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자살 시동까지 벌였음에도 고씨 일가 사람들 중 그녀의 병문안을 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그나마 그녀를 측은하게 여기는 고우신마저 경찰서에 들어간 상태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그리고 그런 그녀를 찾아온 건 성홍주였다.그리고 그 뒤를 따라 들어온 왕소영이 성신영을 와락 끌어안았다.“불쌍한 내 딸... 이게 다 엄마 탓이야. 애초에 네 아빠 그 황당한 제안에 응하는 게 아니었어. 널 그 불구덩이에 집어넣는 게 아니었는데...”익숙한 부모님의 얼굴을 보니 서러움이 밀려온 성신영이 울먹이며 말했다.“괜찮아요, 엄마. 저 괜찮잖아요.”“괜찮긴 뭐가 괜찮아! 나쁜 자식들. 너 이용해 먹을 때는 언제고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널 버릴 수 있어. 엄마가 말했잖아. 그 사람들한테서 뭐가 얻을 게 있다고 기어코 거길 들어가!”그리고 고개를 돌린 왕소영의 표정이 표독스럽게 변했다.“여보. 우리 그냥 신영이 다시 집으로 데려가자.”“엄마, 제 걱정 많이 해주시는 건 알겠는데... 전 고씨 집안 사람이에요. 발표회도 엎어지고 상황이 좋게 흘러가는 건 아니지만 제 몸에 흐르는 건 분명 고씨 집안 피라고요. 그런데 제가 어떻게 두 분을 따라가요.”하지만 말과 달리 성신영의 속셈은 다른 곳에 있었다.뭐 하나 제대로 해본 거 없이 이렇게 쫓겨나자니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누가 뭐래도 난 고씨 집안 사람이야. 이 신분만 지키고 있으면 언젠가 다시 판을 뒤엎을 기회를 찾을 수 있어... 이게 다 강유리... 강유리 그 계집애 때문이야. 지금이야 나한테 실망해서 그런다지만 물보다 진한 게 피라고 했어. 결국 날 다시 원하게 될 테고 고성그룹의 힘이라면 지금 이 상황쯤은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어. 강유리, 두고 봐. 절대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성신영의 말에 흠칫하던 왕소영이 말없이 성홍주를 돌아보았다.아직 신분에 대한 진실도, 이 사태의 심각성도 전혀 모르고 있는 딸이 안쓰럽게 느껴졌다.“신영아.”이때 가만히 있던 성홍주가 입을 열었다
왠지 불안한 예감이 엄습하고...역시나 성홍주는 말을 이어갔다.“우리 집안 사정에 고성그룹 사람들에게 줄을 댈 수 있을 거라 생각해?”“그럼요.”성신영이 애써 미소를 지었다.“전 고정남 대표 딸이고 두 분은 절 지금까지 키워주신 분들이잖아요.”“그게 아니라... 강유리가 너무 타이트하게 압박하는 바람에... 널 이용했던 거야.”“그러게 내가 그러지 말자고 했잖아. 아무리 급해도 자식을 이용하진 말자고! 그런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선... 나도 미쳤었지... 왜 당신 제안을 받아들여선. 지금 애 꼴을 봐. 어떻게 할 거야!”왕소영의 질타에 성홍주는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후우...”이때 성신영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니에요. 괜찮아요. 두 분께서 절 지금까지 키워주신 은혜가 있는데 마지막으로 두 분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전 기꺼이 이용당할 수 있어요.”정말 이해를 못한 건지 아니면 사실을 부정하는 건지 여전히 맥락을 짚지 못한 성신영을 바라보던 성홍주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러니까 내 말은... 넌 우리 딸이야. 고정철 대표가 널 가짜 딸로 위장하자고 제안했던 거야...”“그만하세요!”성신영이 목소리를 높였다.애써 침착한 척하던 눈동자 역시 빨갛게 달아올랐다.“가짜 딸로 위장한다는 게 말이 돼요? 아버지가 바보도 아니고 그런 거짓말에 속을 리가 없잖아요! 그리고 친자검사도 했는데...”“신영아, 일단 진정 좀 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거 알아. 하지만 너에 대한 자료와 친자검사까지 전부 고정철 대표가 조작한 거야. 그리고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고정남 대표 역시... 애초에 널 딸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아.”‘그저 신영이를 욕받이로 사용한 것뿐이겠지. 그리고 이제 이용가치를 다했으니 매정하게 버린 것뿐이고.’“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그녀를 바라보던 고정남의 표정을 생각하며 성신영은 고개를 저었다.“우신 오빠가... 우신 오빠가 분명 그랬단 말이에요. 내가 동생이 맞다고. 날 처음 보는 순간
