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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작가: 노혜아
육시준은 단정해진 그녀의 태도를 보고서 그제서야 만족했다.

입을 막 열려던 순간, 주청모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 “당신들 그렇게 하루 종일 속닥거리기나 하고, 도대체 할 거예요 말 거예요?”

그는 한 번도 이렇게 무시당한 적이 없었다.

이 여자는 밀당이 너무 지나쳐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녀가 진짜 신경 쓰지 않는 줄 알 것이다.

“당연히 해야지.”

육시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 “근데 이 사람이랑 하려면 나부터 이기고 가.”

그의 이 말 한마디가 주변을 모두 고요하게 만들었다.

많은 여자 팬들이 소문을 듣고 눈을 빛내면서 와서는 주청모만 보고 있어서, 클럽에 이렇게 시선을 빼앗는 멋진 오빠가 있는 줄 모르고 있었다.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도 고상했다.

주청모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희롱하는 눈빛으로 그를 한 번 훑더니 강유리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저 사람이랑 먼저 하라고요? 먼저 말해두는데, 오늘 나 주청모의 상대는 딱 한 명이에요. 저 사람과의 경기 결과가 당신의 결과라고요.”

그는 그들만의 라운드에 협조할 마음이 없었다.

그의 오늘 목적은 이번 경기를 이기는 것이었다.

강유리는 입꼬리를 꿈틀거리며 고개를 돌려 육시준의 옆모습을 보았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감히 상의도 없이......

“두 번째야. 외간 남자가 내 머리끝까지 밟고 올라가는데, 내가 계속 손 놓고 있을 것 같아?” 육시준의 대충 둘러댄 말은 그녀에게 하는 대답이었다.

행운의 남신이고 뭐고 그는 아무 관심도 없었다.

처음엔 연예계 꽃미남이라며 무슨 말이든 다 잘 듣고, 더 질척거리고, 그녀가 기혼자라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불만이었지만, 그냥 우스갯소리로 넘겼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주인환 이 사람 아들은 굉장히 오만방자하다. 분명 그가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도전을 하다니! 그렇다면 당연히 쉽게 놓아주지는 않을 것이다.

강유리는 어이없는 얼굴을 하고 걱정되는 목소리를 숨기며 말했다. “여보, 이 경기 그냥 장난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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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유리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돈 태우기 인가?그녀는 뭔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옆자리의 남자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먼저 선수쳤다. “똑바로 앉아.”마침 차가 가파른 급커브에 도착해, 육시준은 속도를 거의 줄이지 않고 핸들을 세게 돌려, 뒷바퀴가 바닥과 빠른 속도로 마찰되어 불꽃이 튀었다.강유리는 너무 갑작스러운 탓에 몸이 운전석으로 기울었고, 머리가 육시준의 품속에 파묻혔다.그녀는 명치를 계기판에 부딪혀 아파서 이를 악물고 험한 말을 뱉으려 했다.이때, 큰 손이 살짝 뻗어져 나와 우아하게 그녀의 머리를 받치고 다시 밀어 보냈다.“착하지, 네가 이러니까 내가 안심하고 추월을 할 수가 없잖아.”“???”자기가 못 해놓고 왜 나한테 뒤집어 씌여?강유리는 다시 똑바로 앉아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보았다.육시준은 여전히 앞을 주시하고 있었고, 차가운 옆모습과 자연스럽게 핸들에 얹은 손은 마치 뒤처진 것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그들은 앞 차와 계속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고, 거리를 벌리지도, 추월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주청모에게는 익숙한 코스였기 때문에, 매끄럽고 멋있게 조종을 하며 그들을 압박해, 그들에게 추월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전반 코스의 줄다리기가 빠르게 끝났다.육시준은 천천히 속도를 끌어올렸다. 커브길뿐만 아니라, 직선 도로에서도 추월을 시도했다.두 차는 거의 어깨를 나란히 했다. 주청모는 백미러로 따라오는 차를 보며 입꼬리를 올리고는 핸들을 살짝 옆으로 틀었다.충돌을 피하기 위해 육시준은 브레이크를 밟았고, 쉽게 뒤처졌다.“난 또 얼마나 대단하다고, 이 정도 깡다구도 없다니.” 그의 목소리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조수석의 여자는 그의 이런 행동에 놀라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들려온 그의 말에 애교를 부리며 맞장구를 쳤다.“그러니까요! 이 남자는 갑자기 어디에서 나타나서 감히 우리 주 도련님한테......”“그렇게 반반한 남자를 모른다고요?” 주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474화

