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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작가: 노혜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10-31 18:00:00
조보희가 강유리의 지갑까지 야무지게 챙겨 자리를 뜨고...

이 모습을 바라보던 육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강유리... 대외적으론 고고하고 차가운 컨셉 아니었나? 왜 다른 사람한테도 저렇게 부드럽게 말하는 거야...!’

놀랍게도 조보희의 동성친구 질투 유발 작전이 이상한 쪽으로 통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육시준의 불편한 심경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강유리가 물었다.

“이혁 씨,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이혁 씨가 보희 화나게 한 거 맞죠?”

하지만 송이혁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누가 감히 우리 보희 아가씨를 건드리겠어요. 두 사람 강 회장님 상태에 대해 물으러 온 거 맞죠? 잘됐네요.”

“아, 사실 퇴원하려고 했는데 병원 쪽에서 검사 몇 개만 더 하라고 해서요. 아, 물론 할아버지 상태가 궁금하기도 했고요.”

강유리의 대답에 송이혁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워낙 바쁜 스케줄 탓에 퇴원 오더를 내리지 못했으니 병원 측에서는 강유리의 퇴원 절차를 밟아줄 수가 없었고 결국... 그가 정말 조보희를 오해한 게 맞았으므로.

“조보희 씨가 유리가 이미 퇴원한 병실을 차지하고 있었다고 생각한 거야? 물론 심한 말도 했겠네?”

송이혁, 평소에는 깐족대다가도 환자 문제에 있어선 그 누구보다도 진지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는 육시준이 물었다.

송이혁은 침묵으로 긍정의 뜻을 대신하고 강유리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잠깐 여기 있으라고 한 거예요. 아니,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대뜸 화부터 내면 어떡해요!”

어찌 됐든 지금은 송이혁이 잘못한 게 맞으니 강유리의 질타에 송이혁은 그 어떤 변명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저번에도 화상 입었을 때도! 보희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고생이라뇨?”

일주일 내내 잘 먹고 잘 놀다 간 줄 알았는데 고생이라니.

“병원 측이 바보도 아니고 그깟 화상으로 입원을 시켜줄 리가 없잖아요? 병실에 잠깐 자리 나면 거기서 머물고 그랬던 거예요. 이혁 씨랑 같이 퇴근하고 같이 밥도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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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제야 강유리가 자리를 비켜주고 송이혁은 이때다 싶어 부랴부랴 병실을 나섰다.하지만 강유리의 예상과 달리 그는 조보희를 붙잡기 위해 그곳에서 벗어나려 했던 건 아니었다.이미 화가 난 상태에서 붙잡아봤자 괜히 감정만 격해질 거란 생각에 따로 기회를 잡아 제대로 사과할 생각이었다.하지만 부부가 동시에 질타가 담긴 눈빛을 쏘아대니 도저히 버틸 수 없어 화장실이라는 유치한 핑계를 대면서까지 현장을 벗어났던 것이다.한편, 강유리는 그제야 웃음을 터트렸다.“여보, 여보는 참... 사람 기분 나쁘게 하는 재주가 있어. 게다가 친구한테도 가차없네.”“그러는 넌 여자한테도 그렇게 부드러운 말투로 말할 줄은 몰랐네.”‘하, 뭐야. 이제 하다하다 친구한테까지 질투하니...?’잠시 후, 강유리, 육시준 부부가 진료실로 향했을 때 송이혁은 어느새 감정을 추스르고 진지한 의사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병원 쪽에서 보내준 차트를 확인해 보면 유전병, 노환으로 인한 질병이라고 적었을 뿐, 정확한 병인은 찾아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러 수치들을 확인해 본 결과 확실히 뭔가 이상해요.”모든 검사 데이터를 확인하여 얻어낸 결론, 이미 90% 이상 확신이 들었지만 직접 입 밖으로 내뱉자니 여전히 조심스러웠다.“이혁 씨 말씀은... 아버지가 할아버지한테 사용한 약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건가요?”그리고 눈치 빠른 강유리는 바로 포인트를 캐치했다.“네.”‘역시... 워낙 똑똑한 여자라 얘기가 빠르겠어.’송이혁이 고개를 끄덕였다.“건강하시던 분이 갑자기 심장쪽 기능만 급격하게 떨어졌다는 게 솔직히 이해가 안 됩니다. 누군가 일부러 손을 썼을 가능성이 커요.”순간 다리에 힘이 풀린 강유리가 비틀거리고 육시준이 그녀를 부축해 의자에 앉혔다.애초에 이런 의심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전문가의 입에서 흘러나오니 충격이 배로 다가왔다.‘엄마도... 엄마도 할아버지와 비슷한 증상이였어. 설마... 엄마도?’“지금까지 사용했던 치료 방안을 훑어봤는데 겉보기엔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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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289화