차가운 표정의 성홍주가 왕소영의 손목을 낚아챘다.“그만 좀 해. 언제까지 네 마음대로 굴 거야.”순간 당황하던 왕소영은 곧 성홍주를 향해 비웃음을 날려준 뒤 그의 손을 뿌리쳤다.“하, 아직도 허세야? 고정철도 연락두절에 이제 유강그룹은 끝이야. 지금까지 당신이 장부를 조작해 왔던 거 내가 모를 줄 알아?”“닥쳐!”성홍주가 호통을 쳤다.“그래서 뭐? 그깟 푼돈으로 나한테 유세라도 부리고 싶어? 당신 전 재산 다 퍼부어도 지금 유강그룹의 문제를 해결한 순 없어.”LK그룹이 강유리의 편을 들기로 한 이상 유강그룹의 상황은 풍전등화 그 자체.‘이대로 과거의 찌질했던 모습으로 돌아갈 순 없어. 내가 지금의 입지를 어떻게 다졌는데. 방법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해.’생각이 여기까지 닿은 성홍주는 여전히 충격을 먹은 표정의 왕소영을 지나쳐 밖으로 나갔다.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린 왕소영이 중얼거렸다.“찌질한 자식. 결국 제발 도와달라고 빌러 올 거면서...”금요일 오후.강유리는 평소처럼 병원으로 향했다.송이혁의 말에 따르면 1주일 정도만 더 입원한 뒤에는 퇴원을 해도 될만큼 강학도는 빠르게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고 했다.‘퇴원하면 바로 우리 집으로 모셔야겠어. 할아버지가 아버지랑 다시 함께 살게 둘 순 없으니까...’이런 생각을 하면서 병실 앞에 도착한 강유리는 그 앞을 지키고 있는 송이혁을 발견하곤 고개를 갸웃했다.“왜 이제야 왔어요.”“왜요? 무슨 일 생겼어요?”자연스레 병실 안을 들여다 본 강유리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아버지?’“누가 들여보낸 거예요?”꽤 화목해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강유리는 저도 모르게 까칠한 목소리로 물었다.“할아버님께서요.”송이혁이 어깨를 으쓱했다.시간을 확인하던 송이혁이 말을 이어갔다.“시준이한테도 연락했으니까 아마 곧 도착할 거예요. 그럼 집안일은 당사자들끼리 해결하시고.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지금가지 기다려주서 고마워요.”강유리가
성홍주의 의자를 억지로 밀어내는 소리가 삐걱대며 울려 퍼졌다.조그마한 체구에서 어떻게 이런 힘이 나오는 건지 강유리의 힘에 밀린 성홍주는 하마터면 의자에서 떨어질 뻔하다 겨우 중심을 잡았다.“강유리!”불쾌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강유리가 어깨를 으쓱했다.“보다시피 병실이 많이 좁아요. 아버지까지 계시기엔 너무 답답하니 이만 나가주세요.”“...”말로는 강유리를 당해낼 자신이 없으니 성홍주는 강학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하지만 이번에 강학도는 강유리를 꾸짓기는커녕 호탕하게 웃어보였다.“넌 참... 어렸을 때 그대로구나. 조심해. 그러다 네가 다칠라.”“할아버지는 제가 애인 줄 아세요?”강유리가 싱긋 웃어보였다.한편, 사이좋은 두 사람을 바라보는 성홍주의 표정이 조금씩 일그러졌다.‘이 익숙한 기분... 참 오랜만이군. 전에도 이런 식이었지. 강민영도, 강유리도 두 사람이 뭘 하겠다고 하면 뭐든 응원해 주면서 난... 수십 년이 지나도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 기분... 저 영감 눈치 보는 것도 이제 지긋지긋해.’“유리야.”겨우 마음을 다잡은 성홍주가 다시 인자한 목소리로 강유리를 타이르기 시작했다.“아빠한테 섭섭한 거 많다는 거 알아. 하지만 그건... 너에 대한 시험 같은 거나 마찬가지였어. 이게 다 우리 유강그룹을 위해서였다고.”그제야 고개를 돌린 강유리는 또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나 들어나 보자라는 심정으로 성홍주를 훑어보기 시작했다.“네가 이렇게 훌륭하게 커서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몰라. 아까 할아버지한테도 말씀드렸지만 오늘 부로 유강그룹의 모든 업무를 네게 맡길 생각이다.”쿠궁!생각지 못한 전개에 당황한 강유리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강학도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양도 계약서는 제가 작성해서 월요일까지 보내주실게요.”원하는 유강그룹을 쥐어주면 조금이라도 기뻐할 줄 알았것만 마치 빌려주었던 물건을 돌려받은 듯 너무나 당연하다는 표정을 짓는 그녀의 모습이 성홍주의 눈에는 너무 괘씸하게 보였다.“다음 주