    그녀의 의아하다는 눈빛에, 육시준은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여 엑셀을 계속 밟았다.힘이 빠진 듯 보였던 부가티 베이론은 천천히 속도를 올리며 다시 앞 차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이번엔 뭔가 달랐다. 그는 앞차에게 대비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기선을 제압하고 주청모가 방금 사용했던 방법과 똑같이 그 차에 가까이 다가갔다.게다가 그는 주청모보다 훨씬 위험해 보였다.차가 그들과 계속 가까워지고 있었다......주청모는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어 보이는 그의 운전에 놀라, 거의 무의식적으로 핸들을 반대쪽으로 틀었고, 빠르게 그들에게서 멀어져 갔다.그리고 바로 이때, 육시준은 다시 속도를 올려, 아슬아슬하게 차선을 바꿔 앞으로 치고 나왔다.주청모는 숨도 고르기 전에 놀라서 브레이크를 밟았고, 입에서는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 “ㅅㅂ!”결승점.환호성이 하늘을 찌르며 예상했던 승자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하지만 가장 빨리 들어온 차를 보고 모든 사람들이 멍해졌다. 환호성도 작아져, 숨 막히는 어색함이 맴돌았다.그러니까, 주 도련님이 졌다고?전문 수준의 기술을 가진 사람이 친선 경기에서 졌다고?게다가 이름도 모를 신인한테?시함에서 진 것보다 아까 주청모가 사람들 앞에서 그 여자에 대한 관심을 인정했던 것이 비참한 것이었다. 이제 체면까지 구겼다.정말 대단한 수치였다! 누군가는 주청모가 창피할 것을 생각하고 있겠지만, 진정한 마니아들은 경기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심지어 어떤 사람은 육시준에게 반해 환승까지 했다. 환호성이 잠시 멈췄다가 다시 울려 퍼졌다.운전석 문이 열리고 남자의 긴 다리가 차에서 나와, 차 앞을 돌아가 조수석의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었다.강유리는 아직 멍한 표정을 하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육시준은 차 문에 손을 얹고 허리를 굽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온 세상에서 다 져도, 이 경기는 못 져. 그러니까 신체 포기 각서 생각은 안 해도 돼.”빛과 그림자가 만나 주위는 한순간에 고요해졌다.심판이 승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475화