    “보희가 방금 전에 예약한 레스토랑이에요.”송이혁이 강유리의 말에 반응했을 땐 두 사람이 이미 진료실을 나간 뒤.혼자 남은 그가 구시렁댔다.“비싼 시계 사준다고 했으면서... 이게 다야?”말은 그렇게 해도 그의 입가에는 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하지만 두 사람이 사라진 복도를 바라보던 그의 눈동자가 의미심장한 빛을 내뿜었다.‘강유리, 보통내기가 아니야...’실제로 만난 건 몇 번이 다지만 그때마다 강유리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똑똑한 데다 대담하고 일의 실행력도 빠른 것이 남자라면 사죽을 못 쓰고 남편의 힘과 명예 뒤에 숨어 모든 걸 조종한다는 소문과는 아예 딴판이었다.‘조보희 그 여자, 딱 봐도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부잣집 아가씨인데... 유리 씨 같은 사람과 친하게 지내다간 이용만 당하고 버려질지도 몰라. 내가... 말려야겠어.’뭔가 다짐한 듯한 송이혁은 바로 레스토랑으로 걸음을 옮겼다......한편, 집으로 돌아가는 길.창문에 기댄 채 빠르게 사라지는 길가의 풍경들을 바라보는 강유리의 눈빛은 차갑기만 했다.‘내가 해외로 나가있는 3년 동안 할아버지한테 그딴 짓을...’조금이라도 늦게 귀국했다면, 병원을 옮기는 걸 조금이라도 지체했다면 할아버지가 정말 세상을 떴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이때 육시준이 불안에 떠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자책하지 마. 넌 최선을 다했으니까.”위로가 담긴 부드러운 목소리와 따뜻한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상처받은 그녀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했다.손가락을 움직여 깍지를 켠 강유리는 언제 우울했었냐는 듯 장난스런 미소를 지었다.“여보, 요즘 우리 사이 너무 좋은 것 같아. 여보가 날 좋아해 준 덕분에 우리가 같이 하는 일도 잘 되고 있고...”“내가 널 좋아하는 게 우리 사업에 도움이 되긴 해?”“당연하지! 난 날 좋아하는 남자한테는 굉장히 후한 스타일이거든.”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육시준을 향해 강유리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구체적으로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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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290화

    “서산 프로젝트가 곧 시작될 거야. 제약회사 서산에 있다면서. 뭐 겸사겸사.”하지만 이어지는 육시준의 말은 강유리의 감동을 와장창 깨트리고 말았다.“그... 그래.”‘참나, 전에는 아내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데는 아무 이유가 없다는둥 느끼한 말도 잘도 하더니. 뭐야? 이제 다 잡은 물고기다 이거야?’하지만 섭섭한 티를 내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강유리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그래. 지금 내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인수인계도 필요하고 며칠 뒤에나 출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괜찮겠어?”“응, 괜찮아.”...깊은 밤, vip 병동 중환자실.여전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육경민을 바라보는 육청수의 얼굴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다.그 곁을 지키고 있는 육경원 역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형이 괜히 시준이 형을 건드려서... 할아버지, 시준이 형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내가 지금 화 안 내게 생겼어? 그 자식 이제 좀 잘 나간다고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고 있잖아!”육청수는 지팡이로 바닥을 쾅 내리치는 것으로 노여움을 표했다.“형이 회사 일로 워낙 바쁘긴 하죠. 강유리, 아니 형수님도 오늘 밤 처음 가족들한테 소개해 줬다고 하던데요. 얼마나 바쁘면 이런 일까지 미뤘겠어요.”“시준이 자식이 그 애를 집까지 데리고 왔다고?”이에 육경원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오늘 퇴원했다고 하고 집에서 같이 저녁 식사 했다더라고요. 분위기도 좋았다던데요? 큰어머니는 물론이고 큰아버지도 상당히 마음에 들어하셨다고...”육경원이 말끝을 흐리며 할아버지의 눈치를 살폈다.역시나, 방금 전까지 분노로 일그러졌던 얼굴이 차갑게 굳더니 지팡이를 잡은 손에 더 힘이 들어갔다.육청수가 가장 혐오하는 것이 바로 자식들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는 것.육시준은 뭐 워낙 망나니 같은 손주니 그렇다 치더라도 평소 효심이 깊었던 육지원까지 그의 뜻을 거스르려고 하다니.‘이 정도면 할아버지가 폭발하실만도 한데...’“파주 리조트 프로젝트는 어떻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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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291화

