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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몇 초 후.

지잉지잉.

연결음과 함께 휴대폰 진동소리가 차 안에서 울려 퍼지고 흠칫하던 강유리는 운전기사의 뒤통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만 퇴근해 보세요. 전 남편이 데리러 나올 거라.”

하지만 그녀의 말에도 기사는 말없이 수락 버튼을 누를 뿐이었다.

그리고 육시준이 전화를 받은 것을 발견한 강유리가 바로 애교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나 취한 것 같아...”

“그래. 많이 취한 것 같네. 남편 뒤통수도 못 알아보고.”

‘뭐지? 목소리가 겹쳐서 들리는 것 같기도...?’

“뭐라고? 잘 안 들리는데?”

환청인가 싶어 강유리는 운전석 쪽으로 목을 내밀었다.

“...”

기나긴 침묵에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강유리가 몸을 일으키려던 그때,

좌석을 뒤로 이동한 육시준이 강유리의 얼굴을 잡아 자신에게로 돌렸다.

“으악!”

짧은 비명소리와 함께 익숙한 품속에 안긴 강유리는 한참 뒤에야 상황을 인지하고 가볍게 그의 가슴을 두드렸다.

“뭐야. 진짜 당신이었어? 그런데 오는 내내 왜 한 마디도 안 했어?”

그녀의 허리를 꽉 끌어안은 육시준이 어딘가 음침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나도 곁에 없는데 그렇게 마음 놓고 자고 있었단 말이야?

이에 그의 목을 끌어안은 강유리가 꺄르르 웃어보였다.

“에이, 다 연기지. 나 한숨도 안 잤어.”

“...”

“여보, 다들 우리더러 부부 안 같고 연인 같대. 우리 진짜 연애 해보면 안 돼?”

갑작스러운 강유리의 질문에 육시준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엥?’

육시준이 너무 쉽게 고개를 끄덕이자 강유리는 오히려 얼떨떨할 따름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잔뜩 진지한 표정으로 “우린 연인 아니고 부부잖아”라고 말하며 찬물을 확 끼얹었을 텐데 말이다.

“뭐야? 훨씬 더 좋아할 줄 알았는데.”

육시준이 강유리의 코트를 벗겨주고 강유리도 온순히 그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나 지금 안 취했어. 내일 돼도 똑똑히 기억할 거야.”

“그래, 알아. 누가 뭐래?”

“그러니까 대충 달래는 식으로 대답하지 말라고. 나 진지해. 나 진지하게 당신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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