    그는 목소리를 키워 외쳤다. “다시 날 잡고 한 판 더 해요!”그는 주청모를 반드시 사람을 만들어 놓으리라 결심했다.강유리는 그의 목소리에 놀라 관중을 의식하며 뒤로 한발 물러나서 부자연스럽게 머리를 만졌다.육시준은 뒤로 물러나는 품 안의 여자를 보며 다시 시선을 주청모에게 돌렸다. 욕망의 눈빛이 차갑게 물들었다.“나랑 붙을 자격이 있어?”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말과 동시에 강유리의 옷을 여며주면서 아주 소유욕 가득한 포즈로 다시 품 안에 안았다.주청모는 화가 나서 말했다. “내가 자격이 없다고요? 당신들 아무나 붙잡고 나 주청모가 누군지 물어봐요!방금 경기는 당신이 저 여자 대신한 거죠? 다음 경기는 제가 당신한테 기회를 드릴게요! 이기면 조건은 당신이 걸어요, 남자라면 시원시원하게 해야죠!”“이 사람 말은 당신은 이미 졌으니까 더 이상 경기를 할 자격이 없다는 뜻이에요.” 강유리가 한마디 거들어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을 했다.주청모, “......”강유리는 이어서 이야기했다. “주 도련님 아까 내기할 때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는데 떼먹으시려고요?”주청모는 얼굴이 빨개져 말했다. “더러운 여자, 당장 그만두지 못해? 당신이 이렇게 기세등등해봤자 얻는 건 내 사람들이지, 내 마음은 아니야!내가 말해두는데, 당신이 찾아온 이 기생오라비 같은 남자 꼭 기억해두겠어! 절대로 용서 못 해!”“개자식! 너 지금 감히 누구한테 그딴 말을 하는 거야!” 사람들 틈에서 굉장히 화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사람들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한 4-50대의 중년 남자가 클럽과는 어울리지 않는 정장에 구두를 신고 화가 가득한 얼굴로 말하고 있었다.주청모는 이 사람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고 말했다. “아빠, 여긴 왜 왔어? 내가 말했잖아......”“닥쳐! 내가 사고 치지 말랬잖아, 넌 꼭 안 들어! 친선 경기는 무슨, 네가 육회장님을 용서 못 하긴, 네가 아주 죽고 싶은 거지? 네 아비까지 매장시키려고!”주인환이 달려와서 뺨을 내리치고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476화

    다른 뜻이라는 말에 포함된 내용은 많았다. 예를 들면 그에게 도발한 것, 예의 없이 대한 것, 그의 여자를 탐낸 것들이 있다. 주인환은 정확히 설명할 용기가 안 나, 말끝을 흐리며 매서운 눈으로 주청모를 노려보기만 하였다 주청모는 소파에 웅크리고 화를 내며 불만이 많았지만 얘기할 수 없어, 스스로 입을 다물었다.육시준의 굴곡이 또렷한 손가락이 찻잔을 집어 들어 차를 한입 마셨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주인환은 속으로 긴장하며 고개를 돌려 부탁하는 눈빛으로 고우진을 바라보았다.어쨌든 아들의 친구이니, 고씨 가문의 유명세를 봐서라도 육시준이 체면을 살려주길 바랄 뿐이었다.고우신은 잠시 침묵하고 입을 열었다. “육회장님, 이번 일은 결국 제 잘못입니다. 제가 회장님의 신분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탓이죠.”“모르는 사람을 탓하는 것이 아닙니다. 괜찮아요.” 육시준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주인환은 잠시 멍해졌다. 역시 고씨 가문의 힘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제 막 입을 열려던 찰나에 육시준이 말을 이었다. “게다가 이건 마음대로 진행한 경기인데, 제 아내가 응했으니, 따질 도리가 없죠.”고우신도 의아했다. 전설의 정 없기로 유명한 육회장이 갑자기 이렇게 인정 넘치다니?“육회장님은 역시 대범하시네요. 저희가 이번엔 경솔했으니 제가 다음에 한 턱 쏘겠습니다.그리고 다시 한번 클럽을 대표해서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는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사죄를 올렸다. 육시준은 얇은 입술을 살짝 움직였다. 차갑고 담담한 목소리였다.“괜찮습니다. 경기마다 규칙이 있는 법이죠. 제가 경기에서 이겼으니, 주 도련님만 약속을 지키시면 됩니다.”고우신, “......”주인환, “!!!”두 사람은 각자 다른 마음으로 고개를 돌려 주청모를 보았다.주청모는 마침 불쌍하게 소파에 웅크리고 있었고, 얼굴에 든 멍을 문지르다가 이 말을 듣고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믿을 수 없다는 듯 육시준에게 말했다. “당신들 꼭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477화