성홍주가 병실을 나가자 성유리는 설득을 이어갔다.“왜 굳이 지분을 양도하려고 하시는 건데요. 저 혼자서도 유강그룹을 이끌어갈 수 있어요. 고마움의 의미요? 아버지가 그 동안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다 아시잖아요. 도대체 뭐가 고마운데요. 비록 지금은 증거가 없어서 가만히 있지만 언젠가 아버지가 했떤 일들 다 까밝힐 거예요.”하지만 그녀의 말을 듣고 있는 강학도는 여전히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왜 그 정도 지분에 그렇게 집착을 해? 어찌 어찌 해도 네 아버지야. 그냥 노후자금으로 줬다고 생각해.”“할아버지, 애초에 그 인간이 제 친아버지긴 해요?”강유리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살짝 흠칫하던 강학도가 헛웃음을 터트렸다.“그래. 아버지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한 사람이라는 거 나도 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버지야.”“...”더 이상 할아버지를 설득할 수 없음을 깨달은 강유리가 결국 잔뜩 주눅이 들어서 병실을 나서고... 병실 문이 닫히는 순간, 강학도의 자애로운 눈동자가 차갑게 식었다.‘유리 말에도 일리가 있어. 한번 부탁을 들어주다 보면 결국 끌려다니게 될지도 몰라.”한편, 병실을 나선 강유리는 육시준이 복도 저끝에서 다가오는 걸 보고 의아한 듯 고개를 돌렸다.“왜 그쪽에서 와?”‘저긴 송이혁 씨 진료실이 있는 곳이잖아?’“아, 이혁이가 잠깐 얼굴 좀 보자길래. 별일 아니었어.”“아, 그래?”짧게 대답한 강유리가 육시준을 향해 손을 뻗었다.“나 기분 안 좋아. 와서 나 좀 안아줘.”이에 입꼬리를 씨익 올린 육시준이 그녀를 품에 안았다.“왜 그래? 할아버지랑 싸웠어?”그의 품에서 얼굴을 비비적거리던 강유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성홍주가 병실에 왔더라고.”“그 사람이 왜.”“다다음주 월요일 이사회에서 유강그룹을 나에게 물려주겠다고 발표하겠대. 지분도 나한테 양도하고.”“그럼 좋은 일 아니야?”“...”집 가는 내내 시무룩해 있던 강유리가 순간 눈을 반짝였다.“저기... vip 병실 cctv 영상 좀 확인할 수 있을까?”“환
병실에서 일어난 일을 모두 육시준한테 알려주자, 육시준은 몇 분간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모두 이유가 있으셨겠지. 항상 할아버지 말씀 잘 들었잖아. 지금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강유리는 육시준을 의아한 눈빛으로 훑어보았다. 육시준의 그녀의 눈빛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물었다.“왜?”“지금 받아들여라고 말리는 거야?”육시준은 멈칫했다.“아니, 그저 궁금해서 그러는 거야. 네 성격에 이런 걸 신경 쓸 것 같지는 않아서 그래.”강유리는 말없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할아버지가 그녀의 태도를 이해 못 하는 건 짐작이 갔지만 육시준은 그러면 안 됐다. 할아버지가 드시던 약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내가 성씨 가문에 불만이 많다는 것도 알고있는 육시준이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건, 항상 아무 말 없이 그녀의 결정을 존중해 왔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뭔가 암시하는 듯한 의견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둘 다 말없이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욕조 안으로 들어가니 온몸의 피로가 풀리는 듯했다. 강유리는 팩 하나 얼굴에 부치고 나서 교외에 온천으로 유명한 호텔이 생각났다. 온천으로 유명해진 그 호텔에 겨울마다 찾아가는 유람객들이 끊이질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친구들이랑 같이 가기로 약속했는데 유강그룹을 책임지고 나면 더 바빠질 것 같으니, 지금이 제일 좋은 기회다. 그녀는 수건으로 손의 물기를 닦아내고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마침 소안영의 전화도 걸려들어 왔다.“여보세요?”“내가 사진 보낼 테니 한번 봐봐.”소안영은 흥분을 애써 가라앉히는 듯한 말투였다.강유리는 막연하게 채팅창을 열어보았는데 정교하게 디자인된 귀걸이의 사진이었다. “예쁘네. 이게 왜?”“너 전에 육시준이랑 고정남이 비밀리에 뭘 계획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잖아.”“응. 요즘엔 신경 안 쓰고 있는데.”고성그룹이 성신영을 버린 후에 육시준도 이 일에 관심을 끈 상태였다.“너 고정남이 같이 밥 먹자고 했다며? 게다가 강 씨네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묻고 알고 싶어했다
