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까 결혼식으로 주제가 돌아왔다.분위기가 다시 가벼워졌다.그리고 그들을 자기 사람으로 여겨서 한 강미영의 진심어린 고백이 그들 두 가문의 거리를 좁혔다.바론은 반응이 늦었다.할아버님의 말을 들은 후에 반응이 오기까지 아주 오래 걸렸다.그는 많은 일은 자기 혼자서 처리하는 사람이었다.그는 서로 보살피고 이런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같이 좋을 수는 있지만 나쁜 것은 나누지 않는 다고 생각했다.그가 전에 국내의 결혼 관계에 대해 공부할 때, 여자가 시집가면, 그 집에 적응하고 서비스도 해야 했다.그는 딸이 그런 역할이 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그래서 돌아온 후에 이 결혼에 대해 의심하는 태도로 일관했던 것이다.할아버님이 자기의 인맥으로 그를 돕는 다는 말을 이해했을 때에야 그는 그제야 한가족이 된다는 게 무엇을 인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아주 미묘했다.지금 그의 국면은 일반인이 절대로 그를 도우려 하지 않을 것이다.체면이 깍이는 것이 아니라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그가 입을 벌려 바로 거절하려고 했다.그러나 뭐가 생각났는지 다시 말하지 않았다.그저 송씨 가문 사람들에게 조금 더 친절해졌다.강미영이 송씨가문의 사람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원래는 인사를 하고 바로 선물을 주려고 했지만 말하다가 결혼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송씨 가문의 삼촌들이 선물을 꺼낼때에야 갑자기 생각난 것이다.그녀도 보디가드들에게 선물을 가져오라고 했다.어르신들은 서로 대화하고 젊은이들은 다른쪽에 모였다.조보희는 강유리를 정원에 끌고 와서 핸드폰 바탕화면을 가리키며 슬쩍 물었다."이 분이 네 아버지 맞지?"바론 공작님이 잘생긴 외모가 이목을 끌다보니 인터넷에 사진이 많았다.조보희는 그가 황실 연회에서 정장을 입은채 화려하고 우아하게 와인잔을 들고 웃는 듯 안 웃는 듯한 옆모습이 찍힌 사진을 가리켰다."맞아."강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조보희의 동그란 눈이 더 동그래지며 말했다."진짜로 캐번디시 가문의 사람이라고?!"강
설 전날.송씨 가문 쪽은 아주 분위기가 좋았다.그러나 육씨 가문 쪽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보기에는 사이가 좋아보였지만, 속으로 모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할아버님. 언니 계속 답이 없는 걸 보아 저희랑 같은 날에 결혼하는 걸로 생각하는 거 맞겠죠? 저희가 또 뭘 준비해 줘야 할까요?"성신영이 부드럽게 말했다.그녀의 말에 육청수가 생각난 듯이 말했다."고씨 가문에서 강유리가 너희 집의 사람으로 시집가는 걸 허락한거니?"비록 그는 육시준의 결혼식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의 성을 따르는 손자였다.어디서 이름도 없고 성도 없는 여자를 데리고 와서 결혼하겠다는데 그의 체면이 아주 깍인다고 생각했다.만약 고씨 가문의 사람으로 시집온다면야 아주 좋은 일이었다.그리고 그날의 이목은 모두 육경원한테 쏠릴 것이니 중요한 손님들 모두 그한테 쏠릴 것이다.강유리가 성신영의 들러리가 된다면 자연히 육시준이 육경원의 들러리가 될 것이다.육경원을 공개적으로 제대로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그 나쁜놈이 맷집이 세졌는지 여자 하나 때문에 그와 대들고 있다.그는 이번에 어떻게 나올지 한번 보려는 참이다.이번에 일이 끝나고 그가 무릎을 꿇고 그에게 사죄하던지, 아니면 이 후계자 자리를 꿰차려고 생각지도 않게 하려고 했다.그는 육시준을 구름위로 날게 할 수도 있고, 하늘에서 떨어트릴 수도 있었다."아버지는 아직 뭐라고 하진 않으셨어요. 제가 말한 것은 꼭 들어주시긴 합니다. 그저 오빠가 조금 받아들이 어려워 해요. 그건 제가 좀 더 애써볼게요."성신영이 부드럽게 답했다.육청수가 답했다."그럼 알아서 해라. 수고하거라."성신영이 웃으며 말했다."수고하긴요. 제가 해야할 일인 걸요. 이제 한 집 식구인데 제 행동 하나하나 다 육씨 가문의 얼굴을 대표한다고 생각해요."그녀는 돌아가서 많은 공부를 했다.육청수가 체면을 아주 중요시한다는 것을 알고 체면에 관한 말을 하자 육청수가 원하는 말을 해주었다.육청수는 기뻐서 바로 집사더러 그녀에게 용