    강유리가 정신을 차리고 그의 주변을 보며 말했다. “바쁜 건 다 끝났어?”육시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맑고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런 결과가 별로 마음에 안 드나 보네?”그의 말에 강유리는 잠시 당황했다가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전에는 네 실력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어.”육시준이 물었다. “이제는 알았어?”“레이싱 선수는 팬이 많거든, 저기 좀 봐봐.” 강유리는 입술을 오므리고 턱 끝으로 살짝 가리키며 그에게 말했다. “저기 다 네 새로운 팬이야. 지금 다 훔쳐보고 있어.”“......”육시준은 그녀를 보면서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말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그냥 단순히 궁금한 거야. 내 남편이 이렇게 능력이 좋고, 잘 생겼는데, 예전에 레이싱 할 때 연애 스토리는 없어?” 강유리가 장난 반 진심 반 농담을 던졌다.육시준은 어이가 없었다. “연애 스토리?”강유리가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더니 더 직설적으로 물었다. “아, 그러니까 한밤중에 누군가 창문을 넘어서 너랑 같이 자고 그런 연애 스토리.”남자는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고, 생각이 잠시 그 민망하고 애매했던 밤으로 돌아갔다.레이싱계의 몇몇 경기에서는 원래 사방이 호르몬이고, 격정과 알코올 냄새가 섞여 있다. 그의 행적이 드러나자, 남자들은 그를 속였다.그날 밤 그는 사기꾼에게 놀아났고, 갑자기 그의 방에 들어온 여자가 그에게 치명적인 매력을 느꼈다.그가 여자에게 깊은 흥미를 갖게 된 것이 그때가 처음이었다.하지만 그녀는 도망갔다.해외에서 그의 세력은 비록 국내보다는 떨어지긴 했지만, 사람 한 명 찾는 일은 간단한 일이었다.하지만 그는 그 뒤로 주 전체를 뒤졌지만, 그 여자의 흔적을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나중에 강유리를 만나, 이 먹물 같은 기억은 서서히 잊혔다.지난번에 생각났을 때에도, 역시 그녀가 다른 사람을 좋아해 본 적이 있냐는 물음 때문이었다.그녀가 지금 또 얘기를 꺼낸다는 것은......“질투하는거야?”육시준이 귀엽다는 듯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478화

