.그러나 한편, 혼자 1인용 소파에 앉아 있는 이모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자꾸 딴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강유리는 넋이 나간 듯한 강미영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다.두 사람이 집에 들어온 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말이다.강유리는 외투를 벗고 신발까지 갈아신고, 릴리에게 눈짓을 보냈다.“너 엄마 왜 저래?”그러자 릴리는 고개를 저었다.“저도 몰라요. 근데 일이 좀 심각해 보여요.”“이모?”강유리는 탐색하듯이 강미영을 불렀다.그러자 강미영은 고개를 돌려 웃음을 자아내며 대답했다.“왔어? 잘 다녀왔어?”강유리는 이에 망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잘 다
문기준은 이미 아주 상세하게 보고를 올렸었다.고씨 가문의 차라고 할 때도 강미영의 반응은 매우 컸고 평소에 보였던 냉정한 모습은 하나도 없었다.게다가 고씨 가문과 강유리 사이에 문제가 있다고 한들 강미영이 긴장할 리는 없다.강미영은 고개를 들어 이미 진정을 되찾은 모습을 보였다.육시준이 건넨 질문에 의외라는 느낌도 하나도 없었다.“이제 곧 시기가 적절하면 알려줄게.”육시준은 몇 초 동안 지그시 바라보고는 대답했다.“네.”강학도는 육시준을 바라보다가 정원에서 놀고 있는 두 자매를 바라보았는데,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그러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서서 위층으로 올라갔다.“난 나이도 많지 해서 밤을 새울 수가 없다. 너희들 재미있게 놀거라.”육시준은 본래 일어서서 위층까지 모셔다드리려고 했지만, 강학도가 갑자기 몸을 돌렸다.그러더니 어디서 갑자기 봉투 세 개를 꺼내며 말했다.“자, 세뱃돈이다. 너희 어린애 셋이 나눠 가져라.”“…….”이에 육시준은 몇 초간 멍해 있다가 손을 내밀어 받았다.참, 묘한 느낌이 들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기억이 있고 난 뒤로부터 육시준은 세뱃돈을 받은 기억이 없다.어린아이들만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결혼 첫해에 아이가 될 줄은 몰랐다.“매년 있는데, 이미 3년 동안 함께 했으니, 3년 동안의 세뱃돈을 넣었다.”강학도는 웃으며 육시준의 손등을 토닥거렸다.순간 육시준은 마음이 따듯해졌다.“고맙습니다, 외할아버지. 릴리 대신 인사드릴게요.”그러자 강학도는 손을 흔들며 위로 올라갔다.“가서 같이 놀아줘라.”등불이 환히 밝혀지고 새해의 기쁨이 어두운 장막을 몰아치고 서늘한 밤도 몰아쳤다.폭죽이 밤하늘을 밝게 비춰주지 않는다고 해도 올해는 유난히 떠들썩하다.다만 강유리 집안만 이런 분위기이다.한편, 왕소영 집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마찬가지로 JL빌라에 살고 있지만, 성홍주가 감옥에 들어가면서 전에 불법 경영까지 파급되어 계좌는 사용 중지되었다.성홍주의 말대로 왕소영의 손에 있는 돈도 모두 성
“강유리 네 누나잖아. 언젠가는 육씨 가문으로 시집갈 건데, 그때 유강 그룹은 어떻게 할 거 같아? 육씨 가문에서 아마 유강 그룹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야. 그때 우리가 나서서도와주면, 강유리 걔도 영광으로 받아들여야 할 거야.”“……”순간 성한일의 두 눈에 탐욕의 빛이 번쩍였다.왕소영을 바라보고 있는 두 눈은 더없이 반짝거렸다.이때 왕소영이 덧붙였다.“내일 준비하고 있어. 네 외할아버지하고 누나한테 설 인사 하러 가야겠어.”성한일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다.“엄마, 강유리가 우리하고 상대하려고 하지 않는 한 유강 그룹을 되찾는 건 장기적인 문제야. 지금 가장 급한 건 돈인데, 누나한테 찾아가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그러자 왕소영은 한숨을 내쉬었다.“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네 누나가 아직 고씨 가문에서 자기 위치가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했어. 그래서 좀 더 기다리라고 그랬어.”그러자 성한일은 다소 불쾌해했다.