    옷방 문에 기대 여전히 그에게 삐진 듯 토라진 얼굴로 짐을 싸고 있는 강유리를 바라보고 있다가 맞은 날벼락이었다.“대표님, 회장님께서 이번엔 정말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습니다. 대표님이 맡고 계신 프로젝트를 육 실장님께 넘기는 건 거의 선전포고 아닙니까?”심각한 상황에 임강준의 목소리에도 긴장감이 잔뜩 담겨있었다.“하, 내가 그렇게 쉽게 내 걸 뺏길 것 같아?”하지만 육시준은 어느새 여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프로젝트에 관한 자료 다 경원이한테 넘겨줘. 인수인계도 제대로 해주라고 하고.”의아함이 가득 든 임강준의 질문에 그는 대답 대신 명령을 남긴 뒤 전화를 끊어버렸다.한편, 강유리는 사각팬티 하나를 들곤 무슨 연구라도 하듯 이리저리 훑어보고 있었다.남자 속옷을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이라 꽤 신기한 모양이었다.‘여자 거랑은 다르네. 앞에 주머니 같은 것도 들어있고. 아, 설마...’뭔가 떠오른 건지 혼자서 얼굴을 붉히는 강유리를 지켜보던 육시준이 참다 못해 한 마디 던졌다.“뭐가 그렇게 신기해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어.”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잘못을 저지른 학생처럼 후다닥 팬티를 집어넣던 강유리가 육시준을 발견하곤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처음 봐서 신기하다. 왜! 뭐, 그게 창피한 일인가?”“솔직히 그 나이 먹고 남자 속옷 처음 보는 게 자랑은 아니지.”강유리가 고개를 홱 돌려 그를 노려보자 괜히 장난기가 발동한 육시준은 놀림을 이어갔다.“우리가 한두 번 한 것도 아니고 보려면 충분히 기회가 있었을 텐데 왜 못 보셨을까? 너무 긴장했었나? 아니면 마음이 너무 급했었나?”‘윽, 저 성스러운 얼굴로 음담패설을 내뱉다니. 진짜 안 어울려.’강유리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러는 당신은? 할 때마다 마음이 급했나 보지? 그렇게 빨리 끝나는 걸 보면?”강유리의 반격에 육시준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말없이 터벅터벅 그녀를 향해 다가오는 육시준을 향해 강유리는 턱을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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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292화