성신영이 낯빛이 갑자기 변하면서 밥상에 앉은 다른 사람을 보며 말했다."제가 말 잘못한 것 아니에요?"육청수의 셋째 부인이 웃으면 성신영이 점점 맘에 들어했다.웃으면서 그녀에게 음식을 짚어주며 말했다."무서워하지 말거라.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어. 넌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이고."육경민은 픽하고 웃으며 차갑게 말했다."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그들 앞에서 말하면 아주 위험해. 우리 형님이 여자한테 콩깍지가 씌여서 만약 틀렸다고 말하면 독을 놓을수도 있어!"육경민이 손이 잘못도니 이후로 계속 집에서 쉬고 있었다.그러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유명한 의사를 찾아서 원래대로 회복하려고 했었다.많은 의사를 찾아다닌 결과, 그들 모두 신경조직이 잘못되어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얼마전에 무심코 어느 한 전문가의 입에서 손목이 잘못된 경우는 독에 의한 거라는 걸 알았다.그들 온 가족이 놀라고 또 분노했다.육시준이 어떻게 매정하게 손을 쓸 수 있냐고 행동이 선을 넘었다고 말했다.그러나 아무리 말해봤자 그들이 먼저 잘못했고 잡혔다.만약 진짜로 육시준과 맞선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리가 없어서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육경민은 이렇게 집에 틀어박혀 성격도 많이 변했다.설 전날이 아니었다면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지금 육시준의 말을 하는 것은 그가 이 집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차가운 말투는 마치 독사를 연상케 하며 안 좋은 분위기가 더 한층 차갑게 만들었다.성신영은 그의 말에 놀랐는지 그의 목소리에 놀랐는지 어깨를 떨며 육경원쪽으로 기댔다."형, 됐어요. 신영이 놀래요."육경원이 말했다.육경민은 계속 말했다."내가 놀래키는 것 같아? 내 왼손이 어떻게 잘못됐는지 잊은 거야?"분위기가 더 가라앉았다.셋째 부인이 아무 말을 하지 않았지만 불만이 섞인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육청수의 표정도 안 좋았다.자기가 아끼는 손자가 몇달 동안 손때문에 얼굴도 내비치지 않자 마음이 더 심란해졌다.한참 침묵하던 그가 고개를 돌려 집사에게
아주 빨리 육청수는 강유리의 이모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두 집안 사람들은 모두 송씨 가문에 있었다.문앞에는 보디가드가 지키고 있어서 누구도 그들을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했다.만약 일이 있으면 다음날에 말하라고 했단다.육미경이 늦게 돌아와서 들어오자마자 이 소식을 듣고 웃었다."왜 너무 가난해서 다른 사람한테 보이면 안되는 건가? 그 많은 보디가드를 지키라고 하고. 진짜 웃기네!"육청수는 무엇을 생각하는 지 미간을 찌푸리며 뭔가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있는 듯 했다.무의식적으로 성신영을 봤다.그러고는 눈을 작게 뜨며 물었다."유리의 이모에 대해 알고 있느냐?""..."성신영이 이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당황함을 재빨리 감추고 입을 겨우 열었다."제가 후배인데 어떻게 쉽게 평가하겠어요..."육청수가 말했다."괜찮다. 직접적으로 말해봐."성신영이 말했다."언니의 이모는 비혼주의자세요. 해외에서 공부할 때 아주 개방적이여서 만난 이성도 아주 많았다고 해요. 그래서 결혼하지도 않았는데 임신을 먼저해서 할아버지한테 발각되서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걸로 알고 있었어요. 될때로 되라고 말이예요..."그러나 해외에서 그 여자가 어느 대단한 인물과 엮인듯 했다.3년전에 왕소윤이 인맥을 이용해 해외에서 강유리에게 해를 입히려고 하던 중에 소리없이 처리되었다.지금은 이렇게 큰 행동을 하면서 돌아오는 것을 봐서는 아주 대단한 사람과 같이 돌아온 게 틀림없었다.이런 말은 그녀는 하지 않았다.그녀는 강유리의 배경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셋째 부인이 듣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너희 강씨 가문은 다 그런 사람들이라니?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지. 하나같이 창피하게 뭐하는 짓이라니!"육경원이 그녀의 말을 고쳐줬다."어머니, 신영이는 고씨 가문의 사람이에요."셋째 부인이 어색하게 웃더니 입을 다물었다.육청수가 성신영을 한참 보더니 아무말도 하지 않고 저녁을 먹고나서 집사더러 강유리의 이모에 대해 알아보라고 시켰다.다른