    다행히도 그가 아니었다! 강유리는 그제서야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우신이 술잔을 들고 와 육시준과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육회장님, 이 분께는 아가씨라고 불러야 할까요 사모님이라고 불러야 할까요?”그는 웃는 듯 마는 듯하며 강유리를 보고 있었다. 이미 그들의 관계를 알고 있는 듯했다.강유리는 눈을 치켜뜨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강유리라고 부르시면 돼요.”앞에 있는 이 남자에게 왠지 모를 친근감이 들었다.그녀는 아마 오랜 연예계 생활로, 외모가 뛰어난 남자와 여자들에게 느끼는 익숙함이라고 생각했다.고우신은 그녀에게 아주 열정적이었다. 두 사람은 생활부터 취미까지 대화가 아주 잘 통했다.“주청모가 나쁜 애는 아니에요. 입이 좀 방정이어서 그렇지. 똑같이 행동하지 마세요.” 고우신이 아주 서투르게 이 주제를 꺼냈다.강유리는 체면을 지키고자, 친절하고 유순한 모습은 거두고, 육시준의 팔을 안으며 말했다.“여보, 주 도련님이 너무하긴 했지만, 친구도 이렇게 쌤통이라고 하는 거 봐봐.”고우신, “......”그가 이렇게 말했던가?그가 하려던 게 혹시 부탁하려는 것은 아니었을까?육시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고우신을 훑어 모든 것을 꿰뚫어 봤다.고우신은 분명 똑똑한 사람이니, 강유리가 주청모를 위해 부탁할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가 미처 몰랐던 것은 그 집 여자가 잘생긴 남자에게 호감을 느낀 것은 잡담할 때뿐이었다.“응, 고씨 도련님이 현명하시네.”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강유리의 말을 긍정했다.고우신은 눈꼬리를 찡그리며 이때 이 주제에 매달려도 효과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화제를 렸다. “육회장님 오늘 친선경기 때문에 오신 건 아니시죠?”육시준은 아무렇게나 핑계를 댔다. “유리가 당신 팬이라서 당신 경기 보러 온 거예요.”강유리, “???”그녀는 놀란 눈으로 육시준을 흘끗 보았다.고개를 돌려 고우신을 보니, 팬을 대하는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고 씨 도련님이 레이싱 경기에서 나오는 그런 침착한 눈빛, 숙련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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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쪽에서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상대방도 자신만큼 놀란 모습을 상상하며 육경서는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었다.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송미연은 놀랐지만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유리 찾으러 갔어? 프로그램을 녹화한다며 왜 그들을 찾으러 갔어? 거기는 시간이 아직 이르지 않아? 이맘때면 유리는 잠을 잘 자지도 못했을 건데...”송미연은 육경서가 철이 없이 강유리가 잘 쉬지 못하게 방해한다고 한바탕 야단을 쳤다.그러나 그녀의 말은 한 가지 중요한 소식을 알렸다.“진작 알고 있었어요?”“물론이지!”송미연은 자랑스럽게 말했다.“며느리가 임신했는데 이렇게 큰 소식을 어떻게 바로 나에게 알려주지 않을 수 있겠어? 경고하는데 너무 떠들지 마. 네 형수님을 화나게 하면 안 돼! 그냥 녹화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 주리가 널 용서했어? 왜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의 가십거리를 알아내려고 해! 이번에 돌아와서 주리의 용서를 받지 못한다면 넌 아예 돌아오지도 마!”...화제가 자신을 욕하는 방향으로 변해버리자 육경서의 열정은 순식간에 식어버렸고 목소리도 누그러들어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알았어요. 알았어요. 제가 원한 줄 아세요? 이것도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잖아요...”“뭐가 어쩔 수 없다는 거야? 모두 네가 자초한 거잖아! 쌤통이야!”“...”“섬에서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넌 주리를 잘 돌봐야 해. 난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을 살펴보고 있을 테니 넌 주리 괴롭히지 마.”송미연이 또 당부했다.육경서는 머뭇거리다가 정색해서 대답했다.“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송미연은 또 몇 마디 더 당부한 후 전화를 끊었다.육경서는 어두워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잘됐어. 아빠 엄마가 다 주리를 좋아하니 나중에 언제든지 주리는 억울함 당하는 일이 없을 거야. 적어도 내가 있는 한 억울함 당하지 않을 거야...”...점심은 빌라의 셰프가 만든 영양식이다. 맛은 좋지만 오래 먹으면 질릴 수 있어 강유리는 이 음식을 보며 저도 모르게 한숨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7화

    그러나 앉은 자리가 아직 따뜻해지기도 전에 육경서는 흥분된 듯 바로 일어나 소리쳤다. “뭐? 임신했다고?” 바론 공작은 짜증 섞인 눈길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목소리 좀 낮춰. 뭘 그렇게 놀라!” 그는 지금까지는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사실 소식을 들었을 땐 당황하고 흥분했던 걸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육경서는 입을 막으며 어색하게 다시 앉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반짝이며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드러났다. ‘나 이제 삼촌 된다! 삼촌 된다!’ “의사가 말하기를 첫 3개월은 불안정하니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도 이 소식을 공개하지 말고 태아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자고 하셨다.” 바론 공작은 드물게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 그는 그 말을 끝내며 신주리를 한번 훑어봤다. “그래서 나는 유리를 위해 사람들을 안배해 가까이서 돌보게 한 거다.” 그의 시선을 느낀 신주리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공작을 한 번 보고 다시 눈을 내리깔며 강유리의 아랫배를 바라봤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마치 한번 만져보고 싶은 듯했지만 참았다. 그녀의 눈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고 육경서와 같이 흥분과 기쁨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강유리의 아랫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이 안에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는 거야?” “맞아.” 강유리가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신주리는 표정은 진지했지만 눈 속에 담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만져봐도 돼?” 육경서도 순간 정신을 차리며 손을 내밀었다. “나도...” “안 돼!” “안 돼!” 두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차갑게 외쳤다. 그들의 무리한 요구를 바로 거절했다. 강유리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두 남자를 쳐다봤다. 그녀는 그들에게 체면을 차리지 않았고 대신 신주리에게만 속삭였다. “조금 있다가 방에 들어가면 만져도 돼.” 육시준과 바론 공작은 동시에 얼어붙었다. ‘우리가 안 들릴 거라고 생각하나?’ 육경서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강유리를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6화