    며칠 전까지 그녀의 제멋대로인 모습이 마음에 든다고 말하던 남자가 방금 전 프로젝트를 빌미로 출장 짐을 싸달라고 하니 잔뜩 골이 나있었던 건 사실이었다.아내가 직접 싸주는 짐으로 출장을 가는 게 뭐 로망이었다나? 하지만 이미 후끈 달아오른 육시준은 이제 다른 것을 탐하기 시작했다.“짐은 아주머니한테 부탁하고. 우린... 다른 거 하자, 응?”강유리의 온몸을 장난스레 훑던 육시준이 뇌쇄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내일 일찍 일어나야 한단 말이야.”그의 집요한 키스를 피하며 강유리는 마지막 남은 이성을 잡으려 애썼다.하지만 주문이라도 걸린 듯 섹시한 육시준의 목소리가 그녀의 정신을 아득해지게 만들었다.“이번 출장 꽤 오래 걸릴 텐데. 나 안 보고 싶겠어?”“...”떨리는 눈동자로 육시준을 바라보던 강유리가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보... 보고 싶긴...”그리고 그녀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열폭풍 같은 뜨거운 키스가 시작되었다.새벽이 다 되어서야 겨우 자유의 몸이 된 강유리는 축 늘어진 채 소리없이 몸을 태우는 캔들을 바라보았다.마침 샤워를 마친 육시준이 욕실을 나오고, 영혼까지 다 빼앗긴 것 같은 그녀와 달리 여전히 에너지 넘치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딘가 억울함이 밀려왔다.“짐 정리는 당신이 직접 해. 그리고 내 짐도 당신이 싸줘.”머리를 닦던 손길이 잠깐 멈칫하고 입이 닷발은 나온 강유리를 바라보던 육시준이 픽 웃었다.“맡겨준다면야 영광이지. 아, 샤워도 내가 도와줄까?”평소라면 이 무슨 헛소리냐며 펄쩍 뛰었겠지만 정말 너무 피곤했던 강유리는 이미 이성적인 사고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부부끼리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진짜 손가락 하나 까닥 하기 싫단 말이야... 그런데...’“나 씻겨주다가 헛짓거리만 안 하겠다고 맹세하면.”하지만 그녀의 대답에 꿈쩍도 하지 않는 육시준을 반응을 살피던 강유리는 결국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침대에서 일어섰다.“됐어! 내가 알아서 씻을게. 대신 당신은 짐 정리 깔끔하게 해둬. 내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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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29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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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를 달리고 있는 차 안에서 무현은 운전하고 있었고 강유리는 뒷좌석이 앉아 보고서를 보고 있었다.무현이 만든 보고서이기에 이해가 안 되는 곳이 있으면 강유리는 가끔 무현한테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계속 한결같았다.“ 뒤쪽을 보시면 해석이 있을 겁니다.”“ 이 보고서를 자세히 보긴 했어?”강유리는 보고서를 옆좌석에 놓고는 갑자기 물었다.무현은 멈칫하더니 ‘네’하고 짤막하게 대답했다.강유리는 눈을 감고 뒤로 몸을 기댔다.“ 잘됐네. 그럼 내용을 간략해서 말해봐. 윤시준은 네가 정보분석이랑 총괄을 잘한다고 했었는데.”이 말인즉, 네 말 안 믿으니까 한번 보여줘 봐. 라는 것이였다.무현은 이 말에 기분이 안 좋은 듯했다. 차 안의 온도마저 차가워진 것만 같았다.지금까지 그의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심지어 육 회장마저도.경호원이라서 그런지 말없이 있을 때는 존재감이 하나도 없다가도 화를 내니 갑자기 카리스마가 있어 보이네. 썩은 표정으로 기계처럼 공손한 태도로 대답하는 모습보다는 낫다.“ 왜? 어려워? 그럼 넌 할 줄 아는 게 뭐야? 길옆에 차 세우고 내려.”강유리는 그의 불만을 눈치채지 못한 듯이 차가운 태도로 그를 명령했다.전엔 낯을 가려서 웃는 얼굴로 예의 바르게 그를 대한 강유리라서 무현은 그녀가 얼굴이 반반한 것 빼고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줄 알았었다. 그러던 사람이 갑자기 눈치를 주면서 명령하니 무현은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백미러로 뒤를 보니 차분한 얼굴로 위압을 풍기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육시준이랑 비슷했다.그는 잠시 머뭇머뭇하더니 결국은 자기가 졌다는 듯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몇 년 전까지만해도 영업 상황이 괜찮았었는데 근 2, 3년간 갑자기 수익이 떨어지면서 유강그룹의 주문을 빼고는 다른 주문이 별로 들어오지 않습니다.”회사가 팔리고 난 후에는 더욱더 업무가 없었다.새로 온 회장이 소식을 막고 회사 내부를 정비하는 듯했지만 그런건 또 아니였다. 할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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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주리는 고민하다가 말했다.“난 최근에 일이 많지 않아 괜찮지만 다음 달에 곧 새로운 촬영을 시작할 거야.”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음 달에 돌아가면 촬영 일정을 맞출 수 있어요.”육경서는 그들이 두어 마디 말로 일정안배를 끝내가 다급하게 입장을 밝혔다.“나도 있어! 주리가 돌아가지 않으면 나도 안 돌아갈래!”신주리는 흘겨보며 물었다.“넌 바쁘지 않아?”“마침 이 영화가 촬영을 마감할 예정이야. 기타 활동은 중요한 건 뒤로 미루고 중요하지 않은 건 매니저더러 거절하게 하면 돼.”육경서는 미처 깊게 생각하지도 않고 말했다.강유리는 반대하지 않고 귀띔했다.“강덕준 감독이 널 죽일 수도 있어.”육경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괜찮아. 한 달뿐이잖아. 설마 날 따라 여기까지 오겠어?”강덕준이 그를 죽일지는 둘째치고, 어쨌든 지금 바론 공작은 그를 죽여버리고 싶었다.그는 그저 예의상 딸아이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놀게 했을 뿐인데 결국 딸아이가 다음 달 귀국하는 일정을 안배하게 되다니?병원에서 육시준이 비아냥거리던 말을 그는 실행할 계획이었다. 단계마다 다른 이유로 딸을 만류하고 싶었고 시름 놓고 이곳에서 편히 안태하게 하고 싶었다.그러나 사위는...만약 자기 일을 다 처리했다면 남아있어도 괜찮았다. 부양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그러나 지금 덤으로 두 사람이 더 생겼고 또 이 두 사람은 시간 맞춰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지 않으면 재촉당할 것이 뻔하다.“두 분이 바쁘면 굳이 남지 않아도 돼. 유리는 지금 손님 접대하는 게 불편하거든.”그는 정색해서 다시 말했다.그러자 여러 가지 눈빛이 삽시에 바론 공작을 향했다......신주리와 강유리는 제작팀과 반나절만 휴가를 냈기 때문에 오후에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오전 시간만으로 두 친구가 얘기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해 강유리는 직접 감독에게 전화해 하루 연장했다.점심시간.신주리는 육시준의 자리에 앉아 강유리의 옆에 누워 계속 절친끼리 이야기를 했다.강유리는 이번에 단도직입적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8화

