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ema 새 제품 발표회에 주얼리업계와 패션업계의 셀럽들이 많이 모였을 뿐만 아니라 공식 언론사들도 많이 참석했다.알렉스도 처음엔 진행상황을 지켜보다 육 씨네 디자이너가 오니 바로 누군가한테 자기 대신 지켜봐 달라 부탁하고 혼자 노트북을 들고 구석으로 가서 뭔가 하고 있었다.모든 일을 끝내고 한가해진 도희가 알렉스 곁으로 다가갔다.“너 여기서 혼자 뭐 하고 있는 거야? 곧 네 여신님이 무대에 오르시는데. 유리도 아직 안 왔으니 같이 보러 갈래?”알렉스는 노트북을 닫고 대답했다.“유리는 근심하지 마. 곧 내려올 거니까. 우리 빨리 여신님 보러 가자.”“???”착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강유리가 나타났다,도희는 강유리 쪽으로 갈지 고민하다 알렉스랑 같이 움직이면 너무 티가 날까 봐 주저하던 사이에 강유리 옆에 서 있는 육경서를 발견했다. 이렇다면 굳이 우리들이 강유리한테 찾아갈 필요가 없어진다.강유리와 육경서의 등장을 포착하려고 셔터들이 반짝였다.마침 이때 신주리가 마지막 작품을 가지고 등장했다.여인은 빨간 신부 복장에 은하수처럼 빛났다. 긴 머리칼은 단아하게 매여지고 머리 위의 장식품은 걸음걸이에 따라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공손히 올린 두 손에는 각기 정교한 액세서리로 장식되어 있었다.화려하고 우아했다.그녀의 등장과 함께 조용해진 현장이다.그녀의 옷차림으로 인해 모두가 다른 공간으로 이동한 듯한 느낌이다. 신주리가 무대앞쪽으로 오니 정신 차린 기자들은 수군대기 시작했다.“이거 Seema 작품 아니야? 왜 이것도 중식 액세서리지? 너무 우연 아니야?”“유강그룹이 준 주제인 건가?”“에이 설마! Seema정도의 디자이너가 평범한 주얼리회사 말을 듣는다고?”“그게 뭐야. Seema가 추연화 아이디어를 카피했다는 거야?”“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사회자의 칭찬이 끝나고 나서 디자이너를 초대해 디자인아이디어에 대해 말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수군대는 소리는 사라지고 모두 숨을 죽이고 무대를 향해 보고있었다.한 번
도희는 쿨하게 인정했다.“일단 신주리 씨가 워낙 일을 사랑하기도 하고 알렉스가 신주리 씨의 팬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주리 씨의 분위기가 저희 작품과 굉장히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얼마 전 신주리 씨는 스캔들에 휩싸였었죠. 그것과도 연관이 있는 건가요?”“...”기자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도희는 침묵으로 대응했다.분명 귀여운 외모임에도 순간 내비치는 서늘한 눈빛에 기자들은 괜히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렸다.순식간에 무거워진 분위기를 푼 건 바로 신주리였다.“스캔들은 제 개인 프라이버시입니다. 오늘의 발표회와는 무관하니 기자 여러분들도 저 신주리가 아닌 작품 자체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하지만 그녀의 말에 기자들은 오히려 눈을 반짝였다.해명을 하라고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얹지 않다니. 그렇다는 건 설마...기자들의 카메라 렌즈가 알게 모르게 vip석 첫줄에 앉은 육경서에게로 향했다.기자회견 주제가 왠지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자 알렉스가 입을 열었다.“저는 여러분들이 저희 신작 컨셉이 왜 미리 발표되었는지 궁금할 줄 알았는데요.”!!특종만을 원하는 기자들이 물론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왠지 강유리의 포스에 눌려 말을 못 꺼내고 있었는데 이렇게 먼저 물꼬를 틀 줄이야.그리고 애초에 이렇게 놀라운 작품에 ‘표절’이라는 단어를 들이미는 자체가 어불성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네, 먼저 말씀을 꺼내주시니 묻겠습니다. 추연화 씨의 신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기자의 질문에 알렉스가 대답했다.“조잡한 모방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조잡한 모방.일말의 포장도 없는 직격타는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기자들이 타이틀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었고 네티즌들의 반응 역시 엄청났다.“역시 최고의 디자이너답네. 건방진데 멋져...”“세계적인 디자이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국내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하는 건데 이렇게 나와도 괜찮은 거야?”“뭐야. 추연화 쪽에서 먼저 컨셉을 발표한 거 아니었어? 뭐 방귀 뀐 놈이 성낸다
