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키스가 끝난 뒤에야 육시준은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는 호흡을 가다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밥 먹고 나서 어떤 상황인지 얘기해 봐. 내가 분석해 줄게.”“……”저녁 식사 시간.그녀는 술을 마시지 않았고 그저 자세한 상황을 설명했다. 그저 그가 저녁 식사를 마치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육시준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강유리는 오후에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설명했다.“경호원 진짜 대단하던데? 아니면 내가 이렇게까지 빨리 찾을 수는 없었을 거야. 이혁 씨한테 물어보니까 처방전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고. 완제품 약이 있어도 성분을 연구하면 돼.”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그럼 빨리 돌아가야 하는 거야?”강유리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내가 빨리 돌아가기를 바라는 거야?” 육시준은 포크를 내려놓더니 우아하게 티슈로 입을 가볍게 닦았다.“내일 오전에 스케줄 없어. 새 영화가 나왔다던데, 같이 보러 가자.”그의 말투는 그녀에게 영화를 보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회의에 참석하라고 통보하는 것 같이 성의가 없었다. 강유리는 괘씸해서 그의 데이트 신청을 거부했다.“아쉽지만 나 내일 오전 약속 있어.”“할 일 다 끝낸 거 아니었어?”육시준은 약속이 있다는 그녀의 말에 의아했다. 강유리는 그의 말에 발끈해서 소리쳤다.“공적인 일을 다 끝냈어도 다른 일이 있을 수도 있잖아! 여보 때문에 여기 남는 것도 아닌데!”육시준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서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진짜?”강유리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진짜지!”육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입을 오므리며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강유리는 정말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확실히 내일 오전 약속이 있었다. 바로 양건휘 손에서 약을 사 간 사람과의 약속이었다. 그녀는 양건휘 친구라고 속이고 약이 더 있으니 필요하지 않겠냐고 미끼를 던졌다. 상대방은 완전히 응답한 상태도 아니었고 거절하지도 않았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여보랑 영화 보러 갈 걸 그랬네. 오전 내내 시간 낭비한 건 둘째 치고 비위까지 상했잖아?’펜트하우스 스위트 룸.육시준은 거실에 앉아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특별히 오전 일정을 미루고 호텔 근처에 있는 영화관을 통째로 빌렸다. 강유리가 그저 귀엽게 애교를 부리며 튕기는 줄 알았는데 아침 일찍 옷을 차려입고 풀메이크업까지 하고 나가는 그녀를 보며 생각이 많아졌다.그는 조용한 거실에 앉아 태블릿을 들고 한참을 망설이더니 마침내 프로젝트 자료를 클릭했다. 때맞춰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렸고, 그는 발신자 이름을 보고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전화를 받았다.“형, 통화 괜찮아요?”전화를 건 사람은 육경원이었고 꽤 부드러운 척 가식적인 목소리를 내었다. 육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말해.”육경원은 조금 망설이는 듯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었다.“기분 별로인 것 같네요? 형수님이랑 싸우기라도 했어요?”육시준은 기분이 상해 미간을 한껏 찌푸리더니 인내심이 바닥 나 당장 전화를 끊으려 했다. 그러자 전화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형수님이랑 잘 지내세요. 형 첫사랑이니까?”“……”전화를 끊으려던 육시준의 손은 분노에 덜덜 떨렸다. 그런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 지 육경원은 계속 조잘댔다.“여자들은 감정에 약해요. 갈대 같다고 하잖아요.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임천강도 이번엔 만반에 준비를 했겠지만, 형수님은 늘 이지적이고 지혜로운 분이시니까……”육시준의 눈에는 살기가 돌았고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더 이상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던 그는 단호하고도 차갑게 전화를 끊어버렸다.한편, 육경원은 끊긴 전화를 보면서 흥미로운 듯 눈꼬리가 위로 한껏 올라갔다.‘형님이 분수와 체면을 잃은 건 정말이지 처음 보네? 정말 재밌어.’그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성신영의 청초하고도 작은 얼굴을 바라봤다. 그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이번 일은 네가 정말 잘 해냈어.