    저쪽에서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상대방도 자신만큼 놀란 모습을 상상하며 육경서는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었다.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송미연은 놀랐지만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유리 찾으러 갔어? 프로그램을 녹화한다며 왜 그들을 찾으러 갔어? 거기는 시간이 아직 이르지 않아? 이맘때면 유리는 잠을 잘 자지도 못했을 건데...”송미연은 육경서가 철이 없이 강유리가 잘 쉬지 못하게 방해한다고 한바탕 야단을 쳤다.그러나 그녀의 말은 한 가지 중요한 소식을 알렸다.“진작 알고 있었어요?”“물론이지!”송미연은 자랑스럽게 말했다.“며느리가 임신했는데 이렇게 큰 소식을 어떻게 바로 나에게 알려주지 않을 수 있겠어? 경고하는데 너무 떠들지 마. 네 형수님을 화나게 하면 안 돼! 그냥 녹화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 주리가 널 용서했어? 왜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의 가십거리를 알아내려고 해! 이번에 돌아와서 주리의 용서를 받지 못한다면 넌 아예 돌아오지도 마!”...화제가 자신을 욕하는 방향으로 변해버리자 육경서의 열정은 순식간에 식어버렸고 목소리도 누그러들어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알았어요. 알았어요. 제가 원한 줄 아세요? 이것도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잖아요...”“뭐가 어쩔 수 없다는 거야? 모두 네가 자초한 거잖아! 쌤통이야!”“...”“섬에서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넌 주리를 잘 돌봐야 해. 난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을 살펴보고 있을 테니 넌 주리 괴롭히지 마.”송미연이 또 당부했다.육경서는 머뭇거리다가 정색해서 대답했다.“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송미연은 또 몇 마디 더 당부한 후 전화를 끊었다.육경서는 어두워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잘됐어. 아빠 엄마가 다 주리를 좋아하니 나중에 언제든지 주리는 억울함 당하는 일이 없을 거야. 적어도 내가 있는 한 억울함 당하지 않을 거야...”...점심은 빌라의 셰프가 만든 영양식이다. 맛은 좋지만 오래 먹으면 질릴 수 있어 강유리는 이 음식을 보며 저도 모르게 한숨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7화