당연한 거 아니야?성신영의 신분에 문제가 있다면 그 전달된 자료도 빈틈이 없어야 했는데, 누군가가 일부러 한 것이 분명하다. 추측이 틀리지 않는다면 고정철이 한 것일 것이다. 고 씨네 일로 강 씨네 까지 휘말리다니. 이 정도는 새로운 정보도 아니었다.그녀는 흥미가 떨어지는 느낌에 팩을 뜯어버리고 뭐라고 말하려고 하는 찰나에 소안영이 말했다. “너 오늘 진짜 우울하구나! 머리가 안 돌아가는 거야?”“…”“이 귀걸이 뭔가 익숙하지 않아?”“???”“이거 네 것이잖아! 정확하게 말하면 민영 아주머니가 너한테 물려준 거!”강유리는 바로 앉아 방금 채팅창의 사진을 다시 열어 자세히 보았다. 소안영도 믿을 수가 없다는 듯 계속 말을 해왔다.“진짜 까먹은 거야? 나, 네 집 처음으로 놀러 갔을 때 이 귀걸이 예쁘다고 너한테 달라고도 했잖아!”“생각났어. 너 안 가져갔잖아.소안영은 액세서리 모으는 걸 좋아해서 그녀가 좋아하는 걸 보니까 선물로 주려고 했는데 엄마가 남긴 물건이란 걸 안 후에 그녀의 호의를 거절했었다.소안영이 이 귀걸이를 기억하고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네가 이렇게 신경 안 쓰는 줄 알았더라면 그때 가지는 거였는데.”“엄마가 준 액세서리가 많아서 너한테 준다고 한 거였는데.”게다가 강유리가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그래!”소안영은 비꼬는 듯 말했다.“그래 돈 많아서 좋겠다…”그녀가 대범한 척해서 아끼는 물건도 스스럼없이 주는 건 줄 알았었다. 제일 좋은 친구로서 이런 중요한 의미가 담긴 물건은 받기 이상하다고 생각한 소안영이다. 그녀를 거절하고 나서 소안영은 조금 아쉬웠지만 정확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유혹 앞에서 우정을 선택했다니!하지만 지금 보면 그럴 필요가 하나도 없었다.“이 귀걸이 성신영 스타일도 아닌데, 그날에 끼고 참석한 거지. 뭔가 일부러 그런 것 같지 않아?”강유리는 진지하게 분석하기 시작했다.“고우신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네. 고우신의 눈에 띄어야 하는데 마침, 이 귀걸이도 특별한 의미가
강유리는 한참 말이 없더니 슬쩍 웃고는 다시 욕조에 기댔다.“나 뭔가 알 것 같아.”육시준이 고정남을 그렇게 싫어하는데 뭔가 같이 계획하고 있다고 해도 분명 그 일이 신경 쓰여서 그런거 일것 이다. 그는 고정남이 하는 일을 지지하고 고 씨네 발표회가 순조롭게 흘러가길 원한다. 분명 자신과는 관계가 없는 일인데. 이러면 가능성은 딱 한 가지 남았다. 이일이 그녀랑 연관이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그도 성신영이 메꾸고 있는 그 자리가 사람들한테 공격받길 원하지 않는다.문기준은 그녀의 경호원이고 고정남을 지켜보고 그녀를 위해 모든 일을 하고 있지만 육시준은 나한테 모든 걸 알리지 말라고 그한테 부탁한 모양이다. 소안영처럼 그녀가 자신의 “혼외 딸” 신분을 받아들일 수 없을까 봐 근심한 것 같았다.심지어 전에 고정남이 찾고 있던 딸이 혼외 딸이 아니라고 강조도 한 적도 있었다.모든 퍼즐이 순식간에 맞춰지는 느낌이다. 소안영은 이해가 안 되는듯했다.“뭘 알았다는 거야?”“네 말이 맞아. 그럴 리가 없어.”“그니까! 아주머니를 믿으셔야지. 유부남을 좋아하는 그런 일을 할 분이 아니잖아!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고정남이 잘생긴 편도 아니고!”“객관적으로 봤을 때 괜찮게 생기셨지.”강유리는 이성적으로 그녀를 지적해 줬다. 소안영은 콧방귀를 꼈다.“얼굴에서 한 사람의 심성이 보인댔는데 딱 봐도 젊을 때 이리저리 여자만 꼬시고 다닌 것 같은 사람인데. 그리고! 지금 결혼도 했는데 옛 애인을 잊지 못하고 있는 건 나쁜 남자잖아!”소안영의 나쁜 남자 평가에 인정하려던 참에 그녀는 말을 바꾸었다.“안돼, 생각하면 할수록 짜증 난단 말이야! 나쁜 남자는 변하지 않는단 말이야!”“???”“안 되겠어. 온천 나 혼자 갈 거야.”“…”전에는 둘이 오려고 한거 였나?갑자기 어떤 분의 온천 체험 기회가 취소된 느낌이다. 불쌍하군.소안영과의 통화로 강유리의 궁금증이 해결된 느낌이다. 샤워를 끝내고 나서 강유리는 잠옷으로 갈아입고 머리를 말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