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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며칠 전까지 그녀의 제멋대로인 모습이 마음에 든다고 말하던 남자가 방금 전 프로젝트를 빌미로 출장 짐을 싸달라고 하니 잔뜩 골이 나있었던 건 사실이었다.

아내가 직접 싸주는 짐으로 출장을 가는 게 뭐 로망이었다나?

하지만 이미 후끈 달아오른 육시준은 이제 다른 것을 탐하기 시작했다.

“짐은 아주머니한테 부탁하고. 우린... 다른 거 하자, 응?”

강유리의 온몸을 장난스레 훑던 육시준이 뇌쇄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한단 말이야.”

그의 집요한 키스를 피하며 강유리는 마지막 남은 이성을 잡으려 애썼다.

하지만 주문이라도 걸린 듯 섹시한 육시준의 목소리가 그녀의 정신을 아득해지게 만들었다.

“이번 출장 꽤 오래 걸릴 텐데. 나 안 보고 싶겠어?”

“...”

떨리는 눈동자로 육시준을 바라보던 강유리가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

“보... 보고 싶긴...”

그리고 그녀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열폭풍 같은 뜨거운 키스가 시작되었다.

새벽이 다 되어서야 겨우 자유의 몸이 된 강유리는 축 늘어진 채 소리없이 몸을 태우는 캔들을 바라보았다.

마침 샤워를 마친 육시준이 욕실을 나오고, 영혼까지 다 빼앗긴 것 같은 그녀와 달리 여전히 에너지 넘치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딘가 억울함이 밀려왔다.

“짐 정리는 당신이 직접 해. 그리고 내 짐도 당신이 싸줘.”

머리를 닦던 손길이 잠깐 멈칫하고 입이 닷발은 나온 강유리를 바라보던 육시준이 픽 웃었다.

“맡겨준다면야 영광이지. 아, 샤워도 내가 도와줄까?”

평소라면 이 무슨 헛소리냐며 펄쩍 뛰었겠지만 정말 너무 피곤했던 강유리는 이미 이성적인 사고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부부끼리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진짜 손가락 하나 까닥 하기 싫단 말이야... 그런데...’

“나 씻겨주다가 헛짓거리만 안 하겠다고 맹세하면.”

하지만 그녀의 대답에 꿈쩍도 하지 않는 육시준을 반응을 살피던 강유리는 결국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침대에서 일어섰다.

“됐어! 내가 알아서 씻을게. 대신 당신은 짐 정리 깔끔하게 해둬. 내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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