    그러나 앉은 자리가 아직 따뜻해지기도 전에 육경서는 흥분된 듯 바로 일어나 소리쳤다. “뭐? 임신했다고?” 바론 공작은 짜증 섞인 눈길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목소리 좀 낮춰. 뭘 그렇게 놀라!” 그는 지금까지는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사실 소식을 들었을 땐 당황하고 흥분했던 걸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육경서는 입을 막으며 어색하게 다시 앉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반짝이며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드러났다. ‘나 이제 삼촌 된다! 삼촌 된다!’ “의사가 말하기를 첫 3개월은 불안정하니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도 이 소식을 공개하지 말고 태아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자고 하셨다.” 바론 공작은 드물게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 그는 그 말을 끝내며 신주리를 한번 훑어봤다. “그래서 나는 유리를 위해 사람들을 안배해 가까이서 돌보게 한 거다.” 그의 시선을 느낀 신주리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공작을 한 번 보고 다시 눈을 내리깔며 강유리의 아랫배를 바라봤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마치 한번 만져보고 싶은 듯했지만 참았다. 그녀의 눈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고 육경서와 같이 흥분과 기쁨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강유리의 아랫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이 안에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는 거야?” “맞아.” 강유리가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신주리는 표정은 진지했지만 눈 속에 담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만져봐도 돼?” 육경서도 순간 정신을 차리며 손을 내밀었다. “나도...” “안 돼!” “안 돼!” 두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차갑게 외쳤다. 그들의 무리한 요구를 바로 거절했다. 강유리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두 남자를 쳐다봤다. 그녀는 그들에게 체면을 차리지 않았고 대신 신주리에게만 속삭였다. “조금 있다가 방에 들어가면 만져도 돼.” 육시준과 바론 공작은 동시에 얼어붙었다. ‘우리가 안 들릴 거라고 생각하나?’ 육경서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강유리를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6화

    육경서는 얼굴에 기쁨이 가득한 채 입을 열려던 순간 정원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그 사람은 유창한 한국어로 두 사람에게 따뜻하게 인사했다. “이쪽이 둘째 도련님이랑 신주리 씨 맞으시죠? 강유리 아가씨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 부탁드려요.” 신주리가 부드럽고 예의 있게 대답했다. 육경서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 왜 이렇게 때맞춰 나타나는 거지? 다른 때는 왜 안 오고, 바로 이때 오냐고!’ “잠깐만요. 저희 형수 말고 일단 먼저 빌라를 둘러보고 싶어요!” 그가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안내하는 집사를 붙잡았다. 집사는 그의 눈을 한 번 쳐다본 뒤 다소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멈췄다. 신주리는 미소를 띤 채 침착하게 말했다. “미안해요. 낯을 가려서 그래요.” 육경서는 혼란스러웠다. ‘이게 무슨 말이야? 내가 낯을 가린다고? 왜 그렇게 갑자기...’ 집사는 이해한 듯 웃으며 공작님도 그들의 방문을 매우 기쁘게 생각해 오늘 특별히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육경서는 그 한마디도 제대로 듣지 않았고 눈앞의 신주리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주리는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야? 너무 쉽게 대답해서 다시 부정하려는 건가?’ 그들이 정원으로 들어섰고 이곳은 여전히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였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쪽에서 차와 다과가 준비된 작은 테이블이 보였다. 강유리는 햇볕을 가린 파라솔 아래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육시준이 전화를 끊고 있었다. 바론 공작이 불만을 표하며 입을 열었다. “하루 종일 그 전화기 들고 있으면 안 돼! 그렇게 바빠? 전자기기 방사선이 얼마나 해로운지 알지? 의사 선생님이 말했잖아. 첫 세 달은 불안정하다고, 푹 쉬어야 한다고!” 육시준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지난달에 돌아갔으면 이미 처리했을 일인데요.” 바론 공작은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스쳤다. “일이라는 게 끝날 수 있나? 돌아가면 내 딸과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 있을까 몰라!” 육시준이 말하려던 순간 강유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5화