임천강이 그녀의 말에 반문했다.“왜 필요 없어?” 마음고생을 많이 해서인지 그의 잘생긴 얼굴은 비쩍 마르고 창백했지만, 오히려 병약미가 더해져 모델을 해도 될 비주얼이었다.임천강은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나온 건 나한테 기회를 줄 마음이 있다는 거 아니야? 예전엔 내가 다 잘못했어! 하지만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때가 있잖아! 나도 이미 벌을 받을 만큼 받았다고!”그의 얼굴은 한없이 진지했고, 참혹함에 치를 떨었다. 그는 문 앞에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는 것을 언뜻 보았지만, 오늘을 놓치면 기회가 없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용기를 내 계속 말했다.“우리 안 지도 정말 오래됐고, 서로가 서로를 잘 알잖아. 너도 이런 사람을 놓치면 마음이 편하겠어? 내가 너보다 널 잘 알아! 넌 항상 자존감이 강하고 강한 사람이야. 일을 할 때도 평소에도 누구한테 지는 걸 가장 싫어하지? 너랑 육시준은 그냥 각자 필요해서 같이 있는 거잖아! 네가 그런 사람을 좋아할 리 없어. 네 마음속엔 나뿐이잖아……”그녀는 당당하게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고 말하는 임천강에게 따귀 한 대를 갈긴 뒤 때려죽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이런 인간쓰레기와는 말이 안 통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몇 번이나 자리를 뜨려 했지만, 그럴 때마다 그가 막아섰고, 강유리의 작은 얼굴은 극도로 초조해졌다.그녀가 말도 안 되는 뻔뻔한 말에 욕설을 퍼부으려 하는 순간, 임천강이 그를 세게 끌어안았다. 그의 더러운 행동에 강유리는 몸이 굳어버렸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다리를 들어 올려 그의 다리 사이를 힘껏 걷어찼다.임천강은 하이힐로 손등을 뭉개는 것보다 더 심한 통증을 느꼈고, 그 통증이 미처 가라앉기도 전에 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 그의 얼굴을 주먹으로 후려갈겼다. 육시준이었다.그 시간의 커피숍에는 손님이 별로 없었고,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점원은 신속하게 경호원을 불렀다.이와 동시에 육시준의 경호원들도 일제히 몰려들
심지어 연예계에서 가장 신비롭고 사랑을 받는 톱스타조차 그의 여자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생각하니 그의 눈은 빨개졌고, 강유리를 향해 울부짖었다.“이것도 네가 나한테 주는 벌이야? 그렇다면 감수해야지. 난 그저 제발 네가 다시 나한테 돌아왔으면 좋겠어……”그는 고통을 참으며 어렵게 주머니에서 반지 하나를 꺼내며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유강 주얼리에서 한정판으로 나온 거야. 전에 네가 좋아하던 게 생각나서 하나 샀어.”그의 행동은 어렵게 가라앉힌 분위기를 다시 얼어붙게 했다. 강유리는 차가운 눈빛의 육시준과 눈이 마주쳤고, 육시준이 입을 열었다.“받아주고 싶어?”“아니.”강유리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받아줄지 말지 문제가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이다. 그녀가 받아주겠다고 말하면 당장이라도 머리를 비틀어 버릴 것만 같았다. 육시준은 입가에 미소를 띠었지만, 조금의 따뜻함도 느껴지지 않았다.“착하지?” 강유리가 대답하려는데 육시준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기더니 머리를 숙여 차갑게 키스했다. 강유리는 그의 까만 눈동자에서 끓어오르는 분노와 짙은 점유욕을 느낄 수 있었다. 주위의 시선이 느껴져 거절하려 했지만, 그는 더 격렬하게 그녀의 입술을 훔쳤다. 그는 입술이 얼얼하고 피비린내를 풍기고 나서야 그녀를 놓아줬다. 강유리는 화가 나서 그를 노려보았지만, 그는 그녀를 보지 않았고, 임천강의 형편없이 짓눌린 얼굴로 시선을 향했다. “봤어? 각자가 필요로 한다고 하더라도 난 어쨌든 쓸모 있는 사람이잖아. 넌? 이런 유행 지난 반지나 가져오고. 형편없는 미친놈. 오늘부로 유리한테서 떨어져. 다시 한번 매달리면 평생 죽기보다 못한 삶을 살게 해줄 테니까 각오해.”“……”육시준의 목소리는 한없이 담담했지만 뼈 마디마디까지 서늘해질 정도로 쌀쌀했다.임천강은 상상하지 못할 두려움에 사로잡혔고, 육시준의 경고가 진짜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더 두려웠다. 육시준은 더 이상 그에게 쓸데없는 말을 할 기회조차