“요즘 만난 사람 외에는 그 누구도 이모님의 행적을 알아내지 못하도록 비밀 유지 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모님 정보에 대해서도 따로 처리했기에 캐번디시 가문을 찾을 수 없을 겁니다.”육시준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강미영을 안심시켰다.모든 설명을 마치고 육시준은 덧붙여 물었다.“혹시 다른 사람이 조사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이에 정신을 차린 강미영은 고개를 저으며 좌석에 등을 기대고 입을 열었다.“그런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육시준은 그만 말 문이 막히고 말았다.“……”고개를 돌려 조수석에 앉아 있는 강유리와 눈이 마주쳤는데, 서로에게서 의문을 읽게 되었다.이모인 강미영이 무엇인가를 속이고 있는 것만 같았다.한편, 고씨 가문 별장.고정남은 성신영이 강미영을 조사하고 있다는 보고를 듣게 되었다.성신영을 받아드리고 나서 고정남은 성신영의 곁에 사람을 붙였는데, 겉으로는 보호하기 위해서이지만, 실은 감시하기 위해서이다.“왜 강미영을 조사하고 다니는 거야?”고정남은 마냥 의문스러웠고 경호원은 이에 차근차근 설명했다.“듣기로는 강유리의 혼사로 송씨 가문을 방문하기 위해 강미영이 귀국했다고 합니다. 송씨 가문에서는 어르신과 사모님뿐만 아니라 아들들까지 모두 돌아오면서 엄청 거창하게 맞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밤은 대량의 일손을 파견하여 암암리에 송씨 가문 별장 주위에서 경호까지 하도록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이와 같은 거창한 장면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그들도 적지 않게 놀랐었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송씨 가문에서 대단한 인물을 맞이하는 줄 알 것이다. 경호원의 말에 고정남은 눈살을 찌푸리며 의문이 더 해갔다.강유리를 처음 알게 되면서 고정남도 강유리를 조사한 적이 있다.고정남이 알아본 강유리는 비혼주의 이고 성격이 시원시원하며 외국에서 정주하고 있으며 별로 귀국도 하지 않는다……강유리에 관한 자료는 터무니없이 적었으며 사진 한 장조차 없었다.“강미영 혼자야?”고정남은 계속 덧붙여 물었고 이에 경호원은 있는 그대로 대답했
남산 공원묘지는 외진 교외에 위치해 있으며 강유리 외할아버지가 지내는 저택에서 몇십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다.강민영은 번화한 서울 거리에서 멀리 떨어진 조용한 곳에서 잠들고 싶다고 유언을 남기고 떠났다.육시준은 강미영의 말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아 더는 견지하지 않고 차를 몰고 갔다.두 사람이 간 지 얼마 되지 않고 문기준이 도착했다.강미영은 제자리에서 서서 서둘러 차에 오르지 않았다.조금 전 자기 앞을 지나간 차가 눈에 훤히 보일 정도로 속도가 느려지자, 이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눈빛도 한껏 냉랭해졌다.문기준은 차 문을 열어 주었고 이에 강미영도 차에 오르고 나서 고개를 살짝 들고 지시했다.“육 대표님께 전화하세요. 저 차 문제 있어요.”실은 이미 그 차를 주시한 지 한참 되었다.송씨 가문 별장을 나설 때부터 멀지 않은 곳에서 미행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리고 몇 분간 서서 기다리는 동안 강미영의 추측은 확신으로 변하게 되었다.그 차에 앉아 있는 사람은 강미영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속도를 낮춘 것이었다.아마 계속 미행 해야 하는지 아니면 제자리에 서서 지켜봐야 하는지 망설였을 것이다……“네, 저도 발견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처리하라고 지시 내렸습니다.”문기준은 차 시동을 걸며 공손하게 대답했다.“……”강미영은 자기와 거의 동시에 같은 문제를 발견한 문기준의 날카로운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필경 강미영의 역정찰능력은 매번의 실천 속에서 훈련된 것이다.입꼬리를 올리며 문기준에게 칭찬하려고 하던 찰나에 멀지 않은 곳에서 차가 갑자기 비상등을 깜빡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난간을 들이박은 차는 조금 전 강미영이 의심하던 그 차였다.이에 강미영은 진심으로 감탄하는 소리를 자아냈다.“늘 이렇게 추진력이 대단한 겁니까?”그러자 문기준은 공손한 태도로 대답했다.“대표님께서 재삼 부탁하신 바입니다. 두 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며 착오가 생길지언정 절대 가만히 두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강미영은 고개를