“...”알렉스를 흘겨보던 도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애초에 기자회견장에 알렉스를 데리고 가는 게 아니었는데 싶었다.‘저 입을 꿰매버리든가 해야지.’“지금 당신 때문에 우리 입장이 완전 불리해진 거 알기나 해?”솔직히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 알렉스였지만 일단 와이프가 화난 모습이니 최대한 성의있는 표정을 지어보였다.“그럼 내가 어떻게 할까? 내가 저 댓글들 다 지워버릴까?”‘하이고, 말은 쉽지.’하지만 어렵긴 해도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으므로 도희가 강유리를 돌아보았다.“어떻게 생각해?”반면, 다른 사람들과 달리 여유로운 표정의 강유리는 손에 든 펜을 빙글빙글 돌리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댓글들 좀 봐. 작품에 대한 얘기는 하나도 없고 추연화가 선배인데 예의가 없다는둥, 해외 기반 브랜드가 왜 이렇게 건방지냐는둥 얘기뿐이야.”“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합심해서 세마라는 외부인을 배척하고 싶은 거지.”이렇게까지 부정적인 여론이 압도적인 건 분명 누군가 의도한 것이라고 강유리는 생각했다.그리고 포털 사이트를 다시 확인한 도희는 성신영에 대한 추문과 영상이 전부 내려갔음을 발견했다.“저쪽에서 일부러 이쪽으로 여론을 몰고 갔다는 뜻이야?”강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고정남이 아직 성신영을 완전히 버린 건 아닌 모양이야.”‘지키는 건 좋은데 적어도 날 방패막으로 쓰진 말았어야지.’이때 뭔가 떠올린 강유리는 부리나케 육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끼어들지 마!]이유는 알 수 없지만 왠지 육시준이 고정남의 이번 행동만큼은 꽤 응원하는 것 같은 느낌은 받은 강유리였다.‘성신영이 그쪽 집안에서 하루빨리 자리잡길 바라는 눈치란 말이야. 도대체 왜?’마침 육시준도 휴대폰을 보고 있었는지 바로 답장이 도착했다.[? 무슨 소리야?]휴대폰을 내려놓은 강유리가 미간 사이를 꾹꾹 눌렀다.‘아, 아직 삐진 상태였지.’강유리의 표정 변화를 눈치챈 알렉스는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나, 나도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어. 솔직히 조잡한
회의실에 덩그러니 남겨진 사람들은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도희가 조심스레 물었다.“쟤... 설마 고정남 대표 암살하러 간 건 아니겠지?”“그건 아닐 거야. 아까 훔쳐봤는데 남편한테 문자 보내던데?”신주리가 어깨를 으쓱했다.“그런데 왜 남편이 장애물이라는 거야?”“뭐 기껏해야 사랑싸움이나 하셨겠지....한편, LK그룹 회의실.세마 불매운동으로까지 불거진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긴급 회의가 가열차게 진행대던 그때.휴대폰을 들여다 보던 육시준이 문득 입을 열었다.“일단 세마 스튜디오의 반응부터 지켜보죠.”“???”회의실 테이블을 채운 홍보팀 직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LK그룹과 세마가 콜라보를 앞두고 있는 지금, 세마 스튜디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LK를 향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아침 일찍 불러 회의를 할 때는 언제고 솔루션 몇 가지를 제시한 지금, 갑자기 기다리자니.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건가 싶었다.그리고 휴대폰 벨소리까지 울리고 의아함 가득한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육시준은 여유롭게 육시준은 회의실을 나섰다.해명 한마디 없이 대표가 사라지니 직원들의 시선은 그의 비서인 임강준이게로 향했다.하지만 임강준 역시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그래도 겉으로는 짐짓 담담한 척 입을 열었다.“대표님 말씀대로 일단 세마 스튜디오의 반응에 따라 협조하는 걸로 하죠.”“누구와 연락해야 하죠? 세마 스튜디오는 워낙 신비주의라...”“유강 엔터 측 직원들에게 컨택하면 될 겁니다.”같은 시각, 사무실로 들어선 육시준이 넥타이를 풀어헤쳤다.“여보?”수화기 저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육시준의 손이 살짝 떨려왔다.“뭔데.”“저녁에 뭐 먹고 싶어? 내가 해줄... 아니, 내가 사줄게.”강유리의 달콤한 목소리에도 육시준의 반응은 꽤 차가웠다.“나 야근할 거야.”“괜찮아. 내가 기다리면 되지 뭐. 아니다. 그냥 내가 지금 회사로 갈까?”강유리가 먼저 화해의 손길을 청하니 육시준의 목소리 역시 훨씬 더 부드러워졌다.“