    육경서는 얼굴에 기쁨이 가득한 채 입을 열려던 순간 정원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그 사람은 유창한 한국어로 두 사람에게 따뜻하게 인사했다. “이쪽이 둘째 도련님이랑 신주리 씨 맞으시죠? 강유리 아가씨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 부탁드려요.” 신주리가 부드럽고 예의 있게 대답했다. 육경서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 왜 이렇게 때맞춰 나타나는 거지? 다른 때는 왜 안 오고, 바로 이때 오냐고!’ “잠깐만요. 저희 형수 말고 일단 먼저 빌라를 둘러보고 싶어요!” 그가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안내하는 집사를 붙잡았다. 집사는 그의 눈을 한 번 쳐다본 뒤 다소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멈췄다. 신주리는 미소를 띤 채 침착하게 말했다. “미안해요. 낯을 가려서 그래요.” 육경서는 혼란스러웠다. ‘이게 무슨 말이야? 내가 낯을 가린다고? 왜 그렇게 갑자기...’ 집사는 이해한 듯 웃으며 공작님도 그들의 방문을 매우 기쁘게 생각해 오늘 특별히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육경서는 그 한마디도 제대로 듣지 않았고 눈앞의 신주리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주리는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야? 너무 쉽게 대답해서 다시 부정하려는 건가?’ 그들이 정원으로 들어섰고 이곳은 여전히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였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쪽에서 차와 다과가 준비된 작은 테이블이 보였다. 강유리는 햇볕을 가린 파라솔 아래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육시준이 전화를 끊고 있었다. 바론 공작이 불만을 표하며 입을 열었다. “하루 종일 그 전화기 들고 있으면 안 돼! 그렇게 바빠? 전자기기 방사선이 얼마나 해로운지 알지? 의사 선생님이 말했잖아. 첫 세 달은 불안정하다고, 푹 쉬어야 한다고!” 육시준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지난달에 돌아갔으면 이미 처리했을 일인데요.” 바론 공작은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스쳤다. “일이라는 게 끝날 수 있나? 돌아가면 내 딸과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 있을까 몰라!” 육시준이 말하려던 순간 강유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5화

    감독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강하게 반박하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규정에 따르면 녹화 중에는 제작진 팀을 이탈하면 안 됩니다.” 역시나 신주리는 가볍게 되물었다. “녹화 시작할 때 그런 규정은 없었잖아요? 갑자기 추가된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이...” “그럼 우리를 일부러 견제하려는 건가요? 그럼 그냥 프로그램 안 하면 되죠?” 감독은 말문이 막혔다. 사실 첫 번째 시즌에서 육경서가 사고를 당한 이후로 그는 이미 이 두 사람에게 꼼짝 못 하고 있었다. 조건을 협상하든 규칙을 정하든 이 둘이 하겠다고 하면 다행이고 안 하겠다고 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판이었다. 결국 이를 악물고 그는 포기했다. “알겠어요, 알겠어! 두 분 다 제가 졌습니다! 하지만 어디 가든 꼭 행선지를 알려주시고 제작진 팀에서 두 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걱정 마세요. 너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점심 먹고 바로 돌아올게요!” 신주리가 대범하게 말했다. ‘점심도 먹고 온다고?’ 하지만 그가 불만을 표현하기도 전에 두 사람은 이미 유유히 그의 앞을 지나쳐 나가버렸다.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감독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강 대표님, 경서 씨랑 주리 씨가 지금 강 대표님을 만나러 갑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효과를 위해서 행선지에 대한 건 절대 발설하시면 안 됩니다!” 감독이 진지하게 말했다. 강유리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만약 제가 발설하면요?” 감독은 순간 당황했다. 그는 이런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이건 우리 회사의 프로그램 아니었나? 이렇게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는 거야? 시청률이 안 오르면 강 대표님에게도 손해 아닌가?’ 감독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든 이 대형 회사를 설득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강유리는 그의 말을 끊으며 다시 말했다. “농담이에요. 발설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감독은 긴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4화