“지금 우리가 타고 있는 이 차 말입니다, 혹시 차 번호가 육씨 가문 번호입니까?”강미영은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눈을 감고 차분해지게끔 자기를 강요했다.‘절대 육씨 가문까지 찾아오게 해서는 안 돼.’오늘 밤 강씨 가문과 송씨 가문이 함께 식사 자리를 한 건 숨길 일이 아니다.조금 전 쫓아 왔을 때도 분명히 강미영을 봤을 것이다.고정남은 그 사람이 강미영이 맞는지 아닌지 긴가민가했을 수는 있지만, 적어도 마음속으로 의심이 우러난 것은 사실이다.만약 육씨 가문까지 찾아갔다면, 멀지 않아 강미연까지 찾아내게 될 것이다……문기준은 강미영이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잘 모르지만,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급히 설명해 주었다.“아닙니다. 육 대표님이 직접 사용하시는 차량 말고는 그동안 공작님과 사모님을 모실 때 사용한 차량에는 그 어떠한 개인 정보도 적혀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이에 강미영은 마침내 한숨을 깊이 내쉬고 무너지는 모양으로 좌석에 기대어 평소의 모든 우아함을 잃었다.문기준은 그런 강미영의 모습을 보고 의문이 두 눈에서 번쩍였다.하지만 더는 묻지 않고 동네를 에두르며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JL빌라로 데려다주었다.한편, 고정남은 차를 몰고 미친 것처럼 목적없이 대사관을 에두르며 몇 바퀴나 돌았다.그러다가 마지막에는 급 브레이크를 밟으며 길가에 차를 대고 분노한 나머지 핸들에 대고 주먹을 내리쳤다.마침 경적에 손이 닿아 귀를 찌르는 듯한 경적 소리가 울려 퍼졌다.고정남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끝이 보이지 않은 밤거리를 바라다보며 울다가 웃기도 했다.“살아 있었어! 살아 있을 줄 알았어!”강유리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고정남은 무척이나 슬펐지만 그사실을 받아들였었다.그렇게 몇 해 동안이나 찾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찾아내지 못했으니 이런 결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은 했었다.다만 오늘 밤에 그 익숙하기 짝이 없는 그림자를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오매불망
건조한 손바닥으로 따뜻한 느낌이 밀려오자, 강유리는 온몸이 푸근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개를 돌려 육시준에게 환하게 웃으며 강한 모습을 보였다.“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미 지나간 일이고 난 괜찮아. 그 후로는 외할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씀만 기억하고 살았어. 외할아버지께서는 내가 크면 강씨 가문 전체가 내 것이라고 하셨거든.”그들이 한 가족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때가 되면 강씨 가문에서 나가기만 하면 그만이다.그러나 그전에 강유리는 성홍주에게 늘 기회를 주고 있었다.명의상으로는 아버지인 성홍주에게 일말의 환상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3년 전 어느 날, 성홍주는 성신영의 말만 듣고 매몰차게 강유리를 외국으로 버렸었다.“근데, 참 이상해. 그 사람들하고 관계를 끊은 후부터 엄마에 관한 기억이 점점 또렷해지기 시작했어.”“마음속에 너무 많은 사람을 품고 있으면 안 된다는 뜻일 거야.”육시준은 덤덤하게 결론을 내리고 강유리는 이에 찬성했다.“맞아, 마음이 가는 사람만 담으면 돼.”더없이 차가운 밤바람에 나뭇가지는 찰칵찰칵 소리를 내고 있다.고즈넉한 공원묘지에는 사람도 얼마 없고 조명에 비친 두 사람의 그림자는 아주 길었다.강유리는 육시준의 손을 잡고 기억으로 들어갔다.이때 육시준은 갑자기 뭔가가 떠올랐는지 문득 입을 열었다.“장모님 돌아가시고 나서 이모님들은 돌아오신 적 있어?”강유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해 보더니 답했다.“아니, 이모는 돌아오지 않았어. 근데 우리 그 아빠는 돌아오긴 했어. 그 일로 여러 해 동안 이모와 연락도 하지 않았었어.”그때의 강유리는 엄마도 이모도 모두 자기를 버린 것으로 생각했었다.그래서 성홍주에게 모든 기탁을 몰아 부은 것이다.그렇게 지내다가 몇 해 전에 이모는 돌아오기 싫어서 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올 수 없어서 오지 못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강유리 아버지는 아내인 강민영을 보내고 나서 다시 돌아갔었는데, 그때 그쪽은 이미 뒤죽박죽이 되었고 강미영도 모함받아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