“또 기다리라고 했다고? 우리한테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공개 결혼하고 나서 고씨 가문에서도 누나한테 잘해주고 있잖아. 그 한마디에 강유리도 고씨 가문만 한 가문을 골라 시집 보낸 거잖아.”이에 왕소영은 몇 초 동안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강유리가 고씨 가문의 덕도 봤으니, 내일 눈치껏 우리한테 살갑게 대해야 할 거야.”성한일은 이 말을 듣고 일리가 있다가 생각했다.하여 성신영에게 빌어 붙자는 건의를 아예 접어 버렸다.성신영은 친누나이니 언제든지 빌어 붙어도 된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강유리 같은 외부인은 기회가 있을 때 한푼이라도 더 떼야 한다.그렇게 하지 않으면 바보나 다름없다.다음날.새해 첫날이어서 그런지 날씨가 유난히 좋았다.둥근 해가 동쪽에서 서서히 떠오르고 햇살이 대지를 내리 쏘자 칼바람이 부는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푸근하기 그지없었다.강유리는 세안을 마치고 새해 새 옷으로 갈아입고 똥머리 헤어 스타일을 하고 내려왔다.청순이라는 단어에 이미지가 있으면 딱 지금 강유리의 모습이 아닌가
강학도에게 맞은 성한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줄행랑을 쳤다.“노망났어요? 또 때리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지금껏 집에서 온실의 화초처럼 자란 성한일은 성학주에게도 맞아 본 적이 없다.강학도도 종래로 성한일을 신경 쓰지 않아 이렇게 응석받이로 자라 버릇이 없는 것이다.어른이 돼서 맞고 있으니 당연히 가만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강학도에게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때리자 성한일은 한 방에 회초리를 빼앗아 와 도려 때리려고 했다.그때 어디선가 갑자기 문기준이 불쑥 뛰쳐나와 아주 정확하게 성한일의 손목을 잡고 뒤로 젖히며 검은색 구두로 정강이를 공격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이 모든 것이 일어났다.성한일은 땅에 무릎을 꿇게 되었고 손도 뒤로 젖히게 되었으며 머리는 그대로 땅에 조아리게 되었다.“아!”성한일은 미치듯이 울부짖으며 아프다고 호소하고 곧이어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왕소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머! 이 미친놈은 어디서 튀어 나온 거야! 당장 우리 아들 놔! 신고할 거야!”“그래. 신고해. 경찰한테 살인범의 아들이 함부로 주택 침입해서 주먹까지 휘두르고 있다고 말할 거야. 이번에 들어가면 아마 나오기 힘들지도 몰라.”강유리는 계단에 서서 난간에 기댄 채 모든 것을 내려다보고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강미영은 노여움이 가득 찬 강학도를 부축하여 자리에 도로 앉았다.그리고 강유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살인범의 아들?’왕소영은 강유리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려다보면서 호통쳤다.“강유리! 네 친 동생이야! 좋은 마음에 새해 인사하러 왔는데,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당장 저 미친놈보고 우리 아들 풀라고 해.”“닥쳐! 우리 강씨 가문 사람한테 네가 함부로 소리쳐도 된다고 생각해?”강미영은 그런 왕소영을 크게 호통쳤다.“……”차가운 목소리에 왕소영은 그만 참지 못하고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순간 이 가문 사람들을 찾아오지 말았어야 했다며 후회하기도 했다.강유리는