    비행기에 오를 때 각자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고 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이미 다음 날 새벽이었다. 제작진 팀은 미리 준비한 차를 타고 그들을 예약된 호텔로 보냈다. 해변가에 위치한 경치가 아름다운 5성급 호텔이었다. 모두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제작진 팀 정말 큰돈 쓴 거네! 이게 진짜 여행 같아!” “그렇지. 갑작스러운 느낌도 있지만 일정은 꽤 합리적이네!” “응, 또 감사한 건 처음에 우리 주리랑 경서에게 그 사건이 터진 후로 대우가 점점 더 좋아졌다는 거야. 그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얻은 거라니까!” 모두가 웃으며 체크인 절차를 마쳤다. 그때 감독 팀에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밤은 여기서 쉬고 내일은 섬으로 갑니다.” 모두들 당황했다. ‘그래서 목적지는 여기가 아닌가?’ “목적지는 반대편에 있는 작은 관광 섬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관광업이 급성장했습니다. 얼마 전 이 섬의 소유자가 바뀌어서 다시 한번 큰 화제를 일으켰죠.” 감독이 그렇게 말하자 신주리는 점점 더 익숙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바론 공작이 유리에게 선물한 섬이죠?”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육경서는 감탄하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우리 형수를 설득했어요?” 감독 팀은 미소를 지으며 답하지 않았다. 실시간 채팅창에서는 감탄이 이어졌다. [유리 언니가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진짜 대규모로 투자한 거네!] [하하하, 유리 언니가 투자한 건 아니야. 그냥 완전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 덕분에 도련님과 미래의 동서가 혜택을 보는 거고!” “나도 섬 주인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유리 언니 우정 출연할지 궁금하다!” 아침 식사 후 모두 방으로 돌아가 시차를 맞추기 위해 잠을 청했다. 카메라는 잠시 쉬어갔다. 신주리는 비행기에서 잠깐 눈을 붙였기에 이제는 전혀 졸리지 않았다. 그녀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호텔 방을 몰래 빠져나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3화

    심지어 원피스까지 캐리어 하나에 다 준비해 놨다. “안 믿을지 몰라도 내가 쇼핑 리스트까지 작성했어. 엄마한테도 참고를 부탁했거든! 원피스는 엄마가 골랐어. 안심해, 눈썰미는 진짜 좋아!” 말을 하면서 그는 정말로 쇼핑 리스트를 꺼내서 신주리에게 보여줬다. 신주리는 그 리스트를 보지 않아도 이미 믿고 있었다. 심지어 조금 놀랐다. “너 그럼 네 짐은 어쩌고? 얼마나 챙겨왔어?” “짐 하나야. 나중에 필요하면 제작진 팀에 부탁할 거야!” 육경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신주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너무 오랫동안 육경서를 바라보고 있었던 탓인지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그를 쳐다보던 신주리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육경서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왜?” 신주리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돌려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많아?” 육경서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많은 건 아니야. Y 국에 있는 우리 회사 지사에서 몇 가지 더 준비해 줬거든...” 그가 말을 하다 갑자기 멈칫했다. 불필요한 말을 했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신주리는 그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 목적지는 네가 제작진 팀에 요청한 거 아니야?” “무슨 말이야?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아?” 육경서는 당황한 듯 대답했다. “네가 그런 사람 아닌가?” 육경서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고백했다. “맞아, 그런 사람일 수도 있어.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아니야! 사실 내가 쓴 목적지는 원래 해변이었어. 이런 건 결국 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잖아.” 신주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제는 아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서진태와 소지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진태는 진지하게 소지석에게 도씨 가문의 그 양성 계획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 계획은 너무나도 비상식적이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다. 완전히 그들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2화