강유리의 말에 육시준은 잠깐 침묵을 유지했다.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가 막혀서였다.‘내가 정말 제 명에 못 살지...’깊은 한숨을 내쉰 육시준이 물었다.“내가 개입 안 하면 네 힘으로 해결할 순 있고?”“당연하지.”잠시 후 통화를 마친 육시준이 임강준을 호출했다.“홍보팀한테 이번 일에 간섭하지 말라고 전해요. 세마 스튜디와의 콜라보는 계속 추진하고요.”“예?”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임강준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오랫동안 육시준의 곁을 지키며 다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이 사람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반응은 그의 예상을 아득히 넘어선 것이었다.“왜요? 다들 이 일 말고 할거 없나 봐요? 그렇게 한가한가? 스타디움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죠? 부동산 프로젝트 진전은요?”“큼, 바로 전달하겠습니다.”일 폭탄이 쏟아질 것만 같은 예감에 깔끔하게 물러선 임강준은 도망치 듯 사무실을 나섰다.‘보나마나 사모님이 간섭하지 말라고 하신 거겠지. 하여간... 팔불출.’그리고 임강준은 바로 홍보팀 팀장에게 연락했다.“네, 세마 스튜디오아의 콜라보만 추진하시고... 유강엔터 측과는 굳이 연락할 필요 없으실 것 같습니다.”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던 임강준은 최대한 돌려돌려 표현해보았다.“아, 네. 사모님께서 최대한 조용히 해결하길 바라시는 거죠?”역시 오랜 회사생활로 잔뼈가 굵은 홍보팀 팀장 역시 바로 그의 뜻을 간파했다....한편, 통화를 마친 강유리는 뭔가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혔다.‘뭐지? 왠지 더 화가 난 것 같단 말이야. 내 요구가 그렇게 과분한 건가?’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강유리는 다시 회의실로 돌아왔다.그 사이에 알렉스는 빠르게 이미 삭제된 영상을 다시 업로드한 상태였지만 도희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고성그룹의 개입이 있어서인지 부정적인 댓글을 삭제하는 것에 꽤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쏠린 지금 추연화가 SNS에 글을 업로드했다.[창작은 자유입니다
추연화가 올린 글을 자세히 살펴보던 기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긴 하네요. 솔직히 아티스트들 사이에 표절이라는 건 꽤 민감한 문제잖아요. 이렇게까지 너그럽게 나오는 게 좀 수상하긴 하네요. 그럼, 이젠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글쎄요.”강유리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세마에 대한 악플이 한국에서 당장 나가라는 수준에 이르렀을 무렵.세마 스튜디오 역시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창작은 자유라는 말, 저희 측도 동의합니다만. 다른 아티스트의 심혈이 담긴 아이디어를 훔치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던 것은 결코 이 일을 그냥 넘기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이번 사태 끝까지 파고들고 잘잘못을 따져 모두가 인정할만한 결론을 보여드릴 예정이니 진실이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세마 스튜디오의 당당한 입장이 발표되자 무분별한 악플 공격에 괜히 주눅이 들었던 팬들 역시 조금씩 응원의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그래. 이번 기회에 세마에게 불의를 못 참는 다혈질 이미지를 입혀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이런저런 일을 처리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 10시.시간을 확인한 강유리가 중얼거렸다.“저녁은 내가 사기로 했는데 같이 먹을 수나 있으려나...”사무실을 나선 강유리가 임강준에게 문자를 보냈다.[대표님 퇴근하셨나요?]...몇 분이 흘러도 묵묵부답.“흠, 아직 퇴근 전이란 말이지?”결론을 얻은 강유리는 바로 LK그룹으로 향했다.겨울밤의 연기에 몽롱한 거리를 길가의 가로등이 비추었다.그런데 당당하게 건물로 들어서는 그녀를 인포 직원이 막아섰다.그 동안은 육시준이 직접 그녀를 에스코트한데다 신입 직원이라 아직 그녀의 얼굴을 모르는 모양이었다.“죄송합니다. 대표님과 만나시려면 미리 예약을 하셔야 합니다.”“아, 대표님한테 직접 전화 좀 해주실래요?”하지만 직원은 여전히 사무적인 미소로 응했다.“지금 회의 중이시라서요. 그리고 매일 육시준 대표님을 무작정 찾아오시는 손님들이 꽤 됩니다. 그때마다 대표