"퍽!"먼지털이가 그의 입을 정확히 때렸다.문기준이 차가운 표정으로 마치 그가 손 쓰지 않은 것처럼 말했다."어른 앞에서 말 조심해야지."성한일이 뭐라고 말하려는 순간, 먼지털이가 그의 얼굴을 찔렀다.위협적이기도 하고 모욕적이었다.성한일이 있는 힘껏 이빨을 깨물더니 모든 불만을 삼켰다."준비됐어? 이젠 할 줄 알지? 절 제대로 해.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말하고."강유리가 담담히 말했다."돈을 참 쉽게 번단 말야."아마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거나, 아니면 강유리의 마지막 말이 작용을 일으켰는지 성한일은 이빨을 깨문채 절을 올렸다.그리고 돈을 받더니 바로 일어나서 걸어 나갔다.왕소영이 난처해졌다.그녀는 자기의 귀한 아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가는 것을 두 눈 뜨고 바라봐야 했다.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음... 우리 애도 절을 했고, 그럼 나도 가볼게."그녀에게 이미 나이를 먹을만큼 먹고 고개를 숙여 절을 올린다는 것은 너무 부끄러운 일이었다.그녀가 성씨 가문에 시집을 와서부터 걱정 하나 없이 이제까지 살았다.언제 한번 이런 모욕을 당해봤겠는가?그녀는 말을 내뱉고 바로 일어나 도망가려고 했다.두 보디가드가 앞으로 두 발자국 내딛으며 마치 벽처럼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뭐하는 짓이야?""왜 모른척 해? 이왕 온 김에 절도 안하고 간다고? 육씨 가문을 맘대로 들락날락할 수 있는 줄 알았어?"강유리가 차갑게 말했다.왕소영이 낯빛이 어둡게 변하더니 말했다."강유리! 네가 시집갈때 우리 신영이 힘을 빌려야 한다는 걸 잊지마!"왕소영의 말을 들은 송미영이 자상한 얼굴이 어두워졌다.절을 안 받으면 그만이였다.근데 이런 말을 들으니 왕소영을 가만두기 싫어졌다."쓸데없는 소리 말고! 만약 오늘 절을 안한다면, 다음번에 다시 여기에 오기 힘들 겁니다."강미영이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그리고 JL빌라는 육씨 가문의 산업으로 알고 있는데요?""협박하시는 겁니까? LK부동산은 제 사위 껍니다. 당신들이 뭘 알
기다리다 못한 강미영이 짜증나서 보디가드더러 내보내라고 말하려던 참이었다.털썩!왕소영이 불쌍하게 땅에 무릎을 꿇었다.강미영은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왕소영이 벌개진 얼굴로 강학도에게 절을 하며 또박또박 말했다."아버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강학도가 그녀를 차갑게 보더니 돈을 주었다."이젠 날 아버지라고 부르지 말 거라."왕소영이 부들부들 떨며 돈을 받았다.고개를 돌려 강미영의 두 눈을 보며 비꼬았다."절 할까요? 제가 절을 하면 받을 수나 있겠어요?"같은 연배의 사람끼리 절을 하는 법은 없었다.그러나 강미영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왜 못 받습니까?"강미영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절을 해보시죠.제가 유리 엄마를 대신해서 받으면 되니까."강미영이 차갑게 웃었다."이런 건 당신이 당연히 해야 하지 않나요? 원래 매년마다 가서 찾아봬야 되는 겁니다. 첩이 들어와서 정실에게 절을 하고 차를 올려야 우리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를 자격이 되는 거 아니겠어요?"강미영의 말을 들은 왕소영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강유리도 조금 얼떨떨했다.죽은 사람을 대신해서 절을 받는다는 게 조금 이상하게 들렸다.그리고 이럴 수도 있단 말인가?왕소영이 강미영의 눈치를 봤다.그러나 농담하는 것 같지 않았다.다시 강학도를 보니, 그는 그저 딸의 말을 듣고 멈칫하더니 굳이 행동을 제지하려고 하지 않았다.왕소영의 눈이 흔들리며 어쩌할바를 몰랐다.왕소영이 화나서 표정 관리가 안 되였다.그러나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그녀는 결국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절을 했다.강미영은 어두운 얼굴로 절을 하는 왕소영을 보며 속으로 강민영에게 묵념했다.‘언니, 나 때문에 죽었으니, 내가 언니 대신에 이 년의 늦은 사과를 받을게...’왕소영이 떠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육시준이 밖에서 돌아왔다.그는 조깅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로 운동복차림이었다.이른 시간에 강유리가 일어난 것을 본 그가 조금 놀라했다.교차로에서 인기척을 느낀 그가 눈썹을 찡그렸다."성씨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