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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1화

옷방 문에 기대 여전히 그에게 삐진 듯 토라진 얼굴로 짐을 싸고 있는 강유리를 바라보고 있다가 맞은 날벼락이었다.

“대표님, 회장님께서 이번엔 정말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습니다. 대표님이 맡고 계신 프로젝트를 육 실장님께 넘기는 건 거의 선전포고 아닙니까?”

심각한 상황에 임강준의 목소리에도 긴장감이 잔뜩 담겨있었다.

“하, 내가 그렇게 쉽게 내 걸 뺏길 것 같아?”

하지만 육시준은 어느새 여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프로젝트에 관한 자료 다 경원이한테 넘겨줘. 인수인계도 제대로 해주라고 하고.”

의아함이 가득 든 임강준의 질문에 그는 대답 대신 명령을 남긴 뒤 전화를 끊어버렸다.

한편, 강유리는 사각팬티 하나를 들곤 무슨 연구라도 하듯 이리저리 훑어보고 있었다.

남자 속옷을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이라 꽤 신기한 모양이었다.

‘여자 거랑은 다르네. 앞에 주머니 같은 것도 들어있고. 아, 설마...’

뭔가 떠오른 건지 혼자서 얼굴을 붉히는 강유리를 지켜보던 육시준이 참다 못해 한 마디 던졌다.

“뭐가 그렇게 신기해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어.”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잘못을 저지른 학생처럼 후다닥 팬티를 집어넣던 강유리가 육시준을 발견하곤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처음 봐서 신기하다. 왜! 뭐, 그게 창피한 일인가?”

“솔직히 그 나이 먹고 남자 속옷 처음 보는 게 자랑은 아니지.”

강유리가 고개를 홱 돌려 그를 노려보자 괜히 장난기가 발동한 육시준은 놀림을 이어갔다.

“우리가 한두 번 한 것도 아니고 보려면 충분히 기회가 있었을 텐데 왜 못 보셨을까? 너무 긴장했었나? 아니면 마음이 너무 급했었나?”

‘윽, 저 성스러운 얼굴로 음담패설을 내뱉다니. 진짜 안 어울려.’

강유리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러는 당신은? 할 때마다 마음이 급했나 보지? 그렇게 빨리 끝나는 걸 보면?”

강유리의 반격에 육시준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말없이 터벅터벅 그녀를 향해 다가오는 육시준을 향해 강유리는 턱을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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