“그래, 넌 네 행동이 유치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번마다 내가 구걸하길 원하고 질투하고 화내고 내가 달래주기만 기다리고! 네가 도도하고 항상 사람들이 네 말만 잘 들어줘서 그러는 건 알겠는데 적어도 날 존중해 줘야 하진 않겠어?”“내가 널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육시준은 어이가 없었다.그는 그녀의 모든 생각을 존중하고 그녀가 자기 물건을 다시 찾으려고 하는 결정도 존중했다.사람들이 자기가 하라던 대로 하는 거에 습관된 육시준은 맞지만, 그 또한 누군가를 이렇게 조심스럽게 대하는 것이 처음이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존중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거야?’“넌 이게 존중이라고 생각해? 방금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날 어떻게 대했는데? 넌 날 뭐로 생각하고 있는 거야? 고작 너의 승리를 자랑할 도구?”강유리의 눈가는 촉촉했다.육시준은 그녀의 울먹이는 말투에 마음 한편이 총에 맞은 것처럼 아팠다.하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 먼저 변명을 했다.“그런 뜻은 아니었어.”“하지만 그렇게 행동했잖아! 사과해!”“…”육시준은 입을 꾹 다물었다. 강유리는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고 조그만 얼굴로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나도 겁이 안 나는듯한 모습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뾰로통해 있는 느낌이었다.육시준은 자신이 그녀의 애교에 저항력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이런 모습에 더욱더 어쩔 바를 모르겠다.그는 나지막이 한숨을 쉬고 막무가내로 말했다.“미안해. 내가 생각이 짧았어. 네 감정을 미처 생각 못 했어.”하지만 그녀가 그를 거절하는 이유가 고작 그 남자랑 데이트하러 가기 위해서라는 걸 생각하면 육시준은 냉정하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게다가 어제 그녀는 또박또박 다른 일이 있어서 남는 거지 그를 위해 남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임천강 때문인 건가?강유리의 억울함과 분노는 그의 진지한 사과를 들은 찰나 모두 사라져 버렸다. 그동안 많이 다퉈서 그녀 또한 뭔가를 터득해 낸 바가 있었다. 쌍방 모두가 자기의 잘못을
말은 끝났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는 육시준을 보고 그는 작은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육 회장님?”육시준은 갑자기 서류를 책상 위에 올려놓더니 되물었다.“첫사랑이 그렇게 잊기 어려워?”“네?”임강준은 잠깐 당황했다.육시준은 차분한 편이라 이번처럼 참을성 없이 누군가를 폭행하는 건 처음이었다. 전부터 임천강은 그의 안중에도 없었고 자신이 강유리를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사랑할 줄도 알지만 헤어지면 깔끔하게 잊을 줄도 알고 눈엔 온통 일밖에 없는 여자.저번에도 분명 나에게 설명했었어. 복수를 위해 나와 결혼한 게 아니라고.그리고 나와 임천강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지. 그러니 강유리 마음속에는 분명히 내가 있어.“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사랑은 여성분들한테 있어서 제일 아름답고 제일 순진했던 추억이니까요.” 임천강은 육시준의 진지한 모습을 보고 똑같이 진지하게 대답했다.하지만 그의 대답을 듣고 육시준의 안색은 어두워졌다.“위선적이고 탐욕이 끝도 없는 인간인데 뭐가 아름다워? 게다가 지금은 결혼도 했는데. 그럴 리가 없어!”임천강은 그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사람이라면 모두 사심이 있는데 그렇다고 위선적이라고 평가하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결혼했다고 해도 이혼할 수 있잖습니까! 부부 사이에 사랑이 없으면 결혼도 오래갈 수가 없다고 생각…”“넌 우리 사이에 사랑이 없다고 생각해?” 육시준은 위협적인 목소리로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눈치챈 임강준은 입을 재빨리 다물었다.육시준의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평온한 모습을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본능적으로 자기가 육시준의 뜻을 왜곡했다고 느꼈다.“회장님, 영화 얘기 아니었습니까? 주영 씨가 평판도 좋으셔서 흥행성적도 목표에 도달했고 결말도 화제성이 높습니다!”영화의 결말은 엄청 현실적이었다.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여자주인공이 의미 없는 결혼 관계를 끝내고 용감하게 사랑을 찾아서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극소수의 사람만 전 남자 친구가 여자주인공한에게 상처를 줬었기에 용서하