    [하하하, 이게 무슨 이상한 조합이야? 어쩐지 묘하게 어울리기도 하고 또 웃기기도 하네!] [처음부터 차 안에서 자리싸움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어색하지는 않았겠지.] [우리 지원 언니 한마디로 모든 흐름이 뒤집혔어!] [강미영은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우리 지석이를 일부러 피하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지석 팬들 너무 이기적이지 마! 누구든 미영 언니에게 다가갈 수 있고 미영 언니는 모두를 거절할 권리가 있어!] 좌석이 정리되고 비행기가 이륙을 준비하자 라이브 방송은 일시적으로 종료되었다. 이런 24시간 라이브 촬영 프로그램에서도 이렇게 잠깐 동안만은 각자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강미영은 라이브 방송이 종료된 뒤 의아한 표정으로 한지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왜 한지원이 굳이 자신과 함께 앉으려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누가 자신에게 같이 앉자고 했어도 마다하지는 않았겠지만... “미영 언니, 난 저 커플 팬이야.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그러니까 제발 내 최애 커플 깨지지 않게 도와줘!” 한지원은 진지한 얼굴로 이유를 털어놓았다. 강미영은 살짝 멍해지더니 결국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앞으로 네 최애 커플 잘 지켜주도록 할게.” 한지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밝게 웃었다. “정말 고마워! 덕분에 내 최애 커플이 마음 편히 연애할 수 있게 됐어!” 강미영은 눈가를 약간 찡그리며 물었다. “근데 언제부터 걔네 둘의 팬이 된 거야? 그리고 지금 걔네 둘 관계 꽤 안정적이던데 내가 굳이 뭐 하러 그걸 망치겠어?” 한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영 언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이런 카메라 밖에서의 달달한 순간들이지.” 강미영은 순간 뭔가를 깨달은 듯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혹시 영감이라도 떠오른 거야?” 한지원은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의 작은 호의 하나가 한 명의 유명 만화가를 탄생시킬 수도 있어!” 강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1화

    그는 단지 이런 행동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강미영에게 그를 좀 더 이해할 기회를 주고 소지석에게는 그가 혼자서만 밀어붙이지 않도록 눈에 띄게 하려 했다. 그러나 이 행동을 알아본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 팬들은 그를 오해하거나 비판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서진태는 너무 경계가 없지 않나요? 경쟁하고 싶다 해도 이렇게까지 급하게 해야 하나요? 왜 꼭 같이 앉아야만 하는 거죠?] [맞아요! 강미영 언니는 분명히 불편해 보였고 바로 피해서 조수석에 앉았잖아요!] [좋아한다고 해도 좀 경계를 두고 해야죠.] [근데 소지석 팬들 너무 이중잣대 아니에요? 오빠가 같이 앉고 싶으면 직설적으로 다가가도 ‘멋지다, 드디어 마음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서진태가 다가가면 ‘경계가 없다’고 비판하잖아요?] [맞아요. 서진태는 사실 강미영 언니와 앉고 싶은 것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댓글창은 점점 떠들썩해졌다. 신주리와 육경서의 강미영에 대한 이해도는 완벽했다. 감정상에서 경쟁이 시작되면 그녀는 주저 없이 피할 것이다. 강미영은 감정을 물건처럼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격의 프로그램에서는 남성들끼리의 경쟁이나 여성들끼리의 경쟁이 감정을 더 순수하지 않게 만들 수 있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런 외적인 압박이 감정을 더 강화시키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사실 그들이 정말 사랑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 단지 지는 걸 참지 못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와 고정남의 관계도 그랬다. 주위에서 반대할수록 더 진지하게 여겨졌던 그 감정이었지만 결국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엉망이 된 감정이었음을 깨달았다. “네가 졌으니까 내 선물 잊지 말고 사 와.” 신주리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육경서는 그 결과를 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돌아서서 그녀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번엔 네가 이겼어.” 신주리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이번? 그럼 다음에도 나랑 내기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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