    감독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강하게 반박하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규정에 따르면 녹화 중에는 제작진 팀을 이탈하면 안 됩니다.” 역시나 신주리는 가볍게 되물었다. “녹화 시작할 때 그런 규정은 없었잖아요? 갑자기 추가된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이...” “그럼 우리를 일부러 견제하려는 건가요? 그럼 그냥 프로그램 안 하면 되죠?” 감독은 말문이 막혔다. 사실 첫 번째 시즌에서 육경서가 사고를 당한 이후로 그는 이미 이 두 사람에게 꼼짝 못 하고 있었다. 조건을 협상하든 규칙을 정하든 이 둘이 하겠다고 하면 다행이고 안 하겠다고 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판이었다. 결국 이를 악물고 그는 포기했다. “알겠어요, 알겠어! 두 분 다 제가 졌습니다! 하지만 어디 가든 꼭 행선지를 알려주시고 제작진 팀에서 두 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걱정 마세요. 너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점심 먹고 바로 돌아올게요!” 신주리가 대범하게 말했다. ‘점심도 먹고 온다고?’ 하지만 그가 불만을 표현하기도 전에 두 사람은 이미 유유히 그의 앞을 지나쳐 나가버렸다.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감독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강 대표님, 경서 씨랑 주리 씨가 지금 강 대표님을 만나러 갑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효과를 위해서 행선지에 대한 건 절대 발설하시면 안 됩니다!” 감독이 진지하게 말했다. 강유리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만약 제가 발설하면요?” 감독은 순간 당황했다. 그는 이런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이건 우리 회사의 프로그램 아니었나? 이렇게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는 거야? 시청률이 안 오르면 강 대표님에게도 손해 아닌가?’ 감독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든 이 대형 회사를 설득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강유리는 그의 말을 끊으며 다시 말했다. “농담이에요. 발설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감독은 긴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4화

    비행기에 오를 때 각자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고 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이미 다음 날 새벽이었다. 제작진 팀은 미리 준비한 차를 타고 그들을 예약된 호텔로 보냈다. 해변가에 위치한 경치가 아름다운 5성급 호텔이었다. 모두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제작진 팀 정말 큰돈 쓴 거네! 이게 진짜 여행 같아!” “그렇지. 갑작스러운 느낌도 있지만 일정은 꽤 합리적이네!” “응, 또 감사한 건 처음에 우리 주리랑 경서에게 그 사건이 터진 후로 대우가 점점 더 좋아졌다는 거야. 그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얻은 거라니까!” 모두가 웃으며 체크인 절차를 마쳤다. 그때 감독 팀에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밤은 여기서 쉬고 내일은 섬으로 갑니다.” 모두들 당황했다. ‘그래서 목적지는 여기가 아닌가?’ “목적지는 반대편에 있는 작은 관광 섬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관광업이 급성장했습니다. 얼마 전 이 섬의 소유자가 바뀌어서 다시 한번 큰 화제를 일으켰죠.” 감독이 그렇게 말하자 신주리는 점점 더 익숙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바론 공작이 유리에게 선물한 섬이죠?”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육경서는 감탄하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우리 형수를 설득했어요?” 감독 팀은 미소를 지으며 답하지 않았다. 실시간 채팅창에서는 감탄이 이어졌다. [유리 언니가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진짜 대규모로 투자한 거네!] [하하하, 유리 언니가 투자한 건 아니야. 그냥 완전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 덕분에 도련님과 미래의 동서가 혜택을 보는 거고!” “나도 섬 주인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유리 언니 우정 출연할지 궁금하다!” 아침 식사 후 모두 방으로 돌아가 시차를 맞추기 위해 잠을 청했다. 카메라는 잠시 쉬어갔다. 신주리는 비행기에서 잠깐 눈을 붙였기에 이제는 전혀 졸리지 않았다. 그녀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호텔 방을 몰래 빠져나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3화

    심지어 원피스까지 캐리어 하나에 다 준비해 놨다. “안 믿을지 몰라도 내가 쇼핑 리스트까지 작성했어. 엄마한테도 참고를 부탁했거든! 원피스는 엄마가 골랐어. 안심해, 눈썰미는 진짜 좋아!” 말을 하면서 그는 정말로 쇼핑 리스트를 꺼내서 신주리에게 보여줬다. 신주리는 그 리스트를 보지 않아도 이미 믿고 있었다. 심지어 조금 놀랐다. “너 그럼 네 짐은 어쩌고? 얼마나 챙겨왔어?” “짐 하나야. 나중에 필요하면 제작진 팀에 부탁할 거야!” 육경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신주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너무 오랫동안 육경서를 바라보고 있었던 탓인지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그를 쳐다보던 신주리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육경서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왜?” 신주리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돌려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많아?” 육경서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많은 건 아니야. Y 국에 있는 우리 회사 지사에서 몇 가지 더 준비해 줬거든...” 그가 말을 하다 갑자기 멈칫했다. 불필요한 말을 했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신주리는 그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 목적지는 네가 제작진 팀에 요청한 거 아니야?” “무슨 말이야?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아?” 육경서는 당황한 듯 대답했다. “네가 그런 사람 아닌가?” 육경서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고백했다. “맞아, 그런 사람일 수도 있어.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아니야! 사실 내가 쓴 목적지는 원래 해변이었어. 이런 건 결국 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잖아.” 신주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제는 아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서진태와 소지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진태는 진지하게 소지석에게 도씨 가문의 그 양성 계획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 계획은 너무나도 비상식적이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다. 완전히 그들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2화