강유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오전에는 너무 화가 나서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육시준이 가끔 부리는 억지에 강유리는 어이가 없긴 했지만 솔직히 싫진 않았으며 그를 달래주는 것도 꽤 나쁘진 않았다. 그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강유리도 덩달아 즐거웠기 때문이다.“내 남편인데 당연히 달래줘야지!”강유리는 육시준에게 다가가 그의 팔을 잡으려고 했지만 육시준이 굳은 표정으로 싸늘하게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마음속에 켕기는 게 있어서 이러는 거야? 아니면 미안해서?”“내가 켕기는 게 뭐가 있어?”강유리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되물었다. 그녀는 잘못을 저지른 건 전혀 없었지만 솔직히 미안한 마음은 조금 들었다.오전에 육시준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할 때 말투에 감정이 조금 들어있긴 했다. 데이트 신청을 하는 육시준의 태도가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녀는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러고 나서 임천강을 우연히 만날 줄은 상상도 못 했기에 이상하게 육시준에게 미안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화 좀 풀어. 오전에는 내가 잘못했어. 네가 바쁜 와중에 나랑 영화 보려고 했던 건데 내가 이런저런 핑계로 거절이나 하고. 사과하는 의미로 오늘 저녁에 내가 거하게 쏠게. 응?”익숙한 듯 다정한 말투에 애교 섞인 모습까지, 이 모든 건 강유리가 육시준을 달랠 때 쓰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육시준은 그런 강유리를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린 채 이마의 주름이 점점 깊어지기 시작했다. 그가 알고 있는 그녀는 뭔가 켕기는 짓을 저질렀을 때만 그에게 이런 모습을 보였다.그뿐만 아니라 강유리가 이런 모습을 하는 건 단지 그의 화를 풀어주기 위한 것이며 자기 잘못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까 강유리는 지금 자신에게 전혀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영화 막바지에 여자 주인공은 결국 자기 남편을 선택했어. 전 애인과 아무리 아름다운 추억이 많다고 해도 그건 그저 추억일 뿐이야. 사람은 현재를 살아야 해.”말을 끝낸 육시준은 강유라의 손에서 팔을
프로젝트 담당자가 다급하게 전화하자 육시준은 거절하지 않았다. 그는 계획을 앞당겨 실행하여 육경원을 확실하게 쫓아낼 생각이었다.“넷째 도련님께서 이 프로젝트를 손에 넣자마자 제일 먼저 공급업체를 바꿔버렸습니다. 원재료에 문제가 생긴 듯합니다.”임강준이 자기 생각을 얘기하자 육시준이 물었다.“사상자 상황은 어때?”“지금까지 13명이 중상을 입었고 경상을 입은 사람은 백 명 가까이 됩니다. 사망자는 없습니다.”임강준의 대답에 육시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임강준은 그런 육시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사실 이럴 때 대표님이 상황을 수습해 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많은 일을 하시는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그 자식을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하고 있는 거야.”육시준이 싸늘하게 대답했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어갔다.“난 다른 전 애인과 달라. 가식 떠는 박애주의자가 아니란 말이야.”“아…”임강준이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육시준을 바라보았다.“네가 말해봐. 내가 임천강 그 자식과 비교했을 때 어때?”화제가 너무 빨리 바뀐 탓에 임강준은 따라가기조차 힘들었지만 그래도 진정성이 가득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런 사람은 대표님과 비교할 가치조차 없습니다. 그런 문제에 대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고 확신이 서지 않는 육시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근데 이 여자는 나와 영화 보는 걸 거절하고 그 사람과 커피숍에서 추억을 들먹이고 있었어.”육시준의 말에 임강준이 화들짝 놀란 얼굴이었다. ‘내가 이 말을 들어도 되는 건가? 무섭네 무서워.’하지만 최고의 비서로서 사장님의 질문을 회피할 수는 없었기에 이성적으로 분석할 수밖에 없었다.“상대방이 추억에 빠진 거예요, 아니면 두 사람이 같이 추억에 빠진 거예요? 사모님이 그 사람과 몰래 만날 생각이었다면 대표님에게 들키지 않았겠죠? 전 사모님 눈이 높다고 생각해요. 전에는 급한 탓에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에게 속은 거죠. 그렇다고 똑같은 속임수에 두 번이나 당할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