‘저번에 사무실에서 마주쳤던 게 단순히 우연이 아니었던 거야?’그리고 그때, 고주영의 친절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유리 씨, 나랑 같이 올라갈래요?”정작 와이프인 그녀가 문전박대 당하는 이 상황이 상당히 불쾌했지만 강유리는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아니에요. 남편이 내려올 거라.”그저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것이라는 걸 눈치챈 건지 고주영은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뒤 엘리베이터로 향했다.바로 그때, 인포 직원이 그녀를 다시 불러세웠다.“잠깐만요, 주영님.”“아, 괜찮아요. 내가 알아서 올라갈게요.”이에 직원은 난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아, 그게 아니라... 주영님, 지금 올라가실 수 없습니다.”그녀의 말 한 마디에 고주영의 얼굴에는 의아함이 깃들고 강유리의 입가에는 미소가 실렸다.‘뭐야. 상황이 재밌게 돌아가고 있잖아?’“그게... 주영님께서 저희 회사 블랙리스트라는 게 방금 전에 확인이 돼서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사무실로 들이지 말라는 대표님의 분부가 있었습니다...”누가 들어도 기분 나쁠 만한 말이었으므로 고주영의 눈치를 살피던 직원의 목소리는 점점 기어들어갔다.‘뭐? 블랙리스트?’고주영의 우아한 미소가 무너지고 강유리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역시, 우리 남편이라니까. 이따 보면 뽀뽀 백 번 해줘야지.’쌤통이라는 표정이 그대로 표정에 드러난 건지 고주영이 꽤 까칠한 목소리로 물었다.“유리 씨, 남편분은 언제 오시는 거죠?”“글쎄요. 그리고 얘기 들어보니까 지금 남편이 내려온다고 해도 주영 씨가 들어가는 건 힘들 것 같은데요.”“지금 오해를 하신 것 같은데 저 육시준 대표님한테 할 말이 있어서 온 겁니다. 오늘 안 만나주신다면 내일, 모레 계속 다시 올 거예요. 그런데...”고주영이 한 발 앞으로 다가섰다.“그런데 유리 씨도 이렇게 문전박대 당하실 줄은 몰랐네요. 사람들 앞에서는 그렇게 사이 좋은 커플인 척하더니 결국 쇼윈도였나 봐요? 그러니까... 사람은 주제를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말을 마친 강유리는 바로 엘리베이터로 향하려다 발걸음을 멈추고 인포 직원을 향해 물었다.“이분 따라 올라가도 되는 거죠?”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건지 눈동자만 다급하게 돌리던 직원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물, 물론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아니에요. 메뉴얼대로 아주 잘해줬어요.”직원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준 강유리가 엘리베이터에 들어섰다.잠시 후.고개를 돌린 강유리가 문기준을 훑어보았다.“요즘 뭔가 이상한데요?”순간 뜨끔하던 문기준이 최대한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아, 사모님이 불편해 하시는 것 같아 멀리서 지켜보느라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아니요.”강유리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아까 저 따라온 거 아니었잖아요?”방금 전뿐만이 아니었다. 문기준이 그녀 주위를 지키지 않은 게 벌써 며칠째. 주위에 그녀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가려내지 못할 정도로 무딘 성격은 아닌지라 강유리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고주영 따라다니는 거예요?”강유리가 눈을 가늘게 떠보였다.“저번에 고성그룹에 대해 조사한다고 했는데... 그래서 그쪽을 지켜보고 있는 건가요?”“...”평소에는 그렇게 털털한 사람이 이럴 땐 왜 이렇게 예리한 건지.육시준이 맡긴 임무의 내용은 절대 유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지만...‘죄송합니다, 대표님. 전 할만큼 했습니다.’“네. 고정남 대표를 지켜보고 있습니다.”문기준이 최대한 간략하게 말했다.“그래서. 성과는요?”“있지만 육시준 대표님께서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아...”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에 강유리는 말끝을 흐렸다.‘역시 성신영이 고성그룹에서 자리를 잡길 바라는 건가?’대화를 나누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강유리가 먼저 나간 뒤에야 문기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직 회의 중인 육시준 대신 그녀를 사무실로 안내한 임강준이 물었다.“혹시 식사하셨습니까?”“대표님은 드셨어요?”“아니요.”‘도대체 두 분이서 무슨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