    [하하하, 이게 무슨 이상한 조합이야? 어쩐지 묘하게 어울리기도 하고 또 웃기기도 하네!] [처음부터 차 안에서 자리싸움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어색하지는 않았겠지.] [우리 지원 언니 한마디로 모든 흐름이 뒤집혔어!] [강미영은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우리 지석이를 일부러 피하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지석 팬들 너무 이기적이지 마! 누구든 미영 언니에게 다가갈 수 있고 미영 언니는 모두를 거절할 권리가 있어!] 좌석이 정리되고 비행기가 이륙을 준비하자 라이브 방송은 일시적으로 종료되었다. 이런 24시간 라이브 촬영 프로그램에서도 이렇게 잠깐 동안만은 각자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강미영은 라이브 방송이 종료된 뒤 의아한 표정으로 한지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왜 한지원이 굳이 자신과 함께 앉으려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누가 자신에게 같이 앉자고 했어도 마다하지는 않았겠지만... “미영 언니, 난 저 커플 팬이야.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그러니까 제발 내 최애 커플 깨지지 않게 도와줘!” 한지원은 진지한 얼굴로 이유를 털어놓았다. 강미영은 살짝 멍해지더니 결국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앞으로 네 최애 커플 잘 지켜주도록 할게.” 한지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밝게 웃었다. “정말 고마워! 덕분에 내 최애 커플이 마음 편히 연애할 수 있게 됐어!” 강미영은 눈가를 약간 찡그리며 물었다. “근데 언제부터 걔네 둘의 팬이 된 거야? 그리고 지금 걔네 둘 관계 꽤 안정적이던데 내가 굳이 뭐 하러 그걸 망치겠어?” 한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영 언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이런 카메라 밖에서의 달달한 순간들이지.” 강미영은 순간 뭔가를 깨달은 듯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혹시 영감이라도 떠오른 거야?” 한지원은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의 작은 호의 하나가 한 명의 유명 만화가를 탄생시킬 수도 있어!” 강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1화

    그는 단지 이런 행동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강미영에게 그를 좀 더 이해할 기회를 주고 소지석에게는 그가 혼자서만 밀어붙이지 않도록 눈에 띄게 하려 했다. 그러나 이 행동을 알아본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 팬들은 그를 오해하거나 비판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서진태는 너무 경계가 없지 않나요? 경쟁하고 싶다 해도 이렇게까지 급하게 해야 하나요? 왜 꼭 같이 앉아야만 하는 거죠?] [맞아요! 강미영 언니는 분명히 불편해 보였고 바로 피해서 조수석에 앉았잖아요!] [좋아한다고 해도 좀 경계를 두고 해야죠.] [근데 소지석 팬들 너무 이중잣대 아니에요? 오빠가 같이 앉고 싶으면 직설적으로 다가가도 ‘멋지다, 드디어 마음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서진태가 다가가면 ‘경계가 없다’고 비판하잖아요?] [맞아요. 서진태는 사실 강미영 언니와 앉고 싶은 것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댓글창은 점점 떠들썩해졌다. 신주리와 육경서의 강미영에 대한 이해도는 완벽했다. 감정상에서 경쟁이 시작되면 그녀는 주저 없이 피할 것이다. 강미영은 감정을 물건처럼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격의 프로그램에서는 남성들끼리의 경쟁이나 여성들끼리의 경쟁이 감정을 더 순수하지 않게 만들 수 있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런 외적인 압박이 감정을 더 강화시키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사실 그들이 정말 사랑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 단지 지는 걸 참지 못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와 고정남의 관계도 그랬다. 주위에서 반대할수록 더 진지하게 여겨졌던 그 감정이었지만 결국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엉망이 된 감정이었음을 깨달았다. “네가 졌으니까 내 선물 잊지 말고 사 와.” 신주리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육경서는 그 결과를 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돌아서서 그녀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번엔 네가 이겼어.” 신주리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이번? 그럼 다음에도 